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동 레시피
신경숙 지음, 백은하 그림 / 소모(SOMO)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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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이 책을 쓴 저자가 소설가 신경숙인줄 알았다.
가끔 그녀의 글속에 요리가 등장할때면 신경숙이 요리를 참 좋아하나보다 싶어
그래서 그녀가 요리책을 썼나보다 했다.
하지만 동명이인이라니,,,
 
동기는 어찌 되었건 신경숙의 [효자동 레시피]를 들여다본다.
그런데 방학을 한단다.
잠시 문을 닫는다는 말이 그래서 그냥 방학을 한다는 표현을 썼다는데
5년동안 레스토랑을 열어 이러저러한 일들을 추억으로 남기고
기다리던 배속의 아기를 위해 잠시 방학을 한단다.
 

음식을 만드는것과 먹는것을 모두 좋아하던 그녀가
낡은 한옥집을 개조해 통유리로 들여다 보이는 음식점을 차리고
첫 손님을 맞기 시작하면서 부터 내어놓은 요리들까지
각양각색의 손님들과의 에피소드와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가득인 책이다.
 
이곳 레시피에는 오늘의 요리를 소개하고 요리를 한 사람을 소개해준단다.
누가 무슨 요리를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무관심했던 사람들이라면
정말 특이하고 색다른 경험이기도 하겠지만 이것 또한 신경숙의 베려라는 생각을 할때 그녀는 정말 요리를 좋아할 뿐 아니라 자신의 요리를 먹어줄 사람들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의 샌드위치 요리를 시작으로 메인 요리와
스프와 샐러드와 행복한 디저트까지 요리에 얽힌 이야기와
만드는 방법이 사진으로 친절하게 설명되어져 있다.
 
 
 

우리가 흔해서 무시하듯 하는 토마토를 아주 간편하게 잘라
발사믹식초와 함께 아침 식사 대용으로 먹는다니
언제나 토마토를 갈아서 마실줄만 알던 우리 식구들에게
새로운 아침 식사로 선보이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그릴에 구운 오징어 샐러드 또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샐러드다 .
사실 엄마인 내가 오징어를 그리 썩 좋아하지 않으니
아이들이 오징어를 먹을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아 걱정인데
그릴에 구운 오징어로 만드는 샐러드라니 나 또한 먹고 싶어지는 샐러드다.
 
이 책의 그림을 그린이는 말린 꽃잎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백은하다.
그녀의 그림을 인사동에서 한번 본 이후로 강하게 뇌리속에 남아 있었는데
이런 무척 인간적인 책에서 다시 만나게 되니 너무 좋았다.
책꽂이 사이에 끼워둔 말린 꽃잎은 그냥 잊혀지기 일쑤인데
그걸 멋진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그녀가 그린 그림이 들어 있는 요리책이니
언제고 책꽂이 사이에 껴져 먼지 쌓일 일은 없을거 같은
참 행복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요리책이다.
 
효자동 레시피가 방학을 알차게 보내고 얼른 개학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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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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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티비 드라마에서 환생을 다룬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본 기억이 난다.  

아주 오랜 고대적에 삼각관계를 이루었던 사랑하는 세 남녀가  

환생을 거듭하며 만나게 되지만 그때마다 결국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또 다시 안타까운 이별을 해야하는 환생! 

 

김진규 그녀의 세번째 소설! 

첫번째 [달을 먹다]를 읽은 사람이라면 오누이의 치명적인 사랑을 기억할테고  

두번째 [공생원 마나님의 280일]을 읽은 사람이라면 공처가 공생원의 애면글면 마나님의 행적을쫓던 이야기를 기억할것이다.  

이 소설의 문을 여는 첫글을 보며 나는 그 공생원을 떠올렸다 .  

