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 시간은 모두가 얼굴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간이다.

우리 반은 8교시 보충수업이 끝나면 종례를 한다.

내가 교실로 들어가면 언제나 시끌벅적, 어수선한 분위기다.

(요즘엔 교실에 들어가자 마자, 정리하자고 말하면, 자리에 앉으면서 모두 노래를 부르는데, 'go west' 라는 월드컵 응원가에 우리 반 한 녀석의 이름을 붙여서 부른다.)

대충 정리를 해 가면서 간단히 전달사항을 말하면서 끝내고 인사를 한다.

내가 "반장아, 마치자~! " 이렇게 말하면,

반장이, "2학년 O 반" 이라고 외치고,

나머지 학생들이 "짝 짝짝 짝짝짝짝 짝 짝짝 짝짝" 박수를 친다.

그리고 모두 양팔을 머리 위로 45도 방향으로 들면서 우렁차게 말한다. 

 "사랑합니다."

그러면 나도 손을 머리 위로 올려서 하트 표시를 하면서 "나도"라고 말한다.

담임을 맡은 몇 년 동안 해마다 종례 인사를 만들었는데 올해 종례 인사가 참 마음에 든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paviana 2006-06-16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지네요..저런 인사는 첨봐요. .

해콩 2006-06-17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경시켜줘요~

느티나무 2006-06-17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경이라... 그걸 어떻게 구경시켜 줘요... 부끄럽게~! 날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마음이 조마조마하답니다. ㅜㅜ
 

   오늘 공부방 소풍 다녀왔다. 봄 소풍 치고는 약간 늦었는데, 이도 다 사연이 있어 그랬다.

   언제부턴가 공부방 소풍 날만 되면 비가 내리는 것이었다. 4월 초에 소풍 날은 잡았는데, 그 전날 일기예보에서 내일도 비가 내린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취소했으나, 정작 당일 날 아침은 여우비만 잠깐 내렸다. 그리고, 여러가지 행사가 겹쳐서 오늘 공부방 소풍을 다녀왔다.

   소풍 장소는 승학산. 가을 억새꽃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지만, 지난 가을부터 가려고 했다 못 가는 바람에 모두에게 '한'이 맺혀 이번에 다녀오기로 했다. 공부방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동대신동 지하철역에 내려서 꽃마을로 가는 마을 버스를 탔다. 버스는 등산객들로 붐볐고, 초/중학생 10명과 도우미 선생님 12명, 수녀님 2분 해서 24명을 더 태운 버스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어떻게 오를까 싶을만큼 헐떡거렸다.

   꽃마을에서 승학산으로 가는 길에 서구청에서 운영하는 역사박물관, 민속박물관, 수석박물관이 있었는데, 학습지를 미리 준비해 간 터라 배울 게 아주 많았다. 아기자기하게 정리도 잘 되어 있었고, 민속박물관 입구에는 체험할 수 있는 전래 놀이도 있어서 모두들 신나게 놀았다.

   승학산 정상을 앞두고 억새 평원이 내려다 보이는 고개마루에다 짐을 풀고 그늘 아래서 점심을 먹었다. 언제나 공부방에서 준비해 주는 '김밥'과 단무지, 그리고 음료수! 참 소박한 점심이었다. 그래도 모두 달게 잘 먹고, 남기지도 않는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모두가 둘러앉아 놀이를 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수녀님까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전부가 놀이에 열중하는 모습이 참 좋다.

   놀이가 너무 격렬했던지 한 선생님께서 발목을 삐끗하셨다. 어쩔 수 없이 내려오는 길은 평탄한 '당리'길을 택했지만, 길이는 생각보다 꽤 길었다. 시내버스가 다니는 당리동 쪽까지 내려오니 모두들 기진맥진! 그래도 누구 하나 힘들다는 내색은 하지 않는다. 시내버스를 타고 공부방 입구까지 올라왔다. 아이들은 집으로 내려가고, 선생님들은 그 때부터 교사회의를 시작했다.

   공부방 교사회의는 참으로 진지하다. 아무런 사심도 없이 아이들의 문제에 대해 청년답게 순수하고 참신한 대처 방법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회의 시간이 길어지기 일쑤다. 오늘도, 회의 중간에 저녁을 먹어야 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다시 회의!

   그러나 나는 거기까지만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더 무리하면 몸이 힘들 것 같아서 그렇다. 요즘은 조금만 무리해도 몸에서 신호가 바로 온다.(의사는 그냥 감기라고 했는데, 은근히 걱정된다.)

   이번 사흘은 별다른 대처 없이 햇볕을 너무 많이 쬐었더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다가 시커멓게 변했다. 집에 와서는 감자를 붙이고, 크림을 바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조금은 나은 것 같다. 워낙 시커먼 얼굴에다가 잘 타기까지 하니 조금만 돌아다녀도 금방 표시가 난다. 내일 조금이라도 덜 피곤하게 보이려면 지금 자야하는데... 말만 하지 말고, 그냥 자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해콩 2006-05-15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그렇게 바쁘니 얼굴은 검고... 감기도 안 낫죠. 푹 쉬시고.. 얼렁 건강 회복하세요.

느티나무 2006-05-15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굴은 좀 볼 만 할 듯~! ㅋ 오늘도 산에 가고 싶은데... 얼굴이 좀 그래서 망설이고 있어요. 집에 아내의 학생 손님들이 오니까, 어디 가 있기도 마땅치 않고...(물론, 같이 놀아도 상관 없지만 ^^ 산이 좋아서요!)
 

