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빛나거나 미치거나 - 전2권
현고운 지음 / 테라스북(Terrace Book)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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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야기를 읽는 일은 역시 즐겁다. 내 사랑이 아니어도, 내가 못다한 사랑을 다시 하는 듯한 느낌을 갖기 때문에 한번씩 로맨스 소설을 읽어줘야 한다. 이런저런 일로 딱딱해진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일도 로맨스를 읽는 일이다. 로맨스 소설을 한 번씩 읽고 나야지 세상을 사랑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사랑 밖에 난 몰라가 되는 식이다.

 

현고운이 돌아왔다!

현고운 작가를 알게 된 것이 오래전 일요 아침 드라마로 방송되었던 『1%의 모든 것』이었다. 로맨스 소설을 드라마화한 것인데, 일요일 아침을 설레고 즐겁게 만들어 주어서 일요일 아침마다 기다렸던 드라마였다. 드라마가 재미있어 소설도 읽었고, 그 후 작가의 여러 작품을 읽어왔다. 작가의 작품은 다 좋았다. 다만 몇 년전에 출간된 『아내를 구하는 4가지 방법』만은 예외였다. 현고운 작가 소설이 맞나 싶을 정도여서 실망을 했었다. 하지만 고려시대의 역사물로 돌아온 현고운 작가의 신작을 읽으면서, 역시, 실력이 어디가지 않았구나, 다시 현고운 소설로 돌아왔구나 싶었다. 여전히 설레고, 여전히 미소지으면서 읽을 수 있었다.

 

이번에 새로 쓴 이야기는 역사물로 고려의 네 번째 황제인 광종(왕소)의 이야기이다. 광종에게 부인이 두 명 있으며, 두 명의 부인과의 혼인 모두 족내혼(대목황후는 이복누이, 경화궁부인은 조카)이었다. 광종과 대목황후에게는 혼인후 십여 년의 시간이 지난후에 태어난 아들(경종, 제5대 황제)이 있었다. 작가는 이 점에 착안하여 광종에게 좋아하는 여인이 따로 있었을 것이라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작품이다.

 

조선의 왕들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알지만, 고려의 왕들은 왕건 외에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신랑은 고려 왕들도 순서대로 다 외우고 있더라만). 잘 기억하지 못하는 고려의 왕들 중 광종, 즉 왕소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물론 역사적 사실외에 그의 개인적인 감정, 행보 등을 아는 일은 소설적 장치로써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 낸것과도 같았다. 책의 시작은 태조 왕건이 재위하고 있던 시절, 첫째 황자 왕무(혜정)에게 다음 황위를 물려주려 하는 와중에, 제국의 가장 위대한 황제가 될수도 있었을 왕소가 장자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며 왕소에게 조의선인의 수장으로서의 신물을 내린다. 조의선인을 움직일수 있는 수장의 신물인 흑패를 왕소에게 준건 다음 황제를 잘 보필해달라는 황제의 뜻이었다.

 

위나라때부터 수도였던 개봉의 한 상단. 중원에서도 이름난 상단의 양딸인 신율은 오라비 양규달이 왕야의 양딸을 건드려 오라비를 살려주는 조건으로 왕야의 부하인 곽장군과 혼인을 해야할 처지가 되었다. 신율은 혼인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려의 사내와 혼인을 먼저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에 신율을 보살펴 온 백묘 할멈은 저잣거리에서 신율 아가씨의 신랑감을 물색한다. 사내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납치라도 해야할 판이다. 상단에서 일하는 장백산과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신랑감을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사내를 발견하고는 그를 납치하기에 이른다. 수면향으로 그를 납치해 와 그에게 혼례복을 입히고 잠에서 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숙부 왕식렴이 보낸 자가 아니란 것에 안도하고, 어린 소녀가 가짜 혼인을 해달라며 거래를 하려 한다. 가짜 혼인만 해주면 그가 원하는거 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가족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어린 소녀가 자신처럼 외로운 사람처럼 보여 혼인을 하게 되었다. 혼례식이 끝난후 그는 신율에게 혼인은 계약 종료되었으니 자신을 잊으라 말하며 그녀의 입술에 짧은 입맞춤을 했다. 떠나는 그에게 신율은 행운의 부적이라며 작은 비단 주머니를 건넨다.

