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락사스님(보통 아프님이라고 부르더군요. 그래서 저도 다음부턴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서재에 예전부터 즐겨찾기 해놓고 가끔 들어가 글을 읽고 오곤 했는데, 워낙 알라딘 서재에 자주 들어와보질 않아서 인사를 남긴다거나 댓글을 남긴다거나 하질 않았다.

 오늘 우연히 들어가 봤는데, 내일까지 대체 불온 서적 추천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나도 추천하고 싶은 책은 참 많은데 싶은 생각에 한번 해보고 싶어서 처음으로 페이퍼를 작성해 본다! (이게 다 아프님 덕분이다!)

추천 도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서해문집>에서 발간한 [함께 보는 한국 근현대사]

  :  역사학연구소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역사 교재이죠. 쉽게 읽을 수 있으며 역사를 통치자나 위인 중심으로만 배우는 교과서에서는 알 수 없는 당시 민중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미 학교에서 다 배운 내용인데 왜 내가 아는 것과는 다를까라고 생각하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잘못된 교육으로 왜곡된 역사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나 이미 배운 역사가 왜곡된 것이었다는 것을 깨우쳐 가고 있는 대학생들이 반드시 한번쯤은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20대 초중반에 가장 왜곡된 역사의식을 주입시키는 집단에 가 계신 분들께라면 강력 추천입니다!

 

<서해문집>에서 발간한 [바로 보는 우리 역사]

 : 그 유명한 [바보사]입니다. 90년대 대학생들의 필독서 중의 하나였죠. [바보사]가 2000년대 들어서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역사학연구소에서 민중의 관점에서 다시 역사를 공부할 수 있도록 내준 고마운 책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학시절 이 [바보사] 덕분에 비로소 사회를 보는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제가 90년대판 [바보사]의 도움을 받았던 만큼 2000년대를 사는 중고등학생 그리고 대학생들은 이 새로운 [바보사]가 많은 도움을 주리라 생각됩니다.

 

<현장에서 미래를>에서 발간한 [역사속의 미래 사회주의]

 : 이번에도 역사학연구소가 낸 책입니다. 현재 우리의 기억속에서 완전히 삭제된 역사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고의로 우리의 뇌로 접속해 들어가서 Del 키를 눌러버렸습니다. 그게 뭐냐구요? 바로 사회주의의 역사입니다. 일제시대 우리나라 독립운동가의 대부분은 사회주의자였습니다. 왜 우리나라는 일본으로부터 독립하고나서 과거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친일파가 그대로 사회를 지배하고 오히려 더 강한 힘을 갖게 되었을까요? 왜 독립운동을 했던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을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꼭 읽어보셔야 할 책입니다!

 

<역사비평사>에서 발간한 [한국현대사와 사회주의]

 : 이 책은 학술서적이라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위에 소개한 역사학연구소의 [함께 보는 한국 근현대사]와 [역사속의 미래 사회주의]를 읽은 분이라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일제시대부터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직전까지 시간대별로 우리 사회에서 활약했던 사회주의자들을 추적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부 세력들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부는 등 7,80년대에나 통용되던 반공사상을 다시 들고 나오고 있는데, 이 책을 읽어본다면 우리나라가 해방을 맞이하고 새로운 나라의 틀을 세운는 데에 사회주의자들이 얼마나 큰 역할 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서해문집>에서 발간한 [근대를 보는 창 20]

 : 최규진 선생님이 쓴 책입니다. 우리나라 근대의 역사는 비교적 가까운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습니다. 최규진 선생님은 근대를 스무개의 영역으로 묶어서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재밌게 읽을 만한 책입니다.

