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여러분은 아시겠지만, 내가 소식이 뜸하면 뜸했지 우울하다고 징징대는 사람은 아닌데 (에헴) 그런 내가 우울하다면 정말 우울한 건데, 그렇다, 내가 요즘 좀 우울하다.

 

날씨는 추워졌는데 요 며칠 구름까지 많아서인가. 그것도 그렇겠다.

혼자서 일을 진행하고 결산하니 외로운가. 그럴 수도 있다.

연말이 다가오니 나이 먹는 게... 그것도 맞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올해는 들려오는 소식들도 한결같이 우울하다.

슬프고 화나는 게 반복되니 무력함이 일상에 자리잡았다.

 

이럴 때 기운을 잃지 않는 것이 승부의 포인트.

어쩔 수 없이 우울하더라도 주머니 속엔 각자의 조약돌 하나를 넣어 둡시다.

산책 중 마음에 들어 주워 온 예쁜 조약돌.

하도 만져서 손때가 묻은 조약돌.

손에 쥐고 있으면 따뜻하고 힘이 나는 조약돌.

여차하면 나쁜놈의 이마에 명중시킬 수 있는 조약돌.

 

 

 

 

 

 

 

 

 

 

 

 

 

 

 

 

 

 

* 몸에 지닌 채 소원을 빌면 다 들어주는 요술 조약돌.

나쁜놈의 이마를 때리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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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11-26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쁜놈의 이마를 때리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니 저도 장바구니에 넣겠습니다!!

이런 우울한 네꼬님을 위해 내가 명란젓 오차즈케를 만들어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네꼬 2014-11-26 10:37   좋아요 0 | URL
오오 나는 그럼 갈릭스테이크버거를 사줄게요! (이건 훨씬 쉽네?)

다락방 2014-11-26 10:39   좋아요 0 | URL
아 이상적인 우리 관계 ♡

다락방 2014-11-26 10:39   좋아요 0 | URL
이런걸 보고 소울메이트라고 하는건가요?

네꼬 2014-11-26 10:51   좋아요 0 | URL
푸드메이트라는 더 좋은 말... (하트하트)

무해한모리군 2014-11-2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in.co.kr/jaju79/7159020

네꼬님 힘내요...
저는 이마 조심하고 다녀야겠어요 ㅎㅎㅎㅎ

네꼬 2014-11-26 13:20   좋아요 0 | URL
각자 이마는 알아서 관리하고 (응?) 나쁜놈 이마는 함께 노려봅시다. (먹고 싶다 싱싱한 고등어.......)

moonnight 2014-11-26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쁜놈의 이마정도는 때려도 괜찮은 거 같은데요(˝ )( ˝);;;;;
보관함에 넣었어요. 네꼬님 주머니에도 예쁜 조약돌하나 들어있음 좋겠어요. 우울함은 저멀리 날려보낼 수 있는. 토닥토닥..

네꼬 2014-11-26 13:21   좋아요 0 | URL
크허허. 실베스터는 그러지 않았지만 저는 좀 그러고 싶네요. 근데 그러면 조약돌 한 개로 안 되고 무더기를... 아, 아닙니다. (감사해요 문나잇님.)

하늘바람 2014-11-26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조약돌 저도 좀 지녀야겠네요

네꼬 2014-11-26 13:22   좋아요 0 | URL
1인 1조약돌이군요!

Mephistopheles 2014-11-26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약돌을 지니기 전에 로케이션(제구)-여기서 제구란 공을 원하는 위치에 던질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해야 할 것 같아요. 전 분명 나쁜놈의 미간에 제대로 던져버리고 싶으니까요.(그것도 조약돌을 뾰족하게 깍아서....)

네꼬 2014-12-01 11:00   좋아요 0 | URL
저의 경우는 여러 개가 필요해서 일단 주머니가... (연습도 해놓고요.)

