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들, 디보 보게 하고 잠시 접속했다. 집에서 밤에 인터넷 접속할 때마다 아이의 만화영화 시청 시간은 누적되어 간다.  

어제 일요일 아침에 다섯살짜리 딸 하나 둔 지인 가족과 친애하는 h양과 나와 두 아들 이렇게 월드컵경기장 근처 하늘공원 억새축제에 가기로 했었는데, 토요일 집중호우도 있었고, 일요일 아침이 되어 다소 쌀쌀한 날씨에 아이들이 야트막하지만 그래도 등반 비슷한 것을 해야 하는데, 괜찮을까 싶은 우려 때문에 가족단위로 보지 않고, 셋이서만 오후 2시 강남역에서 만나기로 한다.  

이렇게 해서, 막상 일요일에 혼자 호젓하게 쉬게 될 줄 아셨던 남편 님이 두 아이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늦은 아침을 먹고, 12시쯤 오늘 이 아이들이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까 상황만 보고 있었는데, 아침 먹고, 침대서 주무시던 남편 님이 행장을 차리고 카메라 준비하고 두 아이 옷입혀서 나갈 준비를 하시는거다.  

어디 갈 거냐고, 묻는데 대답을 하는둥 마는둥 '그냥' 이러면서 휑~ 하니 나가신다. 그럴 때 다소 부드러운 표정으로 "오늘은 내가 아이들 밖에서 신나게 놀게 해 줄테니, 즐거운 시간 보내고 와라..." 하면 내가 약간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역시 우리 남편은 센스쟁이 뭐 이럴텐데... 어휴~하긴 이런 하해같은 마음을 표현으로 하는 것은 나도 못하기는 매일반이지만. 

나는 일주일을 마무리, 그리고 또 한 주의 시작을 개그콘서트로 하는 사람이다.  

사실 일요일 저녁이 되면, 일전에 커피 조지아 광고처럼, 다음날이 월요일이라는 사실이 귀신보다 무섭기 때문에 마음 무겁다. 이제 '이것은 마치 월요일 출근하자 마자 금요일 퇴근' 하는, 그런 속도감으로 또 한주를 살아야지. 하기도 한다. 

하하호호 거리며 개그콘서트를 보고, 마지막 코너가 끝나고 광고 자막 나가는 그 순간부터 허무감이 밀려온다.  

어제는 '엑스레이 접수하고 오세요, 피 검사도 해야 ..접수하고 오세요....초음파 접수하고 오세...접수하다가 병도 없는데 골병든다니까, ... 내가 병원을 접수해버릴까 보다. ...김치찌개, 양념통닭, 햄, 이제 못 먹는거야. 안돼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 더 싸인다니까. 안돼!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김원효의 멘트가 누구보다 내 마음을 대변하고  있으니, 내가 이 프로를 안 사랑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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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1-10-18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콘 못본지도 어언 2년이라우~~~~

icaru 2011-10-18 15:01   좋아요 0 | URL
우아~~ 왜요? 티비 시청을 끊으신 건가요?

잉크냄새 2011-10-18 15:32   좋아요 0 | URL
여기 한국 방송이 안나와요.ㅠㅠ

icaru 2011-10-20 09:16   좋아요 0 | URL
아아~ 지금은 어드메 계신감요? 방랑 잉끼 과장님 역시

진주 2011-10-1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들도 김원효 코너 제일 좋아하더라구요.
저는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애정남 좋아해요 ㅋㅋ

icaru 2011-10-20 09:16   좋아요 0 | URL
전, 단연 그 두 사람이 감이 좀더 탁월하다고 생각해요 ^^
아드님 세대하고 제가 코드를 맞출 수 있는 부분은 역시 개콘밖에!!! ㅎ

VERTIGO 2011-10-20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티비 끊은지 10년 넘었는데,매장같은 곳에서 티비보면 놀랍기도 합니다.

icaru 2011-10-21 10:37   좋아요 0 | URL
와아- 딴 세계에 사시는군요~ 티비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게 사실이긴 해요 ㅎㅎ
 

 

둘째와 달리 큰아이는 애정 표현을 하는데 다소 깍쟁이처럼 군다. 표현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음에도 박한 것이다. 제아빠 닮아서 ;;

“나는 엄마가 좋아요, 내가 할아버지 될 때까지 엄마와 살 거예요. ”

어제는 재우려고 같이 나란히 누웠는데 아이가 그러는거다.

