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방학, 많이 아쉬웠지? 여행은 좋았고? 나는 너희들의 행복한 수학여행 덕분에 행복했단다. 그 에너지로 앞으로 한 달은 기운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너희들이 여행가 있는 동안, 나는 우리 동아리가 2학기에 활동할 계획을 세우고, 책 주문해서 받고, 9월 23일에 있을 초청강사 섭외하고 그랬지. 이제 대충 준비는 끝났다.

   2학기에도 1학기처럼 다양한 활동들을 해 보고 싶은데, 참신한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 무척 힘들다. 2학기엔 더욱 ‘좋은’ 책을 골라 읽고 너희들과 토론하고 싶어서 조금 욕심을 부렸다. 준비한 한두 권은 너희들이 읽는데 조금 더 노력을 쏟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읽고 생각을 정리해 오면 좋겠다.

   다시 한 번 부탁하지만, 동아리 활동에 필요한 책 읽기를 게을리 한다는 건 다른 사람의 기회를 대신해서 혜택을 누리는 사람[하다못해 한 달에 두 권 자기에게 책이 생기는 거라도 말이다.]으로서 차마 못할 짓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이 열심히 해 온 거 잘 알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족을 한 번 더 붙였다.



   ‘구덩이’라는 책, 읽고 있지? 어땠어? 내가 이 책을 소개하면서 자주 하는 농담인데, “구덩이라는 책 읽으면 구덩이에 빠진다!” 어떤 사람은 벌써 다 읽고 ‘재밌다’고 하던데… 당근이지! 아직 이 책 읽은 학생들 중에서 재미없다는 반응을 본 적은 없었거든! (음, 방금 황정인 왔길래 물었더니 별로라고 하더군.)아직 다 못 읽은 사람은 뒷이야기가 궁금하지? 소설의 끝은 약간 시시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줄거리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 새롭고 신선해서 읽는 내내 흥미롭더라. 다시 한 번 소설은 허구[지어낸 이야기!]라는 사실과, 그러나 그 ‘허구’가 얼마나 치밀한 구조를 갖춰야 하는지 알게 해 주는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이제부터 중요한 이야기! 이 소설을 읽고 어떤 얘기를 나눠볼까? 나는 학교에서 소심하고 무기력한 스텐리가 초록 캠프에 와서 어떻게 달라졌나에 초점을 맞춰서 얘기해 보고 싶어. 그리고 나서 소설을 읽고 나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거지. 나에겐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 나도 모르고 있던 나? 나의 가능성 발견하기! 물론 그걸 지금 당장 생각한다고 떠오를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앞으로 일주일 동안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 이번 일주일을 통해 자기도 잘 몰랐던, 숨어있던 1인치의 ‘나’를 발견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읽고 큰 소득을 얻는 셈이겠지. 자, 그럼 길었던 사설 뒤에 활동 과제를 말해 볼게.

   이번 모임은 설빈이가 사회를 맡는데, 설빈이랑 의논해 본 결과 세 가지 활동을 해 오기로 했단다. 우선 공통과제로 부모님이 보시는 나, 형제들이 보는 나, 학교 친구들이 보는 나… 처럼 ‘누군가가 보는 나’로 인터뷰를 해 오든, 말을 듣고 자신이 글을 쓰든 상관이 없어. 거기다가 덧붙여 ‘내가 보는 나’를 꼭 써 오기. 아마 사람들이 각각 보는 내 모습이 전부 다를 수 있을 거야. 거기다가 ‘내가 보는 나’까지 합쳐보면 조금은 ‘나’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 숙제는 선택 과제인데, 미래를 통해 보는 나! 나는 무엇을 꿈꾸고 있나, 나는 미래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런 일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그 미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나는 지금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또는 그 꿈을 꾸고 있는 이유라든가, 그 꿈과 관련된 나의 재능은 어떤 것들이 있나?를 곰곰이 들여다보자. 이 숙제는 1-8반, 12반에 있는 학생들이 해 오면 좋겠어.

   세 번째 숙제도 역시 선택 과제인데, ‘내가 좀 잘났거든!’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 오는 거야. 음,‘성격 좋다’, ‘착하다’ 이런 추상적인 거 말고[이건 자기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단 증거야.] 아주 구체적으로 써와야 한다 - 돈을 아껴 쓴다, 집안 청소를 잘 한다, 물건을 잘 찾는다. … 처럼! 이 숙제는 9-11반에 있는 학생들이 해 오는 걸로 하자. 이거 민망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숙제니까 아주 무덤덤하게 객관적으로 자신을 훑어보고 글을 써 오도록! 뻔뻔할수록 재미있단다.^^

   자, 이번 모임이 언제냐 하면 9월 9일이야. 모임은 9교시에 간단한 생활나누기를 하고, 저녁을 먹고 올라와서 본격적인 발표와 과제 활동을 펼치는 거 알고 있겠지? 그럼 ‘구덩이’라는 책 열심히 읽고 간단하게 책에 대한 내용도 정리해 와야지.[50자 평가]

   즐거운 마음으로 동아리 활동 해보자. 너희들이랑 함께 책 읽고 공부하는 게 참 즐겁고, 기뻤다. 오래도록 이 행복감을 누리고 싶다.        

