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제시카 : 하루하루 신기하고 분주한 꼬마 아가씨의 반짝반짝 성장기 - 태어나서 다섯 살까지 여행작가 아빠 엄마가 담아낸 사랑스런 일상들
안영숙 글, 최갑수 사진 / 예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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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처음 만났을때의 느낌이 되살아나는 책을 만났다.

여행작가이자 사진작가가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다섯 살이 될때까지의 일상들을 사진으로 담은 사진집이다. 아이들이 내 손을 떠난 시점에서 어린 아이들은 정말 사랑스럽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자들을 이뻐하는 그 심정을 알수 있을 정도다. 내 아이는 그렇게 이쁜줄 모르고 키우다가 조카여자아이가 태어났을때의 그 어여쁨이란 이루 말할수가 없었다. 아이의 눈짓 하나, 몸짓 하나에 온 식구들이 웃고 즐거워한 것처럼 나도 조카아이를 보며 깨물어주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아야 했을 정도였다.

 

남자아이보다는 여자아이들이 더 이뻐 보이는게 사실이다. 티셔츠를 입더라도 남자아이들의 옷은 밋밋한데 비해 여자아이들의 옷은 색깔도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다. 앙증맞은 치마를 입을때면 얼마나 예쁜가. 앙증맞은 신발 하나, 어깨에 메고 다니는 조그만 가방 하나도 어여쁨 그 자체이다. 그래서일까. 다시 아이를 가진다면 여자아이를 더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남자아이보다는 여자아이를 키울 때의 즐거움과 기쁨이 더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아이가 아닌 한 여행작가의 아이인데도 제시카는 너무 사랑스러웠다. 사진으로 만났을 뿐이었지만, 막 태어나서부터 유치원에 다니기 까지의 그 모든 일상을 바라보는게 즐거움이었다. 제시카의 일상들이 담겨진 사진집을 바라보면서 나는 오래전 첫 아이, 딸을 키웠을 때의 그 시간속으로 들어갔다. 막 태어나 낮밤이 뒤바뀌어 직장생활하면서 힘들었던 일, 욕실에서 출근준비하는 내가 불안한지 욕실문을 두들기던 일, 얌전한 아이가 아니라 말괄량이 기질이 있어 식탁 위에라도 올라가면 앞뒤 보지 않고 방바닥으로 쿵 떨어지던 일, 출근했다 돌아오니 거실 바닥 전체에 식용유를 발라놓아 주방세제로 거실 바닥을 오랜시간동안 닦아야 했던 일들이 말이다.

 

 

그때는 그 시간들이 너무도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처럼 오래 시간이 지난 뒤에 생각해보면 그때 아이들을 키웠던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들이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평생의 기쁨을 애기였던 4~5년에 걸쳐 다 준다고 누군가가 말했었다. 그 짧은 시절에 평생의 기쁨을 주고 나머지 기간에는 부모 애를 태운다는 말을 듣고는 무릎을 친적도 있었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남자아이들보다 여자아이들을 키우는 재미가 더 있다. 남자아이들도 물론 기쁨을 주지만 여자아이와는 약간 다르다. 남자아이들이 대부분 무뚝뚝한데 비해, 여자아이들은 애교스럽고 곰살맞다.

 

사진집에서 제시카의 표정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똘망똘망한 눈망울과 입을 삐죽이며 우는 모습, 면을 좋아해 맛있게 먹는 모습, 아이스크림을 얼굴에 다 발라가며 먹는 모습들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제시카는 엄마에게 아빠에게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였을까. 우는 모습까지도 사랑스러운 아이에 대한 애정이 사진속에 그대로 배어 있었다.

 

 

 

사진집이라 사진이 주를 이루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을 담은 아빠의 사진과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는 짧은 글들 때문에 책 한 권이 금방 마지막 장이었다. 가장 사랑스럽고 어여쁠때의 모습을 담은 사진 때문에 또다시 여자아이를 키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아이라면, 또 하나 낳아봐도 되지 않을까 싶은.

 

 

주말에 동생집에서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아이를 낳는 그 시간들을 화면에 담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아이를 처음 맞이하는 부부의 모습을 화면속에서 만나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새생명의 탄생은 언제나 가슴벅차는 순간인것 같다.

 

 

아이들의 어렸을 때 모습을 많이 사진으로 담아놓긴 했지만, 이처럼 사진집으로 나온 걸 보며 이렇게 해주지 못한게 내내 마음에 걸린다. 변변찮은 앨범하나 제대로 없는 둘째아이에게 더욱 미안해졌다. 얼마전에 오래된 사진을 들춰보다가 아이들의 어렸을 때 사진을 보고 그때의 시간들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다시금 아이들의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나 혼자가 아닌 아이들과 함께 앨범을 만들고, '그땐 그랬었지' 하는 말들을 서로 나눠보고 싶다.