나, 감동이었다. 네가 할아버지 될 때까지 이 엄마가 살아있을 성 싶지는 않지만, 네가 이 엄마가 좋기는 엄청 좋은가 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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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10-14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왜이런 감탄사가 나오는지요ㅋ 어쩌다 이런 멘트 해주면 겁나게 감동스러운거죠^^

icaru 2011-10-15 20:50   좋아요 0 | URL
ㅎㅎ pjy 님은 감성 주파수의 영역대가 상당히 넓으세요~~ 너무 잘 아셔요 ㅎㅎ 어쩌다, 해줘야 효과 백점이랍니다 ^^

춤추는인생. 2011-10-14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이 대답이 넘 멋져요.^^
매일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는것보다. 어쩌다 한번.저렇게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말을 하면. 더 좋을것 같아요~~~

icaru 2011-10-15 21:15   좋아요 0 | URL
아, 춤인생님 바로 그것죠! ㅎ
잘 지내시나요? 님을 한번 본적도 없으면서, 하늘하늘 시폰원피스가 떠오르는 ㅎㅎ 하긴, 날이 많이 쌀쌀해졌어요! (엥!이무슨 소리)
 

현재 내 주변 혹은 오프에서 나를 아는 이들 중에 내가 인터넷 서점에 책 관련 개인 블로그를 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을 꼽으려면 한 손의 손가락들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 중에서 가끔이라도 실제 들어와 보는 이는 내 짐작으로는 남편 님 외엔 없다. (그래서 이 서재에는 페이퍼 형식이 되었던 리뷰가 되었든 남편 님에 관한 신랄한 뒷담화를 할 수 없다. ㅎ)  지금 그게 화두가 아니고...

 서재에 홀릭 증세를 보였던 때가 6~7년 전이었는데, (지금은 아니지만) 그 당시 곁에서 나를 보았던 사람들 중에 그 때 서재 꾸리는 데 미쳤던 내 근황이 현재 궁금한 사람들 중 열 명에 하나는 접근성이 용이하지 못함에도 어렵게 어렵게 이곳에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재에 가급적 신변에 관련된 것은 올리지 않는다는 걸 알면 김새고, 다시 찾지 않을 것이다. 아니 누가 찾아오려나 할까.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진심으로 다행한 일이지 뭔가. 아니, 내 측근들의 대다수 성향이 책과 관련된 것에 몹시 애정을 품은 사람들이 아닌 것이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심지어는 나는 회사 사람들이 내가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거 별로 반갑지 않다. 그래서 내색 안 한다. 회사에 책을 가져갈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출근해서 꽁꽁 숨겨놨다가 퇴근길에 스윽- 찾아서 들고 가고 이런다. 그래도 티가 나겠지.

최근 들어 방문자가 많아져서 몹시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이 무슨 목적으로 들어오든지 간에, 일말의 유익함이나 위로(? 요런 수준의 정신 세계로, 요롷코롬 사는 사람도 있구나! 그에 비하면 나는 훌륭한 엄마, 아내, 딸, 언니, 누나, 동생이지... 순전 여성 방문자일거라는 전제군요..) 등등을 얻어 가셨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제부터인데, 서론 왕창 길어졌다.

어제 밤 우연히 아이 책 검색을 하다가, 너무나 낯익은 닉네임을 발견했다.

닉네임이야 흔한 거니까, 그런데 미리볼 수 있는 앞부분 글에서 그 친구의 아들내미 이름을 발견했다. 내가 잘 아는 사람 맞다. 그 친구의 서재로 들어가서 리뷰 80여편, 페이퍼 10여편을 앉은 자리에서 두 시간 꼼꼼히 읽었다.

이 친구는 내가 아이 낳고, 알라딘 서재와 담 쌓고 살던 시기에 알게 된 친구라 가까워지기는 했어도, 이 온라인 서점에서 제공하는 서재 얘기를 나누지 않았었고, 이 친구에게 서재가 있는지 알아봐야 할 이유는 더더군다나 없었다. 글들을 읽다보니, 내가 아는 그녀의 모습보다 적어놓은 글의 세계에서 그녀는 더 디테일하게 더 아프고 명징하게 다가왔다.

