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렵네...
이달 말에 캄보디아에 가기로 했다.
buddy의 후배가 선교하는 지역 부근이라는데, 그들은 mission의 의미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난 buddy 지원, 그리고 '전기, 수도가 없는 생활' 체험... 내가 과연 그런 곳에서 오래 살 수 있을 것인가를 실험하기 위해서 간다.
사박오일의 일정 중에 이틀은 오고 가는데 들고, 이틀 반동안 진료할 예정이다.
열대지역의 질병에 대해서는 나도 잘은 모르지만, 함께 가는 후배가 최근에 열대의학 연수를 받고 온 친구라 이친구에게도 많이 배우게 될 것 같다.
내가 어렵다는 것은 물론 다녀오는 일정이나 환경이 어렵다는 뜻이 아니라,
다녀오도록 내 주변을 설득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내가 개업을 접고 이쪽으로 온 이유 중 하나가, 이렇게 자리를 비워도 다른 사람이 진료할 수 있으니 환자들에게 덜 미안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공무원의 신분은 어느 정도의 연가가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었는데, 어라, 이거 태클이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걸렸다.
같이 일하는 동료는 이곳에서 일한 지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다 할 정도로 - 그리고 내가 옮겨온 얄팍한 속샘이 부끄러울 정도로 - 자신의 일과 이 기관의 역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한다.
그래도 1년간 서로를 어느정도 파악할 때도 된 줄 알았는데...
캄보디에아에 가기 위해 연가를 신청한 이후로 찬바람이 쌩쌩이다. 벌써 열흘이 넘게. ㅡ,ㅡ
이유는 내가 자기한테 먼저 이야기하지 않고 소장에게 연가 신청을 했다는 것,
그리고 자기는 연가를 내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바쁜 철에 연가를 낼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주장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소장에게 이야기하기 전에 그 선생에게 분명히 말을 했는데 - 점심 먹으면서 이러저러해서 가야할 것 같고, 날자는 앞뒤로 하루이틀정도 유동적이라고 했다 - 그건 제대로 상의한게 아니란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아주 바쁜 독감철이 아닌 한에는 중요한 활동이나 행사가 있으면 가야만 할 것이기 때문에 여름철에만 연가를 쓴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다른 직원들 보니 잘만 다녀오더만....
이런 마당이니, 우리 남편의 반대는 상대적으로 별 문제 아니게 되었다.
"당신 돌아오면 나는 없을지도 몰라" 라는데.... 뭐, 이정도면 OK나 마찬가지이다.
2. 스노우보드를 배우다
주말에 남편 학회가 무주에서 열려서 온가족이 따라갔다.
남편은 학회장에 가고, 아이들은 강사에게 스노우보드 배우게 하고, 나는 느긋하게 책 읽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요즘 부쩍 사춘기의 강력한 아우라를 내뿜는 둘째가 갑자기 '아무것도 타지 않고 방에 있겠다'고 어깃장을 놓았다.
큰애는 '혼자서는 타지 않겠다'고 하고, 남편은 학회장에 가야한다 하고..
이렇게 해서 남편과 아이들만 내보내고 나는 한가하게 책읽겠다는 계획이 틀어졌다.
결국 큰애와 나, 이렇게 둘이서 스노우보드를 배우게 되었다.
우와... 첨에는 스노우보드를 발에 묶고 일어서는 것도 힘들었다!
초초보 연습장에서 넘어져가면서 몇 번 연습하는 사이에, 큰애는 어느덧 앞으로 내려오기, 방향조절하기, 뒤로 내려오기를 마치고 선생이랑 둘이서 초보 코스로 올라가버렸다.
아아... 나만 초초보 연습장에 남기고..... ㅡㅅㅡ
그래도 아들의 발전을 가로막는 엄마는 되고 싶지 않는 양, 씩~ 웃으며 잘 다녀오라고 했다.
그리고 아들이 눈에서 사라지자, 휴게실로 냉큼 들어와서 책을 읽었다. ^^;;
어쨌든, 평생에 배울 일 없을 것이라 여겼던 스노우보드를 이렇게 해서 타보게 되었다.
교훈... 스노우보드 탈 때는 (특히 처음 배울 때는) 엉덩이에 패딩이 두껍게 된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
3. 새 싸인을 장만하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49167153355278.jpg)
이 싸인은 내가 중학생 때 만든 것이다.
그냥, 이름 중의 '연' 자에서 따와서, Y 같기도 하고 연 같기도 한
정체불명의 글자를 조합해 냈었다.
근데 이 싸인은 '좀 더 근사한 싸인을 만들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사용하려 했던 것이 벌써 30년을 썼다는 것이 늘 마음에 꺼림직했었다.
어째서 30년동안 싸인 하나 만들지 못하냐고.
그래서 최근에 새 싸인을 장만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49167153355279.jpg)
음.... 제목은 "리좀적 山"인데.... ^^;;;
그동안 山 이라는 글자가 너무 위압적인 것 같아서 싫었었는데, 고구려 고분벽화처럼 부드럽고, 리듬감 있고, 에또... 얼마 전부터 유행한 '리좀적'이라는 개념을 차용해서....
(이런 건 꿈보다 해몽이 더 멋진 법이다.)
무엇보다 쓰기가 편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 싸인을 본 buddy들의 반응은 "지렁이가 기어간 것 같다." "아무나 위조할 수 있겠다."였고,
우리 아이들 반응: "엄마, 안그래도 엄마 싸인 받아가면 담임 선생님이 '글씨 못쓴거 보니, 니가 싸인한거지?'라고 안믿으시는데, 이렇게 싸인하면 나 또 학교 선생님한테 혼나"
아무래도 아이들 학교에 제출하는 싸인으로는 쓰지 못할 것 같다.
4. 내일이 총회다
근데 아직도 총회자료집을 안 만들었다.
이제부터 만들어야 한다.
고로 오늘의 잡기는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