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돌풍

 

하루평균 870만회 조회
수록도 ‘브리태니커’ 3배

소스 공개를 통한 무료 소프트웨어운동을 벌이는 리눅스의 아이디어를 빌려 네티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www.wikipedia.org)가 백과사전의 대명사인 <브리태니커>를 압도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8일 <위키피디아>의 수록 건수가 <브리태니커>의 3배인 30만건을 넘어섰다면서 ‘세상의 지식을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과 공유하자’는 아이디어를 표방한 <위키피디아>가 앞으로 몇개월내에 영어뿐만 아니라 아랍어에서 게일어에 이르기가지 50여개 언어에 1백만건 이상의 내용으로 풍성해진 온라인 백과사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키피디아>는 지난달 하루 평균 870만회의 방문건수를 기록해 조회건수에서도 유료사이트(연간 60달러)인 <브리태니커>( www.eb.com)를 크게 앞질렀다.

<위키피디아>는 1995년 네티즌들이 협동해서 웹페이지를 만들어보자는 미국 컴퓨터 프로그래머 워드 커닝햄의 아이디어로 출발했으며, 온라인상의 서버는 3년 전 지미 웨일스 등이 결성한 비영리재단인 ‘위키미디어재단’이 관리하고 있다. <위키피디아>는 상근 편집진은 없고 1200명의 자원자들로 구성된 편집자들이 네티즌들이 새로 올린 자료들의 정확성, 저작권 침해 여부 등을 검증해 질을 담보하고 있다. ‘위키피디아’는 호놀룰루공항의 무료셔틀버스 이름인 ‘위키위키’(하와이말로 ‘빨리빨리’란 뜻)와 ‘백과사전’이란 영어단어를 합성한 말이다.

위키미디어는 또 지난해 7월부터 무료 교과서와 교재들을 온라인상에 퍼뜨리는 작업으로 위키북(wikibooks)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한국의 네티즌들도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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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반대를 위한 전쟁피해자 도보행진에 함께 참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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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니면 당분간 할 기회가 없을 듯해서, 답을 올려보겠다.


01. 당신은 책을 좋아합니까? (좋든 싫든) 그럼 그 이유는 뭐죠?

- 싫어하면 이 나이에 아직 결혼도 안 하고 공부하고 있겠수?
책은 내용도 좋아하지만, 디자인도 좋아하고, 책을 만질 때 느끼는 질감(매끈매끈한 종이, 코팅한 종이보다는, 펄프의 촉감이 느껴지는 종이가 좋다. 외국책들 중에 실로 꿰매고 약간 거슬거슬한 촉감을 주는 책들이 있는데, 이게 왔다다^^), 냄새(크, 냄새! 어떤 책들은 화학약품 냄새를 많이 풍기는데, 어떤 책들은 냄새를 맡으면, '바로 이거야!'하는 감탄이 나온다. 정말 페티시즘이 따로 없군-.-;;;), 가벼움 등등도 좋아한다.
  외국 책을 이야기해서 좀 미안하긴 한데, 프랑스 대학 출판부(PUF)에서 내는 "총서" 중에, 코팅하지 않은 표지 위에 파스텔풍의 원색을 칠하고, 맨 위에 출판사 표시, 약간 상단에 저자 이름과 책 이름, 하단에 간단한 "총서" 무늬가 들어간 책들을 내는 총서가 있다. 이 총서에서 나오는 책들은 웬만하면 다 산다. 화려한 디자인이 아니라 수수하면서 운치가 있는 디자인으로 되어 있는 데다가, 냄새 좋지, 촉감 좋지, 가볍지, 책값도 별로 비싸지 않다. 물론 내용들도 좋다(왠지 제일 부차적인 이유인 듯한 느낌이 드는데 ...^^) 

02. 한 달에 책을 몇 권 정도 읽나요?

- ㅎㅎㅎ 그거 정해 놓고 세면서 책 읽는 사람도 있나?
다른 분들도 대개 마찬가지일 텐데, 일정하지 않다. 특히 요즘 논문들을 써야 할 일이 자주 생기는데, 글을 쓰다 보면 책을 읽는 것도 들쭉날쭉해진다. 글이 잘 안 되면, 스트레스 받아서 보름 동안 책 한 권 읽기도 힘들 때가 있다.ㅜ.ㅜ 대신 또 이런 압박감에서 벗어나면 해방감 때문에, 책을 마구 읽게 된다.
  대략 한 달에 한 10여권 정도 읽는 듯하다(또는 그 정도는 읽으려고 노력한다).


03. 특별한 독서 취향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겠어요?

- 특별하다고 할 것까지는 없고, 대개 그 때 관심을 갖는 분야들을 집중해서 읽는 편이고, 또 그렇게 하려고 하는 편이다. 가령 요즘은 최근 논문을 쓰고 있는 분야와 관련해서 근대 정치철학의 역사에 관한 책들을 여러 권 읽고 있는데, 읽다가 보면, 근대 정치철학의 역사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문제들이나 쟁점들이 나오니까, 다시 고대 정치철학이나 중세의 정치철학에 관한 책들을 같이 읽게 된다. 게다가 개인적인 철학적 관점이 분석적인 것보다는 역사적인 것에 가깝고, 분석적인 것은 역사적인 것에 의거해야 한다고 보는 편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계통을 따라서 책을 읽게 된다. 
  그러니 오히려 좀 불행하다고 해야 할 만한 취향이다. 마음 놓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지 못하니 ... -.-;;;

04.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뭐죠?

-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라고라? ㅋㅋ 물론 스피노자에 관한 책이죠.
사실은 아직 다 읽지는 못했는데, 올 봄에 프랑스에서 나온 스피노자의 심리철학에 관한 책이다(샹탈 자케Chantal Jaquet, {신체와 정신의 통일L'unit  du corps et de l'esprit}, PUF, 2004). 소장 스피노자 연구자가 쓴 얇은 책인데, 내용은 매우 알차서, 공부하고 논문쓰는 데 도움이 많이 되어 매우 기쁘게 읽고 있다.
  한글책은 푸코의 {광기의 역사} 이규현 옮김(나남, 2003)을 읽고 있다. 왜냐구? 다음 학기 강의 교재거든. 강의 준비용으로 읽고 있죠. 예전에 불어본으로 몇 번 읽어보려고 하다가, 분량에 질려서(또 내용이 내용이니 만큼 사전을 자주 찾아야 했고 ...) 결국 중도에 포기하곤 했는데, 마침 반갑고 고맙게도 완역을 해줘서 강의 준비겸 읽고 있죠.
  좀 길긴 하지만 보너스로, 인상적인 한 대목을 인용해 보자.