   오늘 하루도 정리해 두지 않으면 기억이 온통 헝클어 질 정도로 복잡한 일이 일어났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되짚어 보면서 오늘 하루를 쟁여두고 싶다. 어떤 일은 아주 기뻤고, 어떤 일은 난감했으나 대체로 행복한 일이 많았다. 오늘 일어난 여러가지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길었던 우리반 소풍 이야기부터 해 본다.

  • 소풍 장소 때문에 속이 상하다.

   며칠 전부터 소풍 장소를 두고 말이 많았다. 강서체육공원과 해운대 일대를 두고 심사숙고해서 최종 결정을 하기로 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소위 말하는 목소리가 큰 아이들을 중심으로- 강서체육공원으로 가자고 했으나, 편의시설이 아무 것도 없는 공원에 가는게, 마뜩치 않아서 아이들이 차분히 생각할 기회를 주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여학생 반과 같이 가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어느 반과 같이 가면 더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여학생들이 간다는 사직운동장, 광안리 미월드, 부산대학교 중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든 곳은 사직운동장이었다.(작년에 사직운동장에서 가서 신나게 논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반도 사직운동장으로 간다고 통보해 버렸다.

   그런데, 그 날 저녁 때쯤에 한 녀석이 우리반에서 사직운동장에 가고 싶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며 우리의 의견을 좀 들어달라는 문자를 보냈더랬다. 다음날 아침, 아이들에게 문자 내용을 알려 주고, 소풍 장소 선정을 위한 전체 투표를 했다. 그래서 선정된 곳이 강서체육공원! (체육공원 17표, 사직운동장 15표, 해운대 일대 10표) 내심 아쉬웠지만, 장소가 대수랴! 싶었다.

   소풍 전 날, 체육대회 때 힘을 많이 쓴 탓으로 분위기는 다시 사직운동장 쪽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내가 아이들에게 자기 결정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하며 결국 강서체육공원에 10시 30분에 모여서, 오후 4시에 마치기로 약속했다.

  • 모이는 시각, 10시 30분

   나의 소풍 징크스 같은 게 있는데, 이 날은 아무리 준비를 빨리해도 꼭 시간을 겨우 지켜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오늘도 어김 없었다. 체육공원에 도착해 보니,  한 서른 명이나 모였을까? 아니, 이 녀석들이 다 어디로 갔지? 설마 아직 안 온 건 아니겠지, 싶었으나, 안 온 녀석이 꽤 많았다. 아마도 체육대회의 후유증인듯 싶었다. 아이들에게 오늘 일정을 이야기했다. [오전엔 모둠별, 종목별 운동하기-농구, 배드민턴, 헬스,인라인, 야구/점심 먹기/오후엔 모둠별 놀이하기] 그러자 슬금슬금 모두 모인 녀석들! 늦게 나타나면서도 나를 보면서 싱글싱글 웃고 만다. (이젠 우리반 녀석들에게 나의 무서움은 사라져버렸나 보다.)

   나는 더 늦게 오는 아이들을 기다리느라 처음 모인 곳에 있었다.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으며 한적한 체육공원의 분위기를 느끼려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쌀쌀했다. 아이들이 점심 먹을 곳이 있을지 슬슬 걱정이 되고, 아이들은 어떻게 놀고 있나 싶어서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역시 남학생들은 공이 있으면 그냥 내버려두어도 참 잘 논다.

  • 점심시간, 12시 20분

   체육공원 근처에서 밥 먹을 곳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었다. 지하의 식당은 직원 전용 식당이라고 했다. 거기서 밥 사먹을 수 있냐고 물었다가 냉정히 거절당했다. 이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아이들에게 전날 도시락을 준비해 오라고 했지만, 얼마나 준비를 해 왔을지... 정작 나부터도 어떻게 되겠지, 싶어서 그냥 나섰으니, 아이들은 오죽 하랴 싶었다. 그러나,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농구장 근처에서 중국집 전화번호를 발견한 것이다. 도시락 싸온 사람, 자장면 먹을 사람, 냉면 먹을 사람, 라면 사 먹을 사람이 사이좋게 둘러 앉아 점심을 먹었다.

  • 놀이시간 13시 20분

   오늘 소풍의 하일라이트! 우리반 모둠 놀이 시간이다. 곳곳에서 다른 반은 벌써 마쳤다는데요, 하는 초딩 같은 소리도 나왔지만 나는 그런 말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우리반 마치는 시간은 오후 4시라고 했었는데? 어제, 아이들에게 놀이를 위해 준비물을 챙겨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일단, 농구공은 있고, 7인 8각을 위해 노끈을 준비해 오기로 했던 녀석이 계면쩍게 웃으며 까먹었단다. 다음은 눈 가리개용 수건! 이건 열 다섯 개 정도 있으니 충분했다.

   일단 오늘 준비한 게임은 모두 열 가지였다. 전부 모둠별 대항으로 할 수 있는 놀이들이다. 우선 노끈으로 다리를 묶어서 달리기를 하는 7인 8각, 눈 가리고 보물 찾기, 차례대로 농구공을 이어받은 다음 마지막 선수가 슛 성공하기, 어부-고기 잡이 놀이, 여왕벌 닭싸움, 모둠별 종이컵 차기,는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할 수 있는 놀이이고, 야채가게 놀이, 앗싸- 너 놀이, 바니 바니 놀이, 뻔데기 놀이는 머리도 함께 쓰는 놀이이다.

