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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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작가를 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원래 성격이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면 그 작가들의 책만 읽는 스타일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나의 독서가 너무 편향적이 아닌가 싶어서 바꾸기로 했다. 내가 읽지 않은 작가의 책을 일부러 찾아 읽었다. 새로운 작가의 작품 스타일을 읽고 이렇게 다름을, 느낌과 감성이 다른 것임을 느꼈었다. 언제부턴가 내가 모르는 작가의 작품이 나올때면, 특히 제목이나 표지가 눈에 띌때면 나는 책을 골라 주저없이 읽게 되었다. 아마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기 시작한 것도, 그들의 이름이 익숙해진것도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이 먼저가 아니었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 젊은 작가들을 알리자는 취지로 출간한지 1년동안 5,500원에 판매하는 알찬 책 때문이기도 했다.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집들을 읽으며,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작가들의 이름을 외우고, 그들의 새로운 작품이 나왔을때 눈여겨 보며 읽게 되었던 계기가 또한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이기도 했다. 젊은 작가상은 등단한지 10년이내인 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2014년에 수상한 작품들을 보니 내가 알고, 좋아하는 작가가 세 명이었고, 처음 만나는 작가의 네 명이었다. 내가 아는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면 더한 즐거움을 얻었고, 내가 모르는 작가의 작품을 읽을때면 그 새로운 작가의 스타일에 즐거움을 느꼈다.

 

수상 작품집을 보면 두 말할 필요가 있는가.

다 좋았다. 어떤 작품은 환상 소설인양, SF소설인양 느껴지기도 했고, 너무다 가슴이 죄어오기도 했던 소설들이었다. 작품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음을 느낀 시간이었다. 총 7편의 작품이 다 좋았지만, 특히 내 마음을 울렸던, 감동을 주었던 작품은 맨 마지막에 수록된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라는 꽤 두꺼운 단편이었다. 읽는 동안 가슴 뭉클했고, 나오는 눈물을 아무도 몰래 훔쳐야 했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쓰듯 읽혀진 이야기는 한 여자의 성장소설이었다. 거실의 붙박이 화분처럼 쇼파에 앉아있었던 할아버지, 돈 버는 엄마와 살아가는 소유에게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쇼코와 매개로 이어지는 우정, 혹은 성장 이야기다. 수줍게 웃는 모습과 일본에 계신 할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말하는 비틀어진 미소 속에서 진짜 쇼코의 미소는 어떤 모습인지 헷갈렸다. 대학을 가고, 캐나다에서 공부를 하고, 영화 일을 해보겠다고 몇년을 보낸후 일본으로 쇼코로 만나러 가서 느꼈던 감정과 한국에서의 재회에서 소유는 여태 자신이 할아버지를, 쇼코를 다른 모습으로 이해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는 사실 너무 피상적인 것만 보려고 하는건지도 모른다.

타인은 물론이고 가족도 마찬가지인데, 가족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함에도 결국엔 깊이 들어가보면 말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지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 할아버지가 부끄러워서 소유에게도 그처럼 무심하게 대했다는 것을 아주 늦게야 깨닫는 것처럼.

 

 

2014년 제5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조해진, 황정은 작가 순이다. 황정은 작가의 작품과 조해진 작가의 작품이 새로 나오면 거의 챙겨볼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인데, 수상작품 중에서 황정은 작가의 대상 수상과 조해진 작가의 수상도 굉장히 반갑다.

 

때로는 헤어진 연인과의 일들이 마치 엊그제 일어난 일처럼 아주 상세하게, 마치 영화속 화면처럼 선명하게 떠오를 때가 있다. 아무리 헤어졌어도 헤어진 연인과의 기억들은 자주 생각나는 이유는 어떤걸까. 대상 수상작인 황정은 작가의 작품 「상류엔 맹금류」라는 작품을 읽었을 때 드는 생각이었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오래전에 헤어진 연인 재희가 아닌 제희와 제희 가족과 수목원 나들이를 했던 이야기를 말한다. 점심을 먹자고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계곡, 달갑지 않은 점심을 먹고 위로 올라갔을때의 처절한 안내판 등 이제는 제희가 아닌 다른 남자와 살고 있으면서 TV에서 나오는 그 수목원을 보고 오래전의 기억을 떠올렸으리라.

