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남의 궤변, "파병 규모, 인구비례로 보면 적정"

"국민들은 여러가지 따지지 않는다"고 반전여론 폄훼도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은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규모와 관련, "인구로 보면 우리나라의 4분의 1 수준인 네덜란드도 상당히 많이 (파병)하고 있다"며 "인구비례로 보면 감내할 수준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손석희, "인구 비례로 따지면 일본이 더 보내야지"
  
  신 의장은 16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본인이 자청한 '네티즌과의 논쟁' 차원에서 출연한 자리에서 '우리가 자이툰 부대를 파병할 경우 3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하는 것인데 이렇게 많은 군대 보낼 필요 있나'는 사회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신 의장이 "파병하고 있는 나라들의 인구로 보나, 친밀도로 보나 그런 정도는 맡아야 할 책임의 분량 아니냐"며 "그만한 것(자이툰 부대 파병)은 감내할 수준"이라는 주장을 재차 표자, 사회자는 "단지 인구비례로 따지면 일본이 더 보내야 한다. 일본 인구가 우리보다 더 많지 않나"며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자 신 의장은 "일본은 자위대이기 때문에..."라며 말끝을 흐리면서 "하여간 한미양국 논의 끝에 적절한 병력을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더이상 논란을 피했다.
  
  하지만 이같은 신 의장의 주장은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인도나 파키스탄 등이 미국의 추가파병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고, 우리나라가 미국-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은 3천7백명을 이라크에 파병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는 궤변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신기남 "국민 감정은 다분히 감정적인 부분이 많아"
  
  "반미시위가 자주냐"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신의장은 또한 이날도 같은 맥락의 주장을 폈다.
  
  신 의장은 이날 "양국의 지도자들은 논리적으로 따지고 국익을 생각해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생각하는데 국민 감정은 다분히 감정적인 부분이 많이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여러가지 따지지 않는다"며 일반 국민들의 반미감정을 '다분히 감정적 문제'로 폄훼했다.
  
  신 의장은 이어 "한국에서 반미감정이든 미국의 반한감정이든 양국간의 역사적 관계나 국익에 기초한 외교 관계 같은 본질적 문제를 깊이 고려하기보다는 민족적 자존심 또 개별 사안에 대한 태도 등 감정적 측면이 좌우한 경향이 있다"며 "우리 지식인들이나 정치적 지도자들은 너무 감정적으로 나가기보다는 냉정하게 역사적 관계를 이끌어야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회자가 "대중심리적으로 접근하면 그럴 수 있지만 참여하는 개인은 깊은 생각 끝에 집회에 참여한 것인데 국민들의 그런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정치인 역할 아니냐는 아쉬움도 있다"고 응수하자, 신 의장은 "그래서 지도자와 일반 국민들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역사적인면, 외교정책적인 면 등을 소개하고 국민들이 새로운 정보에 바탕을 둔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진지한 대화 나눌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에 사회자가 재차 "청취자 입장에서 들으면 국민감정은 감정적 차원이고 지도자는 냉정한 판단을 하니 우리가(지도자) 잘 아니깐 그냥 따르라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며 반박하자, 신 의장은 "그렇게만 곡해하면 안된다"고 발끈해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다음은 손석희 사회자와 신기남 의장의 일문일답 중 파병관련 부분 전문이다.
  
  일문일답
  
  손석희: 방미도중 문제가 된 발언이 여러가지 있어 우선 사실확인을 할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의 외교정책 1조는 한미동맹 강화다', '반미시위 참가자 즉흥적이고 단편적인 경향이 있다', '우리의 유일한 동맹은 미국뿐이다'. '고 김선일씨 피살사건과 유사한 사건 발생해도 추가파병 원칙에는 변함없다' 등. 이중에 틀린 말이 있나.
  
  신기남: 말이라는게 항상 좀 정확히 보도되지 않을 때도 있고 어느 한 부분만 떼어 옮기면 전체가 이해 안되는 경우도 있으니 일일이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손석희: 청취자 중 한 분이 '자주라는 것이 남의 도움 받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우리나라 일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국민에게 험악하게 싸운다고 질책하신 의장님, 한미동맹 강화 노선은 포기할 수 없는 제 1원칙이라 강조했는데 정말 한미동맹이 자주에 우선한다고 생각하시냐'는 질문을 했다.
  
