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신간 체크다. 그 동안은 좀 얼이 빠져 있어서 신간도 제대로 못 찾아보고 있었다. 오늘 우울하기도 하고 해서 책이나 한번 뒤적여보련다..하면서 신간을 찾아본다. 사실 신간이라기보다는, 요즘 나의 관심을 끄는 책 정도?




1. 쌍두의 악마 1,2 (아리스가와 아리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소설은 편차가 좀 있다. 특히 에이토대학 콤비의 이야기는 좋았다 나빴다 한다. 그래도 보게 되는 이유는..흠...그냥 이 소설들은 재미가 있다. 머리가 안 아프고 가볍다. 그래서 빠짐없이 읽게 되는 것 같다. 가끔, 어떤 책이든 그렇게 읽고 싶을 때가 있는 거니까 말이다.







 



2.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 (나오미 클라인)

요즘은 이런 류의 책들에 관심이 많이 간다. 세상에 대한 해석을 해보고 싶다든가 뭐 그런 이유인 것 같고. 암튼 저자가 5년여에 걸쳐 전 세계의 노동 환경을 직접 뛰어다니며 조사한 관찰 기록이자 그 결과물. 브랜드 마케팅이 문화와 노동시장, 소비자의 선택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매우 완벽하고도 쉽게 풀어쓴 안내서다...라는 알라딘의 소갯말에 힘입어 사고 싶은 책에 올린다.











3. 인권은 정치적이다 등 한겨레지식문고










최근에 한겨레지식문고라는 게 나오는 모양이다. 다 흥미진진해보이는 책들이다. 특히 <인권은 정치적이다>라는 이 책이 제일 먼저 보고 싶다.  ‘인권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의를 바로잡기 위한, 도덕적으로 정당한 주장으로 인식되는 반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구심이나 적대감을 갖고 봐야 할 슬로건으로 비치는 현실을 바탕으로, 시민적·정치적 권리뿐만 아니라 식량, 교육, 건강, 주거, 노동권 등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를 살펴봄으로써 독자들의 인권 감수성을 한층 고양시킨다...라고 설명되어 있고 내가 늘 관심을 가지는 시민의 권리라든가, 그들의 사회경제적인 상황에 대한 정치적 관여 등에 대한 내용들을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4. 조선풍속사 1,2,3 (강명관)














이런 책들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거 보면 나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가. 조선의 풍속화를 보면서 (주로 혜원 신윤복이나 단원 김홍도의 그림들이 소개되는 듯) 그 시대의 민중의 삶과 역사를 되짚어보는 시리즈이다.



5. 빅 픽쳐 (더글라스 케네디) 

표지가 재밌다. 앞날이 보장된 삶을 살던 한 남자가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우발적으로 상대 남자를 살해하게 되고 살해된 남자의 직업인 사진가로 살기로 결심, (결국 그 남자로 살기로 결심) 그러다가 사진을 찍게 되고 이로 인해 유명해지는 이야기라나. 사는 게 뭔지..라는 생각을 계속 갖게 되는 글이 아닐까 싶다.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꽤나 조국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작가의 약력도 눈에 띈다.











6. 잠자는 인형 (제프리 디버)

이 책 꼭 읽고 싶다. <Cold moon>에서 상대의 몸짓으로 심리를 간파하는 캐트린 댄스 형사가 나오는 소설로 링컨 라임 시리즈의 스핀오프 격? 암튼 꽤나 매력적인 캐릭터라 말이다. 근데..근데..내가 이걸 예전에 영어책으로 사두었다는..으으윽. 이걸 그냥 한글책으로 사서 볼 것이냐 어렵게(!) 영어로 읽어댈 것이냐...고민의 기로에 섰다. 흑. 빨랑 읽고 싶은데, 역시나 영어로 읽으면 좀 느려져서 말이다. 쩝쩝.  