     9월 3일, 개학후유증을 앓고 있는 느티나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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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구름 그림자를 몰아낼 수 있을까?


   방학이 이제 닷새 지났다. 아직 실감이 안 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닷새라니, 꽤 지났지? 지난 번 우리 모임은 학교가 아닌 숲속의 어느 민박집에서, 다른 학생이 야자를 하고 있는 시간이 아니라, 방학의 자유를 만끽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깊은 밤이었다. 지금 그 밤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는 아쉬움이 가득이다. 졸리고 멍한 눈빛 탓에 말하지 못한 얘기도 많거니와 너무 많기도 하려니와 너희들의 얘기를 더 많이 들어야 했는데, 하는 마음 가득!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을 건네주며 내가 했던 말, 기억하지? 한 문장, 한 문장 꼭꼭 씹어서 읽어야 한다고! 소설을 쓴 사람이 한 문장도 그냥 쓴 문장이 없다고! 그렇게 읽어야 책 속에 더 깊은 의미를 숨어 있는 것을 알게 된다고! 내 말을 그냥 흘린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름대로 꼼꼼하게 읽어보려고 애쓴 사람도 있겠지? 그 밤에 했던 얘기들을 통해 구름 그림자의 의미나 허생과 왜냐 선생의 차이, 선재와 윤수의 차이, 또 순석이의 편지와 이경미(K)의 의미까지. 또 적자생존의 논리와 윤수의 항의, 반성문을 쓰는 것의 의미 등, 모든 것들이 그냥 그대로 쓰인 것 같지만 그냥 쓴 문장은 없다는 거, 이 소설을 통해서 배웠으면 싶다. 이걸 모르면 같은 책을 읽고도 조금 아는 것이고, 이걸 찬찬히 살펴서 깨달으면 같은 책을 읽어도 남들과 전혀 다른 책읽기가 되는 것이다.

   그날 있었던 얘기들을 천천히 떠올리면서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어주기 바란다. 그 때는 처음 읽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책읽기가 될 것이다. 읽다가 막히면 나에게 가져와서 의미를 묻고 토론해 보는 것도 좋겠다. 또, 읽었으면 책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야 하는데, 이 책을 읽고 자신의 학교생활을 진지하게 되돌아 봐 주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나에게 학교는 _________ 다.”라는 주제로 글을 한 편 써 보면 된다.(그럴 사람은 없겠지만, 노파심에서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나는 모두의 글이 어떤 방향으로 쏠리는 것을 무서워하는 사람이다. 자유롭게 자기의 생각을 정리해 볼 기회를 가지는데 의미가 있는 과제라고 믿는다.)

   너희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 적어도 300권은 되는데, 앞으로 우린 열 번도 만나지 못할 것 같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으냐? 이건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인 거 같다. 아쉬워도 할 수 없이 방학에 읽을 책 서너 권을 추천해도 이렇다. 이 중엔 같이 읽고 얘기 나누고 싶은 책들이 대부분이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렇게 하지 못하니까, 꼭 스스로 찾아서 읽어 보도록!! 물론 다 읽고 나면 동아리 활동집에 정리해 두는 건 의무야.

소설 : 한티재 하늘1,2(권정생), 아우라지로 가는 길1,2(김원일), 인생(위화)

인문 : 신문읽기의 혁명(손석춘), 동양철학에세이(김교빈 외), 21세기를 바꾸는 교양(박노자)

예술 : 침묵의 뿌리(조세희),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오주석), 천천히 그림읽기(진중권 외)

과학 : 생명이 있는 것은 아름답다(최재천), 우주와 인간 사이에서 질문을 던지다(김정욱 외), 물구나무 과학(전용훈), 울지 않는 늑대(팔리 모왓)

역사 : 거꾸로 읽는 세계사(유시민), 대한민국사1-4(한홍구), 십자군이야기1,2(김태권, 만화) 