  신기남: 한미동맹과 자주 간의 관계가 양자택일적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 세계 어느나라나 외교를 하는 목적은 자기 이익을 얻자는 것이다. 철저한 국익을 얻기위한 경쟁이고 기브앤 테이크가 원칙이다. 미국과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 군사, 안보, 문화 등 모든 분야가 해당된다. 우리 필요에 의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실리 얻는 것이 자주적인 태도 아니냐. 한미동맹도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적극적으로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자주인데 뭐가 더 중요하냐고 묻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손석희: 그런 답이 나오면 자연히 국익의 실체가 뭐냐는 질문이 따라온다. 이같은 질문이 파병이 처음 결정됐던 작년부터 계속되는 것을 보면 정부가 국익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신기남: 전쟁에 참여하는 것 좋아하는 사람 누가 있나. 미국사람들도 안 좋아 하는데 우리도 고민끝에 결정한 외교 정책이다.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또 한미동맹에 입각해, 또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이라크 평화 정착 도와주고 재건에 목적이 있으니 그런 명분을 갖고 (파병하는 것이다).
  
  손석희: 우리가 파병하면 미국이 의리 지켜준다는 것이 전제돼야 혈명 아니냐. 그런데 현 상황을 보면 주한미군이 감축되고 있고 이라크 파병 이유 역시 어떻게 보면 자기 군대 빼고 다른 나라 군대 끼워넣겠다는 것인데 여기에 무슨 실익 있어 우리가 부응해야 하나.
  
  신기남: 그런 얘기 다 같이 해야 한다.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파병을 결정한 것도 치열한 논쟁 끝에 국익의 형량과 국익을 비교해 결정한 것이다. 이라크 파병도 결국은 국익이라는 외교 정책의 일환으로 결행한 것이다. 현재 34개국이나 이라크에 파병하고 있고 한미동맹이라는 것이 얻을 수 있는 국익이 있기 때문에 파병도 국익이라는 기준으로 논란끝에 신중하게 결정한 외교 정책이다.
  
  손석희: 33개국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자이툰 부대를 파병할 경우 3번째 많은 병력을 파병하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군대 보낼 필요 있나.
  
  신기남: 참여하고 있는 나라의 인구로 보나, 친밀도로 보나 그런 정도는 맡아야 할 책임의 분량 아닌가. 인구면에서 우리나라의 4분의 1 수준인 네덜란드가 상당히 많이 (파병)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인구비례로 봐서도 감내할 수준이라고 본다.
  
  손석희: 파병의 규모를 인구비례로 따지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신기남: 현재 파병된 병력이 6백명인데 실제 4백명 정도 남았다. 그만한 것은 감내할 수준이 아닌가.
  
  손석희: 단지 인구비례로 따지면 일본이 더 보내야 한다. 일본 인구가 우리보다 더 많지 않나.
  
  신기남: 일본은 자위대이기 때문에. 하여간 한미양국 논의 끝에 적절한 병력을 결정한 것이다. 전투부대도 아니다.
  
  손석희: 미국에서 한 발언 중 네티즌들이 비판하는 부분은 한때 자주 외교를 주장하던 신 의장이 미국에 대한 촛불시위 폄훼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반미시위 참가자들이 단편적이고 즉흥적인 면이 있다는 표현은 과하지 않나, 또 다수는 추가파병을 원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근거가 궁금하다는 의견도 있다.
  
  신기남: 신문에 보도된 그대로 얘기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얘기는 한 적 있다. 반미든 반한이든, 미국에는 또 반한 감정이 있다. 우리가 성조기 불태우는 것을 보고. 이게 참 문제다. 양국의 지도자들은 논리적으로 따지고 국익을 생각해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생각하는데 국민 감정은 다분히 감정적인 부분이 많이 있다. 국민들은 여러가지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에서 반미든 미국의 반한감정이든 일부 있는데 양국간 역사적 관계나 국익에 기초한 외교 관계 같은 본질적 문제를 깊이 고려하기 보다는 민족적 자존심, 개별 사안에 대한 태도 등 감정적 측면이 좌우한 경향이 있다. 우리 지식인들이나 정치적 지도자들은 너무 감정적으로 나가기 보다는 냉정하게 역사적 관계를 이끌어야할 책임이 있다.
  
