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지음 / 난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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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네마 천국》(1988)에서 내게 꼽는 명장면은 고향에 돌아온 토토가 알프레도가 남긴 필름을 돌려보는 장면이다. 검열 아닌 검열로 관객들은 볼 수 없었던 영화의 숱한 키스 장면들. 엔니오 모리꼬네를 통해 OST를 듣기 시작했고 영화에 깊이 빠지는 계기가 된 영화였다. 지나간 모든 게 아름답게 기억될 순 없으나 빛바랜 흑백사진으로 남은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 ‘두근거림’을 상기시키는 최승자의 산문이 시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에 눈 뜬 시절을 떠오르게 했다. 마치 프로이트의 마들렌처럼.

현실 밖으로 걸어 나간 최인훈처럼 신비주의에 빠진 최승자는 가늠하기 어렵다. 아주 오래된 산문을 아껴 읽으며 빛바랜 흑백사진을 더듬었다. ‘이 시대의 사랑’을 읽던 청년의 눈으로. 시인에게 부여된 게으를 수 있는 권리,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며 이 시대를 살아온 그녀의 삶에서 현실은, 그리고 그 너머에서 찾고 싶었던 꿈은 무엇이었을까.

젊은 시절의 일기장 같은 산문을 읽으려면 어느 정도 얼굴이 따뜻해질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 정해진 길을 오차 없이 걷는 즐거움, 정해 놓은 목표에 도달하는 성취감, 성공을 향한 맹목적 질주 등과 거리가 먼 낭만과 치기, 냉소와 허무로 가득했던 청춘이 없는 사람의 인생은 부럽지 않다. 현실의 이쪽과 저쪽을 넘나들며 경계인으로 살아갈 숙명 같은 게 존재할 리 없으나 시인은 적어도 빼어난 외모나 솜사탕 같은 부드러움으로 승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최승자 정도의 카리스마가 없다면 표지에 얼굴을 드러나지 않았으면 싶은 건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는 무엇일까. 조지오웰을 ‘나는 왜 쓰는가’를 오용하는 사람처럼 최승자를 낭만적 연시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나름의 방식이 있을 터. 시인의 산문은 남다른 통찰이나 미려한 문장 읽는 재미와 거리가 멀다. 시인의 시를 읽은 독자들이나 기웃거릴 만한 시인에 대한 존경과 팬심 정도면 충분하다. 최승자 시인의 시를 읽지 않고 이 산문집을 읽는 일은 부질없는 짓이다.

시인은 “그만 쓰자 끝”이라고 선언했지만, 나는 이제 조금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 깊이 읽고 한 번 생각하며 ‘목적’과 ‘태도’를 돌아본다. 불확실한 희망보다 언제나 확실한 절망을 선택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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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인본주의 1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김희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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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밤하늘에 별을 보며 저 별은 어디서 반짝이고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한 건 아마 일곱, 여덟 살 무렵이 아니었을까 싶다. 겨우 수백만 년 전 털 없는 원숭이에 불과하던 호모사피엔스가 현대 문명을 이루며 사는 2022년이지만 모든 인간은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반복한다.’는 진화 과정을 단기간에 증명한다. 부모의 보호와 양육 없이 생존할 수 없는 느릿한 인간의 성장 과정은 슬프지만 아름답기도 하다. 돌이 지날 무렵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호모 에렉투스의 삶을 시작한 순간의 환희를 선물한 기억으로 부모는 평생 자식을 바라본다. 애착 관계를 지나 사춘기에 접어들며 독립된 개체로 세상 속으로 나아갈 무렵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자각하고 세계에 눈을 뜬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왜 태어났을까.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 세상은 어떤 곳이며 세계는 어떻게 구성되었는가. 너무나 자연스런 생각의 갈피를 접으며 인간은 조금씩 성장한다. 밤하늘의 별이 뜬 곳이 궁금하다가 어둠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저 어둠은 어디까지 계속되는지, 반짝이는 별이 있는 곳은 어디인지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네 언어의 한계의 세계의 한계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 한마디에 발이 묶여 아주 오랫동안 비틀거렸다. 결국, 한 인간이 인식하는 세계는 오감에 의한 감각적 세계가 아니라 언어로 명명된 대상 너머로 확장될 수 없는 것인가. 언어가 없는 세계는 인지할 수 없다는 말인가. 눈 앞에 맹점에 존재하는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세계를 구성하는 범위와 한계를 밝히는 과학 이론은 증명할 수 없는 실재 세계를 어떻게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세계 너머에는 어떤 어둠과 빛이 있을까. 진화론, 양자역학, 불확정성 원리, 엔트로피 법칙이 말하는 세계의 진실은 생명의 미시적 영역부터 세계의 구성 방식을 이야기하지만 인간의 호기심과 존재론적 의미를 말해주진 않는다.