 

 

<삶이 보이는 창>에서 발간한 [말해요 찬드라]

 : 오랫동안 부천지역에서 이주노동자 관련 활동을 해오신 이란주님의 책입니다. 이 책은 이주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 최초의 단행본이며, 영화 [여섯개의 시선]에서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의 원작이죠. 이 영화로 유명해진 찬드라의 일화는 실화이며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저자는 찬드라 뿐 아니라 여러 이주노동자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대한민국에서 맨몸으로 부딪쳐온 온갖 차별과 멸시와 인격모독 등의 사례들이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만 내용이 내용인지라 상식적인 수준의 감성을 가진 분들이라면 분노와 울분과 눈물과 감동을 각오하고 읽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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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6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08-08-16 15:28   좋아요 0 | URL
가서 읽어보니 직접 지정한 분들에게 드린다고 되어있더군요.
그리고 저는 상품 안받아도 괜찮습니다!
처음부터 상품이랑 상관없이 이벤트 자체가 흥미로워서 참여했으니까요.
결국 아무도 제 글을 열어보지 못해서 실패로 돌아가버렸지만요.
아휴~! 아쉽네요!

순오기 2008-08-18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 불온서적 이벤트에 참여하신 분들 글을 다 읽고 추천했는데, 님의 서재는 세번이나 시도해도 안돼서...이제야 열리느군요.ㅎㅎ 제가 읽은 책, 아는 책 하나도 없지만...덕분에 좋은 책 알게 돼서 감사합니다.
우선 별찜하고 읽을 수 있게 노력하렵니다.^^

감은빛 2008-08-18 13:22   좋아요 0 | URL
에휴~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부주의해서 미처 확인하지 못했답니다. 한번도 여기에 페이퍼라는 걸 써본 적이 없어서요.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도움이 되었다면 영광입니다! 자주 놀러가겠습니다!
 
문제아 창비아동문고 175
박기범 지음, 박경진 그림 / 창비 / 1999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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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이 글을 쓰고 박경진이 그림을 그린, 박기범의 첫 동화집이다.

아내가 이오덕 선생의 <어린이 책 이야기>에 소개된 글을 읽고나서 일부러 찾아 읽었는데, 나는 이오덕 선생의 책을 읽기전에 이 책을 먼저 읽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한마디씩 평을 던졌는데, 아내가 이오덕 선생도 그런 평을 했다고 말하면서 어쩜 그리 비슷한 성향을 가졌냐고 말하며 머리를 휘휘 가로저었다. 책은 무척 재미있었다. 글 한편 한편이 모두 다 살아있는 글이어서 좋았다. 이런 대단한 작가를 여태 모르고 있었다는 게 부끄러울 정도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박기범이란 사람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었다.

박기범씨는 2000년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꾸준히 반전 평화 활동을 해왔으며, 아프가니스탄 어린이 돕기 운동과 이라크 반전평화 지킴이 활동도 해왔다. 이라크 전에서는 인간방패를 자처하며 이라크에 가서 활동했으며 이후 박기범의 이라크통신(바끼통)을 통해서 반전평화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과연 이 책에 실린 10편의 동화들이 그냥 쓰여진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이 좋은 평가를 많이 받으면서 자연히 판매량도 많았다고 하는데, 박기범씨는 이후 오히려 반전 평화 활동가로서 더 활발한 활동을 해왔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운동판에 있으면서 (관심은 많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반전 평화 운동쪽에는 활발하게 참여하지 못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운동을 제외하면 그리 열심히 했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분야가 달랐던 탓도 있고, 여러모로 개인적인 상황들 때문에 이쪽으로 신경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기범 작가의 활동들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무척 부끄러웠다.