  손석희: 대중심리적으로 접근하면 그럴 수 있지만 참여하는 개인은 깊은 생각 끝에 내린 결정이다. 국민들의 그런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정치인 역할 아니냐는 아쉬움도 있다.
  
  신기남: 그런 마음도 나눴고 미국 지도자들도 미국 반한 감정도 그런 면 있다고 인정했다. 그래서 지도자와 일반 국민들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역사적인 면 외교 정책적인 면 소개하고 국민이 새로운 정보에 바탕을 둔 판단 내릴 수 있도록 진지한 대화 나눌 필요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 여기 MBC라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방송국 프로그램 나와 얘기하는 것도 국민과 대화를 통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국민과 함께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손석희: 청취자 입장에서 들어보면 국민 감정은 감정적 차원이고 지도자는 냉정한 판단을 하니 국민은 우리가 잘 아니깐 따르라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신기남: 그렇게만 곡해하면 안된다. 많은 정보를 드리고 냉정한 판단할 기회를 주는게 우리 임무라고 생각한다.
  
  손석희: 일본과 중국을 견제하는 현실적 수단은 한미동맹. 중국 무시하고 미국 중심 아니냐.
  
  신기남: 일본 중국을 견제라고 말한 것은 아니나 지정학적 위치가 있다. 4대 열강이 주변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진로, 안보면에서 심각하게 잘 고민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미동맹의 필요성 더 높아진다. 역사적인 교훈도 있다.

   
 
  이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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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7-16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놈 참, 충성심에 눈이 멀어도 유분수지 ...
정말 당의장 자격 있다, 자격 있어.
 

 

경향신문

 

[이광훈칼럼] 집단적 思考의 함정

 

얼마전 미국 상원은 이라크전이 중앙정보국의 잘못되거나 근거없이 과장된 정보 때문에 일어났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중앙정보국의 잘못된 정보평가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는 집단적 사고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상원의 이같은 보고서는 이라크전이 잘못된 정보에 의한 잘못된 전쟁이라는 주장을 공식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당초 전쟁 명분으로 내걸었던 ‘이라크가 9·11테러에 관련되거나 지원했다’는 근거는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았다. 후세인이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쌓아두고 있을 뿐 아니라 10년 안에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는 정보도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상원 보고서가 지적한 대로 이같은 ‘세계적인 정보 실패’를 근거로 전쟁을 일으킨 것은 결과적으로 부시 행정부의 집단사고 때문이었다.

9·11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은 성조기 배지를 달고 공석에 나타났다. 아마도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정부의 항재전장(恒在戰場) 결의를 과시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러자 파월 국무장관을 비롯한 핵심참모들도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성조기 배지를 달기 시작했다. 그 성조기 배지에는 또한 부시를 정점으로 한 동지적 결속과 일체감을 다지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美, 근거없이 이라크 침공-

그러나 돌이켜보면 일제히 달기 시작한 그 성조기 배지야 말로 부시 행정부의 집단적 사고를 가꾼 토양이 되었다. 집단사고는 응집력이 강한 집단이나 조직이 어떤 중요한 판단을 내릴 때 만장일치를 이루려고 하는 사고의 경향이라고 심리학자들은 정의하고 있다.

이같은 집단적 사고가 지배하는 조직에서는 만장일치를 깨뜨리는 소수의견이나 비판적인 사고는 동지적 결속을 위협하는 ‘불온(不穩)’으로 낙인찍히게 마련이다.

집단사고는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흔들리거나 한 사람의 카리스마적 지배자가 만기친람(萬機親覽)하는 조직일수록 더 많이 나타난다. 이런 조직에서는 “윗분의 결심이 섰다. 모두가 힘을 합쳐 그 분의 결심을 실천해야 한다”는 한마디에 모든 부서가 일사불란한 전투태세에 돌입한다.

