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멋대로 찍어라 - 포토그래퍼 조선희의 사진강좌
조선희 글.사진 / 황금가지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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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진에 대한 여러권의 책을 읽어왔는데 그와 크게 다른 내용은 없었다. 조선희의 사진을 보는 즐거움은 좋았다. 그녀는 사진을 잘 찍는 법은 없다고 말한다.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색깔을 나타내는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인물사진을 찍을 때는 특히 피사체에 다가가서 찍으라고 말한다. 한장만 찍고 돌아서는 것이 아니라 방향과 거리를 달리하여 여러장을 찍으라고 한다. 한꼭지에 대략 한두페이지에 거쳐 소개되어있고 틈날 때 마다 끊어서 읽기 좋다.  

 나는 그녀가 제안하는 방식 중에서 남의 사진을 모방해보라는 말이 가장 맘에 들었다. 언젠가 의자만을 찍어놓은 사진전에 간 적이 있다. 그 작가는 세상의 모든 의자들을 다 모아놓은 것 같은 다양한 의자들을 찍었다. 아마도 그 작가는 하루종일 의자 생각밖에 하지 않고,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의자만 보이지 않았을까. 그것이 바로 예술을 하는 사람의 집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같은 장소를 같은 시간에 찍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자신의 일상에 대해서 끊임없이 관찰하는 호기심은 이 세상을 처음 맞이하는 아이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좋은 사진은 그런 관찰력에서 나온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창문을 열었고, 그 순간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똑딱이로 찍었다. 이 책이 준 소득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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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의 빛 - 시인이 말하는 호퍼
마크 스트랜드 지음, 박상미 옮김 / 한길아트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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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번역자의 이름을 보고 반가운 마음이었다. 예전에 '뉴요커'란 책을 재밌게 읽었고, 그 책에서 잠시 나왔던 호퍼의 얘기가 몇년이 지난 지금에도 기억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호퍼의 책을 번역하고 싶었는데 별로 팔리지 않을 꺼란 출판사의 말에 안타깝다고 했던게 기억난다. 그런데, 그 책이 나온 것이다! 

 이 책은 사실 어떤 특정 화가에 대한 책이지만 그 흔한 작가의 이력도 그림그리는 방식도 소개되지 않는다. 이유는 마크 스트랜드라는 시인의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호퍼에 대한 얘기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장을 읽어가다보면 쉽게 그의 해석, 표현에 매료된다. 호퍼 그림의 특징을 정말로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호퍼 그림의 특징을 몇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림 속의 인물들은 우리는 볼 수 없는 어떤 곳을 응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 그곳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그림을 보는 이의 상상력에 맡긴다. 이런 표현이 그림에 서사성을 부여하기도 하나, 그렇지 않은 것도 많다. 그냥 텅빈 공간을 응시하고 있는 그림 속의 인물들 속에서 공허함을 마주 하게 된다. 

 호퍼의 그림 속의 숲, 자연은 숲이 가지는 원형적 의미의 그것이 아니다. 숲은 굉장히 어둡게 한 덩어리인 것처럼 표현된다. 자연의 푸근함을 안겨주는게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암울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많다.   

 <빈방의 빛>이나 <바다 옆의 방>등의 그림에서 우리가 없는 세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있었으나 이미 떠나온 장소나 우리가 아직 다다르지 못한 그곳은 우리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런 공간이 그려진 호퍼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생의 무상함, 찰나의 허무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의 그림을 고독이나 우울함으로 규정짓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것이다. 시인의 언어가 어떤 과학적인 언어보다 정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번역자의 말처럼 나 또한 저자의 시선에 매우 공감했고, 호퍼의 좋은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빈방의 빛>이라는 아래의 그림은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본 그림이었다.


Edward Hopper, Sun in an Empty Room, 1963. Private Collection. Image courtesy Museum of Fine Arts, Bos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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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정치를 만나다 - 위대한 예술가 8인의 정치코드 읽기
박홍규 지음 / 이다미디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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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이라는 것과 정치는 얼핏 생각하면 무관해보인다. 상상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이 과연 정치적일까. 이 책에서는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모두 8명의 예술가들의 예를 들었다. 미술,음악,영화,문학의 대표분야에서 한사람씩 예를 들면서 설명하는데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대표적인 르네상스적 사람인 루벤스, 괴테는 평생 갖었던 직업들만 해도 엄청나다. 르네상스적 인간에 대한 동경이 있는 나는 이런 천재적인 사람들의 업적을 보면 늘 혀가 내둘러진다. 게다가 이 시대는 평균수명도 엄청 짧지 않은가. 가령, 루벤스는 탁월한 어학능력 덕에 외교관으로도 입신했다고 한다. 괴테 역시 문학뿐 아니라 과학, 미학에 대한 논문도 썼고 그림도 그렸으며 변호사 였고 행정관료이자 정치인이기도 했다. 이런 생활을 할진대 당연히 그들의 작품에는 정치적인 요소를 배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페라 분야에서는 바그너와 예를 들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바그너의 오페라가 그렇게 정치적이었는지 몰랐다. 히틀러의 스승이 되었으며, 오늘날 고액으로 바그너의 오페라가 상연되는 현실을 저자는 매우 한탄하고 있다. (사실 다른 책을 읽은 게 없어서 바그너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 피카소의 화려한 삶이야 많이 알려진 것이라 흥미롭고 읽었고, 사르트르가 예술은 정치적이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동감이 되었다. 루벤스와 괴테가 예술과 정치를 조화시켰다면 존 레논은 예술에 정치를 도입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광고에 레논의 노래가 많이 사용되지만 그 내용은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는 것 역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영화에서는 채플린을 얘기하고 있으나, 채플린을 영화를 보지 못해서 뭐라 말을 못하겠다.  

