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
이유명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그동안 나는 여성의 몸의 위대함을 모르고, 심지어는 함부로 업신여기기까지 한 사람에 속한다.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 사려서 뭣하나 하며, 생각없이 굴었던 사례들을 이루 헤아리자면 지면이 모자란다. 그간 자학적인 주인장 때문에 내 몸이 얼매나 괴로웠을꼬.


남자에게는 상동기관이 없는 자궁이라는 당당한 장부가 있어 여자의 몸은 육장육부 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자궁은 나의 힘이요 자존심


손가락을 오므려 주먹을 쥐어보자. 무게 60그램, 길이 7센티의 자궁은 주먹만한 깔대기 모양으로 임신을 하며 무려 1000배 가까이 늘어난다. 놀랍도록 튼튼하고 인내심이 강하다. 이 자궁의 근육은 민무늬근으로 내 맘대로 명령을 한다고 움직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율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불수의근이다. 이런 자궁은 평생에 걸쳐 혈액의 파도가 몰아치는 파란만장하고 변화무쌍한 일생을 보낸다. 평생에 걸쳐 자궁내벽이 수백 번 두꺼워졌다가 떨어져 나가는 순환 주기가 벅차게 반복된다.


독서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을 것이다. 독서 그 자체가 목적인 책읽기와 독서를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책 읽기.


이 책은 전적으로 후자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곁에 두고 부분부분 발췌해 읽어보는 데 의의가 있는 책이다. (같은 부분을 두번 세번 읽어도 어찌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게... 아예 통으로 외워야 할까?)


여자로서의 생물학적 자긍심이 하늘을 찌르고, 그리하여 자신(여성)의 몸에 대해 도가 통해 더 이상의 정보들이 시시해 죽겠는 여성분이 아니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오늘 이 책 앞에서는 왠지 책장수처럼 내지는 이유명호라는 저자의 친척인 것처럼 오버하고 싶다.


이 책은 가볍게는 몸에 좋은 액세서리를 고르는 법에서부터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 자궁의 근력을 키워 주는 체조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에게 금과옥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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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12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쿠쿠..죽으면 썪어 없어질 몸..이 문장에 화다닥 잠이 깹니다. 아니, 술이 깹니다. 당신은 시니컬한 유물론자..크흣.^^* 아, 자궁이 천배 가까이나 늘어난다구요? 무신 고무풍선도 아니구 말에요! 놀라워요. 근데 한 달에 한 번 마법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요..글구 액세서리는 뭐가 좋은데요? (궁금) 이런 리뷰는 남성들도 같이 봤으면 좋겠네..

인터라겐 2005-10-12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전 무지 몸 사리고 살고 있다구요....^^

icaru 2005-10-12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이란 말은 돌아가신 친할머니가 입에 달고 사셨던 말이지요... 어린나에게도 귀에 딱정이 얹어졌던듯^^ 액세서리 부분은 잘 기억이(책이 집에 있어서.. ^^?) 근데 고혈압엔 '은'이 좋다고~ 했던 게 기억나네요...(그 반댄가?)

icaru 2005-10-1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 님...잘 하고 계신겁니다 ^^

이누아 2005-10-12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이라서 더 아껴야 되는 거 아닌가요?ㅡ어린왕자식 표현입니다. 사라져 버릴 위험에 처한 일시적인 존재이기에 더욱 절실해지는 꽃에 대한 사랑이 생각나서요. 주제와 벗어났나요?ㅡㅡ;

icaru 2005-10-12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이누아 님...전 이 책을 통해서 어린왕자식 사고를 배운 거네요~* 몸이 적색경보를 보낸 것이 먼저이긴 하지만..

파란여우 2005-10-12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만장하고에서 파란여우라고 볼 뻔했어요^^(병여!!)

icaru 2005-10-12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만장여우 님 병은요 ~ 클클..

2005-10-12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투명인간 2005-10-23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이 요즘 어느 곳에 관심을 두고 있는 지를 알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더 하게 되었네... 정말 정말 오랜만이구나. 건강! 우린 눈에 보이는 거에만, 통증이 오는 거에만 관심을 두고 살지. 그래서, 실제 존재하나 그 존재를, 그 존재의 가치를 모르고 살게 되는 것들이 참 많지.
 