명민한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당신과 우주에서 시작해 유물론과 구성주의의 한계를 지적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을 지나 이제는 새로운 리얼리즘의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라는 요구는 낯설지 않다. 철학사의 핵심을 전달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자기만의 생각을 주장하기 위한 이야기도 아니다.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에 대한 응답은 철학적 증명이 아니라 자기 존재에 대한 의심과 확인에서 비롯돼야 하기 때문이다. 자연과학의 세계관으로 세계를 본다고 해서 정답을 얻을 수도 없다. 종교와 예술의 측면에서도 이 문제에 접근하지만 이제 모든 철학의 제문제를 해결했다는 비트겐슈타인의 발언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남은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그것은 주체적 삶이 가능하도록 ‘나도 너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온몸으로 밀고 나가야 하는 반성과 성찰의 삶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 살 더 나이를 먹고 세월이 흐른다고 해서 현명해지거나 어떤 깨달음을 얻을 거라는 착각 때문에 사람들은 점점 더 편협한 세계에 갇히고 자기만의 기준이 더 단단해진다. 의심과 질문이 없는 삶은 쓰레기가 된다는 발언에 반감이 생긴다. 바로 저것이 문제라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면 ‘just look up’이 아니라 《돈 룩 업don′t look up》을 외치며 현실에 안주하고 선악을 판단하며 선전선동에 속는다. 강물에 손가락으로 금을 긋듯 지나가는 시간을 구별하기 위해 나이와 연도를 새기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의 삶을 한 발 떨어진 자리에서 살펴보면 엄청난 희극이다. 가까이 다가가 각자의 비극을 확인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원근 조절에 실패하고 거리 두기를 평생 몸에 익히지 못한다. 진화심리학이 안내하는 자연선택과 변이의 간극을 메우지 못한 채 오늘도 각자 발밑에 땅바닥만 툭툭 차기 일쑤다. 그러다 어느 순간‘툭’하고 끈이 떨어진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실제로 인간은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오류와 착각에 빠져 살아간다. 우리는 자신의 무지함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가늠하지 못한다. 대개의 경우 자신이 무얼 모르는지도 알지 못한다.”라는 말이 뼈에 사무치는 이유다.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존재하는가. 진화 과정에서 인간의 욕망과 행복은 매우 단순하게 세팅되었다. 생존과 번식을 위한 자연선택의 명령은 너무 단순하고 확실해서 반감을 일으킨다. 존재론적 질문과 철학적 사고가 어쩌면 인간의 본성과 너무 동떨어진 듯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오해를 이해로 바꾸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어진다.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 타인을 알고 싶다는 생각은 오만에 불과하다. ‘인생의 의미는 인생 그 자체, 곧 무한한 의미와 대결을 벌여 가는 일이며,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여기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가 항상 운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국 자기 운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사람이 있고 인생의 무한한 의미와 무의미 사이에서 길을 잃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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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과학자의 사고법 - 더 나은 선택을 위한 통계학적 통찰의 힘
김용대 지음 / 김영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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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성취와 대중적 글쓰기는 비례하지 않는다. 한 분야에 애정을 갖고 꾸준하게 몰입한 사람에게 느껴지는 아우라는 스스로 포장하거나 자랑하지 않아도 저절로 드러난다. 어눌하지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꾹꾹 눌러쓴 글들은 독자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가슴에 담는다. 감상에 치우쳐 호들갑을 떨고 달달한 설탕만 듬뿍 뿌려 차린 보기 좋은 다과와 차이가 난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과학은 읽을만한(?) 읽고 싶은(?) 책이 많지 않다.