 저자도 지적하였듯 안타까운 것은 우리는 많은 경우 그 작품을 직접 먼저 경험하고 평론을 읽는 것이 아니라 반대의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나 일본은 유럽문화를 동경하고 그것을 마치 정석인것처럼 받아들였기 때문에 서양문화를 최고의 것으로 가치평가하곤 한다. 또 거리상으로도 루벤스의 그림이 있는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먼저 감상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말이다. 자연스럽게 책을 먼저 읽게 되고 그 실재를 확인하기 전에 편견이 생기게 된다. 바그너의 오페라를 본적도 없고, 루벤스의 그림을 실제로 본적도 없고, 채플린의 영화를 실제로 본적도 없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먼저 봤다. 책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흡수하기 보단 보다 열린자세로 다른 관점도 포용할 수 있는 자세를 길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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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마음을 놓다 - 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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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만에 미술관련 에세이를 읽었다. 제목처럼 마음속의 무언가가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가라앉은 마음에 그림 한점한점이 편안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많이 보지 않은 그림들이라 책을 읽는 맛이 쏠쏠했다. 그리고, 저자의 다정한 말투는 계속해서 나에게 괜찮아 괜찮아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림 뿐 아니라, 책 까지 인용되어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서머셋 모옴의 <인간의 굴레>를 어서 찾아 읽어봐야겠다. 단테의 <신곡>도!

이 책에서 나온 그림 한점을 올려본다. 많이 공감되는 구절이라..



존 슬론, <일요일, 머리를 말리는 여인들 Sunday, Women Drying Their Hair〉(1912)

여자들은 아마도 근처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인 듯 보인다. 주중에 고달프게 일을 했을 것이고, 경제적으로 또는 심적으로 편하지 않은 상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날씨 좋은 일요일, 옥상에 올라가서 같이 빨래를 널어놓고, 함께 젖은 머리를 말리는 모습이 상쾌하고 즐거워 보인다. 머리의 물기를 털어 내듯 고민도 울적함도 털어내버린다. 눅눅한 슬픔은 웃음소리를 따라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이제는 정말 보송보송하고 개운하다.

힘들 때에는 가까이 있어주고, 자기편이 되어주고, 일상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나는 그 어느 하나 친구에게 베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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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 현대예술에 대한 거침없는 풍자
에프라임 키숀 지음, 반성완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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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현대미술을 이해못하는 건 우매한 일반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말씀.. 모르니까 챙피하고  행여나 내가 모른다는 걸 다른 사람에게 눈치챌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그만 위안이 될까.

한때 일반인들을 위한 미술관련 교양서들을 탐독했던 때가 있었다. 수십권을 읽었더니 다 그게 그 내용같았다. 현대미술은 아무리 봐도 화가의 의도를 모르겠고, 그렇다고 더 전문적인 미술서적을 읽는 것은 엄두를 못내겠고 그 이후로 미술관련책들을 읽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은 난해한 현대미술은 일반인을 우롱하는 것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대미술은 차치하고 라도 고전미술(?)만 잘 알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잘 알아서 무엇하게? 혹시 이건 늘 마음의 저편에 자리잡고 있는 지식에 대한 갈구 (강박관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지식에 대한 집착을 조금 내려놓은 지금은 그저 내가 이런 교양서들로부터 고흐의 그림들을 보고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며 즐거우면 그것으로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평론가들의 해석이야 그저 그들의 해석일뿐 내 느낌은 아니지 않겠는가. 사실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모를 것은 뻔한 일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몰라도 된다 그렇게 이해하지도 못할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이 문제라는 건 알겠는데 그게 왜 그렇느냐는 논리적인 설명이 없다는 거다. 이해하지 못하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도 말라는 건데 나는 그래도 이해하고 싶어 조금은 안달이 나는 사람이라는 거지. 나만 이해못하고 있으니 안심(?)은 되지만 그래도 나는 현대미술의 언저리에서 그것이 의미하는게 무엇인지 알고싶어 아직도 미련을 못버린 사람인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주는 잇점은 그 난해한 현대미술의 수많은 작품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그 많은 현대미술의 알쏭달쏭한 그림들을 어디에서 볼 수 있겠는가. 나는 책의 뒷부분에 정사각형을 이용해 그린 그림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순간 웃음이 났었다. 다 비슷비슷한데다가 초등학생도 그릴 수 있는 네모난 그림들이 이 시대 최고의 화가들이 그린 것이라는데 웃음이 났던 거다. 사실, 이 책의 지은이가 의도하는 바가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런 그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재밌고, 현대미술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이라면 조금 시원한 기분을 맛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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