   그런데 역시나 남학생들이라 몸으로 하는 놀이를 좋아했다. 몸으로 하는 놀이만 끝내고 나니, 모두들 기운이 빠져서 '정신력으로 버티는 소풍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 말이 어찌나 우습게 들리는지, 전부 배를 잡고 웃었다. 어느덧 시간은 3시 30분! 마지막 놀이는 초시계로 시간 정확하게 맞추기 놀이를 해서, 오늘 놀이의 우승 모둠을 뽑았다. 우승 상품으로는 소풍상품비로 받은 돈을 썼다.

  • 집으로 돌아가야지, 3시 40분

   시상이 끝난 다음엔 다시 모둠별로 모여서 정리를 했다. 그리고 우리반 전체가 모이면 항상 외치는 구호, "2학년 4반", "화이팅"을 끝으로 청소를 하며 헤어졌다. 아이들이 모두 돌아갈 때쯤 나도 진이 쏙 빠졌다. 공원 의자에 앉아 좀 쉬었다 가려는데, 한 녀석이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라며 음료수를 건네 주었다. 고마워서 냉큼 받았다. 한 20분쯤 그렇게 앉아 쉬었다. 안 그래도 한적한 공원에 아이들마저 돌아가고 나니 주위가 고요했다. 참았던 빗방울이 슬금슬금 내리려고 했다.

   올해도 이렇게  소풍날이 지나갔다. 아이들의 마음 속에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 오늘 소풍은? 아이들이 소풍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설레는 마음이 들었으면 참 좋겠다. 저녁 늦게 집에 돌아와 탄 얼굴에 감자를 갈아서 붙여도, 기운이 하나도 없어 멍하게 앉아 있어도, 오늘 하루는 기억하고 싶은 날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waits 2006-05-13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어요! 느티나무님 글을 보면, 제 학창시절 선생님들이 생각나서 기분이 좋아져요. 아이들 참 좋겠어요~^^

해콩 2006-05-13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고 부끄러워요.. ㅠㅠ 담번엔 그 반 소풍 따라가서 같이 놀까?

느티나무 2006-05-14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때님, 얼마 전에 술 먹고 쓰신 글(?) 읽었거든요. 참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했으면 나도 더 기운이 날텐데, 가끔 현실은 그렇지 못해요.
해콩님, 전 님의 글 보면서, 앗~! 봉사활동에 대한 생각은 못 해서 부끄럽던데요. 담번에는 소풍이 없다죠, 아마?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ㅋ)
 

   며칠 전에 송승훈선생님의 강의록(페이퍼, 배우며 가르치며를 참고하면 된다.)의을 읽고, 나도 그냥 이렇게 지낼 수만은 없겠다 싶어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보통 때는 마음만 먹고 마는 일이 부지기수지만,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당장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했다.

   우선 아이들에게 독서교환일기의 취지를 설명하고, 희망하는 학생은 나에게 개인적으로 와서 신청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은근히 너무 많이 몰려오면 어쩌나 싶어서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날 바로 오라고 하면, 즉흥적으로 결정해서 뒷감당을 못할 것 같아서 잘 생각해 보고, 오늘(목요일)까지 신청하라고 했다.

   많이 몰려올 것 같다는 나의 불길한 첫 예감은 점점 아무도 안 오는 거 아냐? 하는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오늘까지 마감하기로 했는데, 지금껏 신청한 학생은 딱 2명! 내가 수업을 들어가는 여덟 개 반 중에서 한 명이 왔고, 보충수업만 들어가는 반에서 얘기했는데, 한 녀석이 더 찾아왔다. 처음 독서교환일기장을 쓰려고 했을 때 한 스무 명 정도만 오면 딱 좋겠다고 생각했건만, 그 1/10의 학생만 온 셈이다. (적어도 좋지만, 혜택이 소수에게만 돌아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내가 처음부터 너무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해서 그렇나? 매달 내가 추천해 주는 세 권 이상의 책을 읽어야 한다. 어쩌면 책값이 좀 들지도 모른다. 독서교환일기장을 쓴다고 해서 주어지는 혜택은 아무 것도 없다. 단, 길게 본다면 이런 것이야 말로 제대로 공부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중간에 그만둘 사람은 아예 하지 마라. 내년 2월까지 쓸 수 있는 사람만 와야 한다고 말했던 게 학교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너무 부담스러웠을까?

   나는 아이들의 자발적인 모습을 볼 때 가장 기분이 좋다. 모두가 망설이고 있을 때, 스스로 나서는 아이들이 예쁘다.(노래도 조례시작,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 다음에 할 사람? 하고 물으면, 손을 번쩍 드는 녀석이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심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어도, '그래도 제 발로 찾아오는 녀석들이 있겠지'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 계획은 처음부터 강제로 쓸 생각도 없었고, 그럴 수도 없는 성격의 '프로젝트'다. 어쩔 수 없지만 이 두 명의 학생들에게 내가 가진 공력을 들여야 할까 보다. 이 두 녀석이라도 끝까지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힘내자, 아자!

  • 독서교환일기장이란

   내가 책을 추천할 때, 그 책을 읽으면서 생각할 거리들을 그 학생의 공책에 적어준다. 그러면, 그 학생은 책을 읽으면서 생각거리를 정리하고 자신의 느낌이나 의견을 덧붙여서 자유롭게 써서 공책을 나에게 주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 공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을 보태고, 평가를 써 준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정리해 두는 것이다.

