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의 맛 - 시에 담긴 음식, 음식에 담긴 마음
소래섭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12월
품절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스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찡하니 익은 동치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의젓한 사람들과 살뜰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素朴)한 것은 무엇인가

46~47p <국수> 중에서

-46-47p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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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의 맛>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백석의 맛 - 시에 담긴 음식, 음식에 담긴 마음
소래섭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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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어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107p <선우사膳友辭>중에서

 
   

자취(自炊) 시절, 혼자 밥 먹는 날이 많았다. 퇴근 후 밥하기가 고단해 비빔국수 한 그릇, 김밥 두어줄 사들고 들어가기도 했다.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위한 디브이디가 있다는 소릴 하며, 자취생2와 나는 마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어느 날 자취생3 집에 놀러갔다가, 오이피클 병이 너무 많아서 속으로 놀란 적이 있다. 자취생4는 밥상 한쪽에 한길그레이트북을 펴놓고 천천히 읽어가며 먹는다고 했다.

세월이 흘러 자취생들에게도 하나둘 食口가 생겨나고, 또 어떤 이는 귀향하여 옛 食口와 함께 밥을 먹는 나날들, <백석의 맛>을 읽으며 쓸쓸하고 짠하던 시절을 떠올린다. 낡은 나조반에 앉아 홀로 저녁을 먹으면서도, 흰밥과 가재미가 있어 정답다는 시인의 마음을 이불처럼 덮는다. 우리는 사무치게 쓸쓸해보기도 했고, 속 깊은 정다움도 가득 느껴보았다.

그 시절, 봄나물을 무쳐주었던 벗이 있었음을 떠올린다. 들깨기름에 볶은 고소한 깻잎순 맛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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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샹보거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데샹보 거리
가브리엘 루아 지음, 이세진 옮김 / 이상북스 / 2009년 10월
품절


나는 모두의 눈을 피해 숨어서 책을 읽는 아이였고, 이제 나 자신이 소중히 여김 받는 한 권의 책이 되고 싶었다. 익명의 존재, 여자, 아이, 친구의 손에서 넘어가는 몇 장의 삶이 되어 다만 몇 시간만이라도 그들을 내 곁에 붙잡아둘 수 있으리라. 이에 비길 만한 소유가 있을까? 이보다 우애 넘치는 침묵, 이보다 완벽한 이해가 있을까?-259쪽

엄마는 당혹스러운 듯했다. 그렇지만 내가 일상보다 허구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엄마 때문이었다. 엄마는 나에게 이미지의 힘, 적확한 단어 하나가 드러내 보이는 사물의 경이로움, 수수하지만 아름다운 문장이 담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가르친 장본인이었다. -261쪽

"글쓰기는 가혹하지. 그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까다롭고 요구가 많은 일일 게다……. 정말로 진실한 글을 쓰려면 말이야. 말하자면, 자기를 두 쪽으로 쪼개는 셈이 아닐까. 한쪽은 아등바등 살아야 하고, 다른 쪽은 응시하고 판단하는 거지……."-261쪽

그래도 나는 여전히 모든 것을 갖기 바랐다. 안식처처럼 따뜻하고 진실한 삶-이따금 가혹한 진실을 견딜 수 없더라도-과 영혼 깊은 곳의 울림을 포착할 수 있는 시간을 모두 바랐다. 걷는 시간과 잠시 멈춰 서서 이해하는 시간이 다 내 것이기를 바랐다. 길에서 조금 비껴나는 때도 있고 남들을 얼른 따라가서 신나게 외치는 때도 있었으면 했다. -262쪽

"크리스틴, 무슨 일을 하면서 살 건지 생각해봤니? 이제 너도 졸업반이잖아. 찬찬히 생각해봤어?"
"하지만, 엄마, 저는 글을 쓰고 싶은데요……."
"엄마는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크리스틴. 너도 직업을 선택해야만 할 거야. (엄마의 입술이 살짝 떨렸다.) 밥벌이를 해야지……."-296쪽

밥벌이라니! 그 말이 얼마나 비루하고, 자기밖에 모르고, 탐욕스럽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밥벌이를 해야만 사는 건가? 단 한 번의 생애를 아름다운 충동으로 사는 게 더 가치 있지 않나? 아니면, 삶을 유희하고, 목숨을 무릅쓰고……. 아아, 나도 모른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고만고만한 밥벌이로 살아가다니! …… 그날 저녁 나는 꼭 누구에게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넌 돈을 치러야 해’라는 말을 까놓고 듣는 기분이었다.-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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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254호 2009.08.20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8월
품절


김 - 휴가철이잖아요.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에 나오는 것처럼, 선생님이 생각하는 '지적인 휴가를 보내는 방법'을 소개해주세요.

이- 여행을 좋아하는데요. 번역이 아니더라도 항상 문학기행을 가죠. 예를 들어 파리를 가면 <푸코의 진자>와 관련된 파리 공예 박물관부터 생 마르땡 거리, 생 메리 성당 등을 순례해요. 문학을 너무 좋아하니까 여행도 문학기행을 하게 돼요. 이집트엔 플로베르, 네르발, 얀 포토츠키가 쓴 이집트 기행 책을 가지고 갔어요. 그들이 본 이집트와 내가 본 이집트를 비교하면서 느끼는 거죠. 이렇게 항상 저의 문학적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하는데 그들을 통해 많은 깨우침을 얻습니다.

- 번역가 이세욱 선생님과의 인터뷰 중에서-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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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책
오카쿠라 텐신 지음, 정천구 옮김 / 산지니 / 2009년 6월
구판절판


In our commom parlance we speak of the man "with no tea" in him, when he is insusceptible to the seriocomic interests of the personal drama. Again we stigmatise the untamed aesthete who, regardless of the mundane tragedy, runs riot in the springtide of emancipated emotions,as one "with too much tea" in him.-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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