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람들의 몸보신용으로 희생되는 똥개.

줄에 매달려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몽둥이로 두들겨 맞다가

그만 줄이 풀린 사이 줄행랑을 친 똥개는

자신을 팔아넘긴 주인 꼬마가 손짓으로 부르자 절뚝이면서도 꼬리를 치며 주인 꼬마에게 가지.

이놈의 꼬리는 반사작용에 참 충실해..

그런데, 정말 그 똥개가...

주인에게 가면 다시 잡혀서 맞아 죽을걸 몰랐을거라고 생각해?

아니, 똥개는 알면서도 간거야. 아무리 똥개라고 해도 죽음은 직감할 수 있어. 본능이니까.

맞아 죽어갈걸 알면서도 똥개는 피를 흘리고 절뚝이며 주인 꼬마에게 가.

슬픈 눈을 하고 주인 꼬마를 바라보며 가지. 똥개의 눈이 왜 슬픈 줄 아니? 맞아서 아프고, 곧 죽을걸 아니까 슬픈게 아니야. 이렇게 자기를 손짓해서 불러놓고 마을 사람들에게 넘기고 나서 괴로워할 그 주인 꼬마가 나중에 힘들어할까봐.. 이 기억을 못잊어 평생 아플까봐 걱정이 되어서 슬픈거야.

똥개도 알아. 주인 꼬마는 어쩔 수 없이 자기를 넘긴다는걸. 지금은 이럴수밖에 없다는 걸.

동네사람들의 혓바닥에서 잘게 부수어져 고기가 되어 사라져버린 똥개지만 똥개는 사람보다 낫다.

똥개의 운명은 위대하다.

그러니 나는 슬픈 눈을 하고 당신에게 갈 수밖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6-01-19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6-01-26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 저는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개로 태어나고 싶다고 여러번 생각했어요. 어떻게 살게되던간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현재형일때는 최대한 숨죽이고 있다가 과거형이 되고 난 이후에 이르러서야

온갖 미사여구와 찬란한 언어들을 남발하며 과거형이 된 그것을 추억하면서 슬픔을 쥐어짠다.

그러자 주변에서도 모두 그 과거형에 대하여 한마디씩 하며 슬픔을 쥐어짜는 그를 위로한다.

과거형이 되어야만 온전해지고, 또한 불완전함이 완전해지며, 그것은 지나간 기억속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어 변하지도 않은채 살아남는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과거형이 최고조이며 절정인것이고 동시에 영원하다.

현재는 없고 언제나 과거뿐이다.

이미 떠나간, 내 손을 지나간 무엇을 추억하는 건 사실 가장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빵 2006-01-18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 흠. 그런데 나도 그런 부류 중의 한 사람인듯.

이리스 2006-01-18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군/ 쉬운일이니까..

비로그인 2006-01-1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지요, 지나간 모든 것은 애틋해보인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지나갔다고 생각해 보아도 애틋은 커녕 다시 생각하고싶지도 않은 때가 제게는 있어요.

이리스 2006-01-19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그래요. 하지만 그럴수록 망각은 커녕 그 부분만 볼록하게 튀어나와서 자꾸만 시야에 들어오지요. 도려내어 파내고 싶어도 아니 파버려도, 흔적이 남을테니 그 역시 어쩔수가 없네요.

2006-01-19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6-01-2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 네, 그것도 적절한 예.. 인것 같아요.
 

스무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한심하게 여겼을 것이다. 아마도 싸늘한 비판을 했을듯 싶다.

다시, 안개 안으로 들어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안개 속에서 헤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변명같은 건 열가지 정도는 그럴듯하게 늘어놓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어린 내가 지금의 나를 보고 비웃는다.

갈팡질팡, 좌충우돌, 땅굴을 파고 기어 들어가 앉기... 이런 일들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나침반은 누구도 내게 쥐어주지 않는다. 나는 내 나침반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안개에서 나가야 한다.

 

자, 그러니... 비웃음은 이제 거둬주렴.

나갈게. 이 지독한 안개 속을.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빵 2006-01-17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먼일이야...?

하늘바람 2006-01-17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개에서 빠져나와 밝은 햇살을 맞으시길 바랍니다. 기다릴게요. 님의 햇살사진을 파이팅입니다

이리스 2006-01-18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군 / -_-;;;
하늘바람님 / 빠져나오면 하늘바람님 품으로~ ㅜ.ㅡ

2006-01-18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1-18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생각해보니 그건 정말 어떤 힘.. 과도 같았다.

