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집을 내면서…

  이 문집은 지난 1년 동안 낙동고등학교 독서/논술/토론 학습동아리 글밭 나래, 우주인에서 활동한 학생들과 느티나무가 함께 읽고, 생각하고, 쓴 것을 모은 글들입니다. 정작 이렇게 모아 놓고 보니 이 작품을 발표하던 그 날의 진지함과 감동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오늘 다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저는 소박하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기 밖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자기 밖의 세계를 이해한다는 표현이 온전히 제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자기와 자기 삶에 대한 이해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자기의 좌표를 모르는 사람이 자기 바깥 세계의 좌표를 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런 목표 아래 1년 동안 꾸준히 책을 읽었습니다. 아니, 우리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 읽었습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꾸준히 책을 읽고, 읽은 책을 자기 삶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독후 활동을 한다는 것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특별하고도 예외적인 경험이라고 말해야 정확할 듯합니다. 이 특별한 경험은 우연히 여러 가지의 상황이 적절히 어우러진 결과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부터 꺼내고 보는 느티나무의 즉흥성, 학생들이 보여준 놀라운 열정과 의지력, 우리에겐 복권 당첨과도 같았던 교육청의 지원, 그리고 우리가 공부할 때 늘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고 너그럽게 허락해 준 담임선생님의 지원이 함께 있었기에 우리는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했고, 지난 1년이 무척 행복했습니다.

  제가 제대로 된 책읽기에 대한 갈증을 토로했을 때 선뜻 함께 하겠다고 나선 글밭 나래, 우주인.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던 노란자, 오토바이대대장, 외계인. 토요일마다 넓은 세상을 소개해 주려고 애쓴 교육청 관계자들. 2학기에 우리들의 활동에 흥미를 가지고 연구해 주신 신라대학교의 최인자 교수님. 늘 우리 동아리 활동에 관심을 보내준 해콩 선생님을 비롯한 우리 학교의 선생님들. 모두, 고맙습니다.

  나의 동아리 때문에 집안일이 더 많아져서 고생인 아내 OOO 씨와 힘들게 세상에 나왔지만 씩씩하게 잘 커서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만든 진복이에게 특별히 고맙게 여깁니다.


2007년 2월 26일

열여섯 명의 글밭 나래, 우주인을 대신해서 느티나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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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7-02-28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아리 문집의 머리말!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만들기까지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서 머리말을 썼다. 더 중요한 이유는 학교에서의 책읽기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였느네, 그건 진짜 중요해서 따로 글을 썼으니 여기에서는 빠진 셈이다. [저 글도 복사를 맡기기 전날에 급하게 써서 두서가 없다^^ 시간이 없는 이유는 바빠서가 아니라 늘 게을러서다.]

2007-03-01 2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07-03-01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해해 주시면 저로서는 정말 행복한 일이지요^^
 

고등학교에서 제대로 책 읽기
 - 학습동아리를 운영해 본 결과를 중심으로

느티나무

1. 독서교육 열풍, 문제 없나?

  누구나 말한다, 책을 많이 읽어야 생각이 깊어지고 생각이 깊어야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있고 올바른 인간으로 자라날 수 있다고. 학교 밖에서 생각하기에 책읽기는 이제 획일적인 입시교육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세주가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아무도 살피지 않는다, 왜 지금까지 학교에서는 책읽기를 하지 않았는지, 정말 학교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는지,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을 시간을 내기조차 빠듯할뿐더러, 지금까지는 책을 읽으려는 시도를 공부에 방해된다고 막아왔던 것이 현실이지 않았나? 그런데, 갑자기 아이들에게 책만 많이 읽히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는 분명 문제가 있다. 

  갑자기 불어온 논술 열풍도 같은 맥락이다. 사물이나 세계에 대한 자신의 논리적인 사고력을 바탕으로 창의력과 합리성을 글로 표현하는 방법인‘논술’을 기껏 한 두 달 만에‘교육’시킬 수 있다는 황당한 인식이 지배하는 우리나라에서 정작‘논술’이라는 시험이 목표로 하는 논리적 사고력을 가진 학생이 제대로 선발될 가능성은, 단언컨대, 없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교육청 심화학습동아리 공모에 응했던 나의 선택은 양날의 칼이다. 현실의 여건을 핑계로 손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잘만 활용하면 제대로 된 책읽기, 진정한 글쓰기를 학교에서도 시작해 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적어도 두 달자리 속성 과외는 아니니까 말이다. 단, 이 학습동아리의 활동이 소수의 재능 있는 아이들의 당면한 입시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모든 학생의 부모님이 낸 세금으로 일부의 아이들에게 비싼 과외를 해 준 셈이니 교사로서는 일부의 아이들에게 특혜를 베푸는 것이니 조심해야 할 것이다.

2. ‘좋은 책’을 바탕으로 삶 읽기

 가. 어떤 책이 좋은 책일까?
  책읽기를 통해서도 교육이 가능하다면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좋은 책을 골라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론의 여지가 없는 이 명제를 학교 현장에서 실천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좋은 책을 정하는 게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많이 팔린 책이 꼭 좋은 책은 아니라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그럼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은 괜찮지 않을까? 고전도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아이들의 눈높이나 정서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고 보면,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막막해 진다.

  그런데, 나는 이번 동아리 활동에 아이들과 ‘좋은 책’을 읽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은 이렇다. 이번에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은 서른 권정도. 이 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책의 영역이나 주제, 내용, 형태…거의 모든 것이 다 달라 보이지만 서른 권을‘내가 전에 읽었다’는 것은 공통적이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내가 읽고 좋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또 별로 중요하지는 않지만 하나 더 꼽자면, 그 책을 읽으며 좋다고 느낄 때, 고등학생들이 읽고 이해할 만한 수준이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좋은 책이란, 먼저 읽은 사람(책읽기에 관심이 있는 교사면 더 좋다.)이 좋다고 느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막연하고 억지스럽겠지만 이것에서 한 걸음도 더 앞으로 나갈 수 없다. 그리고 누군가가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말해도 결국 읽어 본 사람이 좋은 책이라고 느껴야 하는 것이니 다른 여러 가지 정의도 결국 무의미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나. 책을 읽고 무엇을 할까?
  당연히 책만 읽는다고 생각이 저절로 자라는 건 아닐 터. 그러니 책을 읽고 난 아이들과의 활동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책읽기 교육의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일반적으로 독후 활동이라고 말하는 이 활동에 대한 교사와 부모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많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니까 단순히 독후감 쓰기에 그치는 독후 활동이 독서 교육의 획일화를 부르고, 독서 교육의 중요한 목표인 다양하고 독창적인 사고력을 가로막는 중요한 걸림돌인 셈이다.