 

 

 

 

 


웅.. 이 정도. 힘들어서 더 못 적겠다...ㅡㅡ+ 암튼 책은 사도사도 읽어도읽어도 마르지 않는 샘마냥 계속 나오고 있으니. 좋기도 하지만 어떨 땐 괜히 부담? (왜?ㅋㅋㅋㅋㅋㅋ) 아. 이 책들이라도 빨랑 주문해서 읽어줘야겠다. 요즘 바쁘고 심란해서 영 독서 진도가 안 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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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10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비연님하고 늘 관심 겹치는 것이 하나쯤은 있었는데 오늘은 없군요 .. 그래도 소개는 잘 보고 갑니다. !!

비연 2010-06-10 22:16   좋아요 0 | URL
앗. 이런 서글픈 일이~ 담엔 꼭 바람결님이랑 겹칠 수 있도록 (^^;;) 골라봐야 할 듯~

라로 2010-06-11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딱 한권 <인권은 정치적이다> 찜했는데,,,나머진,,,^^;;;

비연 2010-06-11 23:46   좋아요 0 | URL
^^ 한권 딩동댕~

다락방 2010-06-1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빅 픽쳐] 찜이요! ㅎㅎ

비연 2010-06-11 23:46   좋아요 0 | URL
이 책 은근 재밌어 보이죠?

야클 2010-06-11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풍속사'류의 책은 저도 관심이 가는데 그렇다면 .... -_-+

비연 2010-06-11 23:46   좋아요 0 | URL
흠...다들 취향이 다르신 듯...그나저나 <조선풍속사>는 세권이라..
 


아까 깜빡깜빡 졸았더니 새벽녘에 잠이 안 온다..ㅜㅜ 이따가 대구에 출장도 가야 하는데 걱정스럽지만 우짜겠는가. 억지로 자는 것도 힘들다. 내친 김에 21일날 영화 (로빈후드) 보러 가기로 한 거 모처럼 예매하려고 했는데, 에러가 자꾸 발생. 에잇. 그냥 알라딘에 들어와 버렸다.

오늘 (정확히 말하면 어제겠지만서도 ㅋ)부터 집어든 책은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와 '굴라쉬 브런치'다. 뭐 그 밖에도 읽다가 내 침대맡에 올려둔 책들이 지금 세어보니...5권 정도. 흑. 예전엔 한 권을 읽을 때는 다른 건 절대 안 읽었었는데, 요즘엔 여러 권 올려두고 손 닿는 곳에 놓인 거 먼저 읽는 게 아주 습관이 되어 버렸지 뭔가. 쩝쩝.


말콤 글래드웰이야 두 말 할 나위 없고, 읽을 때마다 아 이 사람의 뇌구조를 보고 싶어..뭐 이런 열망이 일어나곤 한다.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상당히 탁월하고 정말 사소한 것에서 사람의 심리결을 읽어내는 대단한 재주가 있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다. '뉴요커'에 글을 기고하고 있으니 그 글빨이야 말할 나위도 없겠지만 말이다. 사진으로 봐서는 영양이나, 다람쥐 그런 동물들이 떠오를 정도로 조금 인상적으로 (ㅋㅋ) 생겼건만, 글은 우째 이리 잘 쓰노.
염색약으로 글 써보라고 했다고 염색약에 대해 정말 글을 쓴 1장을 읽고 나니 로레알의 그 광고 '난 소중하니까요' 가 그냥 지나칠 게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로레알 광고는 늘 보면서 신기했던 것이 모델이 직접 (혹은 더빙이겠지만) 말을 하는 것이었다. 염색이 여성의 삶을 바꾸는 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으나, 사람들은 자신의 외모의 어느 부분을 변화시킴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긍지와 삶에 대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곤 하니까 말이다..이 즈음에서  나도 이제까지 망설였던 '점빼기'를 실현해야 할 날이 다가왔음을 절감한다..홋! 이거 원문으로 읽어도 재밌었겠다 싶다. 번역을 잘 해주셨을테니 그렇게까지 하진 않겠지만^^;;;

 