이렇게 되면 가장 정직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정보도 윗분의 구미에 맞게 윤색되거나 왜곡되게 마련이다. 만약 윗분의 결정에 토를 달거나 성공을 의심했다간 ‘왕따’당하거나 추방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 새삼 집단적 사고의 함정을 경계하는 것은 참여정부 출범 초기에 그토록 활발하게 쏟아져나오던 다양한 의견들이 언제부터인가 하나의 목소리로 획일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당정이 일제히 나서서 복창하고 ‘실시!’를 외치기에 바쁜 것이 참여정부의 요즘 모습이다. ‘계급장 떼고…’ 운운하던 것도 행정수도 이전문제가 첨예한 정치쟁점으로 떠오르기 전에 있었던 옛날 얘기다.

물론 지금도 정책토론회도 있고 공청회도 있긴 하다. 그러나 이같은 모임의 대부분은 이미 결정된 정책을 다짐하는 결의대회나 윗분의 결심을 실천하기 위한 전진대회처럼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른 어느 정권보다도 열린 정부임을 자랑하던 참여정부가 출범 1년6개월도 안되어 집단적 사고에 빠져들어 획일적이고 경직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참여정부 획일성도 우려대통령의 한마디에 일제히 복창하는 모습은 문득 오래전에 읽었던 김명수 시인의 ‘하급반 교과서’라는 시를 떠올리게 한다. “…한 아이가 소리내어 책을 읽으면/딴 아이도 따라서 책을 읽는다/청아한 목소리로 꾸밈없는 목소리로/‘아니다 아니다!’ 하고 읽으니/‘아니다 아니다!’ 따라서 읽는다/‘그렇다 그렇다!’ 하고 읽으니/‘그렇다 그렇다!’ 따라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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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7-15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해찬 총리 임명 역시 당을 견제하기 위한 노무현의 뜻을 담고 있다고 봐야겠죠.
 

 

경향신문

 

“시간강사 푸대접은 大學모독”


 

그들에게 방학은 살벌한 기간이다. 실업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서둘러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알아봐야 할 때이다. 연구를 하려고 해도 강의가 없는 방학때는 학교 도서관에서 책도 빌릴 수 없다. 사회에서는 시간강사라고 부르는 비정규직 대학교수. 그들은 정규직 교수들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도 하고 논문도 발표한다. 그러나 교수로서의 법적 지위와 대우를 받지 못한다. 군사정권이 들어선 1962년 교육법을 개악(改惡)한 뒤 교원의 지위를 빼앗겼다. 말하자면 ‘무적자’가 됐다. 당연히 그들은 직장의료보험도 적용받지 못한다. 한마디로 인권사각지대에 놓인 처지다.

비정규직 대학교수 노동조합(위원장 변상출)의 진정을 받은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시간강사도 지위와 교육 활동 가치를 인정받고 전임교원에 비례하는 합리적 대우를 받아야 된다’고 결정, 교육인적자원부에 권고했다.

“교육부는 꿈쩍도 하지 않아요. 권고안이 나온 뒤 시간강사들이 더 홍역을 치르는 대학도 있습니다.”

비정규직 교수노조 심세광 부위원장(41·성균관대 분회장)은 “시간강사들이 대학교육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현실은 ‘파출부’에 불과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시간강사의 수는 정규 교수의 두배가 넘습니다. 사실상 대학교육은 시간강사들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법적으로는 교원이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급여도 급여지만 학생들 논문지도도 못하고 학사운영에도 참여할 수 없어요.”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 성균관대에서 불문학 강의를 해 온 심 부위원장은 “시간강사들은 사실상 ‘학문적 권력’의 장벽에서 밀려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전두환 정권 때 졸업정원제를 시행하며 대학의 정원을 대폭 늘려놨지만 대학은 학생만 늘리고 교수는 늘리지 않았다. 그 자리를 메워온 것이 시간강사들이다.

“악순환을 하는 겁니다. 그나마 많은 시간강사들이 학문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 대학교육을 이만큼이라도 떠받치고 있는 겁니다.”