[284쪽] 광기가 이해될 수 있는 것은 오직 비이성과 관련해서일 뿐이다. 비이성은 광기의 매체이다. 오히려 비이성은 광기의 가능공간을 규정한다고 말하자. 고전주의 시대의 인간에게 광기는 비이성의 자연적 조건, 심리적이고 인간적인 뿌리가 아니라, 단지 비이성의 경험형태일 뿐이다. 그리고 광인은 인간이 타락하는 곡선을 동물성의 폭발까지 따라가면서, 인간을 위협하고 정상적인 인간생활의 모든 형태를 아주 멀리에서 에워싸는 비이성을 드러나게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결정론 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둠 쪽으로의 열림이다. 고전주의 시대의 합리주의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어쨌든 우리의 실증주의보다는 더 능숙하게 비이성의 은밀한 위험, 절대적 자유의 그 위협적 공간을 감시하고 인식할 줄 알았다.
  니체와 프로이트 이래 현대인은 인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에서 허약함의 징후, 비이성의 위험이 나타나는 징후를 읽어낼 수 있음으로 해서 모든 진리에 대한 비판지점을 밑바닥으로부터 찾아내는 반면에, 17[285쪽]세기의 인간은 이성이 최초의 형태로 표현되는 확실성을 사유의 자율적이고 직접적인 현존에서 발견한다. 그러나 이것은 고전주의 시대의 인간이 진리의 경험을 통해 우리보다 비이성에서 더 멀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코기토가 절대적 시작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심술궃은 악마가 코기토보다 선행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게다가 심술궃은 악마는 꿈의 이미지이고 감각의 오류인 그 심리현상들의 모든 위험이 요약되고 체계화되어 있는 상징이 아니다. 심술궃은 악마는 신과 인간 사이에서 절대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매우 엄밀하게 말해서 비이성의 가능성이자 비이성의 위력 전체이다. 그것은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유한성의 굴절 이상의 것이고, 인간의 저편에서 인간이 진리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결정적으로 방해할지도 모르는 위험, 즉 어느 정신이 아니라 어느 이성의 주된 장애물을 가리킨다. 심술궃은 악마의 영원히 위협적인 힘이 잊혀지게 되는 것은 코기토에 의해 계시되는 진리가 마침내 심술궃은 악마의 그림자를 완전히 없애기 때문이 아니다. 실존과 외부세계의 진실에 이르기까지 이 위험은 데카르트의 성찰과정을 굽어볼 것이다. 비이성은 고전주의 시대에 세계가 세계 자체의 진실에 따라 시작되도록 하는 요소[를 형성하고], 이성이 이성 자체에 대해 책임을 지는 영역을 형성하는데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심리현상에 부합하거나 심지어는 인간의 비장감에 상응할 수 있을까? 고전주의에서 광기는 결코 비이성의 본질 자체로, 심지어는 비이성의 발현물들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도 간주될 수 없을 것이다. 비이성의 진실을 말한다고 자처하는 광기의 심리학은 결코 생겨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광기에 고유한 중요성을 광기에게로 되돌려줄 수 있으려면, 광기를 비이성의 자유로운 지평 위에 다시 위치시켜야 한다. 

어, 다들 어디 가셨어요?????


05.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어떤 거죠?

- 호오, 어려운 질문이군.
그렇지만 쉽게 답변하자면 이렇죠. 전공 책들이야 권위자들이 좋다고 인용하고 칭찬하는 책이나 글들이, 정말, 좋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것들 찾아 읽죠.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런 종류의 권위자들이 별로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리고 학술지의 서평들도 자주 봐요. 아무래도 좋은 책들이 서평의 대상으로 선정되는 데다가, 또 그 서평에서도 칭찬받는 책들이 있으니, 그런 책들은 사서 읽어도 손해가 없겠죠.^^
  전공밖의 책들이야, 여러 경로를 통해서 도움을 받죠. 알라딘 서평도 보고, 님들 추천하는 도서들도 보고, 이런저런 분들한테 추천도 받고. 그러니 딱히 기준이 없는 셈인데 ...
  결국 그 얘기군, 다른 사람들 눈치를 많이 본다는. ㅋㅋ 

 
06. 책은 사는 편인가요, 아니면 빌리는 편인가요? 빌린다면 어디에서 빌리죠?
 
- 대개 사서 보죠. 관심을 갖고 있는 책 중 도서관에 없는 책들이 많은 데다가, 줄긋고 여백에 그때그때 생각들을 적고 하는 일들을 즐기는 편이라, 필요한 책들은 사서 보게 된다. 더욱이 내가 사서 보는 책들은 대개 독자가 많지 않은 책들인데, 그런 책들을 애써, 열심히, 때로는 기쁘게 내주는 사람들이 고마워서, 없는 돈 쪼개서 산다.
  한 가지 아쉬운 것(사실은 좀 열받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 잘 책을 안 산다는 점이다. 생활하기 빠듯해서 그런다 하면 이해할 수 있겠는데, 전임으로 재직하고 있는 선배들도 그렇고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도 그렇고, 책을 안 산다. 전임으로 있는 선배 하나는 집안도 넉넉한데, 꼭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본다. 자기는 원래 책을 안 산다나 ...;;; 그리고 (이건 진짜 좀 열받는 일인데) 전공책은 빌려보거나 아니면 한글본은 아예 사지 않으면서, 처세술 책은 열심히 사는 사람들도 있다 ...... 이런 거 보면, 인문학 위기니 어쩌니 하면서 남 탓할 거 없다는 생각이 든다(워매, 이렇게 말하고 봉께, 완전 자화자찬이구만 ... -.-;;;).
  딴 이야기 하나 하자면, 가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면 연필로, 펜으로 줄을 긋고 낙서해 놓은(게다가 어떤 놈들은 도서관 책에다 웬 역자, 저자 욕을 그렇게 해놓는지 ...) 책들을 볼 수 있다. 그놈 참, 가정 교육에 문제가 있는 건지, 학교 교육에 문제가 있는 건지, 잡을 수 있다면 잡아다가 야단을 쳤으면 좋겠는데, 끌끌.
  그리고 요즘은 그래도 사정이 좋아진 편인데, 가끔 도서관에서 자료를 검색하다 놀라는 경우가 많이 있다. 전문가들이 여럿 있는(또 마땅히 있어야 하는) 분야인 데도, 해당 분야의 책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인데 공부를 안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나 혼자만 보면 된다는 뜻인지 알 수가 없다. 지식이야 같이 나누는 데 참뜻이 있을 텐데, 혼자만 보지 말고 도서관에 책을 주문해서 학생들이랑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볼 수 있게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여러분, 도서관에 책들 좀 주문합시다!!!


07. 특히 좋아하는 작가와 싫어하는 작가는 누가 있을까요? 그 이유는 뭐고요? (장르 불문하고)
 
- 선호가 좀 뚜렷한 편이다(사실은 게으르다는 뜻도 있지. ㅋㅋ 그러니 문학평론 같은 건 애당초 생각하기도 힘들다). 그래도 국내 작가들에 관해서는 말을 안할란다. ㅎㅎ 괜히 이런저런 소리 했다가 구설수에 오르면 뒷일을 감당하기 힘들다. 출판 관계자들도 여기에 자주 기웃거리는 것 같던데.
그러니 궁금하셔도 참으세요!^^
  좋아하는 작가는 뭐, 오규원 선생 같은 시인이나 최인훈 선생이나 조세희 선생 같은 소설가, 페터 빅셀 같은 산문가, 존 버거 같은 평론가 등등이죠. 왜냐구요? 얘기하자면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 그냥 좋은 거죠, 뭐. 필이 오니까.
  아!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하기는 뭣하지만 그렇다고 존경한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뭐랄까, 위압감을 느끼는 작가가 있죠. 보르헤스가 그런데, 이 양반 앞에만 서면(사실은 이 양반 책만 읽으면^^) 나도 모르게 작아지는 느낌 ... 하여간 보르헤스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제가 즐겨 읽는 철학자들도 대단한 인물들이지만 위압감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는데, 보르헤스는 정말 ......
  보르헤스 이후에도 계속 소설 쓰는 양반들이 존경스럽더라구요, 저는. 저 같으면 못썼을 것 같은데.