이 책은 진작부터 읽고 싶었다. 알라디너들이 사랑하는 책인지라. 가끔 여행기를 읽으면서 대리만족을 하곤 하는데, 동유럽을 여행하는 번역작가라니 안 그래도 흥미가 이는 판에, 사람들이 올려놓은 문장문장들이 참으로 절묘하고 재밌어서 말이다. 첫판부터 짜라투스트라 얘기를 꺼내서 뭔가 심각해...싶었지만 결국 짜파게티로 마무리짓고 마는 이 작가 (?)는 누구란 말이냐. 난 동유럽을 패키지로 다녀왔고 (부모님이랑) 그래도 볼 거 다 보고 느낄 거 다 느꼈다 하며 자족했었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훌쩍 자유여행으로 다니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다 못해 끓어오른다. 건강상태 불량이면서 이런 역마살 도지는 책을 읽는다는 자체가....죄악인 것이지.
어쨌든 기대가  크다, 이 책에. 여행 가서 손톱 발톱을 깎는 행위에 대해 일상성을 탈피한 의미를 두는 것에 대해 놀라며 읽고 있으니까. 가끔 외국에서 그런 일을 할 때 기분이 묘해지곤 했는데. 역시 여행이라는 건 나의 정말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상을 새롭고 가치있는 것으로 탈바꿈시키는 마력이 있는 행위이다. 아. 여행가고 싶어라. 어디든 뜨고 싶어지는 비연. 여행 다녀온게..흠...3월에 남해 다녀왔구나ㅜㅜ 그리 오랜 세월 전도 아닌데 왜 이리 멀게 느껴지는 건지. 곁말로 첨부하자면, 올해는 9월말에 학회 참석차 로마에 갈 예정이다. 이태리는 두번째인데, 정말 다시 가보고 싶었던 곳. 로마 뿐 아니라 근처의 몇 개 도시도 다시 한번 가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다. 

 

아 자야지. 한 주 중에 가장 싫은 날이 월요일이다. 왜? 야구 안 하니까. 답은 간단하다. 경기를 못 봐도 지금쯤 오늘의 경기 내용을 동영상으로나마 확인하는 재미로 지내고 있는데 오늘은 볼 게 없지 뭔가. 내일은 한화랑 하고 히메네스가 선발이다. sk 전에 불펜진으로 나와 김재현에게 호되게 당한 히메네스가 부활의 기회로 삼기를. 아멘. (역시나 마무리는 야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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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5-18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내일 정도 부터는 그 개를 읽을 듯 해요 ^^

비연 2010-05-18 12:35   좋아요 0 | URL
앗. 휘모리님, 함께 하는 기쁨이~^^
 


누가 소개해줘서 요 책을 보고 있다. '아이폰 성공의 비밀'. 한성대 디자인학부 교수가 쓴 글인데, 아마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글들을 좀더 update해서 내놓은 책인 모양이다. 예상보다 많이 재밌어서 길거리가다가 읽다가 유리문에 머리를 꽈당하고 만 비연..ㅜㅜ

안드로이드폰을 쓰고 있기는 한데, 아무래도 아이폰에 비해서는 차이가 많이 난다. 디자인도 그렇고 앱스토어도 그렇고 애플리케이션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이 짜증 지대로 나게 차이가 난다.

그렇지만 이 책은 아이폰에 대한 책이면서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아이폰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은 것은 수많은 장 중의 한장뿐. 나머지는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디자인에 대한 편견들, 어리석은 오해들을 일소하고자 하는 내용들이라는 얘기다. 디자인은 별개의 부서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고 하는 바보무지랭이들의 이야기를 일축하고 디자인은 디자인만이 아니며 마케팅과 홍보와 개발과 등등등이 다 어우러질 때 진정한 디자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책이다. 아주 재미있는 일화들을 열거하면서 흥미를 자극해 쓱쓱 잘 넘어가는 책이다.

