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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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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할리우드 영화화 중이라는 스티븐 킹의 공포소설 리바이벌.  강렬하면서 스산한 느낌의 표지만으로도 기대감 상승입니다. 초반 읽으면서 스티븐 킹의 떡밥에 걸릴만한 포인트가 제법 나오지만, 미묘하게 또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대로 진행되기도 하고... 이번 소설은 뭐랄까, 기대감 충족이 엉뚱한 곳에서 발휘하더군요.

 

 

 

 

'어떻게 보면 우리 인생은 영화와도 같다. 주연은 가족과 친구들, 조연은 날마다 만나는 사람들, 엑스트라는 수천 명. 하지만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이 출연하는 때도 있다.'로 시작하는 부분이 긴장감을 벌써 끌어올립니다.

 

조커, 제5의 인물, 변화 유발자라고 불리는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 소설 속 '나'에게는 찰스 제이컵스 목사가 그런 인물입니다. '나'의 인생에 처음 등장한 그날을 운명이 아닌 그저 우연으로 치부하고 싶을 정도라 하니, 찰스 제이컵스 목사와 '나'의 인연은 끊고 싶지만 끊지 못하는 악연의 관계일 거라 예상되네요. 그러다 보니 제이컵스 목사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읽게 됩니다. 도대체 언제쯤 빵 터질까 자꾸 안달하게 되더라고요.

 

제이컵스 목사는 평소 전기에 관심이 많아 실험을 많이 하는 편인데, 사고로 성대를 다쳐 말을 못하게 된 '나'의 형을 제이컵스 목사가 직접 만든 전기 신경 자극기로 치료하면서 기적을 보게 되죠. '나'에게는 그가 우상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제이컵스 목사의 아내와 아이가 사고로 죽으면서 그는 주님을 향한 믿음을 버리게 됩니다. 힘든 시기에 종교가 위로가 되어야 하건만, 신의 이름으로 이 세상은 얼마나 악을 행했는지 그리고 성경에는 모든 세상사를 믿음으로 받아들이라 하지만 우리는 믿음의 대가로 무엇을 받고 있는지 되묻습니다. 종교는 보험 사기극과 같다는 충격적인 설교 사건으로 제이컵스 목사는 결국 교회에서 쫓겨나고, '나'와 제이컵스의 인연도 이것으로 끝인가 싶었지만...

 

 

 

몇 년이 흐른 후. 마약 중독자가 된 '나'와 그 사이 순회 마술사가 된 제이컵스의 만남이 이뤄집니다.
상실의 고통을 경험했던 제이컵스는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데, 형을 치료했듯 이번에도 "아무도 모르는 전기의 능력은 실제로 존재하고 쓰임새가 정말 다양하지."라는 말과 함께 전기를 이용합니다. 그는 교회를 떠난 이후 계속 전기 실험을 해왔던 겁니다.

 

그리고 최종 목표에 몇 걸음 다가갔다고도 하는데. 이쯤 되면 그의 목표가 무엇인지 예측하는 데 정신이 팔리게 되네요. 처음엔 아내와 아이를 잃은 상실감을 프랑켄슈타인처럼 되살리고자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스티븐 킹 작가가 원한 최종 목표는 남다르긴 했어요.

 

제이컵스의 전기 치료를 받은 '나'는 순간 기억을 잃지만 깨어난 후 약물중독에서 말끔히 해방되는 기적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그가 소개해 준 휴의 목장 겸 녹음 스튜디오에서 일을 하며 새 인생을 누립니다.

 

 

 

제이컵스는 그만의 최종 목표를 위한 실험을 계속합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돈을 끌어모으는 행각을 벌이면서 말이죠. 기적의 치유란 이름하에 실상은 제이컵스의 전기 실험 모르모트가 되는 수많은 사람들.

 

무사히 치유되는 이들도 있었지만, 문제는 심각한 후유증을 앓는 이들이 나타난다는 겁니다. 모든 치료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일까요. 후유증의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자해 충동이 있거나, 흙을 먹고 싶은 충동이 있거나... 의식 없는 상태에서 강박증세를 보이는 겁니다. '나' 역시 처음엔 죽은 자들이 꿈에 보이는 후유증이 있었지만 자연스레 사라져 안심하던 시기에 이런 일들을 접하니 마음이 혼란합니다.

 

제이컵스의 큰 그림을 따라가지 못하던 '나'는 그가 평생 기다린 그 순간, 아무도 모르는 전기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하는 바로 그 순간을 함께하게 됩니다. 그것은 우리 인생을 통틀어 가장 두려운 순간이기도 한 죽음과 관련한 것이었어요.

 

죽음이란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인 건 분명하네요.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클라이맥스는 나름 충격적이었습니다. 사후세계니 천국이니 하는 건 평소 별생각 없는 무신론자인 저도 그 장면만큼은 섬뜩했어요. 이 부분은 사실 책을 덮고 생각해보면 무척 우울해집니다. '진짜...? 진짜 그럴까...?'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걸 보면 스티븐 킹의 작전은 성공한 것 같네요. <리바이벌>을 읽고 나면 죽기 싫어질 겁니다.

