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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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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기억난다. 대학 신입생때 첫 전공수업시간의 강의 주제는 바로 ‘생물이란 무엇인가’였다. 생물이란 무엇인가.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점은 어떤 것이며 생물만이 갖는 특징은 무엇인가. 이것에 대해 교수님은 두 시간동안 열심히 말씀하셨다. 하지만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지금 그때의 강의 내용 중 기억에 남아있는 건 거의 없다. 명색이 생물학도라면 이건 꼭 알아야한다고 하셨는데...중요한 골자는 모조리 홀랑 까먹고 그나마 남아있는 건 ‘생장, 생식, 진화, 자극에 대한 반응’...생물의 특성임과 동시에 생물과 무생물을 차이점이다. 또 생물이 지니고 있는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선 아직도 많은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만 기억할뿐....




후쿠오카 신이치의 <생물과 무생물 사이> 이 책을 들고 신입생 때의 일을 떠올렸다. 흩어진 지그소퍼즐, 그 낱낱의 내부엔 인간과 나비, 개구리 같은 생물과 DNA 사슬이 들어있다. 이것들을 모두 짜 맞추면 어떤 모양이 나올까 궁금해진다.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본격적인 얘기가 나오겠구나 싶었는데 난데없이 뉴욕 맨허튼이 등장한다. 혼잡한 도심 풍경,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의 모습을 한번 휘휘 돌아보고 카메라로 줌인 하듯 시선을 옮긴 곳은 바로 록펠러 대학이었다. 그리고 일본의 의학자 노구치 히데요의 업적과 그에 대한 미국에서의 평가를 서술하고 있다. 사실 노구치 히데요에 대해선 만화책(그것도 끝까지 보지 못했다 ㅠㅠ)으로 읽은 게 전부여서 그가 일본의 지폐에 등장할 정도로 존경받는 인물인 줄 몰랐다. 저자가 초점을 맞춘 것은 그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아니다. 노구치 히데요의 연구 진행 방식이 어떠했는지, 질병의 발병원인인 병원체를 추출하고 증명하는 과정에서 어떤 실수를 범하기 쉬운지 얘기하고 있다. 전자현미경이 발명과 함께 바이러스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짓는 기준에 혼란이 일고 있다고 말한다.




그 다음 저자의 눈길이 머문 곳은 어떤 고난과 비웃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히 성실하게 연구에 몰두한 과학자들 ‘이름없는 영웅’을 소개한다. 20세기 들어 생명과학은 화려한 꽃을 피우기에 이르렀는데 그 서막은 바로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왓슨과 크릭이 장식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엄청난 발견을 한 공적을 인정받아 왓슨과 크릭은 노벨상을 수상한다. 그런데 그 DNA가 유전자란 걸  왓슨이나 크릭보다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있었다. 오즈월드 에이버리. 그는 평생 독신으로 지내면서 예순을 넘긴 나이까지 연구실을 떠나지 않고 직접 시험관을 흔들고 유리 피펫을 조작했다. 그런 에이버리를 존경한 연구원들을 비롯한 록펠러 대학 사람들은 ‘에이버리에게 노벨상이 주어지지 않은 것은 과학 역사상 가장 부당한 사건이라고 입을 모으면서 왓슨과 크릭은 에이버리의 무등을 탄 버릇없는 손자에 불과하다(52쪽)’며 언짢은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결국은 에이버리가 옳았고 머스키는 틀렸다. 에이버리를 끝까지 견디게 해준 것은 무엇이었을까.....아마 시종일과 그에게 힘이 되었던 것은 자신의 손 안에서 흔들리는 시험과 내부에서 진동하던 DNA 용액의 반응이 아니었을까? - 51쪽.




에이버리처럼 자신의 피땀어린 연구 성과를 어이없이 도둑맞은 과학자가 또 있다. 로잘린드 프랭클린. 철저하게 귀납적인 접근으로 DNA의 구조에 다가가던 그녀는 왓슨과 크릭에게 DNA의 X선 사진을 도둑맞는다. 게다가 그녀를 독립된 연구원이 아닌 ‘조수’로 언급한 책도 출간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그 어떤 분야보다 냉철하고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판단을 최우선으로 할 것 같은 과학자, 그들의 영광스런 업적 이면에 이런 비리와 은폐, 조작, 음모가 숨어있을 줄이야 미처 몰랐던 사실이다.