시간강사의 강의료는 대학 마음대로다. 2만원대에서 4만원대로 천차만별이지만 평균 시간당 3만원꼴. 시간강사들은 대개 1주일에 3시간짜리 과목 하나를 맡아 강의한다. 얼핏 셈으로 한달 강의료는 36만원. 정부가 책정한 1인가구 최저생계비 36만8천원(최근 최저생계비 체험행사가 열렸는데 참가자들은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에도 못미친다. 그나마 방학 때는 강의가 없기 때문에 강의료도 없다.

시간강사들은 생계를 위해 우유배달, 주유소, 막노동 가릴 것 없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따라서 연구하고 학생들 가르칠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을 그만큼 빼앗기게 된다. 쉽게 말해서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교육권의 박탈이다.

“시간강사들도 교원으로 인정해줘야 합니다. 군사정권이 개악한 교육법을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합니다.”

심부위원장은 대학입시가 교육의 전부인양 호들갑을 떠는 우리나라 교육계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했다. 자신이 평생 가야 할 길을 찾는 과정인 대학교육은 모두다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니 한국 대학의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다. 이제 대학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나라가 적극 나서야 하며 그 중 하나가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심부위원장과 인터뷰를 한 날 공교롭게도 한국과 중국, 일본의 이공계 대학생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과학 수준이 꼴찌라는 보도가 나왔다.

〈윤성노기자 ysn0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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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 테러당한 후 테러전쟁 의지 더 강해져"

美국무부, 철군 시작한 필리핀 맹성토하며 "한국을 배워라" 주장

 

  미국이 자국민 석방을 위해 이라크 파병군를 철수를 시작한 필리핀 정부에 대해 연일 노골적인 협박발언을 계속하는 동시에, “필리핀처럼 자국민 위협이라는 같은 상황에 처했던 한국 등의 나라는 (자국민이 납치후 피살된 뒤) 오히려 납치범들의 잔인함을 이해하면서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의지가 더 강해졌다”고 주장했다.
  
  필리핀의 철군 결정으로 국제사회에서 치명적 타격을 입은 '테러와의 전쟁'을, 자국민 피살에도 불구하고 추가파병을 강행하는 한국 정부를 앞세워 만회하려는 심보인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미국 주장은 고 김선일씨 피살 사건후 높아지고 있는 한국의 파병철회 여론을 조작하는 것인 동시에, 앞으로 한층 한국이 중동 무장저항세력의 주된 공격목표가 되도록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바우처 “필리핀 철군 결정, 양국관계 영향 있을 것”
  
  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테러리즘 정책과 테러범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정책에 반하는 필리핀 정부의 결정이 미-필리핀 양국관계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답해, 향후 필리핀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이같이 답하며 “필리핀 정부의 결정은 전혀 예상되지 않던 결정”이라고 말해, 당혹감과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의 이같은 반응은 필리핀 정부가 이라크 주둔 자국군의 철수를 시작한 후에 나온 것이다. 델리아 알버트 필리핀 외교장관은 14일 “필리핀군은 이미 이라크에서 철수중”이라며 “철수가 진행되고 있는데 따라 현재는 51명 가운데 43명만이 남아있는 상태”라고 밝혔었다.
  
  바우처 대변인의 이같은 분노는 앞서 13일 가진 브리핑에서도 필리핀 외무차관이 납치저항세력의 ‘조기철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외무차관의 성명 발표에 실망했다”며 “이는 납치단체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가 거부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바우처 대변인은 실제로 14일 브리핑에서 재차 “필리핀 성명에 실망했다”며 “이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고 테러범들에 강한 태도를 보이고 그들이 우리 행동에 변화를 주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필리핀 정부를 맹성토했다.
  