 

개경 정주의 한 저잣거리. 돈깨나 있어보이는 집안의 도령 행색으로 그곳을 지나던 신율에게 젖먹이 아이를 안고 있는 한 여인을 사라며 가격을 부른다. 노비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사람을 살고 파는 것을 싫어하지만 딱해보며 흥정을 하고 있을때, 역시 정주의 저잣거리를 자신의 흥정을 바라보는 한 사내를 발견했다. 개봉에서 그녀가 납치한 사내가 그곳에 있었다. 드디어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찾았다. 그들의 인연이 다시 시작되었다.

 

소설속에서 남장여자 나오는 걸 상당히 좋아하는데, 이는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독자들도 그런것 같다. 남장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커피 프린스 1호점』도 그렇고,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지 않았나. 이 책에서는 다른 이들은 신율이 저잣거리를 다닐때는 남장하고 다닌다는 걸 다 알고 있지만, 왕소만 모르는 것이다. 왕소는 여자애처럼 볼이 발갛고, 하얗고 말간 얼굴을 한 신율이 당연히 남자라 여기고 신율과 닿았을때 가슴이 쿵쿵 뛰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왕소는 신율에게 의형제를 맺자며 형님이라 부르라 한다. 왕소가 오래전에 장난처럼 가짜 결혼식에 응해줬던 그 소녀라는 것은 까맣게 모르고 말이다.

 

 

역사속 인물을 로맨스 주인공으로 내세웠음에도 과하지 않았다. 마치 물 흐르듯 정쟁의 한복판에 서기도 하고, 혈육간의 황위를 위한 싸움에서도 고려를 원하는게 진정 어떤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련의 로맨스 소설에서의 결말은 해피앤딩이다. 그것도 결혼하고 아이낳고 잘 살았습니다, 같은. 물론 이 소설도 해피앤딩이지만, 소설속에서 신율은 그가 황자이므로, 황실의 사람이므로, 황실속에 속하고 싶지 않아했다. 그저 그를 사랑하는 한 여인으로 남고 싶어 했다. 어쩌면 이럴수도 있었으므로

 

초기작의 느낌으로 다시 돌아온 현고운의 소설을 읽으며 고려의 제4대 황제인 광종과 그의 숨겨진 여인 신율에 대한 러브스토리를 읽으며 며칠동안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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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의 계절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바버라 킹솔버 지음, 이재경 옮김 / 비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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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신랑과 함께 텃밭에 다녀왔다. 신랑이 바쁜 직장생활을 하며 주말에만 겨우 다니는 텃밭이라 나는 이 주만에 가 보았는데, 텃밭은 거의 풀밭이 되어버렸다. 흙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유기농 텃밭을 가꾸겠다며 제초제를 쓰지 않았더니 생긴 폐해였다. 또한 작년에 비해 고추 또한 병이 들어서 빨갛게 익어가면서 물러져 떨어져 버리고 있었다. 100주 이상의 고추 모종을 심었는데 막상 수확의 계절이 다가와 병들어 있는 고추들을 보니 안타까워 견딜수 없었다. 생태도 좋지만 벌레를 잡는 약을 했어야 하나 싶었다.

