책을 처방해드립니다
카를로 프라베티 지음, 김민숙 옮김, 박혜림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4월
품절


책! 다른 책들처럼 [보물섬]도 말이야, 하나의 설계도면일세. 일개 집을 넘어서 상상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더 많은 것들이 있는 도면 말일세. 매혹적인 인물들이 사는 하나의 세상이지. 그 도면은 간단해.몇 장의 종이 위에 글자가 줄지어 있을 뿐이지.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독자가 자기 상상력으로 창조해 내는 세계는 그 책 도면을 넘어서 무궁무진 하다네. 책에 있는 모든 것도 담고 있겠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담고 있지. 이 집처럼 말일세. 이 집도 건축가가 도면에 그어놓은 선이 나타내는 것을 모두 다 가지고 있겠지. 하지만 다른 것들도 많이 있잖아. 바로 우리를 포함해서 말이야!-50~51쪽

정말 돈키호테가 책 때문에 미쳤을 거라고 생각해요? 야비하고 잔인한 세상에서는 한시라도 더 살 수 없어서 미쳐버린게 아닐까요? 전 그나마 돈키호테가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비참하게 늙지는 않았다고 보는데요... 저의가 없는 세상을 체념한 채 사는 사람과 이를 바꾸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 중 주가 더 미친 걸까요? 그게 비록 풍차를 상대로 싸우는 것일지라도 말이예요.-55~56쪽

"하지만 책은 우리를 현실에서 멀어지게 만들잖아요"
루크레시오가 말했다.
"거리를 두게끔 돕는거죠."
노부인이 콕 집어 말했다.-56쪽

(중략)
어린애들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고 싶어하는 건 자기가 그 정보들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고, 또 머릿속에 잘 정리해 놓았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야기 자체를 즐기기도 하지만, 자신이 그 이야기를 제대로 기억하고 이해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게 아이들을 안심시키기도 하고요... 우리 어른들에게도 그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죠. 좋은 책이나 좋은 이야기를 읽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또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받기도 하잖아요.-57~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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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기발랄한 질문투성이 책
    from 세상에 분투없이 열리는 길은 없다 2009-04-27 10:50 
    청소년 도서란 자고로 이래야 한다. 재기발랄하고 독창적이다.   참 수다스럽고 질문이 많은 책이다. 그리고 답도 주지 않는다.   우리가 보는 것과 사물의 진실이 일치하는 경우는 우리 생각보다 매우 드물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많은 질문을 하지만 우리가 그 사람에게 정말로 알고 싶은 것을 제대로 묻는 경우는 또 얼마나 드문가? 우리에게 무수히 주어지는 역활을 제외하면 나라는 사람에게 무엇이 남을까?
 
 
 
함께 있을 수 있다면 2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6년 12월
구판절판


서양식 순대는 창자 속에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나뉜다. 창자 속에 다진 고기를 넣은 것은 소시지, 다진 내장을 넣은 것은 내장 순대(프랑스 말로는 앙두이유), 선지와 비계를 넣은 것은 선지 순대(프랑스말로는 부댕) 또는 검은 순대(부댕 누아르), 닭고기 따위의 흰 고기를 넣은 것은 흰순대(부댕 블랑)이다. 파테는 잘게 썬 고기에 양념을 한 다음 질그릇에 담아 익힌 것이고, 리예트는 돼지고기나 거위고기 따위를 잘게 다져 비계를 넣고 볶은 것이다.-77쪽

'크로크므시외' 토스트에 햄을 올리고 거기에 치즈를 얹어 녹인 샌드위치. '깨물다'라는 뜻의 동사 '크로케'와 '남자'를 가르키는 '므시외'를 합쳐서 만든 말. 이 크로크므시외에 계란 프라이를 엊은 것은 '크로크담(숙녀 깨물기)'이라고 부른다.-151쪽

아니,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가 읽은 건 그게 아니에요. 내가 읽은 건, 사람들 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사람들이 나한테서 기대하는 존재가 되지 못하면 고통을 받는다는 거예요. 지독하게 고통을 겪다가 결국은 죽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안 되죠. 난 그렇게 죽지 않을 거예요. 고흐에 대한 우정과 형제애를 생각해서라도 나는 죽지 않을 거예요... 그러고 싶지 않아요.-183쪽

내장의 짐을 덜고 가려는 그대,
어둑하고 아늑한 해우소에 왔으니,
노래도 하고 파이프도 빠시게.
벽을 짚고 용쓰려 하지 말고.-225쪽

나는 여섯 살 무렵부터 사물의 형상을 그림에 담아 왔다.

50세 무렵부터는 아주 많은 그림과 책을 출간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70세까지 그린 것들 중에는 변변한 것이 없다.