 

전문 지식을 늘어놓은 책은 대학교재로 쓰이거나 연구성과의 정리에 불과하다. 그것이 갖는 의미와 그 과정에서 길어 올린 생각, 그것이 타인과 사회에 미칠 영향과 유용성을 찬찬히 설명하는 책은 만나기 쉽지 않다. 더구나 국내 과학 서적은 아쉬움이 더 많다. 그런 면에서 김용대의 데이터 과학자의 사고법은 주목할만하다. 흥미로운 사례 중심의 서술로 일반 독자에게 어필하고 실제 우리 삶에 적용 가능성을 설명한다. 데이터과학이 무엇인지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래 사회를 전망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데이터과학의 목적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즉 데이터과학은 데이터합리적 의사결정이라는 2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합리적 의사결정은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결여된, 아니 인간에게 가장 부족한 DNA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타고난 본능에 반하는 합리성, 논리적 사고, 이성적 판단 능력은 후천적 노력에 의해 기를 수밖에 없다. 이를 돕는 보조 장치가 통계다. 숫자 없는 통계학을 읽어내는 안목이 바로 데이터 리터러시다.

 

우리는 평균의 함정, 표준편차의 의미, 일상시험의 과정, 인공지능의 부작용 등 골치 아픈 제목으로 가득하지만 이 책에는 숫자나 통계 공식과 이론이 등장하지 않는다. 데이터과학이라는 바탕 그림 위에 펼쳐진 인간의 삶과 세상의 작동원리가 퍼즐처럼 놓여 있을 뿐이다. 개별적 존재로서 한 인간이 자신의 사고 과정을 살피고 타인과의 관계를 조망하며 세계를 탐구하는 능력은 저절로 길러지지 않는다. 허명을 떨치고 세속적 성공을 거두는 일도 중요하지만 독서의 본질은 그 이면에 숨은그림찾기와 비슷하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유리의 성이라고 해서 그림자의 빛깔이 다르지 않다. 데이터과학은 찬란한 희망만큼 인간의 삶에 짙은 그늘을 만들 터. 행간에 숨은 위험성과 우려를 읽어내는 건 아마도 독자의 몫이 아닐까 싶다.

 

D = I + N

D는 데이터Data, I는 정보Information, N은 잡음Noise

 

데이터는 결국 세상의 넘치는 정보에서 잡음을 제거한 결과물이라는 설명이 눈길을 끈다. 그러니까 데이터는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과학이다. 우리는 정보와 잡음을 정확하게 걸러낼 수 있을까. 그 기준과 차이는 무엇일까. 매일 쏟아지는 뉴스부터 사건 사고뿐 아니라 일상에서 들려오는 상품광고에서 지인들의 가십에 이르기까지 정보와 잡음은 구별조차 힘들다. 데이터 과학 이전에 논리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이 우선이다. 이성을 가진 존재로서 세상을 사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자기만의 정답을 외치고 언제나 진리를 외치며 정확히 선악을 구분하는 태도는 오만이다. 아니 그걸 인정하는 태도만이라도 갖출 수 있다면 다행한 일이다.

 

코로나 시대의 백신부터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에 대한 오해까지 다양한 주제와 내용으로 가득한 이 책은 데이터과학자의 사고법이 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지 웅변한다. 무엇을 생각하는가. 아니,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체로 현실은 과정과 태도보다 목적과 결과를 중시한다. 미시적이고 단기적인 안목은 전체를 통찰하는 눈을 가린다. 어쩌면, 데이터과학은 지금, 여기가 아니라 저기 멀리 내일을 향한 손가락이다.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법하다.