08. 특히 좋아하는 장르와 싫어하는 장르가 있다면 어떤 거죠? 그 이유는 뭐고요?
 
- 장르를 구별해서 좋아하고 싫어할 만큼, 장르를 잘 몰라서 ... 그런데 무슨 장르인고?????


09. 소설 속 인물 중에 특히 좋아하는 인물과 싫어하는 인물은 누구죠?
 
- 특별히 좋아하는 인물은 별로 없는데 ...... 좋아한다기보다는 뭐, 동병상련이랄까(^^), 토니오 크뢰거 정도가 아닐까 하는데. 

- 싫어한다기보다는, 그렇게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인물은 있죠.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수도원장(맞나???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 같은 인물이죠. 아시다시피 전형적인 이념의 화신인 인물인데, "싫어한다"고 말하지 않은 이유는, 이런 인물을 혐오하고 싫어하게 만들려는 게, 에코가 은근슬쩍 조장하는 이데올로기 같아서죠. 전형적인 자유주의적, 또는 이렇게 말하는 게 더 적절할 텐데, 인간주의적 이데올로기 ...
  "싫어하는" 것하고 "그렇게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하고 어떻게 다르냐구요? ^^  전자는 '나하고 별 관계가 없는 거다' 하고 생각하면서 비판하고 멀리 하는 거고, 후자는 한때나마 그런 거와 가까웠다고 생각하는(또는 '아직까지도 가깝다고 생각하는'일지도 모르지 ... 다시 말하면 이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문제라는 거지) 사람의 태도겠죠. 말되나???


10. 일반적인 책말고 만화책도 좋아하시나요?

- 아시면서, 창피하게 뭘 이런 질문을 ...


11. 만화책 중에서 인상깊었던 작품이나 작가를 꼽아본다면요?

- 이것도 아시면서, 자꾸 그러시네. 


12. 만화 속 인물 중에 특히 좋아하는 인물과 싫어하는 인물은 누구죠?

- 특히 좋아하는 인물은 별로 없죠.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정도 ... (내가 생각해도 너무 고리타분한데 ;;;)
- 특히 싫어하는 인물도, 별로 없죠. 만화책을 많이 보지 못했지만, 만화책의 악당들은 좀 단순화되고 전형화된 인물이어서 싫어하기가 힘들지 않을까요??? 싫어할 만한(?;;;) 악당이 있으면 추천 좀 해주세요.


13. 기억에 남는 대사나 문구가 있다면 말씀해보시겠어요? (만화든 소설이든 그 외 어떤 장르든 - 책)

- 기억에 남는 대사라 ...
이런 게 있죠.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대사인데(누가 한 말인지는 까먹었요. 10여년 전에 봤으니 기억이 잘 안나는 게 당연하지) "좀 피곤한 스타일이군."
왜 기억에 남느냐 하면, 10여년 전 수업 시간의 일 때문이죠. 그 때 데리다 발제를 했는데, 데리다의 논변이 너무 복잡하고 난해하다는 불만이 쏟아졌어요. 그래서 농담반진담반으로 "좀 피곤한 스타일이죠"라고 했더니, 한 사람이 자지러지더군요.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거리고 ...-.-;;; (결국 {드래곤볼}을 읽은 사람은 그와 나 둘 밖에 없었다는 뜻 ...)


14. 특별히 게임, 영화 등 다른 매체로 제작됐으면 하는 작품이 있다면 어떤 거죠?

- 본 게 있어야지, 뭐. {이나중 탁구부}는 영화로 만들기 힘들겄죠? 그림 중에 나오는 거북이 알낳는 포즈로 게임은 만들 수 없을까 ...... (진지하게 고민중)


15. 다른 매체로 제작된 것 중, 좋았던 작품과 나빴던 작품을 꼽으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역시 어떤 장르든)

-아, 나는 영화 {패왕별희}가 좋더라구요. 그림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원작소설은 아마 그만 못했을 것 같더라구요. 보지는 않았지만 ...^^


16. 번역도서를 읽을 때, 특별히 선호하는 번역(자)작가가 있나요? 있다면 누구의 어떤 작품?

- 글쎄요, 안정효 씨나 이윤기 씨의 번역이 좋은 것 같던데.(ㅎㅎㅎ 너무 뻔한 얘기를 했나?) 그런데 이윤기 씨는 가끔 오버할 때가 있고, 안 좋은 버릇도 있죠. 처음 책 나와서 사면, 그 다음에 책 쪼개서 재판내는 버릇 말이죠. 재판본까지 사라는 말인지 뭔지 ... 그게 꼭 이윤기 씨 책임은 아니겠지만. 그 외 여러분의 전문번역가들이 계신 것 같던데, 여러분이 더 잘 아실 것 같아서, 굳이 뭐 ... 
  제 전공과 관련된 번역자 중에는 강원대 사회학과 이상률 교수의 번역이 좋죠. 번역이 정확하고 우리말 문장도 매끄럽죠. 불어와 독어를 다 잘하는 보기드문 역자들 중 한 사람이고. 서강대 강정인 교수도 정치철학의 고전들 및 해설서들을 많이 번역해줘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죠. 하지만 고전 번역들 중에는 중역인 경우가 있어서 좀 아쉽긴 하지만 말입니다.
  번역은 많이 하는데 오역도 자주 보이고 문장도 거친 분들은, 번역의 노고를 칭찬해줘야 할지 정색하고 비난을 해야 할지 좀 난감하더라구요.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 분들 중 몇 분은 번역계에서 은퇴(?^^)를 하셨지만.


17. 그 번역작가의 어떤 면 때문에 그를 선호하게 되었나요?

- 어라, 위에서 다 이야기했는뎁쇼.


18. 번역된 작품과 국내 작가의 작품 중에서 우선 순위를 두어 읽게 되는 도서는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글쎄요, 분야에 따라 조금 다른데.
전문 서적들은 번역된 책들(아니면, 주로 원서를)을 읽는 경우가 많고, 소설이나 시, 그외 문학 작품들은 국내 작가의 작품을 주로 읽죠.
전문 서적은,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는데, 아무래도 외국 학자들의 수준이 좀 높은 것 같으니까, 대개 외국 서적들을 읽게 되죠. 반대로 문학 작품들은, 사실 요즘은 별로 보는 것도 없지만, 정서적·실존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측면이 많고 수준높은 작품들도 많고 번역의 질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그래서 우리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별로 그런 것 같지도 않다만 ... 김훈 씨 소설이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볼까말까 생각중. 볼 만하던가요???

 
19. 요 근래 읽어본 것 중 가장 최악이었던 책은 어떤 것이죠?