내가 그 지역을 선택하여 주거지를 옮긴 것은 필연적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만큼 내가 자연스럽게 이끌린것일듯.

거처를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정말 하루 이틀 지나자 마자) 갑자기 끊어졌던 연락이 두 개 이어졌다. 그들 모두 내가 옮긴 그 지역과 깊은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에게 지금의 그 자리가 꼭 편하고 기쁜 자리는 아니라는 것을 무엇보다 나 자신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생각하기 조차 싫은 아픈 기억들도 어쩐지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연락이 되었다고 해서 무언가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최소한 나는, 삶이 어느정도 공평하다고 믿게 되었다. 어느 누구도 관계에 있어서 절대적인 위치를 지킬수는 없는 법이다.

나는 그들이 아프거나, 기쁘거나 사실 별 상관이 없다. 이미 그런 모든 것들은 나에게서 떠난 일들이므로. 다만 나는 어떤 힘, 인연을 끌어 당기는 힘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조금 기뻤을 따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며칠전 저녁에 혼자 심심해서 TV를 보다가 여행 채널에서 만난 뜻밖의 프로그램은 알랭 드 보통이 나오는 한시간짜리 특집이었다.

프로그램의 제목은? 물론 Art of Travel (여행의 기술).

같은 제목인 자신의 책을 기초로 해서 우리들에게 있어 여행의 의미를 설명하는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자신도 세가지 방법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우선 호화 여행의 진수랄까? 많은 이들에게 있어 꿈의 여행이라고 할수 있는 퀸 엘리자베스호를 타고 유럽을 도는 크루즈 여행을 떠난다.
그 다음으로 그가 택한 여행은 낯선 도시에서 혼자만의 여행,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서의 며칠.
마지막으로 그는 구동독을 차를 타고 달려 가로지른다.

여행에 대한 사유에 관한 그의 책을 읽는 것과, 실제로 여행자가 된 그를 보는 것은, 책속의 인물이 밖으로 뛰어나온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이상한 비현실감은 알랭 드 보통 그의 외관 자체에서도 뚜렷하다. 그는 남자로서는 너무나 아름다운 눈코입을 가졌다. 반면에 완전히 대머리가된 이마가 무지 넓은 긴 머리통의 그의 모습은 그옛날의 콘헤드라는 뾰족한 머리통을 가진 영화속의 외계인을 보는것 같게도 느껴졌으며, 꾸부정하게 걷는 그 걸음걸이는 헐렁하게 걸쳐진 육체속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과 범상치 않음을 상징하는 듯 싶기도 했다.
(실제로 그 꿈의 크루즈 여행에서조차 그는 철저하게 여자들에게 외면 당하고 할머니 친구만 잔뜩 사귀었다)

 
  머리가 약간 많았을 적의 그. 얼굴은 이보다 더 잘생겼다.

 

 

 

 

알랭 드 보통은 스위스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어렸을때 이민와서 지금 런던에 살고있다. 그에게 있어 꿈의 여행지는 바르셀로나라고 하는데. 크루즈 여행에서 배는 바르셀로나에 정착하고, 놀랍게도 그는 배에서 내리지 않기로 결심한채 스페인에 대한, 바르셀로나에 대한 그림과 기념품으로 가득차있는 자기 선실의 작은 창으로 멀리 보이는 바르셀로나의 시가를 바라본다. 과연 그의 말처럼 여행은 실제로 가는것보다 그전의 떨림과 상상만이 더 완벽하고 뛰어날 수 있는 것일까?

 

여름이 되기 전에 떠날 여행 계획을 짜고 중이다. 이번 여행은 변수도 많고 돈도 만만치 않을 여행이라 이래저래 망설이게된다. 모험으로서의 여행은 애가 딸리고 보니 쉽지않은 일이다. 알랭 드 보통이 택한 세가지 여행중 차를 타고 마음닿는 대로 달리다 모텔에 들어가는 방랑자, 모험가의 모습은 이미 내게는 없어진 걸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리스 2006-01-11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놈의 보통씨! 이젠 크루즈 여행까지 하시겠다?
흥흥.. 정말 샘이 난다구. ㅠ.ㅜ
그런데,,, 보통씨.. 나는 당신이 행복한지.. 그게 가장 궁금해. 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