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킹 토크 - 상대를 훅 끌어당기는 고품격 대화법
문석현 지음 / 천그루숲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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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쇼호스트가 알려주는 상대를 훅 끌어당기는 고품격 대화법 <후킹 토크>. 기존의 대화법 책과는 완전 달라요. 소설 좋아하는 독자들도 꼭 읽어보세요. 다양한 갈등 장면이 나오는 소설 속 사례를 커뮤니케이션 이론과 접목해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소설도 그냥 소설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한국인의 삶과 정서를 고스란히 담은 한국 현대 소설만 다룹니다.

 

 

 

<후킹 토크>는 왜 남자와 여자는 말하는 법이 다를까? 어떻게 하면 상처 주지 않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저 사람과 친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멋진 나를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나와 타인을 이해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버라이어티하고 한계 없는 여자의 걱정에 대처하는 남자의 자세는 연애 잘 하고 싶은 이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네요. 공감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커뮤니케이션에 100% 적용되는 수단이라는 것을 장강명 소설 <한국이 싫어서>, 김애란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한은형 소설 <거짓말>, 이혜린 소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등의 장면들을 통해 보여줍니다.

 

 

 

온리 원이라는 자존심 빼면 시체인 남자. 남자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여자의 말 한마디도 곁들입니다. 천명관 소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는 여자사람 필독서더군요. 커뮤니케이션에서 결과를 중시하는 남자와 과정을 중시하는 여자의 차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갭이 컸습니다. <후킹 토크>에서는 공감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 한들 실천법을 모르는 이들에게 명쾌한 해결책까지 내놓습니다.

 

"온몸 구석구석 깊숙하게 박혀 있는 DNA를 자극하라." - 책 속에서

 

 

 

상처 주지 않는 대화법은 사회생활 잘하는 방법이기도 했어요. 주로 상사를 대할 때 경험할 텐데 완벽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권위적인 사람을 상대할 때는 남과 다름을 강조해주는 방법으로, SNS에서 말 한 마디 때문에 상처 입는 사람이라면 무의미한 질문엔 무의미한 답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재미있는 건 여자는 감정적이라 에둘러 지시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상사라면 생각을 바꿔야 하겠습니다. 직접적인 피드백 이후 감정 헤아려 주길 원하는 여자의 심리를 보여주네요. 정아은 소설 <잠실동 사람들>을 읽어보세요. 이 외에도 사회생활 속 다양한 갈등 상황을 조남주 소설 <82년생 김지영>, 정이현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낯을 심하게 가리는 저는 모르는 사람과 금방 친해지는 비결이 너무 궁금했었는데요. 상대 얼굴 대신 상대를 감싸고 있는 것부터 주목하라는 조언을 받아들여야겠습니다. 쓱 2초면 끝이라네요.  '요즘 어때요?' 같은 막연하고 맥 빠지는 질문 대신 지금 보이는 팩트를 바탕으로 말을 건네라고 합니다.

 

<후킹 토크>에는 저자의 쇼호스트 경험이 잘 녹아있습니다. 불특정 다수 시청자에게 의도적으로 하는 질문 등 심리를 이용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누구도 거부하기 어려운 커뮤니케이션 도구이자 상대방에게 관심이 많다는 표현 도구가 되는 질문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소통에 관한 갈등 사례는 이석원 소설 <실내인간>, 조정래 소설 <풀꽃도 꽃이다>, 최민석 소설 <능력자>, 정하은 소설 <모던 하트> 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장강명 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 백영옥 소설 <애인의 애인에게> 등을 통해 나의 매력을 발산하고 내 멘탈을 지키는 방법도 소개합니다. <후킹 토크> 책 구성으로 짐작할 수 있듯 소설을 좋아하는 저자의 성향상 몰입과 사색의 습관으로 인도하는 글쓰기의 영향도 피력합니다. 남들과 비교하며 사는 것이 아닌 남들과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면 알아둬야 할 노하우가 많았습니다.

 

저자가 소설에서 갈등과 해결책을 캐치하는 능력은 신급이네요. 한국소설 속 문제 장면만 다뤘기에 내 이야기 같은 생생함이 돋보입니다. 앞으로 소설을 어떻게 읽어내야 내 삶의 지혜로 연결할 수 있을지, 소설 읽는 법을 배운 기분입니다. 커뮤니케이션 향상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순수 한국소설 독자에게도 강추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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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 특급 살인 -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원작 소설, 공식 출판작,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영희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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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고전 추리 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

1974년 영화화 이후 43년 만에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원작소설은 황금가지 출판사의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에 포함된 책 <오리엔트 특급 살인>으로 만났어요. ebook으로도 가지고 있었지만 저는 역시 손맛 좋은 종이책이 딱이네요. 인물들 이야기 나올 때마다 본문의 유일한 이미지인 열차 내부 그림을 다시 펼쳐가며 확인하기 편했습니다.