이오덕 선생은 '내가 보기로 이 작가가 50년대 이후로 우리 남녘에서 활동한 이원수, 권정생 다음으로 우리 겨레 어린이문학을 꽃피울 수 있는 몇 안되는 동화작가로 그 앞날이 크게 기대된다.' 라고 평했다. 그리고 이 책을 소개한 꼭지의 제목을 '흐린 물결에 휩쓸리지 않는 문학정신'이라고 붙였으며 <어린이 책 이야기>에서 첫번재로 소개했다. 선생이 얼마나 박기범 작가를 높이 평가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에는 <손가락 무덤>, <아빠와 큰아빠>, <독후감 숙제>, <전학>, <문제아>, <김미선 선생님>, <끝방 아저씨>, <송아지의 꿈>, <겨울꽃 삼촌>, <어진이> 이렇게 10개의 글이 실려있다. 이 중에서 노동자에 대한 글이 두 편, 교육에 대한 글이 네 편, 철거민에 대한 글이 한 편, 농민 문제에 대한 글이 한 편, 민주 열사에 대한 글이 한 편, 애완 동물에 대한 내용이 한 편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작가가 얼마나 고심하여 작품의 주제들을 정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독후감 숙제>였는데, 나도 어린 시절 비슷한 경험이 있어 특히 더 공감이 가는 글이었다. 이 이야기에는 '작은책'이라는 제목의 책에 실린 만화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런 연출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만화가 실제로 존재하는 작품인지 궁금해졌다. 왜냐하면 '작은책'이라는 월간지가 실제로 있고, 거기에 이런 성격의 만화가 주로 실리기 때문이다. 한번 찾아봐야지 생각했었는데,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문제아> 역시 무척 공감이 가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김형창의 시에 백창우가 곡을 붙인 '문제아'라는 동요가 무한반복을 눌러놓은 것처럼 머리곳에서 계속 반복되었다. '문제아가 되는 건 쉽지만 보통 아이가 되는 건 어려워'라는 노래 가사 한마디가 이 이야기를 모두 설명해 주고 있었다. <겨울꽃 삼촌>은 박래전 열사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박래전 열사는 알지 못하지만 운동판에서 간혹 얼굴을 마주쳤던 박래군씨의 동생이라서 흥미롭게 읽었다. 작가가 박래전 열사가 분신한 숭실대학교에서 공부했기에 이 작품을 쓴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는 박래군씨의 딸인 '성하'의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는데 실제 박래군씨의 딸인 '성아'와 이름을 바꿔놓았다. 또 실제 '성아'의 나이는 아직 어리지만 이 작품에서는 열살로 되어있다. 아마 그래서 일부러 이름을 바꿔놓은 것 같다. 이 이야기에서는 '민주화 운동'이라는 어렵고 무거운 주제를 열살 밖에 안된 아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놓았다.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 10편의 이야기들이 전반적으로 다 훌륭하지만 간혹 좀 어색하거나 현실성이 조금 떨어지거나 하는 부분들도 있다. <김미선 선생님>이 그 예다. 돈봉투를 받은 선생님에 대한 내용인데 뒷부분이 좀 어색해서 의외였다. 이오덕 선생도 이 이야기를 지적하면서 무척 강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아마 당신께서 학교 선생님이셨기에 더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그리고 <송아지의 꿈>에선 왜 일부러 송아지의 시선을 빌어 표현한 건인지 좀 의아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더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었을 텐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어진이> 역시 조금 불편했다. 여기에 실린 다른 글들과 달리 애완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과연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좀 모호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이오덕 선생의 평을 읽고 나니, 내가 어색하다고 느끼거나 불편한 기분이 든 부분들은 선생도 역시 짚고 있었다. 박기범 작가가 이오덕 선생의 이 평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모르지만(아마 읽었으리라 생각되지만.....) 읽었다면 어떤 말을 했을지 궁금했다.

여기 실린 열 개의 이야기들은 아이들이 주로 보는 만화나 드라마에 잘 나오지 않는 그리고 어른들이 잘 보여주거나 들려주지 않는, 우리 사회를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아이들의 눈으로 들려주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진짜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동화이다. 현실에 있지도 않은 이야기로 괜히 이것저것 가르치려 드는 동화들에 비하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에 대한 반응이 좋다는 얘기들을 들었다. 다행이라 생각된다. 이런 책은 어린이들도 많이 읽어야 하지만 그 전에 어른들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열 살이 넘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꼭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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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18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창비의 '좋은 어린이 책'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지요.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한 일기는 '엄마와 나'라는 제목으로 보리에서 나왔죠. 뒤늦게 한글을 배우는 어머니와 작가가 같이 일기를 썼는데 그 양이 엄청납니다. 박기범 작가의 가족사와 인생사가 담겨 눈물과 감동이 출렁이지요.

