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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한 남자의 특이할 것 없는 장례식으로 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의 인생을 더듬더듬하다가 맞이하는 말년의 이야기는 번역자의 말대로 공포 자체이다. 죽음은 그 자체로 공포일까? 사람들에게 죽음이 낯선 이유는 우리가 평생을 함께한 삶이라는 것의 끝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정말 부당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일단 삶을 맛보고 나면 죽음은 전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삶이 끝없이 계속된다고 생각해왔지요. 내심 그렇게 확신했습니다. (p.175)
죽음과 가까울 때 사람들이 흔히 맞이하게 되는 병은 의존, 무력감, 고립, 두려움을 동반한다. 그 통증이 주는 이질감으로 벗어나고자 밀리선트와 같은 이는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주인공은 말년에 위의 모든 것을 다 맛본다. 그의 주위에는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없다.
성공하지 못한 아버지, 질투심에 찬 동생, 한 입으로 두말하는 남편, 무력한 아들이 그의 말년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받은 평판이다. 나름대로 항변을 하기도 하지만 달라질 것은 없다. 그들은 모두 주인공을 떠났기 때문이다.
소설의 말미에 그는 묘혈을 파는 흑인과 마주친다. 자신의 무덤이 되기도 할 무덤을 파는 일. 그 안에 침대를 놓을 정도로 평평하고 편안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사람의 말이 공포감과 동시에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아.. 이런 장면을 묘사한 소설은 처음이지 않은가. 아직 살아서 할일은 많은데.. 뭔가 억울한 것 같은데 그는 이 생을 뒤로 한다.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죽음을 앞에 두고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죽음을 생각하고 다시 생을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생은 그 생각을 하기 이전의 생과는 다른 것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