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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여자가 살았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그녀를 둘러싼 주변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어른의 삶도 아이못지 않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올리브의 남편 헨리는 어느날 뇌졸중으로 쓰러져 요양원에서 죽고 소설의 말미에 이르면 올리브의 나이 또한 칠십대이다. 이야기의 시작이 대충 중년무렵이라고 할 때이니 이 소설은 인간의 한창때인 청춘을 벗어나 죽음을 눈앞에 둔 시기까지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올리브의 인생은 보통의 사람이 겪게 되는 평범한 일상과 때때로 찾아오는 평범한 고통, 평범한 고뇌 등으로 채워져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겪게 되는 모든 경험이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것처럼 느끼곤 하지만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인간군상의 다양한 경험들도 결국 몇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곤한다. 이런 점을 깨닫게 되면 마치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생긴 것 같은 기분에 빠진다. 하지만 그런 통찰력이라 믿어지는 것이 실제 내 삶 (갑작스럽게 겪게되는 충격적인 사건들과 같은)에 있어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보면 경험한 것만이 내 것이 될 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각설하고, 소설은 잔잔하고, 문장은 아름답고, 허무함을 주기도 하는가 하면, 따뜻함을 느끼게도 한다. 이웃과의 관계, 가족구성원끼리의 균열을 일으키는 것은 역시나 사랑에 관한 문제들이다. 사람들의 그 모든 평범한 고통의 원인은 '사랑'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올리브는 투박하고 거칠고 애정표현에 서투르고 무서운 교사이다. 어딘가 미화되고 이상적인 인물이 아닌 것이다. 이처럼 사랑에 서툰 (특히 하나뿐인 아들 크리스토퍼와의..) 여자의 일생을 통해 나이가 듬에 따라 겪게 되는 성장의 고통을 엿볼 수 있다. 그 추상적인 경험이 내것이 되지는 않더라도 어딘가 투박하고 서툰 몸짓들에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