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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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9월초쯤 받았는데 열자마자 우시카와가 나왔다. 우시카와? 우시카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심지어 이 책을 올초에 읽었는데도 말이다. 많은 책을 우걱우걱 되씹지도 않도 먹어치운 결과다. 1권부터 다시 읽겠다는 결심을 단행.. 아주 천천히 읽었더니 이제사 다 읽었다.  

나는 웬만하면 한번 읽은 책은 다시 읽지 않는데 다시 읽어도 재밌다. 결말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3권에서 우시카와는 핵심인물로 등장한다. 덴고와 아오마메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덴고의 고양이마을, 그리고 아오마메의 1Q84년 에서 그들은 1984년으로 돌아온다. 시간은 상대적이라서 그 둘이 떨어져 있는 이십년은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았으리라. 하루키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선택한 대로 살아진다.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진다. 아오마메가 말했듯이 그런 삶을 살기를.. 하루키는 바랐던게 아닐까. 

하지만 이 책이 완결편이라 하기에는 궁금한 것들이 남는다. 덴고와 아오마메만 보자면 결말은 예상한대로 끝났다. 하지만 도대체 공기번데기는 무엇인가? 우시카와의 입에서 나온 리틀피플은 무엇이며 그들이 공기번데기를 만든 이유는? 리더는 누군가로부터 목소리를 들었고 그 내용은 무엇인가? 마더와 도터는 무엇이지? 특히 선구라는 종교단체의 정체는 그들이 추구하는바는 아직도 모르겠다. 아오마메와 덴고의 집앞에 나타났던 NHK수금원의 정체도 의문이다. 노부인은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나? 사라진 후카에리는? 그리고 우시카와를 죽인 다마루가 모든 사건을 급히 해결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혹시 다음 권이 나올수도 있나? 개인적으로 우시카와가 좀 불쌍하다. 나름대로 핵심인물이었고 안타까운 개인사(?)로 동정심이 생겼기 때문. 게다가 외모는 좀 그래도 유능한 사람 아니었던가. 소설의 마지막 장은 덴고와 아오마메이다. 그들은 만나야만 하는 운명이었고 그 운명의 힘을 감지하고 서로를 찾아 마침내 만남을 이루었다. 모든 이에게 이런 강렬한 운명같은 것이 있다면.. 그 운명의 소리에 귀기울여 살아가는 것이 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루키는 역시... 하루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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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순간
빌 밸린저 지음, 이다혜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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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있습니다. 

 

아주 짧은 분량이다. 이 책은 뒤에 몇장이 검정 종이로 묶여 결말이 봉인(?)되어 있다. 사실 이 결말이 별 것이 아닐 수 있어도 이렇게 해놓으면 궁금해서 도중에 읽기를 중단하거나 하는 일은드물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결말이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긴 하다. 이 책을 읽기전에 알라딘을 돌아다니다가 이 소설의 스포를 보고 ㅠㅠ 읽지 말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단 읽기 시작하자어떤 식으로 이 사람이 두번 죽었는지 궁금해졌다. 시점은 교차서술이다. 분명 동일인물인데 한쪽에서는 살아나고 한쪽에서는 이미 죽었다. 흔히 예상하기로는 사실은 둘이 다른 인물이겠지,라고 예상하는 것인데 알고보니 시간의 차이를 두고 이 한번 죽다 살아난 인물이 두번째로 죽은 것이었다. 인생이 얼마나 기구하면 같은 방식으로 또 죽겠는가. 이런 반전 자체는 신기하다고도 볼 수 있긴 한데 주인공이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가 자신의 기억을 되찾는 부분에서는 다소 자연스럽지 못하다. 갑자기 과거의 기억이 몰려왔기 때문에. <이와 손톱>은 읽지 않았는데 그 책이 더 재밌다고 한다. 읽어봐야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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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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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고 싶은 건 말이죠. 세상에는 모르는 채로 덮어두는 게 좋은 일도 있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당신 어머니 일도 그래요. 진상을 알게 되면 그건 당신에게 상처가 돼요. 그리고 일단 진상을 알게 되면 거기에 대한 책임도 떠맡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265쪽

"선악이란 정지하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항상 장소와 입장을 바꿔가는 것이지. 하나의 선이 다음 순간에 악으로 전환할지도 모르는 거야.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 도스토옙스키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 묘사한 것도 그러한 세계의 양상이야. 중요한 것은 이리저리 움직이는 선과 악에 대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지.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면 현실적인 모럴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돼. 그래, 균형 그 자체가 선인 게야."-289쪽