 

7쪽
-오줌이 마려운데....
소변, 소수, 소용, 소피, 완곡한 단어는 많았다. 한데 하필 적나라하게도 오줌이라니,평소라면 쓰지 않았을 단어였다. 그만큼 아랫도리의 상황이 급박하다면 꽤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혹 공생원이 환생한것일까?  

장이 민감한 공생원의 뒤간 이야기가 문득 떠올려져서 인듯도하다.   

오줌이라는 단어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면서 그에 대한 부가 설명으로  

작가의 우리말에 대한 참으로 해박한 지식에 탄복하게 되고  

전혀 새로운 단어들과 특이한 문장구조 덕분에 글읽는 재미가 쏠쏠한 그녀의 소설! 

 

한낮의 온도가 30도를 육박하는 이더위에 소름이 쫙 돋을  

이승과 저승을 오락가락하는 전생과 환생을 이야기하는 이 소설 강추다 . 

다만 이야기를 읽어 내려갈적에 조금 인내심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 

소설의 구조상 그렇기도 하지만 이 작가의 책은 여러 인물들이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여서  

처음엔 뭐가 뭔지 누가 누구인지 무지하게 복잡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중반이후부터 그렇게 얽혀진 실타래의 가닥을 하나 하나 잡아가게 해주기도 하므로,,, 

 

이 책속의 등장인물들 

수강과 연홍, 우재와 징신, 채관과 검송, 그리고 사반의 이야기 

화율은 치명적인 사랑의 주인공 우재와 징신간의 금지된 사랑의 우재의 저승차사이름이다.  

저승차사란 이승을 억울하게 살다 간 혼이 저승으로 가기전 머무는 곳에서 선택하는 직업같은거다.  

이 작가의 참 특이한 저승의 이야기는 이승과 같은 구조를 하고 있는듯 보이는데  

정말 그런것일까? 

간혹 저승에 머무는 혼령인데도 넋을 이승에 두고 왔다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혼령에게도 넋이란건 따로 있다는 이야기일까? 

육체와 영혼 두가지만 생각하던 사람이라면 무척 의구심이 드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 

 

어쨌거나 화율은 이승에서의 징신과의 사랑의 기억을 버리지 못하고  

번뇌와 고통속에서 이미 죽었는데도 다시 죽을거 같아  

대열을 이탈해 나갔다가 사고를 친다.

바로 연홍의 눈을 멀게 하는,,, 

연홍은 또 누구인가? 

연홍은 사반의 이야기에 등장하기도 하며 가시라는 이름으로 아이와 함께 우물에 빠져죽는  

환생과 환생을 거듭해 연홍으로 환생하게 된 여주인공이다.  

사반의 이야기에서도 배속에 아이를 죽음으로 몰았는데  

그런 아이가 세상에 다시 나오려 환생을 한것인지  

눈먼 연홍은 원치 않지만 아이를 갖게 되고 이번엔 낳기로 한다.  

 

이 책속의 인물중 가장 신비스러운 염색장 채관! 

그는 어떤 인물일까? 

나는 문득 화율이 만났던 상제를 떠올렸다. 그도 자신 또한 인간이라 했던,,, 

채관은 차사가 된 화율을 알아보았을 뿐 아니라 연홍을 만나 자신이 환생을 거듭하며  

그렇게 애타게 찾던 사랑하는 여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허나 연홍은 그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연홍을,  

이미 두번이나 전생에 죽임을 당했던 그 배속의 아이를 연민의 정으로 보호하려한다.

환생을 할적마다 찾지도 못하고 만났으면서도 알아채지 못했던 과거 환생을 떠올리며  

그만 그 사랑의 끈을 자신의 죽음으로 놓아주는 참으로 기이한 인물!

 

나는 이 책속의 화율이 참 안타깝다. 

비록 동성간의 사랑이지만 그렇게 애타게 찾던 사랑했던 징신을 만나지 못하고 만 , 

혹 영면의 저 세상에서는 그들이 서로 좋은 만남으로 해후하고 있지 않을까? 

