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죽어야 하는 밤》

 

 


실패한 드러머, 실패한 아빠, 실패한 남편, 실패한 아들 그리고 실패한 인생. 주인공을 표현하는 한마디 ‘실패’. 그는 실패한 인생답게 그날도 직장에서 해고됐다. 호텔 라운지에서 다른 뮤지션들의 음악을 연주하는 커버밴드에서. 드러머로써 BGM을 깔아주는 커버밴드에서도 잘리면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건데, 한 때 아주 잘나가던 밴드의 멤버였던 그가 왜 이렇게 됐을까?

 

그는 그렇게 우울한 상태로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딸에게 간다. 딸의 상태는 주인공이 실패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다. 과거 자신이 낸 교통사고 때문에 딸은 두 다리를 잃었고 그는 잘나가던 밴드를 떠나야 했다. 딸은 고통스러운 수술과 재활치료를 견디며 장애를 극복했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건물 옥상에서 뛰어 내려 자살을 시도했다가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상태다. 그는 밝고 씩씩한 딸이 자살을 할 리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실패자의 말을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때에 지금은 친구로 잘 지내고 있는 전처에게 연락이 와 딸이 살던 기숙사로 간 주인공. 전처는 딸의 핸드폰에서 건진 사진으로 주인공의 주장이 사실일지 모르며 누군가가 딸을 살해하려 한 정황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던 주인공은 한 건물의 전광판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된다. 이마에 8자가 새겨진.

 

이제 소설의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정상적인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믿지 않을 일이 온라인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른 바 '살인복권‘ 이라는 8N8 사이트. 누구나 10유로만 내면 죽이고 싶은 사람을 추천할 수 있고 1유로만 내면 사냥에 참가할 수 있다. 추첨으로 뽑힌 ’8N8 사냥감‘은 12시간동안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사냥에 성공하는 사람은 1,000만 유를 받는다는 그 미친 게임에 주인공이 사냥감으로 당첨된 것이다. 그리고 사냥감으로 뽑힌 한사람이 더 있다. 과거의 트라우마로 섭식장애를 겪고 있는 심리학을 전공하는 여자.

 

주인공은 어찌될까? 사람들은 정말 사냥에 나서는 걸까? 언론에서는 절대 이 게임에 참여하지 말라는 경고를 쏟아내고 정부나 경찰은 이 사이트를 만든 사람을 추적하지만 범인은 쉬 잡히지 않는다. 실은 사냥감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 하룻밤만 숨어 있으면 되는 거지만 그러면 이야기가 재미없지.

 

성난 군중들처럼 그를 죽이려 하진 않지만 그가 광기에 사로잡힌 군중에 쫒기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이익을 추구하려는 사람이 딸을 미끼로 그를 조종하기 시작한다. 인터넷에 조작된 영상을 올리고 그를 아동학대와 추행을 일삼는 변태로 만들어 버리자 광기에 사로잡힌 군중들에게 그는 죽어 마땅한 사람이 돼버린다. 그리고 실제 사냥은 시작된다.

 

“지금 밖에는 1,000만 유로를 노리를 미치광이만 있는 게 아니야. 그들은 나를 죽어 마땅한 변태라고 생각해.” p213

 

서서히 미쳐가는 군중의 표적이 되 버린 두 사람은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대체 누가, 왜 이 게임을 만들었을까? 그를 추천한 사람은 누구이며, 주인공을 향한 딸의 마지막 메시지는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주인공을 사냥감으로 만들고 명분을 얻어 평범한 사람들이 폭도로 변해가는 과정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섬뜩하다. 우스꽝스러운 게임은 주인공의 목숨과 딸의 목숨까지 위협한다. 결국 주인공은 죽어야만 했다!

 

“폭도들에게 벤을 죽일 명분을 주는 것, 그것이 사이코패스의 목표였고 그는 목표를 이루었다.” p339

 

자극에 무뎌진 사람들, 그래서 점점 더 큰 자극을 찾는 사람들, 이들의 심리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 미디어의 허와 실, 범인이 놓은 덫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며 두뇌싸움을 벌이는 주인공, 실패한 인생에 유일한 목표가 되어버린 딸의 목숨, 어느 샌가 동행하게 된 여자의 비밀은 소설을 결말로 힘차게 견인한다.

