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의 탄생 - 나는 왜 다른 사람과 다른 유일한 나인가
주디스 리치 해리스 지음, 곽미경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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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0쪽
진화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을 다윈주의적 선택의 산물로 간주한다. 얼핏 보면 인간의 개성과는 하등 상관이 없어 보인다. 대체로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차이에 그리 관심이 없다. 외려 모든 인간의 공통점에 관심을 둔다.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거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경우를 보자.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핑거의 책은 내 마음이나 여러분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관해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관해 적고 있다. 표준적인 장치에 관한 것이지 임의적인 것에 관한 것이 아니다. 내 마음과 여러분의 마음을 달리 작동하게 만드는 마음의 작은 울림에 대해서가 아니다.
스티븐 핑거는 진화심리학자들 가운데에서도 예외에 속한다. 최신작 <빈 서판>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인간 본성에 관한 나름의 이론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지에 대한 이론이 필요하다."

지당한 말씀이다. 하지만 인간 본성 이론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중략)
요는 이렇다. 나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어느 지기의 아들인 매슈는 최근 격식을 차친 디너 파티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여자친구에게 청혼을 했다. 다행히 앨리슨은 청혼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거절했다면 어떠했을까? 아니면 생각해 보겠다고 하거나 다른 남자를 가리키며 "차라리 저 남자가 낫겠다"라고 말했다면? 그 많은사람들 앞에서 망신살이 뻗칠 위험을 감수하다니 얼마나 용감한가, 하고 나는 생각을 했다. 
그런 다음 어느 순간, 매슈가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앨리슨의 대답을 전혀 확신하지 못했다면 그때 그 자리에서 그렇게 청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앨리슨의 행동을 미리 알아차린 매슈의 예견은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 말하자면 여자는 결혼하고픈 본능적인 충동을 지닌다는 깃의 이론에 근거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앨리슨을 그만큼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중략)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가 않다. 우리는 특정한 타인의 행위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비행기로 사무실 빌딩을 들이받는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없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사람들의 행동에는 개인차가 있고 이러한 개인차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209~210쪽
환자의 어릴적 부모 형제와의 상호작용의 역사에서 현재의 불행의 근원을 찾는 전통적인 심리치료는 소시지로 소시지를 만드는 공장이나 마찬가지다. 심리치료사들은 환자에게 부모 형제와 있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일깨워 여기서 연상되는 감정을 활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가 들려주는 말은 가족 관계가 아이의 성격을 형성하고 어쩌면 손상을 가할 수도 있을 만큼 강력하다는 치료사의 믿음을 강화시킬 공산이 크다. (...)
(...) 효과적인 치료 형태는 사람들의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임이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모든 심리적 장애는 유아기와 아동기의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러한 경험의 복구가 심리치료의 필수 요소하는 심리치료의 기본 전제는 현재 공공연하게 의문시되거나 간혹 거부되기도 한다.

335쪽
다들 예상하다시피 잘생긴 사람들은 자기 주장과 자신에 대한 확신이 좀 더 강한 편이다. 어느 실험에서는 참가한 여성 피험자에게 무례한 대우를 한 것은 물론이고, 가짜 인터뷰를 하는 도중 연구원이 방을 먼저 나가버리기까지 했다. 매력이 떨어지는 여자들은 그냥 앉아서 기다리다가 평균 9분이 지나서야 불만을 제기했다. 반면에 매력적인 여성들은 3분 20초만에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강한 자기주장을 초래한 것은 잘생긴 외모 그 자체가 아니라 잘생긴 외모가 갖는 사회적 영향이다.

389쪽
최근에 행해진 어느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집단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는 생각이 드는 정보를 받았다. 그 직후에 실시한 뇌 스캔에서 뇌의 두 부위가 활성화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전방대상피질과 우측복측 전전두엽피질은 신체의 통증에도 역시 활성화된다. 그 결과 따돌림 역시 아픔을 준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위가 떨어져도 역시 아프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처럼 말이다.

396쪽
이 책을 쓴 목적 가운데 하나는 연구와 관련하여 건전한 회의(懷疑)를 던져 주는 것이었다. 연구원들도 인간이다. 실수를 한다. 그들에게도 저 나름의 꿈과 욕구와 신념이 있다. 연구를 한다는 것은 많은 작업을 요하며, 순수하게 호기심만으로 행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연구원도 생계를 꾸리거나 명성을 갈고 닦거나 자신에게 특별한 어떤 이론을 입증하거나 혹은 경쟁 이론을 반증하려고 애쓴다. 어쩌면 그것 전부일 수도 있고.

