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세상, 어땠을까? 세상 밖으로 나서지 않아도 그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책이 좋은 것이겠지. 그런데, 책만 보고 세상을 안다는 생각하는 건 착각인거 알고  있겠지? 그래서 책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고. 앞으로 졸업을 하게 되면, 우리도 세상 속에 뛰어들어서 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거야.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을 미리 만나본 소감은 어땠는지 생각해 오면 좋겠다.(3분 내외로 말하기) 그리고 책을 통해 만났던 사람 중에 특별히 인상적인 사람이 있다면 누구였으며, 왜 그런지 말해 보자.(3분 정도로 말하기-그 정도 분량으로 써 오기)

   내가 만난 차별을 주제로 생각을 정리해 오기.(이건 그냥 모둠토의를 하기 위한 준비단계야.) 아무래도 아직 학생이니 학교에서 이유 없이 차별받아 본 경험이 있거나 지금도 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많겠지. 우리가 돌려 읽은 ‘십시일반’이나 ‘사이시옷’을 통해서 이유 없이 자신의 권리를 빼앗기거나 차별받은 경험을 모둠별로 토의할 거야.

  모둠 구성은 내일(화요일, 자율학습 시간, 5층 정독실^^) 모였을 때 바로 발표할게^^

  오늘 하루 행복하게 지내고, '길에서 만난 세상'을 읽는 동안 아주 즐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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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 이른 무더위가 곧 시작되나 봅니다. 오늘부터 날이 많이 더워진다고 합니다. 날이 점점 더워지면 학부모님께서도 일하시는 게 더 힘들어지지 않으실까 하는 걱정과 함께 우리 반 녀석들이 그런 부모님의 고생을 조금만 더 알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학부모님, 안녕하십니까? 이제 한 달 만에 두 번째 편지로 인사드립니다. 오늘은 우리 반 녀석들이 사는 얘기도 좀 해 드리고, 학부모님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하려고 합니다.

  우리 반에서 4월에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일은 지난 주(4월 30일-5월 3일)에 있었던 중간고사였겠지요? 3학년 첫시험이라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고 그 전에 대체로 열심히 공부도 했는데, 공부라는 게 금방 성과를 드러내는 게 아니라서 당장 이번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습니다만, 열심히 노력한 건 분명하니까 그 점은 인정해 주셔야 할 듯합니다. 담임인 저도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시험내내 청소도 안 시키고 공부하라고 일찍 집으로 보냈습니다.

  또, 4월 18일에는 학력평가(모의고사)가 있었고, 그 결과도 얼마 전(4월 26일)에 학생 편으로 전해드렸습니다. 성적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학생의 등급입니다. 모의고사 성적표를 모아두시고, 성적 변화를 꼼꼼히 살피시는 것이 필요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께서는 아무래도 학생의 등급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을 알고 싶을 듯한데, 예년과 달리 등급으로 지원하게 되는 이번 입시의 특성상 조금 더 기다리셔야 안내 자료가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4월에 끝내려고 마음먹었던 개별 상담은 여러 가지 학교 일정으로 시간을 잡지 못해서 아직도 대여섯 명 정도가 남았습니다. 개별 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생활 태도와 학교생활의 만족 정도, 진로와 흥미, 진학지도에 대한 기본 자료 등을 파악할 수 있어서 저에게는 아주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1차 상담이 끝난 후 6월부터 2차 상담도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인 5월 4일에 김해 연지공원으로 소풍을 갔었습니다. 겸해서 졸업앨범에 들어갈 개별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는 녀석들의 모습에서 우리 아이들이 참 순박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습니다.

  평소 우리 반의 자율학습은 교실에 25명 정도와 정독실에 7명이 꾸준히 공부하고 있습니다.(자율학습 없이 귀가하는 학생은 10명 정도입니다.) 휴무토요일이나 휴일(5월 5일)에도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등교해서 오후 5시까지 자리를 지키며 공부해 왔습니다.

  앞으로 5월에는 여러 가지로 학교행사가 많습니다. 11일에는 체육대회가 있고, 15일은 스승의 날과 관련해서 언론을 비롯한 학교 안팎의 오해와 잡음을 해소하기 위해 휴무합니다. 24일은 ‘부처님오신날’이라 수업이 없고(학생들은 등교해서 자습합니다.) 6월 7일은 11월 15일에 실시하는 수능 예비시험인 모의수능시험이 있습니다.