책에서는 또 일본 대학에서의 연구실 환경이 썩 좋지 않다는 것(어쩐지 일본에 유학간 친구가 1년 후에 스위스로 떠났는데 혹시..???)과 지그소 퍼즐과 관련해서 잃어버린 조각의 모양을 알아내는 방법, 특히 광우병의 발병 원인인 프리온 단백질에 관한 대목은 광우병소 수입반대 촛불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요즘이라 무척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은 마지막, 책이 끝나갈 즈음 나왔다.




역시 우리는 뭔가 중대한 착오를 했거나 뭔가 못 보고 지나친 것이 있었던 것이다. 중대한 착오란 단적으로 말하면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미천한 인식이다. 그리고 간과했던 것은 ‘시간’이라는 단어였다. - 227쪽.




생명과 시간. 저자는 말한다. 생명이란 텔레비전 같은 기계가 아니라고. 그 둘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착오였다고. 수정란이 만들어진 그 순간부터 행진하기 시작하는 우리의 생명에 전진만 있을뿐 후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물에는 시간이 있다. 그 내부에는 항상 불가역적인 시간의 흐름이 있고, 그 흐름에 따라 접히고, 한번 접히면 다시는 펼칠 수 없는 존재가 생물이다. - 235쪽.




DNA의 존재를 찾아 생물의 신비와 미스터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안내서 같은 이 책 <생물과 무생물 사이>를 읽는 내내 내 귓가에 맴돌았던 말이 있다. “@@야. 발 닦고 자라!” 수업시간에 졸고 앉아 있는 내게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그땐 좀 창피한 걸로 그쳤는데 이제야 후회를 했다. 좀 더 열심히 공부할걸. 그랬으면 이 책 읽으면서 쩔쩔 매는 일이 없었을텐데....싶었다.




‘생명’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저자는 어린 소년시절부터 품어왔던 모양이다. 에필로그에 담겨있는 어린 시절의 얘기를 읽고 나니 저자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된다. 생명의 소중함, 존귀함을 아는 그이기에 더욱.




소년의 마음은 조급해졌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나는 알에 미세한 구멍을 내서 안을 들여다보자고 결심했다....나는 준비한 바늘과 핀셋을 사용해 조심스럽게 네모난 모양으로 구멍을 만들었다. 그런데....안에는 배에 노른자를 품은 작은 도마뱀 새끼가 어울리지 않게 큰 머리를 동그랗게 웅크리고는 조용히 잠들어있었다.

순간, 나는 봐서는 안 될 것을 본 듯한 기분이 들어 바로 뚜껑을 닫으려고 했다. 나는 곧 내가 저지른 짓이 돌이킬 수 없는 일임을 깨달았다....한번 외부의 공기에 닿아버린 도마뱀 새끼는 서서히 썩어들었고 형태가 녹아 내렸다.

이 경험은 오랜 동안 괴로운 기억이 되어 내 안에 앙금으로 남았다. 분명 이 경험은 경이로웠다. 그래서 이렇게 생물학자가 된 지금도 어딘가에 숨어 내 의식에 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 235~246쪽.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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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의 복수 -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가 경고하는 인류 최악의 위기와 그 처방전
제임스 러브록 지음, 이한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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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큰맘 먹고 에어컨을 구입했다. 작년 여름 둘째가 무더위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여름 내내 온 몸에 땀띠를 뒤집어쓴 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정말 아팠다. 올여름은 유래없는 무더위가 찾아올 거라는 기상예보에 좀 서둘렀다. 에어컨을 설치할 공간 확보하느라 요며칠 가구배치를 바꾸는데 어찌나 더운지 방금 갈아입은 티셔츠가 금세 땀으로 흠뻑 젖을 지경이었다. 뚝뚝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나와 신랑은 “우리집 예전엔 이렇게까진 안 더웠지?” “당연하지, 선풍기도 필요없었는데.” “근데 왜 이러냐?” “앞뒤로 높은 건물들이 자꾸 들어서니까 그렇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심하지 않냐?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걸? 지구온난화라든가.....”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가 경고하는 인류 최악의 위기와 그 처방전’이란 부제가 달린 책 <가이아의 복수>. 제목의 ‘복수’란 말보다 표지의 벌~겋게 달아오른 태양(?)의 사진에서 섬뜻한 공포가 느껴진다.

 




이 책의 저자인 제임스 러브룩은 1970년대 초에 지구가 어떤 생물이 모여 살더라도 그들에게 알맞은 지표면 조건을 능동적으로 유지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살아서 진화하는 자기조절 시스템이 있다는 ‘가이아 가설’을 내놓았다. 생물이 자신이 있는 행성 조건에 적응하면서 나름대로 진화한다는 기존의 이론과 반대되는 개념은 학계의 논란이 되었다. 지구란 거대한 생명체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후와 대기화학을 조절한다는 가설은 지금 ‘가이아 이론’으로 발전했다.