 

 

 

이스탄불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초호화 오리엔트 특급 열차 안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룬 <오리엔트 특급 살인>. 작가는 이 소설을 이스탄불의 호텔에서 썼다죠.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주인공인 할머니 마플 양과 콧수염이 인상적인 에르퀼 푸아로 탐정 중 푸아로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입니다.

 

 

 

2017년판 영화와 원작소설은 큰 줄기는 같지만 디테일한 면에선 조금 달랐습니다. 첫 장면은 영화 쪽이 부연 설명이 길었어요. 초중반까지는 원작소설 쪽에 한 표. 간략하고 명쾌한 진행으로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가는 원작소설입니다.

 

 

 

벨기에 출신 에르퀼 푸아로 탐정 참 독특한 인물입니다. 천재처럼 보이다가도 어떨 땐 병맛 같은. 달리 할 일 없으면 사람을 관찰하는 성격은 원작소설에 잘 드러납니다. 영화만 보면 머릿속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지 부족한데, 소설에서는 유심히 관찰하는 평소 성격을 통해 프로파일러로서의 면모를 이해하게 됩니다.

 

 

 

사흘간의 유럽 횡단 여행의 배경이 되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 다양한 국적, 계층의 열세 사람이 모였습니다. 그중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푸아로 탐정에게 의뢰한 라쳇. 결국 그는 밤새 잔인하게 칼에 찔려 죽은 채 발견됩니다. 마침 폭설 때문에 열차가 서 버린 상태에서 말입니다.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푸아로가 사건을 맡습니다. 이번 살인 사건에는 증거가 꽤 많습니다. 하지만 진짜 증거인지 가짜 증거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열두 명의 승객이 서로가 서로의 증인이 된 데다가 다들 살인 동기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살해당한 라쳇의 과거를 알게 되자 그때부터는 상황이 바뀝니다. 어린이 유괴범죄로 한 가정을 무너뜨린 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되었다 증거불충분으로 석방 후 신분을 바꾼 라쳇. 게다가 승객들 역시 비밀을 안고 있었습니다. 이제 열두 명 모두 용의자가 되었습니다.

 

 

 

사건을 맡을 때 '회색 뇌세포를 사용하라'는 열차 회사 간부이자 친구인 부크의 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증거 체취보다 심리 분석파인 푸아로 탐정. 프로파일러인 셈입니다. 영화에서는 이 과정이 많이 압축되어 슬라이드를 넘기듯 영상미를 강조했지만, 원작소설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비밀을 밝혀내는 과정이 고스란히 나옵니다.

 

 

 

승객들의 증언과 증거가 복잡하게 꾸며진 사건이지만, 오로지 추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밀실 사건 <오리엔트 특급 살인>. 프로파일링이야말로 이 소설의 백미이니 원작소설은 꼭 읽어보세요.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원작소설과 가장 크게 차이 난 부분은 결말 장면이었어요. 소설은 결말까지 열차 안 식당칸이 주배경이지만, 영화는 마지막을 다르게 했습니다. 열차 밖 터널 속에서 '최후의 만찬'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무척 마음에 들었답니다.

 

밀실 분위기 제대로 나게 위에서 내려찍는 촬영 기법도 멋졌고, 몇몇 캐릭터는 소설보다 영화 쪽이 더 매력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쿨할 정도로 담백하게 마무리 짓는 원작소설과 다르게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결말에서는 푸아로 탐정의 내면을 무척이나 극적으로 표현했는데, 좀 과하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워낙에 배경이 멋져 용서되는 ㅋㅋ.

 

여담으로... 푸아로 탐정이 그 멋들어진 콧수염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대해 소설과 영화가 재미있게 표현했어요. 원작소설에서는 수염 다듬는데 고데기를 쓴답니다. 영화에서는 잠 잘 때 쓰는 모자처럼 잠 잘 때 콧수염을 보호하는 캡을 씌운 장면이 가관이었어요. 푸아로 탐정 은근 잊지 못할 캐릭터입니다.

 

 

 

영화 마지막엔 후속작을 예고하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푸아로 탐정에게 지금 이집트로 가야한다고 말이죠.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나일 강의 죽음>이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 이어 푸아로 탐정이 나오는 다음 영화가 되겠습니다.