지난 주에도 일 때문에 통화를 했던 그녀인데, 너의 서재를 발견하고 글들의 대부분 읽었노라고 알은 체는 못하겠다.

내가 보았다는 게 그 친구에게 반가울까? 읽혀서 반가운 마음도 있고, 혹은 그녀 또한 나처럼 서재가 주는 익명성이 좋아서 마음껏 자신의 속내도 내보이며 리뷰나 페이퍼를 썼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역으로 그 친구가 내 서재에 와볼테고 그러면, 나는 그게 또 마냥 반가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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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전에 티비를 보던 둘째가 배고프다고 한다. 무려 새벽 1시인데, 그래서 식은 밥에 저녁 반찬이었던 스팸반감자반으로 해서 올리브유에 볶은 것과 멸치볶음을 비벼서 한 숟가락씩 떠먹였다. 먹이다가, 멸치볶음에 든 깨소금 때문인지 제법 맛있게 보여서 결국, 나한입, 너한입 그렇게 밥 한 그릇을 비우고 말았다.   

야밤에 세살박이 아이의 위를 그득하게 채우는 행위는 이성 있는 엄마라면 주저할 행동이다만, 이 엄마가 밤이 되면 살짝 이성을 놓고는 하는 위대한 인간이라 그래....

마빈 해리스라는 문화인류학자가 말하기를, 당신이 먹는 것을 얘기해 주면, 당신이 어떤 인간이 말해 줄 수 있다고 했던가? 나는 말이지, 갓지은 밥에 스팸 한 조각을 사랑한다. 나는 어떤 인간입니까? 미군부대를 연상시키는 인간입니까?  

자야겠다. 어차피 향후 몇년은 나는 고용주의 노예인 것을 내일 나가서 할일이 무려~~~ 흠,,, 얼른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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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고용주의 노예나 될법한 저녁잠 많은 인간형이 되기 싫어, 이 시간에 안 자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티비로 바뀌면서 고안된 메뉴얼을 찬찬히 둘러볼 계기가 없었는데, 오늘 보다가 데이타 방송으로 애들한테 보여 줄 만한 무료 프로그램들을 몇 개 발견했다.  

지금 참으로 늦게 취침 드시는 둘째가 맹렬하게 연속으로 보고 있는 중이다. 그 녀석이 스스로 자겠다고 나설 때까지, '엄마는 일해(인터넷 하라는 의미)' 모드이다.  

요즘엔 나의 건강염려 증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내 자리에서 일할 때도, 사내식당에서 밥먹을 때, 집에 있을 때,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조차 남의 눈을 의식 못하고 겨드랑이 언저리를 외과 의사가 촉지로 진료보듯 하곤 한다. 때도 못 가리고.... 내가 그러고 있는 모습을 제 3자가 되어 지켜본다고 했을 때 좀 추한 그림이..ㅎㅎ 그리고는 시도때도 없이 불현듯 생각났다는 듯, 지식인으로 검색을 한다. ***의 초기 증상 따위를 ...  

한번은 검색하다가 사람들이 올린 답변글 중에, 자신의 병에 대해 인터넷으로 답변에 의지하는 것은 바람직한 대처방안이 아닌듯한 사안이니, 당장 전문의에게 진료받으라...는 글을 보고 그 말에 강하게 긍정한 나머지 기함을 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오늘 독감 예방 접종을 병원에서보다 60%나 저렴한 가격에 단체 접종한다고 했는데도, 맞지 않았다. 작년까지는 해마다 꼬박꼬박 맞았었는데, 오늘은 어쩐지 주사 따위 맞을 기분이 아니었다고 하면 너무 궁색한 변명인가?  

오늘은 몸을 사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집을 나와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다가 오른쪽 뒤꿈치가 헛방을 치는 바람에 몸이 헛스윙을 했다. 구두의 뒷굽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뒷굽을 어느 길목에서 잃어버린 것일까. 절뚝이며 가던 길 멈추고 뒤돌아봤다. 구두 바닥을살폈더니, 뒷굽과 밑창 접착 부분이 너덜하게 떨어져 있었다. 대롱거리는 뒤축을 이끌고 집으로 갔다. 오늘 무슨 일이 있으려나, 말도 행동도 삼가 절제하자 하며, 구두를 갈아 신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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