  5,6월은 입시생이라는 부담감으로 잔뜩 긴장했던 3,4월 이후에 학생들이 슬슬 마음이 풀어지는 때입니다. 아울러 3학년 들어와서 단단히 마음먹고 지금껏 공부해 했는데, 막상 성적에는 별로 변화가 없어 낙심하거나 실망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이래서 공부가 쉬운 게 아닙니다. 공부는 흐름이고 리듬입니다. 평소에 생활해 온 습관대로 꾸준히 공부하는 게 결국 좋은 성과를 내는 지름길입니다. 그러니, 이럴수록 더욱 단단하게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학부모님께서 학생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주시고 격려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반 학부모님께서 정기적으로 간식을 넣어주시는 것은 다른 반의 시샘을 약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반 학생들은 무척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햄버거나 이런 것들도 잘 먹어서 좋은데, 저는 몸에 안 좋은 것 같아서 조금 걱정스럽습니다. 혹시 마음 상하는 아이들이 있을까봐 저는 일일이 어느 부모님께서 간식을 사주셨다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부모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리라 믿습니다. 앞으로도 사 주시는 간식은 맛나게 잘 챙겨먹겠습니다.

  담임 전화번호가 010-2564-OOOO인거 아시지요? 학생에게 아무 일이 없어도 가끔 전화해 주셔서 아이가 학교생활은 잘 하고 있는지 물으셔도 됩니다.

  다음 편지는 장마가 시작할 때쯤에 드리겠습니다. 그 때까지 학부모님께서는 건강하시고, 가정에도 평화가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빌겠습니다. 늘 우리 반 일에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3학년 4반 담임인 느티나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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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설레고 떨리는 첫모임! 열심히 해 보겠다는 의욕이 앞설 거야. 자, 자,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조용히 시작해보자. 사실 모임의 예년에 비해 꽤 늦어서 나도 조바심이 난다. 그래도 이제부터라도 꾸준히 간다면 못할 것도 없지! 자, 잔소리는 여기까지!!

   처음으로 읽을 책은, 유진과 유진, 여러 번의 고심 끝에 고른 책이야. 우리가 어떤 이야기로 모임을 시작해야 할까 오래 생각했거든. 중학교 여학생들 이야기. 너희들이 지나온 시절이지. 그 시절을 거쳐 왔기 때문에 약간은 유치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른이 돼서 읽는 이 책은 또 다른 의미가 있거든.

   나는 너희들이 어떻게 여기, 이 자기에 서 있는지가 궁금하단다. 사는 건 상처받는다는 것이거든. 살다보면 누구나 자잘한 상처를 안고 살지. 그래서 너희들이 지금까지 겪었던 상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 싶어! 물론 이 책에서 나온 얘기처럼 큰 사건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야. 그냥 남들이 보기엔 사소한 것일지라도 자기 마음속에 남아있는 무엇! 그 마음속 얘기를 꺼내보는 거지. 공책이나 컴퓨터로 정리해서 와야 한다. 그리고는 파일을 만들어 보관하면 좋겠다. 아직 낯선 얼굴들을 보며 말하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 근데, 반대로 더 친해지면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거든. 그러니까, 네 마음에 담고 살아가는 얘기, 가 있으면 해 줘!

   다른 하나, 나의 ‘중학교 시절’의 명장면을 뽑아 오는 건 어떨까? 내 마음에 남아있는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 각각 3개씩만 적어오면 좋겠다.

   책 재미있게 읽으렴^^ 가끔 내 자리로 놀러와 주면 더욱 좋고!! 다음 모임은 4월 17일에 해야 할 것 같구나! 책도 늦었고, 수련회도 있다니까, 다른 날 잡기도 어렵네. 그리고 임시로 잠깐 모이는 건 다음 주 화요일, 저녁 9교시로 할게<1시간만 내주면 좋지~!!수련회 가는 사람은 할 수 없고!!> 회원가입 빨리 해 주고, 전화번호 목록도 만들자!!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찾아와서 물어줘. 안녕.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느티나무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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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5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봄꽃도 활짝 피었지만, 어제는 화사한 봄빛 대신 짙은 황사 때문에 뿌옇기만 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 몸을 망치는 이 먼지에 몸도 마음도 힘드시지 않으셨는지요?