 

세상에는 놀라운 사건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고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데이터과학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의견을 잘 절충하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도 데이터과학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데이터과학을 이해하면 상대방을 이해하는 능력이 높아집니다. 일반인이 데이터과학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데이터과학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사회는 선진화됩니다. - 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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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과학의 목적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즉 데이터과학은 데이터합리적 의사결정이라는 2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16

 

야구통계학자로 명성을 쌓고 미국 대선 예측으로 유명해진 네이트 실버Nate Silver는 그의 책 신호와 소음에서 정보를 신호로, 잡음을 소음으로 표현합니다. 데이터 자체는 정보가 아니며 데이터에서 잡음을 제거해야 정보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 49

 

D = I + N

D는 데이터Data, I는 정보Information, N은 잡음Noise

 

요약본능은 생존을 위해 타고나는 본능으로 시작해서 후천적 교육으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 63

 

앙상블 방버론에는 매우 흥미롭고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적 현상이 숨어 있습니다. 앙상블으 예측 성능을 높이는 데에는 개별 예측 방법의 정확성보다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 주어진 문제에 대해 모두 비슷한 답을 주는, 성능이 우수한 10개의 예측 방법보다 성능 은 좀 떨어지지만 다양한 답을 제공하는 10개의 예측 방법이 앙상블에는 더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인간 사회에 적용하면 비슷한 생각을 하는 우수한 인재 10명보다 다양한 의견을 내는 평범한 10명의 의견이 훨씬 유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앙상블 방법은 사회의 발전에는 효율성보다 다양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 141

 

빅데이터는 현재 4차 산업혁명의 최첨단 분야에서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검색시장을 휩쓸고 있으며, 무인자동차를 시작했고, 유튜브로 미디어시장의 혁명을 이끌고 있는 기업인 구글은 빅데이터의 창시자이자 리더입니다. 검색 서비스와 유튜브 콘텐츠 추천은 빅데이터의 대표적인 결과물입니다. - 173

 

주어진 정보에 대한 진위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결과 자체뿐 아니라 결과를 얻는 과정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데이터 자체가 문제일 수 있습니다. - 179

 

빅데이터로부터 찾아내는 새롭고 유용한 지식이 빅데이터의 가치를 결정합니다. 여기서 새로운정보와 유용한정보는 서로 대립하는 개념입니다. 대체로 새로운 정보는 유용성이 떨어지고 유용한 정보인 경우 이미 알려진 정보인 경우가 많습니다. - 180

 

1956년에 개최된 다트머스 학회Dartmouth Conference에서 존 매사키John McCarthy가 이 연구 분야의 이름을 인공지능’AI, Artficial Intelligence이라고 최초로 명명해서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 330

 

인공지능 번역 알고리즘은 생각보다 너무 단순합니다. 인간이 사용하는 거의 모든 문장을 숫자 700개의 조합으로 나타낼 수 있었습니다. 인간이 사용하는 문장이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문장은 달라도 의미가 비슷해서 생기는 현상일 수 있습니다. 언어학자도 이 현상을 보며 놀랐습니다. 인공지능이 단순히 인간의 지능을 자동화하는 것을 넘어서서 인간도 모르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알려주는 시대가 왔습니다. - 359

 

데이터과학으로 나오는 모든 결론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데이터에 기반하든 논리로 추론하든, 모든 판단에는 오류가 있기 마련입니다. 완벽한 판단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1931년 독일의 수학자 괴델에 의해서 증명되었고, ‘불완전성 정리’Theory of Incompleteness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떠한 골리 체계도 증명할 수 없는 참인 명제가 항상 존재하며, 따라서 스스로 모순성이 없음에 대한 증명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 자신이 한 증명이 맞았는지를 자신이 증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380

 

세상에는 놀라운 사건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고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데이터과학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의견을 잘 절충하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도 데이터과학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데이터과학을 이해하면 상대방을 이해하는 능력이 높아집니다. 일반인이 데이터과학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데이터과학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사회는 선진화됩니다. - 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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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는 왜 늘 삐딱할까? - 의식과 행동을 교묘히 조종하는 일상의 편향성
하워드 J. 로스 지음, 박미경 옮김 / 탐나는책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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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이 있다. ‘기타 쳐도 괜찮아! 하지만 그것으로 생계를 꾸리지는 못해.’ - 존 레논의 이모 미미, 359쪽