감은빛 2008-08-18 13:24   좋아요 0 | URL
네, 이 책이 무슨 상인가를 받았다는 건 어디선가 본 듯한데, 창비에서 받았군요. 그리고 전태일문학상을 받은 일기가 보리에서 나왔다는 건 처음 듣는 얘기네요. 엄청 재미있을 것 같아요. 꼭 사서 봐야겠네요. 값진 정보 감사드립니다!

순오기 2008-08-18 14:08   좋아요 0 | URL
한글을 소리나는 대로 틀려가며 쓴 어머니의 일기와 같이 수록됐는데, 나도 우리 엄마 고생하신 생각 나서 여러번 뭉클했어요. 초등어머니독서회 토론도서였는데 고생을 안해본 젊은 엄마들은 별로 공감하지 않더군요.ㅜㅜ
 
어린이책 이야기 - 소년한길 어린이문학 5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지난 2003년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의 책이다. 이 책이 2002년 출간되었으니 선생이 돌아가시기 1년전에 만들어졌다. 여기서 선생은 어린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서점에 가보면 온갖 종류의 어린이 책들이 즐비하다. 최근에는 번역된 동화들도 많다. 선생은 이런 많은 어린이 책들 중에서 몇권을 골라서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를 꼼꼼하게 짚어주고 있다.

선생이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는 머리말에 자세히 나와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하라는 어른들의 속박속에 갇혀지내고 있는데, 특히 책을 바로 읽지 못하고, 무조건 읽고, 쓰고, 외우라는 어른들의 잘못된 가르침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아이들은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앞을 보지 못하고, 자연의 소리도 듣지 못한다. 게다가 이 책(선생은 우상이라고 표현했다.)들은 온갖 병든 말, 잘못된 어른들의 말, 어려운 한자말과 서양말, 일본말투성이로 되어있다. 이래서는 아이들이 올바른 책을 읽기가 쉽지 않을 수 밖에 없겠다. 그래서 선생은 어린이를 살리고, 어린이 책을 살리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은 1,2,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최근에 가장 많이 읽히면서 이야기거리가 된 책 세 권에 대해 살펴보고 있으며, 2부에서는 동화책 여섯 권을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3부에서는 공부거리가 되는 책 한 권, 번역한 책 두 권, 중고등학생이 읽는 책 한권을 다루었다. 그리고 이오덕 선생의 글을 읽어본 이라면 누구나 짐작하겠지만, 각각의 책 이야기마다 마지막에 우리말을 살려쓰는 문제를 짚어주고 있다. 이오덕 표 첨삭이 이 책에도 등장하는 것이다.

1부에는 박기범의 동화집 <문제아>, 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 이렇게 세 권을 다루고 있는데, 각각의 작품마다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평하여, 좋은 점은 칭찬하고 나쁜점은 비판하고 있다. 맨 처음 등장 작품인 <문제아>만 잠깐 살펴보아도 어린이에 대한 선생의 사랑과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선생은 어린이의 눈으로 작품을 보고 이 글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자세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2부에서는 권정생 선생의 <비나리 달이네 집>, 이현주의 <외삼촌 빨강 애인>, 임정자의 동화집 <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 이상권의 <엄마 생각>, 김우경의 <수일이와 수일이>, 윤태규의 동화집 <이상한 학교> 이렇게 여섯 권을 살펴본다. 앞서 1부의 책 세 권을 이 책의 거의 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분량으로 아주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 반면 2부에 와서는 여섯권을 다루는 데 분량이 많이 줄어있고, 전체적으로 1부의 책들에 비해 조금 공을 덜 들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2부에는 권정생 선생의 작품이 등장해서 무척 반가웠다. 이오덕 선생과 권정생 선생은 오래도록 친하게 지낸 사이라고 들었다. 권정생 선생도 작년 5월에 돌아가셨는데, 이오덕 선생과 권정생 선생 같은 훌륭한 분들이 모두 다 이제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다는 것이, 그래서 더이상 두분의 훌륭한 작품들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권정생 선생의 작품을 보고 이오덕 선생이 전화를 걸어 두분이 나눈 통화내용이 그대로 실려있어서 참 재밌었다.