차도르를 벗겨라
베흐야트 모알리 지음, 이승은 옮김 / 생각의나무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왜곡과 과장이 되도록 절제되어, 이슬람 문화권 두 여인의 삶을 보여 주는 실화로, 모처럼 만난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을 쓴 베흐야트 모알리는 적절한 안배로, 자신과 한 여인 타라( 살인죄로 기소된 상태에서 모알 리가 끝까지 변호를 맡았던 여인)의 이야기를 교차하여 진술하는 방식으로 어린 시절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그렸다.
두 여인의 인연은 이란 여성 변호사인 저자 베흐야트가 같은 이란 여성 타라의 국선 변호사를 맡으면서이다. 그녀의 갸름한 얼굴은 흙빛에 이상한 창백함을 띠고 있었다. 굵은 눈썹은 서로 이어질 듯하고 그 아래 길고 검은 속눈썹만이 얼굴에 생기와 어둠을 동시에 드리워 주었다. 베흐야트는 놀랐다. 타라를 만나기 전 타라에 대한 기록을 읽으면서 키가 크고 강한 체구의 여성을 생각했는데, 타라는 여리고 아이 같은 순진한 인상이었던 것이다. 그런 타라가 두 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다니.......

여기서 타라의 일생을 잠깐 이야기하면, 타라는 가난한 이란의 농촌 마을에서 태어나 열네 살의 어린 나이에 늙은 신랑의 아내가 된다. 타라는 어릴적부터 상상력이 좋았고, 공부를 하고 싶어했으며, 넓은 세상을 꿈꾸었지만, 그의 인생은 남편의 그늘 아래에 묶이게 된다. 다행히도 남편은 나쁜 사람이 아니었고, 아이들을 낳고 행복해질 즈음, 남편이 죽게 되면서 타라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는 여자로써 겪어내기 힘든 온갖 역경들이 시작된다. 
이슬람 농촌 사회에서 모두가 함부로 하는 위태로움에 처한 사회적 지위란 다름아닌 아버지가 사망한 딸들, 남편이 죽은 과부였다.

남편이 죽자, 타라는 자립하여 아이들을 키우고 살고자 하나, 이웃의 남자들은 호시탐탐 그녀에게 추근댔고, 이웃의 여자들은 그녀를 따돌리고 경계했다. 사회 제도상 생계 유지상 시게(가정이 있는 부유한 남자의 첩으로 들어가는 일)를 택해야만 했던 타라.  

한편 베흐야트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가정에서 부유하게 자랐다. 특히 이란 사회가 잘못된 여성관을 가졌다는 것을 베흐야트가 일찍부터 깨닫게 하는 데 일조를 해 주신 분은 그녀의 할머니였다. 그 후 사회 활동에 대해 많은 이해심을 가진 남편을 만나고, 자신이 원했던 교사 자격증으로 따고 교사 활동을 병행하면서 법학 공부를 하는 베흐야트.

그런 베흐야트에게도 이란 사회는 장벽의 연속이었다. 그녀는 교사 생활에 소신을 가지고 열심을 발휘했지만, 당국으로부터 이런저런 제지를 받고, 심지어는 전담 감시자까지 따라 붙게 된다. 이후 법률 공부를 통해 변호사가 되지만, 이러한 제재는 여전하다.
  
민주주의와 여성의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애를 썼던 그녀는 결국 남편으로부터도, 이란 당국으로부터도 철저히 외면을 당하고, 여러 절차 끝에 독일로 망명을 하게 된다.

매순간 한 인간의 개인적인 운명을 눈앞에서 상상하며 여권 변호 일을 하는 베흐야트의 어떠한 장벽 앞에서도 포기할 줄 모르는 근성을 높이 사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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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5-06-13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어느 영화에서 이슬람 율법을 깨뜨린 (자유연애던가...) 여동생을 살해한 오빠와 아버지의 일을 그린 내용을 보았어요. 인간 위에 군림하는 사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란 기억이 있어요. 언젠가 이슬람에도 여성 인권이 서는 날이 오리라 생각해요. 베흐야트는 그런 인권의 한줄기 빛이 아닐까 생각해요.

2005-06-13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6-1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잉크냄새 님 좋은 표현 찾아 주셨네요..... 베흐야트는 열악한 여권 상황에선나마 한줄기 빛이라는 것이요~

2005-06-13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14 0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6-15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은 6인데, 잉크냄새님만 흔적을 남기셨군요. (흐음..속닥거린 사람, 누구실까?)
베흐야트는 여성운동가이면서 인권 변호사였던 셈이군요. 근데 타라와 베흐야트의 운명이 어떻게 됐을까요, 궁금해요.