인간은 수많은 편견과 선입견 속에 살아간다. 사람과 세상사에 대한 편향성을 배제한 기계적 인간은 상상할 수 없다. 인종, 국적, 외모, 성별, 나이, 직업, 종교, 학력, 말투, 식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타인을 평가하는 방법과 태도는 모두 데이터로 누적되고 모은 선택과 판단의 순간에 휴리스틱으로 작용한다.

하워드 J. 로스는 『우리 뇌는 왜 늘 삐딱할까?』(원제 Everyday Bias: Identifying and Navigating Unconscious Judgments in Our Daily Lives, 2014년)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무의식적 편견과 편향성을 점검한다. 수많은 심리학 실험과 연구 결과를 논리적 근거로 제시하는 이 책은 실용적 심리학이며 자기계발을 위한 이론적 지침서 역할을 한다. 모든 책이 그러하듯 ‘현재적 유용성’이 없다면 지적 유희에 불과할 터. 그런 의미에서 세상의 모든 텍스트는 자기계발서로 분류 가능할 지도 모른다.

저자는 비니지스 컨설턴팅에 인간의 편향성을 적용한다. 이를 조직 관리에 적용할 수 있다면 어떤 조직이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혁신적 변화가 가능하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편향성은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라고 할 수 있다. 호모 사피엔스에 걸맞는 이성과 논리를 갖춘 인간으로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름대로 각자의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그럴듯한 이유를 찾지만 대체로 편향성의 노예로 살아간다.

의식과 행동을 교묘히 조작하는 일상의 편향성은 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를 결정한다. 타인과 관계 맺고, 삶의 목적을 설정하는데 뿐만 아니라 기쁨과 슬픔, 고통과 분노가 어쩌면 각자가 가진 편향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삐딱함’은 ‘부정적’ 태도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에서 하워드가 말하는 ‘삐딱함’은 ‘편향성’을 의미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편견과 편향성을 만들어 간다. 각자의 경험과 지식은 이를 더욱 공고히 하고 개별적 성향과 삶의 과정을 통해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하거나 전체 구조를 허문다. 물론 대개의 경우 전자에 해당하며 당연히 이 책은 후자를 제안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리 쉽게 편견의 벽을 깨뜨릴 수 있을까?

“모든 시대에는 바로잡아야 할 새로운 오류와 저항해야 할 새로운 편견이 존재한다.”는 새뮤얼 존슨의 말로 시작되는 이 책은 단순히 심리학적 편견을 소개하거나 일상에서 벌어지는 오류를 점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이 우리를 어떤 존재로 규정짓는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소개한다. 편향성의 벽을 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끊임없는 자아성찰과 인식의 힘이다. 저자는 우리 안의 편향성을 정확히 인식하면 편향성은 우리를 지배할 수 없다는 말로 이 책을 마무리 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우리 안의 즉 내 안의 편견을 인정하는 일이다. 각자의 선택과 판단이 ‘옳다’고 주장하는 대신 나만의 개인적 취향일 뿐이라는 자각이 필요하다. 그것은 선악의 가치 판단 문제가 아니라 ‘원 오브 뎀one of them’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름대로 이유를 들어 논리적인 척, 어쩔 수 없다는 합리화를 통해 이를 무시하거나 외면한다. 저자는 그것이 바람직한 삶의 태도가 아니면 그러한 태도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바로 그 지점 때문에 이 책은 그래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수많은 심리학과 논리학의 주장을 정리하거나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일상에서 부딪치는 각자의 문제에 집중하고 그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얄팍한 지식과 새로운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다. 책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는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각자의 노력과 사유 과정 때문이 아닐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당신의 편향성은 무엇인지 점검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마치 1945년,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떨어진 두 개의 원자폭탄처럼 강렬하게!

