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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재테크 행복한 가계부 - 행복한 돈 이야기
제윤경 지음 / Tb(티비)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3년전인가? 만기된 적금이 있어서 은행을 찾았다. 예금이율이 고작 3.5~4% 정도되던 때였다. 약 700만원의 돈을 어떻게하면 좀 더 불릴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이른바 분산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나의 결심은 은행 상담창구에 앉으면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담직원은 내게 “고객님, 주가가 앞으로 상승할 것을 예측하는 상품과 반대로 하락할 것을 예측하는 상품, 두가지가 있는데요. 이 중 어느 것에 얼마 하시겠습니까.” 잉? 주식??? 주식에 대해선 일자무식인 내게 주가가 상승이냐 하락이냐를 고르라니...그야말로 안개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때 이런 소리가 들렸다. “음...그럼 2억은 @@에 2억5천은 ##에..” 누군가 싶어 돌아보니 옆창구에서 상담받던 사람(척 봐도 돈 꽤나 있어 보이는 마나님)이었다. 내 귀에 ‘억’ ‘억’하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머릿속에선 게임끝....상황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아, 분산투자라는 것도 ‘억’정도는 손에 쥐어야 하는 거구나...’
그 후의 일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잔뜩 풀이 죽어서 “그냥 알아서 해주세요.”했을 거고, 직원의 요구에 따라 서명을 했다. ‘제공받고 설명들었음.’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같은 행동이다. 하지만 이런 일을 나만 겪은 게 아니었다. 내 가족, 친구를 비롯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먼저 나 자신부터 파악하자!!
돈은 어떤 것일까....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돈을 단순히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함정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불행한 재테크 행복한 가계부>에서도 바로 그 점을 지적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자신이 평소 돈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혹 돈맹은 아닌지 체크해보고 돈맹의 문제점과 극복방안들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또 ‘금융맹’이라고 해서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아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맹의 증가가 사회 전체의 저축률을 저하시킬뿐 아니라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는 금융맹...자신은 어디에 해당하는지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가진단을 해 볼 수 있다.
얼마전부터 사람들은 ‘돈을 모으려면 은행을 떠나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금융이관이라곤 오로지 은행만 알고 있던 내게 이 말은 충격적이었다. 증권사나 종합금융사는 나같은 일반 서민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여겼다.
하지만 고학력 부모를 둔 아이들이 일류대학에 진학하는 확률이 높듯이 부모의 금융에 대한 무지 역시 자식들에게 그대로 대물림된다는 대목에선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자신이 먹을 복은 타고 나기에 낳기만 하면 저절로 큰다고 하던 게 불과 30년 전이었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모든 금융상품은 상품일 뿐! 똑소리 나는 소비자가 되자!
“금융도 소비의 대상이다.” 이 책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고르듯 금융상품도 상품이기에 잘 보고 골라야 한다고.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우리는 대개 제일 먼저 제조회사를 따진다...꼼꼼하게 따져보고 구입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재산을 맡기는 곳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면을 보이고 있다. - 89쪽.
그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행을 공공기관쯤으로 착각하는데 그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고 한다. 거기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종사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할당을 채우기에 급급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고객의 자산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상이라는 것이다. 거기다 대출이라도 받을라치면 금융기관에 한껏 머리를 조아리고 굽신거리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불리한 대출조항에 항의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일이다. 왜냐면 대출상품도 상품의 하나일 뿐이니까.
“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하고 생긋 웃는 금융기관의 얼굴 뒤에 숨겨진 수많은 부조리...놀랍다. 하지만 이런 금융기관의 이중성을 개선하기 위해선 금융소비자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된다고 한다.
자신이 부담하고 있는 여러 형태의 수수료만큼 서비스를 요구하고 원칙에 부합하는 금융거래를 당당히 주장해야 한다. - 93쪽.
이 책의 3장에서는 여러 상황에 따라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을 언급하고 있다. 모르는게 약이 되는 시절은 지났다. 알면 몇 배 이득이지만 모르면 손해를 보는 것들을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펀드 가입할 때 물어볼 사항,
대출받을 때 꼭 해야할 질문,
은행에서 보험 가입할 때 물어봐야 할 사항,
변액보험 권하는 설계사에게 물어봐야 할 것...질문에 대한 답변을 올바른 설계사와 피해야 할 설계사로 구분해 놓았다.
이제 착한 소비자의 탈을 벗어던지자. 때로 영악하고 똑소리 나는 당당한 금융소비자가 되자.
행복해지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얼마전 내가 하는 독서모임 사람들과 이 책을 가지고 얘길 나눴다. ‘아직 다 읽진 않았지만 이러이러한 내용이 있더라.’는 얘기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런 얘길 했다. “그것도 다~ 돈이 있을때 얘기지. 지금 사는 것도 빠듯한데, 무슨 재테크를 하겠냐”
나도 그런줄 알았다. 신랑월급에서 매달 정해진 지출 금액을 빼고 나면 다음 월급날까지 살림하기도 벅차다. 근데 내 주제에 무슨...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3년전 나는 알토란 같은 내 돈의 주인노릇을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주입식 교육을 받던 학창시절엔 선생님께서 “이거, 아~~~주 중요하다. 시험에 꼬~옥 나온다. 자, 밑줄 긋고. 땡요땡요땡요, 별표 다섯깨!!”하고 중요한 것들을 알려주셨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이젠 스스로 변해야 살아남는다. 그래야 행복해진다. 누군가 물고기를 잡아주길 기다리지 말고 물고기 잡는 방법을 터득해보자.
매일 시간을 투자하자.
우선 책에서 알려준 여러 사이트를 즐겨찾기에 등록해놓고 수시로 들락거려야 한다. 메일함 쇼핑몰에서 보낸 쇼핑정보만 빼곡하게 채울 게 아니라 메일인터넷 신문의 ‘메일링 서비스’도 받아보자. 그래서 하루에 20~30분 정도 시간을 내서 틈틈이 금융공부를 해야 한다.
금융기간 방문의 날을 정하라. 일주일에 한 번 ‘금융기관 방문의 날’을 정해서 한번에 한군데씩 방문해보자... 펀드가입에 대해 상담을 받아보자. 투자상품 관련 안내책자, 전단지를 가져와서 다음번 방문때 자세히 물어보도록 하자. - 188쪽.
만약 타임머신이 있어서 내가 3년전 그 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하고 상상해본다. ‘망설이지 말고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는 거야. 어떤 상품인지 자료를 달라고 하고. 그리고 몇 군데 더 둘러보면서 비교해봐야지.’...생각만해도 흐뭇하다. 내 돈의 주인이 된 나의 모습이...
사실 이 책을 처음 읽을땐 실용서를 굳이 양장본으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 괜히 책 가격만 비싸게시리...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갈무렵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나처럼 금융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게 어떤 것일까...어떻게하면 어렵지 않고 쉽게 알려줄 수 있을까...고민했음이 눈에 띄였다.
이 책은 한번 읽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눈먼 생쥐가 코끼리 다리를 만지며 건물 기둥이라고 우기는 격이 되지 않으려면 가까이 두고 몇 번이고 연거푸 읽으면서 책에 손때를 묻혀야 한다.
너도나도 돈은 모으는 것이 아니라 불리는 것이라며 무언가 특별한 테크닉을 찾는데 열심입니다.... 이 책도 분명 돈에 관한 책으로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모으고 잘 불릴 수 있는지에 대한 과정과 방법을 이야기합니다...돈은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돈 그 자체에 욕심내는 불행한 재테크가 아니라 미래를 계획하는 행복한 재무설계가 필요합니다....- 저자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