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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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의 동명의 영화가 개봉되었을때 얼마나 센세이션 했는지 모른다. 미성년의 여자아이와 중국인 남자의 베드신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아마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영화이니 더욱 파격적으로 느껴졌었다. 영화 속 화면들이 드문드문 생각나는것을 보면 내가 이 영화를 본 것도 같은데, 보았는지, 보지 않았는지 기억이 자세히 나지 않는다. 영화속 화면들이 지금도 생각나는건 배 위의 난간에 비스듬히 서 있는 멋스러운 모자를 쓴 소녀의 모습이 하나이고, 또하나의 장면은 아마도 전라의 아름다운 몸매를 자랑했던 제인 마치의 뒷모습이 다른 하나이다.

 

철학자 강신주의 책 『감정수업 에서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고는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후로 읽게 된 책 남미영의 『사랑의 역사』에서 다시 만나 꼭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랴부랴 구입을 하고 책을 받아보았더니 상당히 얇았다. 꽤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얇은 두께에 그 짧은 이야기를 영화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타냈구나 싶었다.

 

 

현재 파리에서 살고 있는 한 소설가의 첫사랑을 추억하는 내용이다.

소설가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과거 사이공으로 돌아간다. 엄마 홀로 두 오빠와 소녀를 키웠던 그 시간 속으로. 기숙사에 머물며 배를 타고 학교를 다니다 부유한 중국인 남자를 만나 그의 차에 동승했던 시간으로 돌아간다. 한 중국인 남자로부터 지극한 사랑을 받았던 그 때로.

 

 

책을 다 읽고, 영화를 검색해보니 올해 2월에 재개봉을 했었나 보다.

이십 년 전의 센세이션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을텐데, 이 영화를 놓쳐버렸으니 아쉬울 뿐이었다. 그때는 상당히 느끼하게 보였던 양가휘의 모습도 다시 사진으로보니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는 건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뜻일게다.

 

책 속에서는 소녀가 쓰고 있는 모자가 남성용 펠트 모자였으며, 소녀가 입고 다녔던 원피스도 후줄근하다고 표현했는데, 어리고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배우의 모습 때문인가, 소설 속과는 다르게 보여진다.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드레스가 멋스럽게 보이고, 모자 또한 배우를 더욱 아름답게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가 가진 힘일 것이다.

 

 

영화가 다소 관능적으로 보여졌다면, 소설은 담담하다.

큰 오빠만을 편애하는 어머니를 향한 마음과 작은 오빠에 대한 애틋함, 열다섯 살의 소녀가 서른 살이 훌쩍 넘은 중국인 남자를 만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가 돈이 많다는 이유로 모른척 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표현하고 있었다.

 

어머니에 대한 서운함, 큰 오빠를 향한 미움, 작은 오빠를 향한 애틋한 마음 때문에 소녀는 더욱더 중국인 남자에게 빠져들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걸려온 전화속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그 두려움을, 떨림을 깨닫고는 더욱 아련해졌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들려오는 그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말에서 애틋함마저 느껴졌다.

 

 

나이든 노 작가가 기억 저편에 있는 첫사랑의 흔적들을 기억하는 시간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이 어린 자신에게 빠져든 중국인 남자의 사랑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고,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 그 시간들을 견디기 위한 것처럼 보여지는데, 이것은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이었을 것이다. 자신에게 사랑은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였음에도 그에게 끌리는 것은 어쩔수 없었을 것이니까. 오래도록 기억 속에 자리잡았던 것도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 터였다.