인간이 핵무기 버튼을 누를 가능성은 없다. - 로버트 밀리칸, 192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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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택적 관심 : 바로 눈앞의 것도 못 볼 수 있다.

‘선택적 주의’ / ‘주의력 결핍으로 생기는 맹점’은 일부 다양성과 관련된 행동이 왜 어떤 사람에게는 또렷이 보이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지 이유를 설명한다. - 151쪽

2. 진단 편향 : 순간적 첫인상이 많은 것을 결정한다.

‘진단 편향’으로 최초의 생각에 근거하여 사람들, 생각, 사물에 낙인을 찍는 경향성이다. - 155쪽

3. 패턴 인식 : 인간은 늘 보던 방식대로 보고 싶어 한다.

우리는 ‘패턴 인식’을 근거로 많은 결정을 내리는데, 이것은 이전 경험이나 습관을 기준으로 정보를 분류하고 확인하는 경향성이다. - 159쪽

4. 가치 귀착 : 인지된 가치가 행동을 결정한다.

가치 귀착은 객관적 데이트보다는 지각된 가치를 바탕으로 사람이나 사물에 어떤 특성을 부여하는 인간의 경향성을 의미한다. - 164쪽

5. 확증 편향 : 신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고한다.

사람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신념이나 생각을 확증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찾는 경향성을 말한다. - 167쪽

6. 점화 효과 : ‘silk’라는 단어가 ‘milk’에 불을 붙인다.

‘점화’는 먼저 경험한 단어나 대상이 다음의 생각과 인식,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경향성을 말한다. - 171쪽

7. 손실 혐오 : 우리는 자신을 평균 이상이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대체로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무의식적 서향을 가지고 있다. 이런 무의식적 성향은 ‘손실 혐오’를 야기한다. - 175쪽

8. 내면화된 억압 : 자신과 관련된 편견을 저항 없이 수용한다.

이 편향성은 앞에서 살펴본 자신감 편향의 역학성처럼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위에서 예로 든 흑인 학생들의 사례처럼 그런 생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 왜 사람들은 타인이 자신에 대해 갖는 부정적 고정관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걸까? 물론 그것은 의식적 선택이 아니었다. - 179쪽

9. 기준점 편향 : 자동차 수리비용을 모르면 여성이 더 비싸게 지불한다.

사람들이 의사 결정할 때 처음 제공된 정보, 즉 기준점에 심하게 의존하는 경향성을 말한다. - 182쪽

10. 집단 사고 : 집단이 우리 대신 생각한다.

많은 개인적 편견들이 사실은 전혀 개인적이지 않다. 그것들은 관련된 그룹과 문화의 깊은 영향을 받는다. 정상적인 사람들조차 때로 사회의 집단적 광기에 사로잡혀 같은 시민을 공격한 수많은 역사적 사례는 이것이 진실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집단 사고와 믿음의 강력한 영향을 받는다. - 188쪽

다만 내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생각과 의견이 진실이냐 아니냐보다 그것이 진실로 드러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 217쪽

‘힘이 없다’고 느끼면서 비디오 속 공을 볼 때는 거울 뉴런 활돌이 증가하고 외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면, 힘이 있다고 느낄 때는 거울 뉴런 활동이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힘이 우리의 공감대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 250쪽

그들은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부가 공감대 부족뿐 아니라 비윤리적 행동의 증가와 밀접한 상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부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뭔가를 빼앗고, 비윤리적으로 협상하고, 경쟁에 이기기 위해 규칙을 깨고, 더욱 탐욕스럽게 행동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 251쪽

남자와 여자 모두 권력의 문제로 들어가면 큰 차이가 없었다. 라메르스는 연구를 통한 관찰 결과 권력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바람을 피울 확률이 30% 정도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 251쪽

권력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기적이 되기 쉽고 공감 반응의 감소를 보여주기 쉽다. 문제는 권력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권력이 사람에게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바로 그 점이다. - 253쪽

개인의 편향성을 바로잡는 6가지 효과적 방법

1. 편향성이 인간 경험의 정상적 부분임을 인정하라.