 

나는 조해진의 작품이 왜 좋을까. 셔터를 누를 때 카메라 안에서 휙 지나가는 빛이 있거든. 그런 게 있어? 어디에서 온 빛인데? 평소에는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숨어 있겠지. 어떤 데? 장롱 뒤나 책상 서랍 속이나 아니면 빈 병 같은 데...... (56페이지) 첫 직장을 다닐때 무작정 사진을 찍고 싶어 수동 카메라를 산 적이 있다. 그저 사진 찍고 싶어서 구매한 카메라, 한동안 꽤 잘 사용하다가 어느 순간에 장롱 안 상자 속으로 들어가 버린,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는 카메라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때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 반짝 하고 빛나는 것을 사랑했었다. 어떤 사물이라도 빛을 내는 그 순간의 기쁨 때문이었을게다. 조해진의 「빛의 호위」에서는 인터뷰때문에 만난 권은의 삶, 오래전의 기억들을 떠올리는 이야기이다. 권은과 재회를 하고 그녀가 말한 헬게 한센의 다큐멘터리 영상 속에서 유대인을 위해 애썼던 노먼과 알마 마이어를 알게 되면서, 사람을 살리는 일은 아주 작은 호의때문일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이외에도, 상상력 속에서만 나타날 쿤을 몸에서 분리하고서의 어서 자라고 싶었던 감정들을 적은 윤이형의 「쿤의 여행」, 아주 잠깐 사귄 첫사랑 여자와 초대받은 집에서 우연히 만나는 이야기인 기준영의 「이상한 정열」, 사촌 형수를 처음 보고 반했고, 사촌 형수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여자를 우연히 신문의 1면 날씨 이야기에 나온 여자가 같은 직장에 근무하게 되었음을 말하고, 사타구니 가려움증에 시달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 최은미의「창 너머 겨울」, 아버지의 산책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딸이 가리키는 방향은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음을 말하는 손보미 작가의 「산책」도 좋았다.

 

총 7편의 젊은 작가상 수상작들이 모두 여성 작가라는 사실은 새로운 발견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젊은 20대 여배우들이 기근현상이 있다고 하는데, 어쩐일인지 올해의 젊은 작가상은 모두 여성작가들이라는 점이 새롭다. 내가 아는 작가도, 내가 처음 만나는 작가의 작품들도 모두 좋았다. 특히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는 이 작품이 등단작이라는 점이 더욱 그렇다.

 

 

심사평에서 권여선 작가는 '좋은 소설은 두 번 이상 읽어야 그 맛과 깊이를 제대로 느끼고 가늠할 수 있다'라고 했다. 평소에 두 번 읽은 작품이 많이 없는데, 이 작품은 좋은 소설을 제대로 느끼고 싶어 다시 읽었다. 줄거리를 알면 줄거리 외에 새로운 면들을 새롭게 발견한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었다. 좋은 소설이 더욱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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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을 지나는 너에게 - 인생에 대한 짧은 문답
김원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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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수많은 질문들을 하고 대답을 원한다.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할때의 그 안타까움이란 이루말할 수 없다. 많은 고민의 시간을 거쳐 누군가에게 질문하는 것이므로 더욱 그럴게다. 최근의 여러 작품 중에서 누군가의 질문과 대답을 한 작품들이 나와 궁금증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읽고는 한다. 사실 우리가 말을 덜 한다 뿐이지 수많은 궁금증을 안고 있으므로 그렇다.

 

김원의 『봄날을 지나는 너에게』또한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독자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 글이다. 글은 시원시원하고, 그림들은 아름답다. 봄날을 지나온 우리에게 때로는 우리가 느낀 해답일수도 있고, 아직 겪어보지 못한, 혼자만의 고민들에 대한 해답을 얻은 기분이기도 했다. 또 그의 글은 페이지를 넘겨 읽어갈수록 기억하고 싶은 글, 기억해 지인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글들이 많았다. 사실 책을 읽으며 좋은 글을 만나, 누군가와의 사랑의 시작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에게 몇 줄의 글을 전해주기도 했다.

 

 

어느 정도 인생을 산 사람들은 김원이 전해주는 해답에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고 느낄수도 있겠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이미 알고 있어도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일들도 많다. 그때 20대, 30대의 생각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글을 읽으면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 들여다 보기도 한다.