 

오늘의 이 슬픔도 내가 항상 지니고 있던 것과 같은 것임을 느꼈기 때문에, 너누나도 나와 닮아 있기 때문에 나는 슬픔이 바로 내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나는 그에게 말한다. 이 슬픔이 내 연인이라고. 어머니가 사막과도 같은 그녀의 삶 속에서 울부짖을 때부터 그녀가 항상 나아게 예고해 준 그 불행속에 떨어지고 마는 내 연인이라고. (57페이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게 영화 <연인>의 포스터다. 책의 표지 또한 영화 포스터 속의 이미지를 썼다. 이 영화 보고 싶다. 책을 읽은 느낌과 영화가 어떻게 다를지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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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4-07-03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ᆢ 전 영화 만 보고 책은 안 읽었어요 이 책 담아갑니다 영화도 아주 좋아요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
얀 필립 젠드커 지음, 이은정 옮김 / 박하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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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것, 참 오묘하다. 사랑이야기는 더 오묘하다. 각자의 사랑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 누구도 같은 사랑을 하는 사람이 없다. 다들 다른 사랑을 하고, 다양한 모습들의 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랑을 한다는 것, 오로지 내 사랑이 최고고 다른 사람의 사랑은 그리 중용하지 않는 법이지만, 아버지의 옛사랑을 바라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

 

어느 때보면 엄마나 아빠가 누군가를 그렇게 간절히 사랑했으리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그저 엄마 아빠로만 계실 것 같았는데, 한때 우리 엄마도, 아빠도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했을거란 생각을 문득 해본다.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했지만 부모가 허락해주지 않아 이별을 하고 엄마를 만났다는 아빠. 결혼을 하고서도 그 여자를 잊지 못해 편지를 쓰는 아빠를 바라보았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동생을 통해서 들었을때, 그저 우리 아빠 너무 했네, 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런 아빠를 바라보는 엄마의 심정은 어땠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안타깝다. 평생을 등만 바라보았을 마음이 문득 느껴졌다.

 

우리엄마처럼 결혼해서 살면서 늘 아버지의 등을 바라보았던 줄리아의 엄마도 이런 마음이었을수도 있었겠다. 그때는 이해못했겠지만 아버지의 첫사랑 이야기를 듣는 줄리아의 마음도 울컥했으리라.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미얀마에 도착하고서부터 자신을 유심히 바라보며 말을 걸어온 늙수그레한 남자가 있었다. '줄리아, 사랑을 믿나요?' 라고 물었다. 아버지와 이야기를 했다며 줄리아를 알고 있었고, 4년을 기다렸다는 우 바는 줄리아가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줄리아의 가족이 아버지의 20년을 전혀 알지 못했던 그 시간들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내가 말하는 사랑은 장님이 앞을 볼 수 있게 하는 사랑, 두려움보다 강한 사랑, 삶의 의미를 불어넣어주는 사랑, 시간이 흐르면 쇠락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게 하고, 우리를 번성하게 하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사랑을 뜻해요. 이기심과 죽음을 뛰어넘는 인간 정신의 승리를 말하는 거예요. (12페이지)

 

 

누구에게나 사랑은 간절한 법인데, 책 속에서 보는 줄리아의 아버지의 사랑은 더욱 간절해보였다. 앞이 흐릿하게 보인 장님과도 같은 남자 아이와 걸어다니지 못하고 기어서 다니는 여자 아이의 영혼을 나누는 사랑이야기는 더욱 간절했다. 아버지의 사랑을 거역하고 싶었겠지만, 줄리아 또한 아버지와 아버지의 첫사랑에 대해서 눈물을 흘리며 과거의 시간 속으로 향했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아버지는 첫사랑을 찾아 여기, 미얀마로 오셨던 것일까.

아버지의 모습이 여기 어딘가에 있을 듯 한데, 우 바는 아직 아버지의 어린 날의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 바의 말 속에서 아버지는 아이에서 점점 소년이 되어갔다. 아름답고 총명한 미밍과 앞이 보이지 않았던 틴 윈의 사랑은 어느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사랑이었다. 서로에게 발이 되어주고, 서로에게 눈이 되어주는 존재였다. 서로에 대해 부정적인 면들은 아예 생각지도 않았던 이들이었다. 이들은 보이는 것 이상의 마음속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랑이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소리가 발달되었다는 말을 들었지만, 틴 윈은 동물들이 내는 소리, 사람의 심장 박동 소리까지 들리는 소년이었다. 틴 윈이 미밍을 찾아 갔던 것도 미미의 심장 소리를 듣고서였다. 심장 박동이 들리는 소리를 따라 갔던 곳에 미밍이 앉아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가슴 뭉클한 로맨스 소설을 만났다.

