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슈라라봉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3
마키메 마나부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아침 신문에 일본 작가중 무라카미 하루키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인기있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 년에 서너 편의 작품을 낼 정도로 다작을 하는 작가로 유명한데 최근에 비채 출판사에서도 그의 신간 『몽환화』를 출간해, 그가 출판사들이 좋아하는 작가가 분명하구나 라는 걸 느꼈었다. 솔직히 많은 일본 작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에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 있으면 일부러 찾아보고 구입하곤 하는데, 이번에 만난 작가는 내게는 처음이었다. 많은 작가들의 작품속에서 좋은 작품을 만난다는 것, 읽으면 즐거운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이다. 처음 만난 작가 마키메 마나부의 『위대한 슈라라봉』도 내게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었다.

 

청소년이 나오는 작품을 꽤 좋아하는 내게 이 작품은 내가 재미있게 읽고 아이에게도 소개해 읽히고 싶은 책이었다. 나이대가 비슷한 친구들의 모험과 생각은 아이들의 즐거움을 더 배가시켜줄 것이므로. 왜 제목이 '위대한 슈라라봉' 일까. 슈라라봉이라는 것은 무언가의 소리로 짐작하는데 표지에서보이는 것처럼 무술, 이런 내용일까? 하는 궁금함이 일었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고등학교를 갓 입학한 청소년들이다.

주요 주인공은 '힘'을 제대로 기르기 위해 본가로 들어가는 히노데 료스케가 있고, 본가 히노데 단쿠로 아저씨의 아들은 단주로가 있다. 히노데 가문과 맞서는 또다른 가문의 나쓰메 히로미가 주인공 들이다. 이들은 같은 학교의 같은 반으로 라이벌 가문의 영향으로 이들도 서로를 견제하며 서로를 멀리하려고 하는 이들이다.

 

히노데 가와 나쓰메 가가 대립해온 역사는 뿌리가 깊고 그들이 가진 힘도 조금 다르다.

히노데 가가 타인의 마음에 들어가 상대의 정신을 조종하는 힘을 비와 호에서 받는다면, 나쓰메 가는 똑같이 타인의 마음에 들어가 상대의 몸을 조종하는 힘을 비와 호에서 받아 사용할 수 있다. 두 가문 모두 비와 호를 기점으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가문으로 비와 호 주변에서 오랜 세월동안 살아온 가문이었다.

 

같은 반의 같은 모둠인 하야세의 집안 또한 이곳 비와 호를 끼고 있는 이와바시리 성의 번주 였었고, 이와바시리 고등학교의 교장으로 부임해 온 하야세의 아버지의 마음 또한 편치 못하다는 게 느껴졌다. 이어 교장은 히노데 가와 나쓰메 가문에 나타나 현재의 단주로의 아버지와 나쓰메의 아버지와 여동생을 움직이지 못하게 힘을 써놓고, 이들 두 가문이 비와 호를 떠나면 원래대로 돌려놓겠다고 말했다. 료스케나 단주로와 히로미는 서로 말도 하지 않은 숙적이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힘을 합해 이 난관을 극복해나가고자 한다. 용과 대화하는 여자라는 단주로의 누나 기요코가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려한다.

 

 

 

 

 

만약 나에게 그런 사람의 정신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면 어떨까. 료스케처럼 다른 사람과 다른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 싫을까. 혹은 단주로처럼 아예 그 힘을 가지려 하지 않고 거부하게 될까. 다른 이의 마음을 읽게 되는 기요코도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지 않기 위해 성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은둔하고 있었다. 전에 텔레비젼에서 했던 모 드라마에서도 그러지 않았던가. 다른 이의 마음을 읽는 남자주인공은 그 소리들을 듣지 않기 위해 항상 이어폰을 끼고 다녔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특별한 상대방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싶은게 또한 사람의 마음이었다.

 

 

때론 자신의 능력을 피하고 싶었겠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서로 다른 세 사람이 모두 힘을 합해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려고 하는 것을 보며 자신에게 있는 능력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생각할 것이다.

 

 

마키메 마나부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소설을 읽는 일은 꽤 즐거웠다.

