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한쪽 눈을 뜨다 문학동네 청소년 7
은이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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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도 이제 중반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절기상으로는 봄이지만 피부에 와 닿는 바람은 아직 차가운 냉기를 머금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설까요? 큰아이는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을 때마다 한차례 몸살을 앓곤 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큰아이의 몸살은 이어졌고 전 바짝 긴장했습니다. 혹시나 학교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는 건 아닐까? 맘이 통하는 단짝 친구는 사귄 걸까?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입에 무거운 자물쇠를 달아놓은 듯합니다. 여간해선 입을 열지 않네요. 엊그제 학교에서 학부모 총회가 열릴 때도 노심초사, 그 자체였습니다. 담임선생님과의 첫 대면이었으니까요. 다행히 선생님께서 큰아이가 친구들이나 학교생활을 문제없이 잘 해나가고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었지요.




뭐가 그리 걱정이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 나이 한 살 더 먹는 게 무에 그리 대수라고 호들갑이냐고. 그게 바로 과잉보호라고 하시겠지요. 그렇습니다. 사실 걱정할 것도 아니지요. 제가 큰 아이 때를 생각해봐도 새 학년이 된다는 건 설레임, 그 자체였습니다. 어떤 친구를 만날까...두근두근 가슴이 설렜습니다. 하지만....자꾸 별 것 아니라고 마음을 다잡지만... 가슴 한 구석에선 자꾸 걱정하고 염려스런 마음이 비집고 나옵니다. 지금의 학교가 예전의 학교와 같지 않다는 걸 알기에...




제가 읽었던 한 권의 책에서 지금의 학교가 어떠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제목은 <괴물, 한 쪽 눈을 뜨다>. 어느 남자 중학교 2학년의 교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한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여느 소설과는 달리 세 명의 인물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어서 사건의 진행이나 추이를 보다 다양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그 사건이란 것이 아이들의 집단 괴롭힘에 관한 거라 더욱 궁금했습니다. 아이들의 집단 괴롭힘이 무엇 때문에, 어떻게 시작되는지...




자폐증 기질을 보이는 임영섭은 반 아이들의 무리 속에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반 아이들의 집단 괴롭힘을 받습니다. 사소한 학용품을 비롯해 돈을 빼앗기거나 폭행을 당하는 아이입니다. 그런 영섭이를 안쓰럽게 생각한, 스스로 좋은 사람이고자 했던 담임은 반장에게 영섭이를 괴롭히는 아이들로부터 지켜주라고 당부합니다. 하지만 모범생인 반장 민태준은 반장도 원해서 된 게 아니었기에 그게 싫었어요. 에너지가 넘쳐난 나머지 언제 어디서나 돌출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관리(?)하기가 짜증났습니다. 반장이라는 책임감만으로 자제하고 억제했지만 결국 그 충동은 다른 면으로 드러나게 되지요. 여기에 걸핏하면 아이들에게 폭행을 가하는 문제아 무리가 더해지면서 사건은 터지고야 맙니다. 한창 예민하고 감정기복이 큰 사춘기 아이들이 가장 치욕스럽게 여기는 문제의 사건으로 인해 영섭과 태준, 그리고 정진을 비롯한 관련 아이들을 새로운 국면으로 몰아가고 급기야 아이들의 내면에 있던 괴물을 깨우기에 이르고 맙니다.




중2? 맞나? 고2 아냐? 몇 번이나 앞으로 되돌아가서 확인했는지 모릅니다. 이게 정말 우리의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 맞나?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작가이기 이전에 중학교 교사입니다. 학교의 울타리에서 일어나는 일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지요. 그걸 인식하는 동시에 절망감이 밀려왔습니다. 내 아이, 우리의 아이들이 순수하기만을 바라는 건 정녕 이룰 수 없는 욕심인 걸까요? 청소년과 부모, 교사를 떠나 모든 이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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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의 비밀
틸만 뢰리히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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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책 읽고 그림 그리길 즐겼다. 거기에 또 하나를 보탠다면 미대 다니는 언니의 서양화가 화보집을 뒤적이는 거였다. 언니가 애지중지하는 화보집이라 혹시나 언니에게 들킬까봐 조금씩 몰래몰래 들여다보면서 만난, 미술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고흐와 고갱, 세잔, 마네, 모네, 르노아르, 클림트...와 그들의 그림들. 어찌 보면 서로 닮은 듯하면서도 판이하게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그림들을 보며 시간가는 줄 모르던 때가 있었다. 때문에 서양화가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화가는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 그 계기가 됐던 인물이 바로 ‘카라바조’였다.




