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책 때문에 인생을 망쳐 버린 사람들과는 달리, 그는 책을 철저하게 건강한 방식으로 소화해서 평온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즉시 그를 혐오하게 되었다. 나의 모든 세계를 바꾸어 놓고, 내 운명을 뒤흔들어 버린 책이 어떻게 이 사람에게는 비타민제처럼 작용할 수 있었을까? p.267

가족의 영향으로 그 역시 어린 시절에는 신앙을 가졌었고, 금요일마다 사원에도 가고 라마단 기간에는 금식도 했다. 그러다가 한 여자를 사랑하면서 믿음을 잃었고, 그 뒤에는 공산주의자가 되었다. 이 모든 폭풍이 흔적만 남기고 지나가 버린 후, 그는 영혼에 빈 공간을 느꼈다. 그러나 한 친구의 책장에서 가져온 이 책을 읽자 모든 것이 ‘제자리’를 잡았다. 그는 이제 죽음이 우리의 인생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는 죽음을 정원에 없어서는 안 될 나무, 거리의 친구처럼 받아들였고, 거부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또 그는 어린 시절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다. 과거에 스쳐 갔던 사소한 것들. 가령 풍선껌이나 만화책 같은 것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법도 배웠다. 첫사랑이나 그가 읽었던 첫 번째 책도 모두 그의 인생 안에서 자리를 잡았다. 황량한 그의 나라도, 그 거리를 달리던 난폭하고 슬픈 버스들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었다. p.267

“모든 것의 원천에, ‘근원’에, 원류에 도달하고 싶은 거지, 그렇지?”라고 물었다.
“순수한 것에, 변하지 않는 것에, 진실한 것에 이르고 싶은 거지? 그렇지만 그런 근원이나 시작은 없어. 우리 모두가 모방하고 있는 어떤 진실, 어떤 열쇠, 어떤 말, 어떤 기원을 찾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야.” p.303

"어렸을 때, 독서는 내게, 모든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직업의 하나로 느껴지곤 했어.“
“악보를 베끼는 일을 했던 루소도, 다른 사람들이 창작한 것을 거듭하여 쓰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았어.” p.303

나는 책을 아주 많이 읽었다. 단지 내 온 인생을 바꾸어 버린 책뿐만이 아니라 다른 책들도. 그러나 책을 읽을 때, 나는 상처 입은 내 인생에 깊은 어떠한 의미를 주려고도, 위안을 찾으려고도 절대 시도하지 않았다. 체홉에게, 폐렴에 시달리는 그 재능 있고 겸손한 러시아인에게 사랑과 경탄 이외에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그러나 헛되이 지나 버린 상처받고 슬픈 인생을 체홉주의라는 감성으로 미화시키고, 인생의 빈곤함에 대해 으스대면서 아름다움과 숭고한 감정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낀다. (p.321)

나는 르프크 아저씨가 그랬던 것처럼, 누구에게도 내가 읽었던 책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책들이 내게 대화를 하고 싶게 자극을 불러 일으켰지만, 나는 이를 주로 머릿속에서 책들끼리 하도록 내버려두었다. 때로, 계속해서 여러 권을 읽으면 그 책들끼리 속삭이는 게 들렸고, 이렇게 해서 내 머릿속이, 모든 구석에서 각각의 다른 악기가 소리를 내는 오케스트라 연주장으로 바뀌어 버린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내 머릿속의 이 음악 때문에 내가 인생을 견디며 산다고 인식했다.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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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영화를 별로 보지 않았다. 극장에도 손에 꼽을 정도로 갔고, 그렇다고 집에서 본 것도 아니었다. 겨울쯤 부터 올해는 영화를 좀 많이 봐야겠다는 생각에.. 요즘 본 영화들을 기억에서 끄집어내 본다. 

  

예스맨  - 우와, 난 짐캐리를 예전부터 좋아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또 쏙 반하는 연기를 선물할 줄이야. 조조로 나혼자 극장가서 본 영화고, 너무 좋았다. 흠, 예스맨이 되기 위해 모인 그 집회는 다소 삼성을 연상시켰지만.. 또, 매사에 예스예스만 연발하는 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좋았다. 특히, 뭔가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장면들은 나의 생각과 같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려는 생각들이 이 영화를 보고나서 스물스물 올라왔다. '청주날씨 어때요?' 이거 너무 우꼈다. 한국어로 꽤 오랜시간 연기를 하다니 이런 정보를 하나도 모르고 봤는데 정말 재밌었다.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 이 영화를 보기 위해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피츠제럴드의 단편집을 읽고 극장으로 달려갔다. 와, 단편과는 많이 다르지만 나는 영화가 더 좋은 것 같다. 적절히 주제를 잘 뽑아냈다. 노인이 노인으로 사는 것은 노인의 자세가 몸에 뱄기 때문이다. 그 자세 하나로 중년이 노년이 결정된다. 나는 어떤 자세로 살아갈 것인가. 이 영화를 보고 너무 감동이어서 친한 친구가 안봤다길래 나 한번 더 볼꺼라고 같이 극장에 갔다가 한시간도 넘게 잤다. 음하하... 내가 그렇지 뭐...  