  물론 과문(寡聞)한 탓이겠지만, 기존의 독후 활동을 참고로 할 만한 게 거의 없었다. 관련 내용이 부족한 것도 문제겠지만, 내가 선택한 ‘좋은 책’에 꼭 들어맞는 독후 활동이 거의 없어 책을 선택하는 그 순간부터 아이들과 함께 할 의미 있는 활동에 나름대로 고민을 해야 했다.

  지난 1년간 아이들과 함께 한 독후 활동으로 일반적인 감상문 쓰기는 가능한 지양(止揚)했다. 독후감이 아니면 마땅히 할 게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책에 따라서 주제 중심 토론하기(소설), 낭송하기와 시를 이야기로 바꾸어 표현하기(시집), 역할극 꾸미기, 그림 그리기, 사진 찍기, 노래 부르기, 영화 보기(비평문 쓰기), 편지 쓰기, 답사하기, 일기 쓰기, 내용 요약하기, 심층 자료 조사하기, 초청 강연 듣기 등을 함께 했다.

  물론 이런 활동들은 아이들이 함께 읽은 책의 특성에 따라 또 다르게 표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다양한 독후 활동은 아이들에게 책읽기의 흥미와 재미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표현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표현 방식의 다양성이 중요하다. 여러 갈래의 표현 방식은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에 따라 적극적인 활동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다양한 독후 활동의 교육적 의의는 학생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표현 방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담기는 내용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표현 방식을 스스로 고를 수 있는 능력이 되고, 이는 반대로 표현 방식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기도 할 것이다.

다. 책과 삶은 어떻게 만나나?
  그렇지만 이런 독후 활동의 다양성이 궁극적으로 의미 있는 책읽기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표현 활동에 담아내는 내용이다. 그러면 나는 책을 읽은 아이들에게 어떤 내용을 담아오기를 했는가? 늘 의식하고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되돌아보면 어떤 내용이든, 앵무새 같이 남의 이야기를 되뇌지 말고, 책을 읽은 후 자기 안에서 가만히 차 오른 그 무엇을 끄집어내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내 준 독후 활동의 과제 내용은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가 좋아하는…’, ‘자기가 겪은…’, ‘자기가 알고 있는…’ 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어 있기 마련이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무엇인가? 책을 통해 배운 것이 자신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대체 책은 왜 읽어야 할까?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읽은 책을 자신의 삶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책의 내용을 자기 삶의 맥락에서 이해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교육적 의미가 있다. 이것은 책의 내용을 자기의 입장에서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소화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교육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학습자 중심의 교육 활동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배우거나 읽은 내용을 입장이나 필요에 따라 스스로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 교육의 길러야 할 핵심이기도 하다. 

3. 독서 토론 동아리 운영, 이렇게 해 보자.

 가. 동아리 워크숍에 다녀온 단상
  동아리 담당교사 워크숍이 3월에 있었다. 나는 지난 1월부터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모든 것이 서툴기 마련인 처음 하는 일이라,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기에 다른 선생님들은 이 학습동아리를 어떻게 운영하셨는지가 몹시 궁금했다.

  이 워크숍에서는 영재 교육의 필요성, 수월성 교육의 일환으로써 학습동아리가 필요한 이유와 2005학년도에 학습동아리를 운영해서 알찬 결과를 얻었다고 알려진 학교의 사례 발표가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영재 교육을 받을 수준의 아이들은 아닌데 싶어서, 내가 동아리 신청을 잘못한 것인가 싶다가도, 재능이 있고, 관심이 많은 학생들을 위한 선택의 폭을 넓히는 수월성 교육의 일부라는 주장에 우리 아이들이 해당되는 지 떠올려 보기도 했다. 능력은 몰라도 자발적으로 모인 학생들이니 관심이 많은 건 확실한 지라 우리 아이들도 해당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학습동아리 활동 사례 발표에는 좀 생각이 달랐다. 이 동아리(수학) 활동으로 세칭 말하는 명문대에 갈 수 있었다는 것인데, 너무 결과에만 치우친 발표가 아닌가 싶었다. 가시적인 동아리 활동의 결과를 강조하다 보니 생긴 현상인 듯한데, 1년 동안의 동아리 활동에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를 말하지 않는 운영 사례 발표는 좀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그 학교의 경우는 나의 기우(杞憂)겠지만, 나는 학습동아리의 지도 교사가 소수의 우수 학생들에게 방과 후 과외 형태를 통해서 좋은 입시 결과를 거두는 형태를 지향한다면 기꺼이 사양하고 싶다.(물론 그 선생님의 열정에 감탄하는 바이지만!)

  역설적으로 나는 이 워크숍에서 말 그대로 제대로 된‘학습동아리’를 운영해 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결과를 미리 정해 놓고 동아리 활동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동아리 활동의 과정에 충실하고 싶었다. 

  지나고 보니 이 날의 결심이 1년 동안 얼마나 뚝심 있게 지켜졌는지 잘 모르겠다. 마음과는 반대로 동아리 활동에서 나도 모르게 아이들을 다그치지는 않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목표가 있다는 것을 핑계로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은 번드르르한 결과를 기대했는지도 알 수 없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내 생각일 뿐이다. 진실은 함께 한 모든 이들이 오직 느끼고 있을 뿐!