 




현재 우리는 지구가 정말로 자신을 조절한다는 것을 알지만, 증거를 모으는데 너무 오래 걸린 탓에 그 조절 능력이 약해지고 있으며 지구 시스템이 모든 생명이 위험에 처할 임계 상태로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발견했다. - 27쪽.




지구 시스템에서 나를 가장 처음 놀라게 한 것은 그것이 생명에 딱 맞는 온도와 화학적 조성에 가까운 상태를 유치할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우주가 존재했다고 여겨지는 시간의 4분의 1인 30억년 넘게 그래왔다는 것이다. - 68쪽.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이름을 붙여 지구가 살아있는 존재라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가이아 이론’에 의하면 21세기를 맞은 현재의 지구는 너무나 뜨거운 상태라 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모든 생명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한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태계 파괴를 비롯한 이상기온과 폭설, 폭우, 폭풍 같은 이상기후는 지구가 인간에게 복수를 하는 거라고 저자는 경고하고 있다. 우리 자신과 문명이 치명적이고 엄청난 위험에 직면하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된다고 강조한다.

 




산업화로 인한 온실가스가 급격히 증가함으로써 지구온난화가 가속되었다고 판단한 저자는 화석연료를 대신할 대체에너지가 시급하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태양열에너지를 비롯한 바람에너지, 조수에너지는 청정에너지원이지만 개벌초기단계라 실효성이 없고 천연가스는 주성분인 메탄 유출에 대한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석탄 대신 천연가스를 태우는 것은 지구온난화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에너지 집약적이고 화석연료로 가동되는 문명을 끌 수가 없다. 끄는 순간 붕괴하고 말 테니까. 우리는 동력 하강을 위한 연착륙이 필요하다. - 38쪽.

 




가이아에 해를 끼치지 않을 유일한 에너지원으로 그는 원자력과 핵에너지에 주목한다. 온실가스를 비롯한 엄청난 폐기물을 배출하는 화석연료에 비해 핵분열이나 핵융합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방출되는데다 생성되는 폐기물의 양도 적어서 꽤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핵무기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갖고 있는데 그건 잘못된 정보이며 다른 어떤 에너지보다 안전하다며 핵분열에너지야말로 뜨거운 열로 인해 병든 지구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책이기 때문에 금세기에 찾아올 새로운 암흑기를 피하려면 핵에너지에 의존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핵에너지를 둘러싼 끝없는 논쟁에서 반핵운동가인 다윗이 원자력산업이라는 골리앗과 용감하게 맞서 싸운다는 식의 가정을 종종 접할 수 있다....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려면 석유나 천연가스가 우라늄보다 100만배는 더 필요하다. -143쪽.

 




또 자신의 몸을 생각해서 유기농식품을 생산하고 찾는 사람이 많은데 그것 자체가 가이아를 괴롭히는 거라고 꼬집고 있다. 쉽게 말해, 배추 10포기를 수확하기 위해 30,40포기를 심고 그것을 위해 숲을 파괴하여 농경지를 만드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거다. 왜냐면 우리는 안락한 행성을 유지하는 가이아의 능력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서는 지표면의 절반 이상을 경작할 수 없기 때문(182쪽)에 단위면적이나 노동력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유기농업보다 적당한 살충제와 화학비료를 사용해서 현재의 농경지가 다시 숲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류를 위해, 지구를 위하는 일이라고 한다.







저자는 현재의 모든 인류가 선진국의 생활방식, 유럽인처럼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서 인간 이외의 다른 생명체를 몰아내고 지구환경이 붕괴되기 시작했지만 땅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란 걸 명심하라고 강조한다. 우리만의 것으로 착각해서 지구의 지표면을 사용하는 것도 중단하라고 한다. 인간 역시 지구에 존재하는 여러 생명체들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00편이 넘는 논물을 쓴 저자의 이론을 이 한 권의 책으로 이해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책의 첫 장에서 ‘가이아’가 무엇인지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지구의 현재 상태, ‘음의 되먹임’ ‘양의 되먹임’ 같은 생소한 용어, 에너지와 화학물질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책을 읽는 내내 애먹었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2번, 3번 읽을 각오를 하고 일단 끝까지 밀어붙였다.

