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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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책을 이토록 오래도록 붙잡고 있는 책은 내게 드물다. 두 권의 책이지만 지난 9일부터 읽고 있었으니 10일정도 읽었으려나. 많은 작가들에게 문학적 영향을 준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연작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총 7편중 제2편에 해당되는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라는 소설이다. 제 1편인 「스완네 집 쪽으로」를 2012년도 읽어 내용도 가물가물해 지는 시점에 다시 읽게 되니, 처음부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래서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편에서 소년 마르셀에게 중요한 인물은 작가 베르고트, 화가 엘스티르, 소녀 알베르틴이다. 소년에서 작가로 향하는 길에 성큼 들어서는 이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

 

먼저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의 첫번째 권은 '스완 부인의 주변' 편이다.

작가가 되고 싶은 화자에게 외교관의 꿈을 갖게 해주고 싶은 아버지는 외교관이자 전직 대사인 드 노르푸아 후작을 집으로 초대해 화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이와 달리 화자는 어린 시절의 우상인 작가 베르고트의 책을 읽으며 산책하고, 글을 쓰고 싶어한다. 스완의 집 만찬에서 베르고트를 처음 만나 대화를 하게 되면서 실망했던 작가의 외양과는 다르게 작품이 주는 감동을 느끼게 된다.

 

만약 좋아하는 작가를 만났는데 그의 외모에 실망하고, 그의 삶이 바람직한 모습을 갖고 있지 않다면 또한 실망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사생활보다는 작가의 작품으로 만나기 때문에, 작품으로 인해 그런 실망들은 상쇄되고 말 것이다. 작품속에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귀 기울이고 감동적인 부분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비롯된 슬픔은, 비록 그 슬픔이 사랑하는 사람과 무관한 걱정거리나 일, 기쁨 가운데 끼어들어 우리 주의력이 이따금 그 슬픔으로 되돌아가려고 잠시 거기서 벗어난다 해도 여전히 쓰라린 법이다. (3권, 278페이지)

 

 

 

 

사랑을 할 때는 그 사랑이 우리 마음속에 모두 담기에는 너무도 크다고 느낀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빛을 퍼뜨리지만 거기서 사랑을 멈추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게 하는 어떤 표면을 발견하며, 그리하여 우리 자신의 애정이 되돌려지는 이런 반향을 우리는 그 사람의 감정이라 부른다. 이 감정이 그 사람을 향한 우리의 일방적인 감정보다 더 매혹적으로 보이는 까닭은 그것이 바로 우리 자신에게서 나온 것임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3권, 319페이지)

 

 

 

오데트와 스완의 딸인 질베르트를 좋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피하는 질베르트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고자 할머니와 발베크로 여행을 떠났다. 발베크에서 화가 엘스티르와 교류하게 되면서 그가 스완이 말했던 화가이며, 초대받은 그의 아틀리에에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실험실에 와있는 느낌을 받았다.

 

 

 

소녀가 아름답게 보였던 이유는 그녀를 살짝 보았기 때문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우선 한 여인 곁에 멈출 수 없다는 불가능성, 그리고 다른 날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갑자기 그 여인에게 병 또는 가난 때문에 우리가 방문하지 못하는 고장이나, 필시 우리가 쓰러질 싸움에서 얼마 남지 않은 그 빛바랜 날들과 같은 매력을 주는지도 모른다. (4권, 125페이지)

 

엘스티르의 아틀리에 밖을 바라보고 있다가 검은 머리애 통통한 뺨까지 폴로 포자를 눌러 쓴 자전거 타는 소녀를 바라보게 되며, 소녀의 이름이 알베르틴 시모네 임을 알게 되었다. 마르셀의 평생의 사랑 알베르틴을 만나게 되서 일까. 발베크에서의 시간들이 너무 짧았음을 느낀다.

 

시간이 지나 마치 그림처럼 떠오르는 어린날의 기억들. 철모르고 뛰어놀았던 기억속의 풍경들.

