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입에 붙은 말 3종 세트는

"졸립다", "춥다", "일하기 싫다"이다.

몇십년만에 한번 돌아와요~! 라고 붙은 어느 추운 겨울이 바로 오늘이었고, 오늘 아침 얼마나 일어나 출근하기가 고롭기그지없었던가.

이 노릇은 이젠 이력이 붙을 만도 한데, 늘 죽겠다~이다.  

 

동료가 "라디오헤드 좋아하세요?" 하고 묻는다.

크립 같은 대표적인 곡 한두 개 알 뿐이면서 "좋아했죠~" 한다.

그러니까,

"이번 지산락페스티벌에 온다는데요." 한다.

그러냐고, 대충 이야기를 마무리하는데,,, 자기는 이번에 일본에 무슨 20년된 그룹인데, 라캉 크라씨엘이라나 뭐라나 무지개라는 뜻이라는데, 그 그룹 공연 티켓팅 시작 시점을 하루 놓쳐서 스탠딩석 그것도 뒤쪽 밖에 없었다고 푸념한다.

나는 결혼하고 나서는 오만원 넘는 공연은 엄두를 못내고, 가고 싶은 열망도 싸악~ 식었다고 대답했더니, 대번 '슬프네요.' 한다.

 

근데, 나는 그게 그렇게 슬프지는 않다.

나 오늘, 무슨 이야기 하고 싶었는지 잘 모르겠다.

아 맞다. 입에 붙은 말 졸립다! 로 돌아가서, 오후에 졸음이 쏟아져서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묵념하고 있었나 보다. 누가 부르기에, 화들짝 깨어난 판에, 지금 이렇게 깨작깨작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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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2-02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그게 안보면 슬플만큼 좋은 건 아니겠죠 저도 그래요. 그보다 더 좋은 아이들이 있잖아요. 엄마는 그런거 같아요 그 돈이면 우리 아이들 뭐 사줄텐데 하면서~
님 덕분에 힘내고 있어요 감사해요

icaru 2012-02-07 09:16   좋아요 0 | URL
휴~ 하늘바람 님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힘내고 있으시다니, 안심이어요!
맞아요!!! 돈과 관련해선 아이들이 느무 밟혀요!! 뭘 못하겠어요 ㅎ

2012-02-03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07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2-02-08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가들 언제 이렇게 금새 컸대요?
예전 그 이카루님 맞으신지?ㅋ
님의 큰아이가 울둘째랑 동갑이네요.
반가워요.반가워요^^

일하면서 아이들 돌보고 힘드시겠습니다.
그래도 힘내세요.화이팅^^
 

밑도 끝도 없이 의기소침해질 때가 있다. 분명 해야 할 일의 형체는 머리에 잡히는데, 도통 발동이 걸리지 않을 때. 나는 그럴 때 딱 맥을 놓고, 멍을 잡지. 그런데 간혹 서재에 들어와서 예전에 쓴 글들을 읽기도 한다. 읽고 나면, 에너지를 조금 얻기 때문이다.

리뷰나 페이퍼의 어떤 부분을 읽을 때면, 진짜 내가 이런 유치한 혹은 대단한 생각을 했던 것인지, 혹은 이런 변두리 지식까지 알고 있었는지, 깜짝 놀란다. 그런 사유와 지식들을 지금은 하나도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두번 놀란다. 분명 사람은 망각의 동물...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작은 것 하나라도 기록을 해놓는 게 좋겠지만,,

 

방 너머에서 아이의 기침소리를 듣고 있는 새벽이다. 저래서야 원, 아이는 잠을 자도 잠을 잔 것이 아닌 게 된다. 어머님이 주신 오미자진액에다가 따뜻한 물을 타서, 자는 아이를 깨워본다. 잠을 못자 짜증이 오를대로 오른 아이가 순순히 받아먹을 턱이...없고,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요령도 부득한 엄마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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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간 야근을 좀 했다. 내년 개발과 관련된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하느라고. 이 작업은 우리가 흔히 프로패셔널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에게서  발휘된다고 여기는 특유의 기획력이나 그밖의 능력이 요구되는 일과는 멀다. 그 보다는, 필요한 pdf 파일들을 찾아서 적당한 사이즈로 오려서 붙이는 것, 경쟁사 책 스캔을 얼마나 신속하게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신속하지 않으면 안 되는게 다른 일들이 피티 준비가 다 될 때까지 고분고분 마감을 늦추며 기다려 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팀원들에게 일을 나눠주면 할 일이 줄어들지 않겠냐고도 말씀 주시는데, 다들 자기업무 바쁜 사람들에게 잡무라면 잡무랄 수 있는 이런 일을 주기에는 내 얼굴이 얇고, 심장도 약하다.

