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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김기찬 사진, 황인숙 글 / 샘터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사진들. 나도 이런 풍경을 3,4년전에 찍은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살고 있는 동네의 꼭대기가 궁금해서 계속 올라가봤었는데 아직도 이런 곳이 있구나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기억이 이 책을 보며 고스란히 되살아나서 신기했다. 그때 골목에는 역시나 이 책에서처럼 개들이, 아이들이, 노인들이, 꽃들이 있었다.
벽보에 붙은 불안없는 나라발전을 표어로 환히 웃고 있는 노태우의 포스터를 보고 있노라니 이 사진을 찍은 때가 내가 어렸을 적이구나 짐작할 수 있다. 그로부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고 나라가 어떻게 변했으며 그 골목의 개들, 아이들, 꽃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가난이 삶의 얼룩인지 무늬인지 모르겠다는 황인숙의 말처럼 그것이 때론 힘이 되는지 그저 장애물일 뿐인지 판단하는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그것이 힘이 되었노라고 나중에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속에는 특히 개들이 많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저기 구석에 콕 박혀있다. 볕을 쬐고 있는 녀석들. 빈 집을 기다리고 있는 골목의 개들. 개들이 없는 골목은 상상 할 수 없을 만큼 허전할 것이다. 개들이 있어야 봉숭아가 있어야 골목은 뭔가 다 갖춰진 것 같다. 마음이 어딘가 허전하다면 이 책을 보고 잠시나마 따뜻함을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