뽈따구 2014-11-26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술 조약돌 탐단나 하다가
갑자기 고등어로 들어가서
˝니가 고등어를 먹었지!˝ 하던 ˝나는 고양이라고(사노 요코)˝ 동화책이 생각나서
혼자 흘흘흘~ 합니다. ㅋㅋㅋㅋㅋ

네꼬 2014-12-01 11:01   좋아요 0 | URL
하하하 뽈따구님, 그 책 재미있죠. 어리둥절한 책.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번 먹어보...

서니데이 2014-11-26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 이마를 가리고(그렇지 않으면 다음권에 이마 맞은 사람으로 출연할 수 있으니까요^^;)... 소원은 뭘 하지 고민하다보면 그 전에 `심각하게` 고민했던 일은 잊어버리고 다시 소원 뭐하지 하면서 또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을 거에요, 저라면요. ^^; 그 조약돌은 하나 꼭 있었으면 좋겠어요.

네꼬 2014-12-01 11:02   좋아요 0 | URL
정색하고 말씀드리는데, 아닙니다, 서니데이님은 이마 맞으실 일 없습니다. 우리가 이마를 때리고 싶은 사람은 사실 모두 같을 것 같아요. (그쵸..) 저도 조약돌 소원을 여러모로 생각해봤습니다. 그런 고민만으로도 좋지요.

섬사이 2014-11-27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퍼뜩 떠오르는 이마가 있는데.....
조약돌도 이미 많이 준비되어 있는데...
쩝.

네꼬 2014-12-01 11:02   좋아요 0 | URL
나도 나도 나도 많은데 조약돌! 부르르르.
일단은 우울하고요, 네.

무스탕 2014-11-27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짱돌로 넣고 다녀도 되나요?
나쁜놈 마빡 치려면 조약돌보다 짱돌이 더 딴딴할것 같은 느낌인데요? ㅎㅎㅎ

우울하지 마세요. 며칠동안 햇님도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아 그자나도 어제오늘 저도 날이 우중충하구나..-_- 요러고 있었는데 네꼬님마저 우울하다 하심 너무 우울해질듯 싶어요 ;ㅁ;

네꼬 2014-12-01 11:03   좋아요 0 | URL
눈까지 왔어요, 오늘은.
마음을 바꾸려고 해도 간단치가 않네요. 겨울이 왔어요. 우리 함께 건강하게 지내도록 노력해요. (그러면서 운다... ㅠㅠ)
 

사세요!

뭔가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요?

아니 이게 왜 70% 할인이야.

중고책보다 싸요. ㅠㅠ

여러분 이거 빨리 사세요. 네?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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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11-12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400 원 이네요! @.@

네꼬 2014-11-12 14:34   좋아요 0 | URL
나도 자꾸 다시 열어보고 있음 @.@

뽈따구 2014-11-13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네꼬님 리뷰 매일 눈팅만 하다가....
˝사세요!˝ 라는 한 마디에 들어가서는....
`배송료가 붙네?` 하면서 그만........
15권이나 사 버렸어요... 휴.......
그래도 이왕 샀으니까. 재밌게 잘 읽겠습니다~~~~ /^^

네꼬 2014-11-13 12:20   좋아요 0 | URL
(이름도 귀여우신) 뽈따구님, 저 혼자 망하지 않고(?) 지름신에 불을 붙여서 기쁘네요(??). 게으른 주인이라 이런 말씀 드리기 부끄럽지만 자주 놀러 오시고(.. ) 참견도 해주세요!

moonnight 2014-11-13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네네!!! 얼른 살께욧!!!!! 부랴부랴 @_@;;;;;;;

네꼬 2014-11-13 12:21   좋아요 0 | URL
올치올치올치 (시스템 고치기 전에 얼른요!)

무해한모리군 2014-11-25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고야 이글을 보고 말았어요... 슬퍼 ㅠ.ㅠ

네꼬 2014-11-25 13:59   좋아요 0 | URL
어허허어어허어허어 ㅜㅜ (진심으로 목놓아 움)

비로그인 2014-11-30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왜 이제서야 본 ㅠㅠ(어허허어우어어허어어.....)