아무튼, 몇일에 걸쳐 지지부진하던 발표 자료가 어제 오후 완성되었고, 야근을 하면서 발표 멘트 순서에 따라 적절한 사용자 애니메이션을 지정하고 있었다. 주말에도 애들 나몰라라 회사 나왔는데, 월요일 저녁도 야근. 나야 발등에 불떨어져서 하는 일이니, 부당하다거나 하는 맘도 딱히 없는데... 집에서는 계속 전화가 온다. 남편이... 아이들이... 집에서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모두 싸들고, 퇴근을 했다.

집에 가니, 10시 반....


아이들은 갤탭으로 로보카 폴리를 보느라 정신이 없고, 남편은 벌써 어딘가에서 달리다가(술) 퇴근하신 터라, 얼큰해져서는 눈감고 취침모드 진입 직전인 듯.


눈감고 있는 사람한테, 싸들고 온 발표자료를 보여주며, 어떠하냐고 물었다. 이게 화근이었다! 물론 술취한 사람이 뭔가 핵심을 찌르는 고견들을 들려주리라고 기대 안 했고, 당장 내일 아침이 발표인데, 고견을 들은들 반영할 수도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나 이래서 그간 늦었어 ,그냥 뭐, 구경이나 시켜줄게, 하는 마음으로 보여줬는데... 하시는 말씀인즉,


“야, 너는 우리 회사 같은 데 들어오지 않길 참 잘했다. 반려! 반려감이야, 이 발표를 듣는 절반 이상은 잠을 청할 것이며, 임원들은 너에게 이렇게 질문을 하겠지? ‘그래서 결론이 뭐야!’라고.”

“.......”

“개요부터 바꿔야 해! 핵심을 요약하는 한눈에 보이는 뭔가가 없어! 기승전결도 없고!”

“..., 이보라구 남편님, 우리 업계(?)는 말이지, 한눈에 보이는 요약 혹은 표로 정리 같은 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 업무 보고 하는 게 아니라고. 표로 정리해서 이렇게 잘~~~~ 했습니다. 라고 하면, 말로만 겁나게~잘 했다고 하지 말고, 어떻게 잘했는지 실물을 보여 줘야지~! 한다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그림 자료를 세세하게 대조 대비해서 나열한 것이라고!”

“대조라니, 둘이 비슷해 보이는데! 차별화 지점이 명확하지 않잖아!”

“물정 모르는 막눈에 보니까 그렇지!”

“그럼, 네 발표를 듣는 사람들이 모두 실무자야? 만약 임원이라면 보통 한가한 임원이 아니고서야, 이걸 어떻게 알아듣고 있니?”

남편님 집에 오기전에 어디서 배알이 꼴리는 일이라도 당하셨나. 왜 이렇게 뒤틀렸어! 어쩐지 독설이다 못해 악의가 느껴지는....

사실 집에 돌아와 발표 마무리하고 끝나는대로 바로 잠을 잘 계획이었는데, 사기가 저하되고, 의욕이 부진하시어서 침울하게 패트병에 담긴 맥주를 연거푸 따라 마신다. 남편님 친절히 옆에서 물 끓여 사발면 대령해 주시면서 말씀하신다.

“괜찮아! 그냥 말로 풀어 하면 되지~”

“뭐야! 듣는 사람들 절반 이상은 자게 될 거라면서!”

“아유~ 그러면, 땡큐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발표 자료는~ 30분 구성인데~ 5분만에 잠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콘 찍고 있다.