- 책을 가려 읽는 편이기 때문에 최악의 책을 읽을 확률은 적은 편이다.
  굳이 들자면, {불량배들}(책의 중요성에 비하면, 번역이 정말 ... 그렇다), 외국 책으로는 Pensee et rationnel: Spinoza, Harmattan, 2003라는 책이다(저자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흠흠 ...). 수학박사겸 스피노자 전공자가 쓴 철학박사 학위논문인데, 기대를 많이 해서 더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런 논문으로 학위를 받았다는 게 잘 믿기지 않는다. 더욱이 출판사도 상당히 명망이 있는 대형 출판사이고, 학위논문 지도교수도 상당히 유명한 철학자인데(물론 헤겔 전공자이긴 하다만), 좀 의외다.
  학위논문을 반드시 출판해야 하는 독일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학위 논문을 출판하는 게 매우 어렵고, 더욱이 유명한 출판사, 유명한 총서에서 내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유명 출판사, 유명 총서에서 나온 학위논문은 100이면 100 모두 "summa cum laude", 곧 "(심사위원 만장일치의) 찬사와 함께 최고점수를 받은" 학위논문들이며(그리고 대개는 고등사범학교 출신들이다), 저자들은 곧바로 대학에 전임강사로 취직이 된다.
  위의 책의 경우는 유명 총서는 아니지만, 어쨌든 상당히 명망이 있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어서, 비싼 돈주고(35유로, 우리 돈으로 하면 줄잡아 약 5만원!!! 으악, 생각해보니까 더 분통터진다!!!) 구입했는데 ...... 으흑.
   이 책이 도서관에도 들어와 있어서, 혹시 나같은 사람이 있을까봐 얘기해두는 거다. 5만원의 값비싼 교훈.
 

20. 요즘의 도서 시장에 대해 어찌 생각하세요?(가령, 특정 장르의 문제나 인터넷 서점의 미래 등에 대하여)

- 글쎄요, 이미 하고 싶은 이야기는 웬만큼 해서 또 하기는 그렇고. 나중에 다른 이야기가 생각나면 그때 하기로 하지요.

21. 최근 읽은 작품 중 괜찮다 싶은 책 세 권을 꼽아보시겠어요? 왜 그 책들을 골랐나요?

- 버나드 마넹 {선거는 민주적인가}(후마니타스). 고대 그리스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대의정치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논의하고 있는, 국내에서는 매우 보기드문 책이다. 정치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한다. 적극 추천하고 싶다.
- 뤼디거 자프란스키, {니체: 그의 생애와 사상의 전기}(문예출판사). 이 책도 다음 학기 강의 부교재로 사용할 예정이어서 읽어봤는데, 역시 명불허전이라고, 좋은 책이더군요. 외국에서는 니체 사망 100주년(2000년)을 전후해서 주목할 만한 니체 평전들이 여럿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한 권이 자프란스키의 이 책이죠. 이 책은 2000년에 독일에서 출간된 책인데, 니체의 생애와 사상의 전개과정을 생동감 넘치면서도 균형 있게 잘 서술하고 있습니다. 니체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강추!!!   
- 한 권은 읽고싶은 책으로 하자. {호첸플로츠} 시리즈! 어렸을 때 동서문화사에서 딱다구리 문고로 나온(맞나???) {대도둑 호첸플로츠}라는 책을 읽고 또 읽던 기억이 난다. 알라딘에서 몇 쪽을 슬쩍 봤는데, 다시 봐도 재미있을 듯하다(쯧쯧 ... ).


22. 앞으로 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 나는 책의 과거와 현재가 더 궁금한 사람이긴 한데, 잘 되겄지, 뭐.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책에 관한, 아니, 종이에 관한 데리다의 기막힌 글(정확히 말하면 대담이다. 데리다의 대담, 몇몇 뛰어난 대담들은 좋은 즉흥연주를 듣는 듯, 아니 보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대담기록은 일종의 라이브 공연 기록이라 할 만하다. 악보 없는 라이브 공연. 실제로 데리다는 존 콜트레인과 즉흥연주를 했다고 한다. 사진으로만 봤는데, 존 콜트레인이 피아노 연주하고 있고, 데리다는 옆에서 생각나는 대로 떠들고 있더라구요 ...)이 하나 있는데, 언젠가 번역해서 사람들과 같이 읽고 싶다. 이런 글들 때문에, 나는 데리다를 좋아한다.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지롱? 미안∼∼∼∼∼ 
 

23. 앞으로 책을 쓰게 된다면 어떤 책을 쓰고 싶고, 쓰게 될 것 같나요?

- 글쎄 일단 스피노자에 관한 책들을 출판해야겠죠. 학위논문도 내야 하고, 좀더 대중적이고 개론적인 책도 하나 써야 할 것 같고. 아직 계획일 뿐이지만, {알튀세르의 유령들}이라는 논문모음집도 하나 내야 할 것 같고. 기타 몇 가지 계획들이 있다(아직 좀 막연해서 밝히기는 뭐하지만). 조만간 실현될 듯한 책들도 있지만, 아직 좀더 오랫동안 궁둥이를 혹사해야(불쌍하군;;;;;) 빛을 보게 될 책들도 있지 ... (마치 니체 같군. 니체는 책을 구상하는 걸 좋아했다던데, 사진으로 보니까 책 제목에 목차까지 다 잡아놓은 게 한 두개가 아닙디다. ㅋㅋ)
  그런데 사실 지금으로서는, 내가 내고 싶은 책은, 스피노자 원전을 번역하는 일이지. {지성교정론}과 {신학정치론}을 될 수 있는 한 빠른 시간 내에 내고 싶다. 물론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더라만 ...
  그리고 이 번역본들에 대한 주석본들도 함께 내고 싶다. 번역 겸 주석본을 내든, 주석본을 따로 내든 간에. 빨리 내고 싶지만, 3-4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다. (스피노자 저작 영어판 편집자 중 한 사람은, 1권은 1985년에 내고, 2권은 20년째 작업중이더군요. 번역한 거 이 사람 저 사람(물론 스피노자 전문가들이죠)한테 나눠주고 읽혀가면서. 그런데도 오역들이 있더라구요, 참.)
  그리고 다음에는 ...... 나도 몰러.^^ 


24. 제게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책 한 권이 있다면 무엇을 권하고 싶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 특별히 추천한다, 그것도 한 권만? 그런 건 없다. 좋은 책, 감동적인 책, 의미 있는 책, 가치 있는 책, 오래 두고 읽고 싶은 책,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해지는 책, 출판해준 것 자체가 고마운 책 등등이 어디 한두 권이겠는가?
그리고 사실 좋은 책들은 다들 나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시더라. 오히려 내가 추천받고 싶다(특히 수수께끼님한테는 신세를 많이 지고 있죠. 이 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번 감사^^).
 