 

사랑받으려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사랑을 베풀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붓기 바랍니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들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세요.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가능해질 수도 있답니다. (94페이지)

 

나이가 더 어렸던 연애 초기에는 사랑을 많이 주는 반면, 시간이 지나 나이가 어느 정도 먹으면 사랑을 주기 보다는 받고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다. 선물 같은 경우도 내가 먼저 건네 주기보다는 이제는 받았으면 하는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 다시 연애 처음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을 더 주면 훨씬 더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최근의 내 모습 중 전과 달라진 모습 중의 하나는 꽃이나 나무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땅에 떨어진 작은 꽃잎, 화단에 피어 있는 아주 작은 야생화 하나에도 눈길이 돌아가 그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기도 하고, 사진에 담기도 한다. 지나간 시간들의 아쉬움, 오늘의 모습이 현재에는 마지막이기에 그 시간들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는 탓일게다.

 

이런 마음을 대변하듯 에세이집을 읽을때 이처럼 예쁜 풍경, 꽃잎이 흐드러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사진을 보는 일이 즐겁다. 어둡고 흐려진 시야를 밝게, 환하게 밝혀주는 느낌을 가진다.

 

왜 혼자 여행다니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느냐, 란 질문에 대한 김원의 대답을 들어볼까.

혼자 영화 보는걸 좋아하고, 혼자 떠나는 여행을 선호한다는 저자는 홀로 떠나는 여행이 주는 '특별한 느낌'에 대해 말한다.

 

여행지에서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굉장히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내면의 세계가 아주 깊고, 그윽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전해지니까요.

전혀 외로워 보이거나, 쓸쓸해 보이지 않아요.

오히려 그 넉넉한 인품과 영롱한 아우라에 반하게 되죠. (100~101페이지)

 

 

혼자 여행해 본 사람만이 느끼는 그 충만함을, 홀로 여행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약간 외롭고 쓸쓸하겠지만, 두 가지 감정 보다 더한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혼자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있다. 사랑에 실패해도, 힘든 일이 있어도,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할때도 여행을 다녀오면 그 모든 것에 대한 희망적인 생각을 할수 있는 마음을 얻고 오는게 여행인 것 같다.

 

상처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인생을 헤처나갈 수 없게 되고, 결국엔 사람들을 멀리하며,

아무도 사랑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답니다.

사랑과 인생은, 고통을 통해 성장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126페이지)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

무겁지 않고 가볍게 삶과 사랑에 대해서 생각을 다시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할 책이다. 나는 글도 좋았지만, 사진들이 특히 좋았다. 꽃과 풍경들의 사진들을 바라보며, 저자의 삶의 방식, 저자의 생각들을 알수 있는 시간이었다.

 

매일매일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느 날엔 행복하고 어느 날엔 우울하고, 때론 상처받고 슬프기도 하겠지. 하지만 저자는 매일이 행복하다고 했다. 매일 행복한 사람이 우리에게 건네 준 말들은 우리를 웃음짓게 만든다. 삶을 좀더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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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판미동 입니다.

판미동 신간 <한글 논어>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대한민국 대표 인문학자,

고려대학교 신창호 교수가 풀어낸

누구나 쉽게 시작하는 『한글 논어』


시대를 초월한 삶의 교과서를 한글로 만나다




인문 정신의 활성화와 인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고려대학교 신창호 교수는 한글로 문명을 일구어 나가는 우리가 왜 고전을 온전히 한글로 탐닉하지 못하는가에 의문을 던진다.


이미 『논어』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언어로 소개되고 있으며, 한자를 사용하는 중국인들조차 현대 중국어로 『논어』를 다시 번역하여 읽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판미동에서 출간된 『한글 논어』는 바로 그 고민의 결과물이다.


▶ 책 속에서



#1 . 공자가 말하였다.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은 근심하지 않으며,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유명한 ‘지인용(知仁勇)’의 정의이다. 삶의 길을 제대로 터득한 지혜로운 사람은 세상일에 함부로 흔들리거나 쉽게 사기를 당하지 않는다. 열린 마음으로 덕망을 갖춘 사람은 걱정하지 않는다. 정의를 용감하게 실천하는 사람은 두려울 것이 없다. 이렇게 ‘지→인→용’의 순서로 인격의 성숙을 고민하는 것은 배움의 과정과 연관된다. — 252p. 제9편 「자한」 28절



#2 .


