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비로소 인생이 다정해지기 시작했다 - 일, 결혼, 아이… 인생의 정답만을 찾아 헤매는 세상 모든 딸들에게
애너 퀸들런 지음, 이은선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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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이가 들어가고 있긴 한가보다. 순간순간 나이를 잊고 살지만, 이처럼 나이듦에 대한 책을 만나 읽으며 공감하는걸 보면. 내가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건 이것 뿐만 아니다. 올해 대학생이 된 열아홉 살의 딸아이를 보면서도 내가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느낀다. 아이가 한참 이뻐질 나이, 소위 얼굴에서 빛이 난다고 하는 나이가 이때가 아닌가. 예뻐지는 나이, 실제로 예뻐지는 아이를 보며 속엣말을 하게 된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구나, 막 태어나 아장아장 걸었던게 엊그제 같은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다.

 

 

여자를 꽃으로 비유하자면, 이제 스물이 되어가는 딸아이는 한창 피는 꽃, 사십대인 나는 지는 꽃이라고 해야겠다. 예뻐지는 딸을 바라보며 자신이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을 본다던 애너 퀸들런의 마음들을 글로 읽으며 많은 부분을 공감하게 되었다. 나 또한 애너 퀸들런의 나이가 되었을때 꼭 그렇게 느낄 것이므로. 어쩌면, 이런 책을 미리 본다는 것은 나이 드는 연습을 하는 걸수도 있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삶이, 감정이 풍요로워 질수 있다는 것을 미리 배울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순간이 찾아온다. 더 중요하게는 무엇이 소중하지 않은지도 깨닫게 된다. 인생의 교훈은 우리가 소유했던 것이 아니라 사랑했던 것 속에, 성공이 아니라실패 속에 담겨 있음을 마침내 깨닫는 순간이 찾아온다. (21페이지)

 

 

애너 퀸들런이 말하는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대목이 있었다.

아무리 사랑해서 한 결혼이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식기 마련이고, 여러가지 갈등 때문에 이혼을 생각하는 부부들이 많다.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일까 고민할수도 있는데, 저자의 친구는 '절대 헤어지지 않겠다는 의지' 라고 말했다 한다. 내가 들어봐도 별로 시답잖은 소리처럼 들렸는데, 저자의 말처럼 생각해보면 생각해볼수록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저자는 주변의 친구중에 아주 사소한 이유로 이혼을 결정한 것을 후회했다는 말을 들어가며 이야기 한다. 사랑하지 않아도, 인생을 같이가는 친구처럼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것 같다. 여러가지로 마음에 들지 않은 남편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도 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살아가면서, 특히 나이 들어가면서 친구처럼 더 중요한 존재도 없는 것 같다.

남자들과 다르게 여자들은 나이가 들어 이제야 찾은 자기 시간을 친구들과 못다한 시간들을 나누게 된다. 함께 여행을 다니고, 대화를 하며 마음속에 숨겨두었던 애환들을 이야기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다. 나도 최근에 나의 취미 생활을, 여가 생활을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 그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늘였는데, 역시 친구란 좋은 것이다. 한 후배를 봐도 남편과 그리 좋지 못한 관계지만, 우리들과 같이 어울리며 남편에 대한 서운함 등을 풀기도 한다. 남편 때문에 자기가 불행하다는 걸 잊는 것이다. 나이 들어 함께 할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아는 사람만 알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나를 알고 사랑해 주는 여자들, 그러니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서도 사랑해주는 여자들이 나라는 존재를 지탱하는 들보와도 같다는 사실을 점점 실감하게 된다. 모든 게 그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보다 젊었을 때도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우정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좋은 친구가 되려면 서로의 관계에 솔직하고 여기에 집중할 줄 알아야 한다. (52페이지)

 

 

내가 기쁠때, 내가 슬플때, 내가 너무나 외로울때, 이처럼 친구는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다. 전화 한 통화로 이 모든 것들을 같이 나누는 존재, 삶의 원동력이 되는 존재이다.

