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도시 - 대규모 전염병의 도전과 도시 문명의 미래
스티븐 존슨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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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 런던에서 발생한 전염병에 관한 과학 논픽션 <감염 도시>. 탐정 소설을 읽는 듯한 흥미진진하고 실감나는 전개가 일품입니다. 과학 저널리스트 스티븐 존슨의 맛깔스러운 서사에 푹 빠져 읽게 됩니다.


<감염 도시>는 1854년 8월 28일부터 9월 8일까지 짧은 기간에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유행성 질병을 다룹니다. 1840년대 말에도 심각했지만 1854년에 재유행을 하면서 단기간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낸 이 질병의 주인공은 콜레라입니다.


콜레라는 박테리아의 한 종류로 정식 명칭은 비브리오 콜레라입니다. 반드시 소장에 들어가야 해를 입습니다. 오래전부터 있었던 질병이어서 원래라면 그 정도로 창궐하지 않았어야 했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했습니다. 당시 런던은 48킬로미터 경계선 내에 250만 명이 몰려 살았던 거대한 도시였지만 안전한 기반 시설이 전혀 없었습니다. 디킨스의 소설에 자주 언급된 런던의 악취는 과장된 게 아니었습니다.


설사를 하며 앓아누운 아기. 기저귀를 씻어낸 물을 오물 구덩이에 버림으로써 이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안면이 쪼그라들고, 눈은 움푹 꺼지고, 입술과 사지 말단의 피부가 시퍼렇게 질리고, 손톱은…검푸르게 되는 증세를 보이며 이후 24시간 만에 폭발적으로 사망자가 발생합니다. 멀쩡히 건강하던 사람이 12시간 만에 죽어버리기도 합니다. 온 동네가 생사의 기로에 놓입니다. <감염 도시>는 당시 기록된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들려줍니다. 누가 죽고 누가 살았는지.


"전염병은 물 밑에서 역사를 창조하고, 세상을 바꾼다. 이 사건 속 사람들은 극히 평범한 군상으로서 자신의 행동이 후대에 어떻게 기억될지 단 1초도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일상을 살아간 사람들이다." - 감염 도시 



콜레라가 어떻게 전파되는지 미궁에 빠집니다. 감염론과 독기론 중 독기론이 우세였던 상황에서 콜레라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나선 이가 있습니다. 빅토리아 여왕의 여덟째 아이 출산 때 마취 담당의로 최고의 명의로 손꼽힌 존 스노 박사입니다. 그는 조밀한 도시 거주지의 오염된 식수와의 관련성에 주목합니다.


같은 환경에서도 식수원이 다르면 질병 발생의 차이가 있다는 걸 통계를 통해 풀어나갑니다. 그토록 짧은 시간에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는 건 공동 상수원이 오염되었다는 거죠. 지금은 충분히 이해가 잘 되지만, 당시엔 이런 생각을 아무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론을 세우고 입증까지 그 여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도시 삶의 현상을 조사한 존 스노의 방법은 이후 질병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한편 동네 목사 헨리 화이트헤드 역시 병자들의 머리맡을 지키며 조사에 나서게 됩니다. 개방적이고 탐구적인 성향에 공동체에 대한 깊은 식견이 있었기에 그의 노력 역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규모 콜레라 발생이 까마득한 과거의 일로만 여겨지는 그런 날은 반드시 올 거라네. 그리고 질병의 전파 방식을 파악하는 것이 바로 질병 박멸의 수단이 될 것이네." - 존 스노 박사



그들이 이룬 콜레라 대처는 합리적 관찰과 스스로의 사회의식이 결합된 결과물입니다. 전염병의 사회적 패턴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질병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가설의 예측들을 확인한 결과를 바탕으로 조치를 취함으로써 콜레라와 인간의 싸움은 막을 내립니다.


콜레라를 효과적인 살인마로 바꾼 것은 사람이었고,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 문제와 엮여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대도시 환경에서 밀도를 이용해 인간을 해치는 새로운 질병에 우리는 언제든지 노출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질병으로 팬데믹 현상을 겪는 현재처럼 말이지요. 현대 도시 문제, 공중보건 해법을 전 지구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을 일깨우는 <감염 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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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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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하는 상상은 누구나 해봤을 거예요. 내 삶은 내가 선택한 것들이 축적된 결과물입니다. 내 삶에서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을 또렷이 인지하며 고민을 거듭할 때도 있지만, 인지조차 하지 못한 채 나도 모르게 흘러가기도 하지요.