 

원작소설과 영화 모두 매력 있었어요. 영화는 영화대로 배우들의 연기와 영상미가 좋았는데, 스토리가 탄탄하게 받쳐주니 괜찮은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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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동안 - 부담 없이, 두려움 없이, 재미있게 행복하게 쓰면서 즐기는 만만한 글쓰기
송숙희 지음 / 시디안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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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책쓰기 코치이자 출판프로듀싱으로 활약하는 송숙희의 에세이 <쓰는 동안>. 그동안의 글쓰기 훈련법 책과는 달리 에세이 감성이 가득한 책입니다.

 

 

 

2010년 출간된 책입니다. 송숙희 저자의 글쓰기 관련 책만 읽었던 터라 똑 부러지는 센언니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는데 <쓰는 동안>을 읽으면서 저자의 또 다른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힐링 사진과 함께 부담 없이 읽어낼 수 있었던 <쓰는 동안>. 그런데 신기하게도 읽는 내내 쓰고 싶어지는 욕망이 타오르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책입니다.

 

 

 

<쓰는 동안>은 말 그대로 쓰는 동안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써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몇 가지 알려주는데요. MIT에서도 명쾌한 사고능력이 생기게 하고 연구 능력과도 직결되는 쓰기를 강조합니다. 글쓰기는 마음을 청소해주며 정신건강에도 도움 됩니다. 저는 마지막 이유가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쓰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 다른 사고, 다른 장소에 머물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지금'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뭘 써야 할지 막막한 이들에게 저자는 쓸 거리를 툭툭 던집니다. 주변 환경에 대해서도 써 보고, 정말 소중한 10가지 또는 절대 거부하고 싶은 10가지를 써 보라고 합니다. 나를 PR 하는 문장도 써 보라고 합니다. 나부터 자긍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자랑하라고 합니다.

 

하고 싶은 것을 쓰는 위시리스트도 거창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은 소소한 일들, 가슴 뛰게 하는 일들, 나에게 빠져드는 일들이 나의 버킷리스트가 되는 겁니다. 우리가 써야 할 것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오늘 아침 산책길에 막 발견한 그 새로움, 그 발견에 대해 쓰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말이죠.

 

 

 

송숙희 저자는 쓰는 동안 행복해지라고 합니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도 행복한 마음일 때 다이어리를 쓰라는 글을 봤는데, <쓰는 동안>에서도 스스로와 소통하는 기행문인 일기는 행복한 사람이 쓸 수 있다고 말합니다. 흔히 일기는 내면의 상처와 아픔을 홀로 되뇌며 쓰는 것이라 여겼는데 마음의 포커스를 바꿔봐야겠습니다.

 

 

 

다른 이에게 기대하는 건 일상적이면서도 나 자신에게는 얼마나 기대하는지 묻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나도 모르는 나의 잠재력이 발동해 내 기대치 이상을 이룰수록 나 자신에게 기대해보라고 합니다. <쓰는 동안>을 읽는 중에 싱숭생숭한 일이 많아 평소 잘하던 책 읽기조차 힘들었는데 그때 만난 이 책이 많은 생각을 안겨 주었습니다.

 

"당신은 당신을 얼마나 믿으세요?
당신 자신을 믿지 않고
다른 사람을 믿느라
다른 사람에게 당신의 기대를 거느라
힘들지는 않은지요?

 

당신의 기대를
당신 만큼 잘 충족시켜주는
대상은 없습니다." - 책 속에서

 

 

 

<쓰는 동안>을 읽으면서 결국 쓰기는 일상의 소중함을 표현해보는 훈련이 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해라 식이 아닌 '이래서 쓰는 게 좋다'는 늬앙스로 은근슬쩍 찌르는 <쓰는 동안>. 오히려 감성을 건드리는 저널테라피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결국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합니다. 책장을 덮는 순간 내 삶을 나만의 이야기로 채우고 싶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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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스타트 - 실리콘밸리의 킬러컴퍼니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나
브래드 스톤 지음, 이진원 옮김, 임정욱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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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로 실리콘밸리가 주춤했던 2008년 설립된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9년간의 여정이 담겨 있는 책 <업스타트>. 아마존의 성장사를 보여준 책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의 저자 브래드 스톤이 이번에는 실리콘밸리의 킬러컴퍼니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성공 전략을 낱낱이 파헤쳤습니다.

