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하우스 플라워 - 온실의 꽃과 아홉 가지 화초의 비밀
마고 버윈 지음, 이정아 옮김 / 살림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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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세의 이혼녀 릴라는 우연히 화분을 사게 되는데 이로 말미암아 이전의 삶과는 백팔십도 다른 삶을 경험하게 되는 로멘틱코메디 같은 소설이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사랑, 섹스, 모험, 지식, 권력, 마법, 재물, 자유, 불멸을 상징하는 아홉가지의 화초를 모으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데 다소 초자연적인 요소들이 등장한다. 도시에서의 지친 삶을 떨쳐버리고 싶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밀림에 들어가서 흥미진진한 모험도 하고 사랑도 얻었으니 이만한 해피엔딩도 없겠다 싶다. 책장도 훌훌 넘어가고 식물 이야기도 재밌다. 그런데 식물이 그렇게 하도록 했다지만 섹스에 목매는 여주인공의 발광은 좀...   마지막 열번째 화초는 이름없는 '열정'의 화초였다. (아주 오래전에 읽으려다 말았던 수잔 올린의 <난초 도둑>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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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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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고는 인도인인 애인과 헤어지고 나서 말을 잃는다. 짐을 모두 싸서 고향으로 내려간 주인공은 고향에서 달팽이식당이라는 가게를 연다. 하루에 손님 한 테이블만 받는 이 식당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찾아온 사람들은 링고가 해주는 음식을 먹고 기운을 차리게 된다. 생명력을 얻고 다음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힘 말이다. 아주 짧은 소설이어서 뭔가 말을 하다만 느낌이 든다. 엄마와의 불편한 관계가 그려지는데 소설의 마지막에서 엄마와 화해를 하게 된다. 기르던 돼지의 몸 전체를 각종 요리로 승화시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누군가는 늘 요리를 하고 누군가는 그 요리를 먹고 힘을 얻는다는 것, 나는 전자일까 후자일까. 다양한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묘사하는 부분은 괜찮았지만 그 요리들이 이야기로 엮어지는 부분이 좀 역부족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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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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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부 의사를 다시 만났다. 어딘지 삐걱거리는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의사 이라부를 생각만 하고 있어도 흐뭇해진다. 몸의 병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병만큼 표는 나지 않으면서 사람을 좀먹는 것도 없다.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이 그렇다. 특히 마지막에 논픽션 작가인 강박신경증 환자의 사례가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확인의 습관을 끊임없이반복하는 것이다. 집밖으로 나갔다가 가스밸브를 잠갔는지 한번 더 확인하러 들어오는 경우가 나도 적지 않다. 아, 세상은 걱정을 끼치는 사람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걱정을 하는 사람들로 나누어진다고 했던가. 나는 정말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이라부의 해결안은 그것을 완화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더 걱정하게 만들면서 스스로 제풀에 나가 떨어지도록 하는 방법을 썼다. 또 그런 습관이 꼭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니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기도 하잖는가. 사람들의 병세를 오히려 자신이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모습을 정확하게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 이라부가 한 일이었다.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살기란 어렵다. 또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모두들 자신만의 마음의 병에 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병을 치유하기 위한 가장 첫 단계는 두렵겠지만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직시하고 상황파악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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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커빌가의 개 열린책들 세계문학 102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조영학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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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책들에서 요즘 새롭게 나오고 있는 예쁜 판형(무엇보다 가볍다!)의 책이 아니었다면 셜록 홈스 시리즈중 하나인 이 책을 아마 읽지 않았을 것이다. 중간쯤 읽다가 내 취향이 역시 아니어서 덮으려다가 스트플턴 남매의 진실이 밝혀지는 부분에서 급 재미있어져서 끝까지 읽었다. 사건은 홈스가 풀긴 하지만 이 소설에서 사건을 서술하는 인물은 홈스의 친구인 왓슨 박사이다. 중간에 홈스가 나타나는 부분이 반전이라면 반전이겠다. 바스커빌가문을 몰락시키려는 개의 진실은 무엇일까.. 전설과 같은 비과학적인 소문들에 공포에 떠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찌보면 순진한 것 같기도 하고, 황무지가 정확히 어떤 것일까 잘 상상이 안되지만 고딕한 성 비슷한 집에서 사는 사람들의 묘사도 조금 으스스하긴 하다. 마지막 열장 정도에 홈스는 사건의 시작부터 결말까지 친절히 설명해준다. 셜록 홈스 시리즈를 즐겨 읽는 사람들은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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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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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여자가 살았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그녀를 둘러싼 주변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어른의 삶도 아이못지 않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올리브의 남편 헨리는 어느날 뇌졸중으로 쓰러져 요양원에서 죽고 소설의 말미에 이르면 올리브의 나이 또한 칠십대이다. 이야기의 시작이 대충 중년무렵이라고 할 때이니 이 소설은 인간의 한창때인 청춘을 벗어나 죽음을 눈앞에 둔 시기까지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올리브의 인생은 보통의 사람이 겪게 되는 평범한 일상과 때때로 찾아오는 평범한 고통, 평범한 고뇌 등으로 채워져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겪게 되는 모든 경험이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것처럼 느끼곤 하지만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인간군상의 다양한 경험들도 결국 몇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곤한다. 이런 점을 깨닫게 되면 마치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생긴 것 같은 기분에 빠진다. 하지만 그런 통찰력이라 믿어지는 것이 실제 내 삶 (갑작스럽게 겪게되는 충격적인 사건들과 같은)에 있어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보면 경험한 것만이 내 것이 될 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각설하고, 소설은 잔잔하고, 문장은 아름답고, 허무함을 주기도 하는가 하면, 따뜻함을 느끼게도  한다. 이웃과의 관계, 가족구성원끼리의 균열을 일으키는 것은 역시나 사랑에 관한 문제들이다. 사람들의 그 모든 평범한 고통의 원인은 '사랑'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올리브는 투박하고 거칠고 애정표현에 서투르고 무서운 교사이다. 어딘가 미화되고 이상적인 인물이 아닌 것이다. 이처럼 사랑에 서툰 (특히 하나뿐인 아들 크리스토퍼와의..) 여자의 일생을 통해 나이가 듬에 따라 겪게 되는 성장의 고통을 엿볼 수 있다. 그 추상적인 경험이 내것이 되지는 않더라도 어딘가 투박하고 서툰 몸짓들에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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