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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님의 "'완고한 자주파'와 단절하면 진보는 저절로 재구성되는가?"

바람구두님이 좋은 논평을 달아주셨는데, 이 논평에 대한 답은 사실 이광일 교수가 직접 해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 그렇지만 글을 퍼온 사람으로서 몇 마디 촌평을 해보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우선 라인홀트 니버가 스피노자를 대놓고 표절하는 게 인상적이네요.(ㅋㅋ "표절"이라는 건 농반진반의 얘기인데, 그가 스피노자의 주장을 거의 문자 그대로 옮겨오고 있어서 한 마디 해봤습니다.) 바람구두님 이야기는, (1) 이광일 교수의 대선평이 니버식의 의미에서 중산층의 편견을 드러내고 있지 않느냐, 그 이유는 (2) 그가 자주파와 단절을 통해 민주노동당이 개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결국 평등파 또는 PD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3) 또 이 후자의 태도가 문제가 된다면, 그것은 현실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자주파와의 "청산"이 "내부의 권력 투쟁이나 스스로의 반성을 통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주장을 통해 쉽사리 진행될리도 없고, 그 과정에는 엄청난 자기부정과 반성이 필요한데 그것이 과연 쉽겠느냐는" 의문 때문인 듯합니다. (4) 더 나아가 "평등파의 노선이 과연 자주파에 비해 더 유연하고, 우위를 차지할 만한 것인가란 의문"도 피력하시는군요. 그런데 우선 이 교수가 "평등파"의 입장을 대변하는지(2)는 의문의 여지가 있는 듯합니다. 물론 자주파와의 단절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그게 그거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읽기로 이 교수의 논점은 민노당 내 자주파가 그동안 범했던 과오나 이번 대선에서의 문제점들을 고려해볼 때, 또 결국 대선에서 참패를 했음에도 그들이 어떤 책임이나 쇄신의 자세를 보여줄지 지극히 의문스럽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민노당이 쇄신되기 위해서는 자주파와의 단절이 어떤 식으로든 모색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데 있는 듯합니다. 이건 당내 투쟁에서 어떤 정파를 지지한다는 것과는 좀 다른 입장인 듯합니다. 그리고 이 교수가 (3)의 어려움을 모르겠느냐 하는 것도 좀 의문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교수의 글은 대선 논평으로는 다른 글들에 비해 좀더 균형감이 있고 여러 측면을 적절히 잘 고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제도 정당 바깥의 운동의 문제를 별개로 고려하고 있는 점도 얼마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물론 이 점이 이 글의 주요 논점은 아니긴 합니다만). 따라서 이 교수의 글은 당내의 어떤 특정한 정파를 두둔하거나 하는 것과는 좀 다른 각도에서 씌어진 것이 아니냐고 추측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봅니다(4). 설사 어떤 정파의 관점을 지지한다고 해도, 이 글 자체는 정세 분석을 위한 토론 자료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것이죠. 제가 보기에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바람구두님의 논평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결국 자주파와 어떻게든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이냐'(5)고 말이죠. 물론 바람구두님의 생각은 그것과는 거리가 있겠죠. "자주파만의 단절이 아니라 그간의 운동 관성, 진보의 관성과도 결별하는 완전히 새로운 구성은 불가능한 것이냐는 것"(6)이 바람구두님의 논평의 요체가 아닙니까? 그러나 이 교수가 지적한 것과 바람구두님의 결론(6)을 대비시키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건 니버가 지적한 편향과는 또 다른 편향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대선에서 진보의 참패라는 구체적인 결과에 대한 분석과 그 구체적인 대안에 관해 지적하는 글에 대해 (6)을 또 다른 대안으로 내놓는다면, 그건 결국 (5)같은 불만이나 비판을 초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죠. 물론 바람구두님의 의도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결과적으로 바람구두님의 글이 그렇게 읽힐 소지가 여지가 있을 듯합니다. 저도 어떤 의미에서 보면 바람구두님과 비슷한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에 이 논평에 공감을 하면서도, 운동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또 이런 류의 답답한 고민의 토로가 먹물들의 공리공론으로 비칠까 두렵기도 한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문제는 진보적인 관점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제도 정당 내부와 바깥에서 이번 대선의 효과와 교훈을 토론하고 좀더 건설적인 대안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될 텐데요, 그러기 위해서 니버의 말은 숙고해볼 만한 가치가 있겠지만, 이 교수의 글이 니버가 말한 중산층의 편견을 노출하고 있다고 보는 건 좀 과도한 평가인 듯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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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maud 2007-12-27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어지러워요. 하튼 NL이 제대로 된 진보 진영을 펼치는데 방해가 되고 있다는 건 맞는 이야기죠?

grimaud 2007-12-27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조선일보가 조승수 소장과의 인터뷰를 "민주노동당, 친북 세력과 결별해야"라는 기사로 뽑았네요.

balmas 2007-12-28 0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일보에 인터뷰가 났군요. 저녁에 MBC 뉴스에서도 기사가 나오던데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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