 

이 책이 출간된 후 우버는 CEO 트래비스 캘러닉이 사임하고 8월에 다라 코스로샤히가 새 CEO로 취임했고, 에어비앤비는 흑자로 전환하는 등 변화가 있기도 했습니다. <업스타트>에서는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창업 스토리, 험난한 전쟁 그리고 폭발적 성장에 이르기까지 두 기업의 성장사를 살펴봅니다.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창업자들의 배경을 먼저 알아보는 것으로 두 기업의 이념과 전술 방향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조 게비아,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는 두 명의 디자인 전공자들과 한 명의 천재 엔지니어로 구성된 독특한 조합이었어요. 집세 부담에 시달리던 그들은 디자인 콘퍼런스 참석 차 그 지역으로 몰려온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숙소를 미끼로 던진 것을 계기로 집 공유 개념을 사업 밑천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우버의 게릿 캠프는 취약한 택시업계 때문에 데이트마저도 곤란해지자 영화 <카지노 로열>에서 본 아이디어와 결합해 차량 공유 개념을 사업 아이디어로 점찍고 트래비스 캘러닉과 함께 확장합니다.

 

실리콘밸리 성공기를 접할 때마다 특유의 투자 형태에 부러움을 가지기도 했는데요, 에어비앤비와 우버 역시 험난한 투자 유치 과정을 겪었지만 결국 투자 유치에 성공합니다. 당시 숙박 공유, 차량 공유 개념에 대한 이해가 낮았던 투자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렸는지 그 과정이 흥미진진했습니다.

 

 

 

 

새로운 신용 경제의 시대를 연 만큼 끊임없는 논란거리와 함께 한 성장이었습니다. 기회주의적 모방이 잇따라  경쟁사와의 전쟁은 기본. 에어비앤비는 집주인의 집이 엉망이 된 사건을 시작으로 초반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위기를 겪었고, 우버는 각종 모순적 규제들과 정치적 싸움을 하게 됩니다. 

 

특히 우버 CEO 트래비스 캘러닉의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은 일명 트래비스 법칙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국민은 정치인들에게 기존 대안 서비스보다 현저히 더 나은 서비스를 수용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말이죠.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대응 방식에 미묘한 태도 차이는 있어도 공통 전략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규제할 수 없을 만큼 회사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사용자 기반이 가진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하면서 무조건 성장하는 게 최고의 전략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성장으로 새로운 시대의 쌍둥이 거인이 된 에어비앤비와 우버. 닷컴 호황 때와는 다릅니다. 실사용자들 유입으로 투자자들이 외면하기 어렵게 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은 많습니다. 에어비앤비는 한국인 교포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건에 대한 사고 책임을 지는 걸 거부하면서 합의는 '오직 인도주의적 이유로 제시됐다.'식의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우버는 승객을 기다리며 앱을 켜놓은 채 운전하다 사망 사고가 난 소피아 리우의 비극이 있었죠. 차가 비어있는 상태에서 대기 시간 중 사고에 관한 책임 공방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우버의 의지는 실망스러울 뿐이지요.

 

 

 

에어비앤비와 우버는 20, 30대 젊은 창업자들이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해 매출, 전체 시장가치, 직원 수 면에서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스타트업입니다. 지구상 최대 호텔 회사인 에어비앤비는 실소유 호텔방이 단 한 칸도 없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서비스 회사 우버는 고용한 전문 운전사와 차량이 없습니다.

 

집을 빌려주고 차를 공유한다는 개념은 이미 그전부터 있었기에 이들이 공유경제, 온디맨드 경제, 원 탭 경제의 창시자들은 아니지만 공유경제 개념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했습니다. 공유경제를 세계적 비즈니스 현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성장은 공유경제의 찬성론, 반대론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지만, 1세기 동안 지속된 기술 사회의 출현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업스타트>는 단순히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창업 스토리를 미화한 게 아니라 가십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뒷담화가 많이 나옵니다. 같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도했지만 단명한 창업가들 이야기도 곁들여 무엇이 달랐는지 성패 요인을 짚어보기도 합니다. 실리콘밸리 전문기자 브래드 스톤의 생생한 글 덕분에 딱딱한 경제경영서가 아닌 기업 전쟁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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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
장지 지음, 차혜정 옮김 / 살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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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가 되면 돈을 망태기로 쓸어 담을 수 있다고 들은 터였다."  - 책 속에서

 

 

 

시골 출신 '나' 팡취안은 임신 중인 아내와 어린 딸과 함께 도시에서 기반을 잡으려 애쓰는 중입니다. 지금은 백수 신세이지만 친척인 스님 아훙 아저씨의 제안으로 절 행사에 참석해 일당을 받는 일을 해봅니다. 아훙 아저씨는 승려 노릇하면 돈을 잘 벌 수 있다며 계속 이 일을 하길 원하지만, 팡취안은 가짜 스님 노릇을 마땅찮게 여깁니다. 돈벌이는 안 되더라도 마음이 떳떳한 일을 하고자 합니다.