    그 다음은 다시 읽을 책을 추천하고 생각거리를 붙여서, 그 공책을 주인에게 건네는 것이다. 이 과정이 열 흘 간격으로 반복되어야 한 달에 세 권의 책을 읽게 된다. 그러면 내년 2월까지는 두 녀석은 서른 권의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공책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 독서교환일기장을 쓰려는 이유는, '제대로 된 책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송승훈선생님의 글 때문이다. 제대로 된 책을 아이들에게 읽히고, 그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 일기장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을, 삶을 들여다 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을 읽으라고 하면서 사형 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만약에 그 남자 주인공이 사람을 죽였다면 네 생각은 어떻게 달라졌을지?를 물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책을 읽은 느낌을 물어보는 건 기본이고... 아직 생각이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았으나, 아이들과 같이 시작하면서 차츰 나아지리라고 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RINY 2006-05-11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기고 계시네요. 저도 2~3명 대상으로 해보고 싶어지네요.

느티나무 2006-05-14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다 아주 가끔씩 실천에 옮기지요. 그러면 이런 곳에다 냉큼 '자랑질'을 하구요.ㅎ BRINY님과 같이 하면서 서로 응원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나중에 좀 쓰고 나면 다시 상황을 알려드릴게요. ㅋ
 

* 이 글도 역시 광동고에 계신 송승훈 선생님의 글입니다. 아이들과 차곡차곡 읽어야겠습니다.  


  •  세상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

박영희·오수연·전성태 글, 김윤섭 사진, <길에서 만난 세상>, 우리교육

 - 도시의 노인들, 외로운 농촌 청소년, 10대 미혼모들, 코시안의 엄마들, 이주노동자의 어려운 삶, 한센병에 걸린 소록도 사람들, 구두 닦는 사람들 이야기 들이 담겨 있다. 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아름다우면서 생생한 사진과 함께 담겨 있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여기거나, 삶이 늘어진 사람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이상석·박재동, <못난 것이 힘이 된다 1-2>, 자인

 - 자기 부정이 심하거나 열등감에 시달리거나 자포자기하려는 학생이 읽으면 치료효과가 있는 책이다. 한 남자의 청소년 시절 성장 이야기. 무엇이 사람을 사랍답게 하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두 권짜리라서 부담을 느끼지만, 책은 정말 재미가 있다.


김지우, <나는 날개를 달아줄 수가 없다>, 창비

 - 멀쩡히 지나가는 차에 뛰어들어서 다친 뒤에 치료비를 뜯어내는 자해공갈단, 노래방에서 손님들과 같이 놀아주고 돈을 버는 노래방도우미, 이런 밑바닥 인생들에 대해 그네들이 무슨 사연이 있어 그렇게 사는지 그 사람들 처지를 파고든 단편소설을 주로 모은 책이다.


최민식,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 현문서가

 - 사진과 그 사진에 대한 글을 모은 책. 우리가 상품광고 흔히 보는 곱고 예쁘게 다듬어진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가 집과 학교를 오고가며 만나는 동네 보통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평소 스쳐 지나친 여러 장면을 다시 보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다. 예술이란 이런 것이다.


박수정, <내일로 희망을 나르는 사람들>, 삶이보이는창

 - 남을 제끼면서 떠밀면서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이들 손을 잡아주며 삶을 살아온 이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단숨에 돈을 얼마나 벌었네 하는 부류와 정반대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차분하게 담을 책. 읽으면, 읽기 전과 사람이 달라진다. 인생을 우습게 아는 사람이 읽으면 좋다.


최일도,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 동아일보사  

 - 노숙자들에게 따끈한 밥 한 그릇 대접하는 목사님 이야기. 세상인심이 가파르다며 꿈을 잃으려 하는 청소년이 읽으면 좋겠다.


위기철, <아홉 살 인생>, 청년사

 - 누구나 어릴 적 기억 속에 담긴 누추한 시절, 그러나 따뜻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조그만 아이였을 때 뛰어놀던 기억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마음을 촉촉하게 적실 수 있는 이야기다.


이희재, <저 하늘에도 슬픔이>, 청년사

 - 이윤복 어린이가 1964년에 쓴 일기를 출판한 책이 그 시절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어렵고 어렵던 시절, 우리의 아버지 세대 때 어린이들은 어떻게 살았는가. 요즘 아이들이 읽으면 이게 진짜인가 싶을 정도로 놀라는 책.


최정현, <반쪽이의 육아일기>, 여성신문사

 - 아버지가 어린아이를 기르는 이야기 만화. 부모와 갈등을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애틋한 마음이 생기겠다.


김한수, <양철지붕 위에 사는 새>, 문학동네  

 - 식민지 시대 ‘운수 좋은 날’ 주인공이 오늘날 살면 이렇게 살 것이다. 진지한 느낌이 가슴을 치는 경험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부모가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알지 못하고 자꾸 투정부리는 아이가 꼭 읽을 책이다. 보통 남학생들 정서에 잘 맞는 책이다.


윤수종, <다르게 사는 사람들>, 이학사

 -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그러나 우리가 평소 관심을 두지 않고 그냥 지나치던 그런 사람들의 삶을 담았다. 넝마주의, 성전환자, 장애여성 등, 우리 사회에서 힘없는 소수의 이야기다. 그러기에 세상을 섬세하게 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사려 깊어지고 싶은 학생이 읽으면 좋다.



  •  세상의 여러 모습을 담은 책

이용재, <왜 이렇게 살기가 힘든 거예요>, 창해

 - 건축 이야기다. 세상에서 떠들썩한 새만금 갯벌과 청계천 복원과 같은 일에 대해 보통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뒷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런 떠들썩한 일의 진실을 알게 되면, 화가 날 것이다. 세상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이에게 권한다.


