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 1 - 소장판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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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본 최고의 작가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

아다치 미츠루라는 작가는 재미있는 점이 많은데, 우선 그의 만화에는 주인공들이 다 비슷하게 생겼다. 아주 간결한 그림체라서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그렇게 간결한 그림이지만 등장인물들의 표정이나 심리가 더 잘 전달된다는 점이다. '여백의 미'라고 해야할까? 간결한 그림들로 쓸데없이 복잡하기만 한 그림보다 훨씬 더 설득력있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작가가 바로 아다치 미츠루이다. 

그리고 그의 만화에는 작가의 개입이 무척 많다. 작가가 스스로 등장하는 장면도 많고 등장인물들이 독백처럼 작가의 말을 전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작가의 개입은 적절한 웃음과 흥미로운 설명으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전개에 신선한 재미를 준다.

또한 그는 늘 스포츠와 사랑이라는 주제로 만화를 그려서 그의 만화들을 스포츠만화라고 부를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작품들 중에 스포츠 장면들이 많이 들어가있지는 않다. 그래서 과연 스포츠만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다. '터치'와 'H2'에선 야구, '러프'에선 수영, '카츠'에선 권투, 최근 연재하고 있는 '크로스 게임'에선 다시 야구를 소재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그의 작품들에서 이러한 스포츠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해당 스포츠의 가장 근본이 되는 핵심적인 요소들을 잘 집어내어 흥미로운 얘기들을 펼쳐간다.

마지막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반복되는 복선과 암시, 수많은 명대사들이다. 읽다보면 유난히 반복적으로 계속되는 메세지들이 느껴진다. 하나하나가 모두 뒤에 전개될 내용을 미리 예고하는 복선과 암시들이다. 작가는 이러한 장치들을 무척 잘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별 비중없는 인물들에게서 가끔씩 터져나오는 명대사들은 작품을 읽는 또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제목 H2는 남자주인공인 '히로'와 '히데오'의 이니셜이다. 그리고 여주인공인 '히까리'와 '하루까'의 이니셜이기도 하다. 얘기의 큰 틀은 히로와 히까리의 얘기이지만 그 안에 히데오와 히까리의 얘기, 그리고 히로와 하루까의 얘기가 함께 있다.

남들보다 성장이 늦어 키가 작았던 히로는 중 1때 가장 친한 친구인 히데오와 소꼽친구인 히까리를 소개시켜준다. 그리고 일년 반이 지나 2학년 말이 되었을 때 히로의 키는 히까리를 따라잡고 비로소 히로의 첫사랑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사귀고 있는 히까리.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그의 사춘기가 1년 반이 늦은 것일뿐.

히까리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소꼽친구 히로가 늘 키작은 꼬마라고 여겨왔다. 그래서 히로에게 연애편지를 전해달라는 친구의 말을 웃음으로 넘겨버린다. 하지만 어느날 운동을 마치고 땀을 씻고 있는 히로를 바라보면서 그가 성정하여 이미 어엿한 남자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남자친구인 히데오와는 다른 감정을 히로에게 느끼게 된다.

고교 최고의 타자로 1학년때부터 야구명문고교의 4번타자를 맡고 있는 히데오는 가장 친한 친구인 히로와 여자친구인 히까리를 확실하게 믿고 있지만 히까리와의 사이에서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낀다. 같은 학교에서 함께 활약하던 중학 최고의 투수였던 히로는 이제 다른 학교로 진학하여 라이벌이 되었고, 야구에서도 사랑에서도 히데오는 히로와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쳐야만 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하루까는 야구부가 없는 학교에 신생 야구부를 만드는데, 우연히 중학 최고 투수였던 히로를 만나 함께 야구를 하게 된다.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히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히로의 1년 반 늦은 첫사랑이 히까리임을 알게된다.