 

한 바탕 피의 축제가 끝나고 그들에게는 무엇이 남았을까? 주인공은 원하는 바를 얻었을까? 책을 펴는 순간 얼토당토않은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 폭도를 피해 그들을 조종하는 범인과 두뇌싸움을 벌이며 여러 의문에 대한 답을 찾다보면 어느 순간 소설은 결말로 향해있다. 자, 결말은 어떨 것 같은가? 단서는 소설 곳곳에 양념처럼 뿌려져 있다. 이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게임, 즐거움이 될 것 같다. 일독을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변신 : 천 년을 사는 아이들
토르비에른 외벨란 아문센 지음, 손화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변신: 천년을 사는 아이들》

 

 


영원히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역사를 돌아봐도 권력이나 돈을 얻으면 영원히 살기를 꿈꾸거나 최대한 오래 살기를 바라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현실도 그렇다. 나이가 들면 좀 더 젊어지길 바라고 되도록 오래 살기를 바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만약 그토록 원하는 불멸을 얻은 사람이 있다면 마냥 부럽기만 할까. 이 소설을 읽어보니 영원불멸의 삶이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구상에 선택받은 몇 명의 인간이 ‘환생’을 통해 영생을 누리고 있다. 환생의 시간은 이미 몇 천 년이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환생은 다시 태어나면 과거의 기억이 지워지지만 이 선택받은 사람들은 기억을 그대로 가진 채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한다. 단 이들은 14살이 되기 전에 죽게 되고 영원히 어른이 되지는 못한다.

 

처음엔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이 자신뿐이었을 테니 누구에게 말을 해도 믿어주는 사람도 없고 먼 과거에 이런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수많은 삶을 살아낸 그들은 서서히 자신과 같은 일을 겪는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되고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네크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몇 천 년 동안 살아온 경험과 정보들은 그들에겐 무기가 되었을 것이고 많은 부와 힘을 가지는 원천이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지구상에 이런 사람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알지는 못한다, 그런데 ‘너새니얼’ 이라는 과학자가 세계 인구를 정확히 계산하는 프로젝트를 연구하다 의도치 않게 이들의 뇌파를 잡아내 그들의 수를 정확히 알아내고 만다. 한편, 14살이 되기 전에 죽음을 맞고 환생한다는 법칙을 벗어난 일이 생긴다. 바로 주인공 ‘아르투르’. 그들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네트워크에 소속된 소년은 아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환생의 고리를 끊으려 지구의 모든 인간을 말살하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다시 태어날 신체가 없으면 결국 환생은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네트워크’, 이제 성인이 될 수 있는 몸이 된 ‘아르투르’, 미지의 성인 여성의 지원을 받아 인간 말살의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는 ‘파올로’ 그리고 이들의 존재를 알게 되고 결국 네트워크를 위해 일하게 된 ‘너새니얼’, 이들의 등장과 만남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아르투르는 왜 환생의 법칙을 깨게 되었을까? 파올로는 어쩌다 인간을 모두 죽이면서까지 환생을 거부하며 증오심을 키우게 된 걸까? 과연 아르투르와 너새니얼은 이 위기에서 인간을 구할 수 있을까?

 

소설은 거의 700쪽에 가까운 많은 분량을 가지고 있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면 금새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고 이야기에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인물 이외에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그들의 성격과 행동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아르투르가 왜 법칙을 깨는 인물로 선택되었는지 또한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방식과 그 과정에 등장하는 ‘수호자’는 영화 ‘매트릭스’나 ‘13층’을 연상시켰고, ‘네트워크’의 아지트인 ‘도서관’, 아르투르와 너새니얼이 파울로를 추격하고 침투하는 장면은 마치 영화 ‘미션임파서블’이나 ‘킹스맨’을 보는 듯 했다. 또한 ‘도서관’에 간직한 그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한 책들이나 오랜 역사의 이야기는 영화 ‘맨 프럼 어스’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이미 이렇게 많은 비슷한 이야기들이 산재하는 중에도 소설 《변신: 천년을 사는 아이들》이 가지는 특별함이나 의의가 있다면 그 주인공이 어른이 아닌 소년, 소녀라는 것이다. 성인이 아닌 어린 아이가 비밀을 품고 살아온 그 긴 세월과 삶과 죽음을 반복한 생은 어쩌면 약자 혹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것들의 역사가 아닐까. 그런 안쓰러운 생을 들여다보면 ‘파올로’의 극단적인 선택도 이해가 될 것 같았다.