최근 출간된 <카라바조의 비밀>은 이탈리아 초기 바로크의 대표적 화가인 동시에 악마적 천재, 회화의 반 그리스도라 불리는 카라바조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서른아홉이란 젊은 나이에 요절한 카라바조의 파란만장했던 삶과 현대에 이르러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된 카라바조의 작품을 재조명하고 있다.




비바람이 몹시도 불던 어느 날 밤,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북쪽의 작은 항구 도시의 산로렌초 성당에 의문의 침입자가 나타난다. 예배당에 들어온 그들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자마자 재빨리 사라진다. 그리고 다음날, 성당 경비를 맡은 자매는 끔찍한 충격에 휩싸인다. 자신들이 지키고 있던 보물이 사라진 것이다. 바로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의 [아기 예수의 탄생]이.




포도주 상점을 운영하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미켈레(카라바조)는 외할아버지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어느날 지도를 그리던 외조부는 미켈레가 그림 그리는 것에 관심을 보이자 그를 밀라노의 시몬 페테르차노라는 화가에게 보내 그림공부를 하게 한다. 그 곳에서 미켈레는 도제 프란체스코로부터 집요한 성희롱과 협박을 받는 등 괴롭힘을 당하면서 속으로 다짐하게 된다. 언제가 자신만의 그림, 인물들의 움직임을 그대로 포작해서 캔버스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쉬게 하는 그림을 그리겠노라고. 얼마 후 4년간의 미술 수업을 마친 미켈레는 자신과 함께 성당의 그림을 그리자는 페테르차노의 제의를 거절하고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로마로 길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로마에서의 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힘겨웠다. 오로지 생활을 위해 작은 목재 패널에 성자 그림을 그려야 했고 주세페 체사리 다르피노를 만나 콘타렐리 예배당의 프레스코를 그리는데 보조가 되어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에 미켈레는 어느 곳에서도 안주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미켈레의 재능에 주목한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델 몬테 추기경이었다. 미켈레는 델 몬테 추기경을 만나면서 자신의 천재적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날개를 달게 되는데...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품격을 갖춘 환상적인 그림. 미켈레의 그림은 당시 여느 화가의 그림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성스러운 신의 모습을 주로 그리던 당시의 화풍과는 달리 창녀나 집시, 부랑자들을 모델로 한데다가 종교화를 그릴 때도 신의 근엄한 모습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더욱 부각시키는 그림을 그렸다. 때문에 그의 주변에게는 늘 이런저런 잡음이 그치지 않았다. 걸핏하면 감옥을 들락거렸고 결국 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도망치는 신세에 이르는 등 방탕한 생활을 일삼다가 서른아홉의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만다.




2010년 7월 18일,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의 사망 40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된 소설 <카라바조의 비밀>. 천재적 재능과 광기를 동시에 갖고 있었기에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카라바조에 대해 이제라도 알게 되어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정말 의문이 든다. 카라바조의 [아기 예수의 탄생]. 정말 어딘가에 아직 존재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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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리뷰 - 이별을 재음미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 책 읽기
한귀은 지음 / 이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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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가 즐겨보는 그림책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머나먼 우주에 ‘분홍별’이란 별이 있는데 그 나라의 여왕이 분홍을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별을 온통 분홍으로 물들여버렸다. 그런 어느 날 소녀가 여왕에게 이런 말을 전한다. “이 세상이 알록달록 빛깔들로 이루어져 있을 때 분홍이 더욱 돋보이지 않을까요?” 그 말에 번쩍 눈이 뜨인 여왕은 다시 주문을 걸어 세상은 알록달록한 빛깔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다.




뜬금없이 웬 그림책 얘기냐 할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거다. 아무리 아름다운 것도 지나치면 좋지 않다는 것. 뜨거움이 있으면 차가움이 있고 긴 게 있으면 짧은 것이 있는 건 당연한 것. 만남도 마찬가지다. 우리 삶에 즐겁고 유익한 만남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러면 만남의 순간은 무덤덤해지고 그 의미도 퇴색하고 만다. 이별이 있기에 만남도 존재한다. 그렇다고 이별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일상 속에서 무수히 이어지는 만남과 이별, 그 가운데 이별의 순간을 슬기롭고 현명하게 보냈을 때 우리는 더욱 성장하고 만남을 더욱 소중하고 아름답게 여기는 게 아닐까.