나. 내 맘대로 정한 동아리 운영의 세 가지 원칙
  사실, 우리는 교육청에서 학습동아리를 공모하기 전인 1월부터 자발적으로 모여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굳이 교육청 공모에 응모할 필요도 없었지만, 지원금이 있다면 책을 사는데 조금 도움이 되겠다 싶은 현실적인 욕심과 아이들에게 조금 더 자극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 응모하게 된 것이다. 

  동아리를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약속 받은 것 한 가지는, 방학 때도 계속 모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약속은 꼭 지켰다. 우리 동아리의 모임 일자를 살펴보면 알겠지만 방학 때는 더 자주 모였다. 더구나 방학 때는 조금 더 여유 있는 활동이 가능해서 오히려 좋았다. 답사나 캠프, 체험 활동은 방학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고, 아이들은 이런 방학 활동이 오래 기억이 남았다고 한다.

  그리고 학기 중에는 이 주에 한 번씩 꼭 모였다. 이 주에 한 번이면 아주 헐렁할 것 같지만, 실제로 운영해 보면, 모임을 하고 한숨 돌리면 또 모임이다. 모임 활동을 정리해서 인터넷 카페에 올리고, 그 사이에 책 주문해서 책 나눠주고, 숙제 공지하고 나면 다음 모임까지 정말 빠듯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약속한 대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모여서 동아리 활동을 했다는 것이 뿌듯하다. 

  동아리 모임에 와서 하는 이야기는 어떤 내용이라도 괜찮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내용에 상관없이 말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 동아리에서 자연스럽고 스스럼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까지 가장 중요한 역할은‘생활나누기’가 맡았다. 

 생활나누기는 본격적으로 독후 활동을 하기 전에 한 명씩 모임에 오기 전날까지의 자기 생활을 되짚어 보면서 말하는 시간이다. 물론, 처음부터 속 깊은 이야기가 나올 수는 없지만, 어색하고 형식적인 말하기 태도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시시콜콜하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중요한 온갖 이야기가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흘러 나와 우리를 한 덩어리로 묶었다. 

  다음으로는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별로 강요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에 맡겨 두었다. 당연히 숙제를 해 오고 안 해 오는 것도 99%는 학생의 자유다(100%라고 말하고 싶지만 혹시 반대할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 야자 시간에 공부하고 싶은 학생은 동아리 모임이 있는 날에도 안 오면 그만이다. 

  그래서 우리 동아리는 책임감이 없다, 참여가 적다는 불평도 간간히 나왔고, 담당교사로서 욕심이 없는 것이 아니었지만, 말 그대로 ‘동아리’이니 만큼 스스로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믿음을 끝까지 밀고 나간 셈이다. 숙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내가 제시한 과제는 기본적으로 해 와야 하지만 안 해 와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자기가 준비해 온 만큼 얻어간다는 사실을 학생들도 이미 알고 있는 터라 더 어떻게 해 줄 수가 없었다. 다르게 볼 수 있는 여지도 있지만, 어떤 상황에 대해 간섭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을 알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번듯한 결과에 대한 경계심이 지나친 것이었을까? 아마도 그 경계의 어디쯤 일 것이다.

4. 그리고, 나의 남은 이야기

  동아리 활동이 끝났다. 나에게 2006년은 분명 학습동아리‘글밭 나래, 우주인’활동으로 의미가 있었던 한 해였는데, 1년 동안 정들었던 아이들을 지난 겨울방학에 한 번도 보지 않았어도 아쉬움이 덜하니 이상한 일이다. 한참을 생각해도 제대로 된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아직도 이 보고서를 내가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일까? 아닐 것이다. 글은 아무래도 사람을 대신할 수는 없는 법이다. 다시 한 번 동아리 카페에 들어가서 아이들이 써 온 글을 찬찬히 읽어 보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한 구절,

  열심히 마음 주다가 상처 받는 거 그거 창피한 거 아니야.
  정말로 진심을 다하는 사람은 상처도 많이 받지만 극복도 잘하는 법이야.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나오는 글이다. 아, 그렇구나! 나에게는 이제야 책 읽기를 통한 삶 읽기가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이 깨달음을 마지막으로 셀 수 없이 많이 남겨진 이야기를 안고 이만 접어야겠다. 모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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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7-02-26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는 사람에게 복이 있기를... 아, 난 왜 이렇게 항상 시간에 쫓겨서 글을 써야 하는 것일까? 나에게 딱 3일간의 시간이 더 있다면 저거보다는 10배나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항상 이렇다.^^;;

느티나무 2007-02-26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엔 독서교육의 문제점과 방향만 지적하려던 글이었으나 우리 동아리 활동 내용이 추가되고, 맨 마지막에 아이들에게 전하는 속내까지 비친 아주 요상한 글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나름대로 개요를 먼저 만들고 쓴 글인데, 왜 저럴까? 어제 급하게 밤을 새면서 쓴 글이라 그럴테지...

해콩 2007-02-27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한테 복이 있기를... ㅋ 저거보다 100배나 잘 쓸 수 있다는 말은 지나친 자신감 내지는 욕심 같은데요, 충분히 좋은 데요 뭘~.. 사람 기죽게시리..쯧!! 저 글도 문집에 싣기 위해 쓴 글인가요? 으~~ 우리반 문집은... 정말 비교될까 두려워요. 아주 말랑말랑한 내용인데... 암튼 원고 다 넘기고 나니 너무 속이 시원해서 잠이 안와요. 내일은 아이들 사진으로 시디를 구워볼까 하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 몰라~~ ㅋㅋ

느티나무 2007-02-27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배 아닌데요^^ 10배라고 했는데요~! 오늘 3학년의 김 모샘이 왜 저 보고 점심 먹으러 안 왔냐고 하시더군요. 달리 할 말이 없어서 해콩님 좀 따라해 보려다가 가랭이가 찢어질 지경이라고 했더니, 해콩님을 따라갈 수가 있나~! 샘, 페이스 대로 해야지...이러시더라구요 ^^ 아무튼 당신은 백만스물 세 번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에너자이저!