그래도 내일 발표는 망칠 수 없어서, 남편이 말한 것에서 반영할 수 있는 것 몇 가지 수정하고, 한번 발표하듯 읽어보니, 새벽 세시다.

세시간 잤나보다. 여섯시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해 회사와서 한번 더 시연해보고, 아침 업무회의에 들어갔다. 그런데 오늘 임원 분들 중 두분이 자리에 안 계셨다. 한분은 출장이시고, 한분은 건강검진이시라 하네.


발표는 다음주에 하라신다. 다행반 불행반.


남편이 오전에 전화를 해서, 엄마 생신 관련 장소에 대한 용건을 나누었다. 그러다가

“남편, 어제는 술김에 독설한 거지?” 라고 하니,

“아니! 취중 촌철살인인데...”

“.....” 내가 말이 없자,

근데, 발표는 잘 했고?”

임원분들이 몇분이 부재하셔서 못했다 하니,

"그래, 그럼 시간 있으니 다시 만들면 되겠다."

"아니, 그냥 그거 갖고 할.건.데.!"

 “그래그래, 우리는 분야가 다르잖아! 너희는 그런 방식이 통하나 보지 뭐."

 

네~ 훌륭하십니다! 


그러고 나와서 그간 밀린 일들 중에서 결재 올리는 일들을 몰아서 하는데, 자꾸 에러가 난다. 숫자의 자릿수를 틀리게 입력한다. 12만 얼만데, 120만 얼마라고 기입해서 “오류가 있으니, 전산실 문의하라”는 멘트가 뜬다.

그뿐만 아니다. 친구한테 문자가 왔는데,

자기가 맘투맘이라는 중고 사이트에서 애들 디비디를 얼마에 샀는데, “나 잘했니?” 라는 문자였다.

그래서 내가 리엑션에 강한 내가,

“히야~대박~ 잘 샀다~ 나는 그거 절반 구성도 안 되는 것을 삼만 오천원 주고 샀어!”

라는 답문자를 보냈다. 아니 보낸 거 같다.

“ 너는 삼천오백원줬어? 니가 더 싸게 샀잖아!”

라고 왔길래 나는 바로

“미안, 내가 상태가 메롱이야! 삼천오백원 아니구, 삼만 오천원 네가 산 것의 절반도 안 되는 구성이구...”

라고 보내니까, 친구가

"아 글쿠나, 내가 싸게 사서 너 혈압올랐구나! ㅋㅋ“

아, 친구야~ ㅎ

“실은 어제 피티 때문에 세시간 잤나 싶다.”

라고 보냈는데,,,친구가 답문자 보내왔다!


“너 운동 시작했니?”

라고 왔다.

“운동? 피티체조를 말하는거임? ㅎ 프리젠테이션이라고~! ㅎ 네가 오늘 날 제대로 웃기기로 작정했니?”

라고 보내자, 친구는..

“아, 미안 요즘 남편이 퍼스널 트레이닝 이라는 피티를 해서, 피티라고 하면 운동밖엔. ㅎㅎ. 발표라, 발표라면 앉아서 듣고 있는 것도 부담인데, 하는 너는 어떠했겠니~ 수고했다!”

 

그래, 맞아 수고 했다. 불행히도 끝나지 않아서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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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2-01-1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구차달 님이 온전히 재밌게 소화해서 읽어내는 재주가 있으신거죠~ ㅎ 저는 항상 유머코드를 지향하긴 하지만, 저랑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항상 나이와 위치(?)에 맞게 처우해주느라~ 따라 웃어주는 걸 느낄 정도로 잼없어요. 이런 유머 고만 해야지 합니다만, 그럼에도 듣는 이의 반응을 살피며 유머코드를 비집고 섞으려는 저는 정말 딱 "애쓴다"죠.
아닙니다~ 징징이라뇨~ 작은 통점으로도 그마마한 사유를 하실 수 있다는 게 참 부럽습니다~ 그리고 누가 그러는데 삶이란 상대적이라서, 아픔 한조각 기쁨 한 덩어리 제각각 다 다르다고!

hanicare 2012-01-18 09:31   좋아요 0 | URL
리액션 해주는 거..맘이 섬세하고 고운 분들이 잘 하실 수 있죠^^
(하지만 그런 분들은 마음이 힘겹거나 다칠 일도 많을 거에요.)
그런데 요즘 봄 가을 같은 계절이 짧아지다 못해 거의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져요. 여름 겨울처럼 강하고 독한 계절만 남게 되는 것 아닐까 걱정됩니다.