“당신은 공자 제자요?

자로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그러자 걸익이 아니꼬운 듯 말하였다.


“당신들 참 한심하오. 지금 세상이 아주 어지러운데 누가 이를 바로잡을 수 있겠소? 나쁜 제후들을 정면으로 상대하지 않고 저 공자처럼 쓸데없이 피해 다니며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래서야 세상을 바꿀 수 있겠소? 차라리 세상을 피하는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보다 세상을 피하는 사람을 따르는 것이 더 낫지 않겠소?”


그러고는 쳐다보지도 않고 고무래로 씨를 덮으며 밭일을 계속하였다. 자로가 이들이 한 말을 공자에게 전해 주었다. 그러자 공자는 하늘을 한 번 쳐다보고는 실망스런 표정을 지으며 한참 후에야 말하였다.


“사람이 인간 사회를 피해 짐승 무리와 같이 살 수는 없다. 세상에 인간의 길이 제대로 실행되고 상식이 통한다면 나도 이를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왜 쓸데없이 여러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겠는가?” — 52p. 1부 「공자, 그 삶의 희로애락」



▶ 『한글 논어』 서평단 모집 상세내용


하나, 해당 페이지를 자신의 블로그에 스크랩 한 뒤 읽고 싶은 이유를

간단하고 성실하게 댓글로 작성하여 스크랩 링크와 함께 남겨주면 응모가 완료됩니다.


둘, 응모 기간은 2014년 06월 17일(화)~2014년 06월 23일(월) 6일간 입니다.


셋, 총 추첨 인원은 10명입니다.


넷, 발표일은 2014년 06월 25일 (수) 오후에 공개됩니다.


다섯, 서평기간은 2014.06.30(월)~07.07(월) 7일간입니다.

마지막, 당첨자 분들은 서평을 작성 한 후 『한글 논어』 서평단 발표 페이지에

개인 블로그/온라인 서점 블로그에 남기신 서평 링크를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 서평단 지원자가 모집 인원에 미달할 시,

출판사의 의도에 따라 일부 인원만 선정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해당 기간 안에 작성하지 않을 시에 다음 서평 모집 시 불이익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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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쓰는 남자, 드라마 찍는 여자
변정완 지음 / 청어람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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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많이 보지는 않지만, 드라마에 대한 환상은 가지고 있다.

가끔씩 보는 드라마의 내용에 열광하고,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 때문에 설렘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는 한다. 드라마중에서 역사적 인물을 드라마화 한것을 보거나 로맨틱한 드라마를 가끔씩 보곤 하는데 드라마를 기다리는 그 시간들을 즐기는 것도 같다. 너무 길어서, 약속 때문에 한두 회 빠지다 보면 몇 편을 넘기기도 해서 영화를 더 즐기기도 하는데, 드라마의 매력은 엄청나다. 히트친 드라마의 배우들의 광고들을 보면 그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수 있다.

 

이런 드라마의 매력에 힘입어 드라마 애청자들은 방송 작가의 이름을 외워 그가 대본쓰는 드마라를 챙겨보게 되고, 드라마 감독의 새로운 드라마도 챙겨보게 된다. 요즘엔 방송 작가들이 책을 쓰는 경우가 많다. 검증된 글을 보는 기쁨이랄까. 방송 작가들이 쓰는 로맨스 소설은 특히 더 호감을 갖게 한다. 변정완 작가의 『드라마 쓰는 남자, 드라마 찍는 여자』라는 책도 드라마 작가로서의 경험을 살려 드라마 쓰는 한 남자와 드라마를 만드는 여자의 로맨스다.

 

망한 드라마 감독, 즉 망드 감독인 류수현은 삼촌이 대표로 있는 기획사에서 쫄딱 망했다. 몇십 억의 빚더미에 올라앉은 삼촌을 구하고자, 히트 드라마 제조기이자 스타 작가인 류민과 함께 드라마를 찍어 망드 PD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드라마가 끝난후 떠난 강원도 여행길에서 한 여자가 찾아왔다. 감독이라며 드라마를 같이 하자는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동굴에서 아이처럼 울고 있는 그녀를 데리고 그의 별장으로 데리고 와 몇 번의 테스트를 한다. 망한 드라마 PD였지만 그녀의 연출력이 나쁘지 않음을 느꼈다.