73세가 되어서야 겨우 새나 짐승, 벌레나 물고기의 참다운 형상이 라든가 초목의 살아 있는 자태를 이해하고 되었다.

따라서 80세가 되면 나는 훨씬 나아질 것이고, 90세가 되면 한층 더 깊은 곳까지 뀌뚫어볼 수 있을 것이며, 100세가 되면 내가 생각하는 대로 그리게 될 것이고, 110세가 되면 무엇을 그리든 생생하게 살아 있는 모습으로 그릴 수 있게 되리라.

부디 오래오래 살면서 내가 하는 이 말이 헛소리가 아님을 확인해 주시기 바란다.

75세에 화광노인 호쿠사이 쓰다.-308쪽

오늘날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아랫사람들과 평민들의 정당한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배려한다. 이것은 우리 시대의 자랑이다.-3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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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 삶을 비추는 거울 - 연애
    from 세상에 분투없이 열리는 길은 없다 2009-04-21 13:05 
    연애를 하다보면 깜짝 깜짝 놀란다. 아 나란 인간이 이런 사람이었구나 이런 상처가 있었구나. 나의 인간관계의 약점들이 가장 적나라 하게 드러나는게 연애가 아닌가 싶다.   여기 두 남녀가 있다. 오죽하면 '남들 안볼때 내다버리고 싶은게 가족'이라고 말하겠냐만, 이 소설의 두주인공인 77년생 스물일곱 화가였던 청소부 여자와 70년생 요리사인 남자의 가족사도 만만치 않다. 이혼, 우울증, 자살, 방임, 조손가정,&
 
 
 
함께 있을 수 있다면 1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6년 12월
구판절판


곧 스물일곱 살이 될텐데. 이제껏 좋은 거라곤 아무것도 모아놓은 것이 없어. 친구도 추억도 없고, 스스로를 좋게 여길 만한 근거도 전혀 없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왜 나는 소중한 것 두세 가지쯤을 두손으로 꽉 움켜쥐지 못했을까? 왜?-199쪽

상페의 작품집을 볼 때면 늘 그랬듯이 그녀의 볼이 발그레해졌다. 꿈꾸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빚어내는 그 작은 세계, 인물과 사물의 특성을 정확히 포착한 선, 얼굴 표정, 파리 교외에 있는 작은 빌라들의 차양, 노파들의 우산, 시적인 정취가 넘치는 상황들. 그녀는 그런 것들을 무척 좋아했다. 상페는 어떻게 이런 것을 그리는 것일까? 이 모든 소재를 어디에서 찾아내는 걸까?-265쪽

라디오에서 어떤 콘트랄토 가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팔뚝에 난 털이 하나씩 모두 뽑혀 나가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숨을 죽이고 라디오 진행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비발디의 '니시 도미누스', 성모 승천 대축일 저녁 기도중에서...-269쪽

그냥... 나에겐 전압 조절이 잘 안 되는 문제가 있어서 그래.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겟는데.... 나는 종종 나에게 버튼 하나가 없다는 느낌이 들어. 볼륨을 조절하는 버튼 같은 거 말이야. 나는 언제나 이쪽이나 저쪽으로 너무 멀리가. 적절한 균형을 잡지 못해 언제나 일이 나쁘게 끝나. 내 성향이 그래...-282쪽

외로워 죽겠어, 외로워 죽겠어 하고 그녀는 나직하게 되뇌었다.
영화관에나 갈까? 쳇, 그러고 나서 누구랑 영화에 관한 얘기를 하지? 감동이 자기 혼자만을 위한 것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어? 그녀는 지쳐서 쓰러지듯 현관문을 열었다. 집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못내 서운했다.
(중략)
책으로 위로할 수 없는 괴로움은 없다고 어느 위인이 말했다. 어디 정말 그런가 보자....-291~292쪽

자아.. 사람들을 만나는게 너한테 득이 될 거야. 넌 죽은 사람들하고만 살고 있어. 이제 여기에 없어서 네 물음에 대답할 수 없는 사람들하고만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넌 줄곧 혼자 있어. 그러면 사람이 이상해져.-318쪽

"(중략)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지 못하는 것은 서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 아니라 어리석기 때문이야. 생각해봐, 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평생 쇠비름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기나 하겠어?"
"그걸 알아봤자 너에게 무슨 도움이 된다고...."
"그것 역시 어리석은 생각이야. 왜 나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지? 왜 언제나 그런 이익의 관점을 들이대는 거야? 나에게 도움이 되건 안되건 난 상관 안해. 나를 기쁘게 하는 건 쇠비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거야."
-3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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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밥상 이야기 - 거친 밥과 슴슴한 나물이 주는 행복
윤혜신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당진에서 미당이라는 밥집을 하는 작가의 이야기는 그녀가 차리는 밥상마냥 담백하고 정갈하다. 

