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랑별 때때롱 (양장) 개똥이네 책방 1
권정생 지음, 정승희 그림 / 보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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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의 유작입니다.  

권선생님의 다른 글이 그렇듯이 이 동화도 무척 깨끗한 우리 말로 되어있습니다. 티브이며 인터넷 속의 비속어에 여과없이 노출되어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순박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전할 수 있는 동화책입니다. 그래서 꽤나 긴 이야기인데도 저는 소리내어 읽었답니다.  

쉬운 동화책이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지혜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한 때는 지천이었으나 이제는 보기 어려운 잠자리 똥개 등 자연 하나하나를 소중히 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사람이 사람다울려면 기계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땀을 흘려 일을 해야하고, 사람과 어우러져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초등학교 3, 4학년 정도 되는 친구들이 읽으면 좋을 동화책이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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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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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삶에 들이닥친 쓰나미.. 지루함..

나이 서른, 브리짓존스의 일기의 나오는 구절처럼 '이러다 어느날 기르던 개한테 반쯤 뜯어먹힌 채로 발견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이러다 생각하는대로 살지 못하고 사는대로 생각하게 되는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 일요일 밤이면 극도로 심해지는 우울을 극복하고 매주 계속되는 극기의 출근에 따른 지루함.

그녀는 내게 다르게 살기는 가능하다며 떠나라고 속삭인다. 스물아홉의 저자는 이혼과 망가진 대학로(그녀의 일)를 두고 파리로 떠난다. 파리의 무서운(!) 뒷골목을 거침없이 거닐고, 영어 네이티브스피커를 원하는 베이비시터 자리도 용감하게 도전해 꽤찬다. 나락에 떨어져도 돌맹이 하나라도 집고 일어나라고, 간절히 원하면 세상도 도와주기 마련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나의 짧은 해외체류 경험을 생각해봐도 우리나라 아가씨들은 참 어디 떨어뜨려놔도 야무지게 잘산다. 아니 잘산다는 걸로 부족하고, 이 모든 "눈"들에서 벗어나자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래, 너무 힘들면 늘 놓인 장소에서 살짝 벗어나는 것도 답이 될 수 있겠다 싶다.

저자의 출산기와 육아기도 참 인상깊었다. 생각하는대로 살아가려는 그녀의 노력이 가장 빛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내게는 그저 두렵기만 한 부분인데, 대화로 끈기있게 설득해나가는 그녀의 모습 속에서 아 이렇게 살 수도 있겠구나, 이런 방식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외국인과 시민연대를 맺은 상태다. 물론 한국의 '시댁'을 생각하면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왠만하면 결혼하지 말기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지 않은가!!)

이냥반 글 참 맛나게 잘쓴다. 이렇게 잘난 냥반이 쓴 글인데, 그래 너 잘났다 이런 시기의 느낌 보다 이 사람은 이런 힘겨움을 용감하게 해쳐나갔구나 하는 공감과 용기를 준다. 그리고 이 냥반의 짝꿍의 사진도 그녀와 아이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 글과 잘 어울린다. 

내게도 늘 옷장에만 걸려 있는 검정드레스가 하나 있다. 당장 큰 일은 못저지르더라도 옷 하나 내 맘대로 입는다고 큰 일 나는 것도 아닌데, 검정드레스에 워커신고 데모하러 한번 가볼까?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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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8-12-09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신문에 나시는거 아니에요- ㅋㅋㅋㅋ
 
[중고] 만남
서경식, 김상봉 지음 / 돌베개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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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잔인한 폭력의 시대, 우리는 무엇에 희망을 걸고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가. 거기에 대한 아주 짧막한 힌트를 이 책은 준다. 이 책은 후기를 아주아주 잘쓰고 싶은 욕심에 오히려 쉽사리 글이 써지지 않는다. 후기를 아주아주 잘써서 이 책이 많이 팔려서, 이런 대담이 지속되기를 바래본다.

내게 518민주항쟁은 머리속에는 있으나 마음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마 지식으로 먼저 접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서 518항쟁이 우리 역사속에서 지닌 의의가 내 마음속에 자리를 잡았다. 계급과 계층을 떠난 민중적 연대의 실현의 장.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고, 왜 유지될 수는 없었는가. 여기에 우리의 희망과 좌절 모두를 본다.

'진보란 무엇인가'를 내게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스스로가 언제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민감한 인식'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고통이야 말로 서경식과 김상봉 이 두사람의 접점이다. 나는 서경식의 번역되어 나온 저작 거의 모두를 읽었고, 언제나 처럼 이 사람의 예민한 감성과 재일조선인이라는데서 오는 타인의 고통의 대한 예민한 감성에 놀라곤 한다. 겨우 백년전 미국에서 흑인들을 잔인하게 살인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았듯, 현재 우리는 비정규직을, 재외국인들을,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인간이하의 삶으로 밀어넣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간다.