김세윤, <헐크바지는 왜 안 찢어질까>, Media2.0

 - 영화 제작과 관련해서 온갖 궁금한 내용을 다 알려주는 책이다. 호기심을 한껏 만족시켜주는,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특수 분장의 비밀, 야한 장면을 찍는 기술, 전쟁영화 무기는 어디서 구하나, 한국영화엔 왜 토하는 장면이 많나.


강  헌 외, <내 인생의 영화>, 씨네21

 - 유명한 사람들이 자기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영화에 대해 쭉 이야기한 글을 모은 책. 영화 이야기이면서, 인생에서 탁 느낌 받는 순간에 대해 나와 있기도 하다. 영화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1-2>, 청년사  

<고려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1-2>, 청년사

 - 그 시대의 다수 사람들이 실제 어떤 생활의 모습으로 살았는지를 구석구석 살핀 역사책이다. 높은 사람들 이야기만 나오는 역사가 아니라 그 당시 보통사람들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려는 노력이 새롭다.


유시민, <유시민과 함께 읽는 유럽1-2 문화이야기>, 푸른나무 

 - 외국에 대해 관심이 많은 학생들에게 유럽을 재밌게 소개해주는 책. 흔히 외국을 소개하는 책은 그 나라를 보고 ‘우아~’하고 감탄하는 때가 많은데, 이 책은 정말 재밌게 각 나라를 소개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 안내서를 유시민씨가 편역한 책.


신동흔, <살아 있는 우리 신화>, 한겨레신문사

 - 자청비라는 술이 새로 나왔던데, 그 자청비가 우리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그리스로마 신화는 누구나 다 알아야 한다고 여기면서 혹시 우리 신화는 괄시하지 않았는지. 우리 자신을 알자.


이윤기,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신화 1-2>, 웅진탓컴

 - 그리스로마 신화를 학생들이 많이들 읽고 싶어 하는데, 사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읽기 쉬운 글이 아니다. 문화도 다르고 이름도 낯설고 해서 잘 안 된다. 어린이 책으로 나온 그리스로마 신화를 빼면, 청소년이 읽기에 어렵지 않은 책이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신화 책이다.


<사람답게 아름답게>, 차병직, 바다출판사

 -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인권을 재밌는 우화와 연결 지어서 이야기한 책. 자기 권리를 알고 주장할 줄 알아야, 함부로 대우받지 않는다.


박원순,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한겨레신문사

 - 역사적으로 유명한 재판 이야기다. 예수의 재판, 소크라테스의 재판, 갈리레오의 재판, 드레퓌스의 재판, 재판을 이야기하면서 역사에서 이름난 사람들의 삶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아주 인상적이다. 삶의 모형이 잘 찾지 못하는 요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만화 박정희 1-2>, 백무현 글, 박순찬 그림, 시대의창

 - 우리는 현대를 산다. 그러나 한국현대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이것이 사실고증을 꼼꼼하게 하면서 보통사람들이 손쉽게 읽을 수 있는 현대사 만화책이 의미 있는 이유다.


박건웅, <꽃 1-4>, 새만화책 (만화)

 - 일제 시대부터 해방 이후에 겪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슬픈 일에 대해 다룬 책. 묵직하고 가슴 찡한 이야기들이다. 작가가 5년 동안이나 파고든 대작인데,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조금 비쌈.


<뚝딱뚝딱 인권짓기>, 인권운동사랑방 지음, 윤정주 그림, 야간비행 (만화)

 - 인권을 주제로 한 짧은 단편만화들이 모여 있다. 이주노동자 인권, 폭력문제, 전쟁에 대해 잘 그려진 만화가 나오고, 짧고 굵게 설명이 달려 있다. 어린이를 위한 교양만화월간지 '고래가 그랬어'에 연재된 만화들. 쉽지만 뜻 깊다.


강준만, <한국현대사 산책 1970년대편 1-3  1980년대편 1-4>, 인물과사상사

 - 현대사를 도란도란 이야기하듯이 풀어놓은 책. 오늘을 알지 못하고 옛날 역사를 주로 배우는 학생들에게, 현대사를 어렵지 않게 알려주는 귀한 책이다.


<지구를 구하는 경제책>, 강수돌 지음, 최영순 그림, 봄나무

 - 돈, 월급, 돈과 행복, 신용불량, 빈익빈부익부, 저축, 세금, 쌀 수입문제, 여러 경제 생각거리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는 책. 생태주의 사상에 바탕해서 경제를 청소년에게 쉽게 설명하는 책.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면서 행복을 느껴야 한다는 관점.



  •  학교에 대한 책, 학생들 이야기

안준철, <그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교육

 - 따뜻한, 따뜻한, 그리고 착한 학교 교육 이야기. 마음에 위로가 된다. 마음이 아픈 사람이 읽어라.


임길택,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보리

 - 강원도 탄광마을에서 어린 초등학생들과 지내며 겪은 이야기다. 아이들의 순진함과 천진무구함과 잔인함을 보면서 글쓴이가 하는 생각에 푹 빠진다. 착한 이야기라는 표현이 가능하다면 이 책에 쓰고 싶다.


최병화, <교실 이데아>, 예담

 - 문제아들에 대한 보고서다. 학교에서 주로 칭찬을 많이 받는 우등생이 읽으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풍부해지는 책이다. 사람을 함부로 쉽게 재단해서 판단하지 않고, 사람에 대해 천천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상석,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 자인  

 - 이때까지 학교를 다녀오면서 학교에 대해 불신이 많이 생긴 사람이 읽으면 좋다. 이 책에 나오는 선생님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는데, 그런 자기 행동을 바라보는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적어놓은 데서 우리는 책 읽는 맛을 느낀다.