아다치 미츠루는 작품마다 멋진 조연들도 많이 등장시킨다. 이번 작품에도 역시 멋진 조연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중에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역시 '노다'이다. 히로의 마누라. 야구에서 흔히 투수에 대한 포수의 위치를 재미있게 표현한 말이지만, 작품에서 노다의 역할을 확실하게 설명해주는 말인것 같다.

일본에서는 애니로 만들어진데 이어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우연히 알게된 사실,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이란 노래가 H2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노래를 들으며 다시한번 이 만화를 읽어본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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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12 - 애장판, 완결
카츠라 마사카즈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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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전영소녀 비디오」의 작가 마사카츠 카츠라의 작품이다.

이 만화를 보게 된건 전적으로 「전영소녀 비디오」때문이다. 이젠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는 학창시절 어느 시점에 나는 우연히 「전영소녀 비디오」라는 만화를 보게되었고, 비디오에서 튀어나온 묘한 분위기의 '아이'에게 푹 빠졌던 적이 있었다.

같은 작가의 만화라기에 주저없이 보게 되었고, 전영소녀때보다 한층 나아진 그림과 스토리라인이 좋았다. 어설픈 SF를 벗어나 사춘기 소년 소녀의 가슴졸이는 사랑 얘기라는 좀 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내용으로 전영소녀에 비해 더 설득력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까지 느끼며 읽게되었다.

주인공의 순수함과 우유부단함, 그리고 '이오리'의 사랑스러운 모습들, '테라타니'와 '고시나에'의 멋진 우정, '이츠키'의 발랄하고 용기있는 모습, '이즈미'의 적극적인 모습, '아소'의 연약하지만 강한 모습 등이 잘 표현되었으며, 이런 요소들이 잘 결합하여 전체적인 긴장도를 높이고,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작품의 절정은 뭐니뭐니해도 크리스마스 이브의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나중에 본 애니메이션 <아이즈 퓨어>에서도 그래서인지 크리스마스 이브 장면을 위주로 만들어졌고, 개인적인 생각에는 <아이즈 퓨어>의 각색이 꽤 마음에 들어서 어떤 의미에서는 원작보다 더 깔끔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한가지 불만은 주인공의 고백 이후 후반의 전개가 다소 깔끔하지 못한 것 같다는 점이다. 답답한 전개도 마음에 안들고, 억지스러운 결말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 작가의 의도는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질질 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백 장면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듯한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두가지 결말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작가가 처음 연재할 때의 결말이고 또 다른 하나는 단행본으로 출판되면서 작가가 수정한 결말이다. 나는 두번째 결말밖에 보지 못했다. 첫번째 결말은 일본에서 연재된 내용으로 확인 할 수 밖에 없는데,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어떻게 고쳤는지 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은 건, 한 여자를 위한 주인공의 변한없는 마음이다. 온갖 괜찮은 여자들이 계속해서 주인공에게 반하고 덤벼드는 비현실적인 조건들 속에서도 주인공은 끝까지 자신의 사랑을 지켜낸다. 결말에 비춰볼때 고백이란 단지 말 한마디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고백이라는 것을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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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병기 그녀 1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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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에 이 만화를 접하면서 왠지 모를 거부감같은게 있었던게 사실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 없다는 얘기는 이 만화를 두고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그냥 나도 모르게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하나하나 마음에 안들어하면서도 그냥 읽었다.

그런데 읽으면서 점점 더 열중하고 있는 나를 느끼게 되었다. 어느새 나는 '치세' 와 '슈지' 의 작고, 수줍고, 아름답고, 진지하면서도 엉뚱한, 너무나도 소중한 사랑이야기에 공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만화가 SF물이라는 사실은 그냥 접어두자. 그것은 그냥 이 작품의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 이 작품은 근본적으로 작은 소년과 가녀린 소녀의 사랑이야기이다.