 

 

 

로맨스 소설의 정석이자 스테디 셀러인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의 느낌을 기대했던 것 같다. 사랑하는 마음을 제대로 건네지 못하는 안타까움, 좋아하는 이에게 오랫동안 바라보는 이가 있다는 사실에 가슴아파하고, 그럼에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마음들 때문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던 글을 은연중에 기대했던 듯 하다.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이 주인공이어서 그런지 이 책은 약간 드라마적이다.

로맨스 소설에서 남녀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느끼는 설렘이 많이 느껴지지 않았다. 둘이 사랑하는 모습을 글로 읽으면서 독자의 마음도 자기가 사랑하는 양 그렇게 설레고는 하는데, 이 작품의 느낌에서 그런 설렘은 덜했다고 해야겠다.

 

하지만 책 속의 글에서 마음에 드는 글이 있어 느끼는 바가 많았다. 수현은 날아다니는 말의 화살들이 반갑지 않았다. 그런 자리가 있으면 들어주되 말은 하지 않는 편이었고, 말을 옮기는 등의 귀찮은 짓도 하지 않았다. (235페이지) 라고 말한 부분이다. 수많은 말들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과 말을 하곤 하는데, 때로는 하지 않아야 될 말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칭찬의 말이라면 상관없는데, 어느 누군가의 흉을 보게 된 다음에는 무척 후회를 하지만, 엎질러진 물을 되담을 수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에 관해서, 더군다나 이미 오랜 시간을 같이 해 온 여자가,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말을 할때 쿨하게 넘기기는 힘들 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려고 하지만 마음속에 날카로운 가시가 박혀 콕콕 찌를 것이므로 아플 수 밖에 없다. 온통 자기 안의 감옥에 갇혀, 다른 사람은 보지 않고 나의 아픔만 바라보았던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점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열어보려는 변화가 괜찮다.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이기에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이 사람들이 드라마는 안찍고 두 사람들의 드라마만 찍고 있었다는 게 아쉬웠다. 드라마의 현장에서 부대끼는 일들, 드라마를 찍으며 작가로서, 감독으로서의 부딪히는 많은 것들을 보고 싶었었다.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드라마 현장에서 빛을 발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일었다.

 

 

아, 갑자기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볼 수 있는 로맨틱 영화나 드라마가 보고 싶어진다. 달달한 사랑이야기에 가슴이 마구 두근거리는 것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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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 - 조선 화가들의 붓끝에서 되살아난 삶
이일수 지음 / 시공아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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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련 서적을 좋아해 자주 찾아 읽고는 한다. 그림을 좋아하는 이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마음의 위로를 얻으려 그림을 보고 그에 관련된 책을 읽고는 한다. 그림에서 우리는 한 시대의 삶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림이 그려진 시기의 생활상, 그림이 그린 이의 생각, 그림이 나타내는 뜻을 알게 된다. 그림이 나타내는 것을 알게 되면 그림에 대한 사랑이 더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옛 그림에서 인생을 만나는 책을 읽었다. 저자 이일수의 『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라는 제목으로 '조선 화가들의 붓끝에서 되살아난 삶' 이란 부제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이 책에서 조선 화가들이 그림을 보며 조선 사람의 인생을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조선 화가들이 그린 그림은 내가 다른 책에서도 거의 만난 책이다. 저자마다 그림을 소개하는 성격이 다른데, 저자 이일수는 책에서 조선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섬세하게 다루었다. 그림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 우리가 알기 쉽도록 했고, 그림에 대한 애정, 그림이 그려진 시기의 역사적 사실과 풍속 등을 알 수 있었다.

 

저자가 처음 소개하는 그림은 신윤복이 그린 것이라고 알려진 「기다림」이란 그림이다.

그냥 무심코 볼 수 있는 그림이지만, 저자는 여자가 들고 있는 모자가 스님들이 쓰고 다녔던 모자고, 아마도 그녀는 불가에 귀의한 스님을 좋아했던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녀의 기다림은 꽤 길어 보인다. 누군가를 기다려 본 사람은 그 심정을 알 것이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무작정 기다린 다는 것, 그 기다림은 길고 애타는 일이다. 그림에서도 애타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이 엿보여 그림을 오래도록 바라보게 만든다.