  “한국, 납치범 잔인함 이해하고 테러전쟁 의지 더 강해져” 주장
  
  바우처 대변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고 김선일씨가 피살된 한국과 13일 자국민 인질이 살해된 불가리아, 3명이 인질로 잡혔다가 풀렸났던 일본 등을 거론하며 ”이들 국가들도 자국민이 위협받는 비슷한 상황에 처했었다”며 필리핀을 재차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이들 국가들은 납치범들의 잔인함과 해악, 야만성을 이해하고서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의지는 더욱 강화됐다”며 “많은 나라에서 테러에 대한 반작용으로 결의는 더욱 강화됐으며 테러범들이 누구인지, 왜 싸워야 하는지 등에 대해 더욱 잘 이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미국 주장은 고 김선일씨 피살 사건후 높아지고 있는 한국의 파병철회 여론을 조작하는 것인 동시에, 앞으로 한층 한국이 중동 무장저항세력의 주된 공격목표가 되도록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같은 억지주장을 펴는 이면에는 고 김선일씨 피살위협에도 불구하고 즉각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을 재확인한 한국 정부나, 최근 방미과정에 국무부 등 미국 정부측에 저자세 외교로 일관한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 등의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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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7-1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무현과 신기남이 보면 매우 반길 만한 소식.
"영광스럽게도 미 국무부에서 우리를 칭찬했다!!"라고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면서.
오늘 청와대 브리핑에서는 이 소식을 안 다루나? 청와대 홈페이지라도 가봐야할 듯 ...
 


 

 

 

"'피플 파워'가 '친미' 아로요 굴복시켰다"

필리핀 언론, "아로요, 국민영웅·배반자 사이 선택해야" 압박

 

 그동안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동참하며 미국의 최대 우방 가운데 하나였던 필리핀의 '친미'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이 무장저항세력의 '즉시 철군'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미국의 대이라크 전선을 무력화시켜 미국을 격노케 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를 무엇보다 중시했던 아로요 대통령은 왜 이런 결단을 한 것인가.
  
  14일 밤 광화문에서 열린 파병철회 철야농성에 참가한 카사마코 필리핀 이주노동자 공동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파리마'씨는 이같은 의문과 관련, "필리핀 민중의 광범위한 철군 여론이 '친미' 아로요 대통령을 굴복시켰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도 추가파병을 막는 방법은 오로지 대중적인 파병반대여론을 형성하는 것이고, 정권도 필리핀처럼 강력한 국민 여론 앞에서는 더 이상 한미동맹을 거론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격노에도 아로요 "철군하라"
  
  델리아 알버트 필리핀 외교장관은 14일 성명을 통해 “필리핀군은 이미 이라크에서 철수중”이라며 “외교부는 국방부와 필리핀 인도지원군의 철수와 관련해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버트 장관은 또 “51명의 파병군 가운데 이미 43명만이 남아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필리핀은‘자국민 인질 석방’을 위해 납치무장세력의 “7월 20일까지의 조기철군”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아울러 알버트 장관의 이날 발표는 13일 라파엘 세기스 필리핀 외무차관의 "필리핀은 이라크에 주둔중인 자국병력을 신속하게, 가능한 한 빨리 철군시키겠다"는 발표 이후 가해진 미국 정부의 강력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나온 것이어서, 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세기스 차관의 12일 철군 발표 이후 미국은 노골적으로 아로요 대통령을 압박했었다. 13일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필리핀 발표에 실망했으며 납치단체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불쾌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로요대통령이 철군 지시를 내려 필리핀군이 철군을 시작하자, 그는 14일 '필리핀 정부의 결정이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고 김선일씨 피살에도 불구하고 추가파병을 결정한 한국 등을 예로 들며 '앞으로 가만두지 않겠다'는 뉴양스의 노골적인 분노를 표출했다.
  
  아로요, 부시가 환대한 3인의 지도자중 하나
  
  아로요의 이번 결단은 그동안 그가 보여온 저자세 대미외교 자세를 보면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아로요 대통령이 이끄는 필리핀 정부는 미국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참여하며 이라크 파병 결정도 초기에 내린 국가 가운데 하나이다. 그 덕분에 아로요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을 방문할 당시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그동안 단 3명에게만 베풀었다는 정도의 융숭한 환영을 받기도 했다.
  