두 사람이 겪어 나가는 소중한 사랑의 흔적들을 따라가다보면 그것은 어느새 학창시절 내 이야기가 되어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이 만화가 그토록 유명한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만화의 단점은 어설픈 SF가 오히려 작품의 주제 사랑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러한 설정 때문에 더 슬프고 애절하고 극적으로 느껴지고 그래서 이 만화가 성립이 되는 것이지만 작품안에서 작가가 분배를 좀 더 잘해줬으면 훨씬 더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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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비츠 1
CLAMP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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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권해서 우연히 보게 된 '쵸비츠'라는 만화책은 무척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인조인간이나 로봇이 아닌 인형컴퓨터라는 특이한 설정도 신선했으며, 작고 귀엽고 깜찍한 모바일 컴퓨터들도 무척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치이' 라는 이름이 참 마음에 든다. 주워온 컴퓨터가 다만 '치이' 라는 말밖에 하지 못해서 붙였다는 설정. 간단명료하면서도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어감도 좋아서 무척 잘 지은 이름이란 생각이 든다. 읽는 내내 왠지 귓가에 '치이' 하고 목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치이'의 이름이 참 좋았던 반면 '치이'의 케릭터는 다소 불안정하다. 만화의 전개를 위해 어쩔수 없었던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너무 갑자기 그것도 매우 빨리 말을 다 배워버린 '치이'는 아주 어색하다. 게다가 '치이'의 과거를 너무 장황한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전개가 나중에가면 다소 김이 빠져버리는 듯한 결말 때문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뭐니뭐니해도 이 만화는 주요 케릭터를 받쳐주는 주변 케릭터의 역할이 무척이나 돋보인다. '히데키'의 주변에서 인형컴퓨터와 관련된 각종 사연들을 가진 인물들과 또한 그들의 인형 컴퓨터들은 개성이 넘치고 또한 매력적이다.

그중에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역시 '스모모' 였다. 작고 앙증맞은 모바일 컴퓨터. 게다가 '스모모'의 아주 깜찍한 체조는 읽으면서 새삼 나도 따라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만약 '치이' 처럼 사람 크기의 인형컴퓨터라면 조금 부담스러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스모모' 처럼 조그만 모바일 컴퓨터가 실제 존재한다면 꼭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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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하성란 지음 / 창비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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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풀' 을 처음 읽고 팬이 되어버린 이후 너무나도 좋아해왔던 하성란씨의 세번째 단편집이다. 반가운 마음에 읽어가던 나는 문득 왠지 모를 낯설음에 묘한 기분을 느낀다.

이전까지 작가의 출간된 작품 거의 모두를 읽어왔기에 작가의 문체, 분위기 등에 익숙해져 있던 나로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고개를 갸웃하게 될 만큼 이 책은 낯설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작가가 이제는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 것에 얽매이지 않기위해 그것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가 바로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우리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사건들을 이야기 하면서 현실을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이전까지 작품들에서 평범한 현대인의 일상을 쫓아가며 현실을 이야기하던 것과 비교하여 분명하게 달라진 태도이다.

게다가 이야기꾼으로서 그녀의 문장력이나 상상력은 한층 더 성숙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전까지 묘사에 치중되어있던 무게중심이 이젠 서사에도 적절히 분배되어 작품이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전까지 작가를 설명하는 말이 세밀한 묘사 라던가, 영화적 표현 이라던가 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전반적으로 균형을 갖춘 작가가 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해본다.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는 프랑스의 설화인 '블루 비어드' 에서 착안하여 작가의 재치있는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작품이다. 절대로 열어서는 안되는 방을 열었던 푸름수염의 아내들은 차례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것은 그 방에 전 아내들의 시체가 쌓여있기 때문이라는 설화에서 그렇다면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는 왜 죽었을까 라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부터 이 작품은 시작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멋진 작품으로 우리를 찾아오는 하성란 작가의 뛰어난 수작들로 가득 채워진 이 책은 너무나도 좋다라는 평가외에는 할수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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