 

 

신윤복, 「기다림」

 

저자는 18명의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며 조선의 생활, 평민들의 삶을 엿볼수 있다.

그림이 아닌 글씨의 사진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도 같다. 신윤복의 「기다림」을 설명하며 덧붙여 아래 <원이 엄마의 편지>를 소개하고 있었다. <원이 엄마의 편지>는 경북 안동시에서 이름모를 무덤을 이장하던 중에 유물이 발견되어 알려진 것인데, 죽은 남편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편지지가 모자라 빈 여백을 채워 넣은 글씨로 편지를 읽고 있으면 울컥해지는 마음이 들었다. 조선 시대의 남편과 아내, 사랑하기 보다는 다른 이유때문에 맺어진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토록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사실이 마음을 울렸다.

 

「원이 엄마의 편지」

 

책에서는 김홍도의 여러 「풍속화첩」들을 소개하며 행상이나 씨름하는 장면, 자리짜기 등을 담은 그림들을 소개해 조선의 사회를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했다. 양반이지만 형편이 어려워 어쩔수 없이 자리짜기를 하는 남편과 능숙한 손길로 물레를 돌리는 아내의 얼굴도 볼 수 있는 그림이었다.

 

스스로 눈을 찌른 화가 최북의 그림들도 만날 수 있었다.

아래의 그림은 금강산 여행중에 그 아름다움에 취해 못에 뛰어들어 죽을 뻔한 기행을 일삼은 최북의 「금강산 표훈사도」다. 가보지 못했지만 아름다운 금강산의 빼어난 풍광을 그렸던 최북의 아래 그림과 함께 한쪽 눈을 찔러 눈을 감은 작자미상의 최북을 그린 그림도 인상적이었다.

 

최북, 「금강산 표훈사도」

 

아래의 그림들은 신사임당과 윤덕희의 그림들이다.

신사임당의 뜻그림을 볼 수 있는데, 예로부터 백로와 연밥을 함께 그리는 것은 소과와 대과에 연달아 급제하라는 뜻을 담아 그렸다. 가족의 과거 급제라는 염원을 담아 그린 그림인 것이다. 예나지금이나 부모의 마음은 이처럼 어쩔수가 없는 것 같다.

 

또한 저자는 조선 화가의 그림 중에서 책 읽는 그림을 발견할 수 없는데, 아버지 윤두서의 그림을 이어받은 윤덕희의 「책 읽는 여인」이라는 귀한 그림을 소개했다. 다른 책에서도 이 그림을 접했지만 서양화의 책 읽는 그림과는 다른 멋스러움이 있다. 책은 거의 남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 왔는데 이 책에서 보니 조선의 여성들이 책을 많이 읽었다고 했다. 조선의 실학자 이덕무가 쓴 글에서도 '여자들이 집안일과 길쌈을 게을리하며 소설을 돈 주고 빌려다 읽는다. 여기에 빠지고 혹하기를 마지않아 한 집안의 재산을 탕진하는 사람까지 있다.' (283페이지) 라고도 했다. 그만큼 소설 읽기를 좋아하니 당시의 지식인들이었던 이덕무와 채제공 까지도 여자들의 책 읽는 것을 염려하였던 듯 하다.

 

좌, 신사임당, 「노연도」, 윤덕희,「책 읽는 여인」

 

책 읽는 여인의 모습은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이슬만큼이나 싱그럽다. 책 한 권을 통해 다른 세계로 젖어 드는 눈빛과 그 세계를 점점 넓혀가는 과정을 보는 것은 마치 내가 책을 읽는 것처럼 감동적이다. 특히 조선 시대이기에 더욱 그렇다. (282페이지)

 

내게 익숙한 그림들이 많았지만, 그 그림에 관련된 이야기들은 여러번 읽어도 지루하지가 않다. 그림과 그림에 대한 설명을 읽을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는 것이다. 주로 전시 기획일을 많이 하는 저자 이일수의 다양한 그림과 설명들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조선 사람들의 생생한 일상들과 함께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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