여리고 사랑스러운 것들은 주위에서 더 아껴주어야 하는데...

icaru 2012-01-19 09:00   좋아요 0 | URL
저는 늘 궁금했답니다. 하니케이님을 실제로 만나면 어떤 분일까~ 님의 말씀과 이미지에는 희미하게~ 페이소스랄까,, 하는 잔상들이 따라다니면서 강한 통찰력과 기를 발산하는 쬐금 쎈~ 느낌도 드는데, 실제로 뵈면 섬세하며 여리여리하실지도 모르겠다고~ 이거야 말로, 하니케어의 이중생활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2-01-18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거 웃으면 안 되는거죠!
이카루님, 죄송해요,,, 그런데 너무 잼난걸 어떻게 해요.

아, 이거 부부 싸움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는 아주 미묘한 순간이었는데
그래도 잘 넘어가서 다행이예요. 저는요, 지난번에 울 신랑네 회사의 프리젠테이션 자료
초안 작업하느라, 사흘동안 집에서 꼬박 했다는거 아닙니까.
그런데 제안에서 떨어져서 수고료도 못 받았어요! ㅋ

고생하셨어요, 이카루님의 눈이 아마 옆지기 님 센스보다 나으실겁니다.
여자들이 훨씬 그런 면에서 강하잖아요, 암, 그렇고 말구요!

icaru 2012-01-19 09:02   좋아요 0 | URL
아유~ 진짜 시간 너무 들어가지 않나요? 노다가 랄까, 중노동이랄까 하는 표현이 딱! 근데,,, 제가 이런 작업에 익숙치 않아서일수도 있고요..

ㅎㅎㅎㅎㅎ 웃으시라고~ 써보건데, 웃으시면 전 성공이죠... 그러고 보니, 제 페이퍼는 저 자신을 희화화한 게 많은 거 같네요 ㅎ

2012-01-25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31 14: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운 2012-02-19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피지컬 트레이닝 입니다.

icaru 2012-02-28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헬스장에 가면 퍼스널도 있고, 체조하러 가면 피지컬도 있고, (시장에 가면, 열무도 있고- 배추도 있고- 붕어빵도 있고-)
 

나는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 리엑션을 강하게 하는 편이다. 학교 다닐 때 아르바이트로 중학생을 가르친 적이 있었는데, 그 아이는 항상 나보고 그랬다.

"맨날~ '정말~? 진짜아~? '래. 뭐가 정말이고, 뭐가 진짜 인지 알고나 하는 거예요?" 라고.

 

방금 전, 점심 때 일어난 일이다.

한 친구가 올록볼록한 패딩 점퍼를 입고 왔는데, 못 보던 옷이라는 것만 알겠지~ 크게 화제삼을 만한 구석은 못 발견했는데, 이 옷이 또 그렇게 비싸다면서 좌중이 다들 난리다.  요 사진 비슷하게 생겼다. (위에 어깨에 두르는 털 달린 것 없고, 기장은 이것보다 길다.)

 

예비 시어머니 될 분이 사주셨다고 한다. 결혼전이라, 나중에 헤어지게 된다면 이옷만은 반납해야 할 것 같단다. 그 옷을 보고 같이 점심 일행 중 한 명이 미쉐린 같다고 했다. 그러고 한바탕 웃었다.

난, 몽클레어가 뭔지도 몰랐지만, 미쉐린 같다는 말에는 뭔가 짐작되는 게 있어서 또 리엑션 과하게 했지....

 

 

 

 

 

 

얘얘가 미쉐린 아니니...

 

그래서 내가 "그래, 정말~!  건전지 같다."