2. 자신을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발전시켜라.

3. 확실하지 않은 것을 생활화하라.

4. 어색함이나 불편함을 유심히 살펴보라.

5. 잘 알지 못하는 집단의 사람들, 혹은 당신이 편견을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가져라.

6. 피드백과 데이트를 확보하라.

대다수 사람이 잠을 자지 않을 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바로 직장이다. 우리는 다른 어떤 곳보다 직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따라서 직장은 다양한 인재 관리 측면에서 무의식적 편향성을 줄이는 방안을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실험실 중 하나다. - 342쪽

일단 사람들이 편향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하면 인식의 확장이 일어난다. 개인적으로 지속해서 찾고, 알아보고, 자신과 팀이 어떤 식으로 기능하는지 관찰하고, 과정 전반에서 편견을 줄이는 데 도움되는 새로운 구조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통해서 말이다. - 347쪽

집단 결정 과정에 던져야 하는 7가지 중요한 질문들

1. 개인적 욕심 때문에 편향되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어떤 이유가 있는가?

2. 그 당시에 해결하려는 상황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광범위하게 찾아보았는가?

3. 집단 사고를 확인하라. 팀 내에 반대 의견이 있었는가?그리고 그것들이 제대로 검토되었는가?

4. 추천하는 사람들이 그것에 과도하게 매료되었을까, 아니면 반대하는 사람들의 반대가 지나친 것인가?

5. 과거의 비슷한 사람이나 비슷한 경험이 현재의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인식에 과도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는가?

6. 최고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

7. 이용하는 정보가 어디에서 왔는지 아는가?

인간이 핵무기 버튼을 누를 가능성은 없다. - 로버트 밀리칸, 192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공기보다 무거운 비행기는 불가능하다. - 켈빈 경, 영국 과학자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이 있다. ‘기타 쳐도 괜찮아! 하지만 그것으로 생계를 꾸리지는 못해.’ - 존 레논의 이모 미미, 359쪽

사실 계획을 세우거나 어떤 일을 선택하는 일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사물을 보는 방식을 전환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세상을 다르게 보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은 타인과 바깥 세상에 맞추어진 초점을 자신과 내적 세계에 대한 이해로 돌릴 때 비로소 시작된다. - 377쪽

판도Pando는 106에이커가 넘는 상당히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총 7,000톤의 무게가 나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유기체다. 놀랍게도, 판도의 나이는 8만 년 이상으로 추정되며,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그것을 개별 그루가 군집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본다.

우리에게 이 유기체만큼 완벽한 메타포는 없다. 우리는 ‘타인’을 자신과 완전히 분리된 존재로 본다. 우리는 다른 집단을 위협적인 존재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이 행성에 사는 공동 운명체다. 우리 모두는 즐거움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 3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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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가장 내밀한 자기 고백입니다. 자기 삶에 대한 성찰이며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흥하려 노력합니다. 사적인 글쓰기는 ''를 중심에 세운 둔 글쓰기를 말합니다.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한 글쓰기 말입니다. 세속적 욕망,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글쓰기를 말합니다.

 