25. 알라딘 서재 중 즐겨찾는 곳이 있다면 대략 몇 군데이고, 그곳을 즐겨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공식적으로는 네 군데로 해놨지만, 사실은 매우 많다. ㅋㅋㅋ 내가 하나라도 댓글을 달아놓은 서재는 내가 즐겨찾는 서재라는 증거다. 물론 댓글을 안 달아놓은 곳 중에도 있지만.
그럼 왜 네 군데만 해놨냐구? 그거야 뭐 ... 사실은 ... 왜냐면 ... 에또 ...
으으 ... 솔직히 고백하자면, 서재폐인이 될까 두려워서다. ㅜ.ㅜ 생각해보라. 내가 다니는 모든 곳을 즐겨찾기 해놓으면, 매일 같이 수십편, 아니 수백편의 [마이페이퍼]가 올라올 것이고, 그러면 궁금해서 그것들을 안 찾아볼 재간이 없지 않겠는가?
나는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재폐인이 되지 않으려고. 왜냐? 도저히 다른 일을 할 수가 없거든!!!
  그런데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사실은 이미 준서재폐인이 돼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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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선거제도의 승리 : 추첨과 선거 사이에서
    from both of us can co-exist 2010-04-18 15:17 
      1. 서론고대 아테네 이외에도 시민이 권력을 행사한 정치제도에서는 부분적으로나마 추첨이 사용되었다. 로마 시민의회에서는 추첨이 매우 제한적으로 이용되었고 이탈리아 공화국에서는 행정관 선발에 추첨이 사용되었다. 베네치아는 1797년까지도 추첨제를 사용하였는데 새롭게 등장한 대의정부들은 자국을 공화국이라 자처하였음에도 추첨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17, 18세기의 정치적 문필가들은 공화주의의 전통, 즉 추첨의 사용에 대해서 잘 알...
 
 
nrim 2004-07-28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전문분야에 관한 건 잘 모르지만... 그래도 재밌네요.
데리다와 존 콜트레인의 즉흥연주.. 꼭 번역해서 보여주세요.. 데리다는 하나도 모르지만.. 그래도 흥미가 생가는군요.... 자막으로 공연실황을 직접 볼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이건 너무 많은 걸 바라는거겠죠. ㅎㅎ

릴케 현상 2004-07-28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규원 선생! 흠 좋아요
참 이벤트 하는 법 가르쳐 줄 수 있나요?

도서관여행자 2004-07-28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수업이나 종종 읽는 책들에서 데리다를 가끔 접하기는 하지만, 역시나 어려운 거 같아요ㅜㅜ 스피노자는 제게는, 전혀 관심 없던 사람(?)인데 전에 스피노자에 관한 글을 읽고서 관심이 생겼는데요, 번역 기대할게요. 힘내세요~ ^^

포월 2004-07-28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게도 [법의 힘]이 나왔고 재미있게도 콜트레인과 데리다라니! 아~ 콜!! 입니다.

balmas 2004-07-30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포월님은 오랜만이시네요.
엑스리브리스님, 데리다가 쉽지는 않은데, 생각만큼 또 그렇게 어려운 철학자도 아닙니다. 좋은 번역으로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더 나아가 아주 매력적인 논의를 전개하죠. 문제는 번역자들이 독자들이 논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점이죠. 스피노자에 관심이 생기셨다는 건 아주 반가운 일이군요.^^
자명한 산책님, 저한테 [이벤트 하는 법] 물으셨어요? 저도 안해봐서 잘 모르는데, <그냥> 하면 되는 것 같던데요. 좋은 핑계를 하나 골라서 명분으로 내세우고, 벌떼같이 몰려오는(^^) 사람들을 잘 가려낼 수 있는 문제들 몇 개 출제하고, 경쟁자들을 물리친 분들을 위한 몇 가지 상품을 준비하면 되죠, 뭐. 이벤트 하시려구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
ㅎㅎ 느림님 역시 좋아하시는군요. 제 생각에는 둘이 <공연한> DVD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근데 재미있을라나???

nrim 2004-07-29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재미는 모르겠고... 무척 신기할거 같아요.. -0-

balmas 2004-07-29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재미는 없겠죠?

가을산 2004-07-29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발마스님의 책이 나오면 알려주실거죠?

balmas 2004-07-2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선형씨라, ... 젊은 분이군요. 한번 읽어봐야지.
가을산님, <발마스>의 책은 아무리 기다려도 안나올 텐데, 어떡하죠?^^

바람구두 2004-07-29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balmas 2004-07-29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MANN 2004-07-31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어요~ 재미있네요 ^^
책에 대한 페티시즘이라... 거칠하고 종이냄새가 나고 가벼운 책, 좋아요 ^^
요즘 코팅한 종이나 너무 매끈한 종이로 책이 많이 나오던데, 정이 잘 안 가요;;

balmas 2004-07-31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어라, 바람구두님 닮아가네 ...)
사실은 프랑스에서도 점점 그런 책들 보기가 어려워지고 있어. 디자인도 화려해지고 종이도 매끈해지고 책값도 훨씬 비싸지고 ... -.-;;;

MANN 2004-07-31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리고 만화책 추천도... 여기다 해도 되겠지요?;;

우선,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전18권 완결)랑 <20세기 소년>(16권, 미완). 이 사람은 무엇보다도 만화를 정말 재미있게 그려요. 비밀을 던져주고 서스펜스를 쌓아가며 독자를 몰입시키는 능력이 정말 대단해요. 각각 '요한'과 '친구'라는 특색있는 악역이 나오는데, 이들의 아우라가 상당히 크다는...

그리고, 미우라 켄타로의 <베르세르크>(26권, 미완)ㅡ압도적인 작품이에요. 자기 키보다 큰 검을 들고, 왼쪽 눈이 멀고 오른쪽 손은 의수인 인간미라곤 전혀 없으면서 앞을 가로막는 것은 사람이고 괴물이고 베어버리는 주인공 가츠가 유명하지요. 반영웅적 신화라고 할까요? 운명의 아이러니와 폭력을 극단까지 보내보려는 만화 같아요. 거칠고 운동감이 넘치는 그림도 굉장하구요. (부연하자면, 1권을 보면 그림 잘 그린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겠지만;; 5권쯤 되면 볼만하고, 10권쯤 되면 잘 그린다 싶고, 15권쯤 되면 입신의 경지랍니다;;)

이와키 히토시의 <기생수>(애장판으로 새로 나와서 8권 완결)도 좋아요. 인간과 똑같이 생겼으면서 지적 능력도, 육체적 능력도 인간을 능가하는 '기생수'를 등장시켜서 지구 위에서의 인간의 의미에 대해 묻고 있지요. 보통 인간을 위협하는 침입자는 개별적인 인격은 잘 드러나지 않고 집합적인 '인간의 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만화는 그런 상투적인 시각을 피하고 있고, 기생수들의 다양한 퍼스낼리티도 그리고 있어요.

MANN 2004-07-31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세 개가 넘어버렸...지만;;)

아래에서 어느 분이 이토 준지를 추천하셨고하니, 저도 조금 이야기할게요. 개인적으로 '공포물'이라는 분류가 사실 별 의미없다고 생각하는 터라 이토 준지의 만화도 '공포물'이라고 간단히 분류되는 게 별로 맘에 안 들고요... 이토 준지에게서 감탄스러운 것은 초현실적인 상상력(사실 대개 기괴한 상상들이죠;)이에요. 특히 두렵지만 현실화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안심하고 있는 일들을 형상화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아, 그런 상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준지의 그림체도 상당하구요.

이 사람 작품은 단편집이 17권(시리즈로 나온 거)+1권(후에 따로 출판된 거), 소용돌이(전3권), 공포의 물고기(전2권)가 있는데... 굳이 자세하게 쓰는 건 이 사람의 단편들이 모두 균일하게 훌륭한 건 아니라서 그래요;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건 단편집 2권<얼굴도둑>, 11권<길없는 거리>, 12권<시나리오대로의 사랑>, 14권<터널괴담>, 15권<사자의 상사병>이랑 <토미에> 시리즈(단편집 3, 4, 17권이에요)랍니다.