네꼬 2014-12-01 11:04   좋아요 0 | URL
아아아 서재마다 돌아다니며 참견할걸. ㅠㅠ
 

어쩌다 보니 집에 쌀이 많아졌다. 어떻게 된 거냐면, 지방에 계시는 시어머님이 계속 보내주시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농사 짓는 아는 분에게 사서 보내시는 좋은 쌀인데, 인정사정 없이 보내시기 때문에 부지런히 먹어도 늘 밀려서 묵은 쌀이 되고 만다. 토요일엔 고심 끝에 떡집에 들고 갔다. 덕분에 주말에 한 말 반이나 되는 백설기가 생겼다. 따끈따끈한 백설기가 이상할 만큼 뭉클했다. 옆집 벨을 눌러 몇 덩이, 경비실을 찾아 또 몇 덩이, 이웃 친구에게 또 몇 덩이 주었다. 오늘은 출근하는 남편에게 몇 덩이 들려 보냈다. 회사 동료들과도 나누어 먹으라고. 좋은 일 있느냐고 묻는 분들께 좋은 일 생기라고 떡 했다고 말하고 보니, 정말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어제는 오래간만에 김치를 담갔다. 겨우 배추 한 포기 사다가 자르고 절이고 풀 쑤고 양념 다지고 절인 배추 건지고 물 빼고 버무리는 것만으로 반나절이 금방 간다. 그래도 할수록 요령이 생기고, 해놓고 나면 보람도 있다. 불고기도 잔뜩 해놓고 두부조림도 했다. 잘못 산 배를 숭숭 썰어 생강 한 조각이랑 같이 푹 끓여서는 체에 걸러 남편과 나누어 먹었다. 도서관에 잠깐 다녀온 것 말고 한 일은 그게 전부인데, 자려고 누우니 온몸이 노곤노곤. 몸을 써서 생활을 꾸리는 게 어떤 건가 새삼스럽게 생각하면서 잠들었다.

 

11월 한 달 동안 술을 안 마시기로 했다. (한동안 너무 많이 마셔서 재충전이 필요하다....) 이 결심을 들은 친구가 성공하면 12월 초에 이태리 요리와 맛난 술을 사준다고 한다. 지면 그 친구 소원대로 내가 술도 사고 노래방도 가 줘야 한다. 지지 않겠다.

 

 

*

 

 

 

 

 

 

 

 

 

 

 

이 책을 선물 받고 너무 좋아서 한 권을 더 샀다. 두 권을 갖고 싶은 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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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4-11-0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래요? 그럼 나도 사야지. (배추 말고 책. ㅎㅎ)

네꼬 2014-11-03 17:11   좋아요 0 | URL
그보다 쌀을... 히히. 치니님 가까이 계셨으면 백설기 나눌 텐데!

* 책은요, 저 개 모모 인스타그램으로 보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책도 물론 넘 좋고요!

웽스북스 2014-11-03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그런 결심은 나에게나 어울리는 건데! ㅋㅋ 암튼 결심쟁이의 한명으로 네꼬님의 결심에 응원을! 그리고 우리는 12월에 만나요 : )

네꼬 2014-11-03 17:11   좋아요 0 | URL
자자 내가 벌컥벌컥 마셔줄 테니 한 달만 기다려요. 나의 몸 만들기 프로젝트. 마시기 위해 참는다. -_-;

2014-11-03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03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4-11-03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절대 할 수 없는 결심을 하신 존경스런 네꼬님 +_+;;

그나저나(황급히 말을 돌린다;) 두 권 갖고 싶은 책이라니! 저도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너무 좋아서 세 권 소장한 적 있었어요. 지금은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두 권은 선물했지만요. ^^ 저도 살래요. 모모 ^^