그들의 지금생은 남자와 남자로 태어나 서로를 운명적으로 사랑할 수 밖에 없었을테지만

또 다른 생엔 분명 여자와 남자로 만나 사랑했을수도 있으므로,,, 

혹은 오누이로 혹은 여자와 여자로 혹은 아비와 자식으로 혹은 ,,,, 

 

나는 가끔 전생을 생각해본다.  

아니 환생도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래서 자꾸 뫼비우스의 띠처럼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전생과 환생! 

결국 모든것은 지금 내가 살아내고 있는 현생에 머무는 것이 바로 우리의 생이 아닐까?

 

이 책속의 저승차사는 나비로 변이된다. 

저승사자라 하면 검은 도복을 두르고 검은 것을 쓰고 입술마저 시커먼 것을 떠올리는데  

한없이 가벼우면서도 여린 나비 한마리라,,, 

왠지 참 낭만적이면서 멋지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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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넌 누구냐? - 색깔 있는 술, 막걸리의 모든 것
허시명 지음 / 예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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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라는 단어 만으로도 걸걸하면서 얼큰해지는 느낌이 살아나는 우리의 민속주!
그 막걸리에 관한 모든 지식들을 총망라해 놓은 이 책 한권이라면
어디에 가서도 뒤지지 않을 이야기들을 가득 늘어 놓을 수 있을 책이다.
 
민속촌에 가서는 파전과 함께 한사발 들이켜고 나야 제대로 구경한거 같고
산 정상을 오르거나 산행을 마친뒤에도 꼭 한사발 들이켜야 기분이 좋은 막걸리!
요즘 갑자기 막걸리 인기가 급 부상을 하고 있어 마침 궁금했던 막걸리 이야기!
한동안 맥주와 와인에 밀려 뒷방 신세였던 막걸리가 다시 안방을 차지 하고 있어
가끔 잊지 않고 찾아 마셨던 막걸리에 대한 애정이 자랑스러워지는 기분이랄까?
 
막걸리는 알코올도수도 낮고 열량도 낮단다.
알코올농도 6%의 술은 혈액순환을 도와 활력을 준다는데 막걸리가 바로 그런 술이다.
또한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 술이라니 한창 다이어트 바람이 부는 요즈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이야기다.
또한 막걸리의 단백질이 발효하면서 성인에게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우리 몸의 질병을 막아주고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아 면역력을 길러준단다.
 
또한 생막걸리에는 효모와 유산균이 살아있어 막걸리를 마실때는 술지게미를
잘 섞어 마셔야 좋단다.
이 지게미의 함량에 따라 술맛이 달라지니 그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로
막걸리를 두병 사서 첫번째병은 가만히 윗 부분만을 따라 마시고
나머지 술지게미를 잘 흔들어 마신후 둘째병은 통째로 흔들어 마시면
맑은술과 진한술, 그리고 탁한술 세종류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가볍고 상겁고 깔끔한 술을 원한다면 지게미가 적은 술을
맛이 진하고 영양가 높은 술을 원한다면 술지게미를 잘섞어 마시는것이 좋겠다.
항상 막걸리를 먹을때면 꼭 밑에 가라앉은 찌꺼기를 섞어 마시곤 했는데
바람직한 태도였다는 사실이 기분 좋게 한다.
 
막걸리에는 상큼한 맛을 내는 유기산이 들어 있는데
이 유기산은 갈증을 막아주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몸에 피로물질이 쌓이지 않게 한단다.
그러니 피부도 고울수밖에!
그밖에도 막걸리의 성분속에 항암효과와 혈중 지질 농도를 감소,
혈압과 혈당을 저하시키는 효과가 있다니 막걸리가 이젠 위대해 보이기까지 한다.
 