하이타니 겐지로, <모래밭 아이들>, 양철북

 - 일본 학생들이 학교에서 아옹다옹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비슷한 또래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이라, 학생들이 읽으면 크게 공감한다. 학교에 불만이 많은 사람이 읽으면 좋다.


민가영, <가출, 지금 거리에 ‘소녀’는 없다>, 우리교육

 - 어디에나 가출하는 학생이 있다. 그 친구들은 어떻게 살다가 돌아오는 걸까? 가출하지 않은 친구들, 가출을 한번 해보았으면 하는 친구들에게, 가출의 세계를 진짜로 알려주는 책이다. 어른이 보면 충격을 받고, 아이들이 보면 한탄하는 책이다.


김종휘, <너 행복하니?>, 샨티

 - 자기 기질을 내뿜으며 개성 있게 삶을 꾸려가는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 삶에 꿈과 활력이 필요한 청소년이 읽으면 자극 좀 받는다. 대안교육문화공간인 하자 작업장에서 만나는 아이들 이야기다.


김형태, <너 외롭구나>, 예담

 - 무기력하게 살면서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한탄만 하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따끔한 인생 충고. 정신이 번쩍 나는 꾸중이 되게 직설적으로 담겨 있다. 꿈과 열정과 노력이 필요한 이들에게 건네주고 싶은 책이다.



  •  가슴이 찡한 책 : 감동이 있는 책

공지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푸른숲

 - 사형수 이야기다. 어느 여학생이 이 책을 읽고서 한 말 : 세상에 푹 빠져서 읽는 책은 처음이에요. 왜 태어날 때는 다 예쁜 갓난아이였는데 누구는 멀쩡한 사람이 되고 누구는 사형수가 되는가. 참 슬픈 책이다.


조영래, <전태일 평전>, 돌베개  

 - 어려운 처지에서 진지하게 자기 행복을 찾아 날아오르려 한 사람에 대한 기록.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 대한 이야기. 그는 우리들에게 우리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국가인권위, <십시일반>, 창비

 -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별에 대해 국가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해서 만화가 열 사람과 함께 만든 책이다. 국가기관에서 만든 책이라고 해서 따분하고 뻔하겠다는 편견을 가지면 안 됨. 굉장히 훌륭하고 예술적인 책.


이란주, <말해요 찬드라>, 삶이보이는창

 - 이주노동자가 이 땅에 와서 겪는 사연을 모아 담은 책. 이 책을 읽고 나면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워진다. 겸손해지는 책, 우리 자신을 반성하게 해서 우리 영혼을 좀 더 맑게 해서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책.


교육출판기획실, <아픔을 먹고 자라는 나무>, 푸른나무

 - 어렵고 고생스럽게 산 사람들 이야기. 세상의 쓴맛을 볼 만큼 보았다고 일찍 늙은 청소년이 읽으면 좋다.


중자오정, <로빙화>, 양철북

 - 가슴에 슬픔이 가만히 스며오는 책, 읽고 나면 눈물이 나려 한다. 중국 시골 초등학교에 그림을 아주 잘 그리는, 그러나 어른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가 산다. 어느 날 그 학교에 찾아온 임시교사 선생님이 그 아이의 천재성을 알아보지만.


황선미, <마당을 나온 암탉>, 사계절 

 -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으스대는 학생이 읽으면 좋다. 모성애가 주제인 책인데, 다 읽고 나면, 아무리 심장이 무감각한 사람이라도 잠시 가슴에 느낌이 남는다. 감정을 적시는 일이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다.



  •  소설

이옥수, <푸른 사다리>, 사계절

 - 동네에서 사고치고 말썽부리며 도둑질하다 경찰에 붙들려가는 어린 아이들 이야기다. 자기보다 어린 아이를 협박해서 물건을 훔치게 하는 친구도 나온다. 지난날 사고 친 경험이 있거나, 너무 얌전해서 그런 친구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읽으면 재밌다.


안재성, <황금이삭>, 삶이보이는창

 - 사람이 인생을 이렇게 사는구나 하는 말이 입에서 저절로 새어나오는 책이다. 어떤 뜻있는 일을 하기보다는 돈 많이 버는 일을 하겠다는 학생들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요즘, 이 책을 읽으면서 학생들은 자기 가치관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조정래, <불놀이>, 해냄 

 - 분단 문제를 진지하게 탐색한 소설. <태백산맥>이라는 대작이 나온 것은, 이런 작품이 그전에 있기 때문이다. 조정래 분단문학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책. 분단문학으로 많이 권하는 <광장>은 보통 고등학생이 소화하기에 어렵다. <불놀이>는 고등학생이 읽어낼 수 있는 책으로, 읽고 나면 분단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깊게 생각하게 된다.


김한수, <봄비 내리는 날>, 창작과비평사

 - 어렵게 사는 사람들 이야기. 자신의 집을 싫어하는 학생이 읽으면 치료효과가 있는 책이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읽으면 가난이 무엇인지 생각에 잠긴다. 학생들은 집에서 몹쓸 불화를 경험하는 때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학생들의 경험을 다시 일깨워주어서 학생들이 자신만이 슬프다고 여기지 않게 해주어 학생들에게 힘을 내게 한다.