이렇게 말했던 거다. 그러자.... 좌중이

"타이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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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1-13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빵 터져요~~~

icaru 2012-01-15 15:32   좋아요 0 | URL
ㅎㅎ 웃어 주셔서 감사해요~ 전, 캐릭터를 통합해서 인식하는 버릇이 있나봐요~

진주 2012-01-14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앙...이카루님이 리엑션을 과도하게 하신다곤 짐작 못 했어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했어요ㅋ 수수하고 조용하고 얌전하실 것 같았다는...^^
그렇구나~~
호..혹시 난 어떻게 느껴져요? ㅋ
진주는 리엑션 많이 할까요 안 할까요? ㅋㅋ

icaru 2012-01-15 15:33   좋아요 0 | URL
ㅎㅎㅎ 네, 전 반응은 과한데 그것의 핀트가 안 맞아서,,, 곤란할 적이 많았어요! ㅎ 진주 님도 한 리액션 할 것 같습니당 ㅎㅎ

진주 2012-01-17 18:07   좋아요 0 | URL
땡~ㅋㅋㅋ
저 실제로는 리액션은 고사하고 너무 말이 없어서 남들이 제 목소리를 잘 모른대요ㅋ 등단하기 전부터 저를 지지해준 팬클럽(응?)회원님들과 오프에서 만났더니 생각했던 모습과 다르다고 하더라구요. 부끄럼을 그렇게나 많이 탄다네염..헙..ㅋㅋ

다만, 수업할 땐 180도 다르죠.
무대체질인가봐요. 2시간짜리 수업에 침을 한됫박은 튀길듯...

icaru 2012-01-19 09:04   좋아요 0 | URL
와- 어쩐지~ 고수의 냄새가 나요~ 아니면, 진주 님의 두 얼굴!!!
일할 땐 180% 다른 모습!!!
근데, 제가 이말씀 드렸나요~ 허영란 너무 많이 닮으셨어! 아니, 허영란보다 더 아름다운 마스크의 소유자세욤..

마녀고양이 2012-01-18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미치겠다.
미쉐린 같긴 하네요, 좀. 그런데 실제 보면 멋지겠지요? ㅋㅋ

제가요, 이번 상담한 것에 대한 축어록을 녹음기로 들으며 푸는데
제 리액션은 과도함을 넘어서서 민망함의 극치입니다. 아하하.

icaru 2012-01-19 09:0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마녀고양이 님이랑 실제 만나 대화하면, 쿵짝~쿵짝 해주니까, 얘기도 신명날 거 같아요!!! ㅎㅎ
꼭 관계자가 아니어도~ 녹음기로 자기가 다른 사람과 하는 대화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단 생각드네요...
 

 

소모적인 훈육을 하지 않아도 될 집안 환경을 조성하라고 온갖 양육서들에는 나오지만, 사람 사는 환경이라는 게 그렇게 심플하지가 않다. 어제 둘째를 차갑게 혼내고 다그쳤던 게 오늘 계속 걸린다.

형이 예민한 기질에 속한다면, 둘째는 순하고 무던한 편이다. 조바심 내며 첫째를 키우고, 좀더 여유를 갖게 되어 둘째를 대하니 그렇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지만, 첫째와는 기질이 많이 다른 둘째인데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게 만들어 내 속앓이를 시킨 적은 없었다.

물론 사고를 좀더 치긴 한다. 구입한지 10년 되었지만, 새것 같았던 비디오데크였는데, 비디오 테이프 넣는 곳에다가 온갖 것을 쑤셔 넣어서 요절을 내버리거나 수건을 물에 흠뻑 적셔 노트북을 닦으려 하는 둥...  하마터면 기기 파손에 손해막심 할 뻔, 휴~ 라고 가슴 쓸어내리는 순간의 빈도가 큰애보다 높았다만, 그때마다 심하게 혼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직 어렸고, 돌보면서 좀더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어른들 탓도 있으니까...


그런데 어제는 그게 쌓이고 쌓여 폭발했나?