 




떠듬떠듬하게나마 책을 다 읽고 나서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지구의 역사를 24시간에 비유했을 때 인간의 출현은 거의 자정이 임박했을 시각, 그러니까 23시 59분 전후였다고 한다. 즉, 약 1분 정도만 지나면 하루가 끝나는 시점에 태어난 우리 인류가 지금 지구의 생존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겁도 없이 막무가내로 덤빈다며 괘씸죄를 적용했을 것이다. 자신을 너무 심하게 대하고 회복불가능할 정도로 손상시켜서 멸종이란 극단적인 처벌책으로 위협하는 가이아의 형편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저자가 강조한 지속가능한 퇴보가 무엇인지 아직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지만 최소한 생활습관을 고쳐나가는 노력만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것도 하루라도 빨리. 우리의 미래, 후손들에게 지금보다 나빠진 지구를 넘겨줄 순 없지 않은가. (그나저나 고민이다. 오늘 내일중으로 설치될 에어컨....어쩐다???ㅠㅠ)

 




지구는 우주 비행사들이 바깥에서 우리를 위해 봐주기 전까지는 전체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으며...일부 우주 비행사들, 특히 달까지의 먼 여행을 한 사람들은 지구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지구를 고향이라고 했다. 어떻게 해서든 간에 우리는 그들처럼 생각해야 하며, 생명에 대한 본능적인 인식을 확장시켜 지구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 209쪽.




지금 전 세계의 관측자들이 내놓는 증거들은 우리 기후가 지옥이라고 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는 소식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뜨겁고 너무나 치명적이어서 현재 우글거리고 있는 수십억 명 중 극소수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이다. - 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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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로 만나는 동물지식백과 2 - 신기한 동물의 생활
파멜라 히크만 외 지음, 이재훈 옮김, 팻 스티븐스 그림, 권오길 감수 / 청림아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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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심리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분명히 야단맞을 행동인 줄 뻔히 알면서도 무턱대고 사고치고 무서워하면서도 관심을 보인다. 큰아이는 어릴 때 개에게 손을 물린 이후로 지금까지도 개를 무서워한다. 놀러간 이웃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를 보고선 “귀엽다”...하면서도 막상 강아지가 자기 곁에 다가오면 질겁을 하고 도망가버리곤 한다. 무서우면 아예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될텐데...그러면서도 한번씩 강아지 키우자고 조르니...참, 희한하다. 아이들에게 있어 동물은 가까이 하고 싶은 일종의 동경의 대상...같은 그 무언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세밀화로 만나는 동물지식백과>는 ‘신기한 동물의 생활’이란 소제목처럼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동물들의 생활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먹이는 어떻게 구하고 어디서 사는지, 짝짓기 철을 맞은 수컷들이 짝을 찾기 위해 화려하게 치장하거나 큰소리로 울고 때로 목숨을 건 싸움까지도 불사한다는 것, 알이나 새끼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동물들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노력을 하는지, 떼를 지어 이동하는 동물들의 이동거리는 과연 얼마나 되는지...와 같은 그야말로 아침에 해가 떠서 오후에 질 때까지 동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구어체의 문장으로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처음 알게 된 것들도 많다. 몇 가지 꼽자면 동남아시아 보르네오 섬에 사는 물총새는 알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벌집 안에 알을 낳는다는 것이나 거미가 거미줄에 달라붙지 않는 이유는 바퀴살처럼 뻗어 있는 끈끈하지 않은 부분을 지나다니기 때문이라는 것, 암컷 돌고래 중에 어미가 새끼를 낳는 것을 도와주는 산파 돌고래가 있다는 것...등 동물의 세계는 정말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고 신기하다.




아이들이 동물의 생활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작은 실험실’이란 코너도 돋보였다. 벌집의 방이 왜 원이나 오각형 혹은 사각형이 아닌 육각형인 이유, 거품벌레는 알집을 거품 속에 넣어두는데 그 거품이 잘 터지지 않는 이유를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알아볼 수 있도록 했는데 실험과정이 쉬워서 아이가 무척 재밌어했다.




