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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열쇠공 - 올해의 동화 1 ㅣ 미래의 고전 6
푸른아동문학회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모처럼 읽은 중·단편 동화집, <<공주와 열쇠공>>. 푸른아동문학회의 작가들이 한 해를 결산하며 낸 책이란다.
중견작가에서부터 처음 단편을 내는 작가까지, 다양한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이 실려있다.
작가만큼이나 소재와 풀어내는 방식도 다양하다. 친구, 가족, 사랑 ...
삼촌과 조카(원나연) ... 글로 이렇게 경상도 사투리를 잘 옮기다니! 읽는 내내 키득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 법! (커서 진짜 연애를 하게 되어도 피가 물보다 진해야 할텐데! ^^)
알 수 없는 일(이금이) ... 10대의 풋풋한 사랑(?) 시도에 웃었다. 남자와 여자의 연애 코드가 다르다는 걸 알려면 시행착오가 꽤 필요할 듯하다. (나중에는 알 수 있을까? ^^;)
공주와 열쇠공(정민호) ... 가끔은 조건에 맞는 사랑이 아니라 내 일에 푹 빠지는 게 더 좋은 경우도 있다. 그런 사람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이도 있고 말이다. 울 아들은 "열쇠공처럼 내 일에 집중하고 싶다"고 한다.
두꺼비 사랑(강숙인), 피리 부는 소년(김정) ... 자신을 희생하여 상대방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 내가 죽을 것을 알아도 날 아껴준 사람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사랑이겠지. 연인이든, 친구이든, 부자지간이든지 말이다.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온 이야기들이다. (창작동화도 이렇게 전래동화처럼 풀어낼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감탄~)
바느질하는 아이(최은영) ... 사랑하는 할머니의 죽음, 그 죽음이 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면 상실감과 슬픔 이전에 후회와 자책이 더 클 수 밖에 없을 터. 어른들에게도 힘든 일을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 하는 아이 ... 그 아이의 마음이 전해져 펑펑 울었고, 슬픔과 자책에 쌓인 아이를 보듬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족의 모습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혼자일 때만 들리는 소리(조향미) ... 친구 사귀기가 어려운 아이들도 있게 마련이다. 이럴 때 누군가 '말하는 식판'처럼 코치해주고, 기회를 만들어 준다면 참 좋을 텐데 ... 친구 사귀기를 어렵게 여기는 아이들에게 조금은 힘을 줄 수 있는 이야기이다.
돌덩이(박신향) ... 살다보면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 친구의 상황을 이해하고 같이 마음 아파하는 것이 쉽지 않을 때도 있고, 그 친구에게, 혹은 같은 처지의 다른 친구들에게 무심코 상처 주는 말을 뱉게 되기도 한다. 내가 던진 말 한 마디 때문에 엉뚱한 아이와 벌어진 싸움, 그 싸움으로 친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으니 ... 역시, 아이들은 싸우면서도 자란다. ^^
두 권의 일기장(오미경) ... 두 권의 일기장을 읽으면, 같은 상황을 놓고도 마음을 열어두고 사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이야기에서처럼, 우리 아이들이 자연과 친구하며, 이웃 어른들로부터도 배울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토끼에게(최금진) ... 동영상보다 더, 인간의 욕심으로 동물들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 토끼에게 미안해 하는 올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프게 다가온다.
종합선물세트에는 내가 좋아하는 과자들만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별로 먹고 싶지 않은 과자가 한두 개는 꼭 있듯이, 대개의 단편집에는 그닥 끌리지 않는 이야기가 한두 편은 들어있기 마련인데 ... 이 책에는 어느 것 하나 마음을 끌지 않는 이야기가 없다. 재미있는 이야기, 감동적인 이야기, 날 울게 한 이야기~ 모든 이야기가 소중하고 마음에 든다.
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 아이, 침대 머리맡에 이 책을 두고서 시시때때로 펼쳐 다시 읽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