둘째가 “티모시 유치원 보여 달라” 고 내 뒤를 따라다니며 옷자락을 붙잡는데, 건성으로 대꾸했다. 마침 엄마가 일일연속극을 보고 계시던 참이었고. 연속극 끝나고 보여 주려고 디비디 플레이어에서 앞서 들어가 있던 시디를 꺼내려는데, “득득득” 긁히는 소리만 나고 나오지 않는 것이다. 정황을 보아 하니, 둘째 녀석이 플레이어의 전원 버튼을 누른 다음 자기가 보고 싶었던 티모시 유치원의 시디를 넣었는데, 잘 들어갈 리가 있나. 원래 들어 있는 시디가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억지로 꾹꾹 밀어 넣었나 보다. 그리고 세모 모양의 플레이 버튼을 누른 모양인데, 잘 나오지 않자 나를 따라다니며, 티모시 유치원 보여 달라고 한 거였다.

가는 핀셋으로 이것저것 동원에서 시디를 빼보려고 했지만, 꺼냄 버튼을 누르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딘가 걸리는 지점이 있어서 나오지 않는 모양이고 꺼냄 버튼을 누르면 ‘득득득’ 하는 긁힘 소리의 강도가 점점 세져서 뭔 사단이 나겠다 싶어 얼른 전원 버튼을 끈다.

나는 아이들 앞에서 이 디비디와 플레이어의 가격을 생각하고, 새로 장만하려 했을 때의 비용을 떠올리며, 머리를 쥐어뜯고는 ‘못살아!, 죽겠네!, 짜증나!’ 같은 소리를 연발하며 히스테릭해졌고, 첫째는 도와주겠다며 공구상자를 꺼내와서 송곳과 드라이버 같은 것으로 쑤시려 든다.

둘째는 옆에서 서서 낮고, 길게, 참 구슬프게도 운다. 여느때 같으면 그렇게 울면 동정지수 100%였을 테니만, 상황이 그러하다보니 화 지수만 증폭시킨다.

“너는 저리 비켜!”

 

도와주겠다며 송곳과 드라이버를 들고 설치던 큰애는 엄마가 점점 야수처럼 변해 가자, 곧 자러 들어갔는데, 둘째는 여전히 엄마 반경 1.5미터 내에서 낮은 울음을 울며 이 사태가 어떤 파국을 맞을 것인지 끝까지 지켜볼 참인가 보다.

30분여를 붙잡고, 핀셋질을 해댄 끝에 살짝 내민 혀마냥 지름의 0.5센티쯤 끌어내는데 성공! 그런데 다시 핀셋으로 살짝 끄잡아낸다는게 그만 “스르륵 부드럽게 다시 깊숙이 들어가 버린다. ‘이거 사람 불러야 하나?’ 라고 포기하.....지 않았고, 아예 뒤판 연결선 같은 것을 다 뽑아내고 나중에 다시 연결할 때 제구멍 찾아 끼워야 하니까 잘 보고, 십여개쯤 되는 크고 작은 나사를 드라이버로 다 풀어서 플레이어의 덮개를 드러내고, 시디를 빼냈다.

두서 있고, 순발력 발휘해 착착... 해낸 게 아닌고로 빼내서 다시 나사 조이고, 코드 끼우고 플레이어가 잘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데까지  1시간이 훌쩍 넘게 걸렸다.


그날 밤을 디비디 플레이어 가지고 공구조립(?)한 시간, 애들한테 엄마의 숨기고 싶었던 짜증내며 머리 쥐어뜯는 모습 보여 주고 한 것 등에 크게 상심한 나머지... 냉장고를 들들들 뒤져 ... 이것저것 처묵처묵..배가 부르니 화 지수는 더 상승..

 

그때까지 둘째는 내 눈치를 살피며 내 주변을 배회했고, 엄마가 드디어 디비디플레이어를 고친 것 같으니까 안도하면서 조용히 있던 아이가 다시 재잘대기 시작했고, 와서 안기며 책보자, 뭐보자 이것저것 주문했지만, 야멸차게 밀어냈다. 황금어장 라스 보다가 그리고 불 끄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가 들어와서 옆에 누웠다.