막걸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것이 누룩인데
분말로 만든 마사지 누룩은 피부를 촉촉하고 하얗게 해주며 주름도 펴지게 한단다.
또한 그 마사지 누룩을 만드는 방법 또한 소개 해 놓고 있다.
우선 누룩을 구해 미세하게 가루를 내어 누룩가루 한스푼과
우유, 꿀, 플레인 요구르트를 섞어서 걸쭉하게 만들면 된단다.(본책p95참고)
 

 
막걸리 비누 또한 피부트러블을 예방하고 노폐물을 제거해
피부색을 투명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는데
비누 만드는 방법 또한 소개해 놓고 있어 저자는 참 친절한 막걸리 전도사다.
 

 
막걸리가 어느순간 그 소비가 줄어들면서 그 많던 양조장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오랜세월을 그대로 간직한 막걸리 양조장이 있어 눈길을 끈다.
1930년 백두산에서 가져온 목재로 지어졌다는 이 양조장은
공장옆에 오크통과 항아리를 결합시킨 형태의 시음장까지 마련해
손님들을 맞이 하는 열린 양조장이란 사실이 반갑다.

막걸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진천 덕산양조장에
한번쯤 들러 보고 싶을듯 하다.
술이 오랜시간 느릿 느릿 익어가는것과 같이
오랜 역사를 담고 있는 이 양조장에 가면 왠지 고향에 온 기분이 들것만 같다.
 

 
책을 읽다보면 이 저자가 얼마나 발품을 팔고 공을 들여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들을 책 한권에 담아 놓았는지 느껴진다.
그냥 말로만 늘어 놓은 책이 아니라 표를 만들어 한눈에 알수 있게 했으며
사진과 함께 온갖 종류의 막걸리 제조 방법을 보여주고 있어
막걸리사랑이 절절히 묻어나는 그런 책이다.
 
 

 
또한 부록으로 함께 온 막걸리 레시피 책은 효자부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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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벨라처럼 쉽게 화초 키우기 - 왕초보도 실패 없이, 아파트에서도 싱그럽게
산타벨라 성금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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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보통 꽃집을 지나다 이쁘게 꽃이 핀 모습을 보면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해  

하나씩 덥석 데려오고는 시들 시들해지는 모습에 맘이 상해버려  

다시는 꽃을 사지 말아야지 결심을 하지만 또 꽃집앞을 지나게 되면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게 알고보니 꽃집 아줌마의 말을 철썩 같이 믿은 탓이란다. 

이삼일에 한번만 물을 줘두 잘 자란다는 아줌마의 말이 거짓이었다니,,,ㅠㅠ 

 

직접 집에서 화초를 가꾸고 기른 사람의 이야기여서일까? 

화초를 가꾸기 위해 준비해야할것들을 나열해 놓은 소품들을 보면서부터도 왠지 믿음이 간다. 

화초에 골고루 물을 주기 위해 물뿌리개의 주둥이가 길어야하고 

흙을 퍼담기위해 아주 작은 스푼에서부터 커다란 꽃삽을 준비해야하며 

분갈이를 위해 넓고 큰 대야를 준비해야한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그리고 화초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우리가 어떤것들을 잘못알고 있는지  

또 햇볕은 어느정도가 좋은지 물은 얼마나 주어야 하는지를 자세히 들려주며 

분갈이하는 모습이나 포기나누기 혹은 꺽꽂이를 하는 모습들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담아 눈으로 직접 보고 따라할 수 있게 해놓아 

이 책 한권이면 집에서 수월하게 화초를 키울 수 있을것만 같다. 