어린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윌라의 인생을 담담히 그려낸 소설 <클락 댄스>. 윌라는 아주 평범한 우리 할머니, 내 어머니 혹은 나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이자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일컬어지는 앤 타일러 작가. 프로필 사진 분위기가 <클락 댄스>의 윌라를 만나는 듯한 기분입니다. 늘어지지 않는 문체에 흡인력 무척 좋은 소설입니다.


1967년 초등학생 시절, 1977년 대학생 시절, 1997년 두 아들을 둔 엄마 시절을 거쳐 2017년 예순한 살의 나이에 이른 윌라. 과거 시절은 윌라의 인생에 변곡의 기폭제가 된 사건을 보여줍니다.


열한 살 윌라는 집을 나가버린 엄마 때문에 행복한 가정이란 뭘까 고민합니다. 금세 되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엄마의 눈치를 보며 살피는 윌라와 여동생은 이미 큰 고통을 받은 상태입니다. 괴팍한 엄마 밑에서 혼란스러운 어린 시절을 겪었습니다.


대학생 시절에는 결혼을 원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윌라가 원했던 공부 라이프에 지장이 생깁니다. 결혼 대신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기에 선뜻 결정 내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로부터 20년 후, 어느새 장성한 두 아들을 둔 윌라에게 교통사고로 남편을 떠나보내는 시련이 닥칩니다. 첫째를 임신하면서 결국 학업을 중단했던 윌라는 아내로,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왔지만 결국 크나큰 상실감을 안게 됩니다.



그리고 할머니라 불리는 나이에 이른 2017년. 두 아들은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고, 윌라는 재혼을 해 평화로운 일상을 보냅니다. 어느 날 낯선 이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윌라는 엄마에게서 받은 고통을 몸에 새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늘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윌라가 생각하는 좋은 엄마는 '예측 가능한' 엄마입니다. 엄마의 기분을 살피지 않아도 되게끔 말이지요.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눈치 있게 남편을 대하는 요령을 터득하는 윌라입니다. 이런 모습은 상대의 감정과 기분을 파악하느라 자기주장 없는, 소극적인 모습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전화를 받고 생기는 일들은 윌라의 가치관에 걸맞게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뭔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남들이라면 하지 않을 일을 선택함으로써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윌라.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번에는 무엇이 윌라의 마음을 건드렸길래 행동의 변화를 주게 되었는지, 윌라의 인생 제2막의 방향을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읽게 됩니다.



<클락 댄스>에는 사와로 기둥 선인장을 좋아하는 윌라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선인장은 특별한 보살핌 없이도 환경 적응을 잘 하며 무심하게 사는 것 같지만, 모든 걸 담담하게 참고 견딘 차분하고 인내심 많은 식물입니다. 윌라의 인생과 닮았습니다.


표제이기도 한 '클락 댄스'는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것처럼 째깍 소리에 맞춰 아이들이 팔을 움직이며 춤을 추는 장면에서 언급됩니다. 그런데 윌라가 생각하는 클락 댄스는 아주 빠른 속도로 지나가버리느라 흐릿한 색깔만 보이다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찰나의 인생과도 같습니다.


상실감에 빠졌을 때 윌라가 들은 조언이 있습니다. 더이상 기대할 게 없을 때면, 하루를 각각의 개별적인 순간들로 쪼개 그 순간들에만 집중해보라고 말이죠. 하지만 윌라에게는 썩 도움이 되진 못했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우리는 광활한 우주를 떠다니는 아주 미미한 유기체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이죠.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던 윌라에게 새롭게 찾아온 기회를 두고 일어나는 변화를 그린 소설 <클락 댄스>.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왜 그냥 바라기만 해요? 왜 우유부단하게 망설이기만 하세요? 왜 모든 일에 정면으로 나서지 않고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서 있는 거예요?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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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 COMPACT 나트랑 - 2020~2021 최신판 트래블로그 시리즈
조대현.정덕진.김경진 지음 / 나우출판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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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지내는 저자의 생생한 노하우가 담긴 COMPACT 나트랑 가이드북. 이름대로 컴팩트한 분량이어서 여행 갈 때 챙겨가기 좋은 두께이면서도 필요한 정보는 꽉꽉 채워진 여행 가이드북입니다.