공지영,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창작과비평사  

 - 고등학생들 수준에 딱 맞는 책이다. 학생들은 편안하게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여러 인생들을 만나게 된다. 인생을 살핀다는 문학의 의미를 학생 수준에서 실현하기에 알맞은 책이다.


조현설, <손가락에 잘못 떨어진 먹물 한 방울 - 운영전>, 나라말

 - 조선시대 사랑 이야기다. 궁녀가 주인공인데, 궁녀와 사랑에 빠진 외간남자가 대담하게 궁궐 담을 넘는다. 사극에서 배경화면으로만 나오는 궁녀들이 어떤 기쁨과 슬픔과 서러움을 갖고 살았는지, 이 작품은 알려준다. 멋지고 슬프고 대담하고 진지한 사랑 이야기. 올바른 사회란 어떤 모습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  시

서정홍, <아내에게 미안하다>, 실천문학사  

서정홍 시, 허구 그림, <우리 집 밥상>, 창비

 - 보통 사람들이 평소 사는 모습이 담긴 시집이다.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 동네 아이들, 곧 학생들 자신이 사는 모습이다. <우리 집 밥상>은 동시를 모은 책인데, 어른이 읽어도 느낌이 참 좋다.


전국국어교사모임, <문학시간에 시 읽기 1-3>, 나라말

 - 뛰어난 한국 시인들 작품 가운데 고등학생들이 잘 읽고 이해하는 시를 모아둔 책. 시의 맛을 느끼고자 하는 고등학생이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현대문학북스

 - 사랑에 대한 시들이 담겨 있다. 청소년들은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을 잘 읽어낸다.


임길택 시, 정문주 그림, <탄광마을 아이들>, 실천문학사

임길택 시, 강재훈 사진, <산골 아이>, 보리

 - 강원도 산골 탄광마을 아이들 모습을 그림 같은 시로 표현했다. 학생들에게 창작교육을 시킬 때 참고할 시로 아주 좋다. 가난하지만, 그래서 가끔 슬프고 간간이 쓸쓸하지만, 비참하기만 하지는 않는다. 어려운 형편 속에 사람의 좋은 마음이 느껴지는 시들이다.


전국국어교사모임 엮음, <국어시간에 시 읽기 1-2>, 나라말

 - 학생들이 좋아하는 시를 골라 뽑아 모은 책이다. 실제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현장교사가 뽑은 시들이어서 학생들과 공감하는 정도가 높은 책이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시선집.


도종환 엮음,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 나무생각

 - 도종환 시인이 뽑은 가슴에 와닿는 좋은 시들. 편안하고 따뜻하게 읽히는 시들이 골라져 있다.



  •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고민, 성

벌리 도허티, <이름 없는 너에게>, 창비

 - 고3 여학생이 남학생을 좋아하다가 그만 덜컥 임신을 해버렸다. 그 뒤에 이 친구가 어떤 일을 겪어나가는지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손에 땀을 쥐고 책 속 주인공에 빠져드는 체험을 하는 책.


최성수 외, <세상의 절반 여성이야기>, 우리교육  

 - 성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다룬 책. 대중매체와 성,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김성애·전명희, <우리가 성에 대해 너무나 몰랐던 일들>, 또하나의문화

 - 청소년 성폭행에 대한 보고서다. 너무나 몰랐던 일들이어서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이다. 충격이지만, 알아야 이런 일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구성애, <니 잘못이 아니야>, 올리브

 -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성폭력에 대한 책이다. 세계에서 한국의 성희롱-성추행-성폭력 발생 순위가 굉장히 상위권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제대로 많이 알아야, 이런 안 좋은 일을 이겨낼 수 있다. 성폭력에 대한 태도, 예방방법, 일이 일어난 뒤에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잘 나와 있다.


대한사회복지회 엮음, <별을 보내다 -10대 미혼모들의 이야기>, 리즈앤북

 - 미혼모들의 사연을 담은 책. 한번 집어 들어서 읽기 시작하면 책장을 다 덮을 때까지 손을 떼지 못한다. 우리들의 삶은 만만치 않다. 가슴이 아프면서, 정신이 번쩍 든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친구에게 권한다.


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엮음, <결혼할까 혼자살까>, 김영사  

 - 남자와 여자가 만나기 전과 만나 뒤, 결혼하기 전과 결혼한 다음, 이혼하기까지 각각의 상황에서 겪게 되는 문제 상황을 정리해서 대책을 마련한 책. 내용이 실제상황이어서 실감나는 책이다.


이순원, <19세>, 세계사  

 - 남자아이가 성에 눈뜨고 세상에 눈뜨는 무렵의 이야기. 성장소설인데, 중고등학생 무렵 남자아이의 정서를 잘 표현해서 학생들이 잘 읽는다. 성에 대해 많아지는 고민, 세상에 대해 복잡해지는 생각을 풀어가는 주인공을 보면서, 청소년들은 몰래 숨죽여 웃다 진지해지다 그런다.


막달레나의 집 엮음, <용감한 여성들, 늑대를 타고 달리는>, 삼인

 - 성 매매 여성들에 대한 보고서다. 우리나라는 매춘의 천국이라고 한다. 학생들 가운데는 성 매매를 하는 곳에 찾아가는 학생도 드물게 있는데, 남자든 여자든 제대로 알아야 불행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책을 권한다.



  • 생명, 생태주의, 자연과학

이동범, <자연을 꿈꾸는 뒷간>, 들녘

 - 똥과 뒷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똥을 괄시하는 요즘 문화가 정말 괜찮은 것인지에 대해 따져 묻는다. 생생한 원색사진이 많아 읽는 데 지루하지가 않다. 재밌게 읽히는데, 읽고 나면 똑똑해지는 책.