아버지의 사랑, 묻혀 둔 아버지의 이십 년의 진실이 이곳 미얀마에 있었다. 아버지의 흔적,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던 이곳에서 줄리아는 아버지의 이십 년을, 숨겨두었던 진실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 듣고 눈물을 흘리는 줄리아의 모습에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평생을 잊지 못했을 첫사랑과, 아버지 나름의 방식으로 어머니와 줄리아, 오빠를 사랑하셨을 아버지를 이해하는 모습이 울컥했다. 오십 년을 기다리는 사랑 또한 기적이라 할 수도 있다. 아버지가 자주 들려준 이야기에서 가장 좋아했던 '왕자와 공주 그리고 악어 이야기' 의 마지막처럼 사라진 이들이 결말도 아름다웠다.

 

그러고 보면 사랑은 동화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을 꿈꾸는 것도 동화이고, 영혼을 바쳐 사랑하는 것도 어찌보면 동화이다. 사랑은 이처럼 동화가 되어 영원히 가슴속에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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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 2014 서점 대상 2위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3
기자라 이즈미 지음, 이수미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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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누군가를 죽음으로 잃어본 경험이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살아갈까, 이런 생각은 많이 해보았다. 친정 부모님이 살아계시고, 시부모님도 아직 살아계시니 언젠가는 다가올 일이지만, 그것이 먼 미래였으면 싶은게 사실이다. 양 부모님들이 계시니 한밤중에 걸려오는 전화는 늘 가슴을 덜컥거리게 만든다. 별일 아니었음을 깨닫고는 한시름을 놓게 되는 일이 빈번하다. 최근에 시아버님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또한 가슴이 철렁했다. 시어머니가 아프시다는 전화였다. 시부모님께서는 두 분다 암수술을 두 번씩 하셨기 때문에 더 걱정이 앞선다. 시댁에 다녀온 후에야 조금 안심을 했지만 얼굴이 좋지 않으신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전화라도 자주 해드려야지 해놓고는 만날 미루고만 있다. 이런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분들이라면 더욱 그렇겠다.

 

 

일본 문학 작품들 중 '일본서점대상'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새로운 작품이 나올때면 늘 눈여겨 본다. 서점인들이 뽑은 상이고, 실제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기에 그런것 같다. 얼마전에 읽은 『배를 엮다』라는 작품도 그렇고, 이번에 읽은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도 그렇다. 제목에서부터 전해져오는 소소한 일상들을 그린 듯한 작품에 못내 읽고 싶은 책이었다.

 

일본의 한 가정이 있다. 이 가정에는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함께 살고 있다. 남편 가즈키는 병을 죽었고, 데쓰코는 시아버지와 함께 7년째 함께 살아오고 있다. 데쓰코의 나이 이제 스물여덟 살이다. 데쓰코는 시아버지를 시부라 부르며 남편 가즈키가 없어도 남편의 집에서 시부와 함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한 사람의 죽음이 지나갔지만, 물 흐르듯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삶이란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하고, 또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 되었다.

 

데쓰코와 시부 덴타로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그려진다. 가즈키의 어렸을적 친구였던 다카라는 스튜어디스였지만 웃음을 잃어 집에서 칩거하고 있고, 가즈키를 동경했던 사촌동생 도라오가 가즈키의 차를 가져갔던 이야기, 늘 눈물이 나오고 난뒤 누군가가 죽었던 가즈키의 어머니 유코와, 데쓰코의 직장 동료이자 애인인 이와이가 이들의 곁에서 이야기를 전해준다. 모두 시점을 달리하여 역시 담담하게 가즈키의 기억들을, 그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기자라 이즈미는 부부 각본가인 이즈미 쓰토무와 메가 도키코의 공동 필명이라 한다. 연속극으로는 꽤 알려진 각본가인것 같은데, 소설로는 이 작품이 첫소설이라 한다. 죽음후에도 일상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아주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라 역시 올해 가을쯤 드라마로도 방영된다고 한다.