반면에 둥지를 틀거나 알을 낳을 한적한 바닷가를 찾기 못해 캐나다의 노래물떼새와 바다거북이 지금 사라지기 직전이라는 부분은 너무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세밀화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동물에 관한 지식을 알려주는 책인데 실사, 사진이 최고지 세밀화가 뭐가 좋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나도 첨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사진과 세밀화의 차이는 아주 크다. 사진은 대상의 순간을 포착하기엔 좋지만 시간과 장소, 밝고 어두움에 따라 강조되거나 부각되는 부위가 달라진다. 그에 비해 세밀화는 한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관찰한 것들을 모두 모아 한 장의 그림으로 완성한 것이다. 그래서 사진으로 가려져서 보기 힘든 나비나 토끼의 보송보송한 털이라든지 주름진 피부, 표정들이 더 잘 나타나기 때문에 왠지 따뜻한 느낌이 든다. 또 사진을 볼 때 어른들은 동물과 뒷배경을 구분할 수 있는데 비해 그림이나 사진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은 어렵다고 한다. 즉, 실제 형체를 가진 동물인지 어떤 것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배경인지 분간을 못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동물에 관한 지식을 늘어놓은 책에서 아이들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 속에서 만난 동물은 아이에게 공부의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이가 지금보다 더 많이 동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어른들이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생각해봐야겠다.




우리 어린이들이 동물 친구들과 더 친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건 상대를 속속들이 잘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리라 믿습니다....관심은 곧 사랑으로 이어지니까요. - 추천의 말 중에서.




참, 한가지 빠뜨린 게 있다. 이 책이 세밀화로 동물들의 털 한 올까지 세심하게 표현한 것만큼 아이들을 위해 세심하게 배려한 것이 돋보인다. 바로 책표지의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한 것. 간혹 아이가 두꺼운 표지의 모서리에 손이나 발, 얼굴에 상처가 나곤 했는데...이 책은 안심이다. 처음 받아들면서부터 마음을 푹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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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이야기 엄마가 콕콕! 짚어 주는 과학 3
장수하늘소 지음, 김미경 그림 / 해솔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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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콕콕! 짚어주는 과학>시리즈는 이 ‘동물이야기’가 처음이지만 무척 마음에 든다. 아이가 매일 수없이 쏟아내는 질문에 정확한 답을 해주고 싶지만 나로선 진즉 한계를 느끼던 터였다. 잘 모르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물쩍...넘어가는 것을 아이는 기가 막히게 알아챈다. “에이, 엄마도 모르는구나?” 엄마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어, 엄마도 잘 모르겠는데...이따 한번 찾아보자”하고 이실직고를 하는 수 밖에...




‘우리 사람은 동물들과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거예요. 다른 말로 하면, 우리 사람의 이웃이 곧 야생동물인 셈이지요.’...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이 책은 어린이들이 동물에 대해 궁금해하는 여러 가지 것들을 얘기하고 있다.




내용은 동물, 동물들의 삶, 동물의 종류, 별난 동물, 동물과 인간 관계...5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제일 처음 동물에 관해 언급한 부분이 유익했다. 동물이 식물과 어떻게 다른지...어떤 특징이 있는지 간단하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해놓았다.




동물의 종류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포유류를 비롯한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의 각 특징과 함께 서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또 어렸을 때부터 늘 품어왔던 의문, 원숭이는 정말  사람과 친척일까...하는 것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고 오랑우탄이 말레이시아 말로 ‘숲 속의 사람’이라는 새로운 지식을 덤으로 알게 됐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도 있었다. 긴 다리와 긴 부리, 전체적으로 하얀 몸이지만 날개 끝부분이 까만 황새가 1994년을 끝으로 우리나라에서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나 자유를 빼앗긴 채 동물원에 갇혀 지내는 동물들이 병을 앓는다는 점은 생각거리를 안겨줬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각 장의 앞머리에 본문의 내용을 ‘@학년 *학기’...하는 식으로 관련 교과 과정과 연결지었다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정보나 지식 관련책을 볼 때 늘 궁금했던 것이 ‘아이는 이 내용을 언제쯤 배우는 걸까’하는 거였는데 꼼꼼한 구성 덕분에 그런 걱정은 덜 수 있었다. 또 본문이 구어체의 문장으로 얘기하듯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3,4학년의 중학년 정도의 어린이라면 궁금한 점을 스스로 찾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들도 이번 참에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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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대장 솔뫼 아저씨의 생물학교 - 씨앗 속 생명 이야기 산대장 솔뫼 아저씨 시리즈
솔뫼 지음, 김정선 그림, 권오길 감수 / 삼성출판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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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들려진 한 권의 책! 열매와 꽃이 달린 나뭇가지로 집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생물학교! 그 곳에서는 생물 중에서도 꽃 피우고 열매 맺는 식물을 위주로 가르치는 모양이다. 생물학교란 글자를 나뭇가지와 꽃, 잎사귀로 모양을 낸 걸 보면....