 

 

고추는 포기하고 노랗게 익은 참외만 한 포대 따 왔다. 우리가 먹으려고 이것저것 심어 유기농으로 키워 수확을 보는 일은 즐겁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밭에서 얻으면서 자연의 생태에 피해가 가지 않은 한에서 과일 등을 수확한다는 일은 큰 기쁨이다. 구입해서 사 먹을 때와 우리가 직접 기른 과일을 먹는 일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토마토나 참외와 고추 수확의 차이점을 보며 자연을 지킬 것인가, 조금쯤은 포기할 것인가 고민이 되기도 했다. 이에 나는 작품 속 주인공들의 자연을 고스란히 지키기 위해 애썼던 세 여성들의 생각들이 들어있는 『본능의 계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생태주의 작가이자 과학저널리스트, 생물학자 또는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바버라 킹솔버의 『본능의 계절』은 생태주의를 표방하는 그녀의 주장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작품이었다. 작품속 배경은 미국의 남부 애팔레치아 산맥의 대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세 여성의 시점으로 교차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포식자들' 속의 주인공 디아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깊은 산속의 통나무집에서 은둔하는 야생동물 연구가이다. 디아나는 산림감시원으로 일하면서 코요테의 흔적을 쫓다가 역시 코요테를 추적하는 젊은 남자와 우연히 만나게 된다. 다른 이유로 테를 추적하는 추적자와 먹이사슬 중에서 포식자의 위치에 있는 코요테의 삶은 별다를게 없었다. 디아나는 은 남자를 향한 마음을 감출수 없었지만 그로 인해 고뇌하는 자신의 삶이 달갑지않았다.

 

'나방의 계절'에서는 도시에서 곤충학자였던 루사가 시골의 농장 후계자와 결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 콜이 죽어버리고, 아무도 그곳에서 남아 있지 않을것이라는 가족들 즉 콜의 누이들 틈에서 남아 점점 농장생활에 적응해가며 그녀의 삶을 사는 이야기이다.

 

 

 

'옛날 밤나무'에서는 오래전에 밤나무를 연구했지만 병으로 다 죽고 다시 새로운 종의 밤나무를 키워보겠다는 괴팍한 노인 가넷의 이야기이다. 가넷은 옆집에 사는 내니의 유기농 사과를 키우겠다며 자신의 농장과 내니의 농장 사이의 잡초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곳에 제초제를 뿌리려 한다. 그로 인해 두 노년의 내니의 가넷은 다투면서도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이처럼 세 이야기가 교차 진행되지만, 세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저마다 조금씩 연결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관계가 조금씩 얽혀져 있는 것과 그들의 자연의 생태환경을 생각하는 깊은 관심과 애정을 엿볼수 있었다. 그들의 자신의 상처를 자연 속에서 찾았고, 자연속에서 위로를 받았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만 살아갈 수 없는게 또 인간 사이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인간 관계에서 상처를 받았지만, 또 인간 관계에서 위로와 위안을 받았다. 이처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람과 화해하는 모습에서 자연속에서 위로를 얻게 되는 것이다.

 

 

오늘에 감사하고, 새들이 안전히 둥지에 깃든 것에 감사하고,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인생에 감사합니다. (435페이지)

 

 

제목만 보면 19금 스러운 내용이 가득할 것으로 보인다. 표지도 마찬가지였고, 『본능의 계절』이라는 제목 때문에 밖에 나갈때 책 표지를 따로 입혀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었다. 물론 산림감시원인 디아나가 산속에서 혼자 생활한지 2년이 넘었고, 자신보다 거의 이십 년 차이가 나는 젊은 남자를 보고 욕정을 느껴, 달이 차오를 때마다 자신이 여성임을 느껴 그를 원했던 내용은 자주 있었지만 그것도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달이 기울고 달이 차오르듯 디아나의 육체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할 변화가 자신에게 찾아왔을때 숙명처럼 디아나는 받아들였고 새로운 삶을 선택했다.