작년 권정생 선생이 돌아가신 뒤에 나온 녹색평론 95호에는 권정생 선생을 추모하는 많은 꼭지가 실렸는데, 그중 김용락 시인의 글에는 권정생 선생과 이오독 선생의 친분을 이야기하면서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한다. 이오덕 선생은 돌아가시기 전에 책 원고 하나를 출판사에 넘기셨고, 이 책이 선생이 돌아가신 직후에 출판되어 나왔다. 2003년 출판된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라는 제목에, '이오덕과 권정생이 주고받은 아름다운 편지'라고 부제를 단 책으로 한길사에서 나왔다.(지금 소개하고 있는 '어린이책 이야기'도 한길사에서 나왔다.) 그런데 권정생 선생은 이 책의 출간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던 모양으로 책이 시중에 깔리자 매우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권정생 선생은 이오덕 선생이 살아계실때 편지집 내는 것에 반대했다고 말씀하셨다면서, 편지들에는 밝혀지면 좋지 않은 사적인 내용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굳이 출간하겠다면 당사자들이 다 죽은 후에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하셨다. 그런데도 책이 출간되어버렸으니 화가 나실만도 했다. 결국 이 책은 곧바로 출판사에 의해 초판 전량이 회수되었다고 한다. 재밌는 것은 권정생 선생은 이미 잃어버린 편지들이 많은데, 이오덕 선생은 하나도 안 잃어버리고 다 보관하고 있었고, 당신이 보낸 것은 두 벌씩 써 두었다가 출판사로 보낸 것이라고 한다. 이오덕 선생의 성생의 성품을 조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권정생 선생은 이런 부분에 대해 조금은 언짢게 생각했던 지 불평을 했다고 한다.

이야기가 조금 벗어나버렸는데, 암튼 권정생 선생과 이오덕 선생이 나눈 전화통화 내용을 읽어보면 그 짧은 내용에도 참 많은 배울점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더불어 두 분 선생의 삶에 잠시 숙여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3부에서는 도토리 기획의 <고구마는 맛있어>, 야시마 타로의 <까마귀 소년>, 콘스탄틴 파우스토프스키 <우리들의 여름> 그리고 이상석의 <못난것도 힘이 된다> 이렇게 네 작품에 대해 평하고 있다.

나는 우리말을 바로 쓰자는 이오덕 선생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책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인 잘못 표현된 글을 바로잡아주는 부분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 듯 하다. 혹 그 생각에 동의는 하지만 이오덕 선생은 너무 지나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여럿 보았다. 암튼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 책은 자칫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어린이책을 수없이 많이 보아온 선생이 일부러 여러 작품들을 골라서 평을 하기 위해 쓴 책이다. 그렇기때문에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들은 어린이가 아닌 어른들이 한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책들이라 생각된다. 하나씩 읽으면서 자신의 느낀점과 선생이 느낀 점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게다가 이 책은 어린이책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많은 어른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이를 생각하고 위하는 이오덕 선생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다면, 어린이들이 지금과 같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라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학교를 다녀오면 몇개씩 학원에 가야한다. 학원에서도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공부보다 더한 것이 학원 공부다. 게다가 피아노, 바이올린, 발레, 태권도, 검도, 웅변 등도 배워야 한다. 집 주위 어디를 둘러봐도 흙땅을 밟을 수 있는 곳은 손바닥만한 놀이터 뿐이고, 그나마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도시 어디에도 없다. 먹을 것은 늘 인스턴트에 패스트푸드들 뿐이고, 체격은 크지만 체력은 없는 약골이 대부분이다. 모두들 제각각 학원에 가느라 친구들과 뛰어놀지 못하니 남는 시간에는 혼자 집에서 티비를 보거나 컴퓨터 오락을 할 뿐이다. 이렇게 어린이를 나쁜 방향으로 몰아넣는 사회가 또 있을까 싶다.