 

 

사람은 나이들어가며 나이대에 따라 느껴지는 게 다르다. 내가 지금 느끼는 것은 이십대나 삼십대엔 정말 느껴보지 못한 것이다. 각자 나이에 따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나이가 들어야만 느껴지는 것일테다. 저자가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글을 쓴다고 했을때, 지인들은 벌써 쓰는 것이냐는 말을 했고, 예순의 나이인 저자에게 칠순을 넘긴 분들은 칠십이 되면 더 행복할 거라는 말을 했다고 했다. 자신의 나이를 받아 들이다보면 인생이 행복해지는데,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행복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물론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책의 말미엔 저자의 오랜 친구인 배우 메릴 스트립과의 대화가 나온다.

대화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볼까. 나이 들어가 가장 안좋은 점은 뭔가? 라고 질문했을때, 친구들을 떠나보내는 거, 라고 했다. 젊은 시절을 아는 사람들이 사라진다는게 가장 괴롭다고 했다. 어쩌면, 우리들에게도 곧 다가올 일이다. 어르신들이 한 말씀중에서 친구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보다 친구나 형제가 먼저 가는게 굉장히 슬프다고 하신 적이 있었다. 메릴 스트립과의 대화에서처럼 젊은 시절을 함께 보내온 친구들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굉장히 슬프고 우울할 것 같다.

 

역시 사람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복 지수도 올라간다. 아, 내가 현재 살아있는 게, 사십 대의 나이가 얼마나 행복한 나이인가, 알게되어서 행복하다. 더 나이 들어가도 더 행복할 것이라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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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셋째 주, 1박 2일로 제주 한라산행을 앞두고 있다.

첫날 세 시간 가량의 올레길을 가볍게 걷고, 둘째 날 여덟 시간의 한라산행을 한다.

그 날을 위해 친구들은 몇 주 전부터 주말마다 산행을 하고 있다. 많은 시간을 걷다보니 준비운동이 필요한 탓이다.

 

제주 가본지 너무 오래되어 사실 제주 관광이 더 하고 싶지만, 생전 처음으로 가는 한라산행을 전부터 하고 싶어했다. 이제 그 날이 멀지 않았다.

 

6.4 지방선거날인 어제도 가볍게 뒷산을 올랐다.

같이 산행한 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투표를 하고 왔다. 정치판이 마음에 들지않아 마음같아선 투표도 하기 싫었지만, 바꾸고 싶다면 투표를 하라는 문구에 투표를 하게 되었다. 선거때문에 근무하고 있는 신랑을 뒤로 하고 혼자가서 투표를 했다. 

 

 

 

 

 

 

 

 

 

 

 

 

 

 

 

 

 

 

 

 

 

 

 

 

6월에 연휴가 많아 책을 많이 읽지 못할텐데도, 구입하고 싶은 책은 늘어났다.

구입하고 싶은 책 목록이 늘어간다. 이 목록들도 며칠전부터 메모해 놓은 책들이다.

 

 

 

 

 

 

 

 

 

 

 

 

 

 

 

 

 

아마 목록이 더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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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 <청춘의 문장들> 10년, 그 시간을 쓰고 말하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금정연 대담 / 마음산책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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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의 소설을 몇 권 읽었다. 그의 소설보다도 에세이가 훨씬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처음 읽은 그의 소설은 어려웠다. 내 감성과 그의 감성이 서로 교감하지 못했을수도 있었다. 그의 몇 권의 책을 더 읽으며, 점점 그의 감성에 적응해 갔다. 읽으면 읽을수록 반하게 되는 작가인것 같다. 그리고 그의 산문을 읽어보자 구입했지만, 다른 책들에 밀려 최근에 나온 『청춘의 문장들+』을 읽었다. 사실 나는 누군가의 트위터에서 십 년전에 나온『청춘의 문장들』이 올해 다시 나온다고 해서 개정판이 나오는 줄 알고 개정판이 나오면 읽자 그렇게 미뤄왔었다. 책이 나와 주문을 하고 받아보자 책은 『청춘의 문장들』이 10주년 특별기념산문집이었다.

 

김연수 작가는 청춘의 문장들 더하기 편에서 열 가지의 청춘의 문장들의 감정을 담아 산문과 대담을 말하는 글이었다. 최근에 읽은 김연수 작가의 작품에서도 느꼈지만, 그의 책을 읽을수록 그의 문장들이 마음속에 들어왔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으면서 이토록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작가의 글이 좋았다.

 

책 속에서 작가가 하는 말 중에서 지는 꽃을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을 담은 글을 만났다.

