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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
한학수 지음 / 사회평론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보다도 더 소설같은 그리고 소설보다 더 극적인 반전이 있었던 이야기(?). 국익과 진실, 거짓과 위선, 희망과 절망의 광풍을 동반한 그 이야기가 우리사회를 휩쓸고 지나간 것이 아득한 일인것처럼 느껴지고, 기억넘어 아스라이 묻혀졌다고 생각했는데 1년여의 시간밖에 흐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그 기억이 다시 의식속에 삐져 나오기를 바라지 않을 것 같고, 그 사건을 다시 눈앞에 끄집어 내어 현실속에서 직면해야 한다는게 반가운 것이 아니겠지만, 당시 사건의 고리를 끝까지 놓지않고, 영원히 진실을 은폐하고자 했던 거대한 권력과 편견과 술수에 침몰하지 않고, 우리 사회가 건강할 수 있고, 희망이 있다는 것은 진실이 살아서 그 발언권을 가지고 이야기 할 때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당사자인 저자에 의해서 다시 우리 앞에 되살아와서 묻습니다. 우리사회가 아픈만큼 성숙해졌는가고.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줄기세포가 하나도 없답니다.'
지금 눈으로 보는 이 엄기영 앵커의 멘트가 당시보다 더 생생하게 귓전을 울립니다. 당시의 시작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던 사건의 개요가 다시 파노라마처럼 살아납니다. 책을 보지 않아도 이미 그 내용의 대부분은 나의 의식속에서 삐져 나옵니다. 우리국민의 희망이었고 자존심이었고, 세계에 대고 이젠 우리민족이 힘껏 날개짓하며 날아오른다고 자랑하며 떠들었던 황우석 신화가 명확하게 종말을 맞이하는 순간이었고, 확정적으로 사망선고를 선언받는 판결문과도 같았던 말. 줄기세포가 하나도 없답니다. 아마도 한개나 두개정도는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마저도 모조리 뭉개버리고, 모든것이 권모와 술수와 눈속임의 결정판이었다는 것에 할말을 잃게 만든 사건의 종말이었습니다. 물론 그뒤로 줄기세포가 오염되었느니, 누가 속였느니 하는 논란이 있긴 하였지만 결국 애석하게도(?) 진실은 이겼고, 그 아픔은 고스란히 다시 이리저리 그 이야기속에 묻혀 일희일비하던 국민들의 가슴에 묻혔습니다.
이 책을 굳이 다시 손에 잡은 이유는 내 자신에 대한 반성의 의미에서입니다. 민족주의니, 진실에 반하는 국익이니, 전문가 집단안에 생성된 인너써클과 고여서 썩어가는 학문의 자유니 하는 거대담론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내 자신이 온전히 반성하지 못하였다는 자의식에서입니다. 사건이 시작되었을 때, 나 자신도 전문가는 아니지만 PD수첩의 난자문제에 대한 이의제기와 전문가들을 검증해보겠다는 무대뽀정신-당시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에 반대측에서 외쳤던 배아파하지 말고, 발걸지 말라, 비전문가가 전문가들의 검증을 부정한다는게 말이 되느냐 -물론 아직도 이부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처럼 전문가 그룹이 작동하지 못하였을 때는 어쩔 수 없겠지만-는 등의 논리가 곧 나의 의견이 되었고, 당시 PD수첩과 MBC 측에 던져졌던 수많은 돌멩에 중에는 나의 돌멩이도 몇개 섞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건의 마무리 단계에서 어딘가의 게시판에 슬그머니 나의 잘못에 대한 반성을 올리며 부끄러워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대하면서 아직도 나의 반성이 부족하였다는 자의식을 떨쳐 버릴수가 없었습니다. 내 삶이 따르지 않은 입에 발린, 내 양심에 평안을 주는 정도의 가식적인 반성으로 끝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분량은 두툼하지만 소설보다도 더 재미있게 슬슬 넘어가는 이 책을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기며, 나와 우리를 그렇게 광풍에 휩쓸리게 한 사건들을 재구성해 봅니다. 이러한 책읽기가 온전한 반성의 모습은 아니겠지만, 당시의 진실을 말해도 귀막고 돌을 던졌던 모습을 반성하고 저자의 글에 온전히 마음을 쏟고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저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책읽기를 마치며 먼저는 저자와 그의 동료들의 용기와 인내와 투쟁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들로 인해서 우리사회가 아직도 건강한 씨앗들을 품고 있다는 희망을 건져 올렸으니까요. 그리고 객관적이지 못했고, 형평을 유지하지 못하고 같이 휩쓸려 돌멩이를 던져댔던 것에 대한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당신들이 옳았고 우리가 틀렸다고, 그리고 당신들로 인해 우리가 값진 빚을 당신들에게 졌다고. 이 사건을 통해 내 삶의 시야가 얼마나 편협할 수 있고, 내 상상의 폭이 얼마나 제한되어 있는지, 그리고 깨어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지난한 일인지에 대한 값진 교훈을 얻게 됩니다. 독서를 하되 행간을 읽으라는 말의 의미가 이 사건을 통해 내게 다시금 깊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저자는 아직 황우석교수가 진실한 반성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청와대와 조선일보도 반성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들도 마음속에 커다란 배움 하나쯤은 새기게 되었으리라고 믿습니다. 나 같은 범부도 이리저리 반성하고 또 반성을 하는데 말입니다. 우리 사회에 건강한 씨앗 하나를 뿌린 저자와 그의 동료들에게 다시한번 감사하며, 그들이 싹틔우고자 한 곳에서, 아직도 토양이 척박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 씨앗들이 자라서 좋은 열매를 맺기를 기원하여 마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제보자 K와 그 가정에 많은 사람이 누리며 살기 원하는 일상의 안식과 평화가 깃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