 

 

사랑스러운 아이, 제시카의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동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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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밟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루이스 어드리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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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란 참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아무리 화목하게 보여도 속으로는 알수가 없는게 부부인것도 같다. 타인들 앞에서는 좋은 모습만 보여주지만, 집안으로 들어가면 밖에서는 숨기고 싶었던 일들이 낱낱이 공개가 된다. 부부는 부부대로 밖에서는 웃지만, 안에서는 상처가 터질듯 곪아갈 것이고, 그런 부부를 바라보는 아이들 또한 상처 받고 그 상처때문에 아파하는 일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내 가정만 보고는 다른 이들의 가정도 별문제 없을거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은 내가 살아가는대로 바라보니까. 둘러보니 이혼한 친구도 있고, 이혼은 아니지만 서로 소 닭 보듯 보는 부부들도 있고, 서로 다른 생각, 행동들을 하는 부부들도 꽤 많이 보인다. 부부라는게 나 혼자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노력해야 살아지는 것이 부부라고 보는데, 사람들 중에 어떤 이들은 나는 그대로고 상대방이 변화하기만을 바라기 때문에 힘든 게 아닐까 싶다. 타인들이 만나서 서로 맞춰 나가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살아가는게 부부관계를 지혜롭게 유지하는 비결인가도 싶다.

 

요즘엔 가족에 대한 화두를 말하는 책이 꽤 나온다.

그만큼 가족이 중요해졌다는 이야기겠지. 현대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라는 루이스 어드리크는 『그림자 밟기』에서 자전적 내용을 다루었다.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쓰면서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했다는 말에서 우리는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행복하지 않았던 부부, 뿔뿔이 흩어져 버렸을 가족 구성원, 그들의 속사정이 못내 아팠을 것이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우리가 자세히 알수는 없지만, 이들 부부의 삶은 아픔이었다. 그토록 남편과 헤어지고 싶었던 아이린과, 아내의 비밀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남편 길, 남편이 자신의 일기를 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편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일기, 은행의 보관 금고에 가서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쓰는 아이린의 마음은 참 아이러니다. 미국 보통의 가정이 아닌 아메리카 원주민의 핏줄을 물려받은 가정으로 뭔가 다른 점이 있는 것일까.

 

 

 

그녀가 남편에게 보이기 위한 레드 다이어리와 자신을 위해 썼던 블루 노트의 두 권의 일기 속에서 우리는 아이린의 다른 모습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자신과 아이를 때리는 남편 길에게 다른 모습을 기대한다며 부부가 상담사를 찾아 갔을 때의 모습은 정말 가관이다. 누구하나 진심으로 상담사를 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 노력없이, 그저, 그에게서 떠나고 싶어하는 이들 부부의 속내들이 못내 마음아팠다.

 

 

이따금 갈등에 지칠때, 언젠가 한겨울에 변압기가 무너져 정전이 되었을때, 모든 가족들이 초를 가져와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할때의 이 가정은 가장 평화로웠다. 온 가족이 서로 사랑하는 시간이었다. 어렸을때 했던 그림자 밟기 놀이가 생각날 만큼 이 가족의 그림자 밟기 놀이는 가장 평화롭게 보여졌다.

 

살아갈수록 가족의 소중함을 더 느끼고 있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이 있기 때문에 견딜수 있는 것이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지 않는가. 가족에게서부터 버림을 받고, 서로 피하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깨지고 말 불안한 유리잔 같을지도 모른다. 또는 높은 산 위의 벼랑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서 있는 삶의 벼랑에서 그만 내려왔으면 싶었다. 어떻게든 아이들을 위해 해결을 보았어야 했다고 보았다.

 

 

길과 아이린, 이들은 사랑한다고 여겼지만, 끝내 그 사랑은 집착으로 이어져 불행한 삶을 살았다. 이들과 우리가 다르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이들 부부처럼 느끼는 가정도 있을 것이기에, 무거운 바윗돌을 얹어 놓은것처럼 마음이 무겁다. 그만 내려놓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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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홀리데이 (2014~2015년 최신판, 휴대용 맵북) - 타이베이.가오슝.타이난.타이중 최고의 휴가를 위한 여행 파우치 홀리데이 시리즈 8
우지경.이주화 지음 / 꿈의지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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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늘 여행에 목말라한다. 여러 여건이라고 핑계를 대보지만 결국엔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외국여행을 못가는 이유이긴 하지만, 여행을 떠난 이의 에세이를 즐겨 읽는다.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마음을 책으로 달랜달까. 여행을 직접 떠나는 사람보다 가지 못하는 사람이 여행 관련 에세이를 더 많이 본다는 통계도 언젠가 신문에서 나온적이 있었다. 다들 각자의 사정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것을 책으로라도 위안을 삼는 사람이 많은 탓일게다.