군대에 다녀와서 복학을 준비하는 휴학생,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도서관을 책임지는 사서, 자기소개와 논술 준비를 해야하는 학생 등 다양한 분들이 '글쓰기'에 대해 고민합니다. 목적도, 방법도 다르지만 글쓰기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주인공은 로봇이 아니라 '창의적 인간'입니다. 자기 주체성을 확립하고, 세상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펙을 쌓고 학위를 받는 요식행위 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SNS는 물론, 일기, 서평, 여행기, 공연 관람 후기, 영화 리뷰, 자기소개서, 기획서, 리포트, 논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한 글쓰기 책이 넘칩니다. 물론 시와 소설, 시나리오, 드라마 대본을 쓰려는 분들도 있지만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에게 글쓰기는 대부분 비문학적, 일상적, 논리적, 설득적 글쓰기를 의미합니다. 자기 감정을 드러내고 생각을 표현하는 글쓰기가 필요한 분들은 체계적인 이론서나 문법책이 아니라 실제 오랫동안 글을 쓴 사람의 조언을 듣는 편이 낫습니다. 시인이나 소설가의 글쓰기 책이나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한 분의 글이 아니라 조지오웰, 유시민, 윌리엄 진서, 김정선, F.L. 루카스, 이오덕, 나탈리 골드버그의 책을 참고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글을 쓰는 목적과 방법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글을 '' 쓰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기점검'입니다. 천편일률적인 글쓰기 비법은 없습니다. 모든 책이 각각의 독자에게 다른 의미로 읽히듯 글을 쓰는 사람의 생각, 감정, 배경지식, 상황에 따라 다른 글을 씁니다. 그러니 ''를 들여다보는 일이 글쓰기의 출발입니다. 한 가지 더 필요하다면 '편견 깨뜨리기'입니다. 글쓰기가 작가만의 일이라든지, 글쓰기 능력은 원래 타고난다든지 하는 생각 말입니다. 그러고나면 이제 쓰면 됩니다.


글쓰기 책은 대체로 이론을 제시하는 책이 대부분입니다. 여기서 이론은 추상적 방법론과 일반론을 의미합니다. 두번째는 워크북 형태로 실행에 옮기라고 독려하거나 날짜별로 글쓰기를 안내하는 책입니다. <사적인 글쓰기>를 준비하면서 지금까지 읽은 40여권의 글쓰기 책을 다시 들여다보고 목적과 방법을 들여다 봤습니다. 신간을 뒤적이고 미처 보지 못한 책들도 더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조금 더 '먼저' 혹은 더 '많이' 써 본 경험일 뿐이지만 오랫동안 국어를 가르치고 책읽기와 글쓰기 강의를 하며 받았던 질문들에 답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전히 숨쉬듯 읽고 쓰며 사는 제 일상적 글쓰기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특별한 비법이나 노하우는 없습니다. 그건 세상 어떤 글쓰기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상황과 맥락에 따라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자기 글쓰기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변화를 만들 뿐입니다.

 

저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아닙니다. 다정다감한 성격도, 타인과의 관계가 원만하지도 못합니다. 친구보다 촛불과 스탠드가 익숙합니다. 그나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편안합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사람들은 저마다 하루를 살고 내일을 기다리며 행복한 삶을 꿈꿉니다. 친구, 가족과의 평범한 일상부터 직업과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까지. 우리의 삶은 고통과 좌절이면서 기쁨과 행복입니다. 어떤 내일을 기다리는지 알 수 없으나 멀리서 사람들이 삶을 관찰해보면 그저 신기하기도 합니다. 사람은 어떤 존재일까요? 세상은 또 어떤 곳일까요?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는 어떠했으며, 과학기술의 발달 과정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요? 왜 사람들은 생각이 대부분 비슷할까요? 제게 책과 글은 끊임없는 질문의 연속입니다. 호기심과 질문을 멈추며 책과 펜을 내려놓을 생각입니다.

 

쓰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계신 분, 계속 쓰고 있지만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시는 분,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 싶은 분, 사는대로 생각하며 흘러가는 분,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고 정리하고 싶은 분...... 수많은 글쓰기 책들이 나왔고 앞으로도 나오겠지만, 이 책을 준비하고 출간한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사적인 글쓰기가 공적인 글쓰기와 무관한 자기 감정의 배설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발표 매체와 독자에 따라 사적인 글은 얼마든지 공적인 글이 됩니다. 부디 글쓰기를 시작하는 분이나 다시 한 번 자기 글쓰기를 점검하고 싶은 분들에게 기막힌 지름길이 아니라 자기만의 오솔길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무엇보다도 15년째 사적인 공간인 블로그에서 인연을 맺은 분들, 출간 준비를 위해 마련한 '사글사글 상담실'을 찾아 주신 분들, 5년째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독서모임 회원분들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 2018서울국제도서전에서 <사글사글 상담실> 글쓰기 강의에 참석해 주신 분들, 출간 전에 오프라인으로 휴머니스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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