2005-06-15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23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rine 2006-09-30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대신 답을 달께요 고의적인 살인이 아니었음이 인정되어 무기징역에 처해졌으나, 호메이니 혁명 이후 피해자의 재심청구에 의해 사형당합니다 베흐야트는 당국의 감시 때문에 두 아들들과 함께 독일로 망명한 후 거기서 재혼했고요 지금은 망명자들을 위해 일한다고 합니다
 
여성주의적 유토피아, 그 대안적 미래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20
김미경 지음 / 책세상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남자가 되었든 여자가 되었든, 미혼이어도 엄마가 되어도 이 방면의 문제는 정말이지 쉽지 않을 거다. 이 방면이라 함은. 딸이나 아들로, 아내나 남편으로 아버지나 어머니로, 주부나 노동자나 그밖의 다른 생산 인력으로, 다중적인 어떤 역할을 맡고 무람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말이다. 그리고 노동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이 일견 처절해지기마저 하다는 요근래의 생각 때문에 집어들었다. 여성주의적 유토피아 그 대안적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간절히 듣고 싶었다. 실천할 수 있다면 실천해 볼 참으로 말이다. 각설하고.   


(나는 이 책이 혹 두 사람에 의해 쓰여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1, 2장은 저자가 쓰고 3, 4장은 누가 급하게 대신 마무리해 준 게 아닌가 하는.)


이 책은 4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 2장까지의 현재의 노동 구조가 여성들의 삶과 노동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남편과의 독일 유학 경험을 살려 서구 선진 사회에서 우리가 가져 와야 할 것인지를 지적하는 부분이 공감이 갔다. 우리는 대체로 선진화된 나라를 통해서 발달한 복지 체계와 산업 구조에만 관심을 갖고 그것을 배우려고 한다. 하지만 발달한 산업 사회로서의 선진성보다는 다른 점에서 주목했다. 비록 개인주의화가 팽배해 있는 사회이기는 하지만, 그 구성원들의 연대 의식이 강하고 비판적 지식인들 또한 많다는 사실에서 그 곳의 미래를 읽고 있었다. 개인의 출세나 입신 양명을 쫒기보다는 모두 함께 잘 살 수 있는 대안적 모델을 제시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많은 사회가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사회라는 사실.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옳지 않은 길을 따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보다는 아니라고 생각했을 때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하는 게 필요한 것이다.


전반적으로 저자는 성별 구분 관념이 없는 자유로운 노동 사회,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운 남녀 관계와 가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에코 페미니즘의 차원에서 환경 문제를 거론한다. 정부는 쌀 씻은 물을 그냥 하수구로 버리지 말고 화단에 버려야 한다는 둥 우유팩을 잘 씻어 말려야 한다는 둥 호들감을 떨지만 주부들은 그 많은 가사와 육아 부담에 더하여 환경 정화에 한몫 거들어야 하는 애로 사항이 있다고. 그러나 진정으로 환경 친화적인 사회를 원한다면 소비를 창출해야 하는 불필요한 확대 생산이 먼저 중단되어야 하고, 소비문화의 이기주의 극복해야 한다고.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고 공감한다. 이 역시 개인보다는 사회의 책임이 크다는 것.


그렇지만 3, 4장에서는 아주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4장에서 독자들은 저자가 구체적인 미래상을 그려 줄로 믿고 있었다. 목차에도 그것을 기대하게끔 나왔고 말이다. 하지만 대안다운 대안을 제시했는가는 사뭇 의아스럽다.  


여성이 여성을 적대시하는 태도를 버릴 것, 그리고 사회적 강자로 군림하는 남성이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고 여성과 연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독자들은 과연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의 구체적인 거론들이 저자의 입에서 더 나와 주기를 기다렸지만...음.... 


이밖에도 미흡했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더 이야기하자면, 4장에서 ‘남성학이 필요한 때’라는 소주제에서, 뜬금없이 독일에서 부인이나 애인을 상습 폭행했던 남성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또 소제목과 내용이 잘 연결이 안 된다. 필자의 타국 유학 생활에서의 알고 지낸 교포 주부의 일례를 든 것도 내용과 맞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뒤로 가면서 엉성하고 진부한 나열로 흐른 책이 되어버렸다. 세간에서 공론화한 이야기들을 별다른 성찰 없이 주섬주섬 끌어다 붙인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음 마지막 4장에 가서 한 줄짜리 대안이 나온다.