‘이별을 재음미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 책 읽기’란 부제의 <이별리뷰>는 이별에 대해, 그것도 가족이나 친구와의 이별이 아닌 사랑하는 그/그녀, 연인과의 이별을 이야기한다.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문학작품을 통해 이별의 순간을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책은 이별을 크게 ‘이별의 전조와 실연의 정황’ ‘부정과 슬픔의 정황’ ‘사랑에 대처했던 우리의 자세’ ‘본노하고 애도하라’ ‘사랑을 말해본다’ 다섯 개의 단계로 나누어 그에 해당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책 속의 등장인물들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자신의 이별을 돌아보게 한다. 각각의 이야기마다 빛깔을 달리하는 여러 가지의 이별을 보며 자신을 투영시켜서 눈물을 흘리거나 오히려 더욱 상처를 받고 아파하더라도 혹은 정반대로 그저 그런 반응을 보이더라도 그것은 곧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사랑을 한다면, 그리고 이별을 했다면 당연히 미쳐야 한다. 우리가 사랑과 이별을 겪을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어쩌면 미치지 않는 것이지 않을까. 약간은 미쳐서, 이별을 기억하지 않고, 다만 사랑만 더 아름답게 각색하면서 살아도 좋을 것이다. - 92쪽.




책에는 모두 32개의 작품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 중에는 정이현 [낭만적 사랑과 사회], 이청준 [이어도], 김승옥 [무진기행], 김훈의 [칼의 노래]처럼 많은 이에게 알려진 작품이 있는가하면 영화의 원작소설처럼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황순원의 [소나기]였다. 사랑이 무언지, 이별이 무언지도 모르던 때, 교과서에서 본 [소나기]는 어린 나를 한동안 가슴앓이하게 했다. 소녀가 죽음을 맞던 순간 남겼다는 말이 어른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순간, 책 속의 순박한 소년처럼 나 역시 울컥 눈물이 치솟았다. 그리고 연인과의 사랑과 이별 이전에 사람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깊이 사고해볼 수 있는 김형경의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은 조만간 꼭 읽어야 할, 그것도 행간의 의미를 되짚어보면서 책이 되었다.




언제나 이별에 서툴렀다. 나는. 그래서 이별의 순간이 닥치는 걸 두려워했다. 하지만 그래선 발전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조금 더디더라도 이별을 슬픔으로만 여기지 말자고 생각하게 됐다. 본문의 글자 크기가 다소 작아서 보기가 살짝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별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좋은 이별은, 좋은 사랑을 위한 희망이 된다. 사랑했다면, 그것이 이별로 끝난다 하더라도, 그 사랑에 대한 존중은 계속되어야 한다. - 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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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탐정 정약용
강영수 지음 / 문이당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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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은 흥미롭다. 교과서 속에 존재하던 과거의 인물, 딱딱한 지식에 머물렀던 역사는 소설을 통해 탈바꿈을 한다. 저마다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해서 ‘역사’로 전해지던 기록들을 드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그리고 그 이야기와 인물들이 얼마나 생동감 있느냐에 따라 당시의 역사는 3D입체영화처럼 우리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각인된다. 그래서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집중 조명을 받지 못했던 인물을 다룬 사극이나 역사팩션소설을 만나면 반갑다. 정약용을 전면에 내세운 소설이 최근 연이어 출간됐다. 하지만 학자로서의 정약용이 아니라 ‘명탐정’으로서의 정약용이란다. (내가 추리소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호기심이 동한다. 대체 정약용이 당시 조선의 조정에서 맡은 임무가 무엇이고 어떤 사건이 벌어졌길래 ‘조선명탐정’이라고 하는걸까.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게 될 정약용이 궁금했다.




깊은 밤, 검은 복면을 쓴 이들이 담을 넘는다. 그들의 움직임은 날랜 고양이처럼 재빨랐다. 하지만 운은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 아차 하는 실수로 그만 들키고 만다. “웬 놈이냐!”




만약 이 일이 벌어진 곳이 일개 민가나 양반집이라면 한바탕 소동으로 끝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곳은 지엄한 궁궐, 그것도 군왕의 침전과 가까운 곳이었다. 깊은 밤 침입자와 그를 막으려는 이의 현란한 칼부림이 이어지고. 무릎을 꿇는 침입자. 그에게 임금은 묻는다. 왜 자신을 향해 칼을 들었냐고.