그녀가 차리는 밥상은 된장찌개나 멸치 몇마리 넣고 푹 고은 김치찌개에
밥 뜸들일때 넣어 찐 가지를 집간장 참기름 깨 넣어 무치고 
간장, 된장, 초고추장에 무친 제철 나물들을 더 곁들이고, 
마지막으로 된장독 깊숙히 박힌 곰삭은 짠지들을 내어놓으면 마무리되는 
우리네 어머니가 해주시는 매일 먹는 그 밥상이다. 

책을 읽는 동안 참 곱게도 찍어놓은 음식 사진에 침이 절로 꼴깍 하고 넘어간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음식이 나오는 게 아닌 집음식인데도 그녀의 수더분한 말솜씨에 이끌려 엄마생각, 할매생각, 고향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 사람 참 솜씨만 뛰어난게 아니라 맵시, 마음씨에 풍류까지 제대로다. 

악치는 걸 즐기고, 꽃을 즐기고, 사람들 불러다 밥해 먹이고 자기가 쓴 시를 읽어주는 걸 즐기는 이사람. 

나이드신 동네 노인분들을 위해 동네식당을 재활용 자재와 폐수를 이용한 냉난방으로 친환경적으로 짓고 있는 마음씨에 지혜까지 가진 사람. 

이 책은 이런 사람과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데 나도 조금은 더 나은 인간이 되어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참 좋은 사람의 이야기다. 

<책 속의 몇 구절> 

p145~146 

도시에 살면 본의 아니게 늘 약해지고 죄를 짓게 되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너무 빠른 속도, 지나친 소비와 물욕, 남과의 비교와 경쟁, 상대적인 빈곤감 속에 허덕이며 내 속도가 아닌 그들의 속도로 살아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나는 나만의 리듬과 의식을 가지고 깨끗한 노동을 하며 살고 싶었다. 먹고 살기 위해 남을 괴롭히지 않는 것, 경쟁하지 않는 것,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는 것, 이것이 내가 이곳으로 내려와 밥집을 하는 가장 큰 이유다. 

p190 

'지역적인 것이 가장 환경적인 것이다. 사고는 우주적으로 소비는 지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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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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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만화가 최규석의 어린시절 이야기다. 같은 경상도 촌놈에 두살터울 밖에 나지 않아 그런지 나의 어린시절과 너무나 겹쳐 있었다. 

가족에 대한 다소 질척이는 감성. 만화가가 말한대로 나역시 가족에게 쿨해질 수 없다. 나는 우리집 유일의 유치원 졸업생이고, 사교육의 수해자였다. 

애들 학원도 못보내게 살림살이가 어려워서라기 보다 그런걸 해야하는지 모르셨다는 게 맞겠다. 뭐라고 예전에 왜 그랬냐고 농담삼아 한마디 던지면, 

"애미가 못배워가... 요즈음 젊은 어미 같았으머 니가 훨씬 잘됐을낀데.."라며 뻑하면 눈물 바람을 하는 나의 어머니과 그의 어머니가 겹친다. 

작가는 가난하지만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내던 우리네를 왜 원주민이라고 부르는가. 그저 부모님 모시고 소박하게 사는 전통적인 삶의 방식에서 어느날 돈과 속도가 지배하는 산업화된 시절로 갑자기 내몰려진 우리네 부모세대를 작가는 삶의 뿌리를 느닷없이 뽑혔기에 원주민이라 부른다.  

나 역시 가질 수 없는 것엔 아예 욕심이 나지 않았고, 그 때문에 특별히 맘이 상했던 기억도 없다. 그러나 요즈음 시절엔 가난하다는 것은 왠지 치욕이 되는 듯 하다.  여전히 배고픈 아이들이 있고, 학비 걱정을 하는 아이들이 있고, 두드려 패는 아버지를 둔 아이들도 있는데 말이다. 존재하는 아니 확대되고 있는 가난을 마치 인디언처럼 사라진 유물 보듯이 하면서 말이다. 

빵에 커피한잔으로 아침을 때우며, 지하철 개표구에 표를 넣고 아무리 기다려도 문이 열리지 않아 못들어가던 촌년 출세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나 역시 아마도 부모는 모두 대학을 나왔을 것이며, 특별한 가난을 겪지 않고 자랄 있지도 않은 미래의 나의 아이에게 살짝 이 책을 쥐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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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4-14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셨을 수도 있지만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도 좋더라구요.

무해한모리군 2009-04-15 08:14   좋아요 0 | URL
공룡둘리는 친구들에게 제가 선물을 많이해요.
그 작품도 좋지요.

향기 2009-04-14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에 담아봐야겠어요 ^ ^

무해한모리군 2009-04-15 08:15   좋아요 0 | URL
꽃내음이살랑살랑님의 후기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