네꼬 2014-11-05 14:16   좋아요 0 | URL
아니아니 결심은 공짜니까? -_- 근데 11월 왤케 길어요? ㅠㅠ
문나잇님에게는 스밀라..가 복수소장(?)책이구나. 저는 이따금 시집을 두세 권 살 때가 있어요. 왠지 고민에 비해 책값이 싼 것 같아서. 하여간 저도 참 쓸데없는 남 걱정 잘해요... ㅠㅠ

hnine 2014-11-03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은 자주는 안오셔도 가끔 오실때마다 결코 시시한 내용으로 오시는 법이 없어요. 저로 하여금 저 책을 보관함에 담게 하셨고, 저희 집에도 오래된 배가 있는게 생각나서 지금 저도 생강이랑 같이 끓이려고 생강 사러 나가야겠다고 마음 먹게 하셨어요.
김치 한번 만들면 시간이 후딱 가지요. 생강 사러 가서 절대 배추는 사오지 말자 말자 말자...주문 외우며 나갑니다.

네꼬 2014-11-05 14:18   좋아요 0 | URL
hnine님, 배 어떻게 하셨나 모르겠네요. 그거 꽤 약 느낌이던데. 그래서 `마셨다`고 안 하고 `먹었다`고 써 봤어요;;
김치는 한 포기를 하든 두 포기를 하든 마찬가지더라고요. 그릇 씻다 끝나는 게임 같기도 하고... 하여튼 조그만 통 하나 찰 만큼 하면서 온 집 안에 물을 뿌려댔답니다. (배추 안 사오기 성공하셨으려나? ㅎㅎ)

Mephistopheles 2014-11-04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에 고등어만 구우면 딱이군요.

네꼬 2014-11-05 14:18   좋아요 0 | URL
어휴 그 기억력!!!!!!!!!!!!!!!!!

Mephistopheles 2014-11-06 13:50   좋아요 0 | URL
심야식당 13권 39페이지....!!!!

서니데이 2014-11-0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일 생기라고 돌리는 떡도 좋을 것 같은데요.
여러 분이니까 그 중에서 누군가는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요. ^^
모모 찾기는 쉽지 않군요. 잘 보이지 않아요. ^^;

네꼬 2014-11-05 14:19   좋아요 0 | URL
아아 서니데이님은 착하시다. 저는 저한테 좋은 일 생기라고 한 건데... 역시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군요. 앗 쓰고 보니,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 있어서 개를 좋아하는 제겐 개잘보인 걸까요?? (천천히 찾으면 더 재밌어요 ^^)

비로그인 2014-11-04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네꼬님은 떡집도 다니고 김치도 담그는 고양이였!!!

네꼬 2014-11-05 14:21   좋아요 0 | URL
술도 (잠깐) 끊고 개도 좋아하는 고양이였!!! _____ 가만 근데 왜 놀라시는 거죠? 저를 너무 방탕하게만 보셨던 건가요!!!! 조금만 방탕합니다.
 

며칠 전 남편의 외가에 다녀왔다. 연휴를 맞아 외할머니를 뵈러 간 길이었는데, 마침 그 전 주에 결혼한 신혼부부가 돌아온 날이라 친척들이 많이 모였다. 가게도 편의점도 먼 한적한 마을, 남편의 어린시절부터 있던 시골집, 마당의 개들이 계속 컹컹 짖고 자동차들이 들어서니 옆집 아저씨가 외삼촌께 무슨 일인가 물었다. 웃는 얼굴로 어른은 답하셨다. "오늘 이 집에 사람 하나 들어와요." 외삼촌 내외는 몇해 전 아들을 군대에서 사고로 잃으셨다고 한다. 둘째를 결혼시키면서 마음이 어땠을까. 그 얘길 전하는 형님도 듣는 나도 눈시울을 붉혔다. 처음 보는 외사촌동서가 더 귀하게 여겨졌다. 사람 하나가 그렇게 귀하다.