제발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어른들이 이 책을 읽어서, 이 땅에 사는 어린이들이 좀 더 살 만한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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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 비틀어 보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이다. <장미의 이름>,<푸코의 진자>등 아무리 찬사를 바쳐도 모자랄 명작을 써낸 작가. 이 작품은 그가 이탈리아의 주간지 <에스프레소> 등에 발표한 짧은 글들을 모은 책이다.

언제였던가.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였는데, 90년대 말인지 2000년대 초인지 잘 기억이 안난다. 군대를 안다녀오기 때문에 남자들보다 먼저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해있던 한 여자동기가 추천해 준 책이다. 잘난척이 몸에 밴 녀석이었는데, 특유의 말투로 '어떻게 하면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낼수 있을지 직접 읽어보고 한번 확인해봐!' 라고 말했다. 그래서 꼭 한번 읽어야지 벼르고 있다가 몇 년 전 마침 다니던 곳을 그만두고 쉬고 있을 때 읽었다.

책은 1,2,3,4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길고 짧은 글들로 꽉꽉 채워져 있다. 세계적인 언어의 마술사로 소문난 움베르토 에코의 글인 만큼 절대로 재미없을 수는 없겠지만(혹 재미없었다면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좀 어려울 수는 있겠다 싶어서 걱정했는데, 어려운 것도 어려운거지만 그보다 이탈리아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배경지식이 없어 조금 헤매어야 했다. 그리고 유럽인의 전반적인 정서라던가 생활문화라던가 그런 것들을 이해해야 재밌는 꼭지들도 제법 있었기에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읽을 수 밖에 없는 입장에서 무척 아쉬웠다. 내 기준에서 1부와 2부는 재미있었지만, 3부는 좀 어려웠고, 4부는 그냥 읽을만했다. '<어떻게 지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 과 같은 몇몇 꼭지들은 무척 흥미롭고 인상적이어서 대략의 내용을 외울만큼 읽었다가 가끔 주위 사람들에게 들려주곤 할 만큼 재밌다.

그리고 번역말인데, 책 마지막에 번역자 이세욱씨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듯이 이 책은 처음에 미국판을 번역한 책이 국내에 출간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책의 원본인 미국판 자체가 원판의 내용을 충실히 전해주는 데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단다. 나중에 프랑스어판이 나왔는데, 이 쪽의 번역이 훨씬 나아서 지금 나온 이 번역은 이탈리아 원판과 프랑스어판을 원본으로 했다고 한다. 앞서 미국판을 번역한 책은 절판되었다고 하는데, 읽어보지 않아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책의 번역의 수준은 상당히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안그래도 어려운 책에 번역까지 엉망이라면 최악이 아닌가.(실제로 우리나라의 사회과학 번역서들은 대부분 딱 이모양새다!)

전체적으로 여러번 읽었고, 재밌는 꼭지들은 수십번도 넘게 읽었지만 아직도 이 책은 낯설고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어떻게하면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낼수 있는지 모르겠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 거의 만나지 못한 그 동기녀석을 우연히라도 만나게된다면 꼭 다시 물어봐야 겠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거냐구?'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그래서 선뜻 손이가지 않는 책이지만 그래도 두고두고 한번씩 읽기에는 좋은 책인 듯하다. 너무 어렵거나 너무 학술적이지 않으면서 재밌고 적절한 유머들을 던져주는 책. 지적 유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글을 쓰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쩌면 깨달은 것 같기도 하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낼 수 있는 방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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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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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공중그네>로 나오키 상을 받은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이다.