나라를 다스리는 제왕의 목을 노린 이에게 매서운 문초가 아니라 도리어 조용하게 말을 건넨 임금, 그는 바로 정조였다. 하늘같은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음을 목도한 이후로 정조는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군왕의 자리에 올라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누구보다 백성을 위하고 공명정대한 정조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권을 찬탈하려는 무리들로부터 끊임없는 위해가 가해졌다. 이에 정조는 해결사를 투입한다. 그가 바로 정약용이었다. 이후 정약용은 사헌부 지평이 되어 정조를 위협하는 무리들의 배후를 밝혀내기 위해 본격적으로 사건해결에 나서기에 이른다. 그리고 차츰 사건의 핵심에 다가서는데, 거기에 바로 가지가 셋인 매화 그림이 있었다. 가지가 셋인 매화나무...그 그림이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명탐정 정약용. 처음엔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이내 정약용이야말로 명탐정의 자질이 뛰어난 인물이란 걸 실감하게 됐다. 여러 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정약용의 활약은 그야말로 CSI, 과학수사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이야기의 호흡이 길지 않았다. 커다란 줄기 안에서 여러 가지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사건을 그저 나열해놓은 느낌이랄까? 이게 정말 장편소설이 맞나? 단편소설집 아냐? 의문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의 묘사도 다소 엉성한 듯해서 치밀한 사건해결 모습을 기대했던 나로선 정말 아쉬웠다. 좀 더 탄탄해진 이야기 구성으로 명탐정 정약용의 활약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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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한다는 건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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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아직도 보통을 모른단 말이야? 책을 좋아하고 좀 읽는다고 하면 사람들은 곧잘 물어본다. 그거 읽어 봤어?로 시작해서 어때? 재밌던가?로 이어지는 질문들. 어쩌다 내가 읽어보지 못한 책이나 작가가 거론되면, 거기다 해당 책(작가)을 자신이 읽었다면 그들은 의외라는 듯 말한다. 세상에, 아직도 그걸 안 읽어봤단 말이야?라고.




내겐 알랭 드 보통이 그런 존재였다. 누군가 내게 알랭 드 보통의 작품이 뭐가 있지? 혹은 니가 갖고 있는 보통의 책은 뭐야?라고 묻는다면 줄줄 읊어댈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작품을 아직 하나도 읽지 못했으니...참,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내가 드디어 보통을 만난 것이다.




<너를 사랑한다는 건>이 바로 나와 보통의 첫만남 책이다. 이 책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에 이은 보통의 3부작 완결편에 해당한다고 하는데 그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3부작부터 거꾸로 읽어가면 되잖아? 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만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다. 아니 치명적인 난관에 봉착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바로 책의 이야기가 너무 난해하다는 것이다. 제목이나 이야기의 전체 흐름으로 봐서는 이 책이 ‘사랑’을 다루고 있음이 분명한데, 철학이나 인문서적도 아닌데 왜 이다지도 어려운 것이냐! 하늘을 보며 외치고 싶었다.




책은 나(화자)가 6개월을 함께 지낸 여자친구에게서 편지를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실 말이 편지지 “너를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로 시작한 그건 바로 이별통보였다. 여자친구는 가차없이 비난을 쏟아낸다. 자신을 사랑한다고 했지만 나르시시스트인 그가 사랑한 건 오로지 자기 자신 뿐이었다고. 언제나 고압적이고 독선적인 그로 인해 정말 힘들었다...등등. 갑자기 여자친구에게서 실연당한 그는 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전기’라는 단어에 눈길이 머물게 된다. 비트겐슈타인의 삶을 다룬 책을 보면서 그는 ‘공감하다’는 의미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되고 곧이어 누군가의 삶을, 이야기를, 전기를 써보자고 마음먹게 된다.




그가 주목한 인물은 얼마전부터 만나기 시작한 이사벨 로저스였다. 흔히 전기(傳記)는 후세에 귀감이 될 만한 인물, 위인이나 유명인의 업적과 삶을 적은 기록이라 지극히 평범한 이사벨은 적합한 대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겐 그녀가 어떤 인물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예전 여자친구가 일침을 쏘아붙였던 것들, 자신의 무심함과 독선적인 성향 같은 결점으로 인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그녀에 관한 모든 것을 알아야겠다고 다짐하고 관찰하기 시작한다. 이사벨의 어린 시절을 비롯해서 그녀의 가족관계, 성격, 습관, 남자친구 등등 지극히 사소한 것에 이르기까지 알아내는데 그 과정에서 그는 이사벨에게 매력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른 생각, 사랑이 이다지도 복잡했던가? 이렇게 난해한 거였어? 남편과 만나서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연인이 되어 결혼에 이르기까지를 곰곰 되짚어봐도 이렇게까지는 아니었다. 내게 단점이 있듯 남편에게도 분명 단점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내가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을거라(지금은 모르겠지만...) 여겼기에 서로의 반려자가 되었다. 거기에 비해 책 속의 연인들은 너무나 완벽한 것을 추구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어느 한 인간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거, 부처나 예수가 아닌 이상 가능한 일인가 말이다.




기대했던 보통과의 첫 만남은 그저 그런 수준으로 맺고 말았다. 거기다 놀라운 것은 이 책이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의 개정판이란 걸 뒤늦게야 알게 됐다는 점이다. 집안 어느 구석에 처박혔는지 모를 뿐 분명 내가 갖고 있는 바로 그 책이라니. 이.럴.수.가. 순간 현기증이 났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순 없다. 보통과의 만남을 이렇게 접을 수 없다. 다행히 지인들과의 독서모임에서 몇 달 후 보통의 책을 읽기로 했다. 그때를 다시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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