 

이 또한 자연의 섭리인것을. 자연의 위대함, 자연의 소중함. 생태 환경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까지. 우리는 생태주의를 외치는 주인공들의 삶을 보며 우리의 삶을 뒤돌아 볼 시간을 갖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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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기담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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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기묘한 일은 어떤 일이 있었을까, 문득 생각해본다. 마음속으로 간절히 원하던 일이 이루어졌을때였을까? 『도쿄기담집』의 첫번째 단편 「우연한 여행자」속 필자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자신이 듣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한 음악을 두 곡이 재즈 뮤지션이 불러주었을 때처럼 우리에게도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가 그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아마 한두 번이 아니고 여러 번이지 않았을까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도쿄기담집』이 나왔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나온 작품인줄 알았더니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검색하다보니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던 책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도 읽지 않은 책이라 내게는 신작처럼 느껴졌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를 몇 권 읽었지만, 그의 단편소설은 처음 만났다. 불가사의한, 있을 것 같지 않은 이야기들을 담은 단편소설집이다. 기묘한 이야기를 담은 단편소설임에도 어김없이 무라카미식 느낌이 살아나는 건 어쩔수 없는 것 같다. 내가 읽은 『도쿄기담집』은 에세이 느낌이 나는 책이었다. 기묘한 이야기를 함에도 무라카미 하루키만의 고유한 감성이 들어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소설집은 총 다섯 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저마다 우리에게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첫 번째 작품인 「우연한 여행자」는 매주 화요일 손님이 뜸한 카페에서 몇시간 책읽기에 빠져있던 남자가 한 여자를 알게 되어 여자로 인해 기묘한 경험을 한 이야기이다. 이 남자는 음대 출신의 피아노 조율사이며 게이이기도 하다. 두 번째 작품 「하나레이 해변」에서는 호놀룰루 하나레이 해변에서 서핑을 하다가 상어에게 다리를 물어뜯긴후 죽은 아들을 찾아 간 사치의 이야기이다. 아들이 죽은 후 그곳에서 일주일을 머물다 간 사치는 해마다 일 년에 한번씩 이곳에서 머물다 갔다. 언젠가 죽은 아들 또래로 보이는 일본인 대학생 둘을 차에 태우고 숙소로 왔던 사치는 역시 이곳에서 서핑을 하던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를 보면, 2층 아래에 사는 시어머니에게 갔다가, 배가 고프다며 곧 돌아오겠다는 남편이 사라진 이야기이다. 남편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늘 계단을 이용했는데 2개층을 올라오는 5분 사이에 지갑도 없이 집에서 있는 옷차림으로 사라진 것이다. 이에 아내는 남편을 찾으려 사람을 불렀다. 무료로 남편을 찾아주겠다고 한 이는 그 여자의 남편이 사라진 계단을 서성거리며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날마다 이동하는 콩팥 모양의 돌」의 이야기는 소설을 쓰는 준페이가 그보다 몇살 연상인 여자를 만나 자신이 쓰려는 단편 소설이야기를 해준다. 남자가 평생 만나는 여자 중에서 정말 의미있는 여자는 세 명 뿐이라는 아버지의 말을 기억하는 그에게 과연 이 여자는 그의 세 명의 여자 중의 한명이 될까? 마지막 단편인 「시나가와 원숭이」는 자꾸 자신의 이름을 잊어먹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전화번호나 주소, 생일이나 여권번호까지 다 기억나는데 이름만 기억나지 않는 여자인 안도 미즈키의 이야기이다.

 

 

겨우 200페이지 정도의 얇은 소설집이다. 얇은 소설임에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명확하다. 이들 단편 속 인물들은 모두 상실의 시간을 겪은 이들이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그 시간 속에서 그들은 회복하고자 그 시간들을 견딘다. 자신이 잃어버렸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앞으로 살아가야할 방향을 생각하기도 한다.