느티나무 2007-02-27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이야 문집의 베테랑이고 전 완전 생초보^^ 사실, 이 동아리 문집도 샘 덕분에 만드는 것이라지요. 샘이 아니었다면 손 놓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왠지 샘 옆에 있으면 나도 덩달아 해야할 것 같은 묘한 분위기가 생겨요. 하기야 이번엔 오기도 좀 발동했지만-정서에 별로 안 좋아요- 남은 책을 누구에게 선물로 줄까, 고민하고 있어요^^

글샘 2007-02-27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ㅍㅎㅎㅎ
저는 낙고 근무 안하는 걸 천만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ㅋㅋ
두 분 따라가다가 가랭이 찢어질라... 남는 책 저좀 주셈. ^^ 해콩샘이 고생하신 교지도 잘 읽었습니다.(엇, 이건 해콩샘 페이지로 가야하는데...) 고생 많이들 하셨습니다.

느티나무 2007-02-27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글샘님도~ 참! 전 사실 교실에선 아무 것도 안 해요. 겨우 시간이 나면, 그냥 혼자 끄적거리는 정도지. 언젠가는 같이 근무할 날도 오겠지요? ㅎ 벌써부터 조마조마하다는 거 아실까요?ㅋ 저번에 말씀하셨으니 부끄럽지만 글샘님께는 한 권 챙겨드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 나오면 교육청 행정망을 통해서 보내겠습니다. 근데, 정말 언제가 될 지... 깊은 밤, 안녕히 주무십시오.^^

2007-03-01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07-03-01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카로운 지적, 감사합니다. 고칠게요... 그리고 복받으셔요^^
 

OOO 독서동아리 [글밭 나래, 우주인] 전격취재


  아는 사람은 다 알듯이 우리 학교엔 독특한 활동을 하는 독서 동아리가 있다. 이름 하여 ‘글밭나래, 우주인’!! 지난 1년 동안 이들은 ‘즈들끼리’  도대체 무얼했길래 행복하다는 비명을 그리도 질러댔던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샘도 나고…. 하여 그 ‘우주인’들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언  제 : 2006. 12. 18. 월요일 18시 30분

어디서 : 3학년 6반 교실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분들

문예부 : 2학년 손도영, 김고운. 1학년 김태훈, 김주경. 지도교사 강OOO

글밭 나래, 우주인 : 백선혜, 박예슬, 김송이, 오세윤, 김태우, 김복규, 김명지,

                             정혜림, 김이레, 송오미, 백현정+느티나무

 * 그 외 글밭 나래, 우주인들 : 김태훈, 박 건,이다혜,지민정


1. 독서토론 동아리와 ‘글밭나래, 우주인’이라는 동아리 이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느티나무: 저희 동아리 ‘글밭 나래, 우주인’은 2006년 1월에 만들어진 학습동아리입니다. 방학 때는 매주에 한 번씩, 학기 중에는 이 주에 한 번씩 방과 후(주로 야자시간)에 정기적으로 만나, 여러 분야의 책을 읽고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재미있는 활동을 해 온 모임입니다. 우리는 지난 1년 간 우리 학교 2학년 학생, 열다섯 명이 함께 했습니다. 부산시교육청 지정 우수 학습동아리로서, 주 5일째 휴무 토요일에는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여 생각의 폭을 조금 더 넓히는 활동을 꾸준히 해 왔지요. ‘글밭나래, 우주인’이라는 동아리 이름은 딱 지은 사람은 없구요, 여러 명이서 지었죠. ‘글밭’은 말 그대로 책을 우리말로 풀어 본 것이구요, ‘나래’는 밭을 평평하게 고르는 농기구입니다. 비유해서 우리들의 책밭을 고르는 수단이나 방법으로 토론하는 우리 모임을 말하는 거구요. ‘우주인’은, ‘우리가 주인이다’의 줄임말이지요. 합치면 책을 읽고 생각을 고르는(토론) 모임의 주인은 우리다... 뭐 이 정도 뜻이 되겠습니다.

 

2. 독서토론 동아리에 참여하기로 결심한 이유?

백선혜 : 책을 읽으며 친구들과 ‘다른’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박예슬 : 공식적 이유→평소에 책을 편식 하는 편인데 골고루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들었죠. 첨엔 선생님이 허락하지 않으려 해서 조르고 졸라서 겨우 들어 왔어요.
         비공식적 이유→느티나무샘이 좋아서!
김이레 : 책을 읽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도움이 되고, 특히 국어 성적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어요.
송오미 : 샘이 홍보하길래 뭔가 싶어서.
김명지 : 처음엔 무지 망설였는데 결정적으로 이레양이 참가한다고 하길래 ‘에잇! 그래 질러보는 거야!’하고 따라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3. 토론의 형식은?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과제를 가지고? 매번 모임 때마다 진행 방식은?)

김명지 : 샘께서 이전 모임 때 책을 정하시고 주문, 책이 오면 나눠서 읽고 일주일 후 모임을 갖죠. 그때그때 적절한 과제로 쌤께서 지령을 내리시구요, 주로 도서실에서 모임을 가졌어요. 랜덤으로 진행자를 택해서 내용에 알맞은 주제로 토론을 합니다. 아! 토론 전에 그동안의 생활에 대해 서로 가볍게 정리를 하고 이런 저런 느낀 점도 나누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었을 때는 사형제도에 대해 토론했고, 인권을 주제로 했을 때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장면으로 연극도 해보았고. 미래 자신의 직업에 대한 역할극도 했네요. 책은 공짜로! 교육청에서 준 예산이라는 것 같아요.

4. ‘생활나눔’ 때 자신의 사생활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데 부담스럽지 않나요?

송오미 : 처음에는 약간 부담스러웠는데 계속하다 보니깐 나름 즐기게 되었삼. 그래도 어느 정도 사생활의 커트라인을 두고 이야기해요!
박예슬 : 뭐 별로 부담스럽진 않아요. 사생활이 없어서 그런가?
정혜림 : No!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오세윤 : 나중에는 ‘더 말할 걸’ 후회도 했답니다.