 

스티븐 킹 특유의 유머와 젠장맞을 묘사가 적나라하게 등장하고, 공포의 기대치에 따라 전체적인 느낌은 오히려 밋밋할 수도 적당할 수도 있습니다. 스티븐 킹 전적을 생각해보면 아주 쎈 묘사는 이번엔 오히려 덜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차원의 공포를 느꼈어요. 책을 덮고 한참 지나고서 스멀스멀 솟는 오싹함. 죽음 너머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열고 싶지도, 아니 알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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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1-06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어지는 !! ( 언제?) 에휴 볼 책이 당장은 밀려서.. 2월쯤? ㅎㅎ 잘 읽고가요!^^
 
100년을 견뎌내는 집, 내가 짓는다 - 시공전문가 박강현이 ‘건축주’에게 전하는 메시지
박강현 지음 / 멘토프레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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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시공기술사 박강현 시공 전문가가 말하는 좋은 집 짓기란? 집다운 집이 되는 탄탄한 집입니다.
디자인만 예쁘고 정작 살기 불편한 집, 냉난방비 폭탄 맞는 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설계에서부터 준공까지 어떻게 지어야 잘 지은 집이 되는지 <100년을 견뎌내는 집 내가 짓는다>에서 꼼꼼히 알려줍니다.

 

집에 대한 인식, 생각의 프레임을 넓혀야 한다고 합니다.

작지만 탄탄한 집 짓기. 이것은 단지 건축사, 시공사, 감리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건축주 스스로가 집에 대한 마인드가 어떠한지, 집짓기 전반의 흐름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환경을 생각하며 경제적인 집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등에 달려 있습니다.

 

 

 

한 번쯤은 꿈꿔봤을법한 나만의 집. 어떤 집에 살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목가적인 풍경에 널따란 마당이 있고, 햇살과 바람이 잘 들어오는 집처럼 머릿속에 꿈꾼 이미지가 있을 텐데요.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 천장 높은 집은 전기세 폭탄, 요즘 한창 인기인 노출 콘크리트 집은 냉기에 건강 해친다니 꿈 주머니가 하나씩 펑펑 터지는 기분입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계속 현실과 먼 꿈만 꿨을 거예요.

멋지거나 예쁘장한 디자인을 보면 이제는 그 이면도 생각하게 됩니다. <100년을 견뎌내는 집 내가 짓는다>는 집짓기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오해를 적나라하게 끄집어내고, 건축주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짚어주면서 실전 집짓기에 도움 되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건축은 사람이 하는 일.

어떤 건축가에게 맡겨야 할지 사람 보는 눈을 높이는 일에서부터, 집짓기 설계 진행, 공사 진행 과정을 하나씩 알려줍니다. 건축, 시공, 감리 과정은 전문가에게 무조건 맡겨만 둔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었어요. 건축주가 반드시 직접 챙겨야 할 사항이 소소하게 많았습니다.

 

집 하나 짓는데 이렇게 많은 과정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동네 오다가다 보면 하룻밤 새 헌 집 허물고 눈 깜짝할 새 번쩍번쩍한 빌라 들어설 때마다 어찌 이리 뚝딱 지어 올릴까... 이런 것만 보다가 이 책에서 알려준 집짓기 전체 과정을 쭉 보니... 죄다 날림공사하고 있었구나 싶네요.

 

 

 

특히 콘크리트 양생과 타설 부분은 집짓기에서 엄청나게 중요하고 긴박하게 진행되는 과정이더군요.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책 읽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손을 꽈악 움켜쥘 정도였으니. 그러고 보면 박강현 저자의 글 솜씨도 참 좋습니다. 건축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글을 썼고요, 중간중간 집짓기와 관련한 명작동화의 재해석 코너도 감칠맛 나게 써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집은 재난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게 저자의 신념이기도 합니다.

경주 지진 이후 특히 불안해진 부분이죠. 대한민국 내진설계 건축물은 5.4%뿐이고, 재난시 필요한 소방서 건물의 71.1%가 내진설계 건물이 아니라는 사실은 깜짝 놀랐습니다. 출동하기 전 소방서 건물이 먼저 무너질 판이니.

 

 

 

환경질환 문제도 언급하는데요.

새집증후군은 새집뿐만 아니라 살면서 하는 개보수 인테리어 공사도 심각하다 하니 저자가 알려준 실내공기 관리법은 꼭 실천해야겠더라고요. 난방 후 환기하는 베이크 아웃으로 새집증후군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외 평소 환기 관리에 관한 이야기도 무척 도움 되었어요. 가만 생각해보니 사시사철 냉난방 하느라, 미세먼지 때문에 웬만해선 창문 안 열고 살거든요. 그런데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환기의 중요성이 크더라고요.

 

침하, 단열 등의 문제도 다루고 있어 유독 곰팡이가 생기고 누수가 되는 집이나 유난히 덥고 추운 이유를 풀 수 있기도 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사용설명서처럼 유용한 내용이 많았어요.

 

그저 예뻐 보이는, 유혹하는 집을 번드르르하게 소개하지 않고 집의 의미에 대해 강조하는 저자의 신념이 마음에 들었어요. 안전하고 쾌적한 집, 살기 위한 집, 집다운 집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집장수가 아닌 진짜 건축주를 위한 집짓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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