 

《변신: 천년을 사는 아이들》은 이들의 삶과 몇 천 년이 넘게 이어져온 그들 존재에 대한 고민들, 비밀과 신비주의, 스릴러와 첩보 액션, SF 등 다양한 요소가 적정하게 조화된 멋진 소설이다. 결말을 보고 나서 분명 뒷이야기가 있겠다 싶어 ‘위즈덤하우스’에 문의해 보니, 총 3부작으로 기획되어 노르웨이에서는 2권까지 출간되었고, 후속 작 출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작품은 이 책만으로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만 다음 시리즈도 출간되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리죄 : 프로파일링 심리죄 시리즈
레이미 지음, 박소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리죄: 프로파일링》

 


 

범죄 현장을 분석해 범인의 습관, 나이, 성격, 직업, 범행 수법을 추론한 뒤 이를 바탕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수사 기법인 프로파일링(한경 경제용어사전). 잔인한 범죄, 특히 연쇄살인이 소재인 소설에서 이 범죄 기법으로 범인을 잡는 ‘프로파일러’의 등장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심리죄: 프로파일링》은 프로파일러가 사건의 해결을 돕는 존재에서 넘어서 범행의 대상이 되는 작품으로 프로파일링과 프로파일러의 소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소설로 처음 접한 중국 작가 ‘레이미’는 중국 공안국 산하 모 경찰학교 교수로 범죄 심리학과 수사 방법론에 정통하여 풍부한 전문지식을 가졌다기에 어쩌면 이런 범죄스릴러 작가로는 최적의 조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 이 작품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작가의 전문지식에다 중국 현지의 실제 사건에 상상력을 더한 작품들이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웹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하며, 심리죄 시리즈는 『프로파일링』, 『교화장』, 『검은 강』, 『도시의 빛』, 『일곱 번째 독자』총 다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학부시절 연쇄살인마의 손아귀에 친구들을 잃고 유일하게 생존한 주인공 ‘팡무’는 이 트라우마 때문에 늘 악몽에 시달리고 베개 밑에 군용 칼을 두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 역시 이 때문인지 법학대학원에 진학해 범죄학을 연구하며 지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수사에 천재적인 프로파일링으로 도움을 주며 경찰 타이웨이와 비공식 파트너가 되어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소설에서는 여러 건의 연쇄살인이 등장한다. 팡무가 경찰과 인연을 맺게 된 C시의 연쇄 성폭행 살인사건, 이 인연으로 수사에 참여하게 된 J시의 엽기적인 연쇄 살인마 사건 (여성만 골라 살인하고 그 피를 마시는)과 마지막으로 자신이 다니는 대학에서 일어난 과거 연쇄 살인마들의 수법을 모방한 끔찍한 사건들 그리고 팡무의 트라우마, 악몽을 꾸게 만들고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과거의 사건까지.

 

