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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사체험 상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윤대석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죽음은 삶의 그림자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죽어 간다는 말이다. 분리할 수 없는 두 세계를 우리는 늘 분리된 세계로 인식한다. 불연속적 세계관이나 통합된 하나의 눈으로 보면 시간과 공간이 일직선상에 놓여 질 수 없다. 죽음과 어깨동무하고 늘 곁에 두고 함께 걸어가지만 호기심이나 두려움의 대상일 뿐이다. 죽음은 그렇게 우리에게서 멀리 있지 않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자주한다. 아침에 헤어지는 가족과의 만남이 마지막일 수 있다. 내일을 맞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부정적이고 염세적인 세계관과는 다르다. 모든 순간에 충실하고 싶은 것이다. 이 순간을 사랑하고 싶다.
죽어본 사람은 없다. 다만 죽음과 유사한 경험을 한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혹은 잠시 죽음의 상태를 경험한 사람들은 많다. 그 사람들은 특별한 체험을 하기도 한다. 그러한 체험을 임사체험이라고 한다. 죽음의 경계까지 가본 경험, 거의 죽었다고 판단되었지만 살아난 사람들의 경험, 그것을 임사체험이라 부른다. 명칭이야 어떠하든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간혹 들어본 적이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임사체험>은 이런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었다. 기억될 만한 책이다. 철저하게 저널리즘에 입각한 서술도 마음에 들었고 정확한 취재와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전개도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신비주의 관점에서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확신을 전해주는 책도 아니고 과학의 시선으로 그것을 부정하는 책도 아니다.
삶에 대한 애정과 집착만큼이나 죽음에 대해서는 두려움과 거부감을 갖고 있다. 왜? 알지 못하기 때문일까. 단순히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기보다 익숙한 세계인 이 세상과의 이별때문일까. 소유한 것들에 대한 욕심일까.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미련일까.
죽음 저편으로 갔던 사람들은 누구도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을 이쪽으로 보내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은 영원한 수수께끼고, 영원한 불안과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 (하) P. 401
정확하지 않지만 다치바나의 이 말이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영원한 불안과 공포의 대상인 죽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간 축적된 연구 성과에 대한 분석과 직접 취재를 통해 접근하고 있는 이 책은 죽음 이후에 대해 설명한다.
임사체험 연구의 선구적 역할을 했던 연구자들의 사례를 통해 터널체험과 체외이탈 등 공통적인 경험들을 분석하는 것으로 이 책은 죽음의 세계에 접근하기 시작해서 실제 사례를 통해 임사 체험의 최대 쟁점인 ‘뇌내 현상설’과 ‘현실 체험설’에 대해 모두 점검한다.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서술되는 저자의 주장은 오류를 범할 때가 많다. 주관적이진 않더라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 할 만한 논거들 속에는 항상 반론의 여지가 남아 있다. 그런면에서 다치바나의 방법은 신뢰할 만하다. 어느 쪽에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과학이든 아니든 기준도 관점도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은 마지막 장에서 말하고 있듯이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삶의 관점에서 바라본 죽음을 찾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어떤 삶의 자세를 가질 것인가는 물론 각자의 몫이다. 죽음 이후에 대한 논쟁을 하든, 종교를 갖든 버리든 상관없이 결국 문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로 귀결된다. 죽음을 맞는 태도와 죽음 이후에 대한 자세도 삶이 없이는 불가능해 보인다. 삶의 연장선에서 바라보는 죽음이야말로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한국인의 죽음에 대한 김열규의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와 최준식의 <죽음, 또 하나의 세계>와 또 다른 방식으로 쓰여진 이 책은 죽음을 앞 둔 사람들이나 죽음 자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보다 생에 대해 환멸을 느끼거나 삶의 목적과 방향이 모호한 나같은 사람들에게 적합한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림자처럼 늘 우리 몸에 드리워져 있는 죽음을 두려워말자.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내 삶의 주인이 되려는 노력이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내게는 결국 죽음도 ‘지금-여기’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귀착된다. 이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의 삶에 충실하며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저자의 말을 되새겨본다.
‘네가 죽음을 무서워하고 있는 동안은 죽음은 아직 오지 않았다. 진짜로 죽음이 다가왔을 때는, 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너와 죽음이 만나는 일은 없다. 죽음에 대해 고뇌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 (하) P. 404
061225-142(상), 061227-143(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