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꽤 짜임새있게 스토리가 전개되는 소설을 만났다.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끝까지 쭉 읽게 된다.

수도권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단지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간군상들 사이에 벌어지는 어쩌면 일어날수도 있을법한 이야기다. 개구리 소리가 사라진 연못에 물을 넣는 민원에 대한 찬반 갈등 이야기를 시작으로 잘생긴 남자배우가 이사오면서 점점 수렁에 빠지게 되는 여자들, 교와 포레스트에 하나둘 사건이 늘어가면서 두명의 형사가 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와 인간들의 숨겨진 욕망이 다양하게 표출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갈등의 시작은 분명 민원이었는데 잘생긴 남자배우가 등장하면서 팬클럽이 만들어지고 아내들의 덕질이 시작된다. 늦바람이 무섭다는데 겉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여자들, 그러던 어느날 한 여자가 투신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연이어 사건의 원흉이 된 남자 배우가 연못에 빠져 죽게 되고 얼마 후 유일한 목격자인 여자까지 중독사한다. 연이어 발생하는 살인 사건에 단서도 증거도 없어 난감한 두 형사가 사람들을 탐문하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어디에나 모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존재들이 있다. 교와 포레스트에는 자기 제멋대로인 나이든 여자와 갑자기 등장해 여자들을 후리고 다니며 물을 흐리는 잘생긴 남자배우가 그렇다. 누구도 반가워하지 않는 그들이 하나 둘 사라지자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듯 침묵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두 형사는 포기하지 않고 사건을 쫓는다. 확실한 증거가 없어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하는가 싶지만 뜻밖의 인물에 의해 범인이 잡히게 된다.

아이가 다쳤다는 이유로 연못의 물을 빼버려 개구리를 사라지게 만들더니 또 다른 이유로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인간들, 집안의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집밖의 성가신 존재를 없애려 살인을 공모하는 인간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문제는 또다른 문제를 불러올 뿐이라는 걸 깨닫지 못한다. 호수에 빠진 인간이 잘못이지 호수에 사는 개구리가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책과나무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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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당신이에요
김민조(민조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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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책입니다*

사랑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한다. 사랑의 순간마다 느껴지는 감정들도 분명 존재한다. 사랑의 그 모든 순간들을 멋진 일러스트로 그려 눈으로 볼 수 있게 한 그림책, 에로틱한 장면들까지 빼놓지 않는다.

일반적인 책과 달리 옆으로 길죽한 판형의 그림책이다. 책이 180도로 쫙 펼쳐지고 도화지 같은 두께감의 속지가 미술작품집을 넘기는 기분이 들게 한다. 표지 색감마저 쨍한 오렌지컬러라 사랑이 무척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기분이다. 표지 한가운데 창을 뚫어 그 창을 열듯 표지를 넘겨 사랑으로 퐁당 빠지게 된다. 사랑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참 정성들여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그동안 관찰한 기록을 바탕으로 가상의 아파트를 배경삼아 사람들의 사랑의 순간들을 담아 놓았다. 처음 페이지를 넘길땐 아무 생각없이 짤막한 문장과 그림만 들여다 본다. 다시 한번 페이지를 넘기다보니 그림속 연인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하는 장면들이 펼쳐지고 있다. 마치 누군가의 사랑이야기를 훔쳐보듯 숨은 이야기 찾기를 하는 기분으로 책장을 소중히 넘기게 된다.

이성과 논리를 모두 무색하게 만들어 중력에 빠져들 듯 어쩔 수 없이 빠져드는 사랑,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만들고 고통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랑의 순간들, 알다가도 모를 사랑때문에 방황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또 다시 사랑에 빠지고 사소한 오해로 다투기도 하지만 화해하려 애쓰는 사랑, 멀리서 들려오는 집사의 발소리만으로도 반갑고 하루종일 안부가 궁금해지는 사랑, 보고 있어도 보고싶어지는 사랑, 어떠한 고통도 감내하게 되는 사랑, 참 하찮은 것까지 좋아하게 되는 사랑은 늘 우리 곁에 있으며 사랑은 삶이라는 사실!

‘사랑은 나를 가치 있게 해요,
내가 나로 있을 수 있게
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하죠.
당신을 사랑하면서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고
나를 사랑할 수 있어서 당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어요.
사랑은 나를 살게 해요.
.
.
사랑은 삶이에요.
그리고 사랑은 당신이에요.‘

마치 한편의 시나 사랑에 관한 노래 가사를 그림으로 펼쳐 읽는것 같은 책, 마지막 문장이 주는 울림에 포옹하는 연인들처럼 꼭 끌어안게 되는 한권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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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


불과 100년전만해도 산에서 호랑이와 마주치고 마을로 호랑이가 출몰하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동물원에 가거나 티비에서나 볼 수 있을 뿐이다. 호랑이는 다 어디로 사라진걸까? 태명은 백호 아명은 문호라 칭할 정도로 호랑이와는 남다른 인연을 가진 저자는 우리나라 전국방방곡곡을 다니며 호랑이에 관한 이야기를 모았으며 결국에는 한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책으로나마 호랑이를 대신 만나볼 수 있다니 다행이라 해야하나?