이 모두는 잃어버린 시간들의 기억이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시간들이 오랜 시간들이 지나 새록새록 떠오르는 건 왜일까. 꿈을 꾸어도 현재의 시간보다는 우리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시간들, 그 풍경들이 꿈속에 나타난다. 나이가 들면 과거의 기억들 속에 살아간다더니 정말 그런걸까. 우 리가 잃어버린 유년시절에 대한 기억들을 떠오르게 했다. 또한 작가가 잃어버린 시간들을 찾아 떠나는 여정들이, 이토록 심연처럼 깊었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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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 1 - 사도세자 이선, 교룡으로 지다
최성현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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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정조의 이야기, 사도세자의 이야기가 영화로, 책으로 많이 나올 줄 알았으면, 전에 방영했던 드라마 「이산」을 좀더 챙겨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의 왕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왕이 세종과 정조이다. 그만큼 관심도 더 많다. 군대 갔던 배우 현빈이 제대를 하고 복귀작으로 삼은 영화가 「역린」이었다. 아버지 사도세자를 노론에 의해 잃은 정조 이산의 이야기, 정조 이산을 죽이겠다는 역모를 다룬 이야기였기에 더 기대를 했다.

 

영화 「역린」의 각본을 쓴 최성현의 소설은 총 두 편으로, 1편에서는 영화가 시작되기전의 내용, 즉, 영조 이금과 사도세자 이선의 관계, 노론이 어떻게 해서 이금을 왕으로 세웠고, 노론과 아들 사도세자의 틈바구니 속에서 고민했던 영조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내용이다. 또한 노론과 소론의 편도 아닌 '탕평'이라는 정치적 이상을 펼치려 했던 사도세자 이선의 행보를 보면서, 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나 하는 안타까움이 일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캐릭터들은 소설 속에서는 각자 살아 움직였다.

함축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는 영화보다 소설의 힘이 크다는 걸 다시 알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영화에서 장황하게 설명하면 그 몰입도가 떨어지는 면이 없잖아 있는데 반해, 소설 속에서는 각자의 사연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작가의 설명으로, 소설속 인물의 대사로, 생각으로 그 사람의 감정에 이입되는 것이다.

 

 

 

정조는 왜 목숨을 위협받아야 했는가?

 

정치에 있어서, 왕에게는 거대한 꿈을 품은 아들도 정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자신의 뒤를 이어 왕이 될 세자에 대한 마음은 부정(父情)과 정적(政敵)이 동시에 생길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조 또한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들어가게 했을때의 마음은 이루 말할수 없었겠다. 정치란 그런 것인가, 정치를 위해서 아들을 버리고 자신을 심어준 노론을 택할수도 있는 것인가. 다른 방법은 없었던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굉장히 화가 난다.

 

너의 세상이 오기 전까지 너는 너를 드러내선 안 된다.

 

영화 「역린」이 시작되기 전 모든 배경, 사건이 이 소설에 담겨있다. 영화를 아직 안보신 분들은 이 책을 먼저 읽고 본다면 영화에 대한 이해가 더 빠를 것이다. 또한 역사속 영조가 사도세자를 바라보는 마음, '왕이 되지 못하면 나는 죽는다'고 다짐했던 이산의 굳은 결심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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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대한 변명 - 이야기꾼 김희재가 전하는 세월을 대비하는 몸.마음 준비서
김희재 지음 / 리더스북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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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자들은 나이 듦에 대해 더 민감해진다.