   학부모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올해 댁의 귀한 자녀의 담임을 맡은 3학년 4반 담임교사 느티나무라고 합니다. 저번에 학부모 간담회에 오셨던 부모님들께는 짧게나마 인사를 드렸는데, 제가 아직 한 번도 인사를 못 드린 분이 더 많지요? 저는 국어 과목을 담당하고 있고 올해 경력 9년차 젊은 교사입니다. 제가 매를 잘 들지는 않지만, 성격은 꼼꼼하고 진지해서 아이들이 조금 힘들어할 때도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덕천동에서 쭉 자랐고, 지금도 화명동에 살고 있는지라 이 동네가 아주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전임지인 화명고에서 낙동고등학교에 온 지는 3년이 되었고, 지금 우리 반 아이들이 1학년 때부터 3년 동안 함께 생활해 와서 아이들과는 조금 친숙한 편입니다.

   해마다 아이들을 만나는 기분이야 늘 설레고 기쁜 일이지만, 올해는 3학년을 맡아 마음이 좀 무겁고 책임감이 느껴져서 걱정도 많았습니다. 부모님들께서 생각하시는 것처럼 입시성적이 중요한 시기인데, 우리 학교 학생들의 성적이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도 2학년 때와는 달리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 지금보다는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조금 더 일찍 철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이라도 마음을 다잡으면 못할 것도 없다고 봅니다. 아이들이 지난 3월에 굳게 먹었던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담임으로서 최선을 다해 학급을 운영해 볼 계획입니다.

   저는 늘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하게 생활하는 꿈을 꿉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가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즐거운 현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공부도 스스로 즐겁게 할 수 있어야 가장 효과가 크고 의미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반은 모두 45명인데, 그 중 세 명은 다른 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기 때문에 교실에는 42명이 늘 같이 생활합니다. 대체로 ‘순둥이’들이라 별로 큰 탈 없이 제 시간에 오고 아침 영어듣기부터 정상 수업, 보충수업, 방송수업, 자율학습을 잘 해오고 있습니다. 보충수업은 하루에 두 시간씩 해서 모두 10시간을 듣고, 화요일과 목요일은 EBS방송수업을 시청합니다. 자율학습은 10시에 끝나는데, 우리 반에서는 학원 수강, 독서실, 가정 학습 등의 사정으로 자율학습에 10명 정도가 불참하고, 교실에는 대략 서른 명 정도가 남아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11시까지 남아서 할 학생들은 개인별 자리를 부여받아 정독실을 이용합니다.) 토요일에도 휴무일 없이 학교에 나와서 방송수업과 자율학습을 오후 5시까지 합니다. 

   지난 3월 2일에 진급해서 3학년이 된 녀석들에게 가장 중요했던 일은 3월 14일에 친 학력평가였습니다.(성적표는 지난 30일에 학생 편으로 보냈습니다.) 생각만큼 성적이 잘 안 나온 듯합니다. 원래 공부가 단기간에 금방 성적이 오르는 게 아니니까 지금은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일단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해 줬습니다. 아이들이 동요 없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도 많이 격려를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4월에도 학력평가가 있고(18일), 4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는 3학년 내신 성적에 중요한 중간고사 기간입니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니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도 함께 애쓰시면 좋겠습니다.

   이후로도 학교의 중요한 연락 사항이나 학생의 개별 신상에 관한 내용은 휴대전화기 문자메시지를 이용해서 자주 연락드리겠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담임인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언제든 전화해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제 연락처는 010-OOOO-0000입니다. 학교전화는 337-0000로 하시고 연결번호는 000번입니다.

  중간고사 후에 다시 편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 동안 저는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낼 테니 학부모님들께서도 가정에서 건강하고 평안하시기를 빌겠습니다.

지금까지 3-4반 담임 느티나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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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4-03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부모가 아닌데도 감동 먹었어요. 감사해서요.

