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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 <파우스트>에서 <당신들의 천국>까지, 철학, 세기의 문학을 읽다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1월
평점 :
한 해에 출판되는 책들 중에 옥석을 가려내는 일은 정말 힘들다. 나름의 기준이 있겠지만 누구에겐가 책을 추천하는 일은 쉽지 않다. 더구나 불특정 다수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공감할 만한 좋은 책들을 여기저기서 추천한다. 연말이면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일이지만 잘 선별해서 나중에 후회할만한 책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선택한 책 중의 하나가 김용규의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이다.
김용석이나 김용규나 대중에게 익숙한 철학자들의 책은 쉽고 편안하다. 어렵게 접근하지 않고 그야말로 가벼운 읽을거리 이상의 의미를 던져준다. 다만 이렇게 누워서 떡을 먹다보면 체하기 쉽다는 반성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13편의 고전 문학을 거론한다. 파우스트, 데미안, 어린왕자, 오셀로, 변신, 구토, 고도를 기다리며, 페스트, 유토피아, 당신들의 천국, 멋진 신세계, 1984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그것이다.
특별한 기준도 이유도 없다. 저자가 읽어온 문학 작품에 대한 나름의 견해와 분석이 담겨 있다. 그 이야기들의 색깔이 독특하고 재미있다. 딱딱하고 어려운 이야기로 독자를 주눅들게 아니다. 영화나 음악 이야기가 튀어나오기도 하도 주관적인 감상으로 흐르기도 하며 시를 인용하기도 한다. 잡탕찌게처럼 끓고 있지만 맛은 특별하다.
그러나 아무리 기막힌 해설과 맛깔스런 양념이 더해져도 그 작품을 읽는것만 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책은 읽었던 작품들을 다시 음미하고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계기가 된다. 다른 사람의 책읽기를 들여다 보는 일도 즐거울 수 있고 때때로 그 과정과 이야기 속에서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다면 그것도 즐거운 일이다.
다만 이런 종류의 책들을 통해 읽지 않은 고전을 이해한 것으로 착각하는 우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대중적으로 성공한 책들이 겪는 본의 아닌 부작용이다. 재미와 상관없이 교양과 다른 목적으로 읽어내기에도 충분한 책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이유가 다양한 만큼 읽는 목적에 따라 같은 책이 달리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비난할 수만은 없지만.
안 그래도 바쁜 철학이 카페에서 문학을 이야기할 때 귀 기울여 들을만한 사람이 있을까? 아니 어쩌면 철학은 한가하다. 카페에서 문학 얘기나하고 예술도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아니 어쩌면 그것이 철학 본연의 임무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삶을 지혜를 전해주고 새롭게 생각하게 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철학은 우리에게 의미있게 다가올 지도 모르겠다.
이론과 개념 속에서 헤매는 철학을 가깝게 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것이 문학이나 예술을 통해서는 직접적인 삶의 모습들을 통해서든 말이다. 철학의 목적과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든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의 문제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토막난 단상처럼 보이지만 깊이와 통찰력을 두루 갖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보면 문학도 예술도 철학도 한 동네 사람처럼 정겨워 보인다. 결국 이들의 공통점은 당연하게도 인간과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주둥이만 살아있는 수많은 사람들이나 목적도 생각도 없이 하루하루를 견뎌내야 하는 사람들이나 삶이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한가하게 카페에 앉아 철학이나 문학을 논할 시간이 없는 계급에 속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우울한 메시지가 아니길 바란다.
이 책은 유한 계층의 담소용으로 이해되기보다 색다른 방식으로 문학 읽기가 타당하다. 문학은 사람이 중심이 된다. 삶의 문제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당연하다. 둘이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누든 잘 들어보면 들을만한 이야기가 나올법하다. 다만 그것을 전달하는 과정과 방법은 저자의 몫이고 독자들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판단한다.
추천하긴 어렵지만 정확하게 중간등급으로 어정쩡한 자세로 한번쯤 읽어보세요라고 권할만한 커피 한 잔 같은 책이다. 커피는 취향에 따라 다르게 마시면 그 뿐이다. 커피 마시면서 특별이 할 일이 없는 분들게 추천한다.
070116-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