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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 다해먹는 세상 - 왜 99%는 가난할 수밖에 없는가
크리스 레만 지음, 김현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부자들이 다 해먹는 세상
-부자라는 족속들 Rich People Things-
Real Life Secrets of the Predator Class-
이 책을 보고 처음 기대했던 것은 '내가 왜 가난 할 수 밖에 없는가' 와
연일 터지는 MB측근들의 비리와 끊임없이 반복되는 정경유착의 징후들
을 보며 나라를 상대로 장사를 하는 그들의 욕심에대한 근원을 찾고 싶었
단 것이다. 이런 전 세계적으로 버젓이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거시적인
시각과 역사등 말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그 비판의 무대가 생각한 것 보다 좁다는
사실이었다.
저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여러 정치, 경제,
문화, 사회현상등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칼럼들을 써왔고, 그 칼럼들 전체
에 흐르는 주제들을 좀더 포괄적으로 정리하여 이 책을 내게 된 것인 만큼,
내가 기대한 바와 다르게 과거부터 현재로 오는 일관적인 흐름이나 주제에
대한 구분은 없었다.
번역을 하면서 제목을 '부자들이 다 해먹는 세상' 으로 바꾼것 같은데,
원제 그대로 '부자라는 족속들' 정도로 했다면 오히려 저자가 말하는
주제를 잘 나타낼수 있었을 것 같다.
책은 총 26가지의 칼럼을 엮어놓은 형태로 되어있다.
부자들이 어떻게 부를 가지게되었고, 어떤식으로 정보를 조작하고,
어떤 식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자신들의 부를 대대손손 이어가기 위해
어떠한 방식을 쓰는지를 구조적으로 파헤치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사회 에서 일어나는 어떤 상징적인 일들을 한가지씩
선정하여 비판하는 형식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있는'02 리얼리티 프로그램'
홍수현상과 '14 실력주의' 편 에서는 '능력있는사람이 살아남는다' 는
환상을 심어주고 -능력이나 실력조차도 부모의 부의 실력과 상관이
있기에- '13 뉴욕타임즈' 편에서는 광고주와 소유주의 입장에 반하는
기사를 실을 수 없게 한다든지 하는 현재 귀족들이 세상을 보는 창을
보여줄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생각만큼 거대한 그림을 그리는 책은 아니었으나, 그나라의 문제도
우리가 가지는 문제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05고등교육'편에서의 대학들이 하는 장사에서는 우리나라의 반값등록
금 문제를, ' 01 아이패트' 편에서는 우리가 누리는 진보적이고 스마트한 이미지
뒤에서 혹사당하는 노동자들의 노고가, 우리와도 관련이 있기고 고민거리가
되고 있기에 많은 공감을 할수있었다.
어쩌면 미국을 모델로해서 발전의 동력을 가하는 우리의 모습을 볼때 아직까지
심각하지 않은 문제도 곧 커다란 해일이 되어 우리를 덮쳐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가지게 했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는 참으로 유머러스하고 통쾌한 사람인 것같다.
그러나 번역상의 문제인지 원 저자 본연의 스타일인지 만연체의 문체는
책을 읽고 이해하는데 굉장한 어려움을 주었다.
길게 이어지는 미사여구나 비유들에 번역한 책에서 보여지는 딱딱한
문체들은 정말 한 문장을 몇번씩이나 다시 읽게 했고 책을 덮고 창문
을 몇 번이나 쳐다보게 했다.
저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를 바랬다고 했는데
소재와 내용이 가진 파격성을 전달하기에 좀 아쉬운 부분이 아이었나
한다. 또한 유명한 방송인, 예술가, 저자등 '이슈가 되는 사람들'이나
'미국의 사회현상' 들을 소재로 잡았기 때문에 그 나라의 소식이나 문화
유머코드를 모르면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많아서 책을 읽다 말고
인터넷을 검색해야 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이런 책이 씌여졌다면, 정부의 인권탄압을 비판하기
위해 '김제동 민간인 사찰' 문제를, 가진자들의 언론 장악문제를 비판
하기 위해서는 '종편채널' 문제를 쓰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런 사회이슈들로 진중권 교수가 비판하는 글을 쓴다면 아마도
한국판 '부자들이 다 해먹는 세상' 이 되지 않을까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가기 보단 순서가 중요하지 않으니 읽고 싶은
챕터 하나씩 골라 천천히 읽어본다면 생각의 시야를 넓혀 줄 수있을 거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