“우리의 일상에서 유토피아를 꿈꿀 줄 아는 상상력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


그렇다. 저자의 엉성함을 탓할 게 아니라, 사실 진실이란 이렇게 간단한 것인지도 모른다.


허지만허지만.... 적잖이 아쉽다. 용두사미가 되어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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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10-01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여성이 여성을 적대시할까요? 약자는 자기정도 혹은 그보다 더 약자외에는 횡포를 퍼부을 수 없으니까요.그것이 버스기사가 승객에게 부리는 행패, 군대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부리는 행패와 통합니다.굳이 여자가 악독해서 같은 여자에게 고약하게 구는 것만은 아니지요.그리고 그 알량한 상상력이란 것.사는데 별로 도움 안됩디다^^. 하지만 리뷰는 잘 읽고 갑니다.

icaru 2004-10-01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러게요...서로 적대시하지 말아라! 라고 한 말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사회적 상황에 대한 통찰이...빠진 거네요....음...

흐흐ㅡ......
저...지금..웃었는데...웃어도 되는거지요~ 그 알량한 상상력...사는데 도움 안 된다는...
말이요....

내가없는 이 안 2004-10-02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주의적 유토피아, 라는 말에서부터 조금 논리가 부족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유토피아란... 내 손에 잡기에 너무 먼 단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인지... 그리고 말이죠, 적대시하지 말라, 나 남성이 자기의 기득권을 버리고 여성에 연대하라, 뭐 이런 말은 늘 공허하죠. 내 가진 기득권 버리라는데, 네 그러지요, 하는 족속들 봤나요? ^^

icaru 2004-10-03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여성주의적 유토피아...음...글게요....

지가 뭐에 혹해서 저 책을 잡았냐믄...그..제목으로 달린..'유토피아' 와 '대안'이란 거 때문이었지요..

님의 말씀처럼.....우리 사회의 보수성과 획일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명문대를 다니거나 졸업한 사람들이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요...그래야 할 필요성이 있겠지만...왜...어떻게...하는 부분에서 설명이 거의 없었고 독자 나름대로 어떤 배경지식만을 가지고 이런 논리가 나오게 된 연유를 그냥 상정해서 생각해야 때문인지라 상당히 공허했죠... 남자와 여자의 문제에 있어서도 같은 맥락일 듯...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존 그레이 지음, 김경숙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나와도 일면식이 있는 남편의 절친한 회사 동료 중에 아직 싱글인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최근 같은 회사 여사원과 사내 커플이 되었다고 했고, 여자 분과 인사 겸해서 넷이서 약속을 잡고 저녁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같은 회사에 있으니 나만 여자 분을 초면으로 뵈었고, 셋은 회사라는 공간에서 어느 정도 생활을 함께 했을터다.

그 쪽 여자 분과도 어지간히 말을 트고,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여자 분이 내게 다음과 같이 말을 했다.


“유머러스한 남편 분과 함께 사니 참 좋으시겠어요.”


이 말은 분명 남편에 대한 칭찬이고, 더불어 내게도 퍽 기분 좋게 들려야 할 발언일텐데, 난 일순 기분이 묘했다. 내가 그동안 딴 사람이랑 함께 살았나.

1차적으로 든 생각은 ‘회사 여사원들 앞에선 꽤나 재밌는 사람으로 통하는 모양이네만, 내 앞에서는 왜 입에 지퍼를 단 거지?’

욱하는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2차적으로 다음과 같이 생각을 정리하였다.

‘고된 회사 생활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것일 거고, 나처럼 편한 식구가 아닌, 남 앞에서는 대외적 이미지도 있고 하니, 자기 관리를 잘한 거라고 할 수 있을거야. 좋은 거야. 딴지걸지 말자!’


남편은 항상 그런 건 아니고, 시시때때로, 입에 자크를 달 때가 있다. 집에 들어와서는 쓰다달다 아무 말도 없고, 되도록이면 일찌감치 꿈나라에 빠지려 침대 속으로 들어가버리고, 말이다.