작가가 태어난 '간사이 지방'을 무대로 써낸 소설 속 호수 '비와 호'가 실제로 시가 현에 존재하는 호수라는 것, 경치가 굉장히 아름다운 호수를 주 무대로 그의 상상력이 발휘된 소설을 읽는 일이 즐거웠다. 히노데와 나쓰메가 함께 힘을 합할때 나는 '슈라라라라라라라 보보보보보보보봉' 의 소리를 어떤 느낌이 날까 입으로 말해보기까지 했다. 이들의 가족과 가문을 구하려는 '슈라라봉'의 모험은 계속되지 않을까.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장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대문 외인구단 - 곧 죽어도 풀스윙, 힘 없어도 돌직구
류미 지음 / 생각학교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아이들에게나 부모들에게나 가장 힘든시기가 중학교 시절이 아닐까 한다.

우스개소리로 우리나라의 중학생 때문에 북한이 쳐들어오지 못한다는 말까지 있잖은가. 그만큼 아이들은 질풍노도의 시기이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제어할 수 없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에 반해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쩔쩔맨다. 여자아이들 같은 경우는 말싸움을 하거나 하기 때문에 아이의 반항을 어느 정도 짐작하는데, 남자아이들은 일단 말수가 적어져 버리기 때문에 더 힘들다.

 

그렇듯 힘든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이 아이가 사춘기가 맞나 할 정도로 지나가는 아이도 있는 것 같다. 둘째 아이가 그랬다. 원래 말수도 없었지만, 축구나 농구 등 운동을 좋아해서 주말이면 너댓시간을 운동하는데 시간을 보내서인가, 사춘기가 그냥 지나간 것 같다. 다른 무언가에 분출할 거리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운동은 굉장히 좋은 요법인 것 같다. 땀을 흘리며 다른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게 운동하고 쓰러져 자는 경우가 많아 사춘기 시기를 무난히 넘긴것 같다.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도 운동을 하면 더 괜찮을거라고 이야기 하곤 했다.

 

어떤 아이들의 경우 중학교 때부터 폭력이나 기타 다른 이유 때문에 경찰서에 다니는 애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운동에 대한 즐거움을 주고자 만든 프로그램이 동대문 외인구단이다. 서울동대문경찰서에서 중학교 남자아이들을 상대로 야구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야구 훈련은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이 맡아주기로 했고, 학생들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때로 상담도 해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것이다.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열렬한 야구팬인 저자가 아이들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상담자가 되어 쓴 글이다.

 

저자는 매월 두 번씩 동대문 외인구단의 연습 장면을 관찰하고 아이들과 대화를 하며 아이들의 사기를 높여주려 했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서서 대화하려고 노력했다. 프로그램이지만 아이들 스스로 하는 운동이기에 아이들에게 더 유익한 프로그램이 되었다. 아이들 스스로 야구 경기를 하며 이기려 했고, 프로 야구 선수들의 가르침으로 실력이 향상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존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나에 대한 자랑스럽고 충만한 느낌인 자존감 말이다.

 

 

우울증이 생기는 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세로토닌이라고 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한 것과 관련이 많다는 것이 알려졌다. 놀랄만한 사실은 몸을 쓰는 행동, 운동 그 자체가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기분이 다운되어 있는 사람에게 운동을 하라고 하는 것은 그러니까 그 자체로 처방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291~292페이지)

 

 

야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아홉 명이 모여 함께 운동해야 하는 팀 훈련이다.

한 사람만 잘해서는 되지 않으며, 모두가 힘을 합해야 좋은 결과를 낼수 있고, 한마음 한 뜻으로 움직이며 화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동대문 외인구단을 이끌어가는 이들 중 바쁜 시간을 쪼개어 아이들 연습이 있는 주말에도 경찰서 관계자들의 아이들을 생각하는 열정이 있었고, 아이들 하나하나를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를 이끌어가려는 저자의 따스한 시선이 있었기에 이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둔것 같다. 해단식을 할때 모두가 아쉬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야구라는 팀운동을 하며 아이들도 성큼 자란것 같다.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가르치려하기 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무언가를 할수 있게 만드는 이런 프로그램이 참 중요한 것 같다. 경찰서 입장에서는 이처럼 오래도록 아이들에게 신경을 쓴다는 게 힘든 일인줄 알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각 지역마다 존재한다면 굉장히 좋은 영향을 주리라 생각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이 어떤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사랑이란 것은 이러이러하다 라고 단 몇 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 각 개인이 느끼는 사랑에 대해 사랑은 이런 것이다 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사연으로 각자의 사랑을 써나가니까. 아마 수많은 사랑의 정의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나 아닌 타인의 사랑을 이러쿵저러쿵 말할 필요가 없다. 그들에겐 그 사랑이 아주아주 간절한 것일수 있음을 알지 않는가. 우리가 사랑할때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다. 우리도 한때는 그런 사랑을 했으므로. 또한 우리가 해보지 못한 사랑을 꿈꿀수도 있으므로.