 

가족들과 여행을 갈때면 우리는 현지 음식을 사먹기보다는 챙겨가 직접 해먹는 스타일이다. 주로 여동생네와 함께 다니는데, 현지에서 사먹는 거라곤 맥주와 싱싱한 회 정도다. 하지만 외국여행 갈때는 예외라는 건 안다. 우선 챙겨갈 수가 없고, 현지 음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 몇 달전 5월 연휴를 앞두고 친구가 홍콩 여행을 가자고 했었다. 예약을 하려고 봤더니 벌써 예약이 차버려 대기 순서로 있다고 해, 기다리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다. 나중이라는 말을 자꾸 하고 살았더니 외국 여행이 점점 멀어져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가까운 시일내에 일본이라도 다녀와야지 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TV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꽃보다 할배'에서도 다녀왔던 타이완 여행서를 만난 것이다. 내가 읽었던 대부분의 책이 여행을 떠난 작가의 사진과 감성이 있는 에세이가 있는 책이었다면, 이 책은 실제 여행지에서 만나는 거리, 지도, 열차 노선, 그리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여행 안내서였다. 우선 타이완을 어떻게 여행할 것인지 결정하고, 지역에 따라 며칠을 머무는 여행을 할 것인지 정하고 그에 따른 일정과 가고자 하는 지역의 문화유산, 둘러봐야 할 자연환경 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잘 알지 못했던 타이완에 대해 알게 되었고, 미지의 나라였던 타이완이 상당히 가깝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여태 타이완을 가보겠다는 생각은 거의 해본적이 없었고, 먼 유럽이나 가까운 홍콩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타이완이 가고 싶은 여행지가 되어버렸다.

 

국내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고, 생소한 곳을 다녀올때의 그 느낌을 알기에 어디든 떠나기만 하면 마음의 위로를 받고 오는 것을 알기에 더욱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음식은 또 어떤가. 여행지에서의 음식이란 그저 간단하게 챙겨먹으면 다 일것 같았는데, 타이완 여행서를 보며 꼭 먹어보고 싶은 음식 몇가지가 생겨버렸다. 평소 한여름에도 냉면을 빼놓고는 차가운 음식을 즐겨먹지 않는데, 책 속에서 여러번 나왔던 망고빙수는 꼭 맛보고 싶은 것이 되었다. 그토록 작가들의 입맛에 맞았나 궁금하고, 많은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려 그 맛을 기대한다는 게 몹시 궁금했다. 또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취두부는 또 어떻고, 훠궈의 국물맛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난 맥주를 많이 마시지도 못하고, 맥주맛도 잘 모르지만, 새로운 맥주가 있으면 마셔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세계 맥주가 세일이라도 하게 되면 몇 개씩 골라오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하우스 맥주를 파는 곳이 있으면 꼭 한 잔이라도 마셔보고 온다. 일본 맥주도 몇가지 마셔보긴 했는데, 책 속의 타이완 맥주캔을 보니 그 맛이 몹시 궁금해졌다. 타이완 여행을 간다면 종류별로 몇 개 사와서 꼭 마셔보겠다고 다짐까지 했다.

 

 

타이완 여행 안내서 답게 책속의 내용은 상당히 알차다. 코스 별로 시간대까지 배분해 교통편, 음식, 꼭 둘러봐야 할 곳들을 정리했다. 또한 책의 마지막 편에는 여행 준비 컨설팅까지 수록되어 있어 여행시 준비해야 할 목록을 점검할 수 있게 했다.

 