 

 

삶이란 것은 어젯밤 카레를 먹어 카레 냄새가 배어있고, 내일 먹을 빵을 사기 위해 가는 길에서 만난 인연이기도 한다. 삶이란 그렇듯 일상이므로. 어떠한 슬픈 일이 있어도 우린 일상을 살아가야 하므로, 어젯밤 먹은 카레와 내일 먹을 빵처럼 그렇게 이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내일 먹을 빵을 사러가는 길에 땡땡이 무늬 우산 속에 뛰어든 어젯밤 먹은 카레냄새를 풍기는 그 여자아이처럼.

 

죽음도 이와 같은 게 아닐까. 아무리 거부하고 싶어도 이미 일어난 일에 어떻게든 살아가야하는 이들은 간단하게 토스트로 된 아침을 준비하고, 정원에 심어진 나무를 손보며 하루를 시작해야 했고, 그렇게 아들의 죽음을, 남편의 죽음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소소한 일상이 그들에게 위로였고, 살아가는 힘이 되었다.

 

삶이란 이런 것임을 담담하게 전해주는 이야기였다. 또한 아주 사소한 일들이 누군가를 죽음으로 잃고 나서는 소중한 기억임을, 오랫동안 살아있을 추억임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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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꿈꿀 권리
한동일 지음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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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함에 있어 '우리 집은 가난해서 못하겠어' 라든가,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한 부모가 때론 원망스러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에 따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각했다. 부모에게 돈이 없어도 자기가 노력을 하면 어떻게든 이루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음을 아주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내가 노력을 하지 않았음을. 부모가 가진 돈이 없다는 사실에 지레 포기했음을 늦게야 알았던 것이다.

 

 

이 책은 자기가 꿈을 꾼 일에 최선을 다하고 노력을 한다면 분명히 이루어질거라는 믿음을 주는 글이다.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가 된 한동일 사무엘 신부의 꿈꿀 권리, 또는 인간 승리를 말하는 책이었다.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는 교황이 상소를 받기 위해 설치한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상설 법원이며, 전 세계 천주교회의 민형사상 소송과 행정소원에 대한 통상적 재판권을 행사하는 곳이 바로 바티칸의 대법원이라고 한다.

 

 

이렇듯 동아시아에서도 최초이며, 한국인으로서도 최초일만큼 어렵고 접근하기도 힘든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가 된 것이다. 책에서 그는 그의 어렸을때부터 어려운 가정 사정임에도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고 공부하는 그의 모습은 과히 본받을만 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인생에 있어 좋은 스승과 좋은 친구를 만나는데 저자 한동일의 곁에는 늘 좋은 스승이 있었던 것 같다. 힘들때마다 그를 붙들어주고 그를 북돋아주었던 스승들, 그가 이탈리아에 유학하면서 이탈리아어를 익히기 위해 곁에서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남들보다는 어렵지않게 언어를 습득할 수 있었다.

 

 

 

 

사람들 대부분이 어디에서 사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보다는 어디에 살든 어떤 추억을 만들고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느냐가 '사는 곳'을 더 윤택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223~224페이지)

 

그가 포기하고 싶거나 절망할때도 늘 곁에서 그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그가 있었던 것이다. 좌절하고 싶을 때마다 그를 도와주는 친구들, 스승들의 마음을 생각했고, 아픈 몸에도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위해 열정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우리의 꿈을 너무 쉽게 포기하지 않는지 뒤돌아 볼 일이다. 저자가 걸어온 여정을 보면, 우리 같으면 쉽게 포기할 일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공부가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내 자신이 꿈꾼 미래를 향해 달렸다.