아이폰이나 애플에서 나오는 많은 제품들 (아이패드 같은 것들..아 징그럽게 사고 싶다)에 어느 순간 대중들이 눈을 돌리고 다른 제품을 찾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요즘 같은 세상에 무엇을 장담하고 무엇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에서 나오는 모든 제품들은 세상을 확.실.히.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예전 매킨토시 만들어내던 애플이 곧 망할 거라 예언했던 사람들이 음메~ 기죽어~ 가 되어 아이폰이니 아이팟이니 아이패드니 따라가려고 애쓰는 게 그냥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거다. 그것은 그냥 디자인이 이뻤어요, 기능이 향상되었어요..뭐 이런 저차원적인 얘기가 아니라, 제품에 기업의 철학을 담고 제품에 사람의 본성과 문화적 원형을 담아내었기 때문이며 그래서 이것은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에 비견할 만 하다고 본다.

암튼 이건 다 읽고 나서 리뷰를 꼭 쓰고 싶다. 그리고 아..읽을수록 아이폰도 같이 구입해서 써야 하나. 지금 있는 안드로이드폰을 포기하는 것은 sk telecom으로 가족할인을 받고 있는 우리집에 대한 배신행위이므로 어쩔 수 없다 치고, 그럼 핸펀을 하나 더 마련해? 라는 맹랑한 생각 속에 사로잡혀 있다. 직접 내 손으로 만져보고 내 손으로 그 어플들을 하나하나 해보고 뭐 그러면서 세상의 변화를 작은 핸펀 속에서 느껴보고 싶고나..라고 거창한 얘기를 해대는 것이지. 실상은 그냥 사고 싶은 것일 수도 있으나, 어쨌든 내 맘 깊은 곳에는 그런 마음이 있을 것이다 이거다! 큭!

이 책도 함께 추천해주셔서 구입한다고 들어왔다가..불과 이틀 전에 책을 한뭉치 받은 내가 이 책을 포함하여 다시 수많은 책보따리를 장바구니에 넣고 심지어 카드결제까지 해버렸다는 비극적인 사실. 요즘 지름신은 수시로, 아무 때나 아무 자리에서나 강림하신다. ㅜㅜ

행동경제학이랄까. 뭐 이런 것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인가 있어왔다. 그에 대한 책들도 몇 개 뒤져서 읽어봤고. 결국 경제학도 마찬가지지만, 이론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심리가 이론과 다르게 움직임으로써 예상치 못한 결과들을 초래하는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그래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사람 하나 만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온다고 해도 '사람'을 이해하지 않고는 안된다는 것이지. 왜냐구? 당연하지 않은가. 이 지구상에서 물건을 만들고 사고 팔고 그 물건으로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더 나아가 거기에 추억과 그리움까지 담아내는 존재는 누구? 사람. 그 뿐이지 않은가. 그래서 항상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욕구에 심리학이니 행동경제학이니 진화심리학이니 하는 책들을 뒤적거리게 되는 것 같다...물론 그래서 추리소설도 좋아하지만서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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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5-14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계올림픽과 아이폰을 구실로 큰 죄를 짓고도 사면복귀된 이건희씨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합니다..^^

비연 2010-05-14 13:02   좋아요 0 | URL
컥..ㅜㅜ 그런 일이 있었죠..아이폰에 열중하느라 그건 잊고 있었다는. 쩝.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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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읽기 전에, 이 속엔 책의 내용이 담겨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사실 책의 내용을 다 안다고 해도 감동이나 가슴 먹먹함이 덜해지리라 여겨지진 않지만.


어제. 일요일이 끝나가는 게 아쉬워서 맥주 한캔을 땄다. 집에서 맥주는 매번 금물이었는데, 어느새 조금 완화되어서 말이다. 하이네켄과 아사히와 크롬바커를 사들고 왔고, 어제는 크롬바커의 날이었다. 크롬바커는 좀 비싸긴 한데 맛은 좋다. 땅콩과 아몬드를 한웅큼 집어들고 집에 같이 넣으면서 일드를 볼까 책을 볼까 망설이다가 책으로 낙찰. 일드는 이상하게 한 몫에 다 보게 되어서 일단 시작하면 좀 피곤하다. 책은 뭘 볼까. 기웃기웃하다가 오래전부터 사두고 보지 않고 있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집었다.