398쪽
진화심리학자 제프리 밀러가 최근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훌륭한 이론은 증거를 앞서 가야 합니다. 목을 기다랗게 빼고는 이렇게 말해야 하죠.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세상이야'라고. 그리고 그것을 검증하는 문제는 오롯이 타인의 몫으로 남겨 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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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 -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외 지음, 박종성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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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악과 미술에 대한 감수성과 애정이 정치인, 과학자, 사업가, 노동자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하다고 믿는다. 우리는 어린아이들을 전문 음악가로 만들려고 가르치지는 않는다. 재능교육이란 평생교육이다.”   -스즈키 신이치

이 책은 “기능적인 훈련 하나만 받아서는 재미있고 유익한 삶을 살아갈 수 없다.” 라는 점을 역설하기 위해 쓴 책으로 보인다. 또한 13개의 도구들을 통해 장장 430여 쪽에 이르면서까지 말하려고 했던 핵심은 “교육의 목적은 전인을 길러내는 것”이라는 점으로 해석된다.

이해가 아니라 외워서 알게 되는 교육 시스템과 실재를 알려주기보다는 의사전달과 분석에만 치우치는 교수법이 인문학과 같은 학문에서도 실패가 되풀이되게 만들었고, 그 결과 예술가나 작가의 꿈을 가진 학생들이 정신적 불구가 되어버린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교육자나 독학자, 부모들이 맡아야 하는 일은 통합적 사고를 가능하게 해 주는 13가지 도구를 통해 실재와 환상, 이 둘을 재결합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창조성이 뛰어난 사람들의 유년 시절 환경이나 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그 방법을 알려 주고 있다. 그들이 각자 발견한 것들을 한군데로 모은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생각의 도구들’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창조적 이해의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도구들은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그리고 통합이다.  또한 우리가 통합교육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앞으로 의지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바로 학문간의 통섭을 이룬 박식가이다. 박식가는 중요한 단계에서 지식활동을 제어할 줄 알고 지식들 간의 근본적인 연관성을 인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심리학자들의 오랜 관찰 결과를 보면, 박식가인 이들 혁신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보다 광범위한 지식 활동에 참여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활동에 필요한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취미와 관심사에 따른 지식을 다소 변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업무에 활용하기도 한다. 박식과 상상력은 서로 동반한다. 경험을 변형할 줄 알고 지식을 통합할 줄 아는 전인들만이 우리를 종합지의 세계로 이끌 수 있음을 강조한다.




"통합교육에는 여덟 개의 기본 목표가 있다. 첫째, 학생들에게 보편적인 창조의 과정을 가르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둘째, 창조 과정에 필요한 직관적인 상상의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셋째, 예술 과목과 과학 과목을 동등한 위치에 놓는 다학문적 교육을 수행해야 한다. 넷째, 혁신을 위해 공통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교과목을 통합해야 한다. 다섯째, 한 과목에서 배운 것을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섯째, 과목 간의 경계를 성공적으로 허문 사람들의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 일곱째, 모든 과목에서 해당 개념들을 다양한 형태로 발표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여덟째, 상상력이 풍부한 만능인을 양성해야 한다. "




"소설이나 조각, 음악 작품을 단순한 하나의 대상, 다시 말해 분석하기 위한 ‘무엇’으로 보거나 듣는 것은 환상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실재는 예술이 ‘어떻게’ 발생하고 삶과 어떤 연관성을 맺고 있는지 우리가 이해할 때라야만 경험할 수 있다. "

"교육에서 ‘무엇’과 ‘어떻게’의 결별은 곧 어떤 것을 안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이 분리되는 결과로 나타난다. 학생들은 이해함으로써 앎에 이르는 게 아니라 외움으로써 알게 되는 거이다. 물리학 지식에 해박했던 존이나 문학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었던 레슬리 스티븐의 경우가 그렇다. 일상생활에서는 똑똑한 아이들이 학교 성적은 아주 신통치 않은 사례가 있다. 이 아이들에게 이론적 지식이라는 ’환상‘이 없다는 것은 그들이 학문적 행위를 수행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왜냐 하면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그것이 어떤 원리로 되는 것인지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험에 기반한 이해를 가리켜 ‘빈약하긴 하나 질 높은 이해’라고 말한다. "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은 만들어 낼 수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하고 있는 세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자기 자신의 눈이 아닌 다른 사람의 눈으로 실재를 보게 된다. 더 나쁜 것은 환상을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춘 마음의 눈을 계발하지 않는다면 육체의 눈으로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