 

5. 서로 얼마나 친한지? 커플 탄생도?
 다같이 : (일사불란하게) 왠지 다 친하다고 말해야 할 것 같고…. (동시에 누군가!를 바라보며)커플은 있을 것 같지 않나요? (긴급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K군과 S양이라는…. 호빵과 낙타는 뭐지? 얼레리꼴레리~~)

 

6. 가장 ‘찡’했던 책과 가장 ‘징’했던 책은?

 

가장 ‘찡’했던 책

가장 ‘징’했던 책

백현정

전태일평전

전선기자 정문태 - 전쟁취재 1년 기록

송오미

엄마와 나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

배경 지식이 얇아서

정혜림

아버지와 바다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

김명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한국의 정체성 ㅠㅠ

불면증에 시달리는 분들께 적극 추천

오세윤

말해요 찬드라

광릉 숲에서 보낸 편지

백선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

김이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허삼관 매혈기

인생 ‘허무’의 의미를 깨달아 버렸다!!

 

7. 가장 찐했던 모임 or 짠했던 에피소드

다같이 : 여름캠프요. (다들 그때로 돌아간 것처럼 즐겁게 웃으며) 지난 여름방학 때 한 명도 빠짐없이. 방도 빌렸어요.
오세윤 : 1박 2일이었다죠.
송오미 : 느티나무 쌤 부인도 같이 가셨는데 부인께서 떡볶이도 해주셨어요. 그때 임신 중이셨죠. ^^
○○○ : 그런데 솔직히 그 떡볶이 맛이… 흐흐. >ㅇ<;; 그리고 거의 소파에서 주무셨죠. ㅋㅋ

 

8. 모임에 한번도 빠지지 않은 사람은?

다같이 : (당연하다는 듯이 ^*^) 물론 느티나무 쌤이죠. 그리고 ‘김이레’ 학생이 한 번도 빠지지 않았어요. (모두 이레를 지목하면서 9_9) 세윤이도 잘 빠지지 않았는데….
오세윤 : (부끄러워 하며) 아니, 난 몇 번 빠졌어.

 

9. 모임에 참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좋았던 건?

송오미 : 시험 기간이 젤 힘들었죠. (오로지 시험공부 땜에? 정말?) 모여서 이야기 하는 건 좋았어요.
박예슬 : 숙제를 촉박하게 내주셔서…. 가끔 민망한 숙제도 있었어요. 예를 들면 부모님께 편지 쓰기 같은 거.
김명지 : 놀토 때 초음까지 가야했던 것. 힘들었어요.
김이레 : 다른 반 아이들과 친할 수 있어서 좋았고, 1년 동안 30 권의 책을 읽어냈다는 것도 좋아요. 아! 가끔 야자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ㅋ
백현정 : 글 쓰는 것을 많이 싫어하는 편이라 처음엔 그게 가장 힘들었어요.

 

10. 처음 시작할 때의 느낌과 지금 느낌

백선혜 : (양껏 웃으며) 웃고 끝맺는 거죠.
박예슬 : 첨엔 새로운 것에 참여한다는 기쁨에 나름대로 설레었죠. 지금은 정말 뿌듯해요.
김명지 : 처음엔 ‘그냥 책이나 읽지 많이 뭐~=.=’→지금은 ‘다음 모임 땐 무얼 하려나?’
송오미 : 처음엔 아이들이 너무 모범생적(?)이어서 ‘쉽게 친해질 수 있을까…’ 걱정했죠. 근데 점점 알게 될수록 재밌는 친구들예요.

 

11. 한 해 활동이 끝난 지금 자신에게 생긴 변화가 있다면? 친구들에게 생긴 변화는?
오세윤 : 우리 정말 많이 변했어요.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많이 자랐지요.(끄덕끄덕 모두가 공감)
김명지 : 우선 말이 더 많아 진 것 같구요, 자신감이 생겼죠. 그리고 책의 내용에 대해 내 생각을 말 할 수 있어요. 친구들도 표정이나 분위기가 더 멋져졌어요.
백현정 : 책을 편식하는 습관을 고친 것 같아요.
송오미 : 자신의 생각을 좀 더 잘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정혜림 : 어떤 부분에 있어서 분명히 1년 전에 비해 더 나아졌음을 느껴요. 동아리 활동이 많이 도움이 되었겠죠?
김이레 : 국어 성적에 향상이….(이번 기말은↓ㅠㅜ). 말이 트였죠.(에잇 그까잇꺼. 겁상실!!) 내 지식의 깊이가 1cm정도 깊어졌다? 나름대로 적극 참여한 결과라 생각해요.

 

12. 담당샘으로서 1년 동안 함께한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느티나무 :  이 동아리의 공부가 너희들의 생각을 한 뼘 더 키웠으면 싶다. 마지막으로 너희들에게 전하는 잔소리! 진실로 인간됨의 괴로움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있단다. 늘 아름다운 사람이기를,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노력하기를, 자신이 아는 것을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이기를 바래. 자, 이제 좋은 기억들만 남기고 모두 안녕이다. 공부하는 동안 즐거웠기를!

 

13. 1년 동아리 활동이 끝나는 시점에 소감 한 말씀들

백선혜 : 동아리 참여하게 된 것, 후회하지 않아요. 다만 ‘너무 소홀히 하지 않았나’하는 반성이 …. 친구들과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박예슬 : 세 마디로 정리할 수 있어요. “아쉽다. 뿌듯하다. 즐거웠다”
김송이 : 시원섭섭합니다.
오세윤 : 너무 아쉽고 더 열심히 할 걸 후회되어요. 많은 것들을 얻어서 좋았구요. 우리 모임 끝나더라도 계모임 같은 것이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김태우 : 내년에 우리는 사라지고 지금 일학년들을 대상으로 다시 비슷한 성격의 동아리가 생길 수도 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결국 느티나무 쌤이 다른 학교로 가시면 사라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숙제하느라 잠을 푹 못 잔 날도 많았고 중간에 흐지부지 사라진 아이들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이 시간들, 참 좋았습니다.
김복규 : 모임 하면서 제대로 못한 게 후회되네요. 이렇게 후회는 남지만 동시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무척 재미있었구요.
김명지 : 우리 ‘글밭나래, 우주인’이 학창시절의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고, 나중에 사회생활 할 때, 지금 이 시간들 많이 그리울 것 같아요.
정혜림 : 아쉽고…. 후회스럽지만 좋았어요.
김이레 : 참 좋은 추억이예요. 당시에는 힘들기도 하고 가끔 하기 싫기도 해서 열심히 안한 것이 후회되지만.
송오미 : 모임 때 잘 되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이런 모임이 OOO의 전통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백현정 : 지나온 시간이 너무 짧아요. 아쉽게….