이유명호, <살에게 말을 걸어봐>, 이프

 - 여성 몸 건강에 대해 잘 이야기한 책. 빼빼마른 여자가 좋다는 통념에 대해 의학적 관점으로 비판한 책. 건강에 대한 많은 상식을 얻을 수 있다. 청량음료와 많은 즉석음식에 길들여진 우리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김대식, <우멍거지 이야기>, 이슈투데이

 - 이 책은 포경수술이 90% 넘게 이루어지는 나라가 한국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국제인권상을 받기도 한 책. 읽으면 충격을 크게 받는다. 남자 몸에 대한 위험한 사진들이 있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을 책. 


이인식, <아주 특별한 과학에세이>, 푸른나무

 - 청소년이 읽을 과학 책이 많지 않다. 이 책은 우리 시대에 관심거리가 된 과학 쟁점을 쉽게 풀어서 설명한 책이다. 과학에 대해 두루 관심이 있는 학생이 읽으면 궁금함이 많이 풀릴 것이다.


최재천, <알이 닭을 낳는다>, 도요새 

 - 생물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짧은 글로 이루어져서, 짬짬이 읽기에 부담이 없다. 책을 잘 못 읽는 학생들도 이 책을 잘 읽는다.


권오길, <생물의 애옥살이>, 지성사  

 - 애옥살이는 쪼들리게 살아간다는 뜻이다. 지구의 여러 생물들은 모두 물자를 아껴가며 조심스레 살고 있는데 인간만이 낭비하며 살아가서 지구 생태 환경을 위협한다. 우리가 잘 모르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어서 신기하다.


이은희, <하리하라의 생물학 까페>, 민음사

 - 여러 과학 지식에 대해 신화와 연결 지어서 어렵지 않게 설명한 책이다. 과학 지식을 얻고 싶은 학생이 읽으면 좋다.


박정훈, <잘 먹고 잘사는 법>, 김영사

 -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 어떤 음식이 건강에 좋고, 어떤 음식이 건강에 나쁜지를 이야기하는데, 내용이 무척 좋다. 청소년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어, 청소년이 읽으면 꽤 자극을 받는다. 햄버거를 많이 먹으면 성격도 안 좋아지고 머리도 나빠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누가 감히 이 책을 읽다가 그만두겠는가.


박정훈, <환경의 역습>, 김영사

 - 새집증후군과 같은 유해환경물질이 우리 몸에 끼치는 나쁜 영향에 대해 쉽고 자세하게 설명한 책. 충격 받는 내용이 많고, 그 충격 속에 환경과 과학기술과 우리 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장진영, <삽 한자루 달랑 들고>, <무논에 개구리 울고>, 행복한만화가게

 - 강화도에서 유기농사를 짓는 화가 이야기. 강화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 모습이 편안한 그림으로 담겨 있다. 이 바쁘고 정신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 편안하게 읽는 책

하이타니 겐지로, <아이들에게 배운 것>, 다우

 - 일본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생들과 지내며 겪은 이야기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학생에게 배운다고 하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려준다. 따뜻하고 푸근하다. 이 책을 읽으면 사람에 대한 어두운 마음이 사라진다.

 

한비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푸른숲

 - 씩씩하게 세상 여기저기를 활달하게 달리는 여행가 한비야, 그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나라에 가서 긴급구호 활동을 하는 이야기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연하고, 하루하루가 시시하다면 이 책을 펼쳐들라. 막한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린다.


최광선, <몸짓 속에 숨겨진 마음의 비밀>, 학지사

- 심리학 이야기. 딱딱하지 않고 재밌다. 깊이 있게 이론을 펼치기보다는 생활 속에 숨겨진 사람 마음을 들추어낸다.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를 잘하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도움이 된다.


김용택,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창작과비평사 

 - 시골 이야기다. 그냥 보면 심심하기 짝이 없는 농촌 이야기인데, 김용택 시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 시골이 떠들썩하고 호기심 나는 일도 많아 보인다. 학생들을 흙으로 다가서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다. 학생들이 잘 읽지 못해 보이지만, 의외로 학생들이 잘 읽는 책이다. 사람 사는 이야기의 힘이다.


도종환,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문학동네  

 - 작은 감동을 주는 짧은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생각날 때마다 펼쳐들고 한두 장씩 읽어도 얻을 게 있는 책이다. 마구 뛰어노는 산만한 학생이 읽어도 좋아하는 책이다.


황대권, <야생초 편지>, 도솔

 - 좁은 공간에 갇혀 있는 처지에서 어떻게 이런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했을까. 갇혀 있었기에 작은 존재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었겠지. 학생들은 이 책을 보고 놀라워한다. 그림도 신기하고, 글도 신기하다. 학생들 말로는 좋은 말이 많이 적혀 있어서 좋다.


서영남, <민들레 국수집>, 더북컴퍼니

 - 인천에서 배고픈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봉사활동을 아무런 대가 없이 하는 분의 이야기. 어떻게 그런 삶이 가능할까. 배고픈 사람들의 여러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네 삶을 돌아보게 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해콩 2006-05-07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펌 합니다. 감사~
참! 두 분, 몸은 좀 어떠신지... 안부전해주세요.

느티나무 2006-05-07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병원에 다녀왔어요. 저는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점차 회복되고 있는 것 같고... 송희샘은 가끔씩 배가 아픈 거 말고는 씩씩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