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낮은 숨결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6
이인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4월
품절


우선, 이 소설을 읽으려는 당신에게, 잠깐 동안 눈을 감도록 권하겠다.

눈을 감지 않고 위의 비어 있는 한 줄을 뛰어넘었다면, 제발, 아래의 비어 있는 한 줄을 건너기 전에, 꼭, 눈을 감아보기 바란다. 이때 눈을 감고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또한 기필코, 당신 자신이 깨달아내야 할 일이다. 그러니 앞에서 눈을 감았었더라도 그저 눈꺼풀을 덮어본 놀음에 불과했다면, 이 경우 역시, 다시 한번 당신 눈 속의 그 어둠과 마주하는 게 스스로 뜻깊겠다. 이번엔 가능한 한 오랫동안, 눈꺼풀 안으로 쫓아들어온 현란한 빛무늬가 완전히 암흑의 뒤편으로 스러지도록. 그래서 원컨대, 그 짙은 어둠의 응시가 이 소설 읽기를 지탱하도록.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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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 산책 1980년대편 1 -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 한국 현대사 산책 12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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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광주학살에 대해선 어렴풋이 알고 있을 따름이다.
80년에 일어난 그 때 난 아직 태어나지 않았고
계속 살아오면서 아마 중학생때까지도 전혀 들어본 일이 없다고 생각된다.
집안 서랍엔 전두환 전 대통령...아니 전두환씨의 당 임명장이라던지 전두환의 이름이 박힌
시계라던지...전두환은 그때 당시 우리의 대통령이었다.
중학생때 삼청교육대에 관한 책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그 참혹한 실상을 알게 됐음에도
거의 소설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으니...
80년에서 내 나이만큼 시간이 흐르고 두 대통령은 비리로 잡혀 들어가고 그런 세상이 왔는데도
세상은 그렇게 80년의 광주를 이야기 하지 않는다.

최씨는 고집이 세다라는 속설처럼 전라도민은 지독하다라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하물며 집에서 누나라던지 부모님도 그런 경우를 보게 된다. 그러면 내가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우리도 본관은 전라도잖아?
어째서 그런 생각을 갖게 됐을까?

지금으로선 눈물밖에 흘릴 수 없는 내가 한심하다. 여태 뭘 배우고 살아왔는지.
철저하게 가려진 80년의 광주와 선거 때 거의 몰표가 나오는 전라도의 심정을
알지도 못한 체 그저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던 나를 돌아본다.

책에서 광주학살을 겪은 사람의 말이 나온다.
'진압이라고 말을 하지만 무엇을 진압한거냐고...평화롭게 살던 광주시민들에게 진압할 만한
무엇도 없었다고..진압이란 말은 쓰지 말라고'
우린 너무 모르고 살아왔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훌륭히 치뤄낸 80년대를 기억할 뿐이었다.

지금 난 전두환에게 살의를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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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테크리스타
아멜리 노통브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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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블랑슈만큼은 아니지만 그다지 친구사귀는데 소질이 없다.
누군가 먼저 다가와 친구를 하자고 하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분명 블랑슈는
계속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속의 천사를 만들어 냈을테다.
하지만 크리스타는 얼마나 멋진 악마를 만들어 내는가. 나의 유일한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을 가족이란 울타리에서 날 내치게 만들다니.
하지만 그녀는 완벽하지 못했다. 블랑슈의 소심함을 과신한 걸까.

권선징악인가. 언제나 그런 결말을 가져온다.
어떻게 전개될지 뻔히 아는 드라마를 계속 보게 되듯
노통브의 글은 다시금 다음 작품을 붙잡게 한다. 조금씩 조금씩 완만해지고 있는걸
느끼고 있어서 아쉽기는 하다만 ...
악역은 존재해야 하나 보다. 나를 깨닫게 해주는 존재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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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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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2월에 국제천문연합이 명왕성이 행성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던 것은 좋은 소식이다. 우주는 크고 외로운 곳이다. 가능하면 많은 이웃과 함께 사는 것이 좋을 것이다.-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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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4-12-26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때부터 그렇게나 순서를 외워댔던 수금지화목토천해명.. 그런 태양계 행성의 막내라 여겼던 명왕성이 내가 대학에 입학할 때에서야 인정받았다니... 가장 멀고 춥고 어두운 곳에서 기뻐했으려나.


BRINY 2004-12-26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렇게 늦게요? 하여간 진화론도 그렇고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지식이란 게...
 
무한론 교실 - 세상에서 가장 인기없는 강의
노야 시게키 지음, 김석희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수강생은 단 둘로 이루어진 대학 수업.
무한론이라고 하면 수학에 관한 얘기겠거니 했는데
과목은 철학이었다. 하지만 정작 내부적으로는 수학으로 풀어나가는 철학.
철학수업을 들어본 일이 없었던 나로서는 정말 이렇게 철학에 수학이 가까웠나
싶을 정도로 상당한 수학적 내용이 들어있었다.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을 정도다.
"정말 수학을 써먹나요?"

초등학교 때 부터 수학을 배우며 '왜'라는 질문을 갖기 이전에 당연하게 여겨지는
아니 당연히 그렇다-라는 식으로 받아들였던 것들이 상당히 많은데
실은 그렇지 않다. 그건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서 그런식으로 쓴 것이고 실제로
좀 더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이야길 하는데 대체 지금까지 배운 것들은 뭘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
책에 나오는 '나'라는 학생과 같은 심정일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또 한명의 수강생인
'세미'는 나보다 좀 더 잘 이해하고 있는 듯 싶은데 난 항상 엉뚱한 생각만 하고 있으니...

"양갱을 보니, 내 스승인 썰렁한 교수가 생각나는군. 양갱 이야기는 그분의 특기였지.
여러분, 양갱의 절단면에 양갱이 있습니다. 썰렁한 교수는 그렇게 묻습니다. 절단면에는
양갱이 없습니다. 따라서 양갱의 절단면을 아무리 모아도 양갱이 되지는 않습니다. 절단면만
무한히 모아도 양갱은 될 수 없습니다. 커다란 양갱은 무한한 절단면으로도 이루어져 있는게
아니라, 작은 양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부분과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일상의 것들에 대해 비유하는 이런 이야기를 나도 수업시간에
들었으면 참 좋았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중,고등학교 시절과 별 차이없이 그저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그대로 설명하고 '알아들었지?'란 말한마디로 다음으로 넘어가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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