 

지난 주말엔 오래간만에 언니네 집엘 갔다. 가까운 친구가 이번 사고로 아이를 잃었다고 한다. 아이가 수학여행 한번 가면서 아주 살림을 새로 장만하려 든다고 농담을 했던 친구를, 언니는 장례식장에서 다시 만났다. 아이 아버지는 사고 당시 아들의 연락을 받았을 때 침착하게 어른들 하라는 대로 하고 있으라고 한 게 한으로 남았다. 아이 외할머니는 자식 잃은 딸을 위해 버티시는데 숟가락 드신 손이 덜덜 떨리더란다. 아이들의 친구들은 장례식장에 들어서서 친구 사진을 보자 마자 통곡을 하는데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언니도 무릎이 꺾였다고 한다. 어떤 아이가 울면서 엄마, 여기 내 친구 또 있어, 그러더란다. 언니가 친구 대신 학교엘 갔는데, 아이를 잃은 어떤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는 분식점에서 웃으며 나오는 교복 입은 아이들에게 뭐가 좋아 떠드냐고 소리를 지르더란다. 분식점 주인 아저씨는 멍한 얼굴로 그 아버지를 바라만 보더라고. 언니는 그 셋이 모두 이해 되어 울었다고 한다. 집에 와서 잠든 조카를 보고 또 울었단다. 보이는 게 달라졌다고, 이제 그 전과는 달라졌다고, 언니는 말하면서 울고 나는 들으면서 울었다. 

 

한달에 한두 번 신문을 모아 버린다. 바닥에 4월 15일자 신문이 있었다. 거기 쓰인 글자들은 어쩌면 그렇게 한가로운가. 내 세상도 이렇게 달라졌는데, 가족들은 어떨 것인가. 나는 감히 상상을 할 수가 없다. 수백명을 한꺼번에 잃었다고 해서 슬픔이 하나가 아니다. 잃어버린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에 달려 있는 슬픔은 얼마나 복잡하고 깊은가. 그래서 결국 얼마나 거대하고 무거운가. 그래서 명복을 빈다는 말도 한 번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차마 입이 떼지지 않는다.

 

 

 

 

 

 

*

하필이면 최근 서재에 쓴 게 어머니와 아이의 대화였다. 떠나간 아이들과 보낸 부모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이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았을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겁이 나서 서재를 열어볼 엄두가 안 났다. 안부 물어준 용감하고 너그러운 친구들에게 염치가 없다. 보잘것 없는 나지만, 읽고 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 늘 하는 결심이지만 어딘가 다르다. 분명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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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5-12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왔어요.
내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잖아요.

네꼬 2014-05-12 16:41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다락방님.
어디 안 갈게요.

moonnight 2014-05-12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네꼬님. ㅠ_ㅠ
네꼬님이 계셔서 참 다행이에요. ㅠ_ㅠ

네꼬 2014-05-13 10:27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이 계셔서 다행이에요. 같이 있어주는 사람들이 제일인 것 같아요. 고마워요.

마노아 2014-05-12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서로 제자리를 지켜요. 두눈 부릅뜨고 지켜봐요. 그리고 꼭 기억해요.
네꼬님, 잘 왔어요.

네꼬 2014-05-13 10:28   좋아요 0 | URL
기억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게 제일 어렵고 제일 필요한 일이지요. 마노아님 고마워요.

paviana 2014-05-13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보고 싶었어요. 우리 같이 울어요.

네꼬 2014-05-13 10:28   좋아요 0 | URL
파비님, 우리 같이 우는 게 벌써 몇 번째예요? 또 울어요. 같이.

아무개 2014-05-14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백명을 한꺼번에 잃었다고 해서 슬픔이 하나가 아니다. 잃어버린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에 달려 있는 슬픔은 얼마나 복잡하고 깊은가. 그래서 결국 얼마나 거대하고 무거운가. "

아침부터 이 글귀에 마음이 먹먹하네요.
그렇죠..수백명을 한꺼번에 잃었다는것 보다, 그 한사람 한사람의 소중한 것들의 상실...
얼마나 크고 깊고 아플지....