"기하학을 사랑했던 학생은 수학자도, 물리학자도, 공학자도 되지 않았다. 그 학생은 곤충 세계의 시인이자 예언자라고 불리는 앙리 파브르였다. "내 글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피곤해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기하학 덕분이다. 기하학은 누군가의 사고를 이끌어주는 놀라운 스승과 같다."

 

 

추상화

새무얼 존슨, ˝문학이 하는 일은 개체가 아닌 종(種)을 들여다보는 것이며, 전체를 포괄하는 속성과 주된 형상에 주목하는 것이다.˝

스젠트 기요르기,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모두 다 씁니다. 그런 다음 쓴 종이를 치우죠. 그러다가 한달 후에 처음 쓴 것은 보지 않고 다시 씁니다. 두번째 쓴 글이 첫번째 쓴 글과 다르면 처음부터 다시 씁니다. 그렇게 해서 열여섯번쯤 쓰게 되는데, 글이 더 이상 달라지지 않을 때까지 쓰게 되는 셈이죠.˝ 스젠트 기요르기의 경우 글을 거듭 써갈수록 말하고자 하는 것에서 불필요한 것들은 사라지고 본질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언어적인 묘사는 점차 간결해지고 일종의 시 형태로 응집되면서 각각의 단어는 보다 큰 외연과 중요성을 갖게 된다. 문학적 글쓰기를 하건, 과학적 글쓰기를 하건, 과학적 연구결과를 기록하는 글을 쓰건, 이것이 글쓰기의 진실이다. 많은 과학자들도 기술적인 단어와 개념 역시 시어의 엄격성과 간결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티스는 학생들에게 자주 말하곤 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3층짜리 스튜디오를 갖는 것이다. 1층에서는 모델을 두어 그림 수업을 하고, 2층으로 올라가면 아주 가끔 1층에 내려와 모델을 보고 가고, 3층에선 아예 모델을 보지 않고 그림수업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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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6 15: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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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살까지 살까? - 1,500명의 인생을 80년간 추적한 사상초유의 수명연구 프로젝트
하워드 S. 프리드먼, 레슬리 R. 마틴 외 지음, 최수진 옮김 / 쌤앤파커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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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삼성병원에서 2월 중하순쯤 건강검진을 했었다. 검사결과 자료가 우편으로 도착하기도 전에, 병원측에서 전화가 왔다. @@@에  08*05센티짜리 결절이 있는데, 양성인지 악성인지 알아봐야 할 것 같단다. 검진 당시 정밀 초음파 검사를 할 때, 초음파 선생님이 미리 언급은 했었다. 6개월 후에 예후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들었던 거다. 그래서 검진 결과도 그리 나올 것은 예상을 했었으나 결과지도 받기 전에 이렇게 전화부터 주어서 심각성을 일깨울 줄은 몰랐다. 접수계원은 나더러 다니는 병원이 있으면, 꼭 가서 조직검사를 받고, 특별히 그렇지 않으면, 강북삼성병원으로 예약을 해 주겠다고 한다. 예약을 언제로 잡을지 내가 다시 전화하겠다고 하고, 애들아빠에게 전화해 상의를 했다. 어차피 이번에 한 검진은 작년에 받아야 할 것이 연기되어 했던 거고, 올해 6월쯤 다시 초음파 검사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병원에 다시 전화해서 예약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악성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한시가 급하고, 6월이면 너무 늦다고 선고를 내리듯 말한다. 그 말에 심장이 방망이질치면서 헛웃음도 나온 거 같다. ‘악성? 내가 암에 걸렸을 수도 있다고?’

병원에 가는 날짜를 유예하면서 피말릴 이유는 없었다. 다음날 오전 가장 빠른 시간으로 예약해 달라고 말했다.

한치 앞도 못 보는 게 인생이라고 했겠다만, 그래도 그렇지!