   우리 동아리의 방학 계획을 이 정도에서 마무리 할까 싶다가도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인 너희들을 보면 자꾸 욕심이 난단다. 공부도 함께 하고, 좋은 그림도 같이 보고, 연극도 함께 보고, 문화유적 답사도 같이 다니고, 깊은 산에도 오르고, 스케이트장에도 가고…… 하고 싶은 것 천지지만 모두 다 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하겠지? 그럼 이 중에서 한두 가지 만이라도 같이 할 사람을 찾아봐야겠다. 물론, 방학 활동의 선택은 각자의 자유! 아 특별히 지리산에 오르는 날은 확정이야. 8월 21-22일!(예약을 위해 가고 싶은 사람은 8월 5일까지 나에게 귀뜸해 주렴. 가려는 사람이 세 명 이상이면 떠날 거야. 감동적인 여행이 되리라고 믿어^^) 거기에도 구름 그림자가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 마음속의 구름 그림자를 걷어 내 버리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믿는다.
 

                                                          7월 25일, 구름 그림자를 몰아내려는 느티나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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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상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까지 남은 기간 열흘! 그냥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시간이지. 마음을 풀어 헤치고 있어도 시간은 저절로 흘러가고, 저만큼 지나고 보면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가 남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을 동아리 활동에 쏟는다면 훗날 오늘을 되돌아보았을 때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데…

   방학 때까지의 동아리 활동과 관련해서 해야 할 일을 몇 가지 떠올려 보면, 내일(12일) 동아리활동 성과발표회(학생교육문화회관), 다음 주 화요일(15일)은 동아리 정기 모임, 21-22일은 동아리 여름캠프까지! 또 그 사이사이에 캠프 준비와 관련해서 소모임 별로 계속 모임이 이어지니까 아주 바쁠 거다. 방학 중에 읽어야 할 책도 두 세 권 지정해 줄 테니 구해서 읽어보렴. 방학엔 희망하는 사람들만 모여서라도 스케이트장에 한 번 가고, 지리산 정상에도 한 번 같이 올랐으면 싶은데[지금 생각해 본 날짜는 8월 21-22일, 산장에서 하룻밤!] 생각만 해도 할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에 나눠준 신문기사 읽어봤겠지? 비판적 사고가 공부의 핵심이라는 의견, 우리가 함께 책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이 그 신문기사에서 말하는 비판적 사고 능력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네. 사실 고등학교 공부는 무조건 책상에만 앉아 있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제법 깊은 생각을 바탕으로 집중해야 성과가 있다는 거 지금은 다 느끼고 있을 거다. 그러니 우리가 우리 생활의 되돌아보며 말로 풀어내는 활동[생활나누기]도, 읽는 책을 읽은 느낌 나누기도, 다양한 독후 활동도 사고력을 키우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그러니 끝까지 열심히 하자.[이번에 스스로 준비해서 다녀올 캠프도 마찬가지다.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다녀와서 평가서를 내는 것까지 모두 어떤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꼭 필요한 것이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다 읽었니? 책의 앞표지가 인상적이지? 그런데 난 뒷표지에 있는 글도 아주 충격적이었다. ---120억의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다는데 왜 하루에 10만 명이, 5초에 한 명의 어린이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는가? 만약 이 책을 알지 못했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더 오래도록 모르고 살았을 거다. 세계 곡물 가격의 폭등 때문에 일어난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소식도 무심히 흘렸을 것이고, 북한이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뉴스도 나와는 상관없는 딴 세상 이야기였을 것이다. 이 책이 우리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고등학생 중에서 세계의 식량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는 얼마나 될까? 중요한 것은 이런 인식과 고민 자체가 우리를 더 괜찮은 사람으로[우리 안의 고민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운다는 의미에서] 만들어 준다는 사실이지. 그러니 열심히 고민해 보자구!

   자, 그럼 이 책을 어떤 활동을 해 볼까?(사실, 이 활동 때문에 나도 무척 힘들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좋은 활동이 없을까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 시간이 없으니 고민은 여기서 그만!) 세 가지를 정리해 와야 한다. 먼저 이 책을 읽고 나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정리하기. 자기만의 스타일로 정리하기 예를 들면, 1)~ n) 같은 스타일로 정리해도 된다. 다음으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의 느낌 정리하기. 이건 그냥 감상문 형태로 쭉 쓰면 좋겠다. 이 내용을 다 쓴 다음에는 이 책을 읽은 우리가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고민, 아니면 세계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등을 같이 고민해 보고 그 내용을 발표해 보도록 하자.

   시간은 없다고도 할 수 없고, 많다고도 할 수 없는 거야. 내가 어떻게 쓰느냐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 모두 씩씩하게, 활동 내용 잘 정리해 오렴! 그래야 낼 만날 때 풍성한 식탁에서 우리가 행복한 만찬을 즐길 수 있을 거니까.