네꼬 2014-05-13 10:30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그래서 이번 참사가 더 비극적인 것 같아요. 저는 슬픔에도 무게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상상이 되지도 않습니다. 우선 같이 슬퍼할 수밖에요.

레와 2014-05-13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_ㅠ

네꼬 2014-05-13 10:30   좋아요 0 | URL
갑자기 눈물 날 때가 많죠. 계속 그럽시다, 응?

하양물감 2014-05-17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담한 글이지만 마음이 찡해옵니다.

신목 2014-05-17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ㅜㅜ
 

일을 시작했다. 어린이가 우리집에 오면 차를 대접하고 한 주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눈다. 그중엔 책 읽은 이야기도 있다. 그러다 책을 더 읽기도 하고, 내키면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고, 퍼즐을 맞추거나 게임을 한다. 집에 갈 때는 다음 주에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한다. 진지한 대화를 위해(?) 고객은 한번에 한 분씩만 상담. 요즘 고객과의 대화는 이런 식이다.

 

H (7세, 남, 문맹)

"선생님, 나 백 더하기 만이 뭔지 알아요."

"뭔데?"

"정답은 백 만."

"아.. 선생님이 그 생각은 못했네. H는 똑똑하구나!"

"제가 원래 똑똑하진 않았는데 그거 먹고 똑똑해졌어요. 사.. 싸.. 사.."

"??"

"아 그거 뭐지. 등이 파래 가지고, 그거 먹어서 똑똑해졌는데."

"삼치?"

"딩동댕!"

 

*

 

쑥스럽지만 나는 책을 소개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어떤 형태가 좋을지 몰라서 고민도 했고 지금도 완전히 정하지는 못했다. 어떤 분은 평론을 하고, 어떤 분은 가르치고, 어떤 분은 연구를 한다. 책 만드는 일을 하면서 그런 분야의 좋은 분들을 볼 때면 부러웠고, 한편으로 나는 그보다 가벼운 자리가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가벼운, 더 세속적인 자리가. 그게 어떤 자리일지 탐색하는 중이다. 다만 책읽기는 지극히 사적인 일이고, 좋아할 만한 책은 사람마다 다르며, 책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추천한 사람도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다.

 

1년 안 되게 쉬면서 약간의 공부를 하고 자잘한 일을 했는데 그것을 기반으로 곡괭이질을 시작한다. 얼마가 되었든 소출을 볼 때까지는 까다로운 계산을 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겠다. 노트북에 나도 모르게 "최선을 다하자"라고 써붙이면서 이 촌스러운 말의 힘에 대해 생각했다. 흔한 표어 덕분에 조바심이 정리되는 것은 처음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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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4-03-11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하트)

네꼬 2014-03-11 11:30   좋아요 0 | URL
아아 쩜쩜쩜이 더 좋은지 하트가 더 좋은지 갈등중. *_*

hnine 2014-03-1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길을 열어 가세요. 분명 후회하지 않으실거라 믿습니다 ^^

네꼬 2014-03-11 11:53   좋아요 0 | URL
hnine님 고맙습니다. 새로운 길이라기보단 약간 샛길.. -_-;

꿈꾸는섬 2014-03-11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멋진 일을 시작하셨군요.^^ 잘 되어갈거에요.^^

네꼬 2014-03-11 11:54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고맙습니다. 잘 되면 멋진 일로 더 포장해볼게요!