다른 책에서도 읽었지만, 꽃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꽃을 바라보는 애틋한 마음이 드는 것 같다. 지는 꽃, 지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꽃, 너무나도 화사하게 꽃을 피우지만 어느 순간이 지나면 시들어져 버리는 꽃 때문에 우리는 꽃이 피어있을때의 아름다움에 열광하는 것도 같다. 나이가 들수록 특히 여자들이 봄이 되면 봄꽃때문에 꽃구경을 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삶이 꽃처럼 곧 지고 말거라는 걸, 자신의 삶과 꽃의 생장의 비슷함을 느끼는 것 같다.

 

내게 소설이란 오랫동안 그 점선을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그 점선을 통해 내 삶의 영토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 일은 때로 쓸쓸하고, 때로 행복하다. 하지만 그 언제라도 내게 확신을 주지는 않는다. 나는 한 번도 내 소설을 확신한 적이 없다. 그럴 때, 소설을 쓰는 일은 일종의 체념에 가깝다. (100페이지)

 

 

 

 

저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지만, 소설을 쓰는 저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니까요. 언제 어떤 순간에도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늘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겠죠. 그런 점에서 언제나 쓸 것 같기는 해요. 그리고 소설을 읽는 것도 계속할 것 같고요. 소설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소설을 평생 읽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보다 좋은 인생은 없을 것 같아요. 결국 계속 소설을 읽고 쓰겠네요. (194페이지)

 

『청춘의 문장들』이 쓰여진 10년 전의 나, 어떤 모습이었을까?

생각해보니 너무 젊었다. 지금보다 훨씬 파릇파릇, 빛이 났으리라. 그런데 그때는 파릇파릇한 젊음을 알지 못했다. 내 나이가 많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 때의 나, 몇 년 후면 다가올 사십이란 나이때문에 넋을 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인생을 다 산 것처럼. 지금의 나, 나이대가 사십대라는 것이 싫지 않다. 그때의 나, 앞뒤 또는 옆의 사방 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인생을 다 산것처럼 굴지 않았던가. 지금의 나의 모습은 어떤가. 삶을 즐길줄 알게 되었다.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책에서 김연수 작가도 말한것처럼, 현재의 청춘들, 삶을 다 산 것처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 소소한 일상들이 십 년이 지난후 생각해보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소중한 순간들이다. 나보다 십 년쯤 나이가 드신 분들에게 들은 말처럼 '현재의 네가 얼마나 젊은가 보라고.' 작가와 내가 나이가 비슷해서 일까. 아무래도 『청춘의 문장들』이 쓰였던 십 년 전의 생각과 현재의 생각들을 비교해보면 느끼는 바가 있었음직 하다. 지금 그때의 제게 돌아가서 뭔가 얘기해준다면, 정신차리라고 하고 싶네요. 네가 얼마나 어린지 아느냐고, 그러니 지금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36페이지)

 

 

책의 서문에 작가는 '저녁의, 불 밝힌 여인숙처럼 앞으로 10년도' 이라는 제목의 서문을 썼다. 류미의 「여인숙」이란 시와 함께. 우리의 삶도 어쩌면 여인숙과 같은지도 모른다.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 우리의 삶도 수많은 사람과 풍경을 스치게 된다. 훌쩍 지나버린 10년과 숱한 시간들을 문장들과 함께 했었던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는 김연수 만의 문장들을 만난 시간이었다. 십 년전에 나온 『청춘의 문장들』읽어야 겠다. 김연수의 문장들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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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vs. 알렉스 우즈
개빈 익스텐스 지음, 진영인 옮김 / 책세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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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의 농가에 운석이 떨어져 운석을 찾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그 지역으로 출몰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방문한 이유는 운석의 가격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또한 과학적인 연구에도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운석을 찾고자 했다. 우리나라 진주에서는 비닐하우스에 떨어졌다고 하여 우리 밭에는 떨어지지 않나 하고 다들 기대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밭 주인보다는 습득하는 이에게 소유권이 있기 때문에 모두들 눈을 크게 뜨고 운석을 찾아 헤맸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운석이 만약 머리에 떨어진다면? 만약 우리집에 떨어져 내 아이의 머리에 맞는다면? 생각도 하기 싫지만, 어쨌든 개빈 익스텐스의 『우주 VS. 알렉스 우즈』는 운석에 맞은 소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운석에 맞은 한 소년과 한 노인과의 삶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따뜻하고 가슴 뭉클하다. 진정한 우정이란 건 이런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겠금 만드는 글이다.