멋진 하루 - 하정우는 정말이지, 정말 배우로구나. 추격자에서도 그랬지만 이 능청스러운 연기는 정말이지... 처음에 이 뺀질이 건달 짜증났지만 막판에 그 여자(이혼녀 마트직원?)의 태도 때문에 정말 반전이라고 느껴질정도로 머리털이 쭈뼛섰다. 심지어 하정우와 같은 태도로 살아가는데 어찌보면 부러운 것 같기도 하고... 이 영화 꼭 보라고 널리널리 알리고 싶다.   

말리와 나 - 몇년전 책을 읽고 울었기 때문에 실망할까봐 보기가 그랬으나, 봐버렸다. 천둥을 무서워하는 장면, 해변에서 놀던 장면, 목걸이를 삼켜버린 장면...들이 책에서 읽었던게 하나하나 기억에 떠올랐다. 하지만 역시 책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대사는... 그로건이 쓴 기사에 대해 상사가 평하는 장면이었다. 기자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우리는 사실과 의견을 얼마나 혼동하는가. 사실에 가치를 부여하여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편견을 만드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어떤 것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도 표현하는 것도 사실과 의견의 구분을 명확히 해야한다.  

워낭소리 - 간만에 엄마랑 본 영화. 워낙 흥행해서 인지 cgv에서 재상영까지 하던데.. 나는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그닥 감동은 못 느꼈다. ㅋㅋ 엄마역시.. 초반에 소 목의 방울소리가 좀 거슬렸던거 같고, 발이 아픈데 자꾸 걸어서 안타까웠다. 음,, 소는 정말이지 여느 동물과는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동물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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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기 전에 다른 사람의 리뷰를 보고 함안댁이 죽는 다는 걸 알았었다. 꽥! 이건 스포일러라고.. 땅을 치며 읽기 시작... 함안댁이 죽은건 약과였다는 걸 깨달았다. ㅋㅋ 호열자(콜레라)가 돌아 마을 사람의 상당수가 죽어버린다. 심지어 윤씨마님까지, 봉순네도.. 흑흑.. 서희의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까. 어이없이 등장한 조준구와 홍씨가 아주 미워죽겠다. 아씨가 어서 자랄수밖에...  

하지만 뭐니해도 가장 충격은 용이의 변신!! 월선과 이루지 못할 사랑때문에 앞에서는 측은했는데 이건 뭐 임이네를 임신시켜 아들까지 얻고 조금 꼴배기 싫어졌다. ㅋㅋ 끝부분에 구천이 잠시 등장하는데 별당아씨는 어찌된건가 기대된다.  다른 책들과 동시에 읽으니 마치 연속극을 보는 것 같다. -_-;; 몰아서 읽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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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천이와 환이가 동일인물인가.. 잠시 헤깔린다. 별당아씨랑 도망갔다는 부분에서 둘의 관계는 나오지 않고 구천이라 했다가 환이라고 했다가 하기 때문에..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니 역시나 나와같은 질문을 해놓은이가 있다. ㅋㅋㅋ  신분을 숨기고 최참판댁 종으로 들어오는 부분은 뒤에 나오나 보다. 평산과 길상, 귀녀가 음모를 꾸밀 때 설마 치수를 죽일까 했는데.. 죽여버렸다. 뭔가 큰 인물일줄 알았는데 초반에 죽네. 윤씨마님이 환이를 낳는 부분이 2권에 나와있다. 월선을 잃은 용이는 시름시름 앓는다. 토지에 나오는 수많은 아낙들은 대게는 복이 없다. 그냥 평범한 아낙들이라서 그런지 누구하나 멀쩡한 남편 갖은 이가 드물다. 쩝. 자,이제 최참판네 집안은 어찌 될것인가. 그런데 예전에 드라마로 할때는 왜 안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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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1-21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멀쩡한 남편이 드문데 그시절엔 더하지 않았을까요? 시대가 힘겨워지면 아낙과 아이들이 가장 힘겹게 견디어 내는 듯 합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소설이라 글 달아봅니다. 사투리도 정겹고 다소 거칠지만 정겨운 고향 흙길을 느리게 걷는 느낌의 소설이라 참 좋습니다.

스파피필름 2009-01-21 08:38   좋아요 0 | URL
사투리가 적응되니까 정겹고, 휘모리님 말씀대로 정말 소설에서 흙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요즘 정말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
 

자신의 일을 행복한 천형이라고 말하는 당신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요.

많은 그림들중에 그도 말했듯 나 역시 먹는 음식 그린 그림이 젤로 좋았어요.

간장게장... 그거 어쩌실려구... 아우 간장게장에 밥먹고 싶어라.

 

음, 바로 파리로 여행할 사람이 읽어야 할 책인듯. 왜냐.. 구체적으로 어느 식당이 맛있다는 정보로 가득하기 때문.. 그런 걸 스킵하다보면 한권이 한권이 아니다. 그래도 뭐, 사진들에 즐겁기는 했지만..

 

 

에.. 원작은 1권만 읽었다. 만화는 4권까지 나와있는 모양이다. 숨죽여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만화를 말이다. 주인공... 프루스트랑 정말 닮게 그렸구나. 어서어서 출간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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