 

쉽게 좌절하는 습관을 버리고 '나'의 여집합 속에 내재된 가능성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 무수한 여집합들을 깨울 수 있도록 스스로 위로하고 격려해야 한다. 자신의 꿈을 믿고 생각의 힘을 믿어야 한다. 또한 긍정의 힘을 믿어야 한다. (379페이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꾼 사람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해답을 알 수 있는 사람들이 보면 더욱 좋을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여태 꿈을 꾸었으나 열정으로 접근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너무 힘들다고 좌절하지 말고, 자신의 미래를 향해 열정으로 다가가면 더욱 좋을 것이라는 걸 배울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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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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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작가를 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원래 성격이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면 그 작가들의 책만 읽는 스타일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나의 독서가 너무 편향적이 아닌가 싶어서 바꾸기로 했다. 내가 읽지 않은 작가의 책을 일부러 찾아 읽었다. 새로운 작가의 작품 스타일을 읽고 이렇게 다름을, 느낌과 감성이 다른 것임을 느꼈었다. 언제부턴가 내가 모르는 작가의 작품이 나올때면, 특히 제목이나 표지가 눈에 띌때면 나는 책을 골라 주저없이 읽게 되었다. 아마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기 시작한 것도, 그들의 이름이 익숙해진것도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이 먼저가 아니었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 젊은 작가들을 알리자는 취지로 출간한지 1년동안 5,500원에 판매하는 알찬 책 때문이기도 했다.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집들을 읽으며,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작가들의 이름을 외우고, 그들의 새로운 작품이 나왔을때 눈여겨 보며 읽게 되었던 계기가 또한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이기도 했다. 젊은 작가상은 등단한지 10년이내인 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2014년에 수상한 작품들을 보니 내가 알고, 좋아하는 작가가 세 명이었고, 처음 만나는 작가의 네 명이었다. 내가 아는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면 더한 즐거움을 얻었고, 내가 모르는 작가의 작품을 읽을때면 그 새로운 작가의 스타일에 즐거움을 느꼈다.

 

수상 작품집을 보면 두 말할 필요가 있는가.

다 좋았다. 어떤 작품은 환상 소설인양, SF소설인양 느껴지기도 했고, 너무다 가슴이 죄어오기도 했던 소설들이었다. 작품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음을 느낀 시간이었다. 총 7편의 작품이 다 좋았지만, 특히 내 마음을 울렸던, 감동을 주었던 작품은 맨 마지막에 수록된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라는 꽤 두꺼운 단편이었다. 읽는 동안 가슴 뭉클했고, 나오는 눈물을 아무도 몰래 훔쳐야 했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쓰듯 읽혀진 이야기는 한 여자의 성장소설이었다. 거실의 붙박이 화분처럼 쇼파에 앉아있었던 할아버지, 돈 버는 엄마와 살아가는 소유에게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쇼코와 매개로 이어지는 우정, 혹은 성장 이야기다. 수줍게 웃는 모습과 일본에 계신 할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말하는 비틀어진 미소 속에서 진짜 쇼코의 미소는 어떤 모습인지 헷갈렸다. 대학을 가고, 캐나다에서 공부를 하고, 영화 일을 해보겠다고 몇년을 보낸후 일본으로 쇼코로 만나러 가서 느꼈던 감정과 한국에서의 재회에서 소유는 여태 자신이 할아버지를, 쇼코를 다른 모습으로 이해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는 사실 너무 피상적인 것만 보려고 하는건지도 모른다.

타인은 물론이고 가족도 마찬가지인데, 가족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함에도 결국엔 깊이 들어가보면 말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지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 할아버지가 부끄러워서 소유에게도 그처럼 무심하게 대했다는 것을 아주 늦게야 깨닫는 것처럼.