남자들의 피부는 두꺼운데 반해, 여자들의 피부는 얇은 피부라 주름이 생기는 시기부터 달라지는 것이다. 이십대 후반이 되면 여자는 노화가 시작된다고 한다. 조금만 관리를 안해도 입가에 팔자주름이 생기고, 눈가의 잔주름은 말할 것도 없다. 요즘은 TV에서 나오는 연예인 뿐만 아니고 일반인들도 눈가의 주름이나 피부 처짐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여 보톡스를 맞는다거나 하는 경우를 볼수 있다. 나 같은 경우도 아직 시도해 보지 않았지만, 콧등의 인상 주름을 펴면 어떨까, 를 생각해본적도 있다. 아는 친구는 콧등의 인상 주름을 없앤다던지, 눈 쌍커풀을 다시 한다던지, 눈의 앞트임, 뒷트임을 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움에 하지 말자, 또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예뻐지고 싶은 마음은 나이를 떠나 모든 여자의 염원이기도 하리라.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해 얼굴의 잔주름 외에도 느끼는 바가 있는데, 전처럼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살이 찐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기초대사량이 준 탓인지, 조금만 방심하면 허리 라인이 없어지고 뱃살이 찐다는 것. 나이 든 여성분들이 두툼한 허리를 그대로 드러내고 다니는 걸 보며 난 나이들어 저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어느새 나도 그런 나이가 되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예전에는 세 시간 가량을 영화 감상하느라 앉아 있어도 끄덕 없는데, 최근에는 오랜 시간 앉아 있다가 7층에서 1층까지 계단을 타고 걸어내려오면 무릎이 뻐근하다는 걸 느낄수 있다. 등산은 또 어떤가. 너댓 시간의 산행을 하고 와도 거뜬 없었는데 최근의 나는 오후엔 푹 쉬어주어야 피로가 조금 풀린다는 것이다. 나이가 더 들어가면 나이 듦에 대한 것들은 이것 뿐만이 아닐 것이다. 저자가 책에서도 말한바와 같이 머리카락이 더 빠져 정수리가 훤히 드러나 보이기도 할 것이며,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책 읽는 것도 힘들어질 것이다. 나처럼 원래 근시가 있었던 사람들은 노안이 늦게 오는데, 눈이 좋았던 사람들은 노안이 더 빨리와 벌써부터 책을 읽고 있으면 머리가 아파온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다 나이 들어가며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엄마를 바라보며, 저자가 바라보았던 어머니와 본인이 느껴지는 나이 듦에 대한 것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만났다. 어머니를 바라보며 우리 엄마는 왜 그러실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이해하지 못했던, 나이 듦에 대한 증상들을 우리가 현재 자각하고 있지 않은가.

 

얼마전에 같이 요가를 하시는 나보다 십 년 정도의 나이 차이가 있는 분이 하신 말씀 중에 사람은 7주기로 변화가 온다는 말씀을 하셨다. 일곱 살에 여자아이가 되고, 열네 살에 생리가 시작되고, 스물한 살이면 완전한 여자가 되며, 스물여덟 살엔 노화가 시작된다는 말씀이셨다 이어 하신 말씀 중에 마흔아홉 살이 되면 생리가 멈춘다는 말씀도 하셔서 정말 그렇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책 속에서 저자도 이런 말을 했다. 때론 생리통 때문에 생리가 어서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생리가 멈추면 여자들은 피부에 생기가 떨어진다는 말씀도 하셨다. 피부가 늘어지는 것, 반짝반짝 빛나는 피부를 간직하고 있다가 피부에 생기가 없어진다는 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차피 내게 다가올 일이면 미리 알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나이가 들어 소위 '노인 냄새 난다는 것'도 자주 씻고 향수라도 뿌리면 그 냄새가 조금은 희석되지 않을까 싶고, 늙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았으면 싶다.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사실 곱지 않다. 나이 들면 왜 저럴까, 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것을 미리 안다면 이해의 폭이 더 넓어지기도 할 것이다.

 

박범신 작가가 쓴 작품을 영화화 한 『은교』에서 칠십 노인인 이적 시인도 그러지 않았나.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라고.

 

몇몇 사람만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늙어간다는 것.

이 책을 읽고 사람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마음으로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할 듯 하다. 더불어 중년과 노년에게는 위안이 되는 글일 것이며, 청년들에게는 나이 들어가는 사람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시선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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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 - 교토의 역사 “오늘의 교토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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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한 후배로부터 언제 시간내서 서울을 다녀오자는 말을 들었다. 어디를 갈것인지 물었더니 인사동 외에 인테리어 샵 등 쇼핑할 수 있는 곳을 가겠다고 했다. 나는 어딘가에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문화유산을 알수 있는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돌아보는 습관이 있는데, 이처럼 사람의 취향은 다른 것이구나 하고 느꼈다. 내가 서울을 가게되면 나는 덕수궁이나 창덕궁 등 내가 가보지 못한 문화유적지를 들르겠다고 했더니 후배는 자기는 그런곳에 다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웃은 적이 있다. 이처럼 사람의 습관이나 취향이 각각 다르다는 걸 느꼈다.