흠흠;; 덤으로 맘편하게 웃을 수 있는 만화 3개만 더...;; 김나경씨의 <사각사각>, 2등신 캐릭터로 만화가의 삶을 그리고 있는데 그림도 귀엽고 재밌어요. 그리고 우스타 쿄스케의 <멋지다 마사루>랑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 종종 <이나중 탁구부>나 <우당탕탕 괴짜가족>과 같이 '엽기개그만화'(;;)로 분류되는데 이들하곤 스타일이 달라요. 문법과, 논리와, 만화적인 클리셰와, 상식적인 진행을 모두 깨는 게 목표라고나 할까요;;

(너무 많이 썼나;)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는 이미 사셨다니 통과... 짬짬히 보셔요~ ^^;

balmas 2004-07-31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너무 많은 거 아냐???
이제 보니 만화의 대가군 ...
 

 

오마이뉴스

 

"노 대통령 '역사의 죄인' 만들지말라 지지자들 파병반대에 적극 나서야"

[인터뷰] 단식 7일째 맞는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 단식농성 6일째 찾은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이 위원장은 단식 농성 중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집회와 회의에 참석하는 등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김태형

이라크 파병철회, 직권중재 폐지를 요구하며 삭발-단식농성에 들어간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농성 6일째를 맞은 26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옆 열린시민마당에서 이 위원장을 만났다.

이 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민주노총 지도부는 최근 위기에 봉착해 있다. 전국 지하철노조가 참여한 궤도연대 총파업이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와 보조를 맞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이라크 파병 철회' 역시 녹록치 않은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감 때문인지 인터뷰에 나선 이 위원장의 표정에는 시종 무거운 분위기가 떠나질 않았다. 이 위원장은 현재 민주노총 차원에서 진행 중인 투쟁 목표들이 '난관'에 봉착해 있다는 점을 시인하고, 이 부분에 대한 지도부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지금 벌이고 있는 무기한 단식농성이 최후의 극한투쟁이나 무기력한 호소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지도부의 성찰과 뼈아픈 반성은 필요하지만, "지금 가는 길이 옳은 길이라는 확신과 의지를 재확인함으로써 노동운동 진영의 새로운 투쟁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단체의 대표로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된다는 게 이 위원장의 생각이다.

"일부 보수언론 이중적 잣대, 민주노총에 대한 몰이해 드러내"

단식 농성장에서 진행된 이 위원장의 인터뷰는 '이라크 파병' 관련 주제를 중심으로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 위원장은 최근 파병반대 분위기가 침체돼 있는 원인 중 하나로 "노무현 정부의 거듭된 파병 강행 방침으로 인해 파병반대 여론이 심리적 체념 내지 포기 상태에 이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파병반대 집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정권퇴진' 구호에 대해서는 "그런 식의 논란 자체가 올바르지 않다"며 "분명한 관점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파병철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파병에 반대하면서도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 때문에 선뜻 나서지 않는 사람들에게 "우선은 아플지 모르지만 비판을 아끼지 않을 때 그것이 오히려 대통령을 아끼고 사랑하는 길"이라며 "노 대통령을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에 우리 젊은이들을 보낸 '역사의 죄인'으로 안 남기기 위해서라도 지지자들이 오히려 파병반대에 더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위원장은 일부 보수언론에서 '노동단체가 왜 정치현안인 이라크 파병을 문제삼냐'는 문제 제기에 대해 "이는 민주노총을 가장 잘 이해 못하는 시각"이라며 "민주노총은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서 싸우는 단체이기도 하지만, 그걸 뛰어 넘어 사회문제와 정치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고 행동을 해왔기 때문에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받아왔다"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그런 주장을 하는 보수언론들이 또 어떤 때는 '민주노총 너희들은 너희만을 위한 싸움밖에 더 했느냐'고 비판하는 등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며 "민주노총은 앞으로도 언론개혁뿐만 아니라 교육개혁·의료개혁·통일운동 등 사회적 이슈에 있어 산하 단체와 함께 사회 개혁 투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 가진 인터뷰 전문이다.

ⓒ2004 오마이뉴스 김태형

- 파병철회를 위한 단식농성에도 불구하고 파병은 예정된 순서대로 진행되고 있다.
"파병 철회와 직권중재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 단식농성을 시작했지만 당장 이 두 문제를 결판내겠다는 것은 아니다. 올 상반기 주요 투쟁 목표로 파병철회를 내세우자고 조합원들이 결정했고 그에 따른 투쟁을 벌여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군수물자를 실은 배가 부산항을 떠났고 병사를 실은 비행기도 곧 떠날 예정이다. 이런 상황을 접하면서 파병철회를 목표로 내세웠던 단체의 대표로서 '정말 최선을 다했는가' 하는 책임을 느낀다. 사실 부끄럽기도 하다. 파병을 철회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엄청난 책임감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했는데도 노무현 정부가 고집 피워서 파병을 하는 구나'라고 쳐다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단식농성이) 어찌 보면 나를 괴롭히는 일이지만 최소한 이렇게 해서라도 우리의 의지가 꺾인 것이 아니라는 완강한 모습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군수물자가 가고 병사가 가더라도 끝까지 이라크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왜 파병반대 분위기가 약화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이렇다. 과반수가 넘는 국민이 파병을 반대하고 이라크 전쟁의 부당성·허위성이 드러났음에도 노무현 정권이 계속 한미동맹과 국익을 내세워 파병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심리적 체념·포기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지도자 그룹이라도 자기 몸을 던지는 수밖에 없다."

- 단식 농성에도 불구하고 파병을 한다면 운동 '실패'로 인한 책임론이 제기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바라만 봐야 되는가. 우리는 지금 국가권력과 법의 테두리 안에서 투쟁을 하고 있다. 젊은 청년들이 몸으로라도 막아보겠다고 하지만 그게 어디 가능하겠는가.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있지만 정부는 파병을 강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포기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음 투쟁으로 이어갈 새로운 결의라도 다져야 한다.

이렇게 싸웠음에도 파병을 강행한다면 운동의 '실패'라고 지적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반성도 하겠다. 실패에 대한 책임과 자책감이 클 것이다. 특히 조직을 대표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렇게라도 지도부가 반성을 해야 다음 투쟁으로 이어갈 수 있지 않겠나. 물론 이번에 무기한 단식을 하고 있지만 현재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상황이 그렇게 절망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목숨을 걸고 싸울만한 상황이다."

- 파병반대 집회에서 현 정부의 퇴진을 전면에 내세울 것이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는데.
"그런 식의 논란은 올바르지 않다. 물론 정권과 여당에 대해 분명한 관점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부분은 굉장히 전략적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한 번 전략을 결정하면 그것 때문에 여러 가지 전술들이 달라지고 제약되는 요소들이 많아진다. 예를 들어 퇴진을 구호로 내세운다면 그 순간부터 대화는 끊어지는 것 아닌가. 퇴진을 주장하면서 만나서 대화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권퇴진 주장이 지금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한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된다. 지금은 파병철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지금 현재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노 대통령의 생각을 바꿈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여지가 아직은 있다는 거다. 그렇게 해서라도 파병철회를 해내는 게 중요하지 정권 퇴진 구호가 중요한 게 아니다."