새벽에 두세번쯤 둘째가 자다가 느닷없이 잠꼬대를 한다. 소리를 지르고 억울하다는 듯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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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2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2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2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icare 2012-01-12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번번히 깨닫는 것이 혼자 살아야 할 종류의 인간이고
애를 잘 키울 위인이 절대 아니다란 사실입니다...

icaru 2012-01-12 22:05   좋아요 0 | URL
제가 그래요. '나' 자신을 너무 모르고 애를 낳았다고. 특히 제가 잘못하는 것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부분이죠. 근데, 누가 그랬더라 육아에 있어 일관성을 지키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 라고요. 엄마도 잘 못 행동할 때가 있고, 실수도 하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
오히려 바람직한 쪽은 또 늘 똑같은 기계처럼 행동하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목표를 세워 목표와 상황에 따라서는 필요한 조정을 할 수 있는 쪽인데,,, 이말이 더 부담되긴 해요. 늘 발전하라는 말이니까...


2012-01-13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2-01-12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끔 첫째로 태어났느냐, 둘째로 태어났느냐가 그 어떤 운명보다 더 결정적이라는 생각을 해요.
아이 하나를 키우는 엄마보다 둘을 키우는 엄마는 할 얘기들도 더 무궁무진할 것 같네요.
아이가 엄마 눈치를 보이는 것 같을 때 마음이 참....그렇지요.

icaru 2012-01-12 22:1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늘 h나인님-영타에 약해서-의 글만 보다가 댓글을 받으니까 황송한 느낌이 들어요! ㅎㅎ 님이 쓰신 리뷰를 제가 많이 참고하고 책을 골랐다는 거 아시련가? ㅎ
개성의 탄생에서 님의 말씀과 일치하는 부분을 본 것 같아요. 태어난 순서. 저도 많이 공감하는게, 제가 집에서 맞이인데, 첫째의 전형적인 특징들을 고스란히 갖고 있거든요. 요령이 부족하다던지, 체재 유지적이라던지, 전복적인 사고를 못한다던지... ㅎㅎ

프레이야 2012-01-13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딸이 제법 다 큰 이 시점에 돌아보건데, 정말 애들이 저를 키운 게 맞는 것 같아요.
지금도 역시 서툴지만 참을성 없고 요령없는 엄마를 애들이 많이 봐준거죠.ㅎㅎ
저도 맏딸인데 첫째는 억눌린 게 내면적으로 많은 것 같아요.
자다가 그리 울고 소리지른 둘째아이가 안쓰럽네요. 꼭 안아주셨죠?? ^^

icaru 2012-01-17 15:11   좋아요 0 | URL
말씀 그렇게 하셔도 전, 항상 이렇게 묻고 싶어진다죠
"프레이야 님! 비법이 뭐지요~? 친구같은 훌륭한 딸을 둘씩이나.."
네,둘째는 꼭 안아 주었습니다! ㅎㅎ

진주 2012-01-14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폭소를 터뜨린 것에 대해 먼저 사과부터 드립니다 ㅋㅋㅋㅋㅋ
카루님의 이 이야기가 왜 이렇게 친숙할까요 ㅋㅋㅋㅋㅋㅋ
십여년전의 우리집 풍경이네요, 완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특히, '둘째는 옆에서 서서 낮고, 길게, 참 구슬프게도 운다.'에서
저 완전 뒤집어지며 울었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웃은게 아니라 숫제 울었다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구..ㅋㅋㅋ 머스마 둘 키우면
애 새퀴들이 엄마를 야수로 만드는 건 면할 수 없는 일인가봐요 ㅋ~

다른 점 딱 하나,
저는 밤에 둘째가 울었는지 잠꼬대를 했는지 전혀 모릅니다.왜냐,
저는 누웠다하면 시체거든요. 새벽까지 누가 업어가도 모를만큼 숙면을 취하므로~ㅋㅋ

icaru 2012-01-17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1000퍼센트 공감해요!
애 새퀴들 ㅎㅎㅎㅎㅎ 도 왜 이런 단어 막!!! 엔돌핀 돌구 그렇까요! ㅎㅎㅎㅎ

2012-01-25 22: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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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 14: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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