2008년 7월 14일, 느티나무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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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지난 번 모임의 행복한 기억이 오래 간다. 이런 경험이 앞으로 동아리 활동을 해 나가는데 힘을 주지. 마치는 종이 울리고 상황극이 끝났을 때 가방을 챙기고 책상을 정리하는 너희들의 표정이 어땠는지 아니? 진짜 화--ㄴ 했다구. 얼굴이 발그스레 달아올라 있는데, 다들 신났던 게 느껴졌거든. 나의 첫 문자 메시지처럼 정말, 아름다운 밤이었어. (쓰고 보니, 혼자만의 착각인가, 하는 생각이 살짝 들지만, 뭐, 이왕 쓴 거 그대로 밀고 가야지 어쩌겠어.)


   지난번 모임 자료 정리하는 거 잊지 말아라. 생활나누기 대신에 방학 계획 생각해 보기를 했었던데, 다시 한 번 글로 써 두는 거 잊지 말자. 공책이나 파일에 정리해 놓고, 방학이 끝나고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자구. 내가 얼마나 내가 세운 계획을 실천하는지 말이야.ㅋ(무섭지?^^;;) 두 번째로는 십시일반, 사이시옷에 대한 한 줄 평가. 저번처럼 이 책을 친한 사람에게 소개한다고 생각하거나, 이 책에 대한 내 느낌을 쓴다고 생각하고 50자 정도로 정리해서 보는 거야. 이렇게 꾸준히 읽은 책에 대해서 평가를 써 두는 습관이 생겨야 책에 대한 내용이 머릿속에 정리되어 다음에 꺼낼 때-이 책에 대해 얘기할 때- 헝클어지지 않게 뽑아낼 수 있거든. 체계적인 사고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많이 될 거야. 다음에 정리할 내용은 숙제로 내줬던 내가 차별 받은 이야기를 사례로 쓰는 거야. 이거는 여러 가지 사례를 쭉 나열하기 보다는 자기가 생각할 때 이건 진짜 ‘차별이다(또는 인권 침해다)’ 라고 생각하는 사례를 한 두 개 정도를 아주 자세하게 쓰는 게 좋아. 그러면서 이런 차별은 왜 생겨날까, 어떻게 하면 이런 차별을 없앨 수 있을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뻗어나가면 더욱 좋겠지. 음, 한 편을 글을 써보는 연습이라고 해야겠다. 고등학생 정도라면, 한 페이지 정도를 채울 정도의 생각의 넓이와 깊이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연습하지 않으면 이런 능력은 절대로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다음으로 세 모둠이 연극을 했는데, 각자 연극했던 내용의 대략의 줄거리 정도는 정리해 두는 게 필요하고, 모둠의 대표 학생은 줄거리와 함께 연극의 의도까지도 함께 정리해 두면 좋겠다. 특히나 모둠별 토의나 상황극은 말로 했던 것이니 지금 글로 남겨두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고 말테니까 정리하는 게 꼭 필요하다. 똑같은 잔소리지만, 지금, 당장, 정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정리하는 게 더욱 힘들어진다. 우리가 동아리를 하는 목적을 깊이 헤아리고 자기 생각이나 말을 글로 옮기는 실천을 꾸준히 해야 성과가 있을 것이다.
 

   이번 모임은 기말고사의 앞두고 있어서 날짜를 좀 당기려고 한다. 계획대로라면 24일인데, 다들 좀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20일로 옮겼으면 한다. 20일로 옮겨도 영어 동아리랑 겹치는 문제, 금요일엔 우리가 동아리실을 쓸 수 없는 문제가 있지만, 그건 내가 풀도록 노력해 볼 게. 별다르게 반대 의견이 없으면 20일에 모이도록 하자.

   우리가 읽을 책은, 아버지의 바다, 라는 포토에세이이다. 사진에다가 작가의 정서를 표현한 짧은 글이 덧붙여진 형태의 책이지. 아마 준비 시간이 짧아서 두꺼운 책을 읽기가 부담스러울 것 같아 골랐어. 그렇지만 그 감동은 오래 가리라고 믿어. 대신 숙제가 만만치 않아^^ 숙제는 ‘쉘 위 인터뷰’ 라는 주제로 가족 중의 한 인물과 인터뷰한 글을 정리해 오는 거야. 사진기가 있으면 인터뷰이(인터뷰의 대상자)의 모습도 꼭 담아 오고. 이 숙제가 어려운 사람은 참 어려울 건데, 이해하기 어려운(이해하지 못 했던) 가족의 모습을 조금은 더 깊이 이해해 보자는 게 이 숙제의 의도야. 이 숙제로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들의 속마음을 들여다  보고, 가족으로서 그들의 삶에 따뜻한 공감의 눈길을 보낼 수 있게 되면 좋겠어. 뒷장에 붙어 있는 참고자료를 잘 읽어 보는 게 좋은 인터뷰 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아버지의 바다,를 통해 생각이 한 뼘쯤 자랐으면 좋겠다.