한 달 살기 좋은 여행지로 각광받는 나트랑. 작년에 정말 핫했던 여행지였죠. 해안 도시여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인접 도시로 넓혀 달랏, 무이네까지 다녀오기 좋은 도시입니다. 롯데마트, 빈콤 프라자, 나트랑 센터 등 쇼핑의 편리함과 한국 음식을 하는 식당도 많아 한 달 살기 할 때 음식 고생은 덜 수 있습니다.


인기 있는 해변 휴가지를 벗어나면 좁은 골목길과 냐짱의 오래된 집들을 찾을 수 있는 나트랑. <트래블로그 COMPACT 나트랑>에서는 인파를 피하고 싶은 해변은 어디에 있는지, 해양스포츠를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외 볼거리는 무엇이 있는지 나트랑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코스를 다양하게 소개합니다. 자녀나 부모님과 함께 하는 가족여행에서는 빈펄 랜드만 즐기는 관광객도 많아서 빈펄 랜드 정보도 따로 수록되어 있어요.


자신의 여행 스타일에 맞춰 세세한 일정이 소개되어 있어 일정 짜는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시내 주요 관광지, 해변, 머드 스파, 나이트 라이프, 나트랑 외곽, 빈펄랜드 등 공항 도착 후 이동 루트와 숙소 정보도 잘 알려주고 있어요. 이동할 때 바가지 쓰지 않는 노하우도 꼭 알아두고 가세요.


관광지만 보고 오는 여행이 아닌 진정한 여행이 되려면 로컬 문화와 현지인의 삶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겁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물가가 저렴한 덕분에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고, 세계 두 번째로 커피 원두를 많이 재배하는 나라에서 나오는 다양한 맛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베트남입니다. 커피가 유명한 베트남인만큼 카페도 많은데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프랜차이즈 카페는 상상한 것보다 훨씬 분위기가 멋지네요.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도심 속 쉼터 같은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곳들이 많이 생겨 카페 투어 하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베트남 음식점이 국내에도 많이 있긴 하지만,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우리가 모르는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도 있기 마련이죠. <COMPACT 나트랑>은 남들 다하는 뻔함 대신 섬세하게 로컬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이드북입니다.


생태관광이라는 테마로 현지 가족 관광객과 온천을 즐기는 러시아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우리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의 나트랑 여행지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로컬을 즐기다가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도 있어 관광지 정보 중심에만 치우친 가이드북이 아니라 진짜 여행할 때 실제로 겪는 일들을 미리 시뮬레이션 해보는 느낌이었어요. 첫 이미지가 여행의 전체 감상을 좌우하듯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문제 해결 노하우를 잘 알려주는 가이드북이에요. 우리 문화와 미묘하게 다른 부분들도 미리 잘 알고 가야 스트레스받지 않는 여행이 될 겁니다.