우리는 차이가 차별이 되고, 이 차별이 상대의 생존을 위협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서경식이 그렇게 '우리'라는 단어에 예민한 이유는 '우리'로 묶으는 순간 차이는 희석화 되고, 차이를 가지는 사람은 주변화 되며, 이는 차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김상봉과 서경식은 공히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을 말하고, 서로의 고통의 대해 연대하는 세상을 이야기 한다.

그래, 김상봉의 말처럼 씨뿌리는 자가 거두려 하지 말고, 황소걸음으로 내가 가다 못가면 또 내 뒷사람이 가다보면, 비록 나는 보지 못할지라도 조금은 더 살만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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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8-11-2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책 읽어보고 싶었던 책인데, 리뷰를 보니 질러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 서로의 고통에 연대의식을 갖는 세상, 그런 세상은 어디에...
 
正義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
리 호이나키 지음, 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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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과 표지를 보면 책을 다 읽은 듯한 책이 있다.
이 책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가 그러하다.

먼저 상단엔 , 단정하면서 참 소박히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제목이 놓여있다.
사람이 자기길을 가면서 늘 최선을 다해 살고, 늘 그 순간의 정의를 위해 살아가더라도
뒤돌아보면 비틀비틀 하기 마련.
나도 성장하고 내가 믿는 정의의 틀도 성장하고, 심지어 나를 둘러싼 세상도 씽씽 바뀌고 말이다

그리고 표지 밑단에 녹색평론사라고 단정한 필체로 적혀있다.
최근 녹색평론의 글엔 시사적인 글들이 많이 다뤄지기는 하지만,
가장 고민의 뿌리는 소비사회, 자본주의 사회로 부터 벗어나기가 아닌가 싶다.
그 벗어나기의 주요한 방법으로는 소농중심의 지역사회의 복권이 제시되고 있다.

자, 재생용지로 만들어진 표지만 봐도 벌써 힌트는 다 나왔다.

오래된 미래에서 다뤄진 것처럼
커다란 농사 기기를 은행 대출로 구입한 농민은
더 많은 땅을 더 오랜 시간 경작하지만,
점점 더 가난해 지고, 결국 대기업의 소작농이 될 수 밖에 없다.
하루 대부분을 죽도록 일하는 나는
매달 그렇게 무언가를 사는데도 좀체 쇼핑목록이 줄어들지 않는다.
가끔 내가 만드는 쓰레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연해 질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의 소중한 소녀들은 친구들과 재미있게 뛰어놀 시간을
휴대폰을 위해, 기꺼이 값싼 알바로 더 나쁘게는 원조교제로 흘려보내 버리나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내내 한 가지 의문이 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저 이 소비사회가 싫어 세상과 등지고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것으로 되는 것인가.
왜 많은 농촌 공동체들이 실패로 끊났을까..
왜 6년전 프랑스 공동체에서 나는 적응하지 못하고 뛰쳐나왔을까..
이것에 대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문득 권정생 선생님 생전에 사시던 초가집 앞에 단정히 놓여있던 낡은 고무신 한컬레가 떠오른다.
나는 내 이십대를 쓰레기들을 사느라 보냈으면서도 아직 정신을 못차린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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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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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잼과 같은 나이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땐 일단 두께에 질려서 겨우겨우 보다 던져버렸습니다.

그런데 알라디너 마태우스님의 후기를 보고 서른에 다시 만난 이책은 마지막 책장을 덮고 이별하기가 싫어졌습니다. 잼이랑 스코트랑 부아저씨와 더 놀고 싶더군요. 그땐 왜 재미가 없었을까. 세상의 무수한 편견과 차별을 만나기 전이라 까막득히 먼 나라의 유별란 편견이 공감하기 어려웠나 봅니다.

저는 성장소설을 그닥 즐겨읽지 않습니다. 어른이 되는 순간의 고통을 목격하는게 왠지 마음이 싸한 것이 우울해져서 의식적으로 피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유머에 있습니다. 아이들의 상상력과 속마음이 읽는 내내 미소를 머금게 합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믿음을, 내일에 대한 희망을 다시 가져봅니다.

재미있게 읽었는데 내용도 생각나지 않는 책이 있고, 그럭저럭 읽었는데 살다보면 한번씩 생각이 나는 책이 있습니다. 그렇게 살면서 생각이 나서 그런 책은 고전이 되는 듯 합니다. 앵무새죽이기도 가끔 생각날 듯 합니다. 다문화가정에 대해, 남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해 저도 이러저러한 편견에 사로잡힌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런 어른이 읽기에도 아이들이 읽기에도 참 좋은 책입니다. 꼭 한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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