그런 일은 나에게 일어날 수 없어, 라고 생각해왔던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질병이라던지 불의의 사고로 아이들 보다도 남편보다도 이 세상에 안녕을 고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그런 가능성이 도래하리라곤.....

그날 밤을 정말 하얗게 지세우고, 다시 검진을 받았다. 담당 과장님의 말씀.

“조직 검사까지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단 6개월 마다 검진하셔야 해요.”

이번 검진은 그동안 자부해 왔던 건강하다는 인식을 송두리째 깨부셨던 것이었다. 다음날 검진 결과지가 도착했는데, 정말 가관이었다. 기관 어디 하나 건강한 데가 ....한 군데도 없...........었던 건 아니고, 있다. 폐활량이나 심전 기능은 30대 초반이라고 하니까. 
그러나 나머지는 실제 내 나이보다 8~9년 더 노화한 상태라고 했다. 

조금이라도 젊게 오래 살고 싶으면, 두 가지는 철저하게 지켜야 할 것 같다. 매끼니마다 조금 배고프다 싶게 먹기, 유산소 운동하기. 그런데, 잘 되지는 않는다. 여전히 나에겐 배불리 먹는 즐거움이 크고, 따로 운동할 시간도 내지 못한다. 좀더 처절해져야 할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읽은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을 읽고 나서, 커피 하루 한 잔으로 줄이기나 밥 한 숟가락 덜 먹기와 같은 건강검진 이후 부랴부랴 실천했던 수칙들이 흐지부지 되었다. 수명 연장의 최대 관건은 그런 게 아니라잖은가!

중요한 것은 매사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것!

이 책은 별점 5점 만점을 주지 않을 수가 없다. 1500명의 인생을 80년간 추적한 수명연구 프로젝트란다. 1500명 중의 대표적인 표본이 될 수 있는 10여명을 주인공으로 한 <인간 극장>이나 <다큐 3일 아니고, 80년>을 보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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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서판 - 인간은 본성을 타고나는가 사이언스 클래식 2
스티븐 핀커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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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쪽 


 단순한 논리로 말하자면, 학습을 위한 선천적 메커니즘 없이 학습은 존재할 수 없다. 그 메커니즘은 인간이 성취하는 모든 종류의 학습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강력하다.

431쪽 


족벌주의는 인간의 보편적인 성향이자 대규모 조직의 보편적인 재앙이다. 그것은 세습 왕조가 지배하는 나라들을 도탄에 빠트리고 제3세계 정부와 기업들을 수렁에 빠뜨리는 대표적인 악습이다. 이에 대해 역사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해결책은 가족적 연고가 없는 사람들, 가령 환관, 독신자, 노예, 집이 먼 사람 등에게 해당 지역의 권력을 주는 것이었다.

548쪽

흰개미들이 집의 대들보를 갉아먹거나 모기가 사람을 물어서 말라리아를 전염시킬 때 그 놈들은 비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다. 녀석들은 진화적으로 설계된 행동을 그대로 행하는 것이고 그 결과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것뿐이다.


661쪽

외모가 성격에 미치는 영향은 작고 제한적이다. 금발은 빗댄 농담이 유행하지만, 매력적인 모든 여성이 무식하고 허영에 들떠 있는 것은 아니다.

698쪽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할 때 이처럼 단순한 사실들을 종종 망각한다는 것은 현대의 교의들이 사람들을 얼마나 깊이 사로잡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아이가 특별한 인간관계의 당사자란 사실을 쉽게 잊고 말랑말랑한 공작용 재료쯤 된다고 생각한다.





733쪽 ~735쪽

a.s 바이어트는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편집자들이 지난 1000년 동안 최고의 이야기가 무엇이었냐고 묻자 세헤라자데 이야기를 꼽았다.

<천일야화> 속의 이야기들은 사랑과 삶과 죽음과 돈과 음식과 그밖의 다른 필수품들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하는 이야기들이다. 인간에게 있어 이야기하기는 숨쉬기나 혈액 순환만큼이나 중요한 본성이다. 모더니즘 문학은 이야기를 제거하려 했다. 이야기를 저속하게 생각했고, 플래시백, 직관, 의식의 흐름 등으로 대체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생물학적 시간의 본질이어서 우리는 그로부터 탈출할 수 없다. 파스칼이 말했듯이, 인생은 동료 죄수들이 매일 처형당하기 위해 끌려 나가는 감옥에서 사는 것과 같다. 세헤라자데처럼 우리도 누구나 사형 선고를 받은 존재여서, 자신의 삶을 시작과 중간과 끝이 있는 이야기로 생각한다.