  특히 필리핀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이 본격화하자 이를 계기로 자국내 이슬람 반군세력인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KF) 등 반정부이슬람단체를 소탕하기 위해 미국에 적극 협조하는 등 '맹목적인 친미정책'을 펼쳐왔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필리핀의 최대 수출시장이 미국과 일본이며, 최근에 악화된 경제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아로요 대통령의 이번 결단은 분명 이례적이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필리핀 주요언론, 아로요 노골적으로 압박
  
  이같은 의문에 대한 답은 다름아닌 필리핀의 정권을 두차례나 교체시킨 전력이 있는 필리핀 민중의 '피플 파워'이다.
  
  필리핀 노동자 델 라 크루즈가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됐다는 사실이 보도된 이후 필리핀 국민은 정부에 조속한 석방 교섭에 나서도록 압력을 가했다.
  
  크루즈 가족은 물론 필리핀 여론은 '자국민 보호우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아로요 대통령은 그를 살려야 한다"며 "아로요 대통령은 미국의 이라크전을 지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인지를 고려해서는 안된다"며 아로요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또한 석방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다수 국민들이 마닐라 시내에서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집회를 가지면서 경찰과 충돌 사태를 빚는 등 아로요 정부는 이번 사태로 반정부 여론 증폭이라는 큰 위기감에 쌓여 있었다.
  
  이 과정에 특히 큰 역할은 한 것은 다름아닌 언론이었다. 필리핀의 대다수 언론들은 국내 메이저언론들과는 달리, 이라크전을 비난하고 미국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진정한 국가이익이 무엇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었다.
  
  일간 <데일리 트리뷴(Daily Tribune)>은 필리핀 정부가 철군을 결정한 뒤 미국의 압력이 대단하던 13일자 사설에서 "아로요 대통령의 미국에 대한 충실한 동맹역할은 필리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델 라 크루즈가 참수당한다면 강력한 대중의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아로요를 압박했다. 신문은 또 "앞으로 며칠동안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대통령이 필리핀 국민의 영웅이 될지 아니면 배반자가 될지 결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간 <말라야(malaya)>도 이날 사설을 통해 "델라 크루즈 가족들은 납치세력에 계속해서 선처를 호소해야 하며 정부에 대해서는 이라크 주둔 필리핀군을 철수하라는 요구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가족들은 필리핀 국민은 필리핀 정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이라크 국민들과 아무런 악한 관련이 없으며 우리를 부시의 전쟁에 참여시킨 것은 글로리아 아로요일뿐"이라고 아로요의 참전결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신문은 "정부는 국가이익과 워싱턴에의 맹목적 순종 사이의 구별도 하지 못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로요, '피플 파워' 누구보다도 잘 알아
  
  이같은 다수 국민과 언론의 압박은 아로요에게 더없는 압력이 아닐 수 없었다.
  
  지난 5월10일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연임에 성공, 지난달 공식 취임한 아로요 대통령은 '국민의 힘'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다. 그 자신이 정치인으로 입문하고 권좌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제2의 피플 파워' 등 시민세력의 힘이 컸기 때문이다.
  
  1947년생인 아로요 대통령은 필리핀 9대 대통령으로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웠던 디오스다도 마카파갈 전 대통령의 딸이다. 그녀는 미국 워싱턴의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2년동안 유학생활을 보냈으며 필리핀 국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미국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같이 공부해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대학 교수와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다 ‘제1의 피플파워’로 집권한 코라손 아키노 정부하인 1986년에 무역산업부 차관보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으며 마르코스 정권을 붕괴시킨 시민조직들이 연합, 창당한 필리핀민주투쟁당(LDP)의 공천을 받아 1992년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1995년 재선당시에는 1천5백70만표를 얻어 필리핀 선거 사상 최다득표를 기록하며 가장 촉망받고 인기있는 여성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1998년에는 피델 라모스 전 대통령이 이끄는 라카스당 후보로 부통령에 당선돼 사회복지부장관을 겸직했다.
  
  2000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사건이 일어나자 장관직을 사임한 뒤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시위 대열에 합류, 2001년 1월 에스트라다를 권좌에서 몰아내고 아키노에 이어 피플 파워로 대통령에 오르게 됐다.
  