이 책은 나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 아내가 구입했다. 구입 이유는 '자기랑 똑같은 인물이 나온데~!'였다. 아내는 며칠동안 틈틈히 읽었다. 혼자 낄낄대다가 나를 불러 내가 평소 하는 말과 똑같은 말을 한다며 신기해하고 재밌어하며 그렇게 읽었다. 나는 사실 웬지 모를 거부감에 읽지 않으려했지만 아내가 계속 몇몇 장면들을 읽어주거나 보여주는 통에 그냥 처음부터 읽어버렸다.

최근에 라제폰을 보다가 '니라이카나이' 섬에 대해 궁금해서 찾아보던 중, 이 작품에 나왔던 그 전설의 섬은 이름이 뭐였던가 찾아보느라 다시 들춰보게 되었다. '파이파티로마' 였다. 그래 '니라이카나이'는 아니었지. 들춰본 김에 다시 한번 더 읽었다. 어째 두번째 보는거라 처음보다는 그닥 재미를 못 느꼈다. 덕분에 처음엔 흥미위주로 읽느라 놓쳤던 몇몇 단점들이 더 눈에 띄였다. 그래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가와 일본이라는 나라. 이런 작품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다니. 만약 우리나라의 어느 작가가 이런 글을 썼다면 과연 잘 팔렸을까? 나는 절대 아닐거라고 확신한다.

책은 우선 인상적인 표지 그림으로 독자를 유혹한다. 성질 더러울 것 같은 남자가 똥씹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 아저씨가 우에하라 이치로, 작품의 주인공인 지로의 괴짜 아버지이다. 키가 185센티미터에 거구로 과격한 운동권 출신이고, 경찰과 공무원을 싫어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안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 작품은 초등학교 6학년인 지로의 눈을 통해 아버지의 평범하지 않은 생활을 보여준다. 지로는 이 아버지 덕에 일찍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지로가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은 참 난감하다. 아주 세상에서 가장 골칫덩이리처럼 바라보고 있다. 글쎄 사춘기의 소년이라면 당연히 그럴수도 있지만 이 시선이 단지 지로만의 시선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입맛이 좀 씁쓸해진다.

처음 아내가 호들갑을 떨었던 것과는 달리 작품속의 이치로는 그닥 크게 흥미로울 것도 없는 인물이었다. 팬텀기에 불을 붙이려했다는 전력과 쿠바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했고 피델 카스트로와 사진도 찍었다는 내용은 좀 작위적이고, 초반에 나오는 공무원과의 말싸움도 그리 신선하지 못하다. 이치로는 잘못된 제도를 비판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언행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일본이라는 사회에서 아직 남아있는 소위 좌파 운동권을 소재로 가져왔다는 것 뿐이다.

하긴 아내의 입장에선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작품을 대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지로를 보면서 나중에 그만큼 자란 우리 딸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상상해보았을테니 재미있엇을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도쿄에서 나중에는 오키나와의 남쪽 섬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나오키 상>을 수상했던 작가이니만큼 글은 나무랄 데없이 깔끔하고 훌륭하다. 특히 이국적인 풍경들이 펼쳐지는 후반부의 이야기들은 그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욕망을 무럭무럭 자라게 만들어준다.

이치로의 선조라고 믿어지는 아카하치의 이야기도 재밌고, 꿈의 섬이라는 파이파로티마에 대한 내용도 무척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그 남쪽 섬 사람들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은 참 정겹고 멋지게 느껴졌다. 나도 우에하라 가족처럼 함께 이 따뜻한 남쪽 섬에 갈 수 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행복한 상상에 빠져보지만 정신이 들고나면 답답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은 성장소설이다. 지로가 가족들과 함께 여러 경험을 겪으면서 커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재밌고 흥미롭고 성공적이라고 평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치로라는 인물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물론 그래서 더 재밌고 인기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게다가 운동이 실패한 일본이기에 그런지는 모르지만 이치로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무척 거슬린다. 작가가 이치로라는 인물을 통해서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재미로 읽는다면 좋은 책이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것저것 걸리는 점이 참 많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나도 이치로의 가족들처럼 남쪽 섬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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