전설속의 호랑이는 무섭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늘 효심이 가득한 아들이 등장하고 그 효심에 감동받아 그 아들을 등에 태워 돕기도 한다. 물론 사람을 무참히 물어 죽이는 호랑이도 등장하지만 할머니에게 당하고 토끼에게 속아 넘어가기도 하며 오히려 인간에게 쫓기거나 사람들의 협동작전에 잡히기도 한다. 때로는 좀 민망하고 황당한 이야기도 등장하지만 그저 허허 웃게 만들고 인간과 호랑이의 우정을 담은 이야기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호랑이가 물어 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산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두려움에 맞서 용기를 내고 위기에 직면할때 기지를 발휘하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각양각지의 비슷한듯 다른 이야기들이 때로는 감동적으로 때로는 섬뜩하게 때로는 재치넘치고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로 꽤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짧막한 이야기의 끝에는 세줄로 요약하듯 교훈적인 문장도 등장한다. 가끔씩 과거에 실제 있었던 호랑이에 관한 기사도 실어 놓아 정말로 호랑이가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비록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로 혹은 오랜 기록속에서나 존재하는 호랑이지만 그렇다고 호랑이가 존재하지 않는건 아니다. 책속에서 호랑이를 만나는 시간만큼은 다양한 모습의 호랑이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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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


여행의 진정한 의미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거나 세계여행을 꿈만 꾸고 있다면 버드모이의 ‘어디가 좋은지 몰라서 다 가보기로 했다‘로 미리 떠나보기를!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때가 있다. 하지만 현실에 발이 묶여 미리 포기하고 만다. 티비 여행프로나 이렇게 책을 통해 여행지를 간접 구경하며 언젠가는 꼭 가봐야할 여행 버킷리스트를 만들곤 한다. 하지만 도대체 그 언젠가가 오기는 할까? 늘 꿈만 꾸던 세계여행을 퇴사후 배낭 하나 둘러메고 베트남 종단을 시작으로 히말라야 트래킹을 하고 우리나라 국토대장정에 나서고 아프리카를 횡단하며 2500일 동안 100개국을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낀 자기만의 여행기록을 남긴 책이다.

‘여행은 결국 장소보다 사람에 관한 것이었다. 오래 남는것은 풍경이 아니라 함께 나눈 대화, 함께 바라본 하늘, 함께 웃었던 기억이었다.

진짜 여행은, 사람을 통해 시작된다는 것을‘ p19

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풍경은 늘 낯설지만 낯선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온기를 나누고 뜻밖의 일들에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래서 특별한 추억거리를 안겨준다. 비행기로 쉽게 갈 수 있는 거리를 배낭을 메고 버스를 갈아타며 길위에서 겪게 되는 온갖 어려움도, 죽은 시쳬를 목격하거나 모기에게 뜯기지 않으려 침낭속에 숨어 땀을 뻘뻘 흘려야했던 순간들도 모두 자신을 탄탄하게 만들어준 좋은 경험이라고 다독이는 저자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세계여행을 가능케 만든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여행은 풍경을 보는 일이 아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다. 그들의 일상에 함께 앉아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다름을 빋아들이는 과정이다. ‘

항공권만 보고 여행지를 선택하고 아무런 사전지식없이 날것 그대로의 여행을 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모든 여정이 도전 그 자체다.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먼저 말걸기를 시도하고 공유 숙박을 통해 현지의 문화를 엿보는건 물론 세계의 다양한 여행자들과 교류하면서 친구가 되고 그 친구 덕분에 다음 여행지가 정해지고 기타등등 모든 여행에서 저자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온갖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인도에서조차 자신을 위로해준 사람들때문에 싫지만 좋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여행을 통해 성장한다‘는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떠나야만 나다워지는 그 감정, 나는 또 한번 나를 살아보기 위해, 길 위에 선다. ‘

일상탈출을 꿈꾸며 현실에서 도망치듯 여행을 하는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저자의 여행은 삶 그 자체다.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안도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새로운 여행을 도전하며 그 안에서 자신과 만나고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남을 통해 진짜 여행을 하는 저자의 앞으로의 여정 또한 응원하게 된다.

​#세계여행 #배낭여행 #버드모이 #어디가좋은지몰라서다가보기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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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모든 글을 기억한다 - 계속 쓰는 사람 정지우의 연결과 확장
정지우 지음 / 해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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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모임을 통해 서로의 글을 나누며 공감하고 소통하며 위로받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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