나이가 덜 들었을 때는 그랬다. 좀더 비극적이고 좀더 처연하게 끝나는 영화나 책이 좋았다. 웃기고 해피엔딩이고 그런 영화나 책을 좋아하는 애들이 유치해보였다. 니네가 인생을 뭘 알아~ 뭐 이런 치기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나이를 그 때보다 조금 더 들고 보니, 그냥 웃기고 단순한게 좋다. 현실에도 널려있는 가슴아프고 우울한 이야기들을 영화나 책에서 확인하는 게 괴롭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조금씩 취향이 바뀌어갔다고나 할까. 그런데 영화는 피해갈 수 있어도 가끔 책은 피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일단 좋은 책은 사고 보는 거니까. 그렇게, 이 책을 샀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는 그 내용이 너무 느껴져서 보지 않아도 슬퍼서 '감히' 집어들 엄두를 못 내었던 것 같다.

울 수 밖에 없었다. 아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처음부터 눈물이 났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라는 첫 문장부터 가슴이 섬찟했다. 엄마를 잃어버리다니. 처음엔 큰 딸의 시각으로 그 다음에는 큰 아들의, 그리고 남편의, 그리고 잃어버려진 엄마의, 마지막으로 다시 큰 딸의 눈으로 그려진 구성을 하고 있다. 어느새 정신이 혼미해진 엄마는 서울에 있는 둘째 아들네에 올라왔다가 서울역 전철에서 평생을 무심했던, 그래서 혼자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가곤 했던 남편의 손을 놓친다. 그렇게 엄마는 자식들과 남편의 곁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가난했던 그 시절에, 못 배워 글도 못 읽는 무학의 '박소녀' 엄마는 자식 넷을 키우느라 뼈빠지게 일했다. 못 배운 한을 풀려고 어떻게든 아이들 손에 책을 쥐어주고, 없는 살림에 배 안 곯릴려고 한시도 쉬지 않았다. 그 동안 남편은 바람을 피웠고 여기저기 유랑을 했고 시어머니같던 고모의 시집살이가 있었다. 자신을 그렇게나 위해주던 시동생 '균'은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갔고 그게 두고두고 한이 되어 봉사하러 다니던 곳의 아기에게 '균'이라는 이름도 지어주며 애지중지했으며, 어느날 만난 '그'에게 심정적으로 의지했었으나 닿지 않는 곳에 거리를 두고 살았다.

그런 엄마의 인생을 한 여자의 인생으로, 나와 같이 누군가를 엄마로 두고 어린시절을 거쳐 꿈많던 소녀시절을 지나 누군가와 결혼하고 그렇게 살아나간 '여자'로 봐준 사람은 없었다. 그냥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고, 엄마는 항상 그 자리에 있으면서 나를 위해 무한의 사랑을 주어야 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 엄마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 (p254) 이야기할 때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었다. 아마도 엄마라는 존재는 물리적으로 잃어버리기 전에 마음에서 이미 잃어버려진 것인지도 모른다. 한번도 인간이며 여자로 이해되기 힘든 존재인 엄마, 어머니.

신경숙의 문체는 여전히 짜임새있고 담담하지만, 예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져있고 더 정겨워져있었다. 마지막, 피에타상을 보며 엄마의 모습을 투영하는 장면에서, 작가나 혹은 이 땅의 많은 딸들의 이해와 해방을 보았다면 비약인 걸까. 누군가의 삶을 이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를 낳아주고 내게 헌신을 다하는 존재의 인생을 한번쯤 헤아리고 그 속의 욕망과 감정을 생각해보는 건 정말 필요한 일이지 않을까. 그나마라도 하는 것이 내게 평생 '마음의 고향'이며 '정신적 지주'가 되어 주는 존재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라는 생각에 다시한번 펑펑 울게 된다.