이렇게 표지부터 이쁘고 싱그러운 <산대장 솔뫼 아저씨의 생물학교>란 책을 읽고 있으니 어린 시절이 자꾸 떠올랐다.




어릴 때부터 나는 과일 대장이었다.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철엔 온가족이 수박 한덩이로 더위를 잊곤 했다. 그런데 이 수박을 먹을땐 무엇보다 순발력이 필요했다. 여러 개로 조각낸 것 중에 제일 가운데의 큰 조각을 집으려면 다른 형제들보다 손이 재빨라야했다. 포도 먹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포도알이 빼곡하게 달렸으면서도 입에 넣었을때 단물이 쫙~ 퍼지는 송이를 고르기 위해 눈을 열심히 돌렸다.




이렇게 과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내게 엄마랑 언니들은 이렇게 말했다. “야, 씨 좀 뱉으면서 먹어라. 그거 다 삼키면 몇 년 있다가 니 뱃속에 수박이랑 포도가 주렁주렁 열리는 거 아나?” 엄마와 언니의 그 말이 장난이란 걸 알기까지나는 해마다 여름이면 내 뱃속이 걱정됐다. 작년에 먹은 씨도 엄청인데...이것까지 먹으면....이담에 진짜 내 배 터지는 거 아냐? ㅠㅠ.




도시에서 자랐지만 그래도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집주변엔 공터가 많았고 거기엔 호박이며 콩, 가지, 오이, 고추 같은 것들이 자라곤 했다.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친구들과 진탕 놀고 집으로 돌아올때면 뾰족한 가시가 난 것들이 내 옷에 들러붙어서 따라왔다. 또 여름이면 언니들과 봉선화 꽃잎으로 손톱에 빨갛게 물 들였는데 그때마다 언니들은 불평을 늘어놨다. 손톱에 봉선화 꽃물이 남아있을때 첫눈이 오면 첫사랑이 이뤄진다는데 부산엔 눈구경하기도 힘들다고...제발 올겨울엔 부산에 눈이 좀 왔으면 좋겠다고.




어린 시절 뛰어놀면서 보고 듣고 가지고 놀았던 많은 풀들을 중고등학교 생물시간에 만나면 무척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아하...내 옷에 붙어왔던 게 이것들이구나...전공이 생물학과라 식물분류학, 식물생리학을 전공과목으로 공부으면서도 대학때 배웠던 건 그다지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 경험하지 못한 지식은 뇌에서도 오래 살아남지 못하는가보다.




그러고보면 내 아이를 비롯한 도시에 사는 요즘 아이이 참으로 안쓰럽다. 입시 위주 교육 때문에 어린 아이때부터 자유를 맘껏 누리지 못하는데다 자연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어린 시절 내가 몸으로 자연스레 체험했던 것들을 요즘 아이들에겐 일부러 시간을 내어야 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산대장 솔뫼 아저씨의 생물학교> 이 책이 그래서 더 반갑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책 속의 내용, 꽃이 어떻게 이뤄졌으며 어떻게 열매를 맺고 씨앗을 퍼트리는지...하는 지식보다 더 값진 것을 이 책은 전해준다. 바로 부모와 아이의 공감이다. 부모는 자신들이 어렸을 때 여러 가지 꽃과 열매, 씨앗들을 가지고 어떻게 가지고 놀았는지 아이들에게 얘기해주고 함께 해보는 것. 도꼬마리나 도깨비바늘의 씨앗이 어떻게 옷에 달라붙는지 아이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이 책은 도와주고 있다.




사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들도 있었다. 은행나무가 암나무, 수나무가 따로 있어서 멀리서라도 마주 보고 있어야 열매는 맺는다는 것이나 단풍나무, 밤나무, 소나무는 다른 식물의 열매가 자기 땅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 도토리나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참나무 집안의 나무에선 모두 도토리가 열린다는 것...등의 얘기들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입말체로 써서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특히 씨앗의 이동에 관한 표현이 무척 재미있었다. 우주선처럼 발사되는 씨앗이라든가 폭탄처럼 터져서 날아가는 씨앗, 낙하산을 타고 날아가는 씨앗,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가는 씨앗, 종이비행기처럼 날아가는 씨앗, 동물을 몰래 타고 이사가는 얌체 씨앗 등 상황에 맞게 재치있는 표현을 써서 아이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자연이란 영원히 변치않는 친구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는 부모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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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천사 2007-08-13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듯한 글입니다~ ㅎㅎㅎ
책이 궁금해지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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