ⓒ2004 오마이뉴스 김태형
- 파병에는 반대하지만 참여정부에 대한 지지로 파병 반대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지지층이 있다.
"전쟁을 막고 파병을 철회하는 문제는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전 인류적이고 역사적 문제다. 진정 노 대통령을 아끼고 사랑하는 지지자라면 노 대통령이 어떤 상황에 대한 판단을 잘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우선은 아플지 모르지만 비판을 아끼지 않는 게 오히려 대통령을 아끼고 사랑하는 길이다.

파병은 옳지 않은데 노 대통령이 그것을 추진하기 때문에 내가 파병반대를 주장하지 못한다면 안 된다. 정말 한 차원 높여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노 대통령을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에 우리 젊은이들을 보낸 '역사의 죄인'으로 안 남게 하기 위해서라도 노 대통령 지지자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필요하다.

항간에는 결국 이라크 파병이 노무현 정권의 정치적 입장이나 행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노 정권에게 이라크 파병은 엄청난 족쇄가 되거나 아니면 용단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는 부분이 될 것이다. 이미 한번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서는 안 된다. 국제 정세가 자꾸 바뀌고 새로운 사실이 계속 밝혀지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그에 맞춰 새로운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지지자들이 도와줘야 한다."

-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왜 노동단체가 이라크 파병을 문제삼느냐고 지적하는데.
"그게 바로 민주노총을 이해 못하는 시각이다. 민주노총은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서 싸우는 단체이기도 하지만, 그걸 뛰어 넘어 사회문제와 정치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고 행동해 왔다.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국민적 신뢰와 노동자·민중의 지지를 받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지적을 하는 보수언론들은 또 한편으론 '민주노총은 너희들만 편하려고 하는 싸움밖에 더했느냐'라고 공격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민주노총은 앞으로도 언론개혁·교육개혁·의료개혁 등 여러 이슈들을 함께 다룰 것이다. 이런 것들이 우리의 임금·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투쟁과 함께, 이제는 어찌 보면 더 중요하게 된 우리의 과제이자 목표가 될 것이다."

- 이라크 파병 관련 민주노총의 향후 계획은.
"민주노총은 하반기에도 이라크 파병철회를 주요 목표로 내세울 것이다. 사실 상반기에는 선거와 임단투 등으로 파병 문제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제야 말로 조합원을 교육하고 대국민 선전활동을 전개해 대중적 동참을 이끌어 내겠다. 이라크파병반대 국민행동과 함께 상반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 노무현 대통령과 일반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나를 포함한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들은 파병철회가 옳다는 신념 아래 이를 위한 투쟁에 나서고 있다. 나는 그 집행 책임자로서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소신에 따라 파병철회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현재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한 게 사실이다.

대통령에게 정말 간곡히 부탁한다. 파병 문제를 다시 한 번 검토해 달라. 진정한 국익이 어디 있는지 긴 안목을 가져달라. 참여정부가 내세우는 경제 문제, 남북 평화·신뢰 구축 문제가 파병과 별개의 것이 아니다. 파병 문제를 자주적으로 돌파해야 그 국민의 힘으로 노 대통령의 정치적 부피와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이라크 파병과 관련 어떤 방법으로든지 파병철회하는 결정을 내려주길 간곡하게 요청한다.

국민들께는 한 번 옳다고 생각한 일이라면 포기하거나 체념하지 말고 끝까지 행동해 달라는 부탁을 전한다. 그게 바로 우리 자신과 사회를 사랑하는 일이다. 눈 감고 귀 막고 입 다물고 나라를 사랑하는 방법은 없다. 행동함으로써 국민의 의지를 보여달라."

▲ 이수호 위원장의 단식농성이 7일째를 맞고 있다. 아직까지 건강상 무리는 없으나 무더운 날씨로 인해 주위의 우려를 사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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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7-28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수호 위원장 얘기는 어디까지 믿어야하고 어디까지 조심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구 ...

릴케 현상 2004-07-28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요?

balmas 2004-07-29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길게 말하기는 좀 그런데 ... 뭐랄까, 말하고 행동이 잘 안 맞는다고 할까 ...
단식 한번 안한 주제에 파병철회를 위해 단식하고 있는 사람보고 이런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긴 하지만.
 

 

[오마이뉴스]

 

중앙일보 '정운영'을 애도함

[손석춘 칼럼] 과연 진보는 부패했는가

 


▲ 중앙일보 7월28일자 중앙일보 27면 '중앙시평'.
ⓒ2004 중앙일보 PDF

정운영. 현재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 하지만 1990년대 그는 대표적인 '진보논객'이었다. 적잖은 젊은이들의 가슴을 사로잡기도 했다. 기실 그렇게 된 데에는 <한겨레>의 '기여'가 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에게 고정칼럼을 '제공'했던가.

정 위원이 <한겨레>에 불쾌감을 드러낸다는 말도 더러 들리지만, 기실 1988년 창간한 <한겨레>의 16년 동안 정 위원에 견줄만한 '특혜'를 받은 사람은 찾기 어렵다.

그가 <중앙일보> 논설위원으로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당혹스러웠지만 그래도 좋은 글을 쓰길 기대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따금 예전의 흔적을 찾아볼 수도 있었지만 그의 칼럼은 대부분 뒤틀려 있었다. 딴은 <한겨레>에 고정칼럼을 연재할 때도, 그의 현학적인 뒤틀림이 사내 일각에서 문제로 제기되기도 했었다.

정 위원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온 까닭

그럼에도 정 위원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던 까닭은 적어도 그의 '몫'이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하지만 28일자 <중앙일보>에 쓴 "반동의 반동은 반동을 부른다"를 읽으며, 더 참는 것은 논객 '정운영'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보수 못잖은 진보의 부패"라는 작은 제목이 붙은 글에서 정 위원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과거에는 정권이 간첩을 만들어내고 전향을 않는다는 이유로 교도소에서 장기수를 때려죽이는 천인공노의 악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다시는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공권력에 의한 살인을 인정하고 추후의 피해 배상으로는 모자라서 민주화 유공자라는 월계관까지 씌워야 하는가.

과거에는 공안 기관이 반정부 인사를 죽이고 증거를 없애버리는 인면수심의 패악을 부리기도 했다. 엄히 다스려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간첩 혐의 복역자가 조사하지 않으면 의문사 조사가 불가능한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과거의 군사 독재 정권들도 똑같은 말을 했었다. 법적으로 문제없음을 사회가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개혁이 새로운 반동의 빌미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정 위원에 따르면 '반동의 빌미'를 진보세력이 주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아니다. 반동의 빌미를 주고 있는 것은 지금 정 위원이 몸담고 있는 <중앙일보>다. 아니 반동을 부추기고 있다.

보라. 비전향 장기수가 엄연한 민주공화국에서 고문으로 살해당했는데도 지금 우리 사회에는 그에 대한 분노는 찾아보기 어렵다. 피해배상도 온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서 '민주화유공자라는 월계관'까지 씌워야 하느냐고 정 위원은 개탄한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일과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의 일까지 구분 못할 만큼, 그의 정신이 벌써부터 혼미해진 것일까.