"마음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일 따위,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아."-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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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의 매 열린책들 세계문학 63
대실 해밋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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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타의 매>라는 제목이 정말 궁금했다. 몰타의 매가 무엇인고 하면... 1523년에 예루살렘의 성 요한 병원 기사단이 술레이만 대제에 의해 로도스 섬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크레타섬으로 간 그들은 카를 황제를 설득해서 몰타, 고조, 트리폴리를 달라고 한다. 이 때 조건이 있었으니 몰타가 아직도 스페인의 지배 아래 있다는 표시로 해마다 황제에게 매 한마리를 공물로 바치는 거였다. 부를 주체못한 기사들은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진짜 새가 아닌 머리에서 발끝까지 자신들이 가진 최고의 보석을 박아 넣은 황금 새를 보내겠다는 멋진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때 만들어진 매 중 하나가 밖으로 유출되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일당들이 이 매를 손에 넣기 위해 계략을 짜고 일을 벌이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매를 손에 넣고 보니 허무하게도 그건 납으로 만든 가짜매였다는... 어우.. 급하게 재밌게 읽어가다가 조금 허무 했다.  

 저자의 이력이 독특한데 1920년대 미국에서 실제로 탐정으로 일하기도 했다고 한다. 탐정이란 직업을 소설속에서만 봤지 실제로 본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가슴떨린다. 사실 이 소설은 심리묘사가 거의 없어서 주인공들이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래서 오쇼네시 처럼 주구장창 거짓말을 하는 인물의 경우는 성격이 좀 파탄인가,하는 생각까지 하게 한다. 속마음을 전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그래서 좀 촌스러운것 같지만, 재밌게 읽힌다. 줄거리도 더할나위 없이 단순하고..오쇼네시와 사랑이 싹트는 것 같다가 스페이드는 역시 냉철하게 살인죄로 오쇼네시를 경찰에 넘긴다. 자신은 사랑에 넘어가는 얼간이!가 아니라며.. ㅋㅋ 플릿크래프트가 공사 현장에서 떨어지는 철제 빔에 맞아 죽을 뻔한 경험을 하고 일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제2의 삶을 선택하는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정서적 애착의 끈을 냉혹하게 끊고 이루어낸 제2의 인생에서 그는 행복했을까.. 사소한 인연이라는 허상에 이끌리지 않고 단호하게 일을 처리해내는 스페이드가 멋지다. 물론 탐정사무실의 조수 에피를 나의 천사라고 부를 때는 너무 느끼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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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존 버거 지음, 강수정 옮김 / 열화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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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어머니를 어느 도시에서 만난다.

죽은 사람들은 자신이 머물 수 있는 곳을 선택할 수 있다는데 어머니가 선택한 곳이 리스본이었다.
리스본이란 도시는 <세익스피어 베케이션>과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만났던 도시인데
그곳이 어떤 곳인지 마구마구 상상이 된다.

리스본이 눈에 보이는 세계와 관계를 맺는 법은 다른 어떤 도시와도 다르다. 이곳은 게임을 한다. 이곳의 광장과 거리는 흰 돌과 색 돌로 무늬를 넣었기 때문에 길이라기보다는 천장 같아 보인다. 벽은 안팎을 막론하고 전부 그 유명한 아줄레조스 타일로 덮여 있다. 그리고 이 타일은 세상에서 볼 수 있는 멋진 것들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다. 피리 부는 원숭이, 포도 따는 아낙, 기도하는 성자, 바다의 고래들, 배를 타고 가는 십자군, 바실리카 양식의 교회당, 하늘을 나는 까치, 포옹하는 연인들, 길들여진 사자, 표범 무늬 곰치. 이 도시의 타일은 가시적인 세계, 볼 수 있는 것들로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리스본 사람들은 감정이나 기분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하는데, 여기 말로 사우다드(슬픔과 애수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깃든 포르투갈의 독특한 정서)라고 하는 이 말은 보통 향수로 번역되지만 그건 정확하지 않다. 향수는 편안함, 심지어 나태의 뉘앙스를 품고 있는데, 리스본은 한번도 그걸 누려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향수의 중심지는 베니스다. 향수에 빠지기에 이 도시는 너무나 많은 바람에 시달려 왔고, 지금도 그렇다.

엄마는 다음에는 이 도시의 어디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사라진다.
죽은 사람을 너무 그리운 사람을 이런 식으로 만날 수 있다면.... 존 버거의 상상력에 가슴이 애틋해진다.

글쎄다. 이 책은 그냥 읽고 느끼고... 말로는 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 책이다.

그리고 이 문장들..

존, 인생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선을 긋는 문제이고, 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지는 각자가 정해야 해. 다른 사람의 선을 대신 그어 줄 수는 없어. 물론 시도는 해 볼 수 있지만, 그래 봐야 소용없는 일이야. 다른 사람이 정해 놓은 규칙을 지키는 것과 삶을 존중하는 건 같지 않아. 그리고 삶을 존중하려면 선을 그어야 해.   p.16

 

인생이라는 건 정말로 모든 일에 있어서 선을 긋는다는 아주 단순하지만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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