 

삼월의 이른 봄, 지대가 낮은 곳엔 벌써 매화가 피어있었지만, 지대가 높은 곳엔 이제 한두 개의 매화꽃만 피어 있는 계절에 선암사에 다녀왔다. 홍매로 유명한 곳, 봄의 수줍음을 드러내는 선암사의 매화를 보고 싶어 갔건만, 매화는 아직 꽃망울만 머금고 있었다. 사진 동아리 출사 나온듯한 사람들이 무척 많았지만 매화를 구경하려는 이의 마음을 애태우고 있었다. 선암사의 매화가 예쁘다는 것, 선암사 곳곳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신 분이 유홍준 교수가 아니던가.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나올때마다 이번 책은 어느곳의 문화유산을 소개할까 늘 궁금하다. 지난번에 나온 일본편을 읽으며 우리나라와 많은 연관이 있는 일본의 문화유산을 알게 되면서 일본 여행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일본의 교토다. 교토는 일본에서 1천년간 수도로 있었기에 역사적 의미가 큰 곳이었다. 이는 교토편의 첫번째로 일본의 역사와 함께 교토의 역사적 유물을 알게 되는 시간을 주었다.

 

역사는 유물을 낳고, 유물은 역사를 증언한다.

 

우리가 우리나라의 역사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역사 드라마나 역사가 숨쉬는 문화유적을 보러 다니며 역사에 대해 다시 공부하게 되기도 한다. 일본의 문화유산을 돌아보려면 일본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데, 일반 사람들이 일본의 역사를 제대로 알리가 없다. 유홍준 교수는 실제로 교토를 가보지 않은 분이 읽으려면 매우 어렵고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을 일본을 공부한다는 마음, 일본학 입문서의 하나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나 또한 일본의 역사에 대해 잘 모르니 교토의 역사를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를 하지 못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유홍준 교수가 누구던가. 어려운 일본의 역사도 쉽게 설명해주는 능력을 가졌잖은가. 역사적 유물을 소개하며 역사적인 것을 언급하는게 일본사에 문외한인 나에게도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일본 답사는, 일본 고대문화가 우리 역사와 뗄수 없는 연관 속에 전개되었기 때문에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알아본다는 것이 곧 우리 고대사의 빈칸을 메울 수 있는 중요한 학문적 주제이기 때문에 공부도 되는 것이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역사적으로도 많은 부분이 얽혀있다. 유홍준 교수의 말처럼 일본의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일은 일본 속에서 우리나라의 문화를 알아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을 도래인이라고 하는데, 도래인들 중에서 백제에서 건너간 사람만 있는줄 알았더니 고구려에서 건너간 도래인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안 해저 유물이 일본의 동복사로 가는 유물일수도 있었다는 사실도 새로웠다.

동복사의 정원을 사진으로 바라보며, 유홍준 교수가 설명한 부분을 보면 역시 일본과 우리나라의 정원의 다른 점을 살펴볼 수 있었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우리의 마당과 달리 독립적 정서가 강한 일본의 마당에 대한 차이점도 알아볼 수 있었다.

 

 

다녀와도 늘 다시 가고싶은 곳이 경주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 교토의 역사』를 읽으며 천년의 고도 경주와 함께 교토도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우리가 모르는 일본의 문화 유적과 함께 역사적 사실을 소개하는 유홍준 교수의 역량이 큰 이유일 것이다.

 

 

아무리 볼거리가 없어도 문화유산은 그 존재감만으로도 역사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역사교육은 반드시 문화유산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 라고 말한 유홍준 교수의 말에 맞장구를 쳐본다. 일본의 역사에 대해 잘 몰랐던 나에게도 일본의 문화유산을 새롭게 바라볼 준비가 되었다. 책을 들고 일본으로 떠날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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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레산드로 바리코 지음, 이세욱 옮김 / 비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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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산드로 바리코라는 작가의 글을 처음 만났다.