 

14. 끝으로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백선혜 : 사랑. 부모님의 애정, 친구의 우정. 이런 것들 다 알고 보면 사랑의 다른 이름 아닌가요. 사랑 없인 아무 것도 안 되죠.
박예슬 : 무엇을 하든, 어떤 순간이든 늘 용기가 필요한 법!
김송이 : 스스로 생각하는 힘!
오세윤 : 성실과 정직! 우리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듯이 정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태우 : 내 생각엔 사람은 노력이 중요 한 것 같아요.
김복규 :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가야 자신의 장점을 알고 단점을 고쳐나갈 수 있어요.
김명지 : 경험. 인생이란 길을 걸으면서 아무도 무감각 할 수는 없어요. 평탄한 길을 만날 수도, 돌 많은 산길을 만날 수도, 진흙상태의 길이라 해도 하는 수 없죠. 끝까지 우리는 걸어가야 하며 지금도 그 어떤 길을 걷고 있는 것이죠. 그 길에는 행복이란 들꽃도, 슬픔이란 바위도, 명예란 나뭇가지도, 사랑이란 나무도 있어요. 그것들을 창조해내는 근본은 경험이며, 나아가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가 바로 경험이죠. 죽음도 물론. 경험, 그것은 인생의 뿌리입니다.
정혜림 :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모든 것은 스스로 행복하기 위한 행동이니까요.
김이레 :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나아감’이죠. 남 따라 그저 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자신만의 세계로 나아가는.
송오미 : 자기 자신을 자랑스럽게 내보일 수 있도록 내면과 외면을 함께 조화롭게 가꾸는 일.
백현정 : 사고방식이 중요하다고 봐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김고운 : 다들 정말 심오하시네요. 나 같은 경우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밥? (다들 크게 공감) 그럼, 이쯤에서 OOO 독서 동아리 ‘글밭나래, 우주인’의 인터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번 1차 취재 때도 느낀 것이지만 친구로서의 편안했던 평소 모습과는 달리 책을 많이 읽은 티가 팍팍 나는 인터뷰였습니다. ^^

손도영 : 번거로운 질문에 응해주신 동아리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난 11월 10일, 본격적인 인터뷰를 하기 전에 모임의 성격을 염탐하러 ‘취재’라는 명분으로 그들의 마지막 모임에 쳐들어갔다. 평소와는 다른, 더 깊은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느낌을 팍팍 주는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늘 매혹적이다. 이것이 ‘마지막’에 대한 편견 내지는 환상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마지막엔 누구나 진지해지고, 선해지고, 진심을 드러내는 법이니까!

   그날의 읽을 거리는 루쉰이라는 중국 작가(판화가, 혁명가, 소설가)의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라는, 제목의 의미조차 이해하기 힘든 책이었고, 무슨 대학에서 나왔다는 언니, 오빠들이 비디오를 뱅뱅 돌리며 우리 문예부 팀이랑 취재를 같이 했다. 연습장에 열심히 받아쓰기만 하는 우리랑은 정말 대조적인 모습으로.

   느티나무 선생님의 사회로 진행된 모임은 정말 진지했다. 먼저 ‘생활나누기’로 시작했는데 모두들 그동안 있었던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진지하게 털어놓고 느낌을 말하고….그러는 동안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말랑말랑 부드러워졌다. 그리곤 책의 내용에 대해 느낌 말하기. 책은 짧은 글들을 묶어둔 수필집 같았는데 무척이나 어려워보였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 루쉰이라는 작가에 대한 사전 이해가 없으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중간에 샘들이 조금씩 거들어 주는 모습도 보이고.

   그날의 과제는 ‘책 내용 중 가장 공감 가는 글을 발표하고 그 이유 말하기’와 루쉰처럼 자신도 ‘세상이나 자신이나 무엇에 관한 것이든 수필 한 편 써오기’. 공감 가는 글은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발표를 했는데 두 번째 과제인 수필 써보기는? ^^;; but 두어 명 친구들이 써온 수필은 감동스러웠다. 어떤 글은 아주 진솔해서 동감을 주었고, 어떤 글은 너무 어려워서 혼돈을 주었다. ㅋ

   그런데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의 수준은 한마디로 놀/라/웠/다. 책을 읽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취재하러 간 우리는 바로 꼬리 내렸다. 그들의 입에서는 받아쓰기조차 어려운 어휘들을 마구 쏟아져 나왔다. ‘야들이 평소 가들 맞나’ 싶을 정도로. ‘저 녀석에게 저런 진지한 면이 있었다니’, ‘정말 우주인이 다 되어버렸구나’, ‘책 서른 권을 읽고 난 후의 변화가 이러하구나’ 자격지심과 함께 느낀 솔직한 심정이다. 지난 1년 동안 들인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 이젠 이 모임을 후배들에게 물려주려 한다. 지난 1년 ‘글밭나래, 우주인’으로 살아온 그들의 경험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그들 자신에게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잔잔한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는 믿음이 생겼다. 진실과 정의와 아름다움에 한 발 다가선 그들은 이미 자신의 행복을 다른 이에게 나눠줄 넉넉한 마음도 아울러 가지고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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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7-02-2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학교 교지에 실린 인터뷰 기사. 1년 동안 함께 지내온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 오늘 밤 새도록 마무리 글을 써서 내일은 동아리 문집을 복사집에 넘겨야겠다.