눈앞에 성큼 다가온 여름 속에서 느티나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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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시옷]          [십시일반]

   안녕? 지나 화요일의 모임 자료는 이미 정리를 했겠지? 아직 정리 다 못한 사람을 위해서 모임 자료 정리하는 팁(tip)을 알려줄까? A4 용지 앞뒷면이나 공책 한 두 바닥 정도면 충분하다. (그 많은 분량을 어떻게 정리하냐구? 그 중에 이미 반 이상은 미리 숙제로 해 온 것이니까 금방 할 수 있다.)

 ① 책 제목과 날짜, 장소 등 구체적인 모임 일정에 대해서 적고,
 ② 자기가 생활나누기 시간에 발표했던 자기 생활 이야기도 짧게 쓰고,
 ③ 책에 대해서 한 마디 하는 시간에 말했던 책 소개도 기록하고,
 ④ 숙제로 해 온 글을 옮기거나 붙이고,(이번 같으면 ○○과 나, 글이 되겠지?)
 ⑤ 그 날 모임의 전체적인 분위기, 특징, 느낌까지 기록하면 완벽하지.

   한 두 번 공책(파일) 정리가 밀리면 힘들어진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나중에 나에게 부끄럽게 고백할지도 몰라. ‘열심히 안 했다고, 그게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말이다. 이미 늦은 걸 후회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거지. 자기한테 주어진 기회를 자기가 버렸으니, 누구를 탓할까? 내가 좀 강압적으로 하면 더 잘 될 거라는 얘기도 지난 2년 동안 들었는데, 우리 동아리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동아리 활동은 자율성이 생명이라고 믿고 너희들의 가능성을 ALE는다. 보잘것없는 성과라도 스스로 해내야 의미가 있다.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면 성과의 모습에는 연연해하지 말자.

   오늘 받는 책은 ‘십시일반’과, ‘사이시옷’인데,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상관은 없다. 읽고 나면 마음이 답답하고, 기분이 안 좋을지도 몰라. 왜 이렇게 우울한 책을 권하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게 현실이니까. 우리가 외면해도 현실이 변하는 건 아니니까. 오히려 외면할수록 현실은 더욱 나빠질 것이니까. 알아보자는 거지. 뭘 알아야 바꿀 수 있지 않겠어? 그래도 만화로 되어 있어서 금방 읽을 수 있고, 읽는 재미는 쏠쏠하지. 

   우린 다음 모임에서 상황극을 할 거야. 주제는 ‘학교, 차별, 인권’이다. 전에 강연에서 이상석 선생님이 우리나라는 ‘학생에겐 인권이 아예 없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걱정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우리가 이번에 다룰 주제도 학생 인권, 청소년 인권에 중점을 두고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책 내용을 그대로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책과 자신의 현실을 견주어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전에 얘기했었지. 

   공책에다가 자신이 차별 받았던 이야기나 인권에 심각한 침해를 받았던 경험(말이나 행동)을 떠올려보는 보고 그 사례를 글로 쓰렴. 그것이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아. 조금 더 예민한 감각으로 이유 없이(전혀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경험이 있으면 그 사례를 써 오는 거야. 모임하는 날에는 자신의 사례를 모둠으로 모였을 발표하고, 모둠별로 가장 공감이 가는 사례를 토의한 다음, 즉흥극으로 꾸며서 전체가 볼 수 있도록 공연하는 거지. 무대도 없고, 조명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무대도 아닌 무대지만, 막상 연극을 한다고 생각하며 심장이 쿵쿵거리더라.(나도 그래!) 그렇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야.(그러니 이런 거 한다고 불평하기 없기. 고등학교 다니면서 이런 상황극을 준비하고 공연해 본 학생은 얼마나 있을까? 또 교과서가 아닌 다른 책을 읽고 ‘인권’에 대해서 토론을 해 본 학생은 또 얼마일까? 너희들은 청소년의 1%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지금 맞이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상황극이 끝난 다음에 모둠의 대표 학생이 그 상황극의 시놉시스를 정리해 오면 된다.

2008년 5월 30일, 느티나무가 책을 건네며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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