   아로요, 국민적 지지기반 취약
  
  이처럼 국민의 힘을 가장 잘 아는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지만 대통령에 재선한 이후 가장 큰 고민은 국민적 지지기반이 빈약하다는 점이었다. 자신과 대통령선거에서 맞붙었던 영화배우 출신인 페르디난도 포 2세는 빈곤층 출신이라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국민적 지지를 받았지만, 아로요 대통령은 엘리트 출신 기득권층이었다.
  
  이에 아로요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후 부패혐의로 쫒겨난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많은 대중들이 대통령궁 앞에 몰려와 에스트라다를 연호하며 아로요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일들에 종종 직면해야 했다.
  
  게다가 다른 한편엔 필리핀 군부의 압력이 상존하고 있다. 필리핀 군부는 지나 1989년 이후 모두 8차례나 쿠데타를 일으키는 등 정국불안의 중심에 서 있었다. 지난해에도 3백명 이상의 소장파 장교들이 아로요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며 마닐라 호텔을 접수하는 등 정치적 불안정성을 야기하기도 했다. 물론 이 사건은 평화적으로 해결됐지만, 이 과정에 아로요가 임명한 국방부장관과 군정보부 수장은 물러나야 했다.
  
  더욱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동참하면서, 국내 무슬림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빈부격차, 빈곤층 나날이 악화
  
  이와 함께 열악한 경제상황도 아로요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필리핀 인구 8천4백만명 가운데 40%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극빈층이며, 어린이 3명 가운데 1명은 영양실조 상태다. 4월말 현재 실업률은 공식 발표만으로도 13.7%에 이르렀다. 국가채무는 1천억달러에 달하고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는 전년도에 비해 82%나 줄었다. 빈부격차는 더욱 심각해, 상류층 5%가 국토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다수 국민은 절대적, 상대적 박탈감에 휩싸여 있다.
  
  더욱이 ‘경제 전문가’를 자처하는 아로요 대통령이지만 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후 IMF요구에 따라 시행한 어설픈 구조개혁은 실업률 증가와 전기세, 수도세 인상 등 서민 물가불안을 야기, 일반 대중의 고통만 가중시켰다. 이에 필리핀인들 사이에는 "아로요가 미국 말만 들어 가진자만 더 잘살게 하고, 다수 국민은 빈곤의 늪에 빠트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팽배해있다.
  
  이처럼 안팎으로 권력기반이 취약한 아로요였던만큼 자국민 석방을 요구하는 국내의 거센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결국 철군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해외노동자가 필리핀의 생명줄
  
  하지만 이같은 철군 여론의 이면에는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필리핀 노동자들에 대한 필리핀인들의 감사와 존경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현재 필리핀 경제의 최대 주력은 필리핀의 해외노동자들이 매년 국내로 송금하는 60억~80억달러의 외화다.
  
  필리핀 주요 일간지 <필리핀 스타(Philippine Star)>는 13일자 사설을 통해 "매일같이 약 2천5백명의 필리핀인들이 고국에서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해외로 나가고 있다"며 이번 사건도 "이러한 비극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우리는 종종 중동에서만 1백40만명, 해외에서 약 7백40만명의 필리핀인들이 거주하고 일하면서 매년 고국에 60억에서 80억달러에 달하는 외화를 보내고 있다는데 자부심을 표하고 있지만 이는 축하할 일이 아니라 탄식해야할 일"이라고 탄식했다.
  
  실제로 납치된 트럭 운전사 크루즈도 9년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에서 일해 왔다. 신문은 이와 관련 "8명의 자녀를 둔 그는 가족과 함께 지내려 했으나 실직한 기간 동안의 빚덩어리 때문에 해외로 내몰리게 된 것"이며 "지난해 2년 계약으로 다시 사우디로 떠나 일자리를 구했으며 그러다가 이번에 무장저항세력에 납치된 것"이라고 전했다.
  
  요컨대 해외에서 각종 궂은 일은 하면서 필리핀을 버팅켜주고 있는 필리핀 노동자들에 대한 필리핀인들의 감사와 존경이 이번 인질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하는 국익은 없다"는 광범위한 여론을 만들어냈고, 아로요는 이같은 국민의 뜻에 승복한 셈이다.
  
  필리핀 인질을 구한 것은 다름아닌 필리핀의 '피플 파워'인 것이다.

   
 
  김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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