여행서적 속의 사진과 문화유산의 자료, 음식 등의 사진과 설명들을 읽고 있으려니 못내 여행이 떠나고 싶어졌다. 금방이라도 짐을 꾸려 떠나고 싶어 마음이 조급해지기까지 했다. 여행이란, 떠나야 겠다고 마음먹으면서부터 행복해지는 것을. 떠날 준비를 하며 마음이 벌써 즐거워지는 것임을 새삼 다시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타이완을 자세히 나타내주는 지도와 열차노선도까지 별도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어 타이완 여행을 떠난다면 이 책을 필수품으로 챙겨가야 할 만큼 알차다. 빨간색으로 되어 이쁘고 사이즈도 가방속에 들어가기 딱이다. 타이완 여행가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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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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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의 동명의 영화가 개봉되었을때 얼마나 센세이션 했는지 모른다. 미성년의 여자아이와 중국인 남자의 베드신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아마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영화이니 더욱 파격적으로 느껴졌었다. 영화 속 화면들이 드문드문 생각나는것을 보면 내가 이 영화를 본 것도 같은데, 보았는지, 보지 않았는지 기억이 자세히 나지 않는다. 영화속 화면들이 지금도 생각나는건 배 위의 난간에 비스듬히 서 있는 멋스러운 모자를 쓴 소녀의 모습이 하나이고, 또하나의 장면은 아마도 전라의 아름다운 몸매를 자랑했던 제인 마치의 뒷모습이 다른 하나이다.

 

철학자 강신주의 책 『감정수업 에서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고는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후로 읽게 된 책 남미영의 『사랑의 역사』에서 다시 만나 꼭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랴부랴 구입을 하고 책을 받아보았더니 상당히 얇았다. 꽤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얇은 두께에 그 짧은 이야기를 영화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타냈구나 싶었다.

 

 

현재 파리에서 살고 있는 한 소설가의 첫사랑을 추억하는 내용이다.

소설가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과거 사이공으로 돌아간다. 엄마 홀로 두 오빠와 소녀를 키웠던 그 시간 속으로. 기숙사에 머물며 배를 타고 학교를 다니다 부유한 중국인 남자를 만나 그의 차에 동승했던 시간으로 돌아간다. 한 중국인 남자로부터 지극한 사랑을 받았던 그 때로.

 

 

책을 다 읽고, 영화를 검색해보니 올해 2월에 재개봉을 했었나 보다.

이십 년 전의 센세이션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을텐데, 이 영화를 놓쳐버렸으니 아쉬울 뿐이었다. 그때는 상당히 느끼하게 보였던 양가휘의 모습도 다시 사진으로보니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는 건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뜻일게다.

 

책 속에서는 소녀가 쓰고 있는 모자가 남성용 펠트 모자였으며, 소녀가 입고 다녔던 원피스도 후줄근하다고 표현했는데, 어리고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배우의 모습 때문인가, 소설 속과는 다르게 보여진다.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드레스가 멋스럽게 보이고, 모자 또한 배우를 더욱 아름답게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가 가진 힘일 것이다.

 

 

영화가 다소 관능적으로 보여졌다면, 소설은 담담하다.

큰 오빠만을 편애하는 어머니를 향한 마음과 작은 오빠에 대한 애틋함, 열다섯 살의 소녀가 서른 살이 훌쩍 넘은 중국인 남자를 만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가 돈이 많다는 이유로 모른척 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표현하고 있었다.

 

어머니에 대한 서운함, 큰 오빠를 향한 미움, 작은 오빠를 향한 애틋한 마음 때문에 소녀는 더욱더 중국인 남자에게 빠져들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걸려온 전화속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그 두려움을, 떨림을 깨닫고는 더욱 아련해졌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들려오는 그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말에서 애틋함마저 느껴졌다.

 

 

나이든 노 작가가 기억 저편에 있는 첫사랑의 흔적들을 기억하는 시간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이 어린 자신에게 빠져든 중국인 남자의 사랑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고,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 그 시간들을 견디기 위한 것처럼 보여지는데, 이것은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이었을 것이다. 자신에게 사랑은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였음에도 그에게 끌리는 것은 어쩔수 없었을 것이니까. 오래도록 기억 속에 자리잡았던 것도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 터였다.

 

오늘의 이 슬픔도 내가 항상 지니고 있던 것과 같은 것임을 느꼈기 때문에, 너누나도 나와 닮아 있기 때문에 나는 슬픔이 바로 내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나는 그에게 말한다. 이 슬픔이 내 연인이라고. 어머니가 사막과도 같은 그녀의 삶 속에서 울부짖을 때부터 그녀가 항상 나아게 예고해 준 그 불행속에 떨어지고 마는 내 연인이라고. (57페이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게 영화 <연인>의 포스터다. 책의 표지 또한 영화 포스터 속의 이미지를 썼다. 이 영화 보고 싶다. 책을 읽은 느낌과 영화가 어떻게 다를지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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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4-07-03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ᆢ 전 영화 만 보고 책은 안 읽었어요 이 책 담아갑니다 영화도 아주 좋아요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
얀 필립 젠드커 지음, 이은정 옮김 / 박하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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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것, 참 오묘하다. 사랑이야기는 더 오묘하다. 각자의 사랑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 누구도 같은 사랑을 하는 사람이 없다. 다들 다른 사랑을 하고, 다양한 모습들의 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랑을 한다는 것, 오로지 내 사랑이 최고고 다른 사람의 사랑은 그리 중용하지 않는 법이지만, 아버지의 옛사랑을 바라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