걱정이 되서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으려 하면, 대답은 ‘아무 일도 없다’가 메아리가 되어 내게 돌아온다. 내가 질문을 하는 방식이 원하는 대답을 도출해 내기엔 꽤나 서투른 무엇이었나 싶게 말이다..... 얼굴에다가는 ‘아무 일 분명 있다.’ 이렇게 써 놓고서는.


그럴 때마다 무지 답답했었다. 이 책에서 보니, 그것은 남자들이 자기의 동굴로 기어들어간 거였다.   

남자들이 동굴을 찾고 싶을 때는 어려운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할 때, 기분이 언짢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라고, 또는 이제 막 사랑에 빠져서 자기 자신마저 잃어간다고 느낄 때 상대와 거리를 두기 위해 이러는 수도 있다고는 한다.


남자들이 이럴 때는 스스로 동굴에서 나올 때까지 내버려 두는 것이 상책이라고.

하지만, 문제는 남자가 동굴 속에 있는 동안에 상할대로 상한 여자의 마음에 있다. 동굴에서 나온 남자는 그 동안의 냉냉함을 만회해 주기 위해 평소보다 엄청 여자에게 잘 해 준다고는 하는데....


이 책을 1990년대 사랑학의 지침서라고들 소개했다. 그건 맞다. 실제 상황의 모든 인생 국면에서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다른 의사 소통을 하며, 그에 대한 반응은 또한 얼마나 다른지를 정말 너무도 자세히 조목조목 보여 준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어 반복이지 않나 하는 느낌도 없잖다. 매 다른 상황이라 하지만, 전달하는 요지도 내 눈에는 다 같아만 보이니 말이다.

 

이 책은 특별히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남녀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혹은 이제 막 함께 살기 시작한 신혼 부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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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2004-06-03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생각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처음부터 다른 것일까, 아니면 살면서 달라지는 것일까 생각해요. 여자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여자로 키워진다고도 하잖아요. 이래야 한다는 고정 관념 없는 숲속에서 사람들과 떨어져 사는 남녀가 있다면 그들은 이 책의 남녀와는 다르지 않을까 생각도 해요. 저도 이 책을 오래전에 읽었는데 언젠가는 누군가에게도 선물을 주고 싶네요.

갈대 2004-06-04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내용의 반복이 너무 많아서 확 줄이면 분량을 반으로 만들 수 있는 책이죠. 그래도 한 번쯤 읽기엔 괜찮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icaru 2004-06-04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밀밭 님....맞습니다.... 전... 여자지만... 제 스트레스 푸는 방식도...동굴로 기어들어가기 랍니다...^^ 고정 관념의 숲 속에서.. 살지 않았다면...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으리라...

icaru 2004-06-04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 님... 맞아요....내말이 그말이유... 반복이 거듭거듭이랄까요.....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
우테 에하르트 지음 / 글담출판 / 2000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껍데기에 그런 말이 있다. 대단히 착한 여자는 나쁜 여자로, 약간 못된 사람은 최고의 나쁜 여자로 승진시켜 준단다. 와우....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 고 했겠다.
제목은 이렇지만, 여자가 상당히 나빠지기를 무조건적으로다가 권하고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 아니 여자들 있지 않나. 일이 잘못되면 모두 자기탓인 것만 같고, 뭘 해도 자신감이 없는, 일상에서 특별히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기다리는 사람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함은, 행동은 결과를 낳고 결과란 때론 위험도 동반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책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함이 소기의 목적인 것 같다. 나도 책의 초반엔 무척 고무되어 읽어 내려갔다. 내 속의 소심한 완전주의자(실패 같은 걸 하느니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고, 시도 따위도 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갖는)의 면모를 조목조목 집어주고 눅여 주고 있는 것 같아서....말이다. 흔히 여성의 미덕이라고 일컬어지는 다른 사람을 돌보고, 편안한 분위기로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그렇게까지 책임을 느껴할 필요가 없음을 설파해 주어서, 무슨 일이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며 행동할 것을 호소해 주어서, 퍽 고맙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착한 여자들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당신 마음에 숨겨져 있는 의식의 덫은 당신을 ‘착한 여자 신드롬의 제물로 만들려 한다. 매일매일 이 의식의 덫을 제거해가자. 약간의 시간과 연필 한 자루, 그리고 매일 아침 거르지 않고 세수하는 정도의 일관성이면 당신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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