드팀전 2007-02-26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징했던 책을 보니..아이들에겐 어려운 주제들이었나봅니다.인문사회학적 글쓰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았던 이유가 가장 크겠지요...'서른 권'의 책이 아이들을 바꾸었다는데.."어른쉑이'들은 1년에 서른권 읽는 사람 찾기가 드뭅니다.읽어도 말랑말랑한 일본 소설이나 보고.....이 모임들이 또 다른 어떤 곳들과 교류를 갖는다면 아이들이 더 많이 얻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는 것,의미있는 길을 하나 알려주는 것 만큼 좋은 일이 없을 듯해요.'어른쉐이'들은 말을 안들어 먹어서..좋은 거 알려줘도...자존심은 세서 귓구먹을 막고 있고..책 몇 권 읽고 재미들이나 보다 싶어면 결국 단란주점 가는 거나 더 좋아하고...하여간 '애쉐이'들이 '어른쉐이'들보다 열배정도는 나아보이네요.

해콩 2007-02-26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지금 보니 저 인터뷰 글, 정말 잘 썼네요. 누가 썼는지.. ㅋㅋ 암튼 정말 수고 많으셨구요, 문집 정말 기대되요~

느티나무 2007-03-01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애들이 읽다가 만 책도 꽤 있지만, 그래도 집에 고이 모셔서 있을텐니까 그래도 애들이 대단한 거 맞아요. 올해도 저 일을 해 보나, 어쩌나 고민중이랍니다.

느티나무 2007-03-01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콩님한테 진 빚이야 저거 말고도 무수히 많은데, 차라리 빚이 엄청 많으니까 그게 잘 안 보이는 거 있지요?ㅎㅎ 그냥 맘이 편해지는... 갚을 수도 없고~!

2007-03-01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년 여름방학 ‘독서신문’ 만들기를 위해 읽을 책

 

<수준>-<번호>,<제목>,<지은이>,<출판사>

고1-  1.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최시한, 문학과지성사

중3-  2. 내안의 자유, 채지민, 사계절출판사

고1-  3. 새, 오정희, 문학과지성사

중3-  4. 나는 아름답다, 박상률, 사계절출판사

중3-  5. 양철북, 이산하, 시공사

중2-  6. 열여섯의 섬, 한창훈, 사계절출판사

중2-  7.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하이타니 겐지로, 사계절출판사

중3-  8. 외딴방, 신경숙, 문학동네

중2-  9. 태양의 아이, 하이타니 겐지로, 사계절출판사

중3- 10. 모래밭 아이들, 하이타니 겐지로, 사계절출판사

중3- 11. 길 위의 책, 강  미, 푸른책들

중2- 12.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터 카터, 아름드리미디어

중3- 13. 지상에 숟가락 하나, 현기영, 실천문학사

중2- 14. 등대, 임철우, 문학과지성사

중3- 15. 봄비 내리는 날, 김한수, 창작과비평사

중3- 16.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한겨레신문사

중1- 17. 봄바람, 박상률, 사계절출판사

고1- 18. 이름 없는 너에게, 벌리 도허티, 창작과비평사

중1- 19. 연어, 안도현, 문학동네

중1- 20. 19세, 이순원, 세계사

중2- 21. 유진과 유진, 이금이, 푸른책들

중1- 22. 창가의 토토, 구로야나미 테츠코, 프로메테우스

중1- 23.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사계절출판사

중3- 24.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문예출판사

중3- 25. 희망(상)(하), 양귀자, 살림

중2- 26. 아홉 살 인생, 위기철, 청년사

증3- 27. 새의 선물, 은희경, 문학동네

고1- 28. 마당 깊은 집, 김원일, 문학과지성사

중2- 29.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웅진닷컴

중3- 30. 상상의 초가교실, 차오쉬엔, 새움

중2- 31.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라헐 판 코에이, 사계절출판사

중2- 32. 개, 김 훈, 푸른 숲

중1- 33. 짜장면, 안도현, 열림원

중2- 34. 못난 것도 힘이 된다1.2, 이상석, 자인

중2- 35. 밥이 끓는 시간, 박상률, 사계절출판사

중2- 36. 봉순이 언니, 공지영, 푸른숲

중1- 37. 몽실 언니, 권정생, 창작과비평사

중2- 38.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로버트 뉴튼 펙, 사계절출판사

중3- 39. 손도끼, 게리 폴슨, 사계절

중2- 40. 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지 몰라요, 하이타니 겐지로, 사계절출판사

중2- 41.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바스콘셀로스, 동녘

중2- 42. 크뤽케, 헤르틀링, 사계절출판사

중2- 43. 그 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 한스 페터 리히터, 보물창고

중3- 44. 그냥 떠나는 거야, 그루든 파우제방, 풀빛

 

* 2학년 학생들에게 내 준 방학 숙제

자기가 제비뽑은 책(난이도와 분량이 달라서 제비뽑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을 읽고 A4용지 두 페이지 분량의 '독서신문' 만들기! 일단, 같은 반 친구끼리는 같은 책을 고를 수 없으니까, 베끼기는 못할테고, 독서신문이란 형식을 줬으니 인터넷에서 쉽게 긁어오기도 힘들 것이다.^^ 나로서는 아이드들의 수준과 성장 소설, 분량 등을 고려하다 보니 책을 선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책 읽은 아이들이 재밌다는 반응을 많이 보여줘서 기분이 무척 좋다. 은근히 방학 숙제 검사할 일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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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7-02-26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 정말 교사 안 됐으면 어쩔뻔 했어요~ 아이들도, 샘 자신도.. ^^
저도 샘처럼 일을 즐기면서 하려고 노력하는데 영~ 잘 안되요..ㅋㅋ

느티나무 2007-02-27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구 심판이요. 아니면, 출판사 교정 직원. 아니면 신개념의 관광 가이드(문화유적 답사 안내를 겸한...) 나이가 들어서는 동네 쉼터를 겸한 책방 주인^^ 아니면 내 친구가 은퇴하고 운영할 암자 아래 노래방 경영!

