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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의 복수 -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가 경고하는 인류 최악의 위기와 그 처방전
제임스 러브록 지음, 이한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지난주에 큰맘 먹고 에어컨을 구입했다. 작년 여름 둘째가 무더위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여름 내내 온 몸에 땀띠를 뒤집어쓴 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정말 아팠다. 올여름은 유래없는 무더위가 찾아올 거라는 기상예보에 좀 서둘렀다. 에어컨을 설치할 공간 확보하느라 요며칠 가구배치를 바꾸는데 어찌나 더운지 방금 갈아입은 티셔츠가 금세 땀으로 흠뻑 젖을 지경이었다. 뚝뚝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나와 신랑은 “우리집 예전엔 이렇게까진 안 더웠지?” “당연하지, 선풍기도 필요없었는데.” “근데 왜 이러냐?” “앞뒤로 높은 건물들이 자꾸 들어서니까 그렇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심하지 않냐?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걸? 지구온난화라든가.....”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가 경고하는 인류 최악의 위기와 그 처방전’이란 부제가 달린 책 <가이아의 복수>. 제목의 ‘복수’란 말보다 표지의 벌~겋게 달아오른 태양(?)의 사진에서 섬뜻한 공포가 느껴진다.
이 책의 저자인 제임스 러브룩은 1970년대 초에 지구가 어떤 생물이 모여 살더라도 그들에게 알맞은 지표면 조건을 능동적으로 유지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살아서 진화하는 자기조절 시스템이 있다는 ‘가이아 가설’을 내놓았다. 생물이 자신이 있는 행성 조건에 적응하면서 나름대로 진화한다는 기존의 이론과 반대되는 개념은 학계의 논란이 되었다. 지구란 거대한 생명체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후와 대기화학을 조절한다는 가설은 지금 ‘가이아 이론’으로 발전했다.
현재 우리는 지구가 정말로 자신을 조절한다는 것을 알지만, 증거를 모으는데 너무 오래 걸린 탓에 그 조절 능력이 약해지고 있으며 지구 시스템이 모든 생명이 위험에 처할 임계 상태로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발견했다. - 27쪽.
지구 시스템에서 나를 가장 처음 놀라게 한 것은 그것이 생명에 딱 맞는 온도와 화학적 조성에 가까운 상태를 유치할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우주가 존재했다고 여겨지는 시간의 4분의 1인 30억년 넘게 그래왔다는 것이다. - 68쪽.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이름을 붙여 지구가 살아있는 존재라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가이아 이론’에 의하면 21세기를 맞은 현재의 지구는 너무나 뜨거운 상태라 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모든 생명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한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태계 파괴를 비롯한 이상기온과 폭설, 폭우, 폭풍 같은 이상기후는 지구가 인간에게 복수를 하는 거라고 저자는 경고하고 있다. 우리 자신과 문명이 치명적이고 엄청난 위험에 직면하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된다고 강조한다.
산업화로 인한 온실가스가 급격히 증가함으로써 지구온난화가 가속되었다고 판단한 저자는 화석연료를 대신할 대체에너지가 시급하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태양열에너지를 비롯한 바람에너지, 조수에너지는 청정에너지원이지만 개벌초기단계라 실효성이 없고 천연가스는 주성분인 메탄 유출에 대한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석탄 대신 천연가스를 태우는 것은 지구온난화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에너지 집약적이고 화석연료로 가동되는 문명을 끌 수가 없다. 끄는 순간 붕괴하고 말 테니까. 우리는 동력 하강을 위한 연착륙이 필요하다. - 38쪽.
가이아에 해를 끼치지 않을 유일한 에너지원으로 그는 원자력과 핵에너지에 주목한다. 온실가스를 비롯한 엄청난 폐기물을 배출하는 화석연료에 비해 핵분열이나 핵융합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방출되는데다 생성되는 폐기물의 양도 적어서 꽤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핵무기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갖고 있는데 그건 잘못된 정보이며 다른 어떤 에너지보다 안전하다며 핵분열에너지야말로 뜨거운 열로 인해 병든 지구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책이기 때문에 금세기에 찾아올 새로운 암흑기를 피하려면 핵에너지에 의존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핵에너지를 둘러싼 끝없는 논쟁에서 반핵운동가인 다윗이 원자력산업이라는 골리앗과 용감하게 맞서 싸운다는 식의 가정을 종종 접할 수 있다....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려면 석유나 천연가스가 우라늄보다 100만배는 더 필요하다. -143쪽.
또 자신의 몸을 생각해서 유기농식품을 생산하고 찾는 사람이 많은데 그것 자체가 가이아를 괴롭히는 거라고 꼬집고 있다. 쉽게 말해, 배추 10포기를 수확하기 위해 30,40포기를 심고 그것을 위해 숲을 파괴하여 농경지를 만드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거다. 왜냐면 우리는 안락한 행성을 유지하는 가이아의 능력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서는 지표면의 절반 이상을 경작할 수 없기 때문(182쪽)에 단위면적이나 노동력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유기농업보다 적당한 살충제와 화학비료를 사용해서 현재의 농경지가 다시 숲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류를 위해, 지구를 위하는 일이라고 한다.
저자는 현재의 모든 인류가 선진국의 생활방식, 유럽인처럼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서 인간 이외의 다른 생명체를 몰아내고 지구환경이 붕괴되기 시작했지만 땅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란 걸 명심하라고 강조한다. 우리만의 것으로 착각해서 지구의 지표면을 사용하는 것도 중단하라고 한다. 인간 역시 지구에 존재하는 여러 생명체들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00편이 넘는 논물을 쓴 저자의 이론을 이 한 권의 책으로 이해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책의 첫 장에서 ‘가이아’가 무엇인지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지구의 현재 상태, ‘음의 되먹임’ ‘양의 되먹임’ 같은 생소한 용어, 에너지와 화학물질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책을 읽는 내내 애먹었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2번, 3번 읽을 각오를 하고 일단 끝까지 밀어붙였다.
떠듬떠듬하게나마 책을 다 읽고 나서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지구의 역사를 24시간에 비유했을 때 인간의 출현은 거의 자정이 임박했을 시각, 그러니까 23시 59분 전후였다고 한다. 즉, 약 1분 정도만 지나면 하루가 끝나는 시점에 태어난 우리 인류가 지금 지구의 생존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겁도 없이 막무가내로 덤빈다며 괘씸죄를 적용했을 것이다. 자신을 너무 심하게 대하고 회복불가능할 정도로 손상시켜서 멸종이란 극단적인 처벌책으로 위협하는 가이아의 형편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저자가 강조한 지속가능한 퇴보가 무엇인지 아직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지만 최소한 생활습관을 고쳐나가는 노력만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것도 하루라도 빨리. 우리의 미래, 후손들에게 지금보다 나빠진 지구를 넘겨줄 순 없지 않은가. (그나저나 고민이다. 오늘 내일중으로 설치될 에어컨....어쩐다???ㅠㅠ)
지구는 우주 비행사들이 바깥에서 우리를 위해 봐주기 전까지는 전체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으며...일부 우주 비행사들, 특히 달까지의 먼 여행을 한 사람들은 지구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지구를 고향이라고 했다. 어떻게 해서든 간에 우리는 그들처럼 생각해야 하며, 생명에 대한 본능적인 인식을 확장시켜 지구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 209쪽.
지금 전 세계의 관측자들이 내놓는 증거들은 우리 기후가 지옥이라고 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는 소식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뜨겁고 너무나 치명적이어서 현재 우글거리고 있는 수십억 명 중 극소수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이다. - 2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