 

 

2014년 제5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조해진, 황정은 작가 순이다. 황정은 작가의 작품과 조해진 작가의 작품이 새로 나오면 거의 챙겨볼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인데, 수상작품 중에서 황정은 작가의 대상 수상과 조해진 작가의 수상도 굉장히 반갑다.

 

때로는 헤어진 연인과의 일들이 마치 엊그제 일어난 일처럼 아주 상세하게, 마치 영화속 화면처럼 선명하게 떠오를 때가 있다. 아무리 헤어졌어도 헤어진 연인과의 기억들은 자주 생각나는 이유는 어떤걸까. 대상 수상작인 황정은 작가의 작품 「상류엔 맹금류」라는 작품을 읽었을 때 드는 생각이었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오래전에 헤어진 연인 재희가 아닌 제희와 제희 가족과 수목원 나들이를 했던 이야기를 말한다. 점심을 먹자고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계곡, 달갑지 않은 점심을 먹고 위로 올라갔을때의 처절한 안내판 등 이제는 제희가 아닌 다른 남자와 살고 있으면서 TV에서 나오는 그 수목원을 보고 오래전의 기억을 떠올렸으리라.

 

나는 조해진의 작품이 왜 좋을까. 셔터를 누를 때 카메라 안에서 휙 지나가는 빛이 있거든. 그런 게 있어? 어디에서 온 빛인데? 평소에는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숨어 있겠지. 어떤 데? 장롱 뒤나 책상 서랍 속이나 아니면 빈 병 같은 데...... (56페이지) 첫 직장을 다닐때 무작정 사진을 찍고 싶어 수동 카메라를 산 적이 있다. 그저 사진 찍고 싶어서 구매한 카메라, 한동안 꽤 잘 사용하다가 어느 순간에 장롱 안 상자 속으로 들어가 버린,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는 카메라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때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 반짝 하고 빛나는 것을 사랑했었다. 어떤 사물이라도 빛을 내는 그 순간의 기쁨 때문이었을게다. 조해진의 「빛의 호위」에서는 인터뷰때문에 만난 권은의 삶, 오래전의 기억들을 떠올리는 이야기이다. 권은과 재회를 하고 그녀가 말한 헬게 한센의 다큐멘터리 영상 속에서 유대인을 위해 애썼던 노먼과 알마 마이어를 알게 되면서, 사람을 살리는 일은 아주 작은 호의때문일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이외에도, 상상력 속에서만 나타날 쿤을 몸에서 분리하고서의 어서 자라고 싶었던 감정들을 적은 윤이형의 「쿤의 여행」, 아주 잠깐 사귄 첫사랑 여자와 초대받은 집에서 우연히 만나는 이야기인 기준영의 「이상한 정열」, 사촌 형수를 처음 보고 반했고, 사촌 형수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여자를 우연히 신문의 1면 날씨 이야기에 나온 여자가 같은 직장에 근무하게 되었음을 말하고, 사타구니 가려움증에 시달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 최은미의「창 너머 겨울」, 아버지의 산책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딸이 가리키는 방향은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음을 말하는 손보미 작가의 「산책」도 좋았다.

 

총 7편의 젊은 작가상 수상작들이 모두 여성 작가라는 사실은 새로운 발견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젊은 20대 여배우들이 기근현상이 있다고 하는데, 어쩐일인지 올해의 젊은 작가상은 모두 여성작가들이라는 점이 새롭다. 내가 아는 작가도, 내가 처음 만나는 작가의 작품들도 모두 좋았다. 특히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는 이 작품이 등단작이라는 점이 더욱 그렇다.

 

 

심사평에서 권여선 작가는 '좋은 소설은 두 번 이상 읽어야 그 맛과 깊이를 제대로 느끼고 가늠할 수 있다'라고 했다. 평소에 두 번 읽은 작품이 많이 없는데, 이 작품은 좋은 소설을 제대로 느끼고 싶어 다시 읽었다. 줄거리를 알면 줄거리 외에 새로운 면들을 새롭게 발견한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었다. 좋은 소설이 더욱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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