 

칠순을 바라보는 청년작가 박범신 작가는 또 하나의 사랑이야기를 썼다.

한 남자와 두 여자가 사랑이라고 부를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한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한 여자와 다른 여자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사랑은 비밀이고 침묵이다. 누군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넨적도 없으면서 무언의 이야기를 마음속으로 해도 서로는 이해했다. 한 집에 살면서 사랑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아도 이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들이 사랑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수 있을까.

 

비밀의 사랑을 나누는 소설의 주인공들은 이름이 없다.

ㄱ, ㄴ, ㄷ이라는 이니셜로 ㄱ이라는 여자가 들려주는 ㄴ, ㄷ의 이야기라고 해야겠다. ㄱ은 학교에 다닐때 '우물'이라는 짧은 소설을 써 교수의 눈에 들었으나,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10년만엔가 ㄱ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이 살았던 집에 시멘트로 된 데드마스크가 나왔다고 했다. 이에 호기심을 느낀 작가는 그녀에 대한 소설을 써볼까 싶었다.

 

그녀는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대학 교정에서 함께 걸었었던 남자 1의 사랑을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하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옭아맸었던 이야기를 건넨다. 우리가 봐도 남자1은 ㄱ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래서 ㄱ은 남자1과는 다른 사랑을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사랑해'라고 절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랑임을 느끼는 것을 바랬는지도 모른다.

 

 

내가 남자라고 부를 때 남자는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내 속에 있으나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으므로, 나는 '남자'라는 이름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해한다. (57페이지)

 

 

 

이 소설의 주제어를 말한다면, 선인장 가시, 덩어리, 비밀, 죽음일 것이다.

먼저 선인장 가시를 볼까. 선인장은 가시를 품고 있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가시가 있고, 안으로 들어간 가시가 있다.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오면 가시로 찌르기도 한다. 더이상 다가오지 말라며 가시를 내세운다. 장미 가시나 선인장 가시에 찔려본 사람은 알리라. 그 따가움을. 아주 작은 가시인데도 곧장 핏방울이 나오게 만든다. ㄱ에게 선인장 가시는 사랑의 한 표현일수도 있었다.

 

구소소의 부모님 집에 들어왔던 ㄱ과 ㄴ, ㄷ이 한 침대에 서로 엉켜 있을때의 모습이 덩어리이다. 덩어리는 엉켜있음이다. 세 사람 ㄱ과 ㄴ, ㄴ과 ㄷ, ㄱ과 ㄷ은 한데 엉켜 있음을 표현한 말이다. 아무런 경계도 없이 그들은 서로 덩어리져있었다. 그들이 처음 만나고 얼마되지 않아서부터 헤어지는 순간까지.

 

비밀이라는 단어를 볼까.

세 사람이 함께 살았던 그때의 시간들, 자신이 살았던 집에서 남자의 시멘트 데드마스크가 발견 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죽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ㄴ의 죽음, ㄷ의 떠남은 그들에겐 말을 하지 않았어도 다 이해하고, 마음속으로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ㄴ의 죽음은 비밀에 부쳐졌다. 이들 세 사람의 사랑 또한 비밀이었다.

 

ㄱ,ㄴ,ㄷ의 만남은 모두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기억들이 살아 숨쉰다.

바람꽃을 따러 간 오빠의 실족사, 후에 이어진 부모님의 교통사고를 겪은 ㄱ의 아픈 기억. ㄱ에게 ㄴ은 늘 우물파는 남자였지만, 5.18 광주에서 형과 아버지를 잃었던 ㄴ은 이제 실어증과 치매에 걸린 엄마만 있을 뿐이었다. 죽음은 그들 세 사람을 옭아매는 가시였고, 비밀이었으며 덩어리짐이었다.

 

 

소소한 일상이 훗날에 가서 보면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들에게 소소한 일상들이 이처럼 소소한 풍경을 만들어낸 것일까. 시작부터 말하지 않아도 이별의 시간을 알고 있었다. 예정된 시간을 알고 있었던 이들에게 소소한 일상은 그 어느것보다 소중한 시간이었으리라. 욕망이 뭉쳐진 열망의 시간들이 이들에게는 소소한 풍경이었음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남자라고 부를 때 남자는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내 속에 있으나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으므로, 나는 `남자`라는 이름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해한다. (57페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자유로운 삶 1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시공사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번도 이민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떠나서 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들 것이고, 내 나라가 아닌 타국에서 느끼는 그 외로움을 어떻게 견딜까.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단절된 삶을 살아야 한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어떤가. 의료보험에 대한 것도 그렇고, 여러 면에서 힘든 생활일 수 밖에 없다. 외국에 유학 가 있는 한국 청년들이 그곳의 직장에서 자리잡기도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 이들이 많다고 하는데, 이것만 봐도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다.