 

 

나에게로 온 책은 분홍색 표지를 한 책이 왔다. 양장본인 속지도 분홍색이다. 그린색 표지와 함께 2종의 표지가 있는데 상당히 이쁘다. 함께 색깔을 맞추고픈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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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닥터 슬립 - 전2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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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물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공포물을 읽는 이유는 계절이 여름이기도 하고, 작가가 스티븐 킹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의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그의 많은 작품이 영화화 되었고, 몇 편의 영화를 본적도 있다. 36년 만에 출간된 『샤이닝』의 후속작이라 하여 그 궁금함이 커졌다. 전작을 읽지 않아도 무리없이 읽을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하다가, 자꾸 '샤이닝'이라는 말이 나와 혹시나 싶어 영화 정보를 검색했다.

 

'샤이닝'이라는 것은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깃든 영혼과 소통할 수 있는 초자연적인 능력, 즉 영적인 교감 능력을 말하는 것이었다. 영화 '샤이닝'은 원작과 많이 달라 스티븐 킹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고 했다. 자신의 작품은 '따뜻함'이 있는데 반해, 영화는 '차가움'만 있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닥터 슬립』은 『샤이닝』의 어린 아이 대니가 중년이 된 모습을 그렸다. 어렸을때 강했던 샤이닝을 숨기려고 했지만, 이제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죽어가는 이에게 편안하게 눈감도록 인도해 준다고 하여 사람들은 그를 '닥터슬립' 이라 불린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 오버룩 호텔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고자 그는 술을 마셨고, 알콜중독자가 되어 실수를 저질렀고, 알콜중독자를 치료하기 위한 모임에 나가면서 그의 주변에서 한 소녀 에브라가 나타나 메시지를 전한다.

 

댄의 주변에서 맴도는 소녀 또한 어렸을 때부터 능력이 남달랐던 샤이닝이다. 먼 거리에서 메시지를 주고 받았던 소녀 에브라가 댄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했다. '트루 낫'이라고 하는 이들은 샤이닝을 가진 어린 아이를 고문하고 죽여서 아이들에게서 나온 정기를 흡수하는 이들인데, 에브라는 야구하는 아이를 죽이는 이들의 모습을 보아버렸다. 그것을 눈치 챈 트루 낫의 리더 로즈는 에브라를 잡으려하고, 에브라는 댄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어 만나게 되었다. 이제 댄보다 훨씬 뛰어난 샤이닝의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아브라는 위험해졌다. 그들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힘을 합해야 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바닥이 있기 마련이지. 자네도 누군가에게 자네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순간이 찾아올거야. 그러지 않았다가는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면 술잔을 손에들고 술집에 앉아 있게 될테니까. (1권, 294페이지)

 

 

 

 

책에서 보면 댄은 매주 한 번씩 알콜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모임을 갖는다. 그의 삶이 슬프거나 아주 즐겁거나 할때 술에 대한 유혹을 견디기 어려운데, 댄은 한편으로는 알콜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애쓰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능력과 아브라의 능력으로 '트루 낫'을 물리치려고 애쓴다. 또한 그가 호스피스 병원에서 임종을 앞둔 이들이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는 과정은 오래전 오버룩의 고통에서 치유를 받는 과정들이었다.

 

알콜중독은 본인에게도 힘든 일이지만, 그것을 바라보아야 하는 가족에게도 큰 고통이다. 알콜중독은 치료해도 치료할 때 뿐이고, 다시 술을 마시면 원상태로 돌아간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술이란 분위기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지만 이처럼 폐해를 낳기도 한다. 적당하게 마시면 좋은데, 그 적당치를 넘겨버리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스티븐 킹은 이 작품을 『샤이닝』의 소년 댄이 중년이 되어 자신의 삶을 헤쳐가는 모습을 그렸고, 한편으로는 알콜중독을 치료하는 과정을 그렸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일은 분명 신비하고 강력한 힘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불편함과 고통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오죽하면 아브라의 엄마인 루시가 '하느님, 정말로 존재하신다면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래요? 저희 딸아이 머릿속에 들어 있는 라디오 좀 망가뜨려 주실래요?' 라고 했을까. 루시를 생각하면 우리 아이들이 비범함보다는 평범한 아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스티븐 킹의 저력을 느끼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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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네임 이즈 메모리
앤 브래셰어스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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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시공간을 넘는다는 이야기는 꽤 많다. 또한 오랜시간 죽지않고 몇백 년을 사는 사람이야기도 있다. 얼마전에 끝난 드라마도 있지 않았나.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남자에게서 그처럼 지고지순한 사랑을 받는 모습에 부러움 때문에라도 그 드라마의 내용에, 배우에게 열광했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의 판타지는 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헤매는 사람, 죽어서라도 사랑하는 이를 잊지 못해 환생하고 또 그 사람을 애타게 바라보는 이의 감정은 책을 읽는 이들에게도 감정이입되어 가슴이 아프거나 뭉클하다. 『마이 네임 이즈 메모리』에서처럼 사랑하는 이를 잊지 못해 천년을 넘게 윤회를 반복하고 있는 대니얼의 사랑도 그렇다.

