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저녁에 혼자 심심해서 TV를 보다가 여행 채널에서 만난 뜻밖의 프로그램은 알랭 드 보통이 나오는 한시간짜리 특집이었다.
프로그램의 제목은? 물론 Art of Travel (여행의 기술).
같은 제목인 자신의 책을 기초로 해서 우리들에게 있어 여행의 의미를 설명하는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자신도 세가지 방법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우선 호화 여행의 진수랄까? 많은 이들에게 있어 꿈의 여행이라고 할수 있는 퀸 엘리자베스호를 타고 유럽을 도는 크루즈 여행을 떠난다.
그 다음으로 그가 택한 여행은 낯선 도시에서 혼자만의 여행,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서의 며칠.
마지막으로 그는 구동독을 차를 타고 달려 가로지른다.
여행에 대한 사유에 관한 그의 책을 읽는 것과, 실제로 여행자가 된 그를 보는 것은, 책속의 인물이 밖으로 뛰어나온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이상한 비현실감은 알랭 드 보통 그의 외관 자체에서도 뚜렷하다. 그는 남자로서는 너무나 아름다운 눈코입을 가졌다. 반면에 완전히 대머리가된 이마가 무지 넓은 긴 머리통의 그의 모습은 그옛날의 콘헤드라는 뾰족한 머리통을 가진 영화속의 외계인을 보는것 같게도 느껴졌으며, 꾸부정하게 걷는 그 걸음걸이는 헐렁하게 걸쳐진 육체속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과 범상치 않음을 상징하는 듯 싶기도 했다.
(실제로 그 꿈의 크루즈 여행에서조차 그는 철저하게 여자들에게 외면 당하고 할머니 친구만 잔뜩 사귀었다)
머리가 약간 많았을 적의 그. 얼굴은 이보다 더 잘생겼다.
알랭 드 보통은 스위스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어렸을때 이민와서 지금 런던에 살고있다. 그에게 있어 꿈의 여행지는 바르셀로나라고 하는데. 크루즈 여행에서 배는 바르셀로나에 정착하고, 놀랍게도 그는 배에서 내리지 않기로 결심한채 스페인에 대한, 바르셀로나에 대한 그림과 기념품으로 가득차있는 자기 선실의 작은 창으로 멀리 보이는 바르셀로나의 시가를 바라본다. 과연 그의 말처럼 여행은 실제로 가는것보다 그전의 떨림과 상상만이 더 완벽하고 뛰어날 수 있는 것일까?
여름이 되기 전에 떠날 여행 계획을 짜고 중이다. 이번 여행은 변수도 많고 돈도 만만치 않을 여행이라 이래저래 망설이게된다. 모험으로서의 여행은 애가 딸리고 보니 쉽지않은 일이다. 알랭 드 보통이 택한 세가지 여행중 차를 타고 마음닿는 대로 달리다 모텔에 들어가는 방랑자, 모험가의 모습은 이미 내게는 없어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