이 사건들은 팡무의 프로파일링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현재의 사건들과 교묘히 맞닿아 있어 소설은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한 권의 소설 안에 이렇게 많은 사건이 등장한 것도 처음이고 하나하나의 사건 모두가 진지하게 다뤄지고 있으며 이 사건들이 모두 흥미진진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건 더욱 놀라운 점이다. 팡무의 천재적인 프로파일링, 형사 타이웨이와의 브로맨스 혹은 파트너쉽, 등장하는 범죄자의 심리와 사건 현장의 상세한 묘사는 정말 압권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범인과의 대결은 이 소설의 긴장을 정점으로 이끈다. 마치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는 듯 그 끔찍함과 긴장감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마지막의 행동은 흔들리던 팡무가 드디어 미래의 경찰 혹은 수사관으로써의 역할을 하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아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광고 카피처럼 중국 최고의 범죄 심리소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는 프로파일링과 프로파일러에 대해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의 엽기적이고도 끔찍한 사건은 결국 비뚤어진 프로파일러로부터 시작된 것이니까. 그리고 읽고 나서 든 생각인데 이 작품이 영화였다면 독자는 초반에 범인을 알았을 것이고 독자는 제3의 시각으로 팡무와 범인의 대결을 느긋하게 관람했겠지만 소설은 독자가 팡무와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 그래서 영화 ‘길티 오브 마인드 Guilty of Mind’ 도 무척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제의 게임
가와이 간지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제의 게임》

 


 

큰 뱀이 감아 오르듯 뒤틀린 줄기는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그대로 돌로 변한 것처럼 보였다. 어른 다섯 명이 양팔을 벌려야 간신히 에워쌀 저도로 굵고 장구한 세월을 견디어온 거죽은 빛이 바랜 것처럼 희었다. -p12-

 

소설은 한 인디언 부족의 전설로 시작한다. 그저 전설이라 말하면 조금 신비하고 낭만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원주민의 학살, 금을 찾아 그들의 보금자리에 쳐들어와 주민들이 학살한 유럽인에 의한 끔찍한 살육의 전설이다. 그 곳에 5천년이 넘도록 주민들을 지켜주던 소나무(브리슬콘 파인)가 있었다. 1851년 마리포사 대대가 주민들을 학살하고 그 소나무에 올라 부대기를 걸며 승리를 자축하려던 대위는 번개를 정통으로 맞고 옆에 서 있던 나무기둥에 몸이 박힌 채 죽고 만다.

 

그 끔찍한 역사 때문에 ‘나무에 오르면 벼락을 맞고 나무기둥에 박혀 죽고 만다’는 불길한 전설을 간직한 ‘신의 나무’가 서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홀리파인 힐 리조트 골프코스에서 골프의 황재 ‘닉 로빈슨’은 그의 캐디 ‘토미 라이언’과 함께 세계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세운다. 18번 홀에서 공이 신의 나무쪽으로 빠지면서 캐디 토미가 나무에 올라 공을 찾으려던 순간 다른 곳에서 공이 발견되면서 극적으로 위기를 극복하여 세운 어마어마한 기록이었지만 그는 우승 후에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이듬해, 천재적인 골퍼 ‘잭 아키라 그린필드’는 캐디 ‘팀 부르스’와 함께 힘든 예선을 가볍게 통과하여 US 오픈에서 첫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홀리파인 리조트에 도착한다. 그리고 관전기와 클럽 세트 기증을 위해 이곳을 다시 찾았던 닉과 토미와 만나게 된다. 그러나 대회를 며칠 앞두고 닉의 캐디 토미가 18번 홀 그린의 깃대에 복부가 관통된 채 발견되고 사건 해결을 위해 도착한 ‘크리스토퍼 휴즈’ 형사는 리조트를 봉쇄하고 조사를 시작한다. 주인공인 잭은 ‘진화심리학’ 전공자의 눈으로 휴즈 형사를 도와 사건을 조사한다.

 

그런데 다음 날 한 구의 시체가 발견되고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대회 개최가 불투명해지자 살인사건과 별개로 경기는 열려야 한다고 상부에서 휴즈 형사를 압박하고 그들은 개최일 까지 사건을 해결해야만 한다. 과연 그들은 나무의 저주를 받을 것일까? 잭은 사건이 작년에 있었던 닉의 우승경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소설은 '신의 나무‘ 전설 때문에 끝까지 흥미롭다. 이 전설이 사건을 여러 가지로 해석하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 또한 등장인물들의 ’골프‘에 대한 사랑, 힘든 시련을 이겨내고 끝내 정상에 우뚝 선 그들의 ’삶과 우정‘은 소설을 이끌어 가는 하나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

 