존 업다이크 역시 지난 1000년을 회고해 달라는 질문에 자신이 속한 문학의 미래로 그 답을 대신했다. “거짓말의 전문가인 소설가는 역설적으로 무엇이 진실인가에 집착한다.” 그리고 “진실의 단위는 최소한 소설가에게는 지난 10만 년 동안 변하지 않는 호모사피엔스라는 종에 속한 인간이라는 동물이다.”

진화는 역사보다 느리고 최근 몇 세기 동안의 과학 기술보다는 훨씬 느리다. 사회 생물학은 놀랍게도 학계 일각에서 악의적인 공격에 시달리고는 있지만, 어떤 특성이 선천적이고 어떤특성이 후천적인가를 밝히는데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진화를 통해 정착한 인간의 하드웨어는 어떤 종류의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가? 소설은 암중모색을 통해, 개인이 공급할 수 있거나 공급하고자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사회가 요구할 때 우리를 엄습하는 불안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보통 사람들이 경험하는 갈등이 소설을 쓰는 우리의 손과 심장을 뜨겁게 달군다.

인간은 팽팽한 긴장속에서 죽음을 예견하고 리비도를 의식하는 동물이다. 지상의 어떤 다른 존재도 그렇게 뛰어난 사고 능력을, 가능성을 상상하고 좌절하는 복잡한 능력을, 종족과 생물학의 명령을 의심하는 골치 아픈 능력을 경험하지 못한다.

그렇게 많은 갈등과 영리함을 지닌 존재로서 인간은 허구적인 생각에 초점을 맞추며 끝없이 즐거워한다. 아마도 호모 사피엔스는 아무리 아름다운 유토피아에 도달해도 자신의 모든 갈등을 풀거나 온갖 심술의 원천인 궁핍함을 제거할 만큼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운명이나, 유전자, 또래 집단 등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영향력을 인정하지는 않는다. 한 어머니는 <시카고 트리뷴>에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하느님께 기도한다.  그러나 진실은 우리의 소망과 무관하고 때로는 그 소망에 의지하도록 우리의 등을 떠밀기도 한다.

사실 아이가 행복하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알고리듬이 없다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로 자녀들의 특성을 미리 지정하기를 원하는가? 그래서 모든 아이가 예기치 않은 재능과 성공으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기를 바라지 않는가? 사람들은 인간 복제를 두려워하고 부모가 유전 공학을 통해 자식을 설계할 수 있다는 미심쩍은 약속을 끔찍하게 여긴다. 그러나 그것은 부모가 양육을 통해 자식을 설계할 수 있다는 환상과 얼마나 다른가? 현실적인 부모라면 오히려 시름을 덜 수 있다. 아이를 자극하고 사회화하고 아이의 성격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대신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동화 책을 읽어 줄 때도 그것이 뉴런에 유익한 영향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라는 사실에 마음이 넉넉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내가 우리 아이를 어떻게 대하든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라는 질문을 생각해 보자. 이것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불행하겠는가? 물론 부모의 양육은 매우 중요하다. 해리스는 독자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한다.

첫째, 부모는 자식에게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이고, 부모의 행동은 아이들의 행복에 대단히 중요하다. 양육은 무엇보다 윤리적인 책임이다. 부모가 자식을 때리거나 무시하거나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크고 강한 사람이 작고 힘없는 존재를 그렇게 다루는 것은 끔찍한 일이기 때문이다. 해리스의 말대로, “우리는 아이들의 미래를 쥐고 있지는 않지만 아이들의 현재를 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아이들의 현재를 아주 비참하게 만들 힘도 쥐고 있다.”

둘째, 부모와 자식은 인간적인 관계로 맺어져 있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보살피는 것은 상대방의 인성을 원하는 대로 변화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깊고 만족스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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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은희 지음 / 궁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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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재주' 라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는 이렇게 일반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 쓰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런 글재주에다가 ‘과학적인 앎’까지 갖추었으니, 저자가 대견(나보다 한 두살 어린 듯 ^^)해 보인다. 