3박 5일 여유로운 나 홀로 여행을 하기에도 좋고, 부모님과 함께 즐기는 효도 여행으로 좋은 나트랑. 도시 형태의 인프라 속에서 휴양과 힐링을 다 만끽하면서 원하는 관광지, 맛집을 여유롭게 찾으며 이동하고 싶은 자유여행자에게 유용한 가이드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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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 COMPACT 나트랑 - 2020~2021 최신판 트래블로그 시리즈
조대현.정덕진.김경진 지음 / 나우출판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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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갈 때 챙겨가기 좋은 두께이면서도 필요한 정보는 꽉꽉 채워진 여행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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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예측, 부의 미래 - 세계 석학 5인이 말하는 기술·자본·문명의 대전환
유발 하라리 외 지음, 신희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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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NHK 다큐멘터리 <욕망의 자본주의 2019 : 거짓된 개인주의를 넘어서> 방송을 토대로 엮은 책 <초예측 부의 미래>. 거대 플랫폼 기업, 암호화폐, 블록체인 기술 등 현대 자본주의가 과학기술과 만났을 때의 딜레마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석학 5인들의 면면이 대단합니다. 문명사적 관점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미래를 내다보는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거대 IT 기업들의 폐해를 비판한 <플랫폼 제국의 미래> 저자 스콧 갤러웨이, 암호화폐 개발자 찰스 호스킨슨, 정부의 개입과 규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장 티롤, 젊은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까지 모두 현대 자본주의 위기 상황의 극복 지점을 저마다의 시선으로 들여다봅니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구성입니다. 깊이감은 덜할 수 있지만 저자들의 핵심 주장을 엿볼 수 있어 그들의 주요 저서를 읽기 전에 미리 맛보기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석학 5인들의 이야기가 한데 모여 경제, 사회 향방에 대한 큰그림을 보여준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초예측 부의 미래>는 부와 경제의 흐름을 이야기합니다. 욕망의 총체인 자본주의의 모순, 갈등, 딜레마, 패러독스를 통해 현재의 자본주의가 어떻게 변할지, 그 과정에서 생길 문제점은 무엇인지, 현재 지점에서 대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새로운 과학기술에 힘입어 변화하는 자본주의. 빅데이터, 인공지능 같은 기술들은 오히려 중앙 집중형 시스템에 효율적이어서 생기는 여러 문제들이 있습니다. 데이터가 자산인 경제 체제는 생산, 소비, 노동의 영역에서 큰 변화를 초래합니다.


유발 하라리는 감시 자본주의의 도래, 일이 없는 세계를 대비하는 데 필요한 시각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대상은 '인간'이라는 것에 초점 맞춥니다. 부, 권력이 엘리트에 집중되는 걸 막고 사회적 지위와 자존감을 지켜주는 방법을 고민하게 합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의 첫 글자를 따 GAFA (가파)라고 부릅니다. 과학기술이 주도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인 GAFA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지만 거대 독점 기업일 뿐입니다. 너무나도 커진 영향력은 시장 독점으로 인한 부작용도 함께 커집니다. GAFA의 영향력을 분석하고 그 해법을 제안한 스콧 갤러웨이어 강력한 한 수도 눈여겨볼만합니다.


비트코인의 뒤를 잇는 2세대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만든 천재 수학자 찰스 호스킨슨과 독과점 기업 규제 이론으로 201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장 티롤의 견해도 눈길을 끕니다. 찰스 호스킨슨은 암호화폐가 경제적 평등을 가져올 거라고 말한 반면, 장 티롤은 암호화폐의 확산에 낙관적인 입장은 아닙니다.


블록체인의 스마트 콘트랙트(온라인에서 직접 거래가능한 구조)가 다른 선택지를 제공하는 시장 창출을 할 수 있을지, 정치적 독립성과 겸손함을 바탕으로 한 현명한 규제로 현재의 문제점을 수정하도록 해야 할지 그들이 생각하는 방향을 살펴보며 어떤 미래로 향하면 좋겠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교육적으로는 '무지의 장막' 개념이 가장 잘 와닿았습니다. 장 티롤이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는 적절한 규제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때 언급한 개념인데, <정의론>의 존 롤스가 제안한 일종의 사고 실험입니다. 내가 그 누구도 아니라고 상상하며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을 그려보는 겁니다. 뭔가를 가진 상태에서는 기득권을 잃기 싫어하지만, 무지의 장막 아래서는 평등을 주장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거죠.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목표를 정하는 데 용이한 방법입니다.


철학적 근거를 갖고 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위기 상황을 비판한 <내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의 저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현대 디지털 사회의 본질을 파헤칩니다. 기계에 지배받고 있는 게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누군가'를 주목합니다. 새로운 리얼리즘을 제안하며 철학적인 앎을 강조하는 그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야 합니다.


역사, 경영, 경제, 철학 등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어 세계 경제와 자본주의에 관해 들려준 <초예측 부의 미래>.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불확실성 속에서도 건져낸 석학들의 통찰을 만날 수 있습니다. GAFA의 폐해만큼은 공통된 의견을 보이더군요. 세계 석학 8인과의 인터뷰를 담은 <초예측> 책과 함께 읽으면 더 재미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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