아무개 2014-03-11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만년 만에 영어공부를 시작했는데 네꼬님의 페이퍼덕분에 왠지 제가 분발하게 되네요.
우리 촌스럽지만 최선을 다해보아요^^

네꼬 2014-03-11 11:54   좋아요 0 | URL
앗 아무개님, 저도 영어공부 할까 하고 책 주문했는데. (하겠다고는 하지 않음 ㅎㅎ) 그래요 우리 같이!

moonnight 2014-03-11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문맹인 7세 남아 H . 너무 귀여워요. >.< 그리고 부러워. 부러워. 나도 네꼬님의 책읽기 교실에 가고 싶어요. 땡깡땡깡. ㅠ_ㅠ
조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뭔가 더 좋은 방법이 있는 거 아닌가. 고민되기도 하는데, 네꼬님이 제 곁에 계시면 좋겠어요. 네꼬님과 함께 하는 아이들은 행운아들이에요. ^^

네꼬 2014-03-13 11:12   좋아요 0 | URL
문맹 7세는 여러가지로 저를 당혹스럽게 하지만 웃기고 재미있어요. 잘난척 받아주느라 등골이.. ㅎㅎ 사실 책 읽는 시간은 잠깐이고 놀고 얘기 들어주는 시간이 더 많아요. 그러니까 결국은 저 좋자고...? 음 저도 놀고 자기들도 노니까 저 좋고 고객 좋고군요. (어머님들... )

2014-03-11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13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4-03-1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근사해라. 제 눈에 하트가 총총히 뜨는 걸요. 네꼬님을 격하게 응원해요!

네꼬 2014-03-13 11:16   좋아요 0 | URL
총총히 하트 ㅎㅎㅎㅎ 마노아님의 격한 하트와 응원 힘껏 받겠습니다. 영차! (감사해요!!)

껑충 2014-03-19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선배 보고싶단 말이지요 (이런 뜬금없는 댓글이라니)

네꼬 2014-03-20 09:55   좋아요 0 | URL
누구냐 넌! ㅎㅎ 아이 참 나 보고 싶다는 후배들이 한둘이어야지. 껄껄껄. 그러면서 임시 닉네임으로 짐작함. (늘 그리운 후배님들 ㅠㅠ)

paviana 2014-03-20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교실가면 차도 한잔(알코올이면 더 좋겠지만) 주시고,이야기도 하고
책도 한권 추천해주시나요? ㅎㅎ

네꼬 2014-03-23 23:49   좋아요 0 | URL
파비님은 오실 때마다 책 한 권씩 소개 받아야죠, 제가. ㅎㅎㅎ 알콜은 무한제공. 안주도. (오늘 음료는 뭘로 하시겠습니까, 고객님? ㅎㅎ)

술빵이 2014-03-20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독서교실에 가려면 애를 낳아야 되는 것인가! 흑흑

네꼬 2014-03-24 01:10   좋아요 0 | URL
그러냐! (만나자!)

이순화 2014-03-25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7세, 문맹' 크하하하... 작년 주헌이의 상태이고만... 아... 같은 동네에 살면 좋으련만...
주헌이는 학교 입학하고도 도통 공부 비스무리한 건 안하려고 하네. 수학 문제집을 하루에 두 장만 제발 풀어달라고 애원해도 소신있게 안하고 있다. 결국 소리를 빽 지르며 "수학문제집 하라고오오.." 하면 한자쓰기 책을 꺼내 한일, 두이, 석삼을 쓰고 있지. 방에 가서 보면 당당하게 "엄마, 나, 대신에 한자 하고 있어요." 학교에서 매일 책읽기와 줄넘기 숙제를 주는데 줄넘기만 열심으로 한다. 잘하는 게 하나쯤은 있겠지 뭐... 파주 밥 먹으로 오삼...

네꼬 2014-04-15 11:39   좋아요 0 | URL
소신 있는 주헌이 ㅎㅎ 꿋꿋한 아이가 좋아요. 줏대가 있어야 학교 생활도 하고, 친구도 만들죠. 많이 컸다 그쵸? (^^) 선배 정말 밥 얻어먹으러 가야 되는뎅. 비싸고 기름진 거 사주세요.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