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보건포럼은 세계사회포럼 직전에 여는 관례에 따라, 이번에도 사회포럼 직전인 14-15일에 있었습니다.
사회포럼에 관한 정보를 알아보다가 보건포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주제도 사회포럼보다 좀더 제 관심사에 집약되어 있어서 참가하고 싶었습니다. 혼자서라도 참가하려고 인도 조직위에 문의하는 과정에서 어찌어찌하여 '글리벡과 의약품 접근권 문제'와 '바그다드의 보건의료 상황' 두가지에 대한 사례보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할랑하게 가서 정보만 얻어 오려던 것이 갑자기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다행히 저 말고도 이라크에 직접 다녀오셨던 선생님 두분이 보건포럼에 관심을 보여서 같이 참가했습니다.
* 이번 세계보건포럼의 주제와 주요 토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작년, 2003년은 1978년의 알마아타 선언이 있은지 2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알마아타 선언이 무어냐면, 1978년에 세계각국의 대표들이 WHO 주도 하에 알마아타라는 곳에 모여서 '2000년까지는 모든 사람에게 건강을(Health for All by 2000)'이라는 세계 보건의 목표를 세운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2000년이 지났는데도 세계의 보건 상황은 오히려 더 큰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건강'은 고사하고, 일차진료와 공공의료를 중심으로한 보건 서비스는 후퇴하고 있고, 세계적인 교류의 증가로 새로운 질병의 확산은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알마아타 선언 25주년을 맞아 'Health for All Now" 라는 주제로 금년 포럼이 준비되었습니다.
주요 토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Health in the Age of Globalization (세계화 시대의 건강)
2. Health in the Shadow of Militarism and War (군사주의와 전쟁 하에서의 건강)
3. Health Care and the Marginlized - Diabled, Religious/Ethnic Minorities, Dalits
(소외 계층과 보건 - 장애인, 종교적/부족적 소수자, 천민)
4. Health Care and Patriarchy (가부장제도와 보건)
5. HIV/AIDS : Confronting the Crisis (이에즈 : 위기를 직면함)
6. 기타: Traditional Systems of Medicines and Alternative Systems of Medicine (대안의학)
Environment and Health / Health Agriculture, Food and Nutrition Security (건강과 환경)
Health Reforms - Perspectives and Challenges for Health Policy for HFA (보건 개혁)
Reviving the Spirit of Alma Ata: Evolving the Mumbai Declaration (알마아타 선언의 정신을 되살림)
재미없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사진 설명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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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참가 일행입니다.
오른쪽부터: 이라크 다녀오신 송모 선생님, 그 조카와 아들, 이라크 다녀오신 김모 선생님, 의대생 이모양.
전 이사진 찍느라 안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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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말고도 개인적으로 포럼에 참가한 한국인들이 있었습니다. 건국대 산업의학과의 교수님 한분, 봉직의 한명, 치대 학생 한명... 모두 여자입니다.
사진에는 없는데 강릉대 예방의학과에 계신 여선생 한분도 개인적으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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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의장은 평소에 농구코트로 쓰이는 곳을 꾸며서 회의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전체 참가자는 700명 정도 되었구요, 회의장 가장자리에만 의자가 있고, 가운데 부분은 천을 깔아서 바닥에 앉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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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골대가 보입니다.
바닥에 앉는 것은 참 괜찮은 아이디어였던 것 같습니다. 공간과 의자도 절약하고, 바닥에 편한 자세로 앉아있는 것도 재미있더군요.
대부분의 참가자과 발제자들은 제삼세계에서 온 자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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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에서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환경으로 인한 보건 문제를 들고 나와서 내심 역시 선진국이라 환경 말고는 별 문제가 없나보다 부러워 했었는데, 미국 참가자가 두 팀이나 있어서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이사람은 이제 미국 '국민'들도 미국의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노력하고 있으니 힘을 실어달라는 요지의 말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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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성있는 두 처자는
미국의 가난한 계층의 의료혜택(미국은 최하층이 아니면 개인이 사보험을 들어야 합니다. 의료 수가가 비싼것도 유명하구요.)을 강화하기 위한 모임에서 왔는데,
나름대로 절박한 상황을 호소하면서, 연대를 호소했습니다.(껌을 짝짝 씹으면서요... --;; )
아마 사진을 가장 많이 찍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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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에이즈 퇴치운동을 하는 단체의 발제입니다.
MSF(국경없는 의사회)와 함께 활동합니다.
MSF에서 하는 발제를 보건포럼과 사회포럼중에 여러 차례 들었는데, 이미 충분히 유명한 단체인데도 늘 발제 첫머리에 단체 소개를 하고, 발제 끝머리에는 자기단체를 지원해 달라는 '세일즈'를 잊지 않더라구요.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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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참가자가 작년 이라크 전쟁 직후 바그다드지역의 의료상황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제하는 모습입니다. 당시 바그다드지역 5개 마을 주민 4000명을 면담하면서 설문조사했습니다.
식량 부족은 그다지 심하지 않았으나, 일차의료체계의 붕괴로 인해, 그리고 외국의 지원은 큰 병원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급만성 질환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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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벡에 관한 발제 후의 모습입니다.
글리벡과는 별도로, 최근개발된 새로운 폐암 치료제인 '이레사'라는 약이 시판될 예정이라는데, '이레사'의 가격은 한알에 8만원이라고 합니다. (매일 한알씩 복용해야 합니다.)
벌써 폐암 환자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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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에서 온 사람입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쌓고 있는 장벽으로 인한 생활과 이동의 제약과, 이로 인한 응급 환자의 이송 문제, 생필품 수급 문제 등을 고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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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온 사람입니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쓴 고엽제 피해에 관해 발제했습니다.
오전의 내용은 거의 놓치지 않고 들었는데, 오후에는 7개의 주제 중에 한가지만을 선택해야 했기 때문에 다양한 내용을 다 듣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런 포럼이 '고발'이나 '보고'만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참가한 목적은 다른 나라들의 실태와 이에 따라 어떤 구체적인 방향으로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는지가 궁금했고, 가능하면 지속적인 연락이나 정보 공유를 원했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저와 비슷한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 주제에 대한 발제나 발언이 끝나고 나면 그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발제자 주변에 모여서 서로의 정보 교류와 연대를 위해서 연락처를 주고받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움직임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