이 소설은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이지만 ‘골프’라는 스포츠를 다시 보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골프란 그저 돈 많은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즐기는 문화 정도로만 생각했던 내게 오랜 역사와 철학이 있는 훌륭한 스포츠임을 알게 해 주었고 주요 소재로 선택한 ‘신의 나무’는 슬픈 살육의 역사를 일깨우는 좋은 촉매가 되었다. 참 인상적이다. 실수가 있어도 벌 타를 받으면 구제를 받고 다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스포츠, 골프. 우리의 삶도 그런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탐정 혹은 살인자 스토리콜렉터 62
지웨이란 지음, 김락준 옮김 / 북로드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탐정 혹은 살인자》

 


 

아! 이런 설정, 이런 캐릭터 정말 너무 좋다. 완벽에 가까운 추리능력, 박학다식한데다 아이큐까지 어마어마하게 높은 까칠한 탐정이나 형사와는 전혀 다른, 똑똑하긴 하지만 ‘사립 탑정’ 이 되기에는 기본 지식이 너무나 부족하여 각종 추리소설과 구글 검색으로 공부하는 탐정이라니!

 

작품을 이끌어 가기위해서는 개성 있는 캐릭터와 흥미로운 사건이 있어야 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우청’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 사건은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성공적이다. ‘우청’은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이다. 공황장애를 우울증으로 잘못 진단한 의사 때문에 청소년기를 불행하게 보냈으나 이 과정에서 불면증을 이기기 위해 책을 읽다보니 어느 정도 깨달음까지 얻었다. 그러나 그런 과거 속에서 형성된 조금 비뚤어진 성격 때문에 결국 잘나가던 교수직과 극작가의 명함을 내려놓아야 했다. 그리고 그는 타이완의 어느 허름한 동네로 들어가 ‘사립탐정’ 간판을 내 건다.

 

별 다를 것 없던 동네에 ‘사립탐정’이라는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자 주위의 의심어린 눈초리가 계속되고 그 과정에서 경찰 ‘천 뚱’과 이웃 ‘아신’이라는 인물, 동네 커피숍에서 만나 처음으로 사건을 의뢰 받아 해결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어 파트너까지 된 ‘톈라이’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설을 풍성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특히 이들이 모두 모여 왁자지껄 식사를 하는 장면은 눈물이 날 만큼 좋았다!

 

그리고 천 뚱을 통해 타이완 최초의 '연쇄 살인'으로 보이는 사건의 정보를 알게 되어 큰 관심을 보이는 주인공. 그는 첫 의뢰 사건을 조사하는 중에도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며 구글을 통해 연쇄 살인에 대해 나름의 심도 깊은 조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연쇄살인의 용의자로 지목된 주인공!

 

소설에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타이완은 CCTV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하는데, 이 CCTV 가 그의 발목을 잡게 되나니, 희생자들과 우연히 같이 있던 모습들이 발견된 것. 소설은 이 후 언론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난도질 할 수 있는지 보여주며 이런 언론을 배경으로 삼은 경찰은 몇 가지 정황으로 주인공을 범인으로 몰아간다. 그의 정신병력, 대칭강박증, 잃어버린 손전등은 그를 괴짜 탐정으로 여기던 독자도 속일 장치인 걸까? 그는 진짜 범인일까, 아니라면 과연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하게 될까? 소설의 반이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이다.

 

소설은 연쇄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그렇게 무겁거나 끔찍하진 않다. 요소요소 유머코드는 읽는 내내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주인공은 자신의 ‘직감’과 ‘검색’ 실력으로 조금씩 진짜 탐정이 되어가고 주변 인물들을 통해 잊고 있었던 따뜻한 인간미를 찾아간다. 경찰은 그를 범인으로 몰아세웠지만 그 경찰 덕분에 더욱 탐정의 길에 다가설 수 있었다.

 

주인공과 경찰이 함께 힘을 합쳐 범인을 잡는 과정은 꽤나 흥미진진했고 추리의 즐거움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라는데 개인적으로는 영화보다는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어 진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소설이 ‘지웨이란’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하는데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꼭 찾아 읽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