 

운석에 맞아 코마 상태에 빠졌다 살아난 알렉스 우즈는 대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다. 다른 아이들과는 말도 하지 않고 오로지 혼자 만의 시간을 즐겼던 알렉스는 몇 명의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에 도망치다가 피터슨 씨의 정원으로 피신했다가 피터슨 씨를 알게 되었다. 베트남 참전 용사였던 피터슨 씨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 부인과 살다가 이제는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노인이었다. 유리창을 깼다는 이유때문에 사죄를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주말마다 피터슨 씨의 집에 방문하던 알렉스는 피터슨 씨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그와 우정을 나누게 되었다.

 

사람들의 우정에는 여러가의 모습들이 있다. 동갑내기들 끼리의 우정도 있고, 이성과의 오래된 우정을 이어오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나이를 떠나 거의 할아버지 뻘 되는 이와 나누는 우정도 있다. 영화 「시네마 천국」의 토토와 알프레도와의 우정처럼 피터슨 씨와 알렉스 우즈와의 우정도 이런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다리가 불편한 피터슨 씨를 도와 운전을 하고, 그를 도와 편지쓰는 일을 하고 있다. 그에게서 커트 보네거트의 책을 빌려보는 일들이 즐겁다.

 

 

 

원칙을 가지고 살려면 진실함을 가지고 사는 거야. 그건 너만의 것이야. 남이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지. (212페이지)

 

 

얼마전에 읽은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를 읽으며 가슴아팠던 일들이 떠올랐다.

이 책에서 피터슨 씨도 『미 비포 유』의 윌의 입장과도 비슷하다. 눈도 보이지 않게 되고, 다리도 움직이기 힘들어 혼자 살기 힘든 그는 비참하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그의 그런 마음을 깊이 이해하게 되는 알렉스 우즈의 마음을 담았다.

 

비참하지 않게 죽는 일이란 어떤 것일까, 하는 물음을 나 자신에게 건네본다.

내가 처한 상황이 피터슨 씨와 같은 상황이라면 과연 나는 어떻게 할까. 반대로 누군가의 죽음을 도와줘야 하는 알렉스의 입장이라면? 어려운 일이다. 결정하기까지 너무 힘들것도 같다. 사람의 죽음을 자신이 과연 결정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가졌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드는 의문이었다. 합법적으로 죽음을 도와줄 수 있는 곳이 스위스라고 했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인간의 생명을 아무리 자신의 결정이었다고 해도 합법적인 자살, 이것이 옳은 일일까 하는 의문이 다시 들었던 것이다.

 

아이작을 정말 돕는 길이 뭔지 아니? 그냥 그를 위해 함께 있어주는 거야. 친구가 되어주렴. 그의 의견을 존중하고 지지하면서, 효과가 있을 거야. 물론 그렇게 있어주는 건 아주 힘들지. (296페이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와중에도 마지막까지 가슴뭉클하게 느껴졌던 건 알렉스와 피터슨 씨의 깊은 우정이 있었기 때문인것 같다. 진정으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해 주는 것. 이것 또한 알렉스의 결정이었기에 가슴 아프지만 뭐라고 말할 수도 없는것 같다.

 

 

 

인간의 존엄성과 진정한 우정, 과학적인 지식을 아우르는 따뜻함을 주는 소설이었고, 책 속의 커트 보네거트의 작품들이 소설 곳곳에 녹아 있어 커트 보네거트의 작품을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작가의 첫소설이라는데 개빈 익스텐스라는 작가, 마음에 쏙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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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애니멀 - 인간은 왜 그토록 이야기에 빠져드는가
조너선 갓셜 지음, 노승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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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어렸을때 엄마에게, 할머니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곤 했었다. 옛날 이야기라도 들려주시면 귀를 쫑긋거리고 듣고는 그 다음 내용이 듣고 싶어 할머니나 엄마에게 바짝 다가갔던 것 같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나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그랬다. 시간만 나면 옛날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말에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고민하곤 했었다. 이야기가 딸리면 이야기 책을 펴놓고 읽어 주었다. 아이들은 동화책 한 권을 거의 다 외울 정도로 이야기에 빠져 그림만 보고서도 다음 내용을 줄줄이 읊곤 했었다.