'애도'를 그는 '매도'라고 읽을지 모르겠지만

간첩혐의 복역자가 꼭 조사해야 하느냐며 다그치는 대목에선 과연 이 글을 쓴 사람이 '정운영'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수구신문의 마녀사냥에 맞선 의문사위의 해명을 거두절미해 인용한 뒤 언죽번죽 말한다. "과거 군사 독재 정권도 똑같은 말을 했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 위원은 진보가 부패했다고 비난한다. "학창에서 진보를 외치던 누가 지금 고관이 되어 리무진을 타는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진보의 부패가 보수의 부패 못지 않다는 사실만은 보도를 통해 보아왔다. 지식인 얘기도, 판사 얘기도, 위원회와 기금 얘기도, 노조 얘기도 심심찮게 듣고 있다."

물론, 나도 '리무진 탄 진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진보를 대표하지 않는다. 오늘 한국의 진보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무더위 아래 노동자들과 학생 그리고 진보정당이 단식을 해도 여론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

왜 그런가. 바로 중앙일보를 비롯한 부자신문들의 외면 탓이다. 게다가 수구세력은 터무니없이 국가정체성 논란을 벌이고 있다. 저들의 작태를 비판하기는커녕 그 소동을 일으키는 신문에 글을 쓰며 진보를 부패했다고 몰아치는 정 위원의 모습은 섬뜩하다. 하물며 반동의 빌미를 준단다. 그래서다. 정 위원에 묻고싶다. 참으로 '부패한 진보'는 누구인가. 혹 자신이 아닌가.

오늘 정 위원을 '애도'―그는 '매도'라고 읽을지 모르겠지만―하는 마음은 쓸쓸하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타락할 때 그 잘못을 지적해줄 후배를 '각오'하고 있다. 그때 후배의 지적이 일리가 있다면, 미련 없이 절필할 것을 약속드린다.
다음은 28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정운영 논설위원의 '중앙시평' 칼럼 전문이다....편집자 주


[중앙 시평] 반동의 반동은 반동을 부른다


대학 시절 신문을 같이 만들던 선후배들이 한해에 서너 번 만나는 모임이 있다. 과거사 한담이 무료하던 차에 누가 불쑥 정치 문답성 재치 문답을 시작했다. 좌우를 각각 10단계로 나눌 때 지금 우리 사회는 어디 있으며, 현 정권의 임기가 끝나는 4년 뒤에는 어디쯤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거의 만장 일치로 지금 좌경화 3~4단계에 들어섰다고 했으며, 임기 동안 좌경이 1~2단계 심화되리라는 전망이 현상 유지나 완화 전망보다 앞섰다.

*** "좌경 심화될 것" 전망이 앞서

내 차례에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별 생각없이 현재는 우경화 3단계 이상이고, 정권 말에는 5단계쯤 될 것이라고 했더니 씨익 웃지들 않는가. 누구한테 어깃장을 놓으려는 것이 아니라 평소 느낀 대로 털어놓았을 뿐이다. 촛불시위로 좌파와 우파가 갈리는 것은 아니며, 우리가 보낸 쌀로 연명하는 상대가 두려워 군비를 증강하는 판에 좌경이라니 참말로 턱도 없는 소리다. 이런 소신의(?) 나한테 위의 '여론 조사' 결과는 정말 의외였다.

근래의 '좌경 협심증'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로 현실 사회주의 붕괴 이래 좌경 기준이 자유로워졌다. 소련이라는 사탄이 사라졌으므로 다른 적을 '만들어' 악역을 맡기려는 것이다. 악한 조작은 극우와 극좌가 익힌 생존 원리의 하나이기도 하다. 클린턴 행정부가 좌파 정권 명부에 오르고, 영국 노동당이 미국 민주당의 진보성을(!) 공부한다니 개그로 치면 세계 토픽감이다. 국내에도 이런 바람이 불어서 소도 웃을 일에다 마구 좌파 상표를 갖다 붙인다. 아파트 분양 원가를 공개하는 문제를 놓고 진보와 보수를 꺼내는 판국이니.

둘째로 최초의 충격에 대한 과잉 반응이 있다. 민노당 원내 진출이니, 의문사 조사니, 해외 파병 반대니, 미군 기지 반환이니 이런 일들은 전례가 없어서 합리적인 대응 이전에 덥석 겁부터 나는 것이 사실이다. 전교조를 빨갱이라고 여기던 극우파가 여전히 귀찮고 짜증나지만 그래도 함께 살 수밖에 없다고-들어보니 그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더라고-생각을 돌리는 중이라면 미지의 사태에서 느끼는 공포와 걱정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셋째로 좌파의-좌파로 불리는 세력의-미숙한 처신이다. '미국의 좌파와 우파'(살림.2003)라는 책에서 이주영 교수는 사회적 약자의 대변자를 자처하던 68세대 '신좌파'가 고위 공직에 앉아서는 "좌파처럼 생각하고 우파처럼 생활하는" 리무진 진보주의자(limousine liberals)로 변신했다고 썼다. 지식인은 베트남에서 죽은 병사들을 비웃고, 판사는 유죄 입증이 어렵다며 범법자에게 관대한 판결을 내리고, 정부는 문화진흥기금으로 하느님을 모독하는 전위 예술가를 지원하고, 노조 간부는 '노동 귀족'이 되어 조합비를 낭비했다. 당연히 반격을 불렀다. '신우파'는 포퓰리즘 운동을 펼치고 '극우파'는 무기를 들었다.

학창에서 진보를 외치던 누가 지금 고관이 되어 리무진을 타는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진보의 부패가 보수의 부패 못지않다는 사실만은 보도를 통해 보아왔다. 지식인 얘기도, 판사 얘기도, 위원회와 기금 얘기도, 노조 얘기도 심심찮게 듣고 있다. 우파에 대한 반동으로 신좌파가 나오고 그 반동으로 다시 극우파가 나온다면, 즉 반동을 반동으로 막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과거에의 한풀이일 뿐 개혁이 아니다. 그 반동의 고리는 우파든 좌파든 현재의 집권 세력이 끊어야 한다.

*** 보수 못잖은 진보의 부패

과거에는 정권이 간첩을 만들어내고 전향을 않는다는 이유로 교도소에서 장기수를 때려죽이는 천인공노의 악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다시는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공권력에 의한 살인을 인정하고 추후의 피해 배상으로는 모자라서 민주화 유공자라는 월계관까지 씌워야 하는가. 과거에는 공안 기관이 반정부 인사를 죽이고 증거를 없애버리는 인면수심의 패악을 부리기도 했다. 엄히 다스려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간첩 혐의 복역자가 조사하지 않으면 의문사 조사가 불가능한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과거의 군사 독재 정권들도 똑같은 말을 했었다. 법적으로 문제없음을 사회가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개혁이 새로운 반동의 빌미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정운영 논설위원

2004/07/28 오전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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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7-28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운영 씨 같은 분의 행보가 "모두 헛것이다!"라는 허무주의를 조장하는 것 같아요.

superfrog 2004-07-28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다닐 때 무슨 소린지 어려워 죽겠는데도 정운영씨의 여름방학 한양대 경제학 특강을 들으며 기분 좋아하던 때가 있었어요.. 퍼가서 다시 곱씹어 잘 읽어봐야 겠습니다..

balmas 2004-07-28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운영 선생의 합리성을 믿는 편인데, 이 칼럼은 무슨 뜻으로 쓴 건지 잘 납득이 안가는군요. 뭔가 대응이 있겠죠. 한번 기다려보는 수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