이 땅의 모든 존재는 엄마를 가진다. 그 그리움으로 이 책을 함께 한다면 좋을 것 같다. 늘 추상적으로 관념적으로 가지고 있던 나의 엄마를, 글 속의 '박소녀' 엄마의 모습 속에서 구체적으로 재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가슴벅찬...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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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알리바이
로맹 사르두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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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사르두. 프랑스의 신진 소설가 중 한 사람이며 우리가 흔히 접하는 기욤 뮈소, 막심 샤탐 등과 같은 프랑스 현대 소설가들과 어깨를 겨루는 사람이라고 한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 형식의 작품들에서 중세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묘사로 각광을 받았다고 하는데, 지금 이 소설은 철저하게 현재가 중심이며 배경도 미국의 뉴햄프셔주이다.

2007년 겨울, 뉴햄프셔의 어느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스물네구의 시체가 차곡차곡 쌓인 채 똑같이 총에 맞아 죽은 현장이 목격된다. 뉴햄프셔주의 경찰총경인 스튜어트 셰리든과 부하 형사 가르시아는 이 사건을 수사하고 싶어하나, 무슨 일인지 FBI에서 사건 일체를 가져가고 어디에도 공개하지 않은 채 그들만의 수사를 하게 된다. 뒤이어 발견된 여러가지 증거들 덕에 셰리든은 개인적으로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되고 우연히 이 죽은 사람들 중 일부가 벤 O. 보즈라는 추리소설작가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 지역의 유서깊은 대학인 듀리스디어 대학의 젊은 교수 프랭크 프랭클린에게 이 사건의 협조를 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인 흐름을 타게 된다...이 벤 O. 보즈의 소설은 그닥 유명하지는 않으나 살인장면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묘사로 현실과 환상이 상존하는 류였기 때문에 더욱 의심을 샀던 것이고.

이야기는 상당히 짜임새 있게 진행된다. 프랭크 프랭클린과 벤 O. 보즈, 그리고 셰리든의 3자 대결 구조가 볼 만 하고, 거기에 FBI 요원인 멜란치턴이나 듀리스디어 대학 학장의 딸인 메리의 이야기들이 가미되어 한번 손에 들면 놓지 않게 하는 매력이 있다. 게다가, 결말 부분에 가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갑자기 들이닥치고 속도감이 붙어서 어어어~ 하다가 이런! 하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어쩌면 현실에 있을 법한 일을 종이 위에 옮기는 소설가나 문학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현실과 상상력의 모호한 경계에 놓이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누구는 상상을 뛰어넘어 현실을 직접 반영하고 싶은 욕구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고. 그럼에도 우리에게 더 흡인력을 가지게 하는 것은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한 가상의 세계인지도 모르겠고. 지은이가 이번 작품을 통해서 <상상력, 결국 허구가 인간에게 현실보다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헀다시피 말이다.

특히, 로맹 사르두라는 소설가를 알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옮긴이가 역자 후기에 적었다시피 프랑스의 추리소설과 요즘 많이 나오는 일본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일본의 소설들에 비해 무게감이 있고 마치 화선지에 먹이 스며들듯이 처음에는 그냥 그렇게 시작했던 이야기들이 갈수록 좋아지는 디테일과 이야기로 사람을 은근히 매력시키는 점이 있는 것 같다. 좀 담담하다고나 할까. 현대 작가라 프랑스의 예전의 작가들에 비해서는 요즘 세대의 소설적인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적인 글솜씨는 엿보이는 작품이었다. (이 시점에서 프랑스 문학을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까봐 노파심에 말하지만, 이 책은 많이 재밌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제목 '최후의 알리바이'로 다 요약된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의문스러워하지만, 끝에 가서는 정말 경악스럽게 그 의미를 파악하게 되는 것도 이 책의 좋은점이라고나 할까. 일본 추리소설에 조금 식상해있던 내게 꽤 멋진 의미로 다가온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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