이 책은 인터넷에 칼럼 형식으로 올린 글이 책으로 나오기 위해 신화와 접목된 생물학 이야기가 되었다고 하는데, 시도는 꽤 훌륭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신화와 생물학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다 거머쥐기는 만무했다. (코너의 시작 문단마다 등장하는 간략한 신화 이야기는 그닥 시선을 집중시키지도 않고, 별로 연결 고리라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이것은 그저 옥에 티일 뿐이다.^^)


글쓴이가 여성이어서인지, 여타의 다른 생물학 책보다 탄생과 노화, 유전자 같은 생명과 모체에 더 쉽고 자세하게 천착한 글쓰기를 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 책은 과학적인 읽을 거리를 전달하는 데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나름의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고 있다. 일테면, “유전자의 불멸과 아이덴티티”라는 장에서는 개미 사회의 일원들이 마치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는 세포와 같아서 인간의 몸 한 군데에 종양이 생기면 전체를 위해 그 부위를 도려내듯 집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던지는 모습을 설명한다. 이는 ‘단지 불멸을 위한 전체만이 존재할 뿐인 개미 사회’를 시사하면서, 우리 사회에 적용하고 있다. 아직까지 사회는 국가와 민족에 충실하고 사회에 충실한 사람들, 개미처럼 전체 사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양성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인간의 개성이란 그 아이덴티티를 획득하기 위해 불사의 생명을 버릴 정도로 소중한 것인 만큼 누구의 개성이든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세상이 각박해진다고 개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러나 진정한 개인주의가 이 세상에 존재한 적이 있었는지 의심해보자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목숨값이 평등하지 않다, 에이즈”에서 저자는 이런 말을 한다. 에이즈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은 “ 믿을 수 있는 자신의 파트너에게만 성실하라”는 도덕적 각성 외에도, 질병이란 그 자체의 심각성이 아니라 그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서 질병의 경중과 연구비의 다소가 결정된다는 사회의 냉혹함이랄까.(에이즈 치료제 개발은 경제적인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사업이 되어버림) 

즉,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다”라는 것은 인간 사회에서는 허울 좋은 입발림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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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11-07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쓰셨구나! ^^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님의 리뷰 뒤에 줄을 씁니다. ^^

비로그인 2005-11-07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되는 과학만, 의료기술만 발전시키면 저같은 종자는 진즉 도태되겠군요. 에이즈 이야기, 참담하지만 정말 현실적인 말이네요, 이젠 돈 있는 계층만 우량 형질을 눠놔가지겠군요, 흐흐..

인터라겐 2005-11-07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은지 꽤 되었는데 다시 찾아서 읽어봐야 겠어요..

플레져 2005-11-07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적 수지 타산이 안맞는다는 이유로 인류를 위협하는 병을 등한시하다니...나파요! ㅠㅠ

2005-11-08 0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08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11-0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 님의 리뷰를 기다릴랍니다~ 과학블로그는 지금 읽고 있는 중이에요... 근데근데 과학블로그 2권도 있어요?
복돌언냐... 글게 우덜 같은 종자는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발악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될지도...

인터라겐 님...이 책 나오자마자 읽으셨군요... 근데 참 재밌는 것은... 과학 관련 책은 읽을 때는 대충 이해하는데...돌아서면...다 까먹어요... 책을 다시 보면...언제 이런 걸 읽었던가 싶고요...

플레져 님...정말 나쁘죠... 근데...이렇게 몹쓸 게... 세상의 실체인가 보아요... !

속삭 님.. 저도요~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서~ .. 그런 이야기만 남대요~

icaru 2005-11-08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12:18에 속삭님!! 제말이요...다 같이 고생했는데... 저만...티를 내니,,,
쬐께 눈치가 보인답니다~ ... 약 안 먹으려고... 도라지와 파뿌리 우린 물을 먹고 있는데... 목구멍으로 원체 안 넘어가서..코를 꽉 틀어막고 먹고있어요 ㅠ.ㅜ

2005-11-08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5-11-08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에이즈 치료제 개발에 그런 계급적 이해관계가 숨어 있는지 미처 몰랐네요. 그리고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 은연 중 드러날때는 정말 이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은데 님께서 지적해 주셔서 참 속이 시원하네요.^^

2005-11-08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