 

어느 때보면 엄마나 아빠가 누군가를 그렇게 간절히 사랑했으리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그저 엄마 아빠로만 계실 것 같았는데, 한때 우리 엄마도, 아빠도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했을거란 생각을 문득 해본다.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했지만 부모가 허락해주지 않아 이별을 하고 엄마를 만났다는 아빠. 결혼을 하고서도 그 여자를 잊지 못해 편지를 쓰는 아빠를 바라보았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동생을 통해서 들었을때, 그저 우리 아빠 너무 했네, 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런 아빠를 바라보는 엄마의 심정은 어땠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안타깝다. 평생을 등만 바라보았을 마음이 문득 느껴졌다.

 

우리엄마처럼 결혼해서 살면서 늘 아버지의 등을 바라보았던 줄리아의 엄마도 이런 마음이었을수도 있었겠다. 그때는 이해못했겠지만 아버지의 첫사랑 이야기를 듣는 줄리아의 마음도 울컥했으리라.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미얀마에 도착하고서부터 자신을 유심히 바라보며 말을 걸어온 늙수그레한 남자가 있었다. '줄리아, 사랑을 믿나요?' 라고 물었다. 아버지와 이야기를 했다며 줄리아를 알고 있었고, 4년을 기다렸다는 우 바는 줄리아가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줄리아의 가족이 아버지의 20년을 전혀 알지 못했던 그 시간들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내가 말하는 사랑은 장님이 앞을 볼 수 있게 하는 사랑, 두려움보다 강한 사랑, 삶의 의미를 불어넣어주는 사랑, 시간이 흐르면 쇠락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게 하고, 우리를 번성하게 하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사랑을 뜻해요. 이기심과 죽음을 뛰어넘는 인간 정신의 승리를 말하는 거예요. (12페이지)

 

 

누구에게나 사랑은 간절한 법인데, 책 속에서 보는 줄리아의 아버지의 사랑은 더욱 간절해보였다. 앞이 흐릿하게 보인 장님과도 같은 남자 아이와 걸어다니지 못하고 기어서 다니는 여자 아이의 영혼을 나누는 사랑이야기는 더욱 간절했다. 아버지의 사랑을 거역하고 싶었겠지만, 줄리아 또한 아버지와 아버지의 첫사랑에 대해서 눈물을 흘리며 과거의 시간 속으로 향했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아버지는 첫사랑을 찾아 여기, 미얀마로 오셨던 것일까.

아버지의 모습이 여기 어딘가에 있을 듯 한데, 우 바는 아직 아버지의 어린 날의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 바의 말 속에서 아버지는 아이에서 점점 소년이 되어갔다. 아름답고 총명한 미밍과 앞이 보이지 않았던 틴 윈의 사랑은 어느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사랑이었다. 서로에게 발이 되어주고, 서로에게 눈이 되어주는 존재였다. 서로에 대해 부정적인 면들은 아예 생각지도 않았던 이들이었다. 이들은 보이는 것 이상의 마음속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랑이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소리가 발달되었다는 말을 들었지만, 틴 윈은 동물들이 내는 소리, 사람의 심장 박동 소리까지 들리는 소년이었다. 틴 윈이 미밍을 찾아 갔던 것도 미미의 심장 소리를 듣고서였다. 심장 박동이 들리는 소리를 따라 갔던 곳에 미밍이 앉아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가슴 뭉클한 로맨스 소설을 만났다.

아버지의 사랑, 묻혀 둔 아버지의 이십 년의 진실이 이곳 미얀마에 있었다. 아버지의 흔적,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던 이곳에서 줄리아는 아버지의 이십 년을, 숨겨두었던 진실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 듣고 눈물을 흘리는 줄리아의 모습에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평생을 잊지 못했을 첫사랑과, 아버지 나름의 방식으로 어머니와 줄리아, 오빠를 사랑하셨을 아버지를 이해하는 모습이 울컥했다. 오십 년을 기다리는 사랑 또한 기적이라 할 수도 있다. 아버지가 자주 들려준 이야기에서 가장 좋아했던 '왕자와 공주 그리고 악어 이야기' 의 마지막처럼 사라진 이들이 결말도 아름다웠다.

 

그러고 보면 사랑은 동화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을 꿈꾸는 것도 동화이고, 영혼을 바쳐 사랑하는 것도 어찌보면 동화이다. 사랑은 이처럼 동화가 되어 영원히 가슴속에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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