 

 

 

우유 배달을 시작으로 신문 배달, 빈병 수집, 불법 삼륜차 영업을 하며 쓰리잡은 기본입니다. 새로운 일을 하나씩 잡을 때마다 그 일을 따내기 위해 쓴 돈도 만만찮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래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니 음식 뇌물을 줘가면서 일감을 따냅니다. 일 따내는 실력을 보니 머리도 빠릿빠릿하게 돌아가는 데다가 행동력은 5G 급입니다. 실행력 하나는 잽싸네요.

 

아들을 기대했다가 둘째마저도 딸이어서 아들 욕심에 셋째까지 낳습니다. 팡취안은 슬슬 체력이 한계에 다다르지만 큰 딸이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려면 찬조금을 내야 하는 실정이라 (시골 출신의 팡취안처럼 도시 호적이 없는 경우) 돈이 더 필요한 상태입니다.

 

 

 

이것저것 일은 많이 하는데도 돈은 모아지질 않습니다. 삥 뜯기거나 범칙금으로 나가기도 하는 재수 없는 날이 이어지고, 아내의 수술비까지... 겨우 벌어들이는 돈은 고스란히 나가버립니다.

 

 

 

다시 절 행사에 참석한 팡취안은 불가의 주문 중 가장 긴 주문인 「능엄주」를 낭송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평정을 되찾게 됩니다. 셋째가 아들이기를 바랄 때 아들을 낳는다면 남은 생을 불교에 귀의하겠다는 생각까지 했던 팡취안. 게다가 결혼할 때 아내에게 평생 일하지 않게 해준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자괴감에 빠졌던 그는 가족을 위해 결국 가짜 승려 노릇을 하려 듭니다. 마침 작은 암자를 물려받게 되는 기막힌 행운이 더해져 순식간에 작은 절의 주지가 됩니다.

 

막상 절을 운영하려니 기업을 경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다단계 판매업자 상술을 구사하는 영업직 역할을 하는 이들도 있어야 합니다. 불교 행사를 열어야 사찰이 먹고산다는 말이 있듯 팡취안은 절을 인수 한 후 바로 큰 행사를 진행하기에 이릅니다.

 

몸은 고단했지만 땀 흘려 돈을 벌었을 때와 달리 이제는 너무 쉽게 돈이 들어와 오히려 떳떳하지 못한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기도 합니다. 가족을 두고 혼자 외딴곳에 와 승려 노릇하니 마음도 심란하고 말이죠. 집으로 돌아가 봤지만 아이들과도 서먹한 상태다 보니 상실감에 사로잡힙니다.

 

 

 

소처럼 일했지만 벌리지 않는 돈. 단물 쪽쪽 빨아먹는 현실을 버텨내기 힘든 그로서는 가족을 위해 그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어정쩡한 가짜 스님 노릇 대신 출가해 정식 스님이 되면 절을 확장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말이죠.

 

가족을 위해 선택한 일이 결국 가족을 버려야 하는 일이 되었으니. 그런데 팡취안으로서는 오히려 그의 재능을 찾아 출가를 한 셈이니 잘 된 일일까요. 아내와 아이들 입장에선 경제적으로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속세의 가족을 위해 속세와 인연을 끊지만 결국 속세의 돈을 벌어들이는 팡취안에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긴 힘들 것 같습니다. 저도 이런 상황에 닥치면 어떤 선택을 해야 좋은 선택일지 선뜻 결정하기 힘들군요. 가족밖에 모르던 중국의 흙수저 팡취안의 선택은 너무 현실적이라 오히려 이렇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오랜만에 중국 소설 읽었는데 은근 재미있어요. 지금까지 읽은 중국 현대 소설 대부분이 꽤 명쾌한 문장에 질질 끌지 않는 편이라 흡인력 아주 좋습니다. 『인생』, 『허삼관 매혈기』를 뛰어넘는 최고의 가족 소설이라는 평을 받은 장지 작가의 <출가>. 올해 각종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갑자기 나의 삶이 게임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단계를 통과하면 즉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게임의 난이도도 올라가며 끝이 없이 계속된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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