처음 만난 작가의 글은 아무래도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생각을 내 마음속에 들여오기 위해서, 내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작가에 대해 아는 일은 먼저 작가 소개를 읽는 일이다. 작품으로 만난 작가의 경우도 작가소개란을 두세 번 읽는데, 처음 만난 작가의 작가소개란은 대여섯 번은 읽어야 한다. 책을 읽다가도 책 내용이 언뜻 들어오지 않을때 다시 작가소개란을 읽을 정도로 작가에 대한 이해가 작품을 읽는 일이기도 하다.

 

길에 대한 이야기를 만났다.

우리 앞에 놓여진 진정한 삶에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 다른 길도 아닌 내 삶에 주어진 길을 걷는 일은 어느 것 하나 완성되어 있지 않다. 늘 생소한 길임에 틀림없다. 이 길이 아닌가 싶어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길이란 것이 '인생의 길'이 아닐까 한다.

 

요즘엔 경제발달로 인해 흙길, 작은 돌들이 있는 길이 거의 없다. 자동차가 다니기 쉽게 포장된 도로가 많고, 사람이 갈수도 없는 길이 있을 정도다. 우리는 그 길을 자동차전용도로 라고 부른다.

 

자동차가 막 나오기 시작한 1903년의 이탈리아, 파리에서부터 자동차 경주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수많은 자동차를 구경하기 위해 달려나왔다. 자동차에 치인 사람도 있고, 자동차에 탔던 사람이 사고로 죽은 경우도 있었다. 이탈리아의 한 마을에 소를 팔아 자동차 정비소를 연 리베로 파르리가 있었고, 그에게는 아들 울티모가 있었다. 아들 울티모에게 자동차 정비를 가르켜 주려 했지만 그는 자동차가 다닐 길, 서킷을 만드는게 꿈이었다.

 

 

그는 자동차 경주로를 건설하고 싶어 한다. 그 길은 오로지 경주용 자동차들만 달리는 길, 아무 데로도 통하지 않고 닫혀 있는 길, 돌고 또 돌지만 어디에도 이르지 않는 길이라고 한다.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265페이지)

 

울티모가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여러 갈래의 사람들이다.

어렸을때 아버지와 함께 여행했던 곳에서 담브로시오 백작을 만난 인연, 제1차 세계대전이 열린 카포레토의 회상, 피아노 레슨을 하기 위한 엘리자베타를 따라 다녔던 일들. 울티모는 길에서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 사람들과의 인연을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상대방 쪽에서, 혹은 자신 쪽에서 먼저 떠나기도 했다. 같이 이어지는 길을 걸었으면 했지만, 어느새 엇갈린 길목에 서 있었다. 엇갈린 길과 엇갈린 인생이었다. 평생 길을 찾아 헤맸고, 그가 시간 날때마다 그렸던 길, 그 길은 자동차가 다닐수 있는 길이었다.

 

그 여자는 하나의 길과 같았어요. 생뚱맞은 굽이가 자꾸자꾸 나오는 길, 돌아올 것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광막한 벌판으로 내닫는 길,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달리고 또 달리는 길이었죠. (405페이지)

 

『이런 이야기』에서는 여러 화자의 이야기로 쓰여져 있다.

한 챕터마다 1인칭의 '나'가 나오는데 그가 정확히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곰곰 생각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작가를 만났다는 게 즐거운 경험이었다. 왜 제목이 이런 이야기인가, 이런 이야기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인가. 서막이 시작되기 전에 작가 알레산드로 바리코가 쓴 말이 인상적이다.

 

이야기는 양탄자 같은 것이고, 그것을 직조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이는 작가다. 결국 글쓰기란 서사의 한 올 한 올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도록 완벽히 제어하는 작업이다.

 

멋지다.

알레산드로 바리코가 직조해 낸 생명력이 있는 글을 읽었다. 이런 작가론을 가지고 있는 알레산드로 바리코란 작가를 알게 된 즐거움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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