 

중국 출신 작가 하진은 이민 1세대인 난 우의 삶을 소설로 펴냈다.

자비 출판한 시집 한 권을 받고, 작은 식당 주인이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단조롭고 고된 일을 하면서도 시를 써왔다는 사실에 감동하여 이 소설을 썼다 했다. 이민생활의 물질적인 측면이 아니라 형이상학적인 차원을 다루고 싶었다는 작가는 이 소설에서 이민자로서 느껴야 하는 자신의 경험들도 담았을 것이다.

 

난 우는 미국 대학원에서 공부하던중 중국 정부가 민간인들을 몰살하는 텐안먼 사태를 목격하고, 미국에 남기로 했다. 그는 미국에서 아내 핑핑과 아들 타오타오를 데려오기 위해 돈을 저축했고, 드디어 아들의 여권과 비자까지 발급 되었다. 이 년 만에 만난 가족은 미국의 한 가정의 다락방에서 집안 일을 해주며 열심히 저축했다.

 

 

아들과 재회했지만 난은 아직도 첫사랑 베이나를 잊지 못해 먹먹해 하고 있었고, 그런 그를 바라보는 아내 핑핑 또한 그가 자신들을 두고 떠날까봐 늘 불안했다. 결혼생활이나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했지만, 아들이 미국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어떻게 해서든 아이만큼은 부모와는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랬다. 난은 아이를 위해서 희생할 준비가 되었다.

 

고향에서 그들의 세대를 대표하는 존재였던 대학 졸업생들이 그랬다. 이곳에 온 그들은 다른 사람들처럼 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들은 그처럼 격렬한 변화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이 전에 누렸던 특권적인 삶이 미국 땅에 뿌리를 내리는 데 필요한 활력과 정력을 박탈해버렸다. (1권, 225페이지)

 

 

난, 당신은 더 대담해져야 해요. 다른 언어로 시를 쓸 수 없다는 '벙크'는 그만둬요. 아무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더 열심히 노력하면 되죠. 그러면 당신은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거예요. 독창적이 되는 거죠. (1권, 413페이지)

 

가족을 위해 힘든 일을 하는 와중에도 난은 시를 놓지 않았다. 잠자기 전에 시선집을 읽었고, 시를 쓰고 싶은 목마름이 있었다. 그에게 시의 세계는 상대적으로 순수해야 했다. 진정한 시인들은 정열적이지만 초연한 자유로운 정신을 갖고 있어야 했다. (1권, 479페이지) 난의 시에 대한 생각을 엿볼수 있는 글이다. 아내 핑핑과 타오타오를 위해 식당을 구입하고, 빚을 지고 집을 사 하루종일 음식을 만드는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난은 딕 해리슨을 친구로 둬 시에 대한 그의 관심이 더욱 강렬해졌고, 딕의 초대로 유명한 시인의 낭독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예술을 하는 사람에게는 영적교감을 나눌수 있는 뮤즈가 있게 마련이다.

시에 대한 목마름으로 시를 쓰고 싶었지만, 난의 마음처럼 시가 잘 써지지 않자, 음악을 만드는 사람에게 뮤즈가 필요하듯, 자신에게도 첫사랑 베이나를 만나고 오면 시가 잘 써질 것 같았다. 연애시절에 아무리 예뻤던 사람이더라도 십여 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신이 좇고 있는건 환상이었음을 발견하기 마련이다. 난에게 첫사랑 베이나도 그랬다. 욕심많고 난을 미국으로 오는 도구처럼 이용했었다는 걸 알게 된 난은 씁쓸했다. 오래도록 첫사랑에 대한 먹먹함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첫사랑의 맨얼굴을 바라보고 나서는 자신의 가족인 핑핑과 타오타오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먹고 살아야 하는 고된 삶 속에서도 시를 쓰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은 난 우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모습을 다시 살펴보게 되었다. 삶이 힘들다고 꿈을 미리부터 포기하지 않았는지. 먹고 사는게 너무 힘들다고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을 저만치 밀어놓지는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사람에겐 꿈을 잃지 않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이 책을 읽고 다시 깨달았다. 우리가 꾸고 있는 꿈, 그 꿈을 향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