근데 가시는 마당이라고 오늘 너무 띄우신다!ㅋ 일 좋아하면-제가 그렇다는 말이 아니고-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 합니다.

해콩 2007-03-01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구심판이랑 노래방 주인빼고 다~ 저도 하고 싶은 일들이네요.. 기회가 되면 동업합시다. 농담아님!!
 

 글밭 나래, 우주인

OO고등학교

Ⅰ. 글밭 나래, 우주인 소개


 OO고에서 일 년 동안 1학년을 가르친 뒤 우리 학교 학생들의 종합적인 사고력과 판단력 향상을 위해 심화활동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2005년 12월말, 독서를 통한 논술/토론 모임을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내 제안을 듣고 지원한 열 세 명의 학생들과 겨울방학 때부터 매주 정기적으로 모인 것이 동아리의 시작이었다.(개학 후 지금의 열여덟 명으로 늘었다.)

 이후 온라인 카페를 개설하면서 학생들이 낸 의견으로 ‘글밭 나래, 우주인’이라는 멋진 모임 이름을 달았다. '글밭 나래, 우주인'은 '책(글밭)을 읽고 자기의 생각을 고르게(토론:나래)하는 모임은 우리가 주인'이라는 뜻이다. 새학기에도 정기적인 독서/토론 활동을 하던 중, 학교의 추천으로 교육청 학습동아리 신청에 응모하여 교육청 지정 학습동아리가 되었고, 지금까지 열일곱 번의 정기모임과 지속적인 온라인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Ⅱ. 글밭 나래, 우주인의 목표


 글밭 나래, 우주인을 통해 우리가 도달하려는 목표는, 첫 번째 학업성적과 상관없이 책 읽는 습관을 기르고,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을 키우고, 독서를 좋아하고 생활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책의 내용을 자신의 삶과 연관 지어 생각하면서 읽은 책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래야 책읽기에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세 번째는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통해 생각하는 능력의 깊이와 폭을 확대하고, 네 번째는 다양한 독후 활동을 통해 토론 및 논술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생 중심의 학습동아리 활동을 통해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고, 지금의 학교 교육과정에서 쉽게 다룰 수 없는 범교과적인 독서/토론/논술 활동을 바탕으로 통합적 사고력을 키우려는 것이다.


Ⅲ. 글밭 나래, 우주인의 주요 활동 내용


 모임 활동은 자체적으로 선정한 다양한 분야의 필독도서를 교육청 지원금으로 구입해서 읽어야 할 수 있다. 정기모임은 책을 읽어 오고 담당 교사가 미리 제시한 과제를 준비해 와서 발표하고, 토론하는 형태이다. 담당교사는 필독서 선정과 과제 준비에 적극 참여하지만, 정기모임의 진행은 사회자로 선정된 학생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모임의 활동 내용은 크게 보면 세 가지인데, 첫 번째는 모임 전까지 있었던 자신의 생활을 정리해서 2-3분 정도 안에 발표하기다. 이를 통해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 볼 수 있고, 말할 내용을 자연스럽게 구성하고 조직하는 연습을 하며, 조리 있게 말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책에 대해서 토론하기다. 책을 읽고 난 느낀 점 나누기, 궁금한 점 서로 묻기, 새롭게 알게 된 사실 말하기, 좋은 구절 소개하기, 시를 이야기로 바꾸어 설명하기 등이다. 세 번째는 책과 관련되어 자신의 생각을 넓히기 위한 활동으로 토론을 할 때도 있고, 상황극(또는 1인극), 논술하기, 시 낭송, 보고서 쓰기, 사례 조사, 그림그리기, 자서전 쓰기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한다.

 예를 들면,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공지영, 푸른숲, 2005)’을 읽어오고, ‘사형제, 시기상조인가, 폐지되어야 할 악법인가?’를 주제로 찬반토론을 한다. 모임날짜에 앞서 사회자를 정하고 찬/반팀을 나누고, 미리 토론 규칙을 설명한다. 토론을 위해 미리 자료를 찾아서 정리해 오는 과제를 내주고, 모임에서는 사형제 찬반토론을 했다. 토론이 끝나고 모둠 대표는 토론 내용을 정리하여 사형제 찬반에 대한 글을 다듬어 담당교사에게 제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Ⅳ. 글밭 나래, 우주인 활동 소감


 친구들과 다양한 책을 읽고 고민하고 서로가 생각한 바를 나눈다는 것. 그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즐거웠다.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모여 각자가 고민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속으로 푹 빠져든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사람들의 또 다른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니까 말이다.[OO고 2학년 O반, 이OO]

 교사로서 뛰어난 재능에다 의욕에 가득 찬 아이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있을까 싶다. 학습동아리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는 일은 참 즐겁고, 보람도 있다. 그래서 학습동아리 활동에 보태는 내 시간과 에너지가 전혀 아깝지 않고, 오히려 학생들에게 더 건네줄 수 없는 내 능력이 부족한 것을 새삼 자책하게 된다. [글밭 나래, 우주인 담당교사 느티나무]


Ⅴ. 글밭 나래, 우주인의 2학기 계획


 글밭 나래, 우주인의 정기 모임은 이번 여름방학 때도 계속된다. 독서토론 동아리의 특성상 학기 중에 매일 만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방학 중에도 꾸준히 모여서 1학기 때의 활동 내용을 그대로 이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방학이 시작하면 스스로 계획하고 준비해서 만든 학습동아리 여름캠프도 다녀올 것이다. 여름캠프도 정기모임의 내용과 형식은 유지하겠지만, 덧붙여서 1학기 활동 평가와 2학기 활동의 세부 내용을 촘촘하게 세울 것이다.

 2학기가 시작되어도 지금의 활동 형태가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조금 더 내실을 다지면 되지 않을까 싶다. 특별히 중요한 활동이라면 내년에 2학년이 되는 학생들에게 독서논술동아리의 중요성과 의미를 알리는 교내 발표회 같은 소박한 자리를 마련해서 이 동아리가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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