 

또한 어떻게 해야 좀 더 이쁘게 화초를 가꾸고 꾸밀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데  

금이 간 컵에 구멍을 내는 방법이라던지 화분을 멋지게 포장하는 방법 

그리고 사과상자를 멋진 화분으로 둔갑을 시키는 방법도  

김치통을 세상에 둘도 없는 멋진 수족관으로 바꾸는 방법을 또한

하나하나 사진으로 그 과정을 담아놓고 있어  

요 책 한권이면 그리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주위에 널려 있는 것들을 재활용해서 이쁜 화분을 만들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꽃가게 아줌마가 아무리 물을 자주 주어야한다는 말을 하더라도  

대부분의 화초들은 흙이 마르면 듬뿍 주어야 더 튼실하게 잘 자란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또한 한겨울 추위도 잘 견뎌 내야 더 이쁜 꽃을 피운다는 사실 또한  

이 산타벨라의 책을 통해 눈으로 보고 배우니 화초 키우기에 자신감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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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rist montreal 2010-08-14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화초에 대한 좋은 책 이군여
 
찬란 문학과지성 시인선 373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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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말 오랜만이다.
그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정말 오랜만에 시다운 시를 다시 만나 그 감흥에 젖는다. 
 

사춘기 학창시절 한창 감성이 풍부한 나이에
왜 그랬는지 친구들과 시인들의 한줄 싯구에 절절해져서는
그 시를 베껴가며 교환일기를 썼던 그때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와 버린 지금
시인의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그런 시를 만나
메말라 버렸을법한 가슴 한켠을 다시 내어주려 한다. 시 한 자락쯤에게!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서정윤의 ‘홀로서기’의 시작을 알리던 이 싯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는 것은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그 뒤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위대함에 견주어 보면.


이라 했던 칼릴 지브란의 싯구가 아직도 좋은걸 보면
그동안 그저 그 감흥을 잠시 접어 두었을 뿐!
얼마든지 펼칠 수 있다는 것에 새삼 감격한다.


이병률의 시집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시는 전반적으로 시인 자신만의 암시적인 싯구들을

발처럼 엮어 놓은 듯 틈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것은 밤에 가장 빨리

가장 멀리 달린다.
제자리여서 더 빨리 더 멀리 달린다.
아무 없는 어둠을 향한 혼자만의 곡예 혹은 생각처럼

                    ---[햄스터는 달린다.]중에서 ---

이 시를 읽으며 좀 오래전에 남동생이 키워 달라며 부탁했던
그 햄스터 두 마리가 생각났다.
한동안 아이들에게는 살아 있는 생명체에 대한 신비로움을

내게는 매일 뒤처리를 해야한다는 일거리를 주었던 햄스터!
요 녀석들은 밤이 되어 모두가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면 꼭 챗바퀴를 돌린다.  

매일 우주를 굴리고 있다고 믿은 햄스터가
실은 별만큼 먼 외로움을 향해 달리고 있다는 것을

                     ---[햄스터는 달린다]중에서 ---

이 시의 그와는 달리 나는 햄스터가 우주를 굴린다는 생각을 해본적도 없고
그렇게 외로움이 짙어 내내 챗바퀴를 돌린다는 생각은 더더욱 해본적이 없다.
오히려 밤만되면 시끄럽다 여겨 한쪽 베란다로 내다 놓기까지 한
참 야박한 사람이다.
그래서 시인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보다.
햄스터를 빗대어 그가 얼마나 외로이 세상을 버텨 내고 있는지를
참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시다.

또 오기나 하라는 말에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

꽃 향은 두고
술 향은 데리고 간다.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없이]중에서---

실연을 당했던 것일까?
얼마나 아픈 상처이길래 죽음을 생각해야 했던 것일까?  

하지만 또 오라하시던 그 할머니가 삶의 끈이 되어 그를  

이세상에 붙들어 두는지도 모르겠다.
혹 내게도 그런 시련이 온다면 세상에 남겨줄 그런 끈 하나쯤  

내게도 있을까? 
 


잠깐 아무것도 아닌 일로
목이 멘 마음에 경계를 세울 시간

             ---[화사한 바늘]중에서---

정말이지 이 얼마나 시적인 표현인가?!
한줄의 시속에 그의 삶과 사랑과 눈물과 외로움등등이 묻어나는
이 시집 한권으로 내 삶도 한번 돌아보면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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