느티나무 2007-04-03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은 선생님이시잖아요^^ 그냥, 올해는 가정통신문을 좀 열심히 써보려고 생각했거든요~!
 

‘우주인’, 지구에 내려오다

최 인 자 교 수 님
(신라대학교 국어교육과)

   내가 ‘글밭 나래 우주인’들을 만난 것은 작년 가을이다. 평소 현장을 연구하고 싶었던 나의 갈증을 마침 이주형 선생님이 풀어주신 셈이었다. 원래의 계획은 내가 궁금한 내용을 설문지로 돌려 학생들이 답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느끼고 있는 책 읽기의 즐거움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설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즐거움은 매우 다양할 수 있고, 또 외부인인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점도 많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원래의 계획을 전면 수정하였다. 그리고 이 ‘우주인들’을 관찰하기로 마음먹고 그 영광(?)을 얻었다.

  이들은 매주일 한 번씩 특별실에서 모여 토론하였다. 4층 교실 맨 끝 방. 어두컴컴한, 사람 기운이라곤 전혀 느낄 수 없는 황량한 교실. 그러나 이들은 무엇이 좋은지 왁자지껄 책을 펼치고 이러저런 이야기를 시작해 나갔다. 내가 가장 놀란 사실은, 여러 친구와 선생님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생활과 생각을 스스럼없이 말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요즘 학생들은 자기표현의 말들을 아주 잘 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학교 교실을 찾아가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주인’들은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삶과 생각을 편안하면서도 정돈하여 말했다. 그리고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였다. 이는 참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사실, 우리나라 학교 현실에서 ‘함께 읽기’의 모습은 매우 찾아보기 힘들다. 나 자신도 ‘책벌레’라고 할 만큼 책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대부분, 혼자만의 방에서 은밀하게 읽는다. 내가 혼자 열고 내가 혼자 만드는 상상의 나래는 어쩌면 나무 그늘 같은 휴식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읽은 책을 함께 나누고, 함께 이야기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세계의 열림이라고 할 만한 특별한 것이다.

   내가 보기에 우주인들은 독서를 문화의 하나로 즐기고 있는 듯이 보였다. 요즘 학생들에게 독서는 노동이고, 학습이고, 약속이다. 그것은 만만치가 않고 힘들다. 우주인들의 속사정을 내가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 이들에게 독서는 친구와 선생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매체였고, 또 생활에 자신감을 불어 넣을 수 있는 활력으로 보였다. 획일적인 학교 수업에서,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그 이야기를 들어 주는 친구가 있고, 또 선생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경험이 되지 않나 싶다. 사실, 책은 생활 속에서 어떤 삶과 함께 하는 것이다. 책을 통해 어떤 사람과 깊은 만남을 가지기도 하고 또 책을 통해 자신이 변화하는 느낌을 얻기도 한다. 독서 경영이니 독서 클럽이니 하는 말들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인 듯하다. 

   우주인들의 책 읽기는 다소 프로젝트형이다. 그들은 책을 넘어서 세계를 읽고, 자신을 읽고, 또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었다. 나는 논문 속에서 ‘아카데미형 클럽’이는 말로 이런 모습을 표현하였다. ‘아카데미’란 말이 다소 무거울 수는 있겠지만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또 답을 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하고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모습을 담기에 결코 부적절하지 않다고 평하고 싶다. 학문의 출발은 자신의 질문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늦가을, 오랜만에 고등학교 교정을 밟으면서 한 개인의 힘이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가를 생각했다. 작은 파문은 더 큰 파문을, 그리고 더 큰 소용돌이를 몰고 오면서 호수 전체의 물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요즘 불고 있는 논술 광풍은 독서가 원래 삶으로부터 나와 삶으로 돌아간다는 본질만큼은 잊고 있는 듯하다. 스스로의 느낌이 생략된 책 읽기가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다시 새봄이 오고 있다. 작년 한 해를 거쳐 다져진 싹들이 새 봄엔 큰 나무를 키워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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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7-02-28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학교에서의 독서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중이시던 최인자 교수님께서 우리 동아리의 모델을 현장 연구하고 싶다고 하셔서 2학기에 우리 동아리의 활동을 관찰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