 

유달리 이야기를 좋아하는 탓에 나는 지금도 이야기가 있는 책을 읽고 있고, 좋았던 책, 재미있는 책은 아이들에게 권해 주기도 한다. 같은 책을 읽고는 서로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최근의 아들녀석은 기욤 뮈소에 빠졌는지 전작 읽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가지고 있는 책을 보이며 이 책은 어땠느냐며 묻고는 다른 책도 다 읽어보고 싶다고 말한다. 얼마전에『두근두근 내인생』을 읽고 나서는 이야기가 너무 감동적이라며 작가의 다른 책도 소개해 달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처럼 이야기가 가진 힘은 대단하다.

책에서 어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는 그 주인공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많다. 훗날 책속의 주인공의 영향을 받아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열심히 노력하여 이룬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가 가진 힘은 굉장히 크다.

 

 

이야기가 가진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만났다.

조너선 갓셜이라는 작가의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 책이다. 우리는 책 속에서 많은 부분에 공감할 수 있다.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자. 영화속 장면들을 보고 영화속에서 말하는 스토리에 깊이 빠져 주인공을 내 자신인양 감정이입하여 보게 된다. 영화속 주인공의 삶에 깊이 공감하기도 하며, 그들의 상황에 웃고 우는 감정을 내보이기도 한다. TV 드라마나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다큐멘터리도 마찬가지이다. 그중에 책은 아주 많은 부분을 깊이 공감한다. 영화가 화면속에서 보이는 감정의 표현이라면, 우리는 글로 이야기를 읽는다. 그 사람의 깊은 감정을 글로 읽으며 그가 가진 생각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급기야 엉엉 울기까지 한다. 그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행동이지만,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깊게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작가들은 이따금 글쓰기를 그림 그리기에 비유한다. 단어는 한 번의 붓놀림에 해당한다. 화가의 붓질을 한 번 또 한 번 해 나가듯 작가는 단어를 하나 또 하나 덧붙여 가면서 진짜배기 삶의 온갖 깊이와 생동감을 담아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25페이지)

 

 

 

저자는 아주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며 우리를 이야기가 가진 힘에 초대한다.

유치원 교사로 일하면서 경험한 바를 책으로 쓴 아동 인류학의 걸작이자 젠더 심리학 실험을 소개한 책인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설명을 들어보자. 유치원에서 아이들의 행동을 성 중립적으로 바꾸려고 아무리 노력했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자 아이들과 남자 아이들을 반대의 공간에서 놀게 했지만, 남자 아이들은 인형 코너를 우주선 조종석을 둔갑시켰고, 여자아이들은 블럭 코너에서 블럭으로 집을 만들어 소꿉놀이를 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여자아이는 여자아이대로, 남자아이들은 남자아이대로 내버려 두었다고 했다.

 

 

달리 말하자면 이야기는 공통의 가치를 강화하고 공통의 문화라는 매듭을 단단히 매어 사회를 결속하는 고대의 기능을 여전히 수행한다. 이야기는 젊은이를 문화에 적응시킨다. 이야기는 집단을 정의한다. 이야기는 무엇이 고귀한 행동인지, 무엇이 비난받을 행동인지 알려 준다. (170페이지)

 

 

 

 

저자가 아돌프 히틀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부분을 봐도 이야기가 가진 힘에 대해 알수 있다. 저자가 말하길 아돌프 히틀러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리엔치」를 관람한 후, 「리엔치」가 자신의 운명을 밝혀 주었다고 말했다. ' 독일 민족을 노예 상태에서 해방시켜 지고(至高)의 자유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 (174페이지) 고 했다. 꼭 바그너의 음악이 그의 모든 성격을 형성했으리라고는 보지 않지만,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걸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수 없을때는 다른 이야기 책을 읽으며 새로운 이야기들을 탐험한다. 이야기가 주는 마력에 빠져 있는 우리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는 이야기였다. 내게 이야기는 주로 소설이다. 이야기를 말하는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몹시도 소설 책이 읽고 싶어졌다. 두세 시간 꼼짝하지 못할 정도로 흡입력 있고 재미난 소설이었으면 한다. 이제부터 책을 골라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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