 

우리가 느끼는 기시감도 전생의 기억들의 편린들이라고 하는데, 소설에서처럼 전생의 모든 기억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현생에서 얼마나 힘들까.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현생에 적응하기란 너무나 힘들것 같다. 이처럼 대니얼은 자신의 전생을 모두 기억한다. 환생할때마다 조금씩 모습은 변하고 성격도 변하지만 영혼은 변하지 않았다. 처음 태어나 수없이 죽고, 수없이 새로 태어났다.

 

대니얼에게는 환생할 때마다 찾는 이가 있었다. 북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자신의 실수로 한 소녀를 죽이고 말았을때의 죄책감과 그후의 생에서 자신의 형 조아킴의 아내로 온 소피아를 보고 소피아가 그 죽은 소녀였다는 걸 안 것이다. 처음 소피아를 보고 사랑에 빠졌지만 그녀는 형의 아내였다. 형의 괴롭힘으로 소피아를 구하고자 모험을 했었고, 자신은 형에 의해 죽었다. 그 다음 생에서 대니얼은 소피아를 찾았고, 소피아를 자신이 다녔던 교회에서 만났다. 50대의 아주머니로, 자신은 너댓 살의 소년으로. 전생에서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해도 후생에서는 각자 다른 나이대의 사람으로 환생하는 가 보다. 형이었던 조아킴 또한 윤회를 거듭하면서 전생을 기억하고 있었고, 대니얼에 대한 복수를 꿈꾸고 있었다.

 

 

아름다운 표지를 자랑하는 『마이 네임 이즈 메모리』는 2006년의 대니얼을 좋아하는 루시와 루시가 아주아주 오래전의 소피아의 환생임을 알아 본 대니얼의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루시가 오래전 형 조아킴의 아내였던 소피아의 환생이란 것을 알아 본 대니얼의 애타는 마음이 그려진다. 루시는 루시대로 자신에게 소피아라고 부르는 대니얼도 이상하고, 대니얼을 생각할때마다 자꾸 꿈속에 나타나는 일들에 적응을 하지 못한다. 이에 이야기는 현재의 대니얼과 루시, 대니얼의 과거의 생들이 교차되어 전개되며 우리를 대니얼이 바라보는 전생과 현생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삶에 최선을 다한다. 하나밖에 없는 엄마와 아빠 혹은 형제들, 자식들에 대해 다시는 못볼것처럼 잘하기도 하고 서운하게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전생을 기억하고 있다면, 혹은 윤회를 반복하다보면, 현재의 삶에 쉽게 적응하지 못할 것도 같다.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 혹은 부모에 대해 더 좋았던 사람을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살아간다는 것에도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일찍 죽기라도 한다면 금방 삶을 저버리지 않을까. 다음 생에 만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대니얼과 루시의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이야기를 읽으며 이 여름밤을 밝혔다. 아직도 사랑이야기에 가슴이 뜨거워지며 설렘